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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에 해당하는 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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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13.06.22  잔인한 폭행의 현장 14
  5. 2012.11.22  고양이로 센서대결 - a9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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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시간이 나면 가끔 지인분이 경영하시는 더치미 까페에 갑니다.

메뉴가 더치커피밖에 없지만 수준이 상당해서 커피에 대한 불만은 없습니다.

 

거리는 둘째치고 집에서 바로 갈 수 있는 대중교통이 없기 때문에 좀 불편합니다만

그럼에도 들르는 건 역시 이 녀석이 버티고 있기 때문일까요.

 

 

 

여유만 있다면 항상 의자 위에 올라가 자고 있습니다. 덕분에 부담없이 쓰담쓰담을 할 수 있네요.

원래는 까페에 가면 책을 읽는 시간이 더 많습니다만, 이곳은 후쿠때문에 어쩔 수가 없군요.

 

같이 일본어 공부를 하시는 분이라 주변에 고양이도 많고 일본 관련 굿즈도 많습니다.

 

 

 

작지만 개인 경영 하기에는 딱 좋은 크기라서 시내의 거대한 까페들보다는 훨씬 편안합니다.

사진에 나오는 코카 콜라 클래식 병들이 좋은 피사체가 되어주네요.

 

저도 구입할까 싶었지만 애초에 콜라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저걸 어떻게 처리하나 고민을 하다보니...

 

 

 

후쿠는 요즘 잠밖에 안 잔다고 합니다. 벌써 그런 시기인가?

이제 제법 듬직해 져서 강렬한 포스를 풍기고는 있지만 기본 성격이 꽤나 얌전하고 귀여운 편이라 갭이 느껴집니다.

손을 많이 탔지만 다행히 아무리 쓰다듬어도 싫어하는 기색 없이 가만히 잠만 자는군요.

 

 

 

가끔 일어나도 바깥 풍경 감상하다가 다시 스르륵 눈을 감을 뿐입니다.

 

저야 물론 그냥 이 녀석과 같은 공간에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훈훈하니까 별로 불만은 없습니다.

그러고보니 사람을 잘 안찍다 보니 이 까페가 완전히 무인 까페처럼 보이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하는군요.

 

 

 

주인장분이 카메라에 대해서 약간 물어보셔서 대답은 해 드렸지만

카메라는 기본적인 지식과 함께 그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는 경험이 합쳐져야 조금이라도 늘기 때문에

이론을 가르쳐 드리는 것은 한계가 있어서,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물론 저 말고도 가르쳐 주시는 분이 있었는데 결국 똑같은 지식을 가르쳐 드렸다고 하시네요.

 

사실 이론적인 변화 요인을 체감하려면 처음부터 장비를 어느 정도 갖춰야 한다는 것이 사진의 딜레마이기도 합니다.

알고 있으면 문제 없지만 조리개나 셔터스피드 등의 상관관계를 가장 쉽게 파악하려면 조리개가 밝은 렌즈나 센서가 큰 카메라를 쓰는 게 가장 쉬우니까 말이죠.

그런데 그런 걸 사진에 취미가 없는 분이 갑자기 구하려면 가격도 만만찮고.

 

이러나 저러나 요즘 미러리스는 예전과는 비교도 못할 만큼 편의성이 좋으니

꾸준히 기억을 되살려가며 촬영하다 보면 점점 본인이 원하는 바를 표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후쿠 어릴 적 모습이 벽에 걸려있습니다. 검은 고양이는 아기 때는 그야말로 흉폭하게 귀엽죠.

나이가 들면 듬직해 집니다만 그래도 성격이 귀여우면 그 갭이 오히려 매력이기도 하니까 일석이조입니다.

 

사실 귀엽지 않은 고냉이는 없습니다만.

 

 

 

후쿠 그림도 걸려있습니다. 고양이를 좋아하시는 분이 그렸다는 게 느껴지는군요.

불행히도 낮에 까페를 찾으면 햇빛이 잘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 후쿠 눈동자가 저렇게 커다란 모습을 보기가 힘드네요.

어두우면 또 사진 찍기는 힘들고. 다음엔 감도라도 확 올려서 동그란 눈동자를 담아볼까 싶습니다.

 

 

 

자다가 일어나다를 반복하고 있는데

좀 더 햇빛이 잘 드는 곳으로 슬금슬금 의자 째로 옮겨 봅니다. 다행인지 별로 개의치 않네요.

 

앉아서 바깥이 더 잘 보이니 나름 마음에 드는 듯이 보입니다.

 

 

 

기지개를 켜고 나서는 손을 다시 되돌리질 않아서 멋진 포즈가 완성되었습니다.

고양이는 워낙 관절이 유연하니 어떤 자세를 해도 불편하지 않나 보네요.

 

 

 

왠지 자유를 갈망하는 듯한 애절함을 담아봅니다.

 

사실 여느 고양이가 그렇듯 이 녀석도 틈만 나면 밖으로 나가려고 온갖 시도를 한다고 합니다.

창문도 열고 뒷문도 열고 놀다가 돌아오는 바람에 이 까페의 뒷문 손잡이는 더 이상 고양이가 열 수 없는 모양으로 변해있네요.

 

 

 

자고 자고 끊임없이 잡니다. 어떻게 보면 참 행복하게 사는구나 싶죠.

길냥이들은 이렇게 퍼질러 잘 수 있는 시간이 일평생 몇 시간도 되지 않으니까 말입니다.

 

어미를 잃어버린 새끼 길냥이를 임시 보호할 때는

며칠동안은 어두운 구석에 들어가서 앉은 자세로 꾸벅꾸벅하던 녀석이

언젠가부터 제 몸 위로 기어올라와 그르렁거리며 태평스럽게 자기 시작하면 그것보다 더 큰 행복이 없었죠.

 

 

 

너무나도 잠만 자는 모습에 주인장분이 나섰습니다.

잘 자고 있던 녀석을 확 치켜들고 모 의류 메이커 심볼을 흉내내 보는군요. 후쿠는 당연히 깜짝 놀랐을 겁니다.

 

내려오고 나서는 화가 났다는 어필을 확실하게 하더군요. 그래도 잠깐만 삐치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는 걸 보니 성격이 참 좋은 녀석이네요.

 

 

 

잘 때 제가 쓰다듬고 있으면 가끔씩 제 팔도 그루밍을 해 줍니다.

까칠까칠한 혓바닥의 감촉이 참 자극적이죠. 오히려 새끼보다 덜 아프게 핥아서 다행입니다.

새끼는 강약 조절을 못하기 때문에 핥고싶은 만큼 핥게 놔 두면 피부가 까칠해질 정도로 핥아대니까요.

 

후쿠는 배를 만지는 걸 싫어해서 손이 배 쪽으로 가면 바로 앞발로 손을 잡고 꽉 물어버리는데

이제 다 큰 나이라서 그것도 살짝만 아프게 깨무는 법을 터득해서 오히려 대견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후쿠가 없어도 참 아담한 분위기가 좋은 까페인데, 이 녀석이 있으니 화룡점정이라고 할까요.

검은 고양이에 붉은 목걸이라니 최강의 조합입니다.

 

 

몇 시간동안 뒹굴고 놀았는데 카메라를 든 저하고 눈이 마주친 것은 처음이네요.

자주 가진 않지만 그래도 좀 봤다고 이제 어느 정도 알아는 보는 것 같습니다.

 

나중에 나가려고 하니 제 가방 위에 올라가 앉아버리더군요. 예전 고양이 까페에서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는데, 이 녀석들 강합니다.

 

 

 

저녁시간이 되니 간단한 식사 대접도 받았습니다.

부담갖지 않아도 된다는 거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역시 이런 데 익숙하질 않아서.

 

커피를 많이 마시면 원액을 많이많이 주문하겠지만, 집에서는 거의 중국차를 마시고 있으니 좀처럼 많이 마실 일이 없네요.

나중에 까페라도 차리면 더치커피는 이쪽에 맡기면 되겠습니다만.

 

 

 

한참 잘 잤는지 이제서야 일어나 일상의 일과인 바깥 바라보기를 시전합니다.

이 쪽 골목은 사람들이 전부 고양이를 좋아해서 길냥이들이 그렇게 힘들지 않은 곳입니다만

그래도 안에서 생활하는 녀석들이 바깥에 잘못 나가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죠.

 

건너편 미용실 쪽도 고양이를 좋아해서 안에서 기르는 녀석, 안과 밖을 마음대로 오가는 녀석 등 몇 마리가 잘 살고 있더군요.

다음에 머리 할 때는 그 곳에 가 볼까 생각중입니다.

 

 

 

몇 시간을 죽치고 있어도 거의 커피 한 잔 정도밖에 마시지 않아서 까페 경영에는 별 도움을 못 드리네요.

손님이 많이 오면 슬금슬금 일어나기도 하겠지만 제가 가는 시간은 나름 한산한 편이라 아직까지는 자리를 꿰차는 일이 많습니다.

 

또 문득 생각이 나면 슬쩍 찾아가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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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에 소개했던 윌리 웡카 초콜릿을 구매했던 곳입니다.

제 블로그는 상업적 소개를 하지 않기 때문에 따로 주소나 연락처를 적지 않습니다만

인터넷에서도 검색하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으니, 그쪽으로 검색해 보시면 되겠네요.

 

늦깎이 대학원 생활중 만난 분이 커피가게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조금 기대를 했고

검은고양이 한 마리가 가게를 어슬렁거리고 있다는 사실에 큰 기대를 했습니다.

 

그냥 고양이만 보러 가도 발품이 아깝지 않은데 커피 한 잔까지 곁들일 수 있다면 저한테는 그만한 휴식처가 없죠.

 

제가 다니는 대학은 아니지만 어쨌든 대구의 모 대학교 근처에 위치해서 학생들이 많이 찾습니다.

주인장 분들이 모두 사교성이 뛰어나서인지 학생들이 알아서 잘 오는 듯 하네요.

 

 

 

가게는 상당히 아담한 편인데 여기저기 고양이 관련 상품과 사진이 빼곡합니다.

저도 뭐 동물이라면 사람 빼고 다 좋아하는데다 특히 고양이는 심각한 중독증세에 빠져있는 터라

이런 곳에 오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물론 진짜 고양이가 한 마리쯤 돌아다니고 있다면 금상첨화죠.

 

 

 

선물용으로 포장해놓은 커피 병들 디자인이 꽤나 부드럽고 좋습니다.

주위에서 많이 도와주겠지만 이런 소규모 가게에서 디자인 하나까지 꼼꼼하게 신경쓴다는 건 역시 성격이 엿보인다고 할까요.

 

고의는 아니지만 몇 안되는 지인들 중 까페를 하는 사람이 상당수라 요즘 조금 신기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매출액 같은 건 모르지만 규모만 본다면 이쪽 더치미가 제가 아는 지인 까페중에서는 가장 작네요.

하지만 까페 중심이라기보다는 인터넷 판매 중심인 이 곳은 독특한 개성이라는 면에서는 상당한 수준에 달해 있다고 봅니다.

 

전공이 같다 보니 원서도 쉽게 빌려 읽을 수 있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장점도 있고 말이죠.

하루키의 신작 소설을 원서로 빌려주셔서 즐겁게 읽고 있는 중입니다.

 

 

 

더치커피는 요즘 워낙 유명해져서 딱히 설명할 게 없습니다.

이곳에서는 역시 가게의 마스코트를 소개해야 제맛이겠죠.

 

일본어로 '복'이라는 의미를 가진 '후쿠'라는 검은고양이 입니다.

검냉이는 체험상 성격이 조금 까칠한 편인데 이 녀석은 굉장히 사교성이 좋고 참을성이 대단하더군요.

고양이 입장에서 사람이 꽤나 귀찮게 굴어도 거의 스스로 물러나는 편이고, 정말 작정하고 장난을 걸어도 조금 아프게 깨무는 정도입니다.

 

원 출신이 길냥이었다고 하니 이해가 되긴 합니다. 어릴적 사람에게 구해진 길냥이는 대체로 참을성이 좋더군요.

살아남기 위한 본능이니 마냥 귀여워하기엔 조금 안타깝습니다만 그래도 지금 행복하게 삶을 보내고 있으니 더 바랄게 없겠죠.

 

 

 

작은 까페지만 사람이 많을 때는 앉을 자리도 모자랄 때가 있습니다.

고양이는 성격이 아무리 좋아도 결국 조용하고 아늑한 공간을 좋아하니 마냥 편안하지만은 않은 환경일 듯.

힘겨운 경쟁사회에서 이 녀석도 나름 근무를 하고 정당한 페이를 받는 사회냥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리고 여느 냥이와 마찬가지로 하염없이 창 밖을 바라보길 좋아합니다.

 

 

 

손님은 들어가지 못하는 공간에 슬쩍 올라갔다가도 금새 밖으로 나오는 걸 보면

고양이 까페에서 사람들 등쌀에 시달린 피곤한 냥이들과는 달리 꽤나 적응을 잘 하는 듯 싶네요.

 

매우 친한 손님에게는 알아서 달려와 무릎 위에 안기기도 합니다.

그리고 궁디팡팡을 매우 좋아합니다. 땅콩을 까기는 했어도 수컷인데 말이죠.

기본적으로 궁디팡팡은 암컷이 더 좋아하긴 합니다만 어차피 엉덩이쪽에 신경이 집중된 것은 수컷도 마찬가지고

매우 섬세한 자궁때문에 너무 심히 때리다간 병에 걸릴수도 있는 암컷에 비해 수컷은 그냥 두들겨도 나름 괜찮습니다.

 

 

 

의도치 않은 패닝샷이 되어버렸지만 뭐 이것도 쓸만한 것 같아서 저장해 놨습니다.

검은 고냥이는 어두운 곳에서 보면 눈만 깜빡깜빡거리는 매력이 대단하죠.

 

이제 건장한 청소년기를 막 지나고 있는 녀석이고, 주인장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서인지 굉장히 튼실합니다.

냥이는 어쨌든 건강한 게 최고입니다.

 

 

 

호기심 어린 눈을 땡글땡글하게 해서 바라보는 모습은 냥이의 필살기 중 하나죠.

이렇게 냥이의 매력에 끌려서 자리에 앉게 되면 한 잔 마실 커피를 두 잔 마시게 되는 효과가 있으니

이 녀석도 나름 자기 밥벌이는 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꼬리 끝이 뭉툭하게 휘어진 게 특징이네요. 꼬리 변형은 냥이에게 매우 빈번한 일이라 딱히 질병까지는 아닙니다만.

 

길냥이었을 때 고생을 안했을 리는 없으니 이 녀석도 나름 힘든 인생을 잠깐이나마 경험했을거라 봅니다.

지금은 그냥 털에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게 밖에 나가면 길냥이 중에서도 지위가 꽤 높지 않을까 싶네요.

 

이 까페 주변엔 길냥이가 꽤 많은데, 산전수전 겪은 얼굴을 하고 있는 녀석도 있어서 어떨런지는 모르겠지만.

 

 

 

한창 나이때인것 치고는 생각보다 발광을 덜 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자기가 좋아하는 장난감이 멀리 떨어져 있으면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 벽에까지 도달한 후

항공모함 위에서 출발하기 직전의 전투기처럼 힘을 잔뜩 모으고 돌진하는 기술을 선보입니다.

 

튀어나가기 전의 흔들흔들이 이게 또 참을 수 없는 매력이기도 하죠.

 

 

 

이런 녀석처럼 말입니다.

 

 

 

검은 고양이가 좀 강인해 보이는 면도 있지만 이 녀석도 기본적으로 듬직하게 생겼습니다.

울음소리는 아직 아기티를 못 벗었기 때문에 그 갭이 오히려 귀엽지만 말이죠.

 

사람들 등쌀에 치이고 중간중간 스크래쳐에서 뚜둑거리기도 하고 나름 심심하지 않게 지내고 있습니다.

사람이 거의 없는 때 방문해 보니 밖에서 노는 시간이 현저히 줄고 수면시간이 많아지더군요. 역시 냥이는 냥이입니다.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는 속담은 누가 만들어 냈는지 모르겠지만 분명 냥이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뭘 쳐다보는지 몇 번이고 바깥 풍경을 뚫어져라 바라보는데 막상 나가면 겁내는 녀석들이 많죠.

 

후쿠는 가끔 창문을 열고 무단 산책도 감행하는 모양입니다만 아직까지는 별 사고가 없었다고 합니다.

멀리만 나가지 않으면 잠깐잠깐 나가는 것도 생활의 활력소가 되겠죠. 문제는 한국의 길거리가 고양이들에게 매우 위험한 곳이라.

 

 

 

저는 사람을 거의 찍지 않습니다만, 사람이든 동물이든 어쨌든 제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는 사진은 좀 기피하게 되네요.

어디까지나 제가 존재하지 않는 입장에서 일상적인 모습을 담아내고 싶은 게 제 지론이라

이쪽을 쳐다보는 녀석들은 왠지 담기가 좀 부담스럽습니다.

 

뭐 이 녀석은 눈동자와 털 색깔의 대비가 훌륭해서 이렇게 보고 있으면 재미있긴 하네요.

 

 

 

까페에서 제일 편안해 보이는 의자에 훌쩍 올라가 앉습니다. 전 딱딱한 나무의자에 앉아있는데 말이죠.

냥이는 사람에 비해 동공의 수축과 확장이 훨씬 뛰어난 편이라 밝기에 따라 확확 변하는 눈동자가 재미있습니다.

 

사람도 이렇게 변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네요. 첫 인상이 중요한 대면 장소는 반드시 어두운 곳을 택하게 되겠지만.

 

 

 

하도 사진을 많이 찍혀서인지 알아서 포즈도 잘 취해줍니다.

더치미 까페 블로그에 가 보시면 이 녀석 사진으로 도배가 되어 있죠.

하지만 이렇게 드러누웠다고 해서 배를 만지면 응징이 돌아옵니다. 아무래도 배는 프라이버시가 중요한 곳인가 보네요.

이것도 냥이차가 있어서 개처럼 쓰다듬어 달라고 발랑 까지는 녀석도 있긴 합니다만.

 

 

 

관록이 묻어나는 얼굴입니다. 왠지 사자를 좀 닮은 것 같기도 하네요.

재미있는 건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런 얼굴일수록 성격이 순하다는 겁니다.

 

가끔 애교를 부리긴 하지만 말이 많은 편은 아닌데,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시선을 맞추면 뭔가 그윽하게 말을 걸어주는 느낌이 듭니다.

 

 

 

쓰다듬어 주다보니 제 손에 고개를 얹고 잠을 청하네요.

오른손을 쓸 수 없어서 옆의 손님분에게 카메라를 부탁하고 한 장 담아달라고 했습니다.

예전에 고냥이 까페에서도 이런 일이 몇 번 일어났었는데, 제 손이 잠자기 편한 구조를 하고 있는걸까요.

 

 

 

손님들하고 노는 게 좀 피곤하긴 한지 아주 깊게 잠들어버립니다. 흔드는 정도로는 꼼짝도 하지 않네요.

왠지 이 녀석이 잠자기 시작하면 슬슬 일어나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반쯤은 혹은 그 이상 이 녀석때문에 까페를 찾는 거나 마찬가지지만

동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게 당연한 거니 제가 죄책감을 느낄 필요까지는 없겠죠.

 

커피와 책 한권, 그리고 고양이를 볼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시간을 보낼 가치가 있는 까페입니다.

윌리 웡카 초콜릿같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딱히 식사거리도 없고 커피도 오직 더치커피만 판매하는 곳이라

오히려 퀄리티에서는 나름 신용이 가는 곳이기도 합니다. 커피라는게 범위를 넓힐수록 상당한 지식을 요구하다 보니 이렇게 한 우물만 파는게 낫기도 하죠.

 

카메라를 들고 간 것은 처음 한 번 뿐이라 더 찍지는 못겠지만, 그 후로도 가끔 가서 후쿠를 괴롭히고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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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야를 대표하는 먹거리라면, 넓적한 면발의 키시멘, 지역 토종닭 코친, 그리고 적된장을 이용한 요리를 들 수 있다.

 

키시멘은 깔끔한 우동맛에 우리네 칼국수와 비슷한 면이 특징이고

코친은 한국의 야생 장닭처럼 겉과 속이 쫄깃쫄깃하고 탄력넘치는 고급 닭이다.

적된장은 나고야를 포함한 일본 중부지방 사람들의 별미로, 보통 쌀을 발효시키는 일본의 흰된장과 달리

한국처럼 콩을 발효시켜 만드는 녀석이라 한국사람들의 입맛에 좀 더 가까운 편이다.

 

물론 콩을 쓴다고 해도 제조방법은 많이 다르고, 한국 된장보다 숙성도는 낮아서 달달하고 먹기 편한 느낌.

 

도쿄쪽의 흰된장은 여기 비하면 맛이 심심할 정도로, 일본음식중 특이할 정도로 맛과 향이 진한 편이라

이 녀석을 듬뿍 넣어서 우동재료와 함께 푹 끓여낸 된장전골우동(味噌煮込みうどん)이 내 입맛에 맞다.

 

조금 달게 만들면 새우튀김이나 돈까스 등에도 발라져 나오는데, 이것도 달달하고 짜릿한게 맛이 있긴 하다.

하지만 그것보다 좀 더 오리지날틱한 맛을 느끼려면 관광객 많이 모이는 가게가 아니라

지역민 상대로 하는 조그만 가게에서 된장전골우동을 먹어보는게 좋은 경험이 될 거라 생각.

 

해가 슬슬 지기 시작하지만 나고야 역시 허벌나게 덥다. 대구와 거의 비슷한 기온.

대구에서는 그냥 집안에 들어박혀만 있어도 괴로웠는데, 5kg 가까이 되는 숄더백 짊어지고 충분히 데워진 아스팔트거리를 걸으니

왜 그렇게도 북적이던 나고야 시내가 한산해 보이는지 그 이유를 실감할 수 있다.

 

그래도 음식점 찾아가는 도중에 퍼질러진 검은 냥이 한마리를 담아내니 흐르는 땀에도 기분이 좋아진다.

한장 찍고 갈길 가는데, 앞의 담장에 이 녀석의 새끼 한마리가 잘 놀고있다가 나를 보고 화들짝 놀란다.

내가 어미와 자기 사이에 있어서, 어미 쪽으로 가고는 싶은데 가지는 못하겠고 안절부절하다가

나와 자기 사이에 뭔가 보이지 않는 유리벽이라도 있는 듯, 벽에 바싹 붙어서 어기적어기적 나를 통과해 어미쪽으로 달아난다.

 

 

 

토요코인에서 그리 멀지 않은 조그만 음식점 야마모토야(山本屋)에 도착.

 

좌석수가 20개도 되지 않는 조그만 가게인데, 그 중 절반은 주방과 마주한 카운터석이다.

젊은 주인장이 친절하게 맞아줬지만 아무래도 사진찍고 일기쓰고 하는데 카운터석은 좀 방해가 되어서 창문가 2인석에 편안히 자리를 잡는다.

주방에서 좀 떨어져 있지만, 보리차 다 마시니 바로 리필도 해 주는 등, 손님 신경은 확실히 서 주고 있다.

 

나 말고 중년의 회사원으로 보이는 사람 한 명이 유일한 손님이었는데

가벼운 안주와 술 한잔 하면서 젊은 주인장과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는 걸 보니 단골손님인 듯.

 

처음보는 사람과는 정말로 말트기 어려운 나한테도 가능한 한 신경을 써주려고 주인장이 노력하는게 보인다.

사실 그 사람들은 이런 가게 이끌어가는 이야기, 아베노믹스에 대한 이야기, 한국인 등산객 이야기 등을 하고 있어서

내가 뭔가 아는듯이 끼어들기도 좀 그렇고 그런 상황이긴 했다.

 

그런데 한국인 등산객이 어쩌구 하는 말은, 흘려들으면서도 뭔 일인가 싶었다.

이 당시까지는 전혀 그쪽에 대한 소식을 듣지 못했기에.

 

 

 

나고야에 오면 꼭 한번은 먹어보는 된장전골우동의 자태가 드러난다.

적된장에 파, 버섯, 코친을 넣은 수타우동.

 

슈퍼에서 완성품 적된장을 쓰는 가게도 없진 않지만, 가게 이름에 프라이드를 가지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연구하고 개발한 적된장의 맛을 사용하는게 일반적이고, 그런 고로 가게마다 맛이 꽤나 다른 편이다.

 

지난 자전거 여행때 먹었던 녀석은, 나이 70은 넘은 노부부가 평생을 꾸려온 가게에서 주문했는데

위화감을 줄여주는 달콤짭짤한 적된장이 아니라 한국의 전통가게에서나 나올법한 진하기 그지없는 새까만 녀석을 사용해서

그 어마어마한 자극과 농후한 식감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거기에 비하면 여기는 일반적인 관광객도 즐길만한 맛.

 

공장에서 생산된 탱글탱글 면발과 달리 살짝 무딘 감이 느껴지지만 씹는맛이 있는 수타면도 훌륭하다.

해산물로 낸 국물의 칼칼한 시원함과는 달리 진득하게 목을 타고 넘어오는 구수한 된장국물의 맛은

한국사람에게는 좀 임팩트가 덜하겠지만, 관서지방 사람들에게는 꽤나 인상적인 모양이다.

 

중간에 몇조각 들어있는 코친 역시 제대로 된 녀석을 사용했는지

껍데기는 물론 속살까지 쫄깃쫄깃하게 씹히는게 무난한 식감의 된장전골 안에서도 밸런스를 맞추는 역할을 한다.

이런 녀석을 접한적이 없는 일반적인 관광객의 경우엔 반드시 코친이 들어간 우동을 먹기를 권한다.

워낙 우직한 맛이라, 중간에 살짝 집어먹는 코친의 식감이 전체적인 평가를 올려줄거라 생각한다.

 

식사를 마치고 일기를 좀 쓰니 여성 단골이 한명 더 들어왔다. 반갑게 잡담 나누는 모습을 보니

슬그머니 끼어들고 싶은 생각도 없잖아 들기는 하는데, 그것보다 더 강하게 나를 붙잡는 것은 막연한 두려움이다.

이렇게 과거를 되짚어가는 여행에서조차 그 두려움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38살의 젊은 주인장 혼자서 영업하는 야마모토야에서 나와 훌렁훌렁 사카에(栄)를 향해 걷는다.

사카에는 나고야 제일의 번화가. 나고야 역에서 직선으로 주욱 뻗은 대로 양쪽에 온갖 쇼핑몰과 즐길거리가 넘친다.

일본에서는 드물 정도로 도로가 넓고 쭉쭉 뻗어있는게 나고야인데, 이유는 당연히 토요타 때문이다.

 

사카에는 도로 중앙에 상당한 규모의 공원도 조성되어 있어서 홈리스들의 고마운 서식처이기도 하다.

자전거 여행중 새벽 4시 40분쯤 도착했을 때, 나도 홈리스들 옆에서 신문지 덮고 잠이나 좀 잘까 생각한 적도 있었다.

어차피 하루 자고나서 다시 도쿄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에 노숙은 무리였지만.

 

그 사카에에서 나름 유명한 스팟이 이곳 TV 타워. 도쿄 타워와 마찬가지로 원형은 어느 나라의 어떤 타워인 듯.

낮에는 그냥 그런 타워지만 밤에는 조명덕에 한번쯤 스윽 둘러볼만한 모습으로 변신하긴 한다.

나고야도 역시 콘트리트의 숲이라, 도시의 생명은 해가 지고나서부터 숨을 쉬기 시작한다.

 

 

 

여정을 적지 않아서 거리가 별로 멀지 않을거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꽤나 걸었다.

야마모토야의 된장전골우동이, 버스, 비행기, 전철등으로 소비한 기력과 무더위로 소모한 체력에 비해 너무 강렬했는지

오장육부가 아주 수퍼 오케스트라 규모의 떼창을 열연하며 신나게 가스를 배출해내고 있었다.

 

다행히도 무덥고 자동차 소음으로 가득한 나고야 시내.

사카에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몇몇 비지니스맨들 외엔 사람도 없는 무더운 저녁이라

들킬 염려도 없이 신속하게 가스를 배출해 낸 덕분에 별 문제가 생기진 않았다.

 

이 대로의 끝에 보이는게 나고야역. 거리상으로는 저기서 여기까지 걸어온 것이나 마찬가지.

돌아갈때도 이만큼 걸어야 한다는게 좀 아찔해지긴 한다. 전철 타면 바로 갈수 있지만 왠지 타기가 싫다.

 

40분쯤 걸으니 손수건은 한 바퀴 짜내서 땀이 후두둑 떨어질 정도고

뜨거운 공기가 콧속에 들어가니 머리가 기분좋게 어질어질한게, 마치 미지근한 물속을 헤엄치는 기분이다.

마시지도 않은 술에 살짝 취한 듯, 눈을 옅게 감고 몸을 흔들거리며 걸어다니니 정말 여기가 육지인가 싶다.

 

 

 

TV 타워 주변엔 비어가든이 열여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맥주를 넘기고 있다.

 

하지만 비어가든 하면 삿포로를 잊을 수 없는 나로서는, 같은 여름날의 비어가든이라도

삿포로의 그 청량한 더위와 끝내주게 짜릿한 맥주의 맛을 머릿속에 떠올리니

물 속에서 마시는 느낌이 들 듯한 이곳의 진득한 공기속이 아무래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물 속에서 맥주를 마실 기분이 들려면, 선인들의 지혜가 살아숨쉬는 라스베이거스를 떠나며나 그랑 블루가 시범을 보여줬듯이

같이 술잔을 기울일 사람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고로 지금은 패스.

 

 

 

이녀석이 술만 같이 마셔줬다면 아마 비어가든도 흔쾌히 즐겼을텐데.

일반인 출입금지의 송전기 근처로 냥이 한마리가 슬금슬금 걸어오더니

누군가 가져다놓은 먹이그릇에 입을 살짝 갖다대고 느긋하게 들어눕는다.

 

사람이 못들어가게 철조망이 설치되어 있지만, 이곳의 홈리스들에겐 그 권력의 지엄함조차 무릎쓰며

저 냥이한테 먹이그릇을 가져다 놓아야 할 사명감이 있었나 보다.

 

덕분에 저 냥이님께서는 이토록 사람이 붐비는 사카에 한복판에서

이렇게도 느긋한 자태를 보이며 혼자만의 공간을 만끽하는 행복을 누릴 수 있다.

 

 

 

감흥이 적었던 과거의 여행은, 지금와서도 별로 마음을 움직이지 않는다.

나고야는 어째서 그렇게 자주 스쳐갔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마음이 열리지 않았을까.

 

나고야 시내 안은 정말 도쿄와 다를바 하나없는 분위기라서 그랬던 점도 있고

반대로 나고야에서 버스나 전철을 타고 한두 시간 밖으로 나가면 굉장한 볼거리들이 포진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쇼핑이 목적이라면 나고야는 도쿄까지의 항공료를 줄일 수 있는 훌륭한 대안이지만

나고야 주변의 볼거리들을 만끽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나고야는 단지 짐을 풀고 잠을 자는 역할 이상을 하지 못한다.

 

 

 

일단 TV 타워를 보는게 목적이었으니까 더 이상 미련없이 숙소쪽으로 돌아간다.

물론 왔던 길을 다시가는건 지겨우니까 좀 더 번화가를 통과해 돌아가기로 한다.

 

사카에에서 TV 타워만큼 유명한 관람차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어쨌든 이 네거리가 나고야 전체에서 가장 번화가니까.

 

썬샤인 사카에라는, 도쿄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듯한 제목의 빌딩 앞에 떡하니 세워져있는 관람차는

돈키호테 등에 붙어있는 장난감같은 관람차와는 달리 제대로 된 녀석이다.

대체 나고야 시내 한가운데서 저걸 타고 뭘 보겠다는건지는 모르겠지만.

 

 

 

공짜로 타보라면 한번쯤 시도는 해보겠지만, 아직까지는 저기 타는것보다 저것의 존재의의를 고심해 보는게 더 재미있다.

썬샤인 사카에 빌딩 창가에 있는 사람들과 즐겁게 인사는 주욱 나눌 수 있을지도. 박애주의자에겐 편안한 무빙워크가 될 듯.

 

관람차 우측 하단엔 뭔가 거대한 처차들의 떼사진이 전시되어 있는데

한국에서 3명 아이돌 하면 SES, 4명 아이돌 하면 핑클밖에 모르는 나로서는

일본에서 떼 아이돌 하면 생각나는게 AKB48 밖에 없다. 쟤네들이 AKB 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베스킨라빈스처럼 골라먹는 재미가 있는 아이돌인지. 일본에서 생활하는 이상 노래를 안들어볼수는 없을 정도로

온갖 CM이라는 CM에는 다 나오는 애들이라 들어는 봤지만, 불행히도 내 취향은 아니다.

 

 

 

관람차에서 시선을 조금 내리니 왠걸 또 한마리의 냥이가 나를 즐겁게 해 주려고 자세를 잡고 있다.

오늘 하루 이렇게 많은 냥이를 만난 것만 해도 나고야 시내를 둘러볼 가치는 충분히 충족되고도 남았다.

 

나고야에서 가장 번화가인 썬샤인 사카에 빌딩 앞의 인도에서 고양이를 만나다니

좀전부터 계속 열탕 속을 휘적이고 있는 기분이었는데, 정말 모르는 사이에 술이라도 한잔 마신거 아닌가 싶다.

 

그만큼 이쪽 사람들이 냥이한테는 친근하다는 반증일수도 있고.

하지만 냥이는 냥이라, 사람들이 헤치지 않아도 당연히 내가 시커먼 카메라를 들이대니 긴장 좀 탄다.

조금만 더 앞으로 갔다가는 뒷다리에 힘을 넣어 튀어도망갈 준비를 할것 같아서 여기까지만 즐기고 뒤로 물러난다.

 

 

 

사카에에서 마루노우치까지 대로를 통해 돌아온다면 볼 일이 없지만

번화가의 기분을 만끽하려고 좁은 골목길쪽으로 흘러들어갔다면, 노골적인 풍속업소들이 줄줄이 늘어선 광경이

때묻지 않은 순수한 외국 여행자들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들 것임에 틀림없다.

 

도쿄도 그렇고 그런 곳은 많지만, 이곳 나고야는 시내 최고의 번화가에 아주 대놓고 영업중인 곳이 호화스럽기 그지없다.

돈 좀 만져야 놀아볼 수 있는 고급 캬바레나, 단골 손님만 접대하는 간판작은 VIP 클럽이 빌딩 3층에서 7층까지 좌르륵 들어가 있고

번쩍번쩍한 언니들의 얼굴을 벽면에 크게 붙여놓고 알송달송한 표현으로 애간장을 태우는 풍경이 골목 여기저기에 펼쳐진다.

 

'사쿠라'라고 불리는 호객행위는 이런 노골적인 풍속영업에서도 단호히 금지되어있는 편에 속하는데

그래도 내가 그쪽 골목을 걸어가니 호리호리한 청년이 '어떻습니까?' 하고 슬쩍 말을 걸어오는걸 보면

물장사 자체를 막아버리지 않는 이상 법률적인 금지는 사실상 애처운 눈가람일 뿐인 듯 하다.

 

클럽이나 캬바레같은 점잔빼는 곳 말고, 아예 '본론만 간단히'를 모토로 하는 풍속점도 너무 당당히 영업중이다.

나고야에서 놀랐던 몇 안되는 점이라면 아마 이런 사카에의 밤거리 정도랄까.

노파심도 뭐도 아니지만, 일본에서 '에스테'나 '헬스클럽' 이라고 이름붙여진 곳에 들어갈 생각은 않는게 좋다.

한국의 헬스클럽은 거기서 '피트니스'나 '짐'이라고 불린다.

저 두곳은 목욕탕이다. 예전에 어떤 형제국가의 이름으로 불렸던 그 탕 말이다.

 

워낙 더위에 맛이 가 있었던 상태라, 새로운 경험 하는셈 치고 한번 즐겨볼까 하고 생각도 해 볼 정도였다.

물론 아무리 자금이 널널해도 이런데서 아가씨 끼고 놀만큼 부자는 아니었고

아마 그런 곳에서 놀고 난 후엔 성격대로 심한 자괴감에 휩싸일 것 같은 확신이 들어서 패스.

 

원전사고 때문인지 호텔에서도 불필요한 전등을 꺼 주시고

에어콘은 28도로 맞춰주시길 바랍니다 라고 정중하게 안내되어 있지만

한국의 지랄같은 전력대책에 아주 뿔이 날대로 난 본인으로서는 콧방귀도 끼지 않고 25도로 온도를 맞췄다.

내가 호텔 와서까지 땀흘려야겠나. 물론 잠 잘때는 체온이 올라가기 때문에 27도 정도로 맞춰도 충분히 시원했지만.

 

첫날부터 너무 무리한거 아닌가 싶지만 이번엔 별로 걱정이 없다.

내일도 나고야에서 머무는데, 여러번 언급했듯이 나고야에서는 무리해서 돌아다니며 볼 만한 곳이 내겐 없기 때문에.

그래서 지난번 자전거 여행때 가보지 못한 주변 볼거리를 찾아보다가, 토요타 박물관이라는 곳을 찜해놓았다.

취향에 맞을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일단 사진은 듬뿍 담을 수 있을 듯 하고

나고야 시내의 빌딩숲과 쇼핑몰을 서성이는 것보다는 알찬 시간을 보낼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오랜만에 보는 일본 버라이어티를 즐기며 느긋하게 침대속으로 들어간다.

 

 

 

레 미제라블의 비참한 현실은 21세기에서도 일어나고 있군요.

 

배가 고픈것이 죄라고... 저렇게 처절한 응징을 가하다니, 인간으로서(?) 이럴수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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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a99 를 구입했지만, 아기보느라 밖에 돌아다닐 시간도 없고 서울 날씨도 한동안 햇빛 볼일 없어서

새 제품을 손에 넣었으니 뭐라도 찍어보고 싶어서 시간 잠깐 날때 고양이까페 다녀왔습니다.

 

서울에서 고양이까페 가는건 처음이네요. 대구와 비교해 별 다른건 없지만, 이곳은 특히 조명이 화려했습니다.

시시각각 색이 변하는 네온라이트가 번쩍이고 있는데, 이런 곳에서는 디지털 카메라의 화이트밸런스 능력을 알아볼 수 있죠.

복합광 중에서도 상당히 강한 광원이라서 색이 완전히 틀어질 수도 있습니다.

 

오랜만에 고양이 봐서 즐겁기도 했고, 이런 극한 환경에서 처음 테스트해보는 a99 라서 조금 두근거렸네요.

찍어본 바 상당히 놀랍습니다. 뒤의 저 강한 네온라이트를 두고서도 고양이 털색깔이 굉장히 정확하게 나왔군요.

 

 

 

커다란 네온라이트는 캣타워도 겸하고 있는데, 그것 외에도 보시다시피 강한 조명이 주르륵 박혀있죠.

저 정도 조명이면 화이트밸런스가 어떻게 나올까 궁금했는데 깔끔 쌈박하게 잘 나왔습니다.

고양이 털색깔을 보면 아시겠지만, 앞의 네온 캣타워에서는 보라색 빛이 나오는 중입니다.

 

이 정도 복합광에서 이렇게 잡아낼 정도면, a900 에 비해서는 괄목할만한 성장이네요.

a900 은 주광 밸런스는 좋지만 실내에서는 화벨이 틀어질 때가 많았는데 말입니다.

 

 

 

렌즈는 35mm 단렌즈로 찍고 있습니다.

모터가 없는 수동렌즈라서, 디지털의 편리성을 십분 활용하고 있습니다.

광학식 뷰파인더와 달리 a99 는 전자식 뷰파인더라서, 수동렌즈 사용이 촛점이 맞은 부분의 색깔을 바꿔주는 피킹기능이 있고

거기 더해서, 촛점 부분을 확대시킨 후에 세세하게 촛점을 맞출 수 있어서 편의성이 극대화됩니다.

 

아무리 숙달되도 광학식 뷰파인더 보면서 수동 맞춘다는게 보통 힘든일이 아닌데

아날로그의 총아인 수십년전 수동렌즈를 사용하는데 가장 최적화된것이 100% 디지털 바디인 a99 라니 참 아이러니하네요.

 

 

 

구박이 쓰면서 아쉬웠던 점이라면, 크게 신경쓰이진 않았어도 역시 고감도 노이즈였죠.

지금 올리는 a99 사진은 대부분 ISO3200 으로, 가끔은 6400 으로 찍었습니다.

밑의 포스팅중 NEX-C3 사진은 ISO1600 과 3200 이 섞여 있네요.

 

센서 크기도 차이가 나긴 하지만, ISO3200 으로 이 정도 디테일과 색정보를 유지한다는 건 놀라울 따름입니다.

니콘 D3 의 고감도에 놀라던 기억이 새록새록한데, 이 녀석은 D3 의 고감도를 뛰어넘었군요.

물론 최신기종인 D4 는 또 이것보다 한두스탑 더 노이즈가 훌륭하지만. 그래도 이정도 노이즈만 해도 더 바랄게 없네요.

 

네온 캣타워 안에서 자고있는 냥이를 찍었습니다.

여기 높이가 2m 가 넘는데, a99 의 틸팅액정을 이용해서 손을 높이 쳐들고 찍었죠.

구박이같은 경우엔 손을 높이 들면 수동렌즈 촛점을 맞출 수 없어서 촬영히 불가능했지만

a99 는 LCD 창을 보면서 바로 촛점을 맞출 수 있으니 이런 사진도 찍어냅니다.

 

라이브뷰도 안되는 구닥다리 카메라 사용하다가 온갖 첨단기술이 집약된 카메라 사용하니 여러가지로 신기하네요.

 

 

 

a99 의 센서는 구박이와 거의 동일한 2400만 화소입니다.

실제 화소수는 조금 줄어서 의아했는데, 라이트룸에 불려들여보니 보정관용도가 가히 놀라울 따름이네요.

 

RAW 보정시 네거티브 필름의 관용도조차 가볍게 뛰어넘어버립니다.

물론 필름 그레인과 묘한 색밸런스는 재현되기 힘드니, 앞으로도 결코 필름과의 우열을 논할 순 없지만

필름의 DR과 계조를 뛰어넘어버린 디지털 센서의 위력은 정말 무섭군요.

필름도 이렇게 계속 발전해 줬으면 하는 욕심이 있지만, 수요와 공급의 법칙은 그 꿈같은 이상을 따라가지 않네요.

 

 

 

처음엔 두더지라는 생각이 들던 녀석입니다.

카메라를 들이대니 살짝 실눈을 뜨더니 다시 감는데

촬영후 머리나 쓰다듬어줄까 싶어서 다가가니 아주 귀찮은듯 딴곳으로 가버리는군요.

 

이곳 고양이 까페가 사람한테 많이 시달려서 그런지, 영 손님 대하는 태도가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먹이 사들고 오는 사람한테는 잘 따라가더군요. 고양이가 원래 영악하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속물(?)이 되어버린 모습이 좀 서글프네요.

 

 

 

강렬한 복합광이 최악의 촬영환경을 만들어 냅니다.

화이트밸런스는 그래도 무너지지 않았지만, 테이블과의 경계면에 부자연스러운 컬러가 생겨버리는군요.

사실 이 정도 광원은 명백하게 디지털 센서의 허용범위를 넘어서는거라 예상하긴 했습니다.

 

그것과는 별개로, 뺨에 화장까지 하면서 제 한몸 바쳐 손님을 즐겁게 해야 하는 냥이의 눈빛이 왠지 애처롭네요.

 

 

 

사방팔방에서 오만가지 광원이 난립하고 있지만, 화이트밸런스는 꽤 잘잡아줍니다.

구박이 이후로 디지털 기기들을 그닥 만질 기회가 없었는데, 요즘엔 화벨도 이만큼 좋아졌나 싶네요.

실내에서 색이 틀어지는 구박이때문에 RAW 촬영 말고는 건드리기가 참 힘들었는데

a99 는 JPG 촬영도 큰 문제는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그래도 전 RAW 사용하겠지만.

 

 

 

고양이까페의 중앙 광장에는 냥이들이 밀집해 있습니다.

냥이들이 좋아하는 박스도 있고, 털 없는 스핑크스 고양이를 위해 담요도 준비되어 있네요.

 

얼굴 모양새를 봐선 오리지날 스핑크스는 아닌듯 한데, 어쨌든 한국 기후는 좀 춥게 느껴질테니 배려가 필요하겠군요.

 

 

 

사람에게 관심있는 고양이는 거의 없고, 대부분 누워자기 바쁩니다.

많이 널널한 편이라 그런지, 어떤 고양이는 간식거리를 들고 와도 본척만척 계속 자더군요.

 

고양이가 박스를 좋아하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밝히면 세기의 큰 발견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렌즈를 바꿔봤습니다. 70-300mm 렌즈인데, 조리개값이 4.5-5.6 인 녀석이라 상당히 어둡죠.

ISO 3200 의 상황에서도 손떨림방지가 없으면 담기 힘든 환경입니다.

 

구박이의 3200 결과물을 생각해 보면 참 세상 오래살고 볼일이다 싶네요.

같은 화소 센서가 4년만에 이정도로 발전한건, 필름시절 20여년간의 발전속도와 맞먹는듯 합니다.

센서의 수광면적이 넓어져서 고감도에서도 색손실이 일어나지 않는군요.

 

 

 

뒤의 냥이가 뭘 찍고있나 싶은지 절 노려봅니다.

셔터소리가 들릴 거리는 아닌데, 시커먼 덩치의 렌즈가 자기를 조준하고 있으니 신기한가보군요.

 

촬영후 보정하는 중에, 이 렌즈 촛점이 좀 이상하다 싶은 느낌이 들어서

훗날 서비스센터 갔더니 핀이 약간 안맞다고 하시더군요. 오토 포커스는 이거 신경쓰는것도 귀찮긴 합니다.

 

 

 

이 냥이는 제가 사진찍는게 그렇게도 놀라운지 아주 눈을 똥그랗게 뜨고 쳐다보는군요.

처음에 흔들려서 몇번 실패했는데, 그래도 계속 이렇게 저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이런 카메라와 렌즈를 처음보나 싶네요.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는 속담처럼 참 뭐가 그리 궁금한지 모르겠습니다.

 

이 사진 촛점거리가 300mm 인데, 셔터스피드는 1/50초 입니다.

평균적으로 사진의 떨림방지를 위한 셔터스피드는 1/촛점거리 정도를 확보하는게 정석인데

1/300초가 아니라 1/50초로 이 정도 결과물을 낸 것은 역시 손떨림방지라는 편리한 기술 덕분인 듯 합니다.

 

예전에 니콘 D3 사용할 때는, 미놀타 사용할 때의 감각으로 촬영했더니 상당수의 사진이 흔들려 있어서

손떨림 방지기능이 괜히 있는건 아니구나 체감할 수 있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처음 가본 고양이까페인데, 어째 저한테는 다들 냉담합니다.

사람을 좀 지겨워한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번화가에 위치해서 특히 그런걸지도 모르겠군요.

 

주인장분은 고양이 좋아하시고, 여러가지로 냥이들 신경써주는 느낌이 드는 곳이었지만

정작 고양이들이 이미 사람들에게 별 관심이 없는 상태라서, 이런 고양이까페는 뭔가 좀 아쉽다는 느낌이 듭니다.

 

 

 

털 없는 고양이는 큰 녀석, 작은녀석 두 마리가 있는데

큰 녀석은 이미 캣타워에 들어가서 자는 중입니다. 옆구리에 다른 고양이 끼워서 뜨끈하게 말이죠.

작은 쪽은 그닥 활동을 열심히 하지도 않고, 그냥 슬금슬금 먹이 먹고 또 카펫으로 슬금슬금 돌아와 앉고 하네요.

 

기분탓인지도 모르지만 털 없는 고양이는 왠지 더 불쌍해 보입니다.

이게 이집트에서 유래된 종이라는 속설이 너무 많이 퍼졌는데, 사실은 1960년대 유럽에서 발견된 돌연변이일 뿐입니다.

 

 

 

쓰다듬어도 피하지 않는건 고맙긴 한데

좋아서 피하지 않는다기보다는 그냥 움직이기가 귀찮다는 인상을 느꼈습니다.

이때가 공교롭게도 수능시험 당일날이었던가로 기억하는데, 그 정도 날씨면 털 없는 냥이한테는 꽤나 추운 날씨죠.

 

원래 털이 풍성하면 저 식빵자세때 다리가 전부 털에 가려서 편안히 앉아있는 듯한 포즈가 나오는데

털이 없으니 엉성하게 앉아있는 듯한 느낌이라서 더욱 애처롭게 보이는군요.

사실 고양이 본인은 그런거 신경쓰지 않기 때문에, 그냥 사람의 관점일 뿐이지만.

 

저야 본인이 찍었으니 금방 알수 있지만, 눈썰미가 매서운 분은 아마 느끼실 수도 있을거라 봅니다.

이건 감도 6400 사진인데, 약간이지만 색이 살짝 물빠지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더군요.

뒤쪽의 노이즈 패턴을 보면 3200 과는 확연히 달라서 구분이 어렵진 않지만

6400 으로 이 정도 결과물이라면 블로그에 올리는 정도로는 충분히 사용이 가능할것 같습니다.

 

물론 상업용이라면 많이 잘 봐줘야 1600 정도가 한계이겠는데, 애초에 그런 용도로는 그만큼 감도 올리지도 않죠.

프레스 기자분들은 니콘이나 캐논 1D 시리즈로 대동단결하는게 여러모로 이득이기도 하고.

 

 

 

도도하게 눈감고 누워있는데, 사진 좀 찍고 앞으로 다가가자

노골적으로 싫은 내색을 보이며 고개를 반대로 돌려버리는 차가운 도시고양이 차도고입니다.

 

촬영중에 6~7살쯤 되어보이는 아이들을 포함한 가족일행이 들어왔는데 소리지르면서 고양이한테 달려드는 아이들 모습을 보니

차도고가 생겨나는 이유도 이해 못할바는 아니겠더군요. 그래서 저는 점점 고양이 까페에 대해서 아쉬움이 생기고 발걸음을 끊고 하는 것이겠죠.

 

 

 

덩치 큰 스핑크스 고양이는 따뜻한 샴고양이를 배게삼아 숙면중입니다.

이녀석은 의외로 성격이 좋아서 만져도 별로 싫어하지 않더군요.

덩치큰 고양이가 왠지 절 좋아하는 느낌이 들지만, 확인이 불가능하니 뭐.

 

근데 샴고양이 안면을 찍어누르고 있는 모양새라서, 샴고양이 잘도 자는구나 싶습니다.

 

카메라 테스트를 위해 찾아간 고양이 까페니 a99 이야기를 좀 하자면

RAW 파일의 보정관용도를 시험하기에 좋은 샘플이었네요.

실제 스핑크스 고양이의 그늘부분은 상당히 어두웠는데, 암부를 끌어올려보니 색정보가 그대로 살아있었습니다.

a99 로 고양이 까페 촬영한 사진들은 테스트를 위해서 일부러 화이트홀과 블랙홀을 하나도 없게 보정했죠.

사진의 어떤 부위도 완전한 블랙(0,0,0)이나 화이트(255,255,255)가 없습니다. 이 정도 환경에서는 충분히 그렇게 만들 수 있더군요.

 

 

 

새로 산 장난감에 정신이 팔린 어린아이와 같은 심정으로 돌아다녔으니

정작 고양이들과 느긋하게 즐기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줄창 조카 얼굴만 찍어주다가 딴거 찍어보니 신선하네요.

 

사실 서울의 형님집은 아파트 1층이라서 정말 어둡습니다. 아기 때문에 불도 밝게 켜지않기 때문에

아무리 조카 찍어줘도 워낙 광량이 부족해서 사진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스트로보를 사용하면 되겠지만 아무래도 아기한테 좀 무리가 갈까 걱정도 되고.

 

100일때는 살짝 써볼까 합니다. 바운스로 촬영하면 아기한테 무리가 없다는 걸 여러번 확인했으니.

 

 

 

저한테 친근하고 잘 놀아주는 고양이도 고맙긴 한데

역시 냥이는 편안히 자는 모습이 제일 보기 좋습니다.

 

자연계에서는 죽을때까지 한 번도 이렇게 편안하게 잠들지 못하는게 고양이의 위치니까요.

이런 수면은 정말 극상의 행복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의 킹은 이 녀석입니다. 제가 와서 떠날때까지 단 한번도 깨지 않았네요.

옆에 종이로 만든 왕관이 떨어져 있길래 머리에 올려줬는데, 그래도 깨지 않고 줄창 잠만 잡니다.

조그만 박스나 너무나 마음에 들었나봅니다.

 

서울에서는 고양이 까페 갈일이 거의 없어서, 아마도 이곳을 다시 찾게 될일은 없을것 같은데

한결같이 잠자는 모습만 보여준 이 녀석의 근황은 가끔 궁금할지도 모르겠군요.

 

a99 촬영도 나름 만족했습니다. 이 정도라면 촬영에 문제될만한 약점은 별로 없고

모든 감도영역에서 구박이를 능가하는 성능을 보여줬으니, 이제 제가 실력을 키우는 것밖에 남지 않은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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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한달은 넘은 사진인데, 일단 순서대로 올리고 있으니 이걸로...

블로거 체님이 대구 사진 비엔날레 입장권을 선물로 주셔서 동생분하고 보러 갔습니다.

사진 비엔날레는 3곳에서 동시에 개최가 되는데, 카메라 들고 가서 사진 담은건 이 봉산문화회관밖에 없었네요.

 

애초에 여기 들렀다가 고양이 까페 가려고 카메라를 가지고 왔으니까요.

 

봉산문화회관쪽 전시는, 각국의 젊은 작가들이 선보이는 작품들을 중심으로 전시가 되어있었는데

젊은 작가는 둘째치고 확실히 아마추어 느낌이 지워지지 않은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어딜봐도 사진학과 졸업하는 학생들이라는게 느껴지는 한국쪽 전시품들은, 그냥 졸업작품전 정도라고 생각하면 될듯.

이곳은 원래 무료관람이니 딱 이 정도가 한계라고 생각합니다. 봐서 해될것 없죠.

 

 

 

지난번 동생분의 NEX-C3 으로 촬영을 하고, 보정을 위해 메모리카드를 가지고 갔던 터라

오늘은 동생분 만나서 메모리카드 돌려주고, 다시 고양이까페 가보기로 했습니다.

고양이까페는 오후가 되어야 문을 열기때문에 그 전에 사진 비엔날레도 좀 둘러보고 한 거죠.

 

 

 

자꾸 고양이 사진이 안나오고 왠 쓰잘데기 없는것만 나오느냐 할 텐데

어쨌든 그날의 궤적이 이랬으니 어쩔 수 없습니다. 비엔날레 보고 나서도 고양이까페 개장시간이 되질 않아

일단 점심이나 먹자고 해물 철판구이를 주문했습니다. 양이 별로 많지 않아서 가볍게 먹을만 했네요.

 

세사람이서 왔다면 철판에 볶음밥도 해먹을만 하겠는데 말이죠.

 

 

 

느긋하게 밥을 먹고 개장시간에 맞춰서 까페로 왔지만

코리안 타임이란게 적용되어서, 좀 더 기다려 주셔야겠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어쩔 수 있나요. 밖에서 새끼냥이들이 열심히 뛰어노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새끼들은 사람 손에 너무 시달릴 것 같으니, 손님과의 접촉을 피하고 있습니다.

자기네들끼리도 잘 놀더군요. 이 녀석이 제일 활발했습니다. 공 하나 넣어주면 광란의 드리블을 보여주네요.

 

 

 

20분쯤 기다리다가 들어갔는데, 직원분이 죄송하다며 고양이 간식을 한봉지씩 주셨습니다.

원래는 돈내고 사서 먹여야 하는 것이죠. 그런데 제 돈주고 간식사서 다시 이곳 냥이들한테 준다는 이 모순은...

 

평일 이른 시간이라서 손님은 없습니다. 동생분하고 둘이서 그나마 햇살이 좀 비치는 곳에 앉아 멍하니 고양이 구경이나 합니다.

지난번엔 NEX-C3 로 촬영해봤으니, 이번엔 a900 으로 한번 찍어볼까 합니다. 그런데 렌즈가 50mm 수동렌즈라서 쉽지 않네요.

 

뷰파인더가 아무리 광활해도 수동렌즈의 촛점을 정확하게 맞추는건 쉬운 일이 아니죠.

특히 어두울수록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고양이까페에서 수동렌즈 사용하는건 좋은 연습이 됩니다.

 

 

 

C3 와 가장 쉽게 구별이 가능한 부분이라면 역시 심도일까요.

번들 줌렌즈를 사용한 C3 는, 센서도 APS-C 크기에다가 조리개값이 5.6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구박이는 APS-C 보다 면적이 1.5배 크고 단렌즈 조리개값이 F1.4 이니 심도는 약 10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고 하면 되겠네요.

 

심도가 얕다는게 꼭 좋은 건 아닙니다. 만약 심도가 아주 깊은 똑딱이로 위 사진을 찍었다면

뒤에 있는 고양이도 선명하게 나와서, 마치 두 마리가 마주보고 있는 착시사진이 나왔겠죠.

 

 

 

C3 에 비해 떨어지는 고감도 성능을 커버하기 위해 조리개를 많이 개방해서 촬영합니다.

덕분에 가뜩이나 심도확보에 불리한 FF 센서라서, 고양이 면적만큼의 심도도 확보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는군요.

구박이는 감도 800만 올려도 DR 이나 색밸런스가 아슬아슬해서, C3 으로 촬영할때보다 더 편하다던가 하는 느낌은 없습니다.

 

 

 

C3 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역시 빛이 어느정도 받쳐주는 곳에서의 표현력이랄까요.

일단 충분한 광량만 확보되면 DR, 계조, 컬러 등등 모든 면에서 C3 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JPG 로 찍으면 유리창 뒤의 모습이 전부 새하얗게 나오는데, RAW 보정으로 이만큼이나 살아나죠.

니콘의 플래그쉽 D3 도 써보고 하면서도, 4년간 결국 이녀석을 계속 갖고 온 이유도 오직 주광화질이 최고라는 점 때문입니다.

 

 

 

화이트밸런스는 C3 이나 a900 이나 별로 좋지 않습니다.

실외 태양광은 잘 들어맞는데, 실내에서는 좀 오락가락하더군요.

전 RAW 촬영을 하니 아주 기본적인 색온도만 좀 맞춰주면 나머지는 그냥 후에 보정합니다.

 

몇몇 고양이들은 아주 네가지가 없는게, 손에 간식이 있을때만 번개같이 튀어와서 간식 달라고 보채고

간식 없다는거 확인하면 쓰다듬을 틈도 주지않고 바로 떠나버리는 간사한 모습을 보여주네요.

 

몇번 그러다가 열반은 저와 동생분은, 그 머리돌리는 녀석한테는 더이상 간식을 주지 않았습니다.

먹고나서도 한동안 주위를 돌면서 제 손길을 거부하지 않는 순한 녀석들한테만 간식을 줬죠.

냥이들도 영업하는 이상 상도덕과 양심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진담으로 돌리면 무섭지만.

 

 

 

이 친구는 이곳 까페에서 가장 덩치가 큽니다. 거의 개 수준으로 거대하더군요.

그런데 생긴 것 치고는 아주 순해서, 알아서 슬금슬금 걸어와서 만져달라고 고개를 내밀기도 합니다.

 

직원분이 이 녀석 보더니 '남자를 아주 좋아해요. 엄청 순해요' 라고 설명해 주시네요.

전 농담인가 싶었는데, 가만 보니 정말로 동생분이 아니라 제 쪽으로만 접근하는게 보입니다. 수컷인데?

 

 

 

 

저 위의 흰고양이 사진과 비교해 보시면 이 녀석의 덩치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우직하게 움직이면서도 놀아달라고 슬금슬금 다가오는 모습을 보니 이것도 보통 귀여운게 아니군요.

잘못 만지면 톡 하고 터질것만 같은 새끼냥이와 달리 이 녀석은 신나게 귀여워해줘도 다칠것 같지 않네요.

 

러시안 블루를 좋아하지만, 이런 덩치녀석도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세삼 깨닫습니다.

 

 

 

결국은 제가 사진 촬영하러 자리를 비운 사이, 제 가방을 배게삼아 퍼질러 버렸습니다.

가방과 크기를 비교해보면 저 녀석 덩치를 가늠할 수 있을 듯. 하지만 순해서 귀여운 녀석이죠.

특히 파란 눈동자를 계속 보고있으면 빨려들어갈듯한 느낌입니다.

 

구박이 센서는 여전히 주광하에서 최상급이긴 하지만, 유일하게 아쉬워하는 점이 있다면

RED 계열을 제대로 표현하는 능력이 좀 부족하다는 것 정도일까요.

RED 계열 채도가 제대로 표현되지 않고 약간 오렌지색 + 핑크색이 섞인 느낌으로 표현됩니다.

진짜 붉은색은 디지털 센서가 표현하기 힘든 분야이긴 합니다. 워낙 채도가 높아서 조금만 잘못하면 색포화가 일어나 버리기 때문에.

 

소니는 그 색포화를 어떻게 해보기 위해 아예 색을 좀 틀어버리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 같은데

그 부분만큼은 4년간 쓰면서 항상 조금씩 아쉽더군요. 코닥이나 펜탁스의 센서는 색을 잘 표현합니다.

 

 

 

그 후에도 저 거대 고양이가 제 무릎위로 올라오기도 하고, 여러가지 어택을 받으면서 까페를 즐겼습니다.

동생분이 학원 나가야 하기 때문에 오래 앉아있진 못했죠.

 

이번에도 어김없이 떠날때쯤에 냥이들이 무릎에 올라와서 잠을 청하는 탓에 고생 좀 했습니다.

몇시간을 들고 뛰던 새끼들은 한두 마리가 자기 시작하니까 전염이라도 된 듯 일시에 기절을 해 버리는군요.

 

우리 조카도 저렇게 놀다가 픽 쓰러져서 잠을 자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 녀석 형님을 빼다박아서 그런지, 안아주지 않으면 절대로 자지 않고 목이 터져라 울어댑니다.

아마 태어나서 한 번도 혼자 누운 상태에서 바로 잠이 든 적이 없을겁니다.

빨리 나이좀 먹고 혼자서 잘 만해야 형수님도 편할텐데 싶네요. 냥이들 모습 보니 그런 생각이 듭니다.

 

구박이는 제가 워낙 오랫동안 사용하던 녀석이라 딱히 말할게 없습니다.

역시 주광에서의 성능은 최고라는 느낌이죠. 지금 위의 사진들중, 실내쪽 사진과 창가쪽 사진의 퀄리티 차이도 심하게 납니다.

그럼 4년만의 후속모델인 a99 의 사진 퀄리티는 어떻게 나올런지 다음 포스팅으로 넘깁니다.

사실 a99 는 서울에서 체류중에 구입한 녀석이라서 이곳과는 다른 고양이까페에서 촬영했으니

객관적 비교라는건 완전히 물건너 갔습니다만, 그냥 재미로 읽어주시면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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