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밤에 한국인 등산객 조난사고 이야기를 들었다. 나하고 직접적인 관계는 없는 운명의 기구함이지만

완전히 타인의 사고만으로 들어넘길수도 없는 것이, 그 사람들이 사망한 산은 나하고 깊은 관계가 있는 곳이기 때문에.

 

설마 그 산을 그런 차림으로 가이드도 없이 올라갈 생각을 하다니, 등산에 너무 익숙해져 있는 한국인다운 방심이었을까.

여행기를 쓸 때마다 한번씩은 언급하지만, 일본과 한국은 가까운만큼 비슷하게 보이는 곳이 많은 반면

생태계의 이루어짐에 있어서만큼은 확연히 차이나는 부분이 반드시 존재한다.

 

화산폭발로 만들어진 섬의 산이라는 게, 단지 제주도밖에 경험하지 못한 한국인에게는 쉽게 와닿지 않았던 것인가.

동네 앞산에 마실나가면서도 히말라야 원정정도는 가능한 고기능성 등산장비를 갖춘 사람들과

해발 3천미터의 무인지역에 산책복 차림으로 올라간 사람들이 겪은 운명의 교차점은, 매장에서 쉽게 구입가능한 고가품의 가치보다 더 무거운 결과를 낳고 말았다.

 

그 소식 때문은 아니지만 전날 잠을 좀 설쳤다. 새벽 4시쯤 잠들었는데, 어차피 토요타 박물관 개장시간이 10시라서 별 문제는 없다.

호텔의 반듯하게 끼워진 이불때문인지, 항상 마지막엔 이불을 풀어헤쳐서 죽부인처럼 돌돌 말아야 잠이 오는듯.

 

9시에 조식먹으러 가서 비치된 PC로 토요타 박물관을 검색해보니 왠걸, 예전에 알아본 것과 달리 지하철로 15분밖에 걸리지 않는곳에 있다고 한다.

입장료나 시설안내도 내가 알고있던 것과는 달라서 의아해 하며 다시 한번 여러가지로 검색해보니

나고야 시내에 위치한 녀석은 토요타 기술 박물관이라고, 토요타의 전신인 방직기계부터 시작해서 자동차 산업까지의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라는 사실이 판명되었다. 내가 예정했던 곳은 그게 아니라 전세계 빈티지 자동차들을 모아놓은 외곽지역의 토요타 자동차 박물관.

 

입장료도 두 배나 비싸지만 그만큼 사진찍을만한 소재가 많은 곳이라, 시간과 교통비를 들여서 그곳으로 출발.

물론 호텔에서 나고야 역까지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한다. 나고야에서 이 셔틀버스로 인해 얻은 이익만 2만원 가량은 된다.

 

 

 

나고야역에서 후지가오카(藤ヶ丘)역까지 이동해서 그곳에서 리니모(リニモ)라는 전철을 타고 간다.

후지가오카까지 꽤나 먼 거리지만 280엔 정도의 요금이 나왔고, 리니모를 타고는 4정거장만 가면 되기 때문에 안심했는데

묘하게 최신식이라는 느낌을 풍기는 이 리니모가, 4정거장 가는데 무려 280엔이라는 요금이 나와버려서 놀라고 만다.

 

이상하다 싶어서 조사해 보니 이녀석은 일본에서 유일한 자기부상열차였던 것.

2005년 나고야가 속한 아이치(愛知)현 엑스포 당시 공개된 녀석으로, 그 후 실제로 운용중이다.

레일 위를 떠서 흘러가는 방식이다보니, 처음엔 뭐 이렇게 부드럽게 움직이나 싶었다.

 

완전 무인 전철이라 앞이나 뒤에서 사진 찍기도 쉽다.

이쪽 지역을 통과하는 전철이 이것 하나밖에 없어서, 비싼 요금에도 불구하고 이용객은 꽤 되는 편이다.

주거지역과 중, 고, 대학교가 꽤나 많아서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듯. 학생 할인받지 않는 나같은 일반인에게는 아쉬울 정도로 비싼 전철이다.

 

돌아가는 금액까지 합하면 오늘의 교통비는 약 1만원 정도. 좀처럼 체험하기 힘든 자기부상열차니 아깝지 않게 음미해야겠다는 의무감에 젖는다.

 

 

 

토요타 박물관이 위치한 예대거리역. 이 근처에 예술대학이 있으니까 지어진 이름인데

사실 토요타라는 세계 정상의 자동차회사가 위치한 곳이라, 기술이나 예술쪽에 특화된 대학이 굉장히 많다.

8km 정도의 짧은 이동구간을 가지는 리니모 선 근처의 대학교만 해도 10개가 넘으니까.

 

특이하게도 각각의 역마다 저렇게 특이한 심볼이 만들어져 있다. 아마 예술대 학생들의 도움으로 만들어 진 것일 듯.

가격은 참 비싸지만 리니모의 특이한 승차감과 놀랄 정도로 깔끔한 역사의 분위기, 정성이 들어간 심볼 등

간단한 관광 코스로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멋진 녀석이라서 별로 아깝지 않다.

 

자전거 여행에 익숙해지면 대중교통에 돈 쓰는데 굉장히 인색해지는데

짧은 리니모 여행은, 단순히 장소 이동으로서의 역할 이상을 수행할 수 있는 곳이라서 만족한다.

사실 리니모 선이 지나가는 역마다 역마다 볼거리나 공원이 꽤나 있으니 하루정도 일정을 잡아서 돌아보는것도 좋다.

 

워낙 더워서 지금은 토요타 박물관까지 걸어가는 것조차 인내심을 필요로 하지만.

 

 

 

자동차회사는 당연하게도 세간의 상식보다 훨씬 더 녹음 풍부한 장소를 가꾸려고 노력한다.

자기네들이 만드는 제품이 얼마나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그게 장사에 얼마나 도움이 안되는지 잘 아니까.

 

토요타가 자연보호를 내세우며 홍보중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역시, 석유를 적게 쓰고 매연이 적다는 장점이 있지만

실상은 전기모터 베터리를 제작하는데 사용되는 희토류 금속이 전량 중국의 해구에서나 추출되는 녀석이고

매장량과 관계없이, 그 희토류를 채취해 베터리로 제작하는데 어마어마한 오염물질이 발생한다는 것은 별로 내세우지 않는다.

 

석유자동차와 그런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환경오염도에 대해서는 아직 어느쪽이 더 친환경적인지 알려진바가 없다.

물론 그건 자동차 회사들이 정확한 정보를 만드는 것 자체를 꺼리기 때문에, 어느쪽이든 서로에게 이득될 게 없는 진실이니까.

 

 

 

그건 그렇다치고, 주위를 한바퀴 빙 돌아서 입구에 도착한다.

이런 한여름만 아니라면 산책로로서도 멋진 곳인데, 지금은 빨리 시원한 곳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11시 조금 전에 도착했는데, 평일이라 사람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승리의 미소가 떠오른다.

자동차 박물관이 그렇듯이 사람 많은곳에서는 사진찍으며 느긋하게 감상하기가 쉽지 않으니까.

 

입장료가 1천엔이나 하지만 아마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것만으로도 본전은 넘길거라 생각하며 안으로 입장한다.

 

  

 

 

실제 전시장은 2층부터 시작인데, 입구로 다가가니 제복을 입은 안내원이 '설명 한번 들어보시겠습니까' 하고 정중하게 물어온다.

다행히 사람이 나밖에 없어서 흔쾌히 승락한다. 이 박물관엔 세계 각국 언어로 해설 라디오가 제공되기 때문에

돈만 지불하면 언어에 문제없이 즐길 수 있지만, 이 자동차 앞에서만은 안내원이 직접 설명해 준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녀석이라서 그런 듯.

 

이 녀석은 AA형 승용차라는 이름을 가진, 토요타 최초의 승용차. 아쉽게도 오리지날이 아닌 레플리카다.

초대 토요타 회장도 애용했다는 이 승용차를 기점으로 토요타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앞부분에 달린 엠블렘엔 한자로 토요타(豊田)가 각인되어 있다.

 

 

 

레플리카지만 구현도는 오리지날의 완벽한 카피품이라고 부를만 하다.

손때하나 묻지 않은 미려한 곡선 자체는, 박물관에서 맨 처음 보게되는 이 녀석의 위압감을 더욱 부각시킨다.

외국에서는 둘째치고, 일본인이라면 올드카의 로망으로 누구나 꿈꿔보는 녀석이지만 오리지날은 존재하지 않는다.

 

 

 

당시에도 사회 최상위 계급만이 접할 수 있었던 모델이라, 최신 자동차와 비교해서 딸리는건 기계적인 성능 뿐일 듯.

아주 부티가 줄줄 흐르는게, 자동차가 인류 역사에서 어떤 위치를 가지고 있는지를 스스로 어필하는 느낌이 든다.

 

 

 

자동차에는 관심이 없는 본인이지만 이 디자인의 승용차가 80년전에 나와서 거리를 활보했다는 사실을 상상해보면

내가 이렇게 사진을 담으며 느끼는 감각의 수백배 정도의 경외감이 당시 사람들에게 떠오르지 않았을까 싶다.

 

현재 세계 1위의 자동차 생산회사인 만큼 일본 내에서의 지위도 압도적인데

덕분에 원래 코로모(拳母) 라는 이름의, 토요타가 시작되었던 마을은 이미 토요타 시로 이름을 바꾸었다.

글쎄, 토요타라는 회사 역시 자부심을 가지는 일본인이 있는가 하면, 사원 쥐어짜는 악덕 경영으로 치를 떠는 사람도 있으니

도시의 이름까지 바꾸어버린 역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도시 이름을 현대시, 삼성시 엘지시(?) 등으로 바꿔버린다면 얼굴 찡그릴 사람이 많을 듯 하다.

 

2010년 자전거 여행때도 큰 사건이 벌어졌었는데

토요타 비정규직 사원 한사람이 처우에 불만을 갖고 자동차로 토요타 공장 내부를 질주하며

그대로 사람들을 몇명이나 치여 죽인 엽기적인 복수극이 일어나 세간이 떠들썩했던 기억이 난다.

 

 

 

2층에 올라가 본격적인 순회를 시작하기 전에 눈에 들어오는 모델.

일단 바퀴와 동력으로 굴러가니 자동차라고 할 수 있긴 하지만, 자전거인지 자동차인지 아리송한 옛날 모델.

인류의 역사를 바꾼 자동차라는 녀석은 이런 것에서부터 서서히 태동했다.

 

 

 

토요타 박물관이지만 2층은 전부 외국 자동차들의 역사를 간직한 모델들로 전시되어있다.

초대 회장 자신이 굉장한 자동차 오덕이기도 했고, 아무리 토요타의 역사가 일본 자동차의 역사라고는 해도

세계적 흐름으로 따지자면 이 녀석들에 대한 설명이 없이는 박물관으로서의 면모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니까.

 

 

 

1901년에 제작된 프랑스의 파나르 르바소르 B2 모델.

프론트 엔진 방식이 장착된 세계 최초의 자동차라고 한다. 사실상 자동차 시대를 연 주역이라고 할 수 있다.

 

재미있게도 자동차 초기 역사란, 사람들의 이동수단보다 레이싱 경기용으로 그 명성을 떨쳤는데

이 프론트 엔진 방식의 성능이 월등히 뛰어나 다른 회사들도 전부 FE 로 구조를 바꾸게 되었고

그로인해 우리가 알고있는 자동차의 모습이 점점 정립되어 갔다고 한다.

 

 

 

1902년 제작된 미국의 올드모빌 커브드 대쉬.

세계 최초의 대량생산차라고 한다. 앞부분이 휘어서 커브드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물론 대량생산이래봤자 귀족계급이나 타고 다니는 녀석이었지만.

 

토요타라는 회사가 세삼스럽게 일본인스러운 회사라는게, 이런 빈티지 자동차들의 관리상태에서 느껴진다.

100년이 넘은 모델이지만 이 정도의 보존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건 이미 집념의 경지에 가깝다.

횬다이가 아무리 자동차 잘 팔아재껴도 눈길하나 가지 않는것은 이런 박물관 하나 한국에 짓지 못하는 현실 때문이 아닐까.

 

 

 

미국의 스탠리 스티머 모델 E2. 1909년 제작된 녀석이다.

설명을 보니 이 회사는 1890년대부터 증기자동차로 명성이 높았던 곳인데

뛰어난 기술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솔린 엔진의 시대흐름에 따라가지 못하고 도태되었다고 한다.

 

이런 설명이 일본어, 영어, 중국어, 한국어로 모두 적혀있기 때문에 간단한 투어는 그냥 맨귀로도 충분하다.

라디오 설명을 들으면 더욱 자세하게 알 수 있겠지만, 지금 본인은 자동차 자체에 관심이 있는게 아니라

이런 피사체들을 마음껏 감상하며 셔터 누르는 재미로 충만해 있기 때문에 설명은 이 정도로도 차고 넘친다.

 

 

 

자동차 덕후라고 하더라도 이런 올드모델에는 관심이 없는 부류도 있을테니까.

어쨌든 한국에서는 구경하기가 불가능한 빈티지 모델들이 거대한 빌딩에 꽉꽉 차 있으니까

보고 즐기는 관광이라는 쪽에서 본다면, 충분히 입장료가 아깝지 않은 곳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사실 카메라가 없었으면 다 돌아보는데 1시간쯤 걸렸을려나 싶기도 하다.

아주 신나게 찍어대다보니 시간이 참 많이 걸렸는데, 개인적으로는 셔터도 일 좀 시켜줄 수 있어서 대만족.

 

 

 

기품이 철철 넘쳐흐르는 이 녀석은 캐딜락 모델 A 라고 하는데

현대에도 명성을 날리고 있는 이런 메이커들은, 절대로 하루아침에 이름을 얻은게 아니라는걸 세삼 느끼게 해 준다.

우리 할아버지들이 태어나기도 전의 시대에 이런 것들을 만들어내고 있었으니.

 

 

 

박물관의 매니아성을 잘 알수 있는 모니터.

캐딜락 모델 A 를 실제 주행하고 있는 영상을 틀어놓고 있다.

유지보수를 위해 주기적으로 박물관 내부 서킷에서 이렇게 실제로 주행을 하고 있다고.

 

사실 여기 전시된 녀석들, 가격으로 환산할 수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굉장한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밑에 조그맣게 둘러쳐놓은 펜스 외에는 아무런 칸막이가 없다.

그러면서도 지문 하나 묻어있지 않은 깔끔함을 자랑하니, 관람 문화에 있어서는 이보다 더 부러울 수가 없다.

 

 

 

자동차 매니아라면 알 수도 있을법한 동상이다.

자동차의 역사에서 결코 이름이 지워지지 않을 전설적인 메이커의 마스코트다.

롤스 로이스의 엠블렘인 환희의 여신상.

 

 

 

1900년대 초기 이탈리아의 전설로 회자되는 최고급 자동차 이소타 프라스카니 티포 1 모델.

엔진의 구조를 보여주기 위해서 프레임이 분해되어 있다.

 

100년 전이라는 세월의 흐름을 생각해보면, 이런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엄청난 노력이 집중되었을까 놀랍기만 하다..

 

 

 

세계적으로 본다면, 서양의 기술문물에 비해 절대적으로 뒤떨어지기 시작했던 동양권이라서

못살던 동네 양아치가 장사에 대박나서 떵떵거리는 지주로 부상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주민들의 마음처럼

수억명의 인구와 수백년의 역사라는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흐름도 대충 닮은꼴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저렇게 오일탱크와 가솔린탱크를 뒤에 달고 체인의 구동력으로 바퀴를 움직이는,

비유하자면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하기 조금 전의 구세대 인류와 같은 묘한 느낌이 눈길을 끈다.

 

이런 걸 보면, 과거가 아니라 미래의 자동차란 과연 어떻게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을것인가도 즐겁게 기다려진다.

 

 

 

스터츠 베어캣 시리즈 F 라는 모델. 1914년 미국에서 제작된 녀석.

시대를 풍미한 스포츠카로, 각종 레이싱에서 우승을 휩쓸었다고 한다.

 

 

 

생긴건 참 기품있어 보이지만 당시엔 야성적인 이미지로  유명했다고 하는데.

이런 녀석으로 레이스를 한다면, 사고가 났을 경우 레이서는 대체 어떻게 되는 걸까 싶다.

 

 

 

위미를 알 수 없는 운전대의 부품. 라디오 안내에서는 저런것도 설명을 해 주는건지 모르겠다.

 

안내원 붙잡고 물어볼수도 있지만 사실 이런 의문이란 건 그냥 여행중 지나가는 잡생각에 불과하다.

자동차에 별로 관심이 없는 내가 저것의 용도를 알아낸다 해도 그건 그냥 술자리에서 잠깐 으시댈 수 있는 여흥거리일 뿐.

 

 

 

여러가지로 인상깊은 모델이지만 저 엠블렘이 자기주장을 아주 강하게 하고 있는게 놀랍다.

 

현대 메이커들의 엠블렘은, 여전히 그 정통성과 나름의 목적의식은 드러내고 있음에도

점차 은유화되어 현대인들의 호기심을 은연중에 유발시키는 방식으로 변해가고 있는데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세련됨이라는 개념이 미래로 진행하는 부산물이라면

이 과거의 엠블렘들이 가지는 고풍스럽고 살짝 치기넘치는 존재감은 당시 사람들에게 어떤 인상을 심어줬을지 궁금해진다.

 

 

 

이 박물관은 살짝 아쉬울 정도로 맛만 보여주는 그런 곳이 아니다.

아직 전체 전시품의 1/10도 담아내지 못할 만큼, 하나하나가 놀라운 빈티지들로 가득하다.

한두 개의 주력 전시품으로 손님 끌어볼려는 부류가 아니라서 발걸음마다 눈이 호강한다.

 

조금씩 사람들이 늘어나긴 하지만 이 정도라면 문제없을 듯 하다.

카메라 베터리를 하나 더 가져온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마 이런 페이스로 가다간 베터리 하나로 촬영이 힘들것 같다.

메모리는 32G 인데, 설마 아무리 많이 찍어도 용량이 모자라진 않을거라 생각하고.

 

 

 

1900년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포드사의 모델 T.

대량생산과 코스트 절약으로 무장한 이 자동차는 1500만대 이상이 판매되며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현대인의 눈으로 보기엔 여전히 화려하기 그지없지만, 이 때부터 자동차란 열심히 노력해서 어떻게든 손에 넣을 수 있는 녀석으로 진화해 가기 시작한 것.

 

 

 

하지만 반대로, 현대인의 눈으로 봐도 '아! 이녀석은 고급이다' 라고 한눈에 인식할 수 있을 정도의 모델이 옆에 있다.

포드의 모델 T 가 한눈에 티코로 돌변해 보일 정도로 눈을 의심케 할 저도의 미려한 디자인.

아낄 돈이 어디있냐고 일갈하는 듯한 어마어마한 세공품들이 현실감을 잊게 만든다.

 

 

 

지금 봐도 꿈속에서나 그릴 듯한 로얄 마치.

이걸 100년전에 타고 다닌 사람이나, 그 모습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드림카라는 개념은 사실 자동차가 태생되었을 때부터 존재했었다.

 

 

 

이곳 토요타 박물관에서 단연코 눈을 빼앗길 수 밖에 없는 확실한 몇 가지 모델중 하나.

1910년 제작된 롤스 로이스의 실버 고스트이다.

 

테스트기가 은색이었고, 저소음으로 유령처럼 주행했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기도 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워낙 성능이 좋아서 1차대전때 장갑차로 개조되어 전장에 투입되기도 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100년이 넘는 롤스 로이스라는 메이커의 역사 안에서도 단연 최대의 걸작으로 인식되는 녀석.

만일 나에게, 2013년형 부가티 베이론이나 람보르기니 같은 모델과 이 녀석 중에 하나를 고르라는 신의 자비가 내려온다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녀석을 선택할 것 같은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런지 모르겠다.

 

물론 아직 박물관 순회는 시작했을 뿐이고, 내 눈과 카메라의 셔터를 즐겁게 해줄 모델들은 여전히 줄지어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