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Art Factory 청춘'에서의 공연이 전야제 느낌이었다면

23일 두류공원 야외음악당에서 열리는 '한여름밤의 재즈 카니발'은 대구 국제재즈축제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공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년 공연은 국제육상선수권대회와 맞물려서 성대하게 진행되기도 했고

좀 덥긴 했지만 날씨도 화창해서 산책나온 사람들까지 몰려드는 덕에

좌석은 금새 가득 차고, 뒤의 잔디밭에도 가득가득 모여들어서 대성황을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이어지는 폭염에 견디지 못하고 하늘이 무너지기 시작한 날이 딱 이때쯤이어서

아침부터 공연이 시작되는 저녁 7시까지도 꾸준히 비가 쏟아지고 있군요.

 

혹시나 싶어서 오늘 공연 하는지 문의전화까지 넣어봤는데, 비가 와도 공연은 진행한다는 답변이 왔습니다.

관객들이 모이지 않을 것은 뻔한 사실이었지만 그렇다고 공연을 취소할 수는 없겠죠.

 

역시나 공연장에 도착하니 좌석의 1/10도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중입니다.

그렇지만 작년에도 그랬듯 공연이 시작되고 나면 조금씩이나마 사람들이 모여드니

잘하면 좌석의 절반 정도는 머릿수가 채워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해봅니다.

세 파트로 나뉜 좌석의 양쪽 사이드에는 그나마 비를 피하기 위한 천막이라도 세워져 있었지만

촬영과 음향장비가 설치된 중앙 좌석부는 시야를 가릴 수 없어서 천막도 없습니다.

 

프레스 신분인 제 입장에서는 오히려 이게 도움이 되는 편이죠. 어차피 판초 우의 덮어쓰고 돌아다녀야 하니까.

자전거 여행때 신세를 졌던 판초우의를 오랜만에 꺼내입으니 살짝 감회가 새롭습니다.

 

 

 

대구 재즈축제의 단골 진행자 평론가 권오성씨가 어김없이 등장하십니다.

어라 박라온씨는 어디? 라는 의문을 품고 있으니, 일단 개회사에 앞서서 식전행사 개념의 공연이 두가지 준비되어 있다고 하시네요.

글쎄요. 아무래도 인사 한마디 해야 하는 어디의 높으신 분이 늦게 와서 이러는거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듭니다만.

 

비때문에 곤란한 쪽은 관객보다는 사실 진행요원들이죠. 지금 아주 정신없을 듯 합니다.

오늘은 참가 팀이 많아서 시간도 부족하고, 날씨는 엉망이고 해서, 언뜻 보이는 무대 뒤의 스탭들의 긴장한 표정이 역락합니다.

 

 

 

 

시작을 끊은 팀은 김명환 퀄텟이라는 재즈밴드입니다.

김명환씨는 대구의 재즈매니아들에게는 유명한 까페 '클럽소공'의 주인장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예전에도 분명 많이 봤었다는 느낌은 드는데, 확실히 기억하는건 '호우앤프랜즈' 에서 드럼을 맡으셨을 때로군요.

그러고보니 호우 & 프랜즈에서 '프랜즈 부분이 이번에 나오신 퀄텟분들인것 같은 느낌이...

 

밴드해먹고 살기 참으로 빡빡한 한국에서, 그것도 그나마 나은 서울보다 훨씬 더 빡빡한 대구인데

요즘 클럽소공 홈페이지도 들어가지지 않고, 가끔 시내 나가서 걸어다닐때도 영업을 하지 않으시는것 같아서 조금 걱정입니다.

 

 

 

 

피아노의 김정식씨입니다. 우람한 체격이시라고 꽝꽝 때려대는 분이라고 생각하시면 곤란.

물론 파워넘치는 연주도 하십니다만 섬세한 연주도 잘 하시죠. 덩치와 섬세함은 꼭 반비례관게가 아닙니다. 저를 포함해서.

 

 

 

 

 

중앙부 좌석은 천막이 없는데, 그럼에도 이렇게 우산 펴들고 공연을 감상하시는 분이 있습니다.

역시 진정으로 음악을 즐기는 분들에게 비 따위는 장식일 뿐이죠. 높으신 분들은 그걸 몰라요?

 

 

트럼펫 배선용씨입니다. 요 근래 앨범을 내셨다는걸로 기억하는데, 제가 요즘 음악에 신경쓸 여력이 별로 없는 인생을 살아서리...

관악기를 좋아하다보니 트럼펫도 좋아하는 악기입니다. 클라리넷이 여성의 숨소리라면 트럼펫은 남성의 숨소리라고 개인적으로 생각.

 

 

 

뭔가 무게감을 느끼게 하는 김정식씨 외에는 전부 동네 산책나갔다가 돌아오신 듯한 편안한 옷차림이시군요.

베이스의 강성민씨도 언뜻 보입니다. 포지션상 배선용씨가 주목받는 위치라서 강성민씨 찍어드리기가 쉽지 않네요.

 

관객들도 좀 늦게 도착하는 편이고, 비가 이렇게 내리다 보니 재즈축제라는 큰 틀에서 본다면

스타트를 끊는 김명환 퀄텟 분들이 부담이 좀 클것이라고 걱정도 해봤습니다만, 시동 거는데는 충분한 음악을 들려주셨습니다.

 

 

 

어렵지도 않고 지루하지도 않은, 귀에 착착 감기는 시원시원한 음악으로 거친 날씨를 날려버리는군요.

시간이 촉박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연주 끝나고 무대인사가 없이 바로 다음 곡으로 넘어가는게 약간 아쉽긴 했습니다.

 

재즈공연때 중간중간 인사말 듣는게 소소한 낙인데, 이런 면에서는 관객과의 거리가 가까운 소규모 까페가 더 좋긴 하죠.

훗날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대부분의 밴드들이 중간 소개 없이 음악만 연주하고 돌아가시는 걸로 봐서

시간적인 문제가 컸지 않나 예상해 봅니다.

 

 

 

맥주라도 한잔 들고왔으면 판초우의 속에서 빗소리와 함께 음악 들으며 한잔 마시면 완벽하겠는데

프레스로 초청받아 온 몸이라서 그렇게까지 태만할 수는 없죠.

 

음악을 귀에 계속 집어넣으면서도 사진 찍으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니 조금씩 집중이 흐트러집니다.

다음 재즈축제에는 프레스 자격은 사양해 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실 촬영보다 감상이 저한테는 더 중요합니다.

 

 

 

물론 느긋하게 듣다가 조금씩만 사진 담아도 문제없긴 한데

성격 자체가 일단 감투를 쓰면 받은만큼 일을 해야 한다는 타입이라서, 그게 그리 쉽지가 않네요.

 

이동해서 사진 좀 찍고, 2~3분 정도 음악 감상하고 다시 슬금슬금 이동하고 하고 있습니다.

관객이 적다고 해도 관람에 방해가 되면 안되니 허리 숙이도 움직이는것도 고역이네요.

 

 

 

공연 첫 순서는 까페에서 자리잡고 한숨 돌리며 마시는 드립커피 한 잔과 같은 느낌입니다.

과격하거나 개성이 폭발하는 그런 음악은 아니지만 흠잡을 데 없는 안정된 연주로 분위기를 올려 주시는군요.

 

어두침침한 카운터에서 마니티 한 잔과 함께 하는 쿨 재즈와는 달리, 넓직하고 금욕적인(?) 야외공연장에서는 이분들 음악이 참 어울립니다.

 

 

 

마지막 곡을 들을 때쯤에는 보통 귀에 잘 남아있는 인상적인 파트가 조금씩 확립이 되는데

이번 김명환 퀄텟은 연주 끝까지 딱히 어느 파트가 튄다는 느낌 없이 조화롭습니다.

이런 것도 참 좋구나 싶네요.

 

 

 

이어지는 연주는 Jazz Duction 이라는 젊은 그룹이 맡아주셨습니다.

저는 처음 보는 밴드라서 미지의 영역에 대한 기대감이 스물스물 올라오고 있었군요.

다들 젊은 분들인데, 알토와 테너 색소가 리드하는 그룹입니다.

 

 

 

그러잖아도 재즈 기반이 너무나 열악한 한국인데

젊은 피가 이렇게 계속 수혈된다는 건 멋진 일입니다.

좋아서 하시는 것이겠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자원봉사 받는 것처럼 황송한 기분도 들고.

 

제가 좋아하는 색소폰이 더블로 나와서 더욱 흥겨운 느낌입니다.

 

 

 

드럼 분의 머리스타일이 참으로 인상적이라서 자꾸 카메라가 돌아갑니다.

그런데 저 스타일이 굉장히 잘 어울린다는게 더욱 대단하군요. 아무나 하는 머리가 아니죠.

 

하늘로 치솟는 패션 센스에 비해서 드럼은 살짝 단조롭다는 느낌이 들긴 합니다만.

 

 

 

워낙 인상적인 분이라서 한장 더.

요즘 젊은 밴드분들은 왜 이리 훈남훈녀가 많지...

 

 

 

홍일점 피아노분도 굉장히 우월한 외모를 자랑하시는군요.

그런데, 올해 재즈축제 홍보 팜플렛이 너무 부실해서 이분 성함도 안 적어놓으셨습니다.

 

그나마 다음에 포스팅할 브로큰 타임 멤버들도 이름이 뒤바뀐 체로 프린트 되어 있고.

아무리 무료로 배포하는 책자라지만 이렇게 성의없이 만든다면 비판할 수밖에 없습니다. 신경을 쓰여야 할 부분이군요.

 

 

 

저야 그렇게까지 공연을 많이 찾아다니는 편이 아니라서

이 분들 경력이 어떻게 되시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한 번도 접한 적이 없는 분들입니다.

대구를 대표하는 재즈 축제에서 공연을 펼칠 정도라면, 최소한 팜플렛에 제대로 된 정보를 제시해 주셔야 하죠.

 

충분히 인지도있는 유명 밴드 멤버들에 대한 소개가 충실하고, 이렇게 잘 모르는 밴드들은 한두 줄로 설명 끝내버리는건

이 축제의 취지에 맞춰 생각해 볼때, 주객전도가 아닌가 합니다.

 

 

 

베이스나 드럼, 퍼커션 같은 파트의 경우

항상 여러가지 자재들과 멤버들의 철벽 수비로 인해서 사진을 담기가 쉽지 않죠.

그나마 이번에는 프레스 카드를 목에 걸고 왠만큼은 종횡무진할 수 있기 때문에

콩알만한 심장으로 조금씩이나마 자리를 옮겨서 간신히 몇 장 건질 수 있었습니다.

 

위치상으로도 그렇지만, 음악적으로도 뒤에서 묵묵히 리듬을 책임지는 분들이라서, 관람 중에도 신경이 좀 더 쓰입니다.

 

 

 

중간에 색소폰 마이크가 휙 돌아버리는 바람에 난감한 상황이 펼쳐지기도 했지만

그 정도로 열정적인 무대를 보여준 Jazz Duction 이었습니다.

 

아직 자기만의 색깔이 분명한 편이라고 하기는 조금 모자라지만 무대장악력이랄까, 임팩트를 주는데는 능력이 있네요.

피아노분이 약간 조심스러운 느낌이 있어서, 약간 더 텐션을 올린다면 두 대의 색소폰과도 좋은 조합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아쉽게도 이번 역시 무대 인사는 있는듯 없는듯 넘어가 버리고, 개회사 준비로 넘어가는군요.

관객과의 소통이 중요한 재즈공연에서는 참 아쉬운 일인데... 근래 관람한 공연 중 거의 최악의 상황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내년엔 제발 화창한 하늘 아래에서 즐길 수 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