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에 한 대씩 오는 버스를 타고 야시마 산 정상으로 향합니다.

길이 상당히 좁은 편이라 커브를 돌 때는 하반신이 조금 쫄깃해 지는 느낌이 들더군요.

창가로 보이는 카가와현의 모습은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자전거 여행 중 참 인상깊었던 곳 중 하나죠.

 

카가와현이 속한 시코쿠(四国)라는 섬은 본토와 다리로 연결되어 있는데

거의 대부분이 산지인데다가 작은 섬들이 많아서 한 번에 지나가지는 못하고 이 섬 저 섬을 건너서 들어가야 합니다.

본토와 시코쿠 사이의 조그만 해협은 세토 내해(瀬戸内海)라고 하는데, 해류가 강해서 소용돌이같은 현상이 일어나기도 하죠.

 

 

 

지형상 다리가 상당히 높게 설치되어 있어서 자전거로 올라가기가 참 힘들었던 곳이죠.

하지만 워낙 주변 풍경이 좋아서 중간중간 멈춰서 휴식도 취하고 사진도 찍고 하며 즐겁게 돌았던 곳입니다.

 

본토와 시코쿠를 잇는 세토 대교라는 걸출한 녀석이 있긴 한데

그쪽은 제 루트와는 맞지 않아서 그 전의 조그만 섬들을 거쳐서 시코쿠로 들어갔습니다. 이 곳이 제가 건넜던 가장 큰 다리네요.

이 날은 세토 내해치고는 많이 잔잔했던 편인데, 그래도 해류의 음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참고로 여러 개 섬을 억지로 잇는 다리다 보니 코스가 참 귀찮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길이 좁아서 자동차가 옆을 지나갈 때는 좀 긴장도 했지만 워낙 천천히 운전하는 사람들 덕분에 무난히 올라갈 수 있었죠.

하루종일 날씨도 좋고 시골이라 사람들 인심도 좋아서, 가게 할머니한테 귤도 한봉지 얻고 하며 즐겁게 달렸던 추억이 있습니다.

 

저기 도로에서 길에 떨어진 SD 메모리카드를 주워들고 '혹시 기밀 문서라도 들어있는 녀석 아닌가' 하며 두려움에 떨기도 했습니다.

8G 짜리인 줄 알고 일단 가져왔는데, 훗날 한국에 돌아와서 자세히 보니 무려 8M 짜리더군요. 이 녀석이 길거리에 떨어진 지 얼마나 오래 지난 걸까요.

안에는 손상된 파일 몇 개와 사진 파일 몇 개가 들어있었습니다. 지금도 의문에 가득 찬 메모리카드죠.

 

 

 

그렇게 옛 추억에 잠겨있다 보니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주차장이 어마어마하게 넒더군요.

버스와 승용차 합쳐서 100대는 쉽게 주차할 만한 공간이 산 정상에 위치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야시마 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는 증거이겠죠.

 

원래는 전철역에서 바로 정상까지 올라가는 로프웨이가 있었습니다만 그건 폐쇄되고 이제 버스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정거장에서 바로 보이는 거대한 그림은 일본사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겐페이 합전(源平合戦)의 그림이군요.

 

헤이안 후기 권력을 쥐고 있던 헤이케 가문과 그에 맞선 미나모토 가문이 벌인 전쟁으로, 전국시대 후 일본이 통일되기 이전 가장 큰 전투였습니다.

이 야시마가 헤이케 가문의 본거지였는데, 세토 내해를 끼고 강력한 수군을 가지고 있던 헤이케 가문이 방심하고 있는 틈을 타

그 거센 세토 내해를 단박에 건너온 미나모토군이 승리를 거둔 전투가 야시마 전투입니다.

 

이후 가장 유명한 단노우라 해전에서 헤이케군이 전멸하고 어린 천황도 물에 뛰어들어 생을 마감함으로서 헤이안 시대는 막을 고하고 가마쿠라 시대로 넘어가게 되죠.

기록상으로는 천황에게 계승된다는 3종의 신기도 단노우라 해전에서 바다에 잠겼지만, 그 중 하나인 검만은 찾아내지 못했다고 하는군요.

물론 애초에 실존여부 자체가 불확실한 녀석이라 그냥 떠도는 이야기 이상의 의미를 갖긴 힘듭니다만.

 

 

 

엄니에게 이것저것 설명을 해 드리긴 하는데 원래 일본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냥 한 귀로 듣고 흘리는 게 정상입니다.

일단 엄니는 산 정상에 이렇게 훌륭한 사찰이 서 있다는 것 자체를 놀라워 하시네요.

 

이 야시마 절은 88개소 순례길 중에서 84번째에 해당하는 곳으로, 이 정도면 1400km의 기나긴 순례길의 막바지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 곳에서 세토 내해를 바라보는 순례자들의 기분이 어땠을런지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엄니와 함께 갔던 이 당시도 낡은 옷과 삿갓, 짚신과 지팡이 하나를 짚고 올라온 순례자를 볼 수 있었죠.

오직 도보로만 이동하는 이 순례자들은 최소 한 달이상 걸어와서 이 곳에 도착한 것일 테니 상당히 감동적일 듯 합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절이나 신사에 봉납하는 걸 참 좋아하는 민족이다 싶습니다.

사실 야시마 산 거의 대부분이 야시마 절의 소유일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부유한 절인데 말이죠.

 

순례자가 이 곳에서 절을 하고 있으니 몇몇 사람들이 웃으며 다가와 인사해 줍니다.

저도 자전거 여행중이었다면 아마 동료를 발견한 기분으로 인사를 했을 것 같네요.

 

요즘엔 프로 순례자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로 순례자들이 많아지기도 했고, 그들을 위한 지도와 안내서도 현 단위에서 적극적으로 배포하고 있기에

목숨을 건다고 할 만큼 위험했던 예전보다는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코스입니다만 그래도 1400km의 산지를 도보로 걸어다닌다는게 결코 쉽지는 않죠.

 

자전거 세계일주를 준비중인 나침반님 정도라면 그냥 잠깐 바람쉬러 다녀오기에 참 좋은 곳입니다만

이런 편안한(?) 순례길로는 만족하시기 힘든지 훨씬 더 위험하고 어려운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에 관심을 가지고 계시더군요.

 

 

 

야시마가 원래 자연환경이 좋은 곳이기도 하지만 워낙 깔끔하게 정리를 해 놔서

여기가 진짜 산 정상인지 헷갈릴 정도로 정갈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관광객들이 없진 않아도 순례자나 불교 신자 등 좀 더 경건한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꽤나 조용합니다.

마음을 정화하기에 참 좋은 곳이다 싶었지만 역시나 37도를 넘나드는 폭염 속에서는 그 정신도 오래 가질 않더군요.

 

 

 

무슨 언어인지는 모르겠는데 세계 각국에서 관광객들이 온다는 사실만큼은 알겠습니다.

생각보다 걸려있는 에마의 수가 적은 편이기도 하네요. 유명 관광지에 비하면 접근도 어렵고 많이 찾는 곳도 아니긴 합니다만.

 

 

 

본당 옆에는 조그만 토리이 옆으로 너구리 두 마리가 서 있습니다.

이곳 야시마의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한 너구리는 일부일처제의 상징으로, 가정평화와 다산을 기원한다고 하는군요.

 

그래서인지 수컷과 암컷의 모습이 명확하게 구분되는 것도 재미있는 볼거리입니다. 암컷은 젖이 있고 수컷은 그... 보시면 알겠죠.

엄니는 수컷을 보더니 '얘는 X은 작은데 X랄이 왜 이리 크지?'라고 순수한 호기심을 보입니다.

이곳의 너구리는 영물이라서 오랜 세월 살아가면 X랄이 점점 커지고

나중엔 그 X랄을 뒤집어쓰고 다른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전설이 전해지기 때문이라고 친절하게 설명해 드렸습니다.

 

 

 

 

암컷의 경우엔 젖을 물리고 있는 모습을 잘 표현했더군요.

엄니는 저를 낳을 당시 가정 형편이 안좋았던데다가 몸이 많이 허약해서 젖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태어나서부터 분유를 먹이고 한 번도 젖을 제대로 물려준 적이 없다고 하십니다. 기억은 안나지만 서글픈 추억이네요.

 

 

 

경건한 절 기둥에 화석화된 시체가 박혀있습니다. 누가 이런 짓을 했을까요.

나름 포인트는 되는데, 아마도 지금쯤 가 보면 청소해 버렸겠죠.

 

 

 

본당은 1618년에 건립된 녀석으로 국가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관광지로 유명한 사찰과는 달리 좀 더 엄선된(?) 사람들이 찾다 보니 분위기가 상당히 엄숙하네요.

주위에 시끄러운 요소가 전혀 없는 곳이기 때문에 엄니와 저도 말 한마디 없이 조용하게 살펴보며 발걸음을 옮깁니다.

 

 

 

보물을 모아놓은 곳인데 굳이 엄니는 돈 내고 들어가서 구경하고 싶지는 않다고 하십니다.

저도 뭐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해서 그냥 넘어가기로 합니다.

보물관 안에는 10세기 후반에 만들어졌다고 추측되는 목조천수관음좌상이 가장 볼만하다고 하는데, 제가 불교에 심취해 있지 않아서.

 

 

 

요즘엔 일반적인 신발로도 순례길을 걷는 사람이 많습니다만

진짜 제대로 하는 사람들은 신발도 이런 짚신을 신습니다. 저 같으면 평지만 걸어도 발바닥이 큰일나겠는데 말이죠.

 

물론 순례길이라는 게 그렇게까지 엄숙해야 할 필요도 없고, 오직 자기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 걷는 것이니

남들과 비교해가며 우위를 따지는 건 이런 순례와 가장 거리가 먼 행동이겠죠.

 

전 발 상태가 안좋은 편이기 때문에 저런 짚신까지는 무리지만, 언젠가 걸어서 88개소 순례길을 완주할 생각은 갖고 있습니다.

 

 

 

절을 통과하고나면 야시마 전망대가 눈에 들어옵니다.

사실 관광객들에겐 절보다 이 전망대가 더 유명하죠. 날씨 좋을 때 내려다 보이는 풍경은 다카마츠에서 가장 훌륭하다고 합니다.

 

전망대라고 할 수 있는 곳이 상당히 넓게 분포되어 있어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산책 겸 풍경 즐기기에 참 좋더군요.

물론 그것도 이렇게 덥지 않을 때 한하는 이야기입니다만.

 

 

 

저 멀리 세토 내해가 보이는군요. 풍경 하나는 장관입니다.

조금 당겨서 보면 한려수도와도 비슷한 풍경을 보여줄 듯 하네요.

 

날씨가 좋긴 한데 한여름이라 대기에 수증기가 많아서 시야가 시원하게 트이지는 않습니다.

가끔 바람이 불어오면 땀으로 범벅이 된 등줄기가 시원해 지는 게 올라온 보람이 있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엄니가 도시쪽을 보더니 거기가 이렇게 컸었나 하고 놀라십니다.

그렇게 높은 빌딩이 없어서 인구밀도는 낮습니다만 어쨌든 시코쿠에서 가장 큰 도시니까요.

 

실제로 시코쿠에서 이만한 평야지대에 위치한 도시가 별로 없어서

저도 자전거 여행중 한동안 고생 좀 하다가 간신히 타카마츠에 도착했을 때에는 뭔가 낙원에 도달한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다른 대도시처럼 번잡하지도 않고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어서 리츠린 공원 등을 둘러보며 느긋하게 휴식을 취했으니.

이 정도 규모의 도시에 바다와 산을 함께 볼 수 있고 대기오염도도 낮은 곳을 보기란 그리 쉽지만은 않습니다.

일본 내에서 매년 살기좋은 도시 상위권에 꼽히는 이유가 있는 것이겠죠.

 

 

예술성이 느껴지는 돌다리를 건너가 보지만 밑에 물이 없네요.

물이 흐르도록 만들어 놓은 게 아니라 아래쪽에 길이 있습니다.

 

원래같으면 이 다리 위에서 사진 찍는 여행객도 많으리라 생각하지만

오늘은 이곳 전체를 엄니와 제가 전세낸 것이나 다름없으니 한산합니다.

 

 

 

다리 아래쪽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밑에 아주 조금이지만 물이 고여있군요.

우동으로 유명하기는 하지만 원래 주 생산품은 광석 계열이었기 때문에

시코쿠무라는 전반적으로 돌을 이용해서 주변을 꾸며 놓았습니다.

 

산책에 적합한 곳이지만 한여름엔 나무그늘마저도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할 정도로 더워서

아무래도 날짜를 잘 정해야 즐거운 관광이 될 것 같네요.

 

 

 

예전에 간장을 담던 옹기들을 이용해 벽을 만들어 놨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중간중간 구멍을 막아놓은 녀석들도 보이네요.

 

한국의 간장은 메주만을 이용해 만들었지만 일본은 거기에 찐 보리나 밀 등을 넣어 발효균을 인위적으로 발생시키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그래서 염도가 낮고 제작 기간이 비교적 짧아서 대량생산이 가능한 특징이 있습니다.

일조량이 많고 산지가 많은 지역이라서 간장 만들기에는 딱 좋은 기후였는데, 상당히 큰 규모의 간장공장이 예전부터 성행했다는군요.

 

 

 

간장을 만들던 건물입니다. 안으로 들어가면 아주 약간이지만 코를 자극하는 간장 냄새가 남아있더군요.

실제로는 간장만 만들던 곳은 아니고 발효주를 만들기도 했는데

간장이나 술이나 직사광선에 노출되는 것은 좋지 않기 때문에, 이런 건문들은 창문이 상당히 작게 만들어져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덕분에 덥기는 또 무지하게 더워서 엄니는 잠깐만 둘러보시고 바로 나가시네요.

 

 

 

내부는 이런 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2m가 넘는 거대한 목욕탕 같은 나무통이 몇 개씩 늘어서 있죠.

 

숙련된 장인이 저 위에 올라가서 잘 저어줘야 간장이든 술이든 만들어 지는데

술도 마찬가지지만 간장도 저 정도 양을 숙성시킬때는 냄새가 엄청나기 때문에 사고가 나는 일도 적지 않았습니다.

 

일본에서 예전부터 내려오는 무서운 이야기에는 가스에 중독되어 술통에 빠져 죽은 사람을 모른 채 술을 담아 마셨다는 내용이 나오죠.

 

 

 

상당히 낡은 고기잡이배가 앞에 서 있는 구 가옥이 인상적이네요.

 

설명을 읽어보니 토쿠시마의 해안가 절벽 밑 마을에서 생활하던 요시노라는 사람의 집과 배라고 합니다.

토쿠시마 근처의 태평양쪽 연안은 지형이 복잡해서 풍랑이 심한 곳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비바람을 피하기 위해 저렇게 지붕이 있는 고기잡이배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볼거리는 참 풍부했지만 그만큼 땀으로 샤워를 하면서 시코쿠무라를 한 바퀴 돌았습니다.

이제 다음 코스는 버스를 타고 야시마 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것인데

아무래도 서둘다가는 체력적으로 문제가 생길 것 같아서 엄니와 함께 시코쿠무라 주차장 앞에 서 있는 산뜻한 집으로 들어갑니다.

 

꽤나 멋들어진 의자도 관심을 끌었지만 여기 앉는다고 소모된 체력이 회복하리라고 기대할 수가 없는 더위네요.

 

 

 

척 봐도 메이지 시대 이후에 불어닥친 서양풍 저택이로군요.

설명을 읽어보니 당시 서양인들이 많이 들어왔던 코베에 서 있던 건물이라 합니다 통째로 옮겨왔군요.

 

시코쿠무라와의 역사적 관련성은 없습니다만, 민속촌 내부에는 더운 날 편히 쉴 만한 곳이 없는 관계로

역사를 보여주는 민속촌의 분위기와 맞춰서 이런 100전의 저택을 배치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전통적인 휴식처가 없느냐 하면 그건 또 주차장 반대편에 유명한 우동집이 있어서 문제가 없죠.

우동현 카가와의 안에서도 상당한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와라야(わら家)가 이 곳에 있습니다.

평가가 좋은 우동집이고 분위기도 시코쿠무라와 참 잘 어울리는 고즈넉한 곳인데

지금 밥을 먹을 만한 시간도 아니고, 엄니는 그런 것보다 조금 더 시원한 장소와 음료수를 원하시기 때문에 패스합니다.

 

 

 

산으로 가는 버스는 한 시간에 한 대씩 오기 때문에 아직 시간은 널널합니다.

부디 에어콘이 작동하고 있기를 바라며 들어가 봅니다.

 

빙수를 팔고 있다는 표시가 걸려 있기 때문에 적당히 만끽할 수 있겠네요.

안으로 들어가니 일본 기준으로도 상당히 우아하고 절제된 움직임으로 아주머니께서 인사를 해 줍니다.

빠르지 않은 적당한 말투와 화사한 미소로 맞이해 주시는데, 이런 외국 저택에 걸맞는 접대 예절을 보여주시는군요.

 

 

 

이 곳의 가구들은 모두 이탈리아제로 약 150년전 전에 만들어졌다고 하네요.

그런 곳에 땀범벅인 채로 앉아서 살짝 스릴이 느껴집니다.

 

엄니도 분위기는 마음에 드시는지 느긋하게 쉬면서 버스를 기다리자고 합니다.

추울 정도는 아니지만 에어콘이 작동하고 있어서 바깥과 비교하면 천국이네요.

 

음료수나 한 잔 마실까 싶었지만 모처럼 온 곳이니 가볍게 배를 채울 거리도 주문해 보라고 하십니다.

일단 더위를 이기기 위한 빙수 하나와 따뜻한 커피 한 잔, 그리고 에그 토스트를 주문합니다.

 

배가 고프진 않아도 어차피 야시마 산 정상에서 식사까지 마칠 생각은 아니라서 지금 먹어두는 것도 좋겠네요.

 

 

 

아름다운 식기에 비해 빙수는 평범합니다. 사진 찍기에는 참 좋은 딸기색입니다만.

 

일반적으로 일본쪽 빙수는 그냥 얼음을 먹는다는 느낌이 강하고 토핑이 그렇게 충실하지 않죠.

가격도 저렴하고 연유 등이 들어가지 않아서 덥고 목 마를 때 먹으면 팥빙수보다는 좀 더 상쾌합니다.

 

그러고보니 저도 어릴 때 시장 근처 포장마차에서 장 보고 돌아올 때 떡볶이나 오뎅 등을 참 많이 먹었습니다.

여름엔 빙수도 있었지만, 지금 이 녀석처럼 식용 색소하고 미숫가루만 살짝 뿌렸었죠.

엄니가 그런 건 먹으면 안된다면서 잘 사주지 않았기에 좀처럼 먹을 수 없는 특식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대신 떡볶이와 오뎅은 미친듯이 먹었지만.

 

 

 

장소가 장소다보니 가격대가 좀 높은 편이긴 한데 맛은 무난하게 맛있었습니다.

치즈와 함께 반숙 스크램블 에그가 충분히 많이 들어가 있어서 햄과 캐첩의 자극적인 맛을 중화시켜 주더군요.

 

카가와현은 우동이 심히 맛있기도 하고 가격조차도 햄버거 등의 패스트푸트보다 더 저렴해서

헝그리 여행자라면 꽤나 즐겁게 거닐 수 있는 곳이지만 아무래도 영양적으로는 불균형이 좀 심한 편입니다.

특산품이라고 엄니에게 계속 우동만 드릴 수는 없으니 이런 것도 먹어가면서 우아한 느낌을 내 보는 것도 괜찮겠죠.

 

 

 

버스가 오기 10분 전쯤 저택을 나와서 화장실을 해결합니다.

우동집 와라야의 뒷모습도 살짝 담아봤습니다. 물레방아가 돌아가는 우동집 풍경이 참 아늑하네요.

 

가을에 오면 시코쿠무라를 포함해 이 주변 전체가 참으로 아름다운 색을 자랑할 것 같습니다.

자전거 여행 중에도 꽤나 인상이 깊었던 곳이라, 엄니와의 여행 장소로 적당하다 싶어서 다시 오게 되었죠.

 

우동을 좋아는 하셔도 역시 여행중에는 이것저것 다양한 요리를 먹고 싶은 법이니 이 우동집은 다음을 기약하고 버스를 타러 갑니다.

시코쿠무라에는 한 명도 없었지만 의외로 야시마 산 정상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는 사람이 꽤 앉아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