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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5.09.16  영주 명물 고구마빵 4
  3. 2015.09.14  엄니와 여행 - 나오시마 3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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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2015.09.08  엄니와 여행 - 야시마 2편

 

 

엄니 지인분이 송이가 잘 나왔다고 해서 거금을 들여 구입했습니다.

모자가 조금 열려있는 것도 있고 해서 특상품까지는 아니지만

크기나 신선도를 보니 집에서 먹기엔 과분할 정도로 훌륭한 녀석이네요.

 

 

 

근래 몇 년동안 송이를 먹을 일이 없었는데 횡재했군요.

 

자전거 여행 중 나가노현에서 홈스테이를 할 당시

연례 행사로 마을 주민들이 산에 올라가 송이를 따는 시기가 있었는데

그 당시에 풍작도 너무 풍작이라 그대로 시장에 내 놨다가는 가격이 폭락할 위험이 있어서

이런 녀석을 두세 박스씩 가지고 내려왔던 추억이 있습니다.

홈스테이 하는 입장에서 1주일이 넘게 송이파티를 공짜로 즐겨서 오히려 소화가 안 되는 기분이었죠.

 

이런 풍성한 송이는 그때 이후로 오랜만이네요.

 

 

 

명절 선물로 조금 들어온 고기가 있으니 시식을 안 할수가 없죠.

송이는 물로 많이 씻으면 향기가 날아가기 때문에 먼지만 털어낸다는 느낌으로 살짝 씻어줍니다.

 

오후에 차와 다과를 좀 먹어서 저녁식사 필요없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이 녀석이 튀어나오니 안 먹을수는 없죠.

물론 밥은 필요없었습니다만.

 

 

 

여행 이후 잠들어 있던 카메라도 간만에 꺼내서 셔터를 눌러줬습니다.

고기를 먼저 굽고 송이는 그냥 불만 살짝 통하게 한다는 기분으로 넣습니다.

 

굽는 중간중간 날것으로도 몇 조각 집어먹었죠. 신선한 송이는 그냥 먹는 게 참 맛있긴 합니다.

 

 

 

받은 기념으로 맛만 보기로 해서 그렇게 많이 만들진 않았습니다.

엄니와 함께 눈 깜짝할 사이에 해치줘 버렸네요.

 

송이 향기가 밴 소고기와 육즙을 잔뜩 머금은 송이가 환상의 궁합입니다.

저녁엔 그냥 생 송이를 뜯어먹는 편이 건강에 더 좋았으리라 생각합니다만 우연찮게 고기도 있었으니 뭐.

 

다음엔 밥솥에 송이를 잘게 썰어넣어 송이밥을 한번 해 먹어 볼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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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널을 뛰는 중이로군요.

아무 의미없이 그냥 한 장 담아봤습니다.

 

 

 

한국에서 이런 하늘 볼 수 있는 날도 1년중 얼마 되지 않는데

막상 볼 수 있어도 요즘 허리를 다쳐서 하늘이 잘 보일만한 곳으로 가기도 힘드네요.

집안에서 창문이나 열고 빌딩숲 사이사이를 간신히 찾아서 찍어낼 뿐입니다.

 

 

 

엄니께서 걸스카웃 모임으로 영주에 가셨다가 그쪽의 명물 먹거리를 가져오셨습니다.

영주는 고구마가 유명했군요. 전혀 모르던 사실이네요.

 

일본쪽을 전공하다 보니 자연히 한국보다 일본쪽의 지방 특색 등을 훨씬 더 꿰고 있는데

요즘같은 분위기엔 이런 말 하면 매국노 취급받을지도 모르겠군요.

 

 

 

고구마빵이라는 생소한 녀석입니다.

밀가루를 적게 써서 저칼로리 음식이라고 하는데, 밀가루보다 고구마쪽이 칼로리가 낮았던 건가 조금 의아하네요.

다행히도 별로 달지는 않고 고구마 맛이 팍팍 느껴지는게 재미있습니다.

 

밀가루를 사용한 빵의 포근함은 느껴지지 않지만 체감상 앙금이 많이 들었기에 이득본다는 느낌일까요.

 

 

 

맛은 뭐 일부러 사서 먹을 정도는 아닙니다만 영주에 가면 하나씩 가지고 올 법은 하겠네요.

그것보다 고구맘이라는 네이밍 센스가 재미있습니다. 일단 영주에 가면 문득 생각이 날 법한 이름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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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넷세 하우스는 선착장과 지중미술관 중간쯤에 위치해 있는 탓에

얼마 안되는 셔틀 버스도 지중미술관행과 선착장행이 따로 있어서 조금 귀찮습니다.

번듯한 정류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땡볕에서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이런 날씨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네요.

 

앞에서 올라오는 스쿠터가 참 부럽더군요. 저도 엄니 태우고 스쿠터 몰 자신은 없지만.

 

 

 

선착장으로 직행하지는 않고 중간에 내려서 선착장행 버스를 또 기다립니다.

엄니는 더워서 못 움직이겠다고 하시고, 저는 버스가 오기 전에 주변 풍경을 보며 잠깐 산책 나갔습니다.

 

베넷세 미술관에서 슬쩍 보이던 해변가입니다. 저 쪽엔 베넷세 하우스에서 가장 저렴한 숙소인 '비치'가 있죠.

호텔이라고 하기엔 그냥 방갈로 같은 분위기죠. 분위기를 즐기기엔 좋습니다만 미술관 안쪽 숙소와 달리 편의시설쪽이 불편합니다.

 

해변가에 은근히 보이는 노란색과 검은색 물체도 미술 작품입니다.

직접 가 보면 자세히 볼 수 있겠지만 저기까지는 도저히 갈 엄두가 나지 않네요.

 

 

 

그냥 그리 멀지 않은 쿠사마 야요이 작품이나 보러 갑니다.

날씨도 좋고 풍경도 좋아서 물놀이하는 사람들도 종종 보이는군요.

나오시마 역시 일반인들이 평범하게 거주하는 섬이기 때문에 딱히 특이한 일도 아닙니다.

 

조그만 섬이다 보니 역시 터를 잡고 살기에 그리 편리한 편은 아니지만

관광객의 입장에서라면 올 때마다 사람을 끄는 매력이 충분한 곳입니다. 애매하네요.

 

 

 

다행히도 작품 주위에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네요.

멀리서 보는 모습도 충분히 좋은 느낌이라서 일단 한 번 찍어봤습니다.

워낙 눈에 띄는 색을 하고 있으니 사진이 잘 살아나는 느낌이네요.

 

나오시마의 외부에 노출된 전시작들은 대부분이 접근하는데 아무런 제약이 없습니다만

이번 여행중에 외부인이 만져서 부서지거나 작품에 낙서 등이 그려져 있는 모습은 본 적이 없네요.

부디 오래도록 이 모습을 그대로 유지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쿠사마 야요이 작가는 구글로 검색만 해 봐도 본인 사진이 나오는데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작가 모습만 봐도 딱 이런 작품 만들만 하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그녀가 태어난 당시는 정신분열증이 병이라기보다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기 때문에

주위 시선도 그렇고 아버지에게도 학대를 당하면서 참 힘든 시절을 보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쿠사마 야요이를 대표하는 이미지는 이런 기하학적인 물방울과 함께 남근의 재구성을 들 수 있습니다.

 

그 쪽 작품도 쉽게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으니 한 번 감상해 보셔도 될 듯.

 

 

 

 

돌아올 때의 페리는 아침과 달리 굉장히 크고 널널하네요.

느긋하게 자리를 잡고 앉아서 음료수를 뽑아마십니다.

 

그리 오랫동안 돌아다닌 건 아니지만 휴식을 취할 만한 시간이 식사때 말고는 없었기에

다리가 꽤나 저리고 아프더군요. 엄니도 내색은 하지 않지만 피곤하실거라 봅니다.

 

신발도 벗어놓고 천천히 흘러가는 바다 풍경을 감상했지만

그 신발을 벗고 쉬고 있으니 금새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 들어서 또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가 봤죠.

 

 

 

아주 짧은 나오시마 여행이었지만 여러가지로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일단 맛을 봤으니 언젠가는 베넷세 하우스에서 하루 묵으며 섬 구석구석을 더 파고들 날을 기약해야겠죠.

 

타카마츠의 위도를 생각했을 때 짐작을 했어야 하지만, 이 곳은 어쨌든 여름에 상당히 더운 곳이라서

다음에는 조금 더 서늘해진 후에 도전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배를 타고 있는 동안엔 바닷바람 덕분에 덥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이렇게 흘러가는 풍경을 보고 있으면 괜스레 자전거여행 당시의 추억이 떠오르곤 하네요.

 

그 무지막지한 짐덩어리와 무지막지한 몸덩어리를 자전거에 싣고 저기 보이는 저런 곳을 1년동안 달렸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

저도 젊었을 때 나름 막나가는 인간이었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사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세상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확신하고 있기는 합니다만.

 

 

 

굳이 나오시마가 아니더라도 타카마츠는 원래 일본 내에서도 문화의 도시라는 느낌이 있습니다.

이런 희한한 녀석까지 항구에 서 있는 것은 아무래도 나오시마의 영향을 받은 것 같기도 하지만.

 

오늘도 당연히 나오시마만 예정에 넣어놨기 때문에 딱히 서둘러 가야 할 곳은 없습니다.

항구에 왔으니 그 옆에 서 있는 거대한 선포트 타워에도 한 번 들어가 봐야겠죠.

 

 

 

이 주변엔 선포트 타워 말고도 타카마츠 역 등도 위치해 있어서 중심가라는 느낌이 듭니다.

물론 주변을 조금만 벗어나도 도시라고 하기엔 꽤나 한적한 풍경이 펼쳐지긴 합니다만.

 

방금 전까지 나오시마의 자연과 거장들의 작품에 둘러싸여 있다 보니

이런 거대한 구조물 사이사이에서 드러나는 인공미가 살짝 낯설게도 느껴지네요.

 

 

 

물론 이 타워도 꽤나 정갈하게 만들어져 있어서 나름의 매력이 있긴 합니다.

중간층 쯤에는 여러가지 먹거리도 있습니다만 엄니와 저는 조금 전에 나오시마에서 멋들어진 식사를 마친 참이죠.

 

배도 고프지 않다고 하셔서 그냥 전망대 쪽에나 한 번 올라가 보려고 합니다.

원래 전망대를 위해 만들어진 타워가 아니라, 제대로 풍경 감상하려면 최상층 식당에 앉아야만 하지만

다행히도 아주 작은 공간이지만 무료로 바깥을 둘러볼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하는군요.

 

 

 

10명도 서 있지 못할 정도의, 식당 들어가는 입구 한 켠에 마련된 조그만 공간입니다만

그렇게라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면 올라올 만한 가치는 충분하겠죠.

 

이번 여행은 이상할 정도로 다른 관광객과 마주치질 않아서 도시를 엄니와 저만 휘젓고 다니는 느낌이 듭니다.

엄니는 풍경을 보시더니 시골인 줄 알았는데 큰 도시네 하고 신선해 하십니다.

 

대구에서 60년을 넘게 사셨지만 우방타워에도 올라간 적이 없는 엄니라서

실제 우방타워에서 대구 시내를 내려다 보면 대구가 얼마나 큰 도시인지 세삼 놀라워 하실 것 같네요.

 

 

 

바다와 맞닿은 곳이라 그런지 마음이 시원해지는 풍경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저 멀리서는 요트 대회가 열리고 있군요. 정해진 코스를 따라 촘촘히 달려가는 요트 모습이 왠지 정겹습니다.

 

섬나라 사람들이라 그런지 수상 레포츠 쪽이 많이 활성화 되어 있는 듯.

같이 자전거 여행 하던 17세 소년은 바다가 없는 내륙쪽에서 살고 있었기 때문에

바다를 보면 수영하러 가고, 낚시하러 하고 하면서 즐거워하던 기억이 나네요.

저 역시 내륙쪽인 대구에 살고 있었지만 낚시하러 간다는 생각은 해 본적도 없었는데 말이죠.

 

 

 

타워를 내려와서 지하의 기념품점에 들러 봤습니다.

저는 기념품에 별 관심이 없지만, 지인들한테 선물해주면 딱 좋겠다 싶은 녀석들이 꽤 많더군요.

악세사리 등을 사고싶다는 느낌이 만들게 파는 능력은 참 여러번 봐도 대단하다 싶네요.

 

우동현이다 보니 우동에 관련된 상품도 많고, 손가락보다 조금 큰 크기의 우동 마그넷 등이 제 시선을 끌었습니다만

엄니가 아무것도 사지 않는데 제가 지인들 주려고 뭔가 사는 것도 좀 그렇더군요.

 

일단 여행 자체가 엄니에게 구경 시켜드리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건 일단 우선순위에서 제외하기로 했습니다.

앉아서 좀 쉬는 겸 딸기 빙수 하나 시켜봅니다. 딸기향 소스가 아니라 진짜 얼린 딸기와 우유가 들어있는 녀석이네요.

 

아삭아삭한 딸기와 우유 빙수가 나름 잘 어울립니다. 인공 소스보다 훨씬 덜 달아서 갈증 풀기에 좋을 듯.

일본에 도착한 이후로 연일 최고기온이 37~38도를 넘나들고 있어서 강행군은 무리였습니다.

내일은 우동투어 후 기차를 타고 지역을 옮겨야 하기 때문에 이른 시간이지만 간식거리 잔뜩 들고 숙소로 돌아가 푹 쉬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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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미술관의 입구는 매우 작습니다. 실제로 입구만 보면 미술관이 어디 있는지도 모를 정도죠.

그도 그럴것이 지중미술관이라는 이름답게 실제 미술관은 대부분 지하에 묻혀 있기 때문입니다.

인공적인 구조물을 자연과 조화시키는 안도 타다오의 건축 미학과 맞물려 바깥에서는 기하학적인 문양 몇 개가 보일 뿐이지만

내부에는 별도의 인공 조명이 별로 설치되어 있지 않고 전시품의 대부분이 자연채광을 통해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죠.

 

 

 

코베의 잡지 코베코의 2013년 4월 기사 사진입니다.

 

단순히 예술품을 전시하는 공간으로서가 아니라 미술관 자체가 예술 작품으로서 설계되어 있고

전시된 작품들 역시 자연 채광으로 인해 시간에 따라 작품의 분위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이 곳의 작품과 지중미술관은 떨어질 수가 없는 일체화된 예술 작품이라고 할 수 있죠.

 

그 탓에 월터 드 마리아, 클로드 모네, 제임스 터렐의 세 작가의 작품만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설치미술이 다들 그렇지만 설계부터 미술관과 동화되어 있기 때문에 시간의 흐름과 떨어진 독립공간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미술관 자체가 작품이기 때문에 전시작품들을 보기 위해 통로를 걷는 게 아니고

걸어다니는 행위 자체가 작품을 감상하는 수단이 되죠.

 

엄니와 저는 천천히 걸어다니며 안도 타다오 특유의 향을 느껴봅니다.

자연과의 조화에는 시간의 흐름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몇 시간이고 미술관을 돌아다니며 시시각각 변하는 건물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을 듯.

 

 

 

안도 타다오의 작품들은 자연적으로 나타날 수 없는 무채색의 날카로운 직선 블록들로 인해 조용하고 정적인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콘크리트에서 조금 시야를 넓혀 하늘과 주변 풍경을 함께 보게 되면 그 인공미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는 신기한 인상을 받게 되죠.

 

미술 작품은 글로 설명하기에 제 필력이 워낙 부족하기에 설명하기 힘드네요.

어차피 감상하려면 직접 보는 수 밖에 없기도 하고, 이 사람의 건축물은 사전 지식이 필요한 편도 아니라서

여행 목표로 잡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술관 내부와 전시품들은 촬영 금지입니다만 이런 통로는 찍어도 관계없어서

슬금슬금 이동을 하며 빛의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미술관의 모습을 느긋하게 감상했습니다.

 

굉장한 정밀도로 만들어진 콘크리트 블럭이 만들어내는 그림자는 그것 역시 인공미를 머금고 있죠.

황량하다 싶을 정도로 통일된 회색 건물이 차갑고 날카롭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역시 작가의 능력 탓일까요.

 

 

 

빙글빙글 돌아 내려가는 통로를 아무렇게나 찍어보면

모던 아트틱한 선의 흐름이 단편적으로나마 느껴집니다.

 

그리고 완벽하게 계산된 블록의 구멍까지 기계적인 정교함을 한껏 자랑하고 있죠.

시선에 따라서 철저하게 인공적이기도, 조화될 수 없을 듯한 자연과의 조화로움도 느낄 수 있는 장소입니다.

 

 

 

작품의 수는 적지만 하나하나가 놀라운 체험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물론 촬영은 금지라서 소개해 드릴수는 없고, 마찬가지로 코베코에 실린 월터 드 마리아의 작품을 인용해 봅니다.

지중미술관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인 'Time, Timeless, No Time' 입니다.

 

큐브릭 감독의 스페이스 오딧세이에 나오는 모노리스를 연상케 하는 완벽한 인공미로 압축된 공간이죠.

소리가 없이 자연광에 의한 시간의 변화만을 이용하여 그 시간의 흐름조차 엄숙한 느낌마저 들게 합니다.

실제로 보면 굉장히 압도적인 느낌을 받는데요. 작가가 표현하려고 했던 '영원'과 '완벽'한 공간의 이미지가 생생하게 와닿는군요.

 

날씨가 맑았던 게 여기서는 참 이득이 되었네요. 완벽한 채광을 통해서 신비로운 느낌이 가득한 공간을 마음껏 음미할 수 있었습니다.

 

 

전시품이 적긴 해도 시간을 들여 꼼곰히 둘러볼 가치가 충분했기에 감상은 대만족입니다.

한 작품당 입장 인원과 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조용히 차례를 기다려 감상하다 보니 방해가 되는 요소도 없었죠.

 

작품에서 놀라움을 얻기도 하지만 관람객 모두가 미술관의 분위기를 잘 따라서 차분하게 관람을 하니

뭔가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사바세계의 고통을 잊고 성스러운 세계로 들어간 듯한 느낌을 받아서 그것 역시 즐거움의 하나였습니다.

 

지중미술관을 나와서 매표소로 돌아가면 베넷세 하우스로 향하는 버스를 탈 수 있습니다.

자금과 시간이 널널했다면 베넷세 하우스에서 하룻밤 묵으며 이 조용한 일탈감을 조금 더 오래 만끽할 수 있겠지만.

 

멀리 보이는 해변가에도 설치작품이 몇 개 놓여있습니다. 이동수단 없이 가기는 좀 힘들고

베넷세 하우스에서 묵는다면 저기까지 산책갈 만한 여유가 생기긴 하죠.

보기 힘든 사람들을 위해 베넷세 하우스에도 저 쪽 모습을 담은 사진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호텔과 미술관이 결합한 매우 특이한 장소인 베넷세 하우스입니다.

안에 들어가면 에어콘 덕분에 시원해지니 이 끝장나는 폭염도 잠시 잊을 수 있겠네요.

 

호텔에 숙박까지는 못하겠고, 기품넘치는 식당에서 조촐하게나마 식사 한끼를 떼우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듯 합니다.

지중미술관과 별개로 입장료를 받긴 합니다만 미술관의 분위기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돈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요즘 정말 폭발적으로 중국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습니다만

다행히도 이 당시엔 이곳까지 중국인 관광객이 그렇게 많이 오지 않았네요.

거기다 날씨가 야외활동이 위험하다고 경고 나올 정도로 무더웠기 때문에 사람이 꽤나 적은 편이었습니다.

 

미술관 내부엔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으니 당연히 이 곳도 블로그에 남길만한 흔적은 별로 없네요.

하지만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카메라를 들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여행의 목적 달성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습니다.

 

꽤 큰 홀에 전시되어 있는 수다떠는 사람들이라는 작품은

사람 모습을 한 로봇 세 대가 이상한 잡담과 때때로 엄숙한 노래를 부르곤 하는데요.

그 중 한 녀석이 고장난 상황이라 그 점만은 참 아쉬웠군요. 엄니와 함께 '너무 떠들다 보니 고장났나보다'라고 속삭이며 지나갔습니다.

 

 

 

품격이 넘치는 식당에서 우아하게 한 끼 먹어보려고 식당에 들어갔습니다.

식사 마칠 때까지 손님이 엄니와 저밖에 없어서 편안하게 바닷가가 내려다보이는 풍경을 감상하며 느긋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너무 조용하고 사람이 없어서 혹시 맛 없는거 아닌가 하는 걱정까지 들었지만 말이죠.

 

 

 

베넷세 하우스 역시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작품이라 식당 안도 예술적인 느낌이 가득 차 있습니다.

들고 온 짐을 바닥에 내려놓지 않도록 테이블 아래마다 바구니가 놓여있는 모습도 깔끔하네요.

 

맛있는 거라면 뭐든 좋아하시지만 역시 여행와서 가끔은 이렇게 멋있는 곳에서 분위기를 즐기는 것도 좋아하시는 엄니라

지금까지는 합격점이었고, 부디 식사만 맛있게 나오기를 바랄 뿐이었습니다.

 

엄니가 입고 온 옷에는 커다란 꽃이 하나 그려져 있어서 왠지 엄니 역시 이 곳의 작품 한 점이 된 것 같은 느낌이군요.

 

 

식사는 도시락처럼 찬합 형태로 나왔습니다. 평범한 찬합이 아니라 여기도 예술적인 감각이 물씬 풍기네요.

미술관에서 사진을 찍지 못해 여기서 한을 풀어보자고 마구 찍어대고 있습니다만

사실 찍기 전에 미리 찍어도 되느냐고 물어보고 흔쾌히 승락을 받은 이후였습니다.

 

식당 자체도 미술관처럼 꾸며놓았기 때문에 먼저 허락 받지 않고서는 찍어도 되는지 조마조마할 지경이다보니 말입니다.

 

 

소소한 데서 꼼꼼하기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도시락 위에는 싱그러운 단풍잎과 함께 물까지 뿌려놓았더군요.

 

음식의 맛과는 하등 관계가 없는 데코레이션입니다만 역시 손님을 만족스럽게 해 주기 위한 배려에는 즐거워 질 수밖에 없죠.

 

 

 

엄니와 저는 각각 다른 도시락을 주문해서 서로서로 반찬을 바꿔 먹어봤습니다.

3~4만원이 넘는 가격으로 양에 비하면 확실히 비싼 편이긴 합니다만

미술관의 분위기 속에서 정갈하게 차려진 음식을 먹는다는 대가로는 납득할 만 하더군요.

 

나오시마가 위치한 세토 내해가 좁은 해협이다 보니 해산물이 풍부하기로 유명합니다.

덕분에 재료들은 부족함 없이 신선하고, 한 조각 한 조각 먹을 때마다 고개가 끄덕여지곤 했습니다.

 

배를 채운다는 의미가 아니라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는 의미의 식사를 즐기기에 딱 적합한 느낌이네요.

 

 

 

제가 일본의 계란찜인 차왕무시(茶碗蒸し)를 매우 좋아하기 때문에

일식을 주문할 때는 가능한 한 이 녀석이 포함된 메뉴를 선택합니다.

새우나 가리비 등의 각종 해산물이 저 고운 계란찜 속에 잠자고 있죠.

예전에 소바집에서 아르바이트 할 때, 단체 손님들을 위한 세트 메뉴에는 이 차왕무시가 들어가곤 했습니다.

손님들이 돌아가고 난 뒤에 정리를 하면 가끔씩 손도 대지 않은 차왕무시가 남아있곤 했는데

이 녀석은 재활용을 하지 않고 그냥 버리기 때문에 혼자서 치우고 있을 때는 가끔 남은 녀석을 꿀떡꿀떡 삼키곤 했었죠.

 

 

 

유자즙을 이용한 살짝 달콤한 소스에 새우를 전분과 함께 갈아서 만든 경단을 넣은 요리도 참 깔끔하고 맛있더군요.

살짝 아쉬움이 들 정도의 양이지만 먹고 나면 맛있었다 하는 여운이 남아있는 느낌입니다.

 

엄니나 저나 식사가 많이 나와도 절대로 남기지 않는 자연보호정신이 투철한 사람인데요.

이렇게 구별되는 맛을 가진 요리가 조금조금씩 나오는 메뉴는 조금 간질간질한 느낌이 들긴 해도 즐겁게 먹을 수 있었네요.

 

 

 

디저트로는 유자잼을 살짝 얼린 젤리가 나왔습니다.

입가심용으로 만들기엔 손도 많이 가는 녀석이지만 이런 걸 먹을 때면 이 식당이 그래도 정성이 있구나 하는 걸 느끼게 되죠.

상당히 비싼 요리점을 가도 마지막에 나오는 게 인스턴트 디저트이거나 별 것 아닌 매실주스 한 잔일 때면 좀 평가가 박해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평소보다 조금 더 귀족적인 분위기를 즐기며 몸을 충분히 식혔습니다.

나오시마에는 이 두 미술관 외에도 마을 여기저기 위치한 볼거리들이 많이 있습니다만

그쪽은 대부분이 떙볕 아래를 이동해가며 구경해야 하는 것들이라 엄니에게 무리가 간다고 판단해서 패스하기로 했습니다.

 

엄니도 이 정도 구경했으면 충분하다고 하시니 무리하지 말고 일찍 돌아가야겠죠.

친절하게 인사하는 베넷세 하우스의 스탭들을 뒤로 하고 다시 버스를 타러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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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식을 간단히 챙겨먹고 아침 일찍 항구로 나옵니다. 9시도 되지 않았는데 햇살이 정겨울 정도로 징글징글하네요.

어제는 에어콘 켜 놓고 저녁시간을 편안하게 쉬었기 때문에 엄니도 체력이 빵빵합니다.

 

타카마츠에서 가장 현대적인 느낌이 살아있는 하버 포트 부근입니다.

사실 타카마츠역, 버스 터미널이 항구 근처에 모두 모여있어서 실질적인 교통의 중심지죠.

타카마츠에서 가장 높은 포트 타워는 작긴 하지만 전망대도 있어서 날씨가 좋은 오늘은 한 번 올라가 볼만 할 듯.

 

 

 

나오시마행 페리 승선권을 구입하러 들어갔습니다.

여기도 한국 관광객이 꽤 오는지 한글로 적당히 안내문이 적혀있네요.

엄니는 배멀미를 많이 하는 편이라 이거 괜찮은 거냐고 물어보십니다.

저도 배멀미 엄청 하지만 오늘은 바람도 없어서 바다도 조용하고, 30분 정도만 가면 되니 별 문제는 없을 듯.

 

아침 일찍 도착했지만 매표소에는 사람이 꽤나 많이 앉아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오시마가 유명해진 이후로 관광객이 많이 늘었겠죠.

 

 

 

나오시마가 유명하긴 하지만 세토 내해쪽엔 사람이 살고 있는 작은 섬들이 많기 때문에

그 곳 말고도 다른 곳으로 가는 페리선이 꽤 많습니다.

 

출발 20분쯤 전에 배가 들어오길래 저게 우리가 탈 배인가 싶었지만 안내방송을 들어보니 다른 곳으로 가는 배더군요.

날씨 하나는 기가 막히게 좋아서 사진 찍는 재미가 있네요. 더위 때문에 바깥을 많이 돌아다니지는 못하겠지만.

 

 

 

나오시마행 페리는 금새 손님들로 가득 찼습니다. 한국인 관광객도 몇몇 보이는군요.

타카마츠에 오고 나서 처음 보는 한국인입니다. 이제까지는 계속 엇갈렸던 듯?

 

별로 흔들림없이 무난하게 주행을 해서 걱정하시던 엄니도 편안하게 앉아 가실 수 있었습니다.

가까운 거리인데다가 섬을 몇 개 지나쳐 가기 때문에 눈이 심심하지도 않았습니다.

 

사람이 살지 않을 듯이 보이는 섬에도 등대 하나가 멋진 포인트를 만들어 주더군요.

 

 

 

선착장에 거의 도착했습니다. 등대는 아닌 것 같은데 아무튼 붉은 기둥이 꽤나 예술적으로 서 있습니다.

예술의 섬으로 유명한 곳이다 보니 도착할 때부터 뭔가 있어보이는 느낌이 드네요. 선입견의 효과일런지도 모르겠지만.

 

일본에서도 외지 부흥의 가장 성공적인 표본으로 꼽히고 있는 이곳 나오시마(直島)는

1990년 까지만 해도 동과 금등의 철광석이 풍부해서 그럭저럭 명맥을 유지하는 평범한 섬이었습니다.

환경문제가 심각해져 위기감이 더해질 무렵 베넷세 코퍼레이션이 계획한 나오시마 문화마을이라는 프로젝트가 1989년 개최되고

그것을 계기로 젊은 예술가들이 몰려들어와 쓰러져 가던 옛 가옥이나 버려진 폐가를 예술적으로 변화시키기 시작했죠.

 

그 뒤에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安藤忠雄)가 설계한 지중미술관과 베넷세 하우스가 문을 열고

한국에도 전시회를 열어 유명해진 쿠사마 야요이(草間彌生) 등의 작가가 참여해 섬 전체를 하나의 예술 공간으로 탄생시켰습니다.

한국보다 세계적으로 더 유명한 이우환 작가의 개인 전시관도 안도 타다오가 설계해서 이 곳에 위치해 있죠.

 

 

 

전착장을 나오면 사람이 바글바글합니다. 다들 버스를 타거나 자전거나 스쿠터를 빌려서 흩어지네요.

저 혼자라면 자전거나 스쿠터로 섬 전체를 한 바퀴 둘러보겠지만 엄니와 함께 있으니 버스를 타기로 합니다.

 

느긋하게 나오다 보니 첫 버스는 만석이 되어버려 다음 버스를 기다리기로 했죠. 서두를 거 없습니다.

선착장 옆에는 빠르게도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 하나가 전시되어 있어서 구경하러 갔습니다.

 

기괴하다고까지 말할 수 있는 쿠사마 씨의 작품에 엄니도 강한 인상을 받으시더군요.

산과 바다의 푸른 색에 둘러싸여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빨간 호박입니다.

 

 

 

좀처럼 기념사진을 찍지 않는 엄니도 한 장 찍어보라고 하시네요.

찍고 나니 왜 이렇게 살쪘냐고 푸념을 하시긴 했지만.

 

쿠사마 야요이는 어릴 적부터 통합실조증, 한국의 병명으로는 정신분열증에 들어가는 질병을 앓았습니다.

아버지에게 폭력과 학대를 당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편집증적 강박증으로도 고생을 했죠.

그래서 그녀의 작품 대부분은 편집증적인 색채 대비와 연속적인 물방울 패턴 등 강박증 환자의 증세 자체를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평을 받습니다.

 

자신의 작품 자체가 끊임없는 치료 행위의 연속이라고 말하는 만큼 일반인들의 눈으로 보면 뭔가 기괴한 느낌이 들 수박에 없네요.

 

 

 

호박 안에 들어가 볼 수도 있습니다. 다행히 햇살이 좋던 날이라 실내도 바깥과 비슷한 물방울 패턴이 생성되더군요.

엄니는 한동안 이곳저곳을 쳐다보더니 '제정신인 사람이 만드는 작품인 것 같지는 않다'고 하시네요.

 

현대 설치예술은 그야말로 기술적 숙련도와 관계없이 작가의 심상을 그대로 나타내는 것이다 보니

그것이 긍정적인 것이든 부정적인 것이든 내면의 뚜렷한 흔적을 가지는 사람이 더욱 선명하게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이겠지요.

 

 

 

나오시마가 안도 타다오 혼자만의 작품은 절대 아닙니다만

섬 안에서 가장 유명한 예술가이다 보니 곳곳에 그의 흔적이 남아있네요.

 

건축가 안도 타다오에 대한 설명을 여기서 늘어놓기에는 여백이 적어서 생략하기로 하고.

가장 인공적인 소재인 콘크리트를 이용해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하는 작가라고만 적어봅니다.

주차장에서도 그의 건축 철학이 드러나는군요.

 

 

 

서서 가기는 싫어 첫 버스를 보내고 두 번째 버스에 올라탑니다.

나오시마가 단순히 지중미술관 뿐만 아니라 마을 전체와 더불어 해안가 도로까지 참 아름다운 곳이지만

당일치기를 버스로 이동하며 구경하기에는 무리가 많아서, 보통 제대로 보려면 숙소를 잡고 자전거나 스쿠터를 이용하는 게 낫습니다.

 

저도 이곳에서 1박을 했다면 엄니를 스쿠터 뒤에 태우고 이곳저곳을 누볐을 테지만

이곳 말고도 계획해놓은 여행코스가 많은 터라 이번엔 그냥 지중미술관 쪽만 둘러보기로 합니다.

 

 

 

지중미술관으로 가는 도중에 보이는 마을 모습도 정말 일반적인 어촌과는 다르다는게 한 눈에 느껴지네요.

좁은 골목길 여기저기에도 작가들의 조그만 센스가 숨어있습니다.

 

미국의 한 예술가는 이 마을의 신사까지 예술작품으로 변형시켜서 일본인이나 외국인 모두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섬 전체의 분위기가 문화마을 만들기 프로젝트로 인해 이런 모습으로 탈바꿈했다는게 쉽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굉장히 성공적인 성과를 거뒀는데, 민관협력이 올바르게 성사되면 가질 수 있는 힘의 크기가 이런 것이라는 점이 그저 놀라울 뿐입니다.

 

한국에서 이런 협력관계를 바라는 것은 시기상조일까요.

 

 

 

버스를 타고 지중미술관으로 가는 도중 슬쩍 지나간 쿠사마 야요이의 또 다른 유명 작품입니다.

사람들이 많아서 약간 아쉬웠지만 바다 바로 앞에 세워놓은 호박의 강렬한 이미지 만큼은 쉽게 와 닿네요.

 

돌아오는 길에 다시 이 곳을 들를 기회가 있으니 제대로 된 감상은 다음에 하기로 했습니다.

 

 

 

지중미술관은 일단 산 위에 위치해 있습니다. 특이한 점은 매표소와 미술관이 전혀 다른 장소에 있다는 것이죠.

 

미술관에는 엔디 워홀을 비롯한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중이고, 미술관 건물을 안도 타다오가 설계했는데

그러다보니 미술관이라는 건물 자체가 예술작품화 되어 있기 때문에 그 통일성을 위해서 티켓센터를 멀리 떨어트려 놓았습니다.

 

안쪽은 매우 시원해서 음료수를 좀 마시며 땀을 식혔습니다.

매표소 직원은 매우 친절해서 미술관으로 가는 길과 함께 좋은 관람 하시라는 인사도 받았습니다.

 

미술관 안은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일단 여기서라도 기념사진을 한 장 남겼네요.

지중미술관 근처에는 베넷세 하우스라는 미술관 겸 호텔도 위치해 있는데

이곳에 투숙하면 일반인의 입장이 금지된 저녁시간 이후에도 베넷세 하우스 내부의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미려한 해안가와 그에 뒤지지 않는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호텔이라 참 군침이 돕니다만

가장 저렴한 객실도 30만원을 호가하며, 제대로 예술적인 1박을 원한다면 살떨릴 정도로 무서운 가격이라 이번엔 포기했죠.

 

 

 

지중미술관에서도 지겨울 정도로 보게 될 안도 타다오의 아이덴티티 콘크리트 블럭.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이 블럭들은 밀도가 높고 굉장히 정밀하게 가공되어 있어

 

일반적인 콘트리트와는 다르게 상당히 매끈하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타공된 구멍도 완벽한 수치로 일정하게 배열되어 있죠.

당시 이 정도 퀄리티의 블럭을 대량생산할 수 있는 나라가 일본밖에 없었기에 이쪽에서 안도 타다오라는 작가의 이름은 더욱 각별한 취급을 받습니다.

 

 

 

미술관까지는 나즈막한 언덕을 5분 정도 오르면 됩니다만

여름의 폭염 속에서 예술의 섬이라는 이름에 딱 어울리는 꽃밭이 그 짧은 길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도로 안쪽에는 조그만 개울이 흐르는 숲속 산책길까지 만들어져 있죠.

 

제가 사진을 막 찍고 있으니 구경은 미술관 가서 하자며 엄니가 길을 재촉하네요.

날씨가 워낙 더우니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서둘러 따라가면서도 엄니의 여행 추억을 위해 뒷모습이지만 화사한 꽃과 함께 찍어봅니다.

가을 정도만 되어도 이곳 나오시마는 2~3박쯤도 가볍게 즐길 수 있을 정도로 풍경 하나하나가 매우 아름답습니다.

 

해안가에는 조용히 자기주장중인 예술작품이 드문드문 설치되어 있고

마을 안에는 온갖 재기넘치는 아트하우스가 민가와 이질감 없이 숨어 있고

미술관과 결합한 호텔 베넷세 하우스는 기품넘치는 디자인과 함께 뿌듯함을 전해줄 수 있으니 말이죠.

젊은 사람들이라면 저렴한 게스트 하우스에 묵으면서 소박한 매력을 느낄 수도 있고.

 

오히려 이런 폭염 속에 방문했기 때문에 당일치기로 맛만 보고 떠나는 게 덜 아쉽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어느 정도의 조경작업을 거쳤겠지만 인공미보다는 자연미가 더 돋보이는 길입니다.

이런 섬이 80년대까지는 광물 제련소로 인해 공해가 꽤나 심각했다는 게 아이러니하네요.

 

실제로 현재 일본에서 금 생산량이 가장 많은 곳이 이곳 나오시마입니다.

제련소는 현재로 가동중이지만 관광객이 찾지 않는 섬 북부에 위치해 있기도 하고, 요즘엔 공해관리를 더욱 철저하게 하는 편이죠.

덕분에 지금의 나오시마는 남부쪽에 예술이 넘쳐나고 북부에는 금 제련이 활달하게 이루어지는 이상적인 섬이 되었습니다.

 

 

 

빨리 미술관에 들어가자는 엄니의 외침에 이 사진을 마지막으로 전원을 끄며 엄니를 따라갔습니다.

미술관 내부는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이렇게라도 감상을 전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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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를 구경하고 상점가를 빠져나오는데 아이 모자가 걸려있네요.

일부러 놓고 간 것이라는 느낌이 드는데 아깝지 않은가 싶었습니다.

 

날씨 때문인지 사람이 적어서 상점가는 거의 개점휴업 상태인데, 한 할머니가 기념품 사라고 아주 적극적으로 저를 붙잡더군요.

행운을 가져다주는 부적같은 것이라고 하는데 제가 일본에서 겪어본 것 중 가장 강력한 호객행위였습니다.

적당히 괜찮다고 하고 가려고 해도 끈질기게 말을 걸고 사라고 하는 것 보니 왠지 야시마에 남은 경건한 느낌이 사라지는 듯 하네요.

 

 

 

참 이상하게 생긴 나무도 찍어가면서 왔던 길을 돌아갑니다.

두 나무가 합쳐진 것인지 위쪽만 모종의 이유로 고사한 것인지 모르겠네요.

야시마 산은 절 이외에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산책로가 있어서 한 바퀴 돌면 한 시간은 넘게 걸립니다만

오전에 이미 시코쿠무라를 다녀오는 바람에 체력이 거의 바닥난 상태라 더 이상 엄니를 혹사시킬 수가 없습니다.

 

 

 

전망대를 가려면 절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돌아갈 때도 다시 절을 한 번 마주할 수 있습니다.

엄니가 사진 찍는 걸 전혀 기다려 주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뒷모습이라도 몇 장 담을 수 밖에 없네요.

 

훗날 엄니가 한국에 돌아와서 저보고 '사진 찍는다고 이리저리 옮겨다니지 말고 잘 따라다녀라'라는 말을 하신 걸 보면

엄니는 사진에는 정말 관심이 없는가 봅니다. 보통은 여행가면 기념사진 찍는 게 남는 거라고 생각할 텐데 말이죠.

 

 

 

본당 옆의 너구리 두 마리도 한번 더 찍어줍니다.

 

이런 데 세워져 있는 조각상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남자는 수컷의 거시기, 여자는 암컷의 젖탱이를 만지면 가정평화(?)와 안산을 얻는다는 말이 있어서

잘 보면 그 두 부위만 맨질맨질합니다. 사람 피부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다고 해야 하나.

 

 

 

아침부터 30도가 넘었고 최고 기온이 37도에 다다를 만큼 기록적인 폭염이었기에

그리 늦은 시간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이후의 관광을 더 계획할 수가 없습니다.

 

예전에 제 욕심으로 엄니를 데리고 이곳저곳 구경시켜 드리다가 엄니가 체력 문제로 뻗어버린 경험이 있기에

아무리 관광이라 해도 무조건 체력 우선으로 돌아다니려고 작정을 하고 왔으니까요.

 

정류소로 가기 전 마지막으로 잠깐 본 우물입니다. 지금은 온통 녹색으로 가득차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피투성이 우물이라는 별명이 붙어있습니다.

산 정상에 이 정도 우물이 있다는 것도 신기하지만, 예전 겐페이 합전 당시 격렬한 전투가 벌어져서 우물 전체가 시뻘겋게 변했다는 설화가 남아있죠.

 

현재 보이는 녹색을 전부 붉은색으로 바꾸면 예전의 그 모습을 예상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에어콘을 빵빵하게 켜 놨지만 직사광선 때문에 땀이 흘러내릴 정도의 버스를 타고 역으로 내려왔습니다.

나름 타카마츠에서는 유명한 관광지이긴 한데 역은 정말 아담하네요.

 

그래도 꽤나 귀여운 모양을 하고 있어서 한 장 담기엔 부족함이 없습니다. 잘 보면 엄니도 보이네요.

 

 

 

어제 슈퍼에서 산 간식거리와 생수 등을 섭취하면서 땀을 식힙니다.

이 정도 더위에서는 괜히 식욕까지 사라져 버리니 곤란하지만, 엄니와 저는 어떤 상황에서도 배를 채울 수 있는 강인한 정신력을 가졌으니 괜찮습니다.

 

역이 참 아담하다 싶었는데 전철이 들어올 때 울리는 벨마저도 요즘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옛 방식을 고수하고 있더군요.

한국과 일본의 공공시설 관리의 차이점이 이런 곳에서 드러난다고 생각하는데

한국은 낡았다 싶으면 새 것으로 교체하는 경향이 강한 반면 일본은 낡은 것은 그대로 놔 두고 깨끗하게 유지시키는데 노력을 기울이는 편이죠.

 

그래서 일본의 역들은 한국보다 낡았다 싶어도 더럽다는 생각이 들진 않습니다.

 

 

 

야시마에서 돌아오는 전철은 숙소 앞까지 가지는 않아서 조금 걸어야 합니다.

갈아탄다고 해도 숙소 바로 앞까지 오는 것은 아니고, 지하에서 지상으로 꽤나 걸어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그럴 바엔 그냥 산책하는 겸 조금 걷자고 생각하고 지붕 있는 상점가 밑으로 이동했습니다.

 

중간에 조금 길을 잘못들어서 15분 정도 딴 길로 샜었는데, 엄니가 우리들 이국 땅에서 미아 만들기 싫으면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하시네요.

 

 

 

역 앞에 백화점이 있어서 들어가 볼까 물어봤지만 엄니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보통 일본에 오면 쇼핑도 좀 할 법한테 도통 관심이 없네요. 그거야 저도 마찬가지입니다만.

 

나중에 돈을 좀 더 많이 벌어서 편안히 여행을 시켜드릴 정도가 되면 좀 더 팍팍 사드리고 싶긴 한데

엄니 성격이 어중간한 거 살 바엔 최고로 좋은 거 사자는 주의라서

옷도 우연히 마음에 드는 거 찾으면 가격표에 붙은 자리수가 우주의 나이만큼 치솟을 때도 있거든요. 조금 과장이지만.

 

 

 

이틀 뒤에 우동투어를 예약해 놨기 때문에 지금 딱히 우동을 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뭘 먹어볼까 고민하는데 엄니가 밥은 그냥 가볍게 떼우고 호텔 돌아가서 차 마시면서 간식 좀 먹자고 하시네요.

 

그래서 서민들의 간편식인 요시노야 들어가서 가볍게 한 그릇 합니다.

가격도 저렴하고 해서 저는 일본 가면 별미로 한 그릇 정도는 먹고 옵니다만

한국의 밥상에 익숙한 엄니는 이런 걸 식사라고 할 수 있나 하는 느낌이시겠죠.

 

 

 

그래서 엄니께는 원기 보충을 위해 장어덮밥 세트를 주문해 드렸습니다.

땀을 많이 흘렸으니 기운을 차리시라고 주문해 드렸는데, 역시 저렴한 요시노야 답게 올라간 장터 상태가 그닥이네요.

제대로 된 장어를 먹으면 낫긴 하지만 여기서 과식하기 보다는 호텔서 차 마시는게 더 좋을 것 같으니 이 정도로 참아야겠죠.

 

장어 자체는 그럭저럭 맛있는데 이것만으로 밥 먹기엔 좀 양이 적다고 하십니다. 그래서 미소된장과 반찬도 함께 주문해 드렸네요.

 

 

 

돌아가는 길의 아케이드는 그나마 직사광선을 막아주는 지붕 때문에 살 만 했습니다.

중간중간 괜찮은 옷이 보이는 가게에도 들어가 보고 하면서 천천히 걸어갔죠.

아직 해가 중천에 떠 있습니다만 오늘 예정은 이걸로 끝입니다.

 

내일은 꽤나 힘들게 돌아다녀야 하니 오늘 푹 쉬어주는것도 좋을 법 해서.

 

아케이드의 지붕엔 중간중간 이렇게 도시의 명소들을 그려놓았네요. 참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지난 포스팅을 보셨다면 사진에서 아주 조그마하게 구경할 수 있었을 리츠린 공원의 붉은 다리네요.

 

 

 

여기 그려놓은 것들은 엄니와 제가 방문하지 않은 곳들이네요.

오른쪽의 선포트 타카마츠는 내일 예술의 섬 나오시마로 가기 위해 들러야 할 항구입니다만

오른쪽의 타마모 성은 방문 계획이 없는 곳입니다.

 

타마모 성은 일본에서도 드물게 바닷가에 세워진 성인데 메이지 시대에 완전히 박살나 버리고 지금은 성터만 남아있죠.

현재는 타마모 공원이라고 아주 일부분만 재현해 놓은 상태입니다. 산책하긴 좋지만 리츠린 공원을 보고 나서 저기 가는 건 별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현재 천수각을 재현하기 위해 공사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제대로 완성이 되면 바닷가의 성이라는 특징상 꽤나 관광객이 많이 찾을 것 같네요.

 

전 가능하면 오리지날의 향기를 간직한 곳이 좋아서 크게 관심은 없습니다.

 

 

 

오늘 방문했던 야시마 그림도 찾을 수 있네요.

앞서 언급했던 헤이케 가문과 미나모토 가문의 전투가 벌어진 야시마에는 유명한 일화가 전해져 내려옵니다.

전투에서 불리하던 헤이케 가문이 바다에 배를 띄우고 봉 위에 부채를 꽂아서 미나모토군을 조롱하는 장면이 있는데요.

병사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명사수가 많은 미나모토군이라지만 이렇게 바다 위의 부채를 맞출 수는 없다'는 의미로 새워놓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요이치 무네타카(与一宗高)라는 말단 장군이 실제로 바다에 말을 타고 뛰어들어가 배 위의 부채를 맞춰버렸기 때문에

헤이케 병사들의 사기는 크게 꺾이고 다음 전투에서 대패하였다는 에피소드죠.

 

헤이케와 미나모토의 싸움은 일본에서 전국시대 다음으로 인기있는 역사물이기도 하고

드라마화도 여러번 이루어져서 한국에서도 나름 팬이 있는 편이지만

이런 역사는 뭐, 저처럼 일본쪽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면 굳이 기억하고 있을 필요까지는 없겠죠. 그냥 여행의 재미삼아 떠올려 봤습니다.

 

호텔에 들어가니 5시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만 역시 폭염에 체력이 많이 소모되었는지

엄니는 샤워 후 차를 좀 마시고 손가락도 꼼짝하기 싫다고 침대에 누워버리셨네요.

밤에 입이 좀 심심할 것 같아서 제가 다시 아케이드쪽 큰 슈퍼로 다가서 도시락과 간식거리를 사 왔습니다.

일본쪽 도시락은 그래도 먹을 만 하다며 잘 드시더군요. 저녁까지 편안하게 TV 보면서 엄니에게 화면 설명을 해 드렸습니다.

 

채널을 돌리다 보니 KBS 뉴스도 나오는 탓에 중간에 제 해설이 필요없어지긴 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