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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라노의 하늘은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하늘이더군요.
작렬하는 사하라 사막의 하늘은 뭔가 삶의 의지를 일깨워주는 그런 하늘이었는데 말입니다(땡볕에 있으면 죽는다는 실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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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도 먹었겠다. 다음 목적지인 비에이(美瑛) 출발 시간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어서 느긋하게 특산품 상점도 둘러보고 산책합니다.
후라노쪽에서 라벤더 말고 유명한 것이라면 메론을 들 수 있을지도.
원래는 유바리(夕張) 메론이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데, 후라노도 그곳과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메론재배가 활발한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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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입장료를 받는 꽃밭이지만 버스투어에 비용이 포함되어 있어서 그냥 들어가 봤습니다.
꽃밭 주위를 천천히 도는 열차는 여기서도 유료지만 든든한 두 발이 있는데 굳이 탈 필요는 없었네요. (실제로 저거 타야할만큼 크진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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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형색색의 꽃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라벤더 꽃을 제대로 구경하지 못한 분풀이를 여기서 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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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곳에서 꽃에 둘러싸인 부모님 사진도 한 장 찍어드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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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솟아오른 전망대까지 느긋하게 꽃 구경하며 거닐었습니다.
누가 일본인 아니랄까봐 항상 일본인 관광객들은 집합시간보다 5분~10분 일찍 모이길래 시간이 아슬아슬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비싼 돈주고 구경하는데 약속에 늦지만 않으면 되겠지 싶어서 아슬아슬할 때 까지 구경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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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말하는 거지만 꽃사진은 찍을때도 좋고 볼때도 좋아요. 천연 모델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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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정열의 단독샷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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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떼거지샷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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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가끔은 쓸쓸해 보이는 샷도 꽃들은 전부 소화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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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보지 않는 해바라기는 뭐라고 할까요... (이게 츤데레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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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밭을 산책하시는 부모님 모습이 보기 좋았네요.
역시 사람은 꽃과 풀과 숲이 있는 곳에서 동물과 함께 살아야 사람다운 거라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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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관광용으로 재배하는건지는 모르겠지만 참 가지런하게도 키운다 싶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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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슬슬 시간도 되었고 하니 여행의 마지막 코스인 비에이를 향해 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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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이는 후라노보다 더 시골틱한 곳으로, 관광 시설이랄까 그런 장소 자체가 별로 없습니다.

원래 비에이는 자전거를 빌려서 하루 날잡고 코스를 돌아보는게 정석인 곳이라, 버스를 타고 찾아가서 구경할만한 스팟은 그리 많지 않죠.

작년 자전거 여행땐 추위가 느껴지는 늦가을 (홋카이도에서는 겨울이나 마찬가지)에 왔던 터라 여기서 한가하게 투어링 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단지 최북단을 향해 미친 야수처럼 헥헥거리며 달렸던 때라, 이렇게 엘레강스하고 앙뉘한(?) 여행을 즐기진 못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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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도 촉박한게 버스투어란 것이니, 비에이는 그냥 요런 곳에서 차 세워놓고 잠시 숨돌리는걸로 끝입니다.
물론 버스안에서도 일본같지 않은 전원풍경을 감상하는건 가능하죠.
가이드 분의 말로는 비에이 근처에서 무슨 영화를 찍는 바람에 관광 스팟이 하나 생겼다고 하는데, 제가 아는 영화가 아니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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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라노와 비에이는 서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풍경이 확 바뀐다던가 하진 않지만
자세히 보면 은근히 느낌이 다르긴 하더군요.
그저 경치만 느긋하게 바라보는 여행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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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소 하나 덩그라니 있는 황량한 곳이지만 이런 센스도 발휘해 놓았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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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이 확 트인 곳이라 어디서 찍어도 인물사진이 잘 받는듯한 착각에 빠지게 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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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라노에서부터 참았는데, 투어 마지막이라니까 결국 참지 못하고 라벤더향 소프트 아이스크림 하나 입에 물었네요. ㅡㅡ;
확실히 라벤더향이 나긴 합니다. 감동할만한 맛은 아니지만 특산품이라는데요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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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경치좋은 곳입니다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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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가 애초에 일본 본토와는 굉장히 이질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긴 한데
그 중에서도 후라노와 비에이는 꽤나 유럽풍의 전원 분위기를 은근슬쩍 풍기는 듯 하네요.

사실 홋카이도의 자연이란 이런 게 아니라, 좀 더 거칠고 황량하고 고독하면서도 생명력 강한 야생의 무엇이라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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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삿포로로 돌아와서 저녁식사하러 나갔습니다. 가는 길에 홋카이도청 구 본청사에 잠시 들렀습니다.
1888년에 세운 네오바로크 건축 양식이라 건물 자체가 삿포로의 역사를 보여주는 곳이죠.
옆에는 조그만 연못이 있어서 시민들이 맥주 파티를 벌이는 중이었습니다.

삿포로는 여름엔 맥주, 겨울엔 얼음축제로군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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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은 창업 40년이 넘은 라멘집 타이코우(大公)에서 먹었습니다.
하지만 예상했던대로 짠 음식을 싫어하시는 어머니는 아주아주 질색을 하시더군요.

전 라멘을 워낙 좋아해서 작년 자전거 여행때도 하루 한끼는 꼭 라멘을 먹을 정도였는데
일본 라멘의 진한 국물을 도저히 좋아하실수 없는 엄니였습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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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는 뭔가 유명한 사람들의 사인이 걸려있었는데
사실 요즘 삿포로역 옆의 라멘공화국이나, 유명한 라멘요코쵸(ラ-メン橫丁)에 비해 특출난 맛은 아니었습니다.

저 혼자 왔다면 아마 매일 점심마다 맛있는 라멘 찾아다느라 정신이 없었을텐데... 어머니께서 질색하시니 그건 다음 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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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길에 아버지께서는 다시 츄오도리에서 열리는 맥주축제에 발걸음을 옮기셨습니다.
밤에도 여전히 사람은 많더군요. 3~4명이서 5L 짜리 거대 생맥주 통을 놓고 마시는 모습을 보니 이쪽 사람들도 한가닥 하는듯.
홋카이도가 원래 본토에 비해 강인하고 남성적인 분위기를 많이 풍기는 곳이라, 술마시는 모습도 좀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내일도 버스표 끊어서 떠나야 하는 일정입니다. (가이드 투어는 아니고 제가 직접 가이드해서)
마지막 날은 아침에 산책할 시간말고는 없는 빠듯한 일정이라 사실상 마지막 관광이 되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