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때 엄니와 함께 극장서 관람 후 여러가지로 충격을 먹었던 작품입니다.

멋들어지게 최후의 전투를 펼치는 주인공의 모습을 상상하던 싱그럽던(?) 시절의 제 머리를 크게 강타했었죠.

 

중학생이 되고서야 작품의 맛을 점점 음미하게 되었고

절벽 위에서 원주민 역사의 마지막을 상징하듯 대치한 두 명의 모습(위 영상 7분 50초에 나옵니다)에서

영화라는 매체가 가지는 현실의 힘을 실감했을 때의 느낌은, 어찌보면 두려움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 같군요.

 

엄니도 아마 기억하지 못하시겠지만, 관람후 열이 나서 며칠 뻗기도 했습니다. 그게 지혜열이라는 걸까요.

그 나이에도 이걸 극장에서 볼 수 있었던 시절이었고,  그 나이의 저한테는 그만큼 큰 충격이기도 했습니다.

 

200년 전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은, 기록가능한 인류 역사이래 가장 큰 학살극이 벌어졌던 미국 대륙의 현실을 구슬프게 그려냅니다.

서구인들이 들어오기 전의 원주민 인구는 최소로 잡아도 5천만명, 이것이 1900년대 들어서 25만명으로까지 줄어들었죠.

전체 인구의 99.5% 을 몰살시킨 서구 이주민들에게 옥수수 재배법을 가르쳐 굶주림에서 구해준 이들이 아메리칸 원주민들이었습니다.

'Thanksgiving Day' 의 원래 의미가 이것이었다는 사실을 안다면, 가끔 머리가 멍해지기도 합니다.

 

각설하고, 이 작품을 평생 제 머리에 각인시킨 중요한 요소로 트래버 존스가 작곡한 OST 를 빼놓을 수 없죠.

남아공 출신 지휘자 겸 작곡가인 트래버 존스는, 큰 히트작의 OST 를 맡은 적은 별로 없지만

일단 이 작품의 음악만큼은 영화사에 영원히 남을 명곡으로 이어질 것임에 틀림없을겁니다.

매니악하게 파고들자면, 존 부어맨의 잔혹한 영상미가 뇌리에 남는 엑스칼리버(Excalibur, 1981)의 음악도 이분이 담당했습니다.

 

당시 CD라는 매체가 혜성처럼 등장하던 시기라서, CD생활 초기에 구입했던 소중한 앨범이기도 합니다.

앨범 전체가 버릴것없는 알짜배기이니, 망설임없이 추천할 수 있는 녀석.

 

 

 

여담으로 이 작품의 감독은, 먼 훗날에야 알게 됐지만 콜래트럴과 히트 등으로 제가 아주 좋아하는 마이클 만이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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