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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연말이고 하니 좀 부드러운 노래를 올리고 하지만

 

지금 나라 꼬라지를 보니 도저히 그럴 마음이 들지 않는군요.

 

다들 훈훈한(?) 연말 되시길. 내년은 병신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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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강군과 일본에 처음 갔을때가 중학생 때였는데

그때 숙소에서 TV 보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CM이 있었습니다.

 

당시엔 물론 일본어도 전혀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에 정식 방송보다는 오히려 CM 쪽이 훨씬 기억에 남았었죠.

 

일본 TV에서 기억에 남은 건 이 CM과 배트맨2 영화밖에 없었습니다.

 

흥얼흥얼 리듬은 기억나는데 과자 이름을 까먹은 터라 20년동안 대체 무슨 과자 광고였을까 고민만 하고 있었는데

우연찮게 일본 라디오 채널에서 진행자가 어릴적 먹었던 맛있는 과자 이름이 o'zack 이라고 말하는 걸 들었네요.

일본어를 모르던 시절이라 정확하진 않았지만 분명히 오~ 어쩌고 하는 부분이 있어서 혹시나 했습니다.

 

구글을 검색해 보니 드디어 20년만에 제 뇌리에 남았던 광고를 찾을 수 있었네요.

인터넷의 발달이란 이런 소소한 즐거움도 마련해 주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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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니 지인분이 송이가 잘 나왔다고 해서 거금을 들여 구입했습니다.

모자가 조금 열려있는 것도 있고 해서 특상품까지는 아니지만

크기나 신선도를 보니 집에서 먹기엔 과분할 정도로 훌륭한 녀석이네요.

 

 

 

근래 몇 년동안 송이를 먹을 일이 없었는데 횡재했군요.

 

자전거 여행 중 나가노현에서 홈스테이를 할 당시

연례 행사로 마을 주민들이 산에 올라가 송이를 따는 시기가 있었는데

그 당시에 풍작도 너무 풍작이라 그대로 시장에 내 놨다가는 가격이 폭락할 위험이 있어서

이런 녀석을 두세 박스씩 가지고 내려왔던 추억이 있습니다.

홈스테이 하는 입장에서 1주일이 넘게 송이파티를 공짜로 즐겨서 오히려 소화가 안 되는 기분이었죠.

 

이런 풍성한 송이는 그때 이후로 오랜만이네요.

 

 

 

명절 선물로 조금 들어온 고기가 있으니 시식을 안 할수가 없죠.

송이는 물로 많이 씻으면 향기가 날아가기 때문에 먼지만 털어낸다는 느낌으로 살짝 씻어줍니다.

 

오후에 차와 다과를 좀 먹어서 저녁식사 필요없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이 녀석이 튀어나오니 안 먹을수는 없죠.

물론 밥은 필요없었습니다만.

 

 

 

여행 이후 잠들어 있던 카메라도 간만에 꺼내서 셔터를 눌러줬습니다.

고기를 먼저 굽고 송이는 그냥 불만 살짝 통하게 한다는 기분으로 넣습니다.

 

굽는 중간중간 날것으로도 몇 조각 집어먹었죠. 신선한 송이는 그냥 먹는 게 참 맛있긴 합니다.

 

 

 

받은 기념으로 맛만 보기로 해서 그렇게 많이 만들진 않았습니다.

엄니와 함께 눈 깜짝할 사이에 해치줘 버렸네요.

 

송이 향기가 밴 소고기와 육즙을 잔뜩 머금은 송이가 환상의 궁합입니다.

저녁엔 그냥 생 송이를 뜯어먹는 편이 건강에 더 좋았으리라 생각합니다만 우연찮게 고기도 있었으니 뭐.

 

다음엔 밥솥에 송이를 잘게 썰어넣어 송이밥을 한번 해 먹어 볼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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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널을 뛰는 중이로군요.

아무 의미없이 그냥 한 장 담아봤습니다.

 

 

 

한국에서 이런 하늘 볼 수 있는 날도 1년중 얼마 되지 않는데

막상 볼 수 있어도 요즘 허리를 다쳐서 하늘이 잘 보일만한 곳으로 가기도 힘드네요.

집안에서 창문이나 열고 빌딩숲 사이사이를 간신히 찾아서 찍어낼 뿐입니다.

 

 

 

엄니께서 걸스카웃 모임으로 영주에 가셨다가 그쪽의 명물 먹거리를 가져오셨습니다.

영주는 고구마가 유명했군요. 전혀 모르던 사실이네요.

 

일본쪽을 전공하다 보니 자연히 한국보다 일본쪽의 지방 특색 등을 훨씬 더 꿰고 있는데

요즘같은 분위기엔 이런 말 하면 매국노 취급받을지도 모르겠군요.

 

 

 

고구마빵이라는 생소한 녀석입니다.

밀가루를 적게 써서 저칼로리 음식이라고 하는데, 밀가루보다 고구마쪽이 칼로리가 낮았던 건가 조금 의아하네요.

다행히도 별로 달지는 않고 고구마 맛이 팍팍 느껴지는게 재미있습니다.

 

밀가루를 사용한 빵의 포근함은 느껴지지 않지만 체감상 앙금이 많이 들었기에 이득본다는 느낌일까요.

 

 

 

맛은 뭐 일부러 사서 먹을 정도는 아닙니다만 영주에 가면 하나씩 가지고 올 법은 하겠네요.

그것보다 고구맘이라는 네이밍 센스가 재미있습니다. 일단 영주에 가면 문득 생각이 날 법한 이름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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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넷세 하우스는 선착장과 지중미술관 중간쯤에 위치해 있는 탓에

얼마 안되는 셔틀 버스도 지중미술관행과 선착장행이 따로 있어서 조금 귀찮습니다.

번듯한 정류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땡볕에서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이런 날씨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네요.

 

앞에서 올라오는 스쿠터가 참 부럽더군요. 저도 엄니 태우고 스쿠터 몰 자신은 없지만.

 

 

 

선착장으로 직행하지는 않고 중간에 내려서 선착장행 버스를 또 기다립니다.

엄니는 더워서 못 움직이겠다고 하시고, 저는 버스가 오기 전에 주변 풍경을 보며 잠깐 산책 나갔습니다.

 

베넷세 미술관에서 슬쩍 보이던 해변가입니다. 저 쪽엔 베넷세 하우스에서 가장 저렴한 숙소인 '비치'가 있죠.

호텔이라고 하기엔 그냥 방갈로 같은 분위기죠. 분위기를 즐기기엔 좋습니다만 미술관 안쪽 숙소와 달리 편의시설쪽이 불편합니다.

 

해변가에 은근히 보이는 노란색과 검은색 물체도 미술 작품입니다.

직접 가 보면 자세히 볼 수 있겠지만 저기까지는 도저히 갈 엄두가 나지 않네요.

 

 

 

그냥 그리 멀지 않은 쿠사마 야요이 작품이나 보러 갑니다.

날씨도 좋고 풍경도 좋아서 물놀이하는 사람들도 종종 보이는군요.

나오시마 역시 일반인들이 평범하게 거주하는 섬이기 때문에 딱히 특이한 일도 아닙니다.

 

조그만 섬이다 보니 역시 터를 잡고 살기에 그리 편리한 편은 아니지만

관광객의 입장에서라면 올 때마다 사람을 끄는 매력이 충분한 곳입니다. 애매하네요.

 

 

 

다행히도 작품 주위에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네요.

멀리서 보는 모습도 충분히 좋은 느낌이라서 일단 한 번 찍어봤습니다.

워낙 눈에 띄는 색을 하고 있으니 사진이 잘 살아나는 느낌이네요.

 

나오시마의 외부에 노출된 전시작들은 대부분이 접근하는데 아무런 제약이 없습니다만

이번 여행중에 외부인이 만져서 부서지거나 작품에 낙서 등이 그려져 있는 모습은 본 적이 없네요.

부디 오래도록 이 모습을 그대로 유지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쿠사마 야요이 작가는 구글로 검색만 해 봐도 본인 사진이 나오는데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작가 모습만 봐도 딱 이런 작품 만들만 하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그녀가 태어난 당시는 정신분열증이 병이라기보다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기 때문에

주위 시선도 그렇고 아버지에게도 학대를 당하면서 참 힘든 시절을 보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쿠사마 야요이를 대표하는 이미지는 이런 기하학적인 물방울과 함께 남근의 재구성을 들 수 있습니다.

 

그 쪽 작품도 쉽게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으니 한 번 감상해 보셔도 될 듯.

 

 

 

 

돌아올 때의 페리는 아침과 달리 굉장히 크고 널널하네요.

느긋하게 자리를 잡고 앉아서 음료수를 뽑아마십니다.

 

그리 오랫동안 돌아다닌 건 아니지만 휴식을 취할 만한 시간이 식사때 말고는 없었기에

다리가 꽤나 저리고 아프더군요. 엄니도 내색은 하지 않지만 피곤하실거라 봅니다.

 

신발도 벗어놓고 천천히 흘러가는 바다 풍경을 감상했지만

그 신발을 벗고 쉬고 있으니 금새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 들어서 또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가 봤죠.

 

 

 

아주 짧은 나오시마 여행이었지만 여러가지로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일단 맛을 봤으니 언젠가는 베넷세 하우스에서 하루 묵으며 섬 구석구석을 더 파고들 날을 기약해야겠죠.

 

타카마츠의 위도를 생각했을 때 짐작을 했어야 하지만, 이 곳은 어쨌든 여름에 상당히 더운 곳이라서

다음에는 조금 더 서늘해진 후에 도전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배를 타고 있는 동안엔 바닷바람 덕분에 덥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이렇게 흘러가는 풍경을 보고 있으면 괜스레 자전거여행 당시의 추억이 떠오르곤 하네요.

 

그 무지막지한 짐덩어리와 무지막지한 몸덩어리를 자전거에 싣고 저기 보이는 저런 곳을 1년동안 달렸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

저도 젊었을 때 나름 막나가는 인간이었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사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세상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확신하고 있기는 합니다만.

 

 

 

굳이 나오시마가 아니더라도 타카마츠는 원래 일본 내에서도 문화의 도시라는 느낌이 있습니다.

이런 희한한 녀석까지 항구에 서 있는 것은 아무래도 나오시마의 영향을 받은 것 같기도 하지만.

 

오늘도 당연히 나오시마만 예정에 넣어놨기 때문에 딱히 서둘러 가야 할 곳은 없습니다.

항구에 왔으니 그 옆에 서 있는 거대한 선포트 타워에도 한 번 들어가 봐야겠죠.

 

 

 

이 주변엔 선포트 타워 말고도 타카마츠 역 등도 위치해 있어서 중심가라는 느낌이 듭니다.

물론 주변을 조금만 벗어나도 도시라고 하기엔 꽤나 한적한 풍경이 펼쳐지긴 합니다만.

 

방금 전까지 나오시마의 자연과 거장들의 작품에 둘러싸여 있다 보니

이런 거대한 구조물 사이사이에서 드러나는 인공미가 살짝 낯설게도 느껴지네요.

 

 

 

물론 이 타워도 꽤나 정갈하게 만들어져 있어서 나름의 매력이 있긴 합니다.

중간층 쯤에는 여러가지 먹거리도 있습니다만 엄니와 저는 조금 전에 나오시마에서 멋들어진 식사를 마친 참이죠.

 

배도 고프지 않다고 하셔서 그냥 전망대 쪽에나 한 번 올라가 보려고 합니다.

원래 전망대를 위해 만들어진 타워가 아니라, 제대로 풍경 감상하려면 최상층 식당에 앉아야만 하지만

다행히도 아주 작은 공간이지만 무료로 바깥을 둘러볼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하는군요.

 

 

 

10명도 서 있지 못할 정도의, 식당 들어가는 입구 한 켠에 마련된 조그만 공간입니다만

그렇게라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면 올라올 만한 가치는 충분하겠죠.

 

이번 여행은 이상할 정도로 다른 관광객과 마주치질 않아서 도시를 엄니와 저만 휘젓고 다니는 느낌이 듭니다.

엄니는 풍경을 보시더니 시골인 줄 알았는데 큰 도시네 하고 신선해 하십니다.

 

대구에서 60년을 넘게 사셨지만 우방타워에도 올라간 적이 없는 엄니라서

실제 우방타워에서 대구 시내를 내려다 보면 대구가 얼마나 큰 도시인지 세삼 놀라워 하실 것 같네요.

 

 

 

바다와 맞닿은 곳이라 그런지 마음이 시원해지는 풍경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저 멀리서는 요트 대회가 열리고 있군요. 정해진 코스를 따라 촘촘히 달려가는 요트 모습이 왠지 정겹습니다.

 

섬나라 사람들이라 그런지 수상 레포츠 쪽이 많이 활성화 되어 있는 듯.

같이 자전거 여행 하던 17세 소년은 바다가 없는 내륙쪽에서 살고 있었기 때문에

바다를 보면 수영하러 가고, 낚시하러 하고 하면서 즐거워하던 기억이 나네요.

저 역시 내륙쪽인 대구에 살고 있었지만 낚시하러 간다는 생각은 해 본적도 없었는데 말이죠.

 

 

 

타워를 내려와서 지하의 기념품점에 들러 봤습니다.

저는 기념품에 별 관심이 없지만, 지인들한테 선물해주면 딱 좋겠다 싶은 녀석들이 꽤 많더군요.

악세사리 등을 사고싶다는 느낌이 만들게 파는 능력은 참 여러번 봐도 대단하다 싶네요.

 

우동현이다 보니 우동에 관련된 상품도 많고, 손가락보다 조금 큰 크기의 우동 마그넷 등이 제 시선을 끌었습니다만

엄니가 아무것도 사지 않는데 제가 지인들 주려고 뭔가 사는 것도 좀 그렇더군요.

 

일단 여행 자체가 엄니에게 구경 시켜드리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건 일단 우선순위에서 제외하기로 했습니다.

앉아서 좀 쉬는 겸 딸기 빙수 하나 시켜봅니다. 딸기향 소스가 아니라 진짜 얼린 딸기와 우유가 들어있는 녀석이네요.

 

아삭아삭한 딸기와 우유 빙수가 나름 잘 어울립니다. 인공 소스보다 훨씬 덜 달아서 갈증 풀기에 좋을 듯.

일본에 도착한 이후로 연일 최고기온이 37~38도를 넘나들고 있어서 강행군은 무리였습니다.

내일은 우동투어 후 기차를 타고 지역을 옮겨야 하기 때문에 이른 시간이지만 간식거리 잔뜩 들고 숙소로 돌아가 푹 쉬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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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미술관의 입구는 매우 작습니다. 실제로 입구만 보면 미술관이 어디 있는지도 모를 정도죠.

그도 그럴것이 지중미술관이라는 이름답게 실제 미술관은 대부분 지하에 묻혀 있기 때문입니다.

인공적인 구조물을 자연과 조화시키는 안도 타다오의 건축 미학과 맞물려 바깥에서는 기하학적인 문양 몇 개가 보일 뿐이지만

내부에는 별도의 인공 조명이 별로 설치되어 있지 않고 전시품의 대부분이 자연채광을 통해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죠.

 

 

 

코베의 잡지 코베코의 2013년 4월 기사 사진입니다.

 

단순히 예술품을 전시하는 공간으로서가 아니라 미술관 자체가 예술 작품으로서 설계되어 있고

전시된 작품들 역시 자연 채광으로 인해 시간에 따라 작품의 분위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이 곳의 작품과 지중미술관은 떨어질 수가 없는 일체화된 예술 작품이라고 할 수 있죠.

 

그 탓에 월터 드 마리아, 클로드 모네, 제임스 터렐의 세 작가의 작품만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설치미술이 다들 그렇지만 설계부터 미술관과 동화되어 있기 때문에 시간의 흐름과 떨어진 독립공간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미술관 자체가 작품이기 때문에 전시작품들을 보기 위해 통로를 걷는 게 아니고

걸어다니는 행위 자체가 작품을 감상하는 수단이 되죠.

 

엄니와 저는 천천히 걸어다니며 안도 타다오 특유의 향을 느껴봅니다.

자연과의 조화에는 시간의 흐름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몇 시간이고 미술관을 돌아다니며 시시각각 변하는 건물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을 듯.

 

 

 

안도 타다오의 작품들은 자연적으로 나타날 수 없는 무채색의 날카로운 직선 블록들로 인해 조용하고 정적인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콘크리트에서 조금 시야를 넓혀 하늘과 주변 풍경을 함께 보게 되면 그 인공미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는 신기한 인상을 받게 되죠.

 

미술 작품은 글로 설명하기에 제 필력이 워낙 부족하기에 설명하기 힘드네요.

어차피 감상하려면 직접 보는 수 밖에 없기도 하고, 이 사람의 건축물은 사전 지식이 필요한 편도 아니라서

여행 목표로 잡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술관 내부와 전시품들은 촬영 금지입니다만 이런 통로는 찍어도 관계없어서

슬금슬금 이동을 하며 빛의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미술관의 모습을 느긋하게 감상했습니다.

 

굉장한 정밀도로 만들어진 콘크리트 블럭이 만들어내는 그림자는 그것 역시 인공미를 머금고 있죠.

황량하다 싶을 정도로 통일된 회색 건물이 차갑고 날카롭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역시 작가의 능력 탓일까요.

 

 

 

빙글빙글 돌아 내려가는 통로를 아무렇게나 찍어보면

모던 아트틱한 선의 흐름이 단편적으로나마 느껴집니다.

 

그리고 완벽하게 계산된 블록의 구멍까지 기계적인 정교함을 한껏 자랑하고 있죠.

시선에 따라서 철저하게 인공적이기도, 조화될 수 없을 듯한 자연과의 조화로움도 느낄 수 있는 장소입니다.

 

 

 

작품의 수는 적지만 하나하나가 놀라운 체험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물론 촬영은 금지라서 소개해 드릴수는 없고, 마찬가지로 코베코에 실린 월터 드 마리아의 작품을 인용해 봅니다.

지중미술관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인 'Time, Timeless, No Time' 입니다.

 

큐브릭 감독의 스페이스 오딧세이에 나오는 모노리스를 연상케 하는 완벽한 인공미로 압축된 공간이죠.

소리가 없이 자연광에 의한 시간의 변화만을 이용하여 그 시간의 흐름조차 엄숙한 느낌마저 들게 합니다.

실제로 보면 굉장히 압도적인 느낌을 받는데요. 작가가 표현하려고 했던 '영원'과 '완벽'한 공간의 이미지가 생생하게 와닿는군요.

 

날씨가 맑았던 게 여기서는 참 이득이 되었네요. 완벽한 채광을 통해서 신비로운 느낌이 가득한 공간을 마음껏 음미할 수 있었습니다.

 

 

전시품이 적긴 해도 시간을 들여 꼼곰히 둘러볼 가치가 충분했기에 감상은 대만족입니다.

한 작품당 입장 인원과 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조용히 차례를 기다려 감상하다 보니 방해가 되는 요소도 없었죠.

 

작품에서 놀라움을 얻기도 하지만 관람객 모두가 미술관의 분위기를 잘 따라서 차분하게 관람을 하니

뭔가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사바세계의 고통을 잊고 성스러운 세계로 들어간 듯한 느낌을 받아서 그것 역시 즐거움의 하나였습니다.

 

지중미술관을 나와서 매표소로 돌아가면 베넷세 하우스로 향하는 버스를 탈 수 있습니다.

자금과 시간이 널널했다면 베넷세 하우스에서 하룻밤 묵으며 이 조용한 일탈감을 조금 더 오래 만끽할 수 있겠지만.

 

멀리 보이는 해변가에도 설치작품이 몇 개 놓여있습니다. 이동수단 없이 가기는 좀 힘들고

베넷세 하우스에서 묵는다면 저기까지 산책갈 만한 여유가 생기긴 하죠.

보기 힘든 사람들을 위해 베넷세 하우스에도 저 쪽 모습을 담은 사진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호텔과 미술관이 결합한 매우 특이한 장소인 베넷세 하우스입니다.

안에 들어가면 에어콘 덕분에 시원해지니 이 끝장나는 폭염도 잠시 잊을 수 있겠네요.

 

호텔에 숙박까지는 못하겠고, 기품넘치는 식당에서 조촐하게나마 식사 한끼를 떼우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듯 합니다.

지중미술관과 별개로 입장료를 받긴 합니다만 미술관의 분위기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돈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요즘 정말 폭발적으로 중국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습니다만

다행히도 이 당시엔 이곳까지 중국인 관광객이 그렇게 많이 오지 않았네요.

거기다 날씨가 야외활동이 위험하다고 경고 나올 정도로 무더웠기 때문에 사람이 꽤나 적은 편이었습니다.

 

미술관 내부엔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으니 당연히 이 곳도 블로그에 남길만한 흔적은 별로 없네요.

하지만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카메라를 들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여행의 목적 달성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습니다.

 

꽤 큰 홀에 전시되어 있는 수다떠는 사람들이라는 작품은

사람 모습을 한 로봇 세 대가 이상한 잡담과 때때로 엄숙한 노래를 부르곤 하는데요.

그 중 한 녀석이 고장난 상황이라 그 점만은 참 아쉬웠군요. 엄니와 함께 '너무 떠들다 보니 고장났나보다'라고 속삭이며 지나갔습니다.

 

 

 

품격이 넘치는 식당에서 우아하게 한 끼 먹어보려고 식당에 들어갔습니다.

식사 마칠 때까지 손님이 엄니와 저밖에 없어서 편안하게 바닷가가 내려다보이는 풍경을 감상하며 느긋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너무 조용하고 사람이 없어서 혹시 맛 없는거 아닌가 하는 걱정까지 들었지만 말이죠.

 

 

 

베넷세 하우스 역시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작품이라 식당 안도 예술적인 느낌이 가득 차 있습니다.

들고 온 짐을 바닥에 내려놓지 않도록 테이블 아래마다 바구니가 놓여있는 모습도 깔끔하네요.

 

맛있는 거라면 뭐든 좋아하시지만 역시 여행와서 가끔은 이렇게 멋있는 곳에서 분위기를 즐기는 것도 좋아하시는 엄니라

지금까지는 합격점이었고, 부디 식사만 맛있게 나오기를 바랄 뿐이었습니다.

 

엄니가 입고 온 옷에는 커다란 꽃이 하나 그려져 있어서 왠지 엄니 역시 이 곳의 작품 한 점이 된 것 같은 느낌이군요.

 

 

식사는 도시락처럼 찬합 형태로 나왔습니다. 평범한 찬합이 아니라 여기도 예술적인 감각이 물씬 풍기네요.

미술관에서 사진을 찍지 못해 여기서 한을 풀어보자고 마구 찍어대고 있습니다만

사실 찍기 전에 미리 찍어도 되느냐고 물어보고 흔쾌히 승락을 받은 이후였습니다.

 

식당 자체도 미술관처럼 꾸며놓았기 때문에 먼저 허락 받지 않고서는 찍어도 되는지 조마조마할 지경이다보니 말입니다.

 

 

소소한 데서 꼼꼼하기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도시락 위에는 싱그러운 단풍잎과 함께 물까지 뿌려놓았더군요.

 

음식의 맛과는 하등 관계가 없는 데코레이션입니다만 역시 손님을 만족스럽게 해 주기 위한 배려에는 즐거워 질 수밖에 없죠.

 

 

 

엄니와 저는 각각 다른 도시락을 주문해서 서로서로 반찬을 바꿔 먹어봤습니다.

3~4만원이 넘는 가격으로 양에 비하면 확실히 비싼 편이긴 합니다만

미술관의 분위기 속에서 정갈하게 차려진 음식을 먹는다는 대가로는 납득할 만 하더군요.

 

나오시마가 위치한 세토 내해가 좁은 해협이다 보니 해산물이 풍부하기로 유명합니다.

덕분에 재료들은 부족함 없이 신선하고, 한 조각 한 조각 먹을 때마다 고개가 끄덕여지곤 했습니다.

 

배를 채운다는 의미가 아니라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는 의미의 식사를 즐기기에 딱 적합한 느낌이네요.

 

 

 

제가 일본의 계란찜인 차왕무시(茶碗蒸し)를 매우 좋아하기 때문에

일식을 주문할 때는 가능한 한 이 녀석이 포함된 메뉴를 선택합니다.

새우나 가리비 등의 각종 해산물이 저 고운 계란찜 속에 잠자고 있죠.

예전에 소바집에서 아르바이트 할 때, 단체 손님들을 위한 세트 메뉴에는 이 차왕무시가 들어가곤 했습니다.

손님들이 돌아가고 난 뒤에 정리를 하면 가끔씩 손도 대지 않은 차왕무시가 남아있곤 했는데

이 녀석은 재활용을 하지 않고 그냥 버리기 때문에 혼자서 치우고 있을 때는 가끔 남은 녀석을 꿀떡꿀떡 삼키곤 했었죠.

 

 

 

유자즙을 이용한 살짝 달콤한 소스에 새우를 전분과 함께 갈아서 만든 경단을 넣은 요리도 참 깔끔하고 맛있더군요.

살짝 아쉬움이 들 정도의 양이지만 먹고 나면 맛있었다 하는 여운이 남아있는 느낌입니다.

 

엄니나 저나 식사가 많이 나와도 절대로 남기지 않는 자연보호정신이 투철한 사람인데요.

이렇게 구별되는 맛을 가진 요리가 조금조금씩 나오는 메뉴는 조금 간질간질한 느낌이 들긴 해도 즐겁게 먹을 수 있었네요.

 

 

 

디저트로는 유자잼을 살짝 얼린 젤리가 나왔습니다.

입가심용으로 만들기엔 손도 많이 가는 녀석이지만 이런 걸 먹을 때면 이 식당이 그래도 정성이 있구나 하는 걸 느끼게 되죠.

상당히 비싼 요리점을 가도 마지막에 나오는 게 인스턴트 디저트이거나 별 것 아닌 매실주스 한 잔일 때면 좀 평가가 박해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평소보다 조금 더 귀족적인 분위기를 즐기며 몸을 충분히 식혔습니다.

나오시마에는 이 두 미술관 외에도 마을 여기저기 위치한 볼거리들이 많이 있습니다만

그쪽은 대부분이 떙볕 아래를 이동해가며 구경해야 하는 것들이라 엄니에게 무리가 간다고 판단해서 패스하기로 했습니다.

 

엄니도 이 정도 구경했으면 충분하다고 하시니 무리하지 말고 일찍 돌아가야겠죠.

친절하게 인사하는 베넷세 하우스의 스탭들을 뒤로 하고 다시 버스를 타러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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