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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에 해당하는 글들

  1. 2015.05.29  대구 티엑스포 2015 2편 2
  2. 2014.12.31  2014 서울 키덜트 페어 3편 8
  3. 2014.12.24  2014 서울 키덜트 페어 1편 4
  4. 2013.09.02  과거로의 여행 - 예정에 없지만 예상되는 8
  5. 2012.09.08  대구국제재즈축제 - Epekeina 10
  6. 2012.09.01  대구국제재즈축제 - 정중화와 JHG 14

 

 

제목은 티엑스포지만 사실 그쪽 구경은 끝났고 이제는 옆에서 열리고 있는 뷰티 엑스포를 구경하러 합니다.

입장료가 원래 있는건지 없는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티엑스포 전시회장 쪽에서 넘어가는건 제지하지 않더군요.

사진을 찍을 여유가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대부분 화장품, 왁싱 크림, 건강보조기구 등인데 역시 사람은 건강과 미용에 관심이 많구나 하는 걸 느꼈네요.

생각보다 왁싱쪽 부스가 많다는 것도 놀랐습니다. 털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나 봅니다.

 

전 부모님 두분이 모두 겨드랑이털이 아예 없는 특이체질이라 전 가족이 모두 겨드랑이털이 없습니다.

알고 결혼하신것도 아닌데 그런 묘한 조합이 되어버려서 어릴적까지는 원래 한국인들에게는 겨드랑이털이 없는줄 알았죠.

나이들고보니 이것도 참 축복이다 싶습니다. 관리할 필요가 없으니.

 

형수 겨드랑이는 제가 뭐 확인할 수 있는 게 아니니 모르겠지만 이 유전자를 최소 절반은 물려받은 조카녀석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기대가 됩니다.

 

 

 

뷰티 엑스포에는 판매 선전용 부스 외에도 상당부분 공간을 활용해 여러가지 이벤트가 벌어지고 있네요.

바디아트 콘테스트라고 적힌 곳에서는 반도체 공장에서 일할 법한 옷차림을 한 사람들이 잔뜩 집중해서 뭔가를 하고 있습니다.

책상 위에 몸뚱아리는 없는데 바디아트라는 걸 어떻게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집중하는 분들 혼란을 주지 않으려고 멀리서만 사진을 담아봅니다.

이게 상금이라던데 경력이라던가에 영향을 주는지는 몰라도 굉장히 열심히 하고들 있어서 방해하면 안될 것 같더군요.

플레시까지 달고 근접에서 촬영중인 분도 있습니다만 그건 아마 관계자쪽이겠죠.

 

 

 

요즘 부모님 무지외반증이 조금 심해지는 듯 해서 발가락 교정하는 실리콘 부품을 구입하고 밖으로 나옵니다.

실리콘 덩어리가 8만원이나 하는게 매우 속이 쓰렸지만 착용해보신 엄니는 부담없고 발가락에 고정도 잘 되어 좋다고 하시니 다행이네요.

여성분들은 멋있는 구두 오래 신으면 무지외반증이 발병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하니 시장성은 충분한 제품인 것 같습니다.

 

밖으로 나오니 날씨는 좋은데 무지하게 덥습니다. 이대로 헤어지는 것도 좀 그렇고 하니 동생분 집에 가서 밥이나 먹기로 합니다.

원래는 여기서 꽤 먼 곳인데 작년인가 이사를 시민운동장 근처로 갔기 때문에 금새 도착합니다.

 

 

 

동생분이 요즘 취미를 들이고 있어서 제 것도 하나 만들어 줬네요. 구슬이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을 갖고 있어서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런 것도 비싼 구슬은 상당히 비싸다고 하네요. 이렇게 선물을 받았으니 7월에 일본 갈 때 마음에 들만한 선물을 가지고 와야 할 텐데.

 

 

 

예전 포스팅에서도 나왔듯 친구가족의 새 집은 무려 33층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설계 미스인지 원가 절감인지 모르겠지만 친구가 사는 아파트 동은 엘리베이터가 1개밖에 없어서

고장이라도 난다면 올라가는거나 내려가는거나 참 문제가 클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짐을 내려두고 밥 먹으로 밖으로 나옵니다.

요즘 이 지역은 한창 개발중이라 주변에 먹거리는 풍부하지만 뭘 먹을지 선택하는 과정은 여전히 고민을 하게 만드네요.

걸어가다가 멋들어진 벽화를 발견해 한 장 담아봅니다.

 

미술선생님이 그렸다고 하는데 이 담을 그려놓은 집이 좀 낡은 편이라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학생이 그렸다기엔 아무래도 수준이 좀 높은 듯 했는데 과연 미술 선생님의 실력이네요.

무작정 새 건물을 짓기보다는 이렇게 세월이 느껴지는 담벼락에 예술을 불어넣는 방식이 참 마음에 드는데 말입니다.

이곳처럼 급격히 개발중인 곳에서는 이런 바램 자체가 꽤나 사치스러운 생각이겠죠.

 

 

 

고기를 잘 굽는다는 복고풍 가게가 있어서 가 봅니다.

소고기다 보니 가격은 식은땀이 날 수준입니다만 오랜만에 방문한 저를 위해서 친구가 쏴 주겠죠.

 

일단은 맛있어 보이는 부위를 3인분 시킵니다. 요즘엔 인분이라는 말 쓰지 않고 그램을 표기해 주긴 하지만

300g 가지고 세 명이서 나눠먹는 다는 발상 자체가... 그냥 반찬 수준도 되지 않는 양이죠. 한국은 고기먹기 참 힘드네요.

 

 

 

역시 순식간에 해치워버리고 또 다른 부위를 주문합니다. 이쪽 부위는 손님이 굽는 게 아니라 직원이 구워줍니다.

소고기를 스테이크용 처럼 굵게 썰어서 그걸 철판에서 토치를 이용해 구워가며 사각형 모양으로 잘라주는 이벤트성 요리네요.

 

소주로 추정되는 알콜을 처음에 뿌리자 불길이 확 치솟고 나서 토치로 마무리를 하는 구조입니다.

TV 맛집 광고 등에서 가끔 등장하는 그런 퍼포먼스겠죠. 물론 이런 방식은 잡내도 없애주는 효과가 있습니다만.

 

 

 

소고기야 맛이 없을리가 없지만 역시 서민들이 쉽게 먹을만한 가격이 아니라 서글픕니다.

밖에서 먹으면 너무 비싸서 요 근래는 항상 식육점에서 고기를 사와 집에서 구워먹곤 했죠.

오랜만에 밖에서 반찬과 각종 편의 서비스가 제공되는 고기를 구워먹으니 호강한 듯한 기분이 듭니다.

 

 

 

된장찌개는 아예 저 불판에 뿌려주네요. 물론 그 전에 알콜로 찌꺼기를 전부 제거한 후 올려줍니다.

생고기도 조금 들어있고 두부도 많이 들어있어서 좋긴 한데 역시 고깃집 된장찌개 특유의 과다한 MSG 사용한 맛이 확 납니다.

맛이 있긴 한데 애초에 된장부터 시작해서 맛의 베이스 전부가 강한 조미료 맛이라 조금 질리는 느낌이 있기도 하죠.

 

전 집에서 인공조미료를 아예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가끔 이런 거 먹으면 신선합니다.

몸에 나쁘다거나 그런 이유가 아니라 워낙 가족들이 싱겁게 먹는 편이다 보니 조미료 없이도 대부분 해결이 되니까 말입니다.

 

 

 

입가심으로 빙수를 사 들고 집으로 향하기로 합니다. 이건 제가 사기로 했죠.

먹고 갈까 포장해 갈까 고민을 조금 하려다가, 묘하게도 과일빙수는 포장이 여기서 먹는 것보다 2천원 쌌기 때문에 포장해 가기로 합니다.

이렇게 공간이 널널한 까페에서 포장을 더 싸게 받는 경우는 어떤 이유일런지 모르겠네요.

 

아무튼 하나만 가져가도 세 명이서 충분할 것 같았지만 포장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팥빙수와 과일빙수 2개를 사서 돌아갑니다.

 

 

 

이쪽은 팥부터 시작해서 주인이 직접 삶는다고 광고하는 곳이라 그런지

확실히 팥빙수쪽이 과일빙수보다 완성도가 높네요. 물론 과일빙수의 상큼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다릅니다만.

작년에 이 근처에서 무시무시한 가격의 망고빙수를 먹었던 악몽을 그럭저럭 씻어주는 맛이었습니다.

 

 

 

근처에 메가박스가 있어서 영화도 보고 갈까 싶었지만

고기에다가 된장찌게에 후식으로 빙수까지 먹어버리니 속이 견디질 못했나 봅니다.

폭풍배설을 두 번이나 하고도 속이 안정되질 않아서 그냥 조금 놀다가 집으로 돌아가기로 합니다.

 

속을 달래기 위해 오늘 티엑스포에서 동생분이 구입한 페퍼민트 루이보스 차를 한 잔씩 마시고 왔네요.

민트의 강렬한 향과 몸에 좋다는 루이보스의 조합입니다. 정통 차에 비해서 맛은 옅지만 입가심엔 좋은 향기입니다.

앞서 언급한 고급 티백의 위용도 찍어봤네요. 엄청나게 세밀하면서도 차는 잘 우러나오는 티백입니다.

 

 

 

예전 차박람회에서 동생분이 사 왔다는 고양이 찻잔입니다.

찻잔은 아버지가 만들고 고양이는 아들이 만들었다는군요.

 

확실히 아들은 아직 아버지 수준이 아닌지 고양이의 퀄리티는 조금 떨어지지만

고풍스러운 느낌이 없지않은 찻잔 위에 저렇게 고양이로 포인트를 주니 색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일본에서 이런 거 한번 시도에 보면 어떨까 싶더군요.

 

티엑스포는 그냥 무료 입장권 때문에 가 본 것 뿐이지만 오랜만에 바람도 쇠고 소고기도 먹고 해서 홀가분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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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 형태로 만들어진 녀석들은 이상하게 오리지날과는 다른 매력이 풍성해 진다고 느낍니다.

이건 금방 잡은 소고기보다 숙성을 거친 소고기가 더 맛있는 현상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런지.

 

디자인은 참 멋지게 나와서 첫 변신 장면은 어른이의 꿈과 로망을 되살리는데 성공했지만

작품 자체는 누가 마이클 베이 아니랄까봐 어설프고 지저분한 3류 B급 액션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했던 작품의 주인공 옵티머스입니다.

1편은 극장가서 봤지만 2편을 잠깐 TV에서 보고난 후 두 번 다시 관련 작품은 안 보고 있습니다. 영화에 투자하는 시간은 매우 소중하니까요.

 

 

 

베이더 옹은 SD로 만들어도 전혀 그 위압감이 줄어들지 않는군요. 이것이 빠심이라는 것인가 봅니다.

이 녀석만큼은 정말 덥썩 물어가고 싶었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판매용 제품이 보이지 않았고 있어도 상당한 가격이리라 생각해서 꾹 참았습니다.

이렇게 볼 때는 좋은데 인형이란게 사실 집에 놔 두면 그닥 의미를 가지지 못하는 편이기도 하고.

 

피규어에 관심이 많았을 때는 이것저것 구입해서 전시도 해 보고 했는데 자주 바라보며 즐기지 않으면 금새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게 되어 버리네요.

 

 

 

처음 봤을 때 건담이 이제 정신이 나갔구나 싶었던 GP-03 덴드로비움입니다.

훗날 저 스케일로 프라모델이 나왔을 때 한 번 더 놀라고 했었죠.

 

작품 자체가 작화 수준은 굉장해도 주제나 사상이 굉장히 형편없는데가 개연성이라고는 밥말아먹었기 때문에

남은 건 결국 멋들어진 건담 기체들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프라모델만큼은 여전히 인기를 발하고 있긴 합니다만.

일본의 애니메이션이란 건 결국 부가상품에서 본전을 찾는 녀석들이라 결과적으로 보면 성공한 작품이죠. 작품성은 멀리 날려 보냈지만.

 

 

 

쿼드콥터를 시연중인 부스도 있었습니다. 아이들이나 어른들이나 신기하게 쳐다보느라 목이 아팠습니다.

일반적인 헬리콥터에 비해 안정성이 뛰어나고, 반대로 밸런스 조절만 좀 하면 온갖 묘기에 가까운 동작도 구현이 가능하죠.

강하하면서 한바퀴 휙 도는 장면에서는 자연스럽게 주위에서 탄성이 흘러나왔습니다.

 

이제 무선 조종 장난감도 입체적으로 움직이며 노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는군요.

 

 

 

몇 주 전에 영화 '퓨리'를 보고 이 글을 적으니 더욱 감회가 새롭습니다.

2차대전의 전차들은 각본가들에게 쓰라고 해도 이렇게는 못 쓸 정도로 신기한 역사를 걸어왔죠.

허구헌날 쥐어터지고 공군이나 찾는 미국의 셔먼 전차였지만

사실은 셔먼이 나쁜게 아니라 독일쪽 중전차들이 시대를 좀 앞서갔다고 보는게 맞을 듯.

 

영화사상 처음으로 작동 가능한 세계 유일의 티거 전차가 등장한다는 점 하나만으로 퓨리는 두근거리면서 감상했습니다.

단순히 전차 몸매 감상한다고 볼 만한 영화는 아니고 상당히 사람 우울하게 만드는 내용이라 오히려 느낌이 좋더군요.

 

 

 

요즘 차세대 산업으로 각광받는 3D 프린터도 시연중입니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멀어서 단순한 색과 떨어지는 디테일밖에 구경하지 못했지만

요즘은 그야말로 어떤 기술이든 순식간에 대중화 되어버리는 광속같은 시대니 조급할 건 없습니다.

 

10년만 지나도 지금 가정집 프린터들처럼 보급형이 팔리고, 집에서 필요한 단순 도구들은 그대로 뽑아내는 시대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그렇다면 인터넷 마켓에서는 제품들의 설계 도면을 판매하고 불법 복제 도면을 막으려고 프로텍터도 개발하는 그런 일이 빈번할 것 같기도 하고.

 

 

 

3D 프린터는 굉장한 가능성을 지닌 녀석이지만

이렇게 피규어 쪽으로는 일정 이상 레벨을 올리기에 채산성이 부족한 편이긴 합니다.

겹겹히 원료를 쌓아서 만드는 방식으로는 나무의 나이테가 생각나는 흔적 때문에 살짝 아쉬운 점이 있죠.

 

물론 다른 여러가지 방식으로 분사하는 프린터도 많이 있고

아직 초기단계에 불과하니 점점 금형공장에서 찍어내는 수준에 근접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런 프린터 때문에 나중엔 캐드 같은 프로그램이 워드 프로세서처럼 누구나 배워야 하는 과목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오리지날 로보트 킹과는 조금 다르지만 어쨌든 분명 로보트 킹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고유성씨의 만화가로서 능력은 시대를 많이 앞서간 편이지만

이 디자인만큼은 자이언트 로보에 나오는 녀석을 완전히 베낀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항상 보면서도 씁쓸한 기분을 지우기가 어렵기도 합니다.

한국 만화사의 어두운 일면이지만 그래도 철인 캉타우 등 표절 논란에서 자유롭고, 그렇기에 매우 독창적인 작품 역시 그 당시에 탄생했으니

좋던 실던 현재 한국 만화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밖에 말할 수 없겠군요.

 

아마 이 녀석도 복고 향수에 인기가 많아지면 자연히 표절 논란도 거세질거라 생각합니다. 역시 캉타우가 다시 인기를 누려야 하는데.

 

 

 

헬보이는 원작과 영화의 캐릭터 디자인이 많이 달라서 구분하기가 쉽군요.

코믹스 원작은 거의 오크와 사무라이를 합친 듯한 동양적 캐릭터였는데

워낙 독특한 스타일이라 이걸 영화화 하면 대체 누가 이 역할을 맡을 것인가가 참 궁금했습니다.

 

감독을 잘 만나서 그런지 론 펄만의 헬보이는 그야말로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이상의 배역을 찾을 수가 없네요.

육순을 넘긴 배우라 더 나이들기 전에 빨리 영화 3편을 찍어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

 

 

 

이제는 언급하는 것 자체가 매너리즘이 되어버린 철남의 흉상.

아이들이 그렇게도 좋아한다고 하더군요. 철남 잠옷에 철남 츄리닝에 철남 마스크와 리펄서 건까지.

 

하긴 제가 요즘 시대에 태어났으면 그야말로 그 철컹철컹 장면에 마약처럼 반해버렸을 것 같습니다.

2편은 한심할 정도로 단점이 넘쳐났고, 3편은 조금 돌아오긴 했지만 더 이상 진전할 스토리가 별로 없는 것 같아서 요즘 조금 시들하긴 합니다.

이 캐릭터는 본인 매력이 너무 철철 넘쳐서 악역이 밸런스 맞추기가 참 힘든 것 같아서 말이죠.

 

 

 

카리스마 넘치는 등장에 비해 너무도 허무하게 사라진 그리버스 장군입니다.

캐릭터 다자인도 멋지고 설정도 훌륭하며 라이트 세이버를 4개나 휘두르는 모습은 그야말로 압권입니다만

막상 보스 캐릭터가 아닌데다가 4개의 팔로 액션 시퀀스 짜기가 너무 어려웠던 고로 그냥 평범한 중간보스로 전락해 버렸죠.

 

쌍제이가 맡은 새로운 스타워즈 시리즈에도 이런 포스넘치는 악역이 다시 등장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다섯 군대 전투를 보고 나니 세삼스럽게 사우론이 그리워졌습니다.

아무래도 반지의 제왕과는 원작 분위기부터가 많이 달랐던데다가

1편짜리 작품을 3편의 영화로 나누다 보니 아무리 피터 잭슨이라도 한계를 많이 보여서 아쉽더군요.

 

반지의 제왕 편은 감독판을 10번 넘게 봤기 때문에 그냥 눈에 선한데

호빗 마지막 장면을 보니 이렇게 약간의 아쉬움을 남기고 톨킨의 위대한 역사서는 종지부를 찍는구나 싶었습니다.

 

 

 

중앙의 거대한 부스쪽에서는 마블과 DC가 사이좋게 등신대 피규어들을 전시하고 있더군요.

극장에서 본 사람 덕분에 팬이 늘어나서인지 다른 부스와는 차원이 다른 행렬이 늘어서 있었습니다.

나침반님이나 저나 굳이 저 줄을 기다리며 사진을 찍고 싶은 생각은 없었기에 그냥 멀리서 한 장 담아봅니다.

 

애초에 카메라는 많이 만져도 셀카라는 걸 찍지 않으니 굳이 앞에서 기념사진 찍을 이유가 없네요.

 

 

 

밀리터리 미니어쳐 치고는 묘하게 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하는 작품이라 한 장 담아봤습니다.

고증은 훌륭한데 아무리 생각해도 태평양 전쟁 때 쌍주포 전차가 존재했을 것 같지가 않아서 말이죠.

 

저는 밀덕은 아니라 실제로 전쟁 때 저런 전차가 있었는지 확신은 할 수 없지만

적어도 게임에서 자주 나오는 저런 쌍주포 전차는 이미 1차대전부터 비효율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었기 때문에

셔먼조차 티거의 위용을 압도하는 것 처럼 느껴졌던 태평양 전쟁 때 저런 전차가 나왔으리라고는 생각하기가 힘듭니다.

 

 

 

옆쪽 미니어처를 보니 그 비현실성이 이해가 되더군요.

비현실 속에서 현실을 창조해 내는 몇 가지 보드게임 중에서 꾸준히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워해머 시리즈입니다.

아마 제가 태어날 때에 발매되어 지금까지 즐기는 사람이 많은 게임인 걸로 알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죠.

 

우주급 스케일로 이루어지는 전쟁게임인데 하인라인에서 시작한 흉포한 외계 생명체의 디테일한 추가 설명이 이 게임에서 많이 이루어졌습니다.

스타크래프트의 저그 종족도 하인라인의 스타쉽 트루퍼즈와 이 게임의 타이라니드에서 영감을 얻었죠. 영감이라기 보다는 거의 헌정에 가깝지만.

 

 

 

전차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게 없어서 그렇지만, 어째 사람과 전차 비율이 좀 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2차대전때 저렇게 큰 탱크가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드네요. 독일의 티거2 나 마우스 같은 전차는 저 정도 크기이겠지만.

 

이런 디테일한 미니어처들은 이리저리 사진 찍으며 감상하는데 참 최적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만드는 사람은 만드는데서 재미를 느끼고, 저 같은 사람은 여러 각도에서 찍어보는데 재미를 느끼죠.

조립형 장난감이란 게 대부분 그렇지만 만들 때 가장 재미있고 다 만들고 나면 감상하는 뿌듯함으로 즐기는 것이겠죠.

 

 

 

쌍제이의 스타워즈는 걱정 반 기대 반입니다만

프로모션 영상에서 메인 테마와 함께 등장하는 이 팔콘과 타이 파이터의 모습을 보면 본능적으로 가슴이 두근거리게 되네요.

근데 X 윙과 타이 파이터 크기를 보니 팔콘이 저렇게까지 크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미니어처는 크기 비율도 정확해야 현실감이 살아나기 때문에 유의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봅니다.

 

 

 

보통 한국에서는 철인 28호 하면 이 녀석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죠.

저보다 더 어린 사람은 또 이게 아니라 날개달린 로봇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원조 철인 28호는 한국에 정식으로 들어온 적이 없는 흑백 애니메이션이라 아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1980년 버전이 가장 오리지날과 현대성이 잘 접목된 수작이라 생각합니다.

프라모델도 참 무지하게 많이 만들었죠. 동글동글한 게 의외로 오래 보면 볼수록 매력이 살아납니다.

 

 

 

대전 당시 저렇게 터널 밑에 잠복해 있다가 포를 빵빵 쏴 대는 전차는 공포의 대상이었죠.

특히 독일군의 전차는 장갑도 장갑이지만 유효사거리가 연합군의 주력 전차보다 많이 길어서

보이지도 않는 곳에서 쉭쉭 날아오는 포탄에 소름이 돋은 전차장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전쟁의 역사에 비추어 보면 사실 이런 현대 전차가 활약한 시기는 꽤나 짧은 편입니다.

티거 같은 현대 전차의 시초를 닦은 녀석들도 그 무시무시한 공군의 힘이 커지면서 한낱 고철덩어리로 전락해 버렸으니.

요즘 와서는 일단 어떤 수를 쓰더라도 전차는 공군에게 움직이는 타겟이나 마찬가지라 밀리터리의 로망으로서는 참 아련한 수준까지 내려왔죠.

물론 땅에 발을 딛고 움직이는 물체들에게는 여전히 지상 최강의 공방을 자랑하는 괴물이긴 하지만.

 

현대 미국처럼 외계인을 고문한 듯한 병기가 개발중인 곳에서야 재블린 같은 전차잡는 대전차 미사일도 제식 병기로 운용되고

공군에게는 뭔 짓을 해도 상대가 안되는 전차이긴 하지만, 육지전에서 전차 부대를 막아설 수 있는 것은 여전히 전차부대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 현대 문명의 괴물은 여전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재블린 미사일은 본체와 미사일 한 발을 합하면 3억원이나 하니까요.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한 장면을 재현한 듯 합니다.

주변을 보면 아마 상륙 후 첫 전투인 것 같네요. 디테일이 그냥 끝내줍니다.

자기 힘으로 저 장면을 만들어 놓은 후의 달성감은 참 대단할 듯 하네요.

 

사람이 어느 한 취미에 몰두하게 되면 거기서 얻는 만족감은 인생의 목표에도 버금간다고 할 수 있겠죠.

애초에 큰 뜻을 품고 태어나서 사회에 뭔가를 남겨야 한다는 시덥잖은 헌장 같은게 두루두루 읽히고 있는 것 자체가 희극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은 날씨가 급변하고 있어서, 관람을 마치고 나와보니 하늘이 심상치 않더군요.

둘 다 우산은 가지고 오지 않았기 때문에 비가 거세지자 지붕 밑에서 시간을 좀 때웠습니다.

이래가지고 많이 돌아다니지는 못하겠으니 식사할 만한 곳을 생각해 봤는데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 예전 서울 살 때 가끔 가던 보노보노에 가 볼까 싶었습니다.

 

나침반님은 생활 패턴상 보노보노에 가 보신 적이 없을 것 같아서 이것도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었죠.

음식 수준에 비해 가격은 역시 강남이니 만큼 좀 비싼 편입니다만

여러가지 음식을 느긋하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에 찾아가는 것이 뷔페니까요.

 

 

 

비가 좀 많이 쏟아져서 이곳에 도착했을 때는 거의 물에 빠진 생쥐 꼴이었습니다.

여름이라 젖는 것 쯤은 별 상관이 없네요. 그래도 사람은 어찌나 많은지 외식 인구는 참 대단하구나 싶습니다.

 

저나 가족들 모두 먹는데 돈 아끼지 않는다는 게 인생의 신조라 버는 돈에 비하면 여러가지를 먹는 편이긴 합니다.

보노보노 같은 곳은 맛난 걸 먹으러 간다기 보다는 뭘 먹을지 선택하기가 좀 애매한 기분일 때 대안적으로 선택하는 곳이죠.

 

나침반님이 이런 곳을 좋아하실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제가 추천해서 왔으니 조금 책임감을 느끼기는 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그럭저럭 먹을 만한 음식들이 포진해 있어서 기분이 나빠질 정도는 아니네요.

초밥은 일본쪽에 비하면 거의 간식 수준이라 크게 만족하지는 못하지만 뷔페 가격에 포함이라고 생각하면 납득할 만 합니다.

 

이곳은 식탁 쪽 조명이 어두운 편이라 음식 사진 찍으려면 중앙 홀에 전시된 녀석들을 담는 게 좋은데

소심한 성격상 남들 음식 담아가는 곳에서 사진 찍는게 조금 부담스럽더군요.

그래서 그냥 한두 장 찍고 포기했습니다. 어차피 키덜트 페어 감상이 주 목적이었으니 이거야 그냥 여흥일 뿐이죠.

 

 

 

 

게가 자주 많이 못 먹는 녀석이다 보니 이걸 한 포대기 담아가서 막 뜯어먹는 사람들도 있습니다만

여기 게는 그냥 향기만 살짝 맡는 수준이라 이걸로 배 채우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네요.

물론 막 쪄낸 튼실한 게라면 혼자 20~30만원 어차피는 가볍게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게를 좋아하긴 합니다.

 

소원 중 하나가 게를 배 터져서 못 먹을 정도로 먹어보는 것인데, 예전에 집에서 박달대게 5마리 정도를 혼자 먹어봤지만

배가 불러서 못 먹겠다는 생각은 안 들더군요. 어느 정도 먹어야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일지.

 

 

 

보노보노는 원래 해산물이 좀 괜찮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마지막으로 갔던 때가 근 7년쯤 전이었으니 좀 바뀐 듯.

해산물은 조금 질이 낮아지고 즉석요리나 스테이크, 고기류가 조금 더 힘을 받는 느낌이네요.

요즘도 하는지 모르겠지만 지난번엔 참치 해체 쇼 같은 것도 있었는데.

 

여담이지만 나침반님 세계일주 떠나기 전에는 마지막 만찬이라고 생각하고 서울의 최고급 호텔 뷔페를 한번 가보자고 하십니다.

저는 서울서 한 번 가보고 싶은 음식점이라면 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초밥집 정도가 신경쓰이는데

어차피 나침반님하고는 오토바이로 일본 일주 한번쯤 해 볼 생각이라 굳이 여기서 먹을 필요가 없긴 합니다.

물론 서울의 그 집은 일본 레벨로 쳐도 굉장한 실력자분이라 먹을 가치는 충분하지만요.

 

아무튼 당일치기 여행이라 좀 바빴지만 오랜만에 피규어 사진도 담고 나침반님하고 산책하다가 돌아왔습니다.

그게 벌써 거의 반 년 전 이야기지만 말이죠.

 

여행기 쓰다보니 이 블로그만 완전히 시간을 뛰어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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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여름날입니다. 예전엔 크리스마스 전후로 코엑스에서 인형전시회를 열어서 그게 연말의 이벤트였는데

마지막 전시회 즈음부터 부스 퀄리티도 그렇고 뭔가 문제가 생기는가보다 싶더니 언젠가부터 아예 개최가 안되고 있더군요.

 

피규어나 인형 찍는것도 나름 좋아하기 때문에 기대하고 있었는데, 한동안 서울에서도 떨어져 있고 해서 자연스레 잊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름에 키덜트 페어라는 이름으로 조금 더 상업성을 갖고 돌아온 이벤트가 코엑스에서 열린다길래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을 때 올라가 볼 생각으로 아침 기차타고 달려갔습니다.

 

 

 

나침반님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고 동행하셨는데 조금은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게 입장료를 꽤 비싸게 받는 행사라 이런 쪽에 흥미가 없는 사람이 가면 실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행이랄까 볼거리는 나름 많아서 마음이 조마조마할 정도까지는 아니었습니다.

키덜트 페어라고 해도 어른 가는 길에 아이들이 안 달라붙을 수는 없으니 사실상 아이 반 어른 반인 느낌이네요.

하지만 키덜트라는 이름 속에는 어릴 적 눈길만 줬던 장난감들 & 고성능 고가의 어른용 장난감들을 마구 사들일 수 있는 무서운 함정이 숨어있습니다.

 

저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오늘 빈손으로 돌아간다고 굳게 다짐하며 들어갔기 때문에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죠.

 

 

 

어릴적에 레고와 함께 아이들의 욕망에 기름을 부웠던 녀석이 오랜만에 나타났습니다.

예전엔 그냥 레고 짝퉁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잘 생각해보니 그건 옥스포드라는 회사였고 이 플레이모빌은 레고와 아무 관련이 없더군요.

 

레고보다는 그냥 가지고 노는 장난감에 가까워서 좀 더 어린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요즘엔 오히려 그 때의 추억을 가지고 있는 어른이들에게 지갑을 열게 하는 제품이 된 듯 하네요.

 

 

 

생각보다는 디테일이 좋아서 놀랐습니다. 나침반님은 원래 빠져있었고, 저는 요즘 관심이 많은 오토바이 쪽만 보더라도 말이죠.

레고처럼 디테일한 조립이 필요한 제품이 아니라 재미에 있어서는 다른 방향성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키덜트 페어는 인형전시회보다 조금 더 상업성을 부각시키고 있어서 꽤 많은 부스에서 직접 구매가 가능합니다.

아무래도 최신 트렌드와는 동떨어진 장난감이라 그런지, 전시회장 입구 바로 앞에 부스가 위치한 점이 또 판단을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바퀴 돌때쯤이면 이것보다 더 자극적인 녀석들이 눈에 많이 들어올 테니까 말이죠.

 

 

 

한국에서는 뭔 장난감이든 교육적 효과에 결부시키는 안 좋은 버릇이 있기 때문에 레고보다는 인기가 많이 떨어진 제품이기도 하죠.

닌텐도 DS 라는 게임기도 처음 들어올 때 뇌교육이라든지 하는 교육용 소프트가 있어서 부모들이 많이 사줬다는 말이 있으니.

 

플레이모빌은 레고에 비하면 완제품 성격이 강해서 디테일로 보자면 조금 더 세밀한 경향이 있습니다.

나이가 좀 더 들어서 직접 조립하는 재미를 찾게 된다면 자연스레 레고 쪽에 손이 가겠죠.

 

 

 

그러고보니 제가 어릴적엔 레고 중 단연 인기있었던 것이 이런 중세시대 성과 기사 버전이었죠.

경찰서나 소방서 같은 현대 제품의 경우엔 중세시대 버전에서 보기 힘든 반투명 아크릴 재료가 들어있다는 게 포인트였고.

 

그래서 친구한테 성 제품이 있고 제가 경찰서 버전을 구입하면 나름 퓨전을 해서 사이버틱한 아크릴 창이 달린 중세 성이 탄생하기도 했습니다.

이곳 부스안에도 걸음을 옳기기가 힘들 정도의 인파가 몰려 구경중이었는데, 의외로 구입해가는 사람이 많더군요.

가격은 싼 편이 아니었지만 어린이 시절 손가락만 빨던 추억이 구매를 유도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태권브이 형상이 다양한 버전으로 전시된 곳도 있습니다.

캐릭터 자체는 빼도박도 못할 표절이라 이제는 그냥 하찮게 느껴질 뿐이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작가들의 조형 실력은 감탄을 자아내게 만드는군요. 그냥 그런 점에서만 관심을 가지고 구경했습니다.

 

 

 

최근 자꾸 태권브이가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되어 나오고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게 정착된다면 결국 역사 왜곡하는 일본과 다를게 뭐가 있나 싶습니다. 자랑스러워 할걸 자랑스러워 해야죠.

 

그냥 그런 추억이 있었고 당시 한국 상황은 그런 편이었다는 감회를 느끼는 정도로만 사용해야지

저걸 한국적 캐릭터라고 생각한다면 요즘 창궐중인 친일 매국노 색히들과 다를바가 없습니다.

 

 

 

페이퍼 크래프트 부스에 들어가니 저의 구매욕에 불을 당기는 제품들이 산더미처럼 진열되어 있습니다.

이 페이퍼 크래프트가 참 인상적인 것이, 디테일을 의도적으로 간소화시킨 점이 오히려 매력포인트로 다가온다는 묘한 아이러니함이 만재해 있기 때문이죠.

 

한국에서도 거의 실사에 가까운 디테일을 자랑하는 한지 공예가 있으니 종이란 재료는 참 매력적인 녀석입니다.

마블이나 DC, 스타워즈 등 키덜트들이 미쳐 날뛸만한 소재를 한껏 뽐내고 있어서 몸이 근질근질해지는 걸 참을 수가 없네요.

상표값도 있고 해서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다는 점을 인식하고 간신히 구매욕구를 참으며 구경합니다.

 

 

 

영화 자체의 완성도를 제외하고 말한다면 기본적으로 캐릭터성에서 스타워즈를 따라갈 만한 프렌차이즈가 별로 없다고 봅니다만

그래도 요즘 젊은 층에게서는 역시 팝콘무비로 끊임없이 재생산중인 마블 히어로즈 캐릭터들이 더 인기가 있겠죠.

 

완구 팔아먹을 심산은 아니었겠지만 아이언맨 수트 버전이 워낙 많아서 페이퍼 크래프트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수트 버전에 따라 금형을 바꿔야 되는 기존 피규어와 달리 페이퍼 크래프트는 그냥 무늬만 바꾸면 되니까요.

 

페이퍼 크래프트는 심플함 때문에 이런 걸 돈 주고 구입하나 싶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판매용 제품은 그 단순함 속에서 특징과 흥미를 잡아내야 하는 난이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휴대용 수트의 고증 재현도를 보시면 참 머리 잘 쓰는구하 싶죠.

 

종이를 돈주고 사기가 싫다는 분들은 그냥 칼라프린트로 한 장 뽑아서 오려 접으면 됩니다.

개인 작업자들 중에는 수십만원대의 정밀 피규어를 능가하는 디테일을 종이로 구현하시는 괴수들이 많더군요.

 

 

 

요 근래 즐기는 게임 중 가장 오랫동안 플레이중인 디아블로 3의 주인공(?) 디아블로도 전시중입니다.

일반적인 캐릭터와 달리 장식도 많고 굴곡도 많은 편이라 조형비가 많이 들어가지 않았을까 싶네요.

 

디자인은 마음에 드는데 정작 게임 내에서 전혀 매력을 발산하지 못한 캐릭터라서 그냥 좀 시큰둥 합니다.

 

 

 

시대를 풍미했던 게임의 마스코트 캐릭터로군요.

제가 고등학교 2학년 땐가 처음 발매되었는데, 그 이후 대학에 들어와보니 온 세상에서 난리가 나고 있었던 게 참 신기했습니다.

PC방 이라는 녀석이 처음 생기던 때라 지금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기도 했었죠. 진짜 까페같은 느낌이 나기도 했습니다.

 

 

 

역시 저는 나이가 나이라 그런지 아날로그의 감성이 살아있는 스타워즈의 매력에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물론 영화 자체만 본다면 엉성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캐릭터 만들기에 있어서는 시대를 앞서간 작품이죠.

루카스가 쿠로사와 감독의 광팬이고 7인의 사무라이를 많이 참고한 느낌이 나기 때문에 당시 서양 오락물에 비해 훨씬 입체적인 구성이 가능했다고 봅니다.

 

감독이 쌍제이로 바뀌고 또 다시 스타워즈 프랜차이즈가 부활을 향해 움직이고 있는 요즘엔

그저 매니아 빠심으로 나오기만 하면 일단 봐주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쌍제이가 영화를 맛깔나게 만들기는 하는데 여전히 무게가 가볍습니다만 스타워즈가 원래 별로 무겁지 않은 영화니까 뭐.

 

 

 

스타워즈 하면 베이더 경 + 스톰트루퍼의 조합이죠.

 

뒷 배경에는 또 센스있게 AT-AT 까지 그려놓았으니 머릿속에서는 저절로 임페리얼 마치가 재생되고 있네요.

임페리얼 마치는 영화 BGM 사상 최고의 명곡중 하나로 뽑혀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여기는 그림이 아니라 진짜 AT-AT 페이퍼 크래프트까지 전시해 놓았네요. 그야말로 웅장합니다.

BGM 으로 음악도 깔려있으면 좋겠지만 회장 내부가 워낙 소란스러워서 별 효과는 없었을 듯.

 

악당들 역시 똥배 튀어나온 페이퍼 크래프트화 되면 귀여워 진다는 점이 특징인 것 같네요.

베이더 경과 똘마니 10명 정도 구입하면 멋진 부대를 만들 수 있었겠지만, 앞서 말했듯 하나 하나가 좀 비싼 편이라 포기.

막상 이 녀석들은 단체로 몰려다녀야 보는 맛이 있어서 말입니다.

 

 

 

1편까지만 해도 그냥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한 편린일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윈터 솔저쯤 오니 아이언맨과 한 축을 이룰 정도로 명확한 캐릭터를 확립시켜서 기대중인 캡틴 아메리카 입니다.

 

제작자들이 일부러 그런 건 아니겠지만 윈터 솔저가 대히트를 치면서 비중이 커졌는데

캡틴 아메리카 영화시리즈 3편이 하필이면 '시빌 워'로 결정나는 바람에 이 사람 고생도 끊일 일이 없겠네요.

 

 

 

베어브릭 부스에서는 시작부터 강렬한 녀석이 일행을 맞이해 줍니다.

것도 앨범 자켓을 딱 연상시키는 색감이 조화를 이루는군요. 개인적으로 섹스 피스톨즈 베어브릭이라면 좀 더 과격해도 될 것 같지만.

 

베어브릭이란 게 탄생부터 어른이들을 위한 장난감이었기 때문에 이런 버전도 충분히 용납되는거 아닌가 싶네요.

레고에 섹스 피스톨즈나 오아시스 같은 밴드들을 접목시킨다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너무 유익한(?) 영향을 줄 것 같으니.

 

 

 

베어브릭이 발표된 게 2000년대 초반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걸 보면서 이제 어덜트 완구류의 취향은 저하고 멀어지는구나 싶었죠.

 

21세기 소비자들이 원하는 대중성과 유니크함의 역설적인 조화를 실체화시킨 히트 상품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론 다양한 문화를 마치 뷔페에서 배가 터질 때까지 악으로 집어넣는 폭식증 환자처럼 소비하는 세상에 어울리는 완구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저는 한 놈만 패는 성격이라 역시 이런 광범위한 바리에이션이 조금 부담스럽네요.

 

어쨌든 크라우저씨의 모습은 참 인상적입니다만.

 

 

 

베어브릭의 기본 뼈대는 어쨌든 저 똥배이다 보니 그 날씬하던 에바들이 후덕한 아저씨가 되어버렸네요.

본인의 취향과 먼 장르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모델들도 인기가 있어서 잘 팔린다는게 이해하기가 어렵긴 합니다.

 

베어브릭은 단순히 만들어 주는 것만 소장한다기 보다는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가 뭔가를 덧칠할 수 있다는 점이 각광받는 녀석이죠.

키덜트가 된다는 것은 역시 아이였던 당시의 열정만 남아있고 신체와 뇌구조는 낡아버린 탓에 옷갈아입히기 인형 정도의 놀이수준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인지.

 

 

 

사실 베어브릭의 매력은 실제 살아있는 사람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오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이란 어차피 남들보다 멋져보이는 옷을 열심히 올라서 걸칠 뿐, 기본적인 모습은 다들 비슷하니까 말이죠.

 

그리고 위 사진처럼 찢어진 눈이나 왕방울 눈처럼 개인적인 특성 몇 가지로 외형이란 게 완성이 됩니다.

영화속 아이언맨과는 달리 똥배가 나온 평범한 모습이지만, 곰처럼 귀여운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도 있죠.

베어브릭이 태생부터 어른을 위한 장난감이었다는 점은 시대적 흐름을 꿰뚫는 디자이너와 계획자들의 혜안이었다고 할 수 있을 듯.

 

 

 

사실 베어브릭은 그 다양성과 함께 나만의 장난감이라는 문구로 유명합니다만

실은 종류가 너무 많아서 대충 하나 고르면 적당한 유니크성이 생길 뿐 대량 생산품과 다를 거 하나도 없습니다.

 

오히려 앞서 본 페이퍼 크래프트쪽이 기본 구조만 파악하면 세상에서 하나뿐인 자신만의 장난감 창조에 훨씬 효과적이죠.

리락쿠마 베어브릭으로 시작해 이제와서는 셀 수도 없는 다양한 방면에서 활약중인 녀석이지만

볼 때마다 본인과 어울리는 장난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네요.

 

 

 

아 저는 역시 베이더 옹이 좋습니다.

촌티나면서도 위엄있는 저 따뜻한 패딩복장이 시대를 타지 않는 것 같네요.

 

이번 겨울처럼 추운 날을 위해 어디서 스타워즈와 콜라보한 베이더 패딩 좀 안만들어주려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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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나 같은 덩치가 엎드려서 고개 한쪽으로 돌리고 잠자다 보면

가끔 숨이 목에 걸리는 듯한 느낌이 들며 껄떡! 거리며 화들짝 깨곤 한다. 거의 정신을 잃은 듯 했는데 아직 시간은 많이 흐르지 않았다.

 

하늘은 여전히 예술작품이라서 이곳 타카야마에 온 보람이 느껴지는데

뉴스에서는 오늘 새벽에 나고야에서 있었던 폭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내가 오늘 새벽 자면서 들었던 빗소리는 예사로운게 아니었던 듯, 새벽에 내린 비로 JR선 운행이 30분 이상 중지되었다고.

본인이 슬금슬금 움직였던 8시 너머부터는 이미 비가 소강상태였기 때문에 문제없이 타카야마로 이동했던 것이다.

 

타이밍이 조금만 안맞았으면 오늘 여기서 이런 하늘을 바라볼 수도 없었으리라 생각하니, 이번 여행은 운이 따르는 듯 하다.

이제 슬슬 노을이 질 무렵이라, 낮에 잠깐 맛만 보았던 거리 산책을 좀 더 즐겨볼까 하고 몸을 일으키니

아직 완전히 피로가 풀리진 않은 듯 찌부둥함이 남아있다. 하긴 이렇게 잠을 자면 그다지 몸에 좋지도 않고.

 

감동적인 하늘 풍경과는 달리 마음속은 걱정이 점점 커지고 있다.

내일 목적지이자 이번 여행의 사실상 유일한 관광 목적지인 시라카와고(白川御) 쪽의 문제때문에.

시라카와고는 마을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어서 현대식 숙박시설을 지을 수 없다.

가격도 비싸고 편의성은 극악인 곳이라, 버스로 10분쯤 거리에 있는 훌륭한 온천여관에 큰맘먹고 1박 하려고 했는데

문제는 일본 도착후부터 그 여관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것. 옛날 여관이라 인터넷 예약이 힘들어 일본 와서 전화할 예정이었지만

무슨 문제가 있는지 대기신호만 계속 울리고 전화를 받지 않는다.

 

시라카와고는 정말 깊숙한 깡촌이고, 문화유산인 관계로 노숙도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숙소를 정하지 않으면 섣불리 가서 죽치고 앉아있을수도 없는 곳이라 고민중이다.

몇번 더 전화해보고 연결이 되지 않는다면, 예정을 바꿔서 이곳 타카야마에 다시 돌아와 숙박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약간의 불안을 안고 해가 지기 시작하는 무렵 다시 호텔을 나선다.

 

 

해가 저물어도 덥긴 덥지만, 직사광선에 살갗이 비명을 지르는 일이 없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옛 마을거리가 있는 쪽으로 걸어가는데, 6~7살쯤 되어보이는 금발의 외국인 자매가 엄마 사이를 원자처럼 빙글빙글 돌며 걷고 있다.

비록 일본 전통의 가벼운 외출복인 유카타를 입고 있었지만, 그거야 뭐 관광와서 하나 사입었을테고

히다 타카야마 어디에서든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서양사람이라 그때까지만 해도 그냥 그렇구나 했는데

갑자기 애들이 엄마한테 일본어로 뭐라뭐라 하는 것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건 본토사람이 아니면 흉내낼 수 없는 자연스러운 일본어라, 뭐하는 애들인가 싶었는데

옆에서 지나가던 자동차 창문이 열리며 아이 엄마한테 반갑게 인사하는 일본 아주머니를 보고서야 국제결혼한 가족이구나 하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러고보니 좀 전까지 그냥 같은 길 가던 사람인  줄 알았던 일본인 남성이 아버지인듯 자동차 아주머니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아이들은 서양쪽 유전자가 강한지 거의 100% 서양인의 모습을 하고 있어서 구분이 쉽지 않았다.

 

아이들은 일본어를 모국어로 여기는 듯 하지만, 엄마쪽은 확연히 외국인 일본어라는게 느껴진다.

도쿄도 아니고 이 타카야마 같은 곳에서 생활하는 외국인 가족을 보니 뭔가 신선하다.

 

아이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길을 걷다가, 문득 주위가 굉장히 소란스러워져서 의아하다.

아직 옛 거리에 도착하지 않았는데 사람들이 한쪽으로 굉장히 몰려 걸어가는 모습이 보여서 슬쩍 따라가 보니

유명 관광지인 옛 마을거리에 비해 한산했던, 평범한 요즘 상점가에서 뭔가 축제가 열리고 있는 모양이다.

 

 

 

타카야마라는 유명한 관광지에게 조금 실례될지도 모르지만

본인에게는 그냥 여행 경유지의 목적밖에 없었던 곳이라, 관광 루트라던가 계획이라던가 짜 놓은게 없었다.

그래서 오늘이 마을 축제날이라는 것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술렁술렁 걷다 보니 이런 이벤트와 만나게 되었다.

 

만약 낮에 좀 더 힘내서 많이 구경하고 돌아다녔다면, 또는 저녁에 눈을 떠도 몸이 피곤해서 그냥 자버렸다면 이 축제를 접할 기회도 사라져 버렸을 텐데.

여행중 이런 우연과 조우하는건 이제 신기한 일도 아니지만, 항상 여행의 가장 즐거운 추억으로 남는 녀석이다.

 

시끌벅적했던 소리는 대규모 브라스밴드의 화음이었다. 남녀노소 구분없이 열심히 연주중.

구성원을 보니 특정한 곳에 소속된 밴드가 아닌듯 하다.

중학생 정도의 학생과 70은 되어보이는 할아버지가 만들어내는 경쾌한 화음은, 본인의 이상적인 시골마을 모습중 한 가지였는데

이곳에서 보게 되니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떠오른다. 만약 자식이 있다면 손자와 함께 색소폰 부는 것처럼 매력적인 일도 없을테니까.

 

 

 

지휘자가 곡이 끝나고 난 뒤에 가볍게 단원 소개를 한다.

역시 예상대로 근처 초중고에서 모인 학생들, 마을 음악클럽 회원과 함께 이웃마을 밴드까지 합세한 그룹이다.

그런 고로 연습시간이 좀 부족했다고 고개를 숙이긴 하는데, 여기가 예술의 전당도 아니고 이 정도면 어깨를 들썩이기에 충분하고도 넘친다.

 

언제부터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처음으로 들었던 곡은 본인도 익히 알고있는 곡이라 어렵지 않게 감상 가능했다.

현재 NHK 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아침드라마 '아마짱'의 오프닝 테마.

욕하면서 본다는 드라마들이 가지는 막장성을 완전히 배제하고, 그야말로 맑은 이야기만으로 어마어마한 인기를 구가하며

이런 소재로도 인기를 끌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웰메이드 드라마... 라고 하긴 하는데

본인은 드라마를 보지 않으니 내용은 모르겠고, 오프닝 테마만큼은 정말 마음에 들어서 따로 구입해 듣고있다.

 

발매된지 얼마 되지 않은 따끈따끈한 앨범이고, 드라마 오프닝 정도는 그냥 공개해도 되지 않을까 싶지만

NHK가 강력하게 유료 음원으로 밀고 있기 때문에 이곳에서 소개를 할 수는 없다. 

 

 

 

이 정도라면 살짝 들려도 문제 없을듯 하니 소개하는 겸, 고양이를 감상하는 겸 업로드해 본다.

 

아무튼, 드라마는 몰라도 오프닝 테마는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마을에 울려퍼지는 신나는 음악에 활기가 넘친다.

 

 

 

마을 사람들끼리, 혹은 이웃 마을 사람들까지 일년에 한두 번씩 이렇게 모여서

시원스럽게 연주를 피로하면 그것을 손자와 함께 보러 온 할머니가 즐기는 이 풍경은

한국에서라면 어디쯤 가야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대구의 본가가 하천변에 있기 때문에 여름에 여러 이벤트가 벌어지기는 하는데

항상 초청받아 오는 프로 아티스트가 아니라, 이렇게 동네 지나다니며 인사 한번씩 나누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결코 아마추어의 장난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합주를 완성해 내는 모습은 여러가지로 인상깊다.

 

내가 시골마을에 갖고 있는 이상적인 이미지란 이런 것이었는데. 말은 쉽지만 한국에서는 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서 괜히 낙심한다.

 

 

 

카메라의 동영상 녹화기능이 딸려 있는데도 불구하고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는데

음악이 주가 되는 공연이다보니, 재미삼아서 한곡 정도 녹화를 해 봤다. 엄청 대단하진 않지만 나름 잘 나온다.

사진작업은 재미있지만 동영상 후처리는 괜히 귀찮아서, 녹화는 했지만 블로그에 포스팅 할 일은 없을 듯.

 

연속된 시간을 보여주는 동영상과 달리, 나는 아직 단절된 시간속에서 동영상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내포할 수 있는

사진이라는 매체가 더 익숙하고 편하다는 느낌이 든다.

 

 

 

일본의 광란에 가까운 축제를 보면서 '저렇게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구나'하는 생각도 하지만

일본엔 그런 축제 말고도 이런 소박한 마을축제 역시 자주 열린다.

 

한국처럼 아파트 덩어리라 인구밀도나 이웃과 일면식도 없는 구조에서라면 이런 축제 열어봤자

다들 서먹서먹한 방관자 역할만 할 뿐이겠지만, 이곳에서는 지나가는 사람이 지휘자한테 손 흔들면

지휘하는 도중에도 웃으면서 같이 손 흔들어 주는 그런 관계가 형성되어 있다.

 

사실상 사회 부적응자에 가까운 성격인 본인도, 같이 끼어들기는 힘들지만 이런 모습 자체를 즐기는 것은 굉장히 좋아한다.

의무감을 느끼게 된다면 나 같은 사람도 더 늘어나는 부작용이 생기겠지만, 전체적으로 배울점이 많은 마을 꾸리기가 아닌가 싶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가볍게 예정되어있던 저녁거리 산책은 아무래도 힘 좀 쓰고 땀 좀 빼야할 듯 하다.

예상치 못한 이벤트지만 다행히도 카메라 베터리가 2개인 탓에 아직 여유는 있다.

 

규모면에선 그렇게까지 크지 않은 축제지만, 사람들의 수는 상당하다.

이렇게까지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보이는 축제는 처음이라는 점이 신선하기도 하고.

 

브라스밴드의 공연은 마지막 곡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본인은 슬그머니 빠져나온다.

마지막 곡을 다 듣고나서 움직이기 시작하면

함께 자리를 뜨는 인파때문에 앞으로의 구경이 힘들어진다는 걸 예전의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원래 이 거리는 옛 마을 거리의 근처에 위치한

반쯤은 관광객을 위한 가게와 반쯤은 주민들은 위한 생필품 가게 등으로 이루어진 상가거리다.

 

뭔가 거창하게 준비하고 화려한 볼거리를 보여주는 축제와는 달리

이곳은 거리 분위기와 비슷하게도, 아이들을 위한 소소한 장난거리, 어른들을 위한 맥주 좌석 정도가 자리를 차지한다.

한국에서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물에서 풍선 건지기 같은 게임도 여기저기서 열리고 있다.

 

어른들이 하면 가차없지만 아이들이 실수 몇번 하면 그냥 풍선 하나 건네주는 인심을 가진 곳으로 유명하다.

 

 

 

축제가 이루어지면 상대적으로 원래 장사하던 가게들의 타격이 없지는 않을 테지만

하루 이틀의 매상 저하가 결국엔 마을 전체의 매출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은 다들 잘 알고 있는듯 하다.

열어놓은 가게도 있지만 일찌감치 문 닫고 축제를 즐기러 나선 주인들 역시 눈에 들어온다.

 

살아남기 위해 이루어진, 협동과 분업의 상징인 마을 공동체는 이미 한국에서는 멸종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데

축제를 위해 임시로 세워진 가게 주인장들이 지나가던 마을 사람들과 즐겁게 인사하며 잡담 나누는 이 모습은

보기 좋기도 하고 괜히 부럽기도 하고,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기분이 들게 만든다.

 

 

 

단지 남들이 하는 공연을 바라보기만 해서는 재미가 없는지

이곳에는 공연하는 부스 공간만큼이나 테이블과 의자를 잔뜩 비치해 놓았다.

먹는게 남는거라고, 사람의 코곳을 잔혹하게 후벼파는 달달하고 고소한 각종 군것질거리의 냄새와

이슬이 뚝뚝 떨어지는 듯한 비주얼의 맥주를 흔들어대는 호객꾼들의 모습은, 공연만큼이나 자극적이다.

 

분위기는 살지 않지만 혼자서라도 맛있게 마시고 즐기고 뜯지 못할것도 없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앉을자리 찾는게 힘들다는게 문제가 된다. 합석할 수도 있지만 본인이 좀 소심해야...

 

이 정도 인파와 이 정도 먹을거리가 넘쳐나는 축제임에도, 곳곳에 대형 쓰레기봉투용 비닐이 설치되어 있고

바닥엔 나무젓가락 하나 떨어져있지 않은 모습은 여전히 사람 감탄하게 만든다.

이게 단순한 시민의식이 아니고, 젊은 자원봉사자 학생들이 곳곳에서 소리를 지르고 있다. 쓰레기 수거에 협조해 달라고.

사람과 사람이 움직여 만들어내는 축제는, 사람의 목소리와 행동 하나하나도 흐름의 큰 원동력이 된다.

넘치려는 쓰레기통 덩그러니 설치만 해 놓고, 자원봉사자들은 스마트폰이나 만지작거리는 모습 안에서 이런 청결함을 바라기는 힘든 것도 그런 이유.

 

 

 

타코야키, 감자칩, 감자버터구이, 야키소바, 닭꼬치 등등...

저절로 맥주를 부르는 녀석들이 일렬로 늘어서서 냄새를 풍기니 이건 축제를 즐기러 온 건지 고문을 받으러 온 건지.

물론 돈이 없는건 아니지만 조금만 참기로 한다. 일단은 축제를 한바퀴 죽 둘러보며 사진 좀 찍고 한 다음에

느긋하게 좀 먹어볼까 싶다. 이걸로 저녁을 때울 정도는 아니니까 너무 많이 먹으면 안되겠지만.

 

축제 시작한지 그리 오래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자리잡고 앉아서 맥주 마시느라 바쁜 사람들이 많다.

의자가 없으면 벽에 등대고 서서 마시는 커플도 있고, 그냥 바닥에 앉아서 마시는 사람도 있다.

뭔가 난장판 일촉즉발의 상황 같으면서도 항상 무난하게 잘 끝나는 이런 축제가 신기하기도 하다.

 

 

 

어른들이야 뭐 우리의 친구 맥주와 닭꼬치만 있으면 어디서든 즐거울 따름이지만

축제는 역시 아이들의 것이라 그쪽 취향에 맞춘 노점상들이 꽤 많다.

솜사탕 만드는 기계도 보이고, 한국의 뽑기같은 그림 떼어내기나 물풍선 건지기 금붕어 건지기 등등.

 

이쪽은 축제라는게, 관광객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의 일종이라기 보단 마을 사람들끼리 한번 재밌게 놀아보는 느낌이 강해서

이런 문화에 대해서 면식이 없는 서양쪽 관광객들은, 이런 노점상들의 놀이 하나하나가 매우 재미있게 다가올 듯 하다.

축제는 역시 쓸데없이 친절하기보다는 이렇게 호기심을 갖게 만드는게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한 번쯤은 다들 발걸음을 멈추게 되는 광경.

주인은 어디 놀러갔는지, 적어도 이 주변엔 없는 듯 하다.

 

사람들이 마구마구 만지진 않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꽤나 침착하게 가만히 바구니 안에서 기다리고 있다.

주인 기다리다가 튀어나온 눈은 아닐지라도 좀 걱정이 되긴 한다.

고맙게도 카메라를 들이대니 시선도 마주쳐 준다. 기분대로라면 마구 끌어안고 뒹굴뒹굴 하고 싶지만 참아야 한다.

 

동네 5일장 같은 가벼운 축제일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거리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규모는 된다.

카메라만 너무 들이대면 축제 자체를 즐기지 못할 듯한 느낌이 들어서 가능한 한 눈으로 감상을 즐긴다.

휴대폰으로 찍는 사람은 많지만 나처럼 카메라 들고 움직이는 사람은 묘하게 시선을 느끼게 된다.

 

브라스밴드의 공연은 끝난 듯 한데, 발걸음이 향하는 쪽에서 또 뭔가 우렁찬 소리가 들려서 귀를 기울이고 이동해 본다.

 

 

 

잠시 밖에 나갔다 왔다 다시 대구 재즈축제 포스팅을 올립니다.

시간이 지나서 그때 들었던 음악의 여흥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으니 포스팅이 겁이 나는군요.

대구 재즈축제의 마지막 날은 유일하게 날씨가 화창했습니다.

매번 비맞아가면서 촬영한게 한이 맺혀서... 이날은 들어가기 전에 수성 아트피아 사진도 한장 남겼습니다.

 

 

 

마지막 공연의 스타트를 끊은 그룹은 베이스 황인규씨가 결성한 Epekeina 입니다. 에페케이나 라고 발음하는가요?

역시 경험해 본적이 없는 밴드라서 조금의 죄송함과 함께 미지의 연주에 대한 기대감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첫 곡을 시작하는데, 곡의 분위기에 맞춘 조명인지 상당히 어둡고 차분하게 진행이 됩니다.

음악 감상하기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사진 찍으려는 저한테는 꽤나 힘든 상황이네요.

 

 

 

조명이 부족할때는 역시 흑백 변환이 길입니다.

팜플렛의 힘을 빌리자면, 스윙부터 일렉트로 어쿠스틱까지 다양한 오리지날 곡을 연주하는 팀이라고 하시네요.

첫곡은 어쿠스틱 느낌이 물씬 풍기는 차분한 곡으로 시작합니다. 다들 움직임이나 자기주장도 적고, 담담하게 연주하십니다.

 

 

 

서정성이 묻어난다고 할까, 사실 말로 설명하기엔 재즈의 느낌이라는 건 참 다양해서 말이죠.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서 느긋하게 감상하고 싶은 그런 음악입니다.

 

 

 

중간에 황인규씨가 간단히 밴드소개를 해 주셨는데

마이크를 들고 계심에도 불구하고 목소리가 작고 차분하시더군요.

얼핏 쑥스러워하시는 느낌도 드는데, 간간히 미세하게 느껴지는 개그코드도 집어넣고 계십니다.

진행을 도맏아 하시는데 나이는 멤버중 가장 젊으시다고 하시네요.

 

 

 

게스트로 유명 재즈 보컬리스트 남예지씨가 함께 하시는군요.

아직 젊으시지만 이제 원숙미를 풍기는 경력에까지 이르셨죠.

소몰이창법과는 다른 호소력 있는 목소리가 잔잔한 느낌의 에페케이나 팀과 잘 어울립니다.

 

 

 

피아노분은 아코디언을 연주하십니다.

어릴적 피아노를 배울때도 아코디언은 어떻게 연주하는건가 궁금해하기도 했었죠.

남예지씨의 부드러운 저음과 어울리니 몸의 힘이 살짝 빠지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곡이 전체적으로 차분한 느낌이라서 조명도 강렬하게 사용되진 않는군요.

프레스 허가를 받았다고는 해도 공연에 방해가 되면 안되기 때문에

이런 곡을 연주할 때는 뷰파인더에 눈을 대고 한참동안 타이밍을 재고 있다가

셔터소리가 방해가 되지 않겠다 싶은 순간을 노려서 눌러야 합니다.

 

최후열에 서 있으니 사실 셔터소리가 남들에게 들릴 일은 별로 없긴 한데

제대로 된 공연장의 음향설비란게, 워낙 소리가 고루 퍼져나가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한시라도 긴장을 늦춰서는 안되는 것이죠. 카메라 무게가 꽤 나가서 중간중간 땀도 닦고 합니다.

 

 

 

재즈 밴드라는게 스타일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이뤄지는 것이니까 당연한 것이지만

다들 굉장히 섬세한 음악을 들려주셔서, 눈을 감고 듣고 있으면 어째 물 위를 흐르는 듯한 발레동작이 생각나더군요.

베이스의 황인규씨는 몸집도 꽤 큰 분이신 것 같은데 참 부드러운 베이스를 들려주십니다.

 

덩치크다고 와일드한건 아니니까요. 저를 포함해서.

 

 

 

남예지씨가 들어가시고 난 다음엔 색소폰을 세 개나 들고 나오신 분이 중앙에 섭니다.

물론 그것만으로 그리 특별한 건 아니지만, 이 분은 색소폰 두 개를 목에 걸고 계시네요. 이건 특별합니다.

오리지날 곡인것 같은데 색소폰이 참가하니 조금 더 활력이 실리는 것 같습니다.

 

 

 

좀처럼 조명이 집중되지 않는 드럼 분도 좀 남겨드립니다.

엄니께서 피아노 다음으로 좋아하시는 악기가 드럼이라서, 함께 왔으면 참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드네요.

다들 휴일에도 바쁘시니 좀처럼 공연장에 가기가 힘들긴 하네요.

 

 

 

익숙해지면 문제없긴 하지만, 사실 색소폰이 보기보다 꽤 무거운 녀석입니다.

두 개나 목에 걸고 계시니 이래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기본에 굉장히 충실한 연주를 들려주십니다.

 

에페케이나의 음악은, 어느 곡을 연주해도 자신만의 색깔이 흐려지지 않는 듯 합니다.

음악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조금 더 작은 공연장에서 가깝게 앉아 감상하는게 더 어울릴 듯 하네요.

 

 

 

한창 물이 오르고 있을때 재미있는 연주를 선보여 주시는군요.

알토와 테너 두 대의 색소폰을 동시에 연주하는 굉장한 모습입니다.

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렇게 해서 동시에 숨을 불어넣는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닐텐데요.

 

물론 한손으로 운지를 하다 보니 음역대는 고정되지만 묘한 화음이 만들어지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나중에 강군의 알토 색소를 빌려서 한번 흉내내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제 색소폰은 소프라노라서... 아무래도 알토와 함께 불기에는 모양이 맞지 않을듯 하네요.

 

 

 

차분하면서도 열정을 잃지 않는 드럼분의 모습도 한장 더 담아봅니다.

엄니께서는 악기 연주할 때 이렇게 몰입하는 모습이 너무 부럽다고 하시네요.

저도 색소 연주할때 다른 분이 찍어준 사진을 몇장 보긴 했는데

아직 몰입하는 모습도 멋있게 보이기엔 갈길이 너무 멀구나 하는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아마 관객들이 접해본 적은 없지만, 처음 들어도 금새 익숙해질 수 있는 편안한 음악을 들려주신 에페케이나 밴드였습니다.

 

 

 

25일 대구 수성아트피아에서의 마지막 공연은 정중화와 JHG 가 맡아주셨습니다.

밴드들 장비 옮기고 세팅하는 시간동안 관객들이 심심하지 않게 매번 열심히 노력하시는 문화평론가 권오성씨.

 

정중화와 JHG 가 마지막 공연을 맡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그냥은 안지나가겠구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작년 재즈축제 야외공연장에서 처음 만난 그룹인데요, 이 분들이 아주 에너지가 넘치다 못해 폭발하는 분들이라서

사실 이런 아트피아 내부에서 공연하는 것 자체가 좀 걱정스러울 정도였거든요.

 

앞으로 이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눈에 그리듯 선합니다.

 

 

 

첫 스타트는 아직 힘을 비축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시작하더군요.

색소폰 분 팔뚝이 아주 우람합니다. 파워넘치는 음색도 여전하시네요.

작년 라이브가 아주 생생하게 기억나는건 아닙니다만, 제 느낌상 실력이 한층 올라간 듯한 느낌이 듭니다.

 

 

 

작년 공연때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피아노 분. 아마도 이명건씨였나?

그때는 빡빡머리였던걸로 기억하는데, 1년동안 머리도 길렀고 살도 좀 빠지신 듯 합니다.

 

정중화씨는 국내 정상급 베이시스트에다 트롬본까지 마스터하신 능력자신데

인재 양성을 위해서인지 이 그룹 안에서는 조용히 자리를 양보하고 맡은 바에만 충실하게 임하고 있습니다.

 

이 그룹 JHG 는 'Just Hip'n Groovy' 의 약자로, 리듬감 넘치는 펑키 재즈에 젊은분들의 강렬한 열정이 더해져서

제가 즐겨듣는 장르의 재즈와는 크게 거리가 있는, 어찌보면 굉장히 대중성 높고 쉽게 빠져들 수 있는 음악을 선보이는데요.

그런 와중에서는 이분의 피아노가 정통적인 재즈 감각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첫 곡은 보컬없이 시작했는데, 두 번째 곡부터는 보컬분도 투입됩니다.

작년엔 여성보컬분이 두 명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한분 더 추가가 된 듯 하네요?

어디서 저런 목소리가 나오는가 할 정도로 감미로우면서도 파워넘치는 음악을 들려주십니다.

 

 

 

애플 재즈 오케스트라를 제외하면, 이번 대구 재즈축제에서 가장 많은 인원을 자랑하고

다들 어찌나 힘이 넘치시는지 공연장을 꽉 채우는 장악력으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습니다.

그야말로 몸이 들썩들썩하게 만드는 신나는 펑키 스타일로, 근심걱정 다 잊고 한번 흔들어 봐야겠다는 욕망을 불러 일으키는 팀이네요.

 

 

 

조명이 보컬분에게 가장 많이 집중되다보니 자연스럽게 사진도 많아집니다.

남녀차별은 아니구요. 그냥 가장 부각되는 위치에 계시다 보니...

 

 

 

관악기 삼총사분들에게는 좀처럼 이렇다할 조명이 잘 나오지 않아서 조금 힘들었네요.

가장 우측의 트럼본이 정중화씨입니다. 재색겸비 완벽초인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분이죠.

넘치는 파워는 작년과 변함이 없지만 확실히 점점 갈고 닦이는구나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원숙미가 느껴지고 있습니다.

 

작년 야외공연때는,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함께 공연했던 다른 밴드들에 비해서 개개인의 실력이 아직 덜 무르익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쉽게 익숙해질 수 있는 곡들을 선별해 오셔서 관객 호응도 굉장히 좋습니다.

이 많은 인원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발산하는 음악의 에너지란 몸에좋은 음이온과도 같은 것이죠.

제가 서 있는곳이 관객석이 아닌 최후방 통로라서, 음향 반사가 좀 아쉽긴 했습니다.

사진 찍으려면 여기 있어야 하고, 음악 제대로 들으려면 관객석에 앉아있어야 하는데...

 

 

 

 

 

 

 

 

 

작년과 마찬가지로 솔로 파트에서 신들린듯한 감성을 뿜어내 주시는 이명건씨입니다.

열의와 진심이 느껴지는 연주라서 관객들도 굉장히 좋아하시더군요. 보는 사람도 즐겁게 만듭니다.

 

 

 

색소폰 분의 솔로에서도 주먹을 꽉 쥐게 만드는 뜨거운 파워가 느껴집니다.

밴드도 관객들도 흥에 겨워서, 이 강력하게 발산되는 펑크의 에너지를 온몸으로 맞고 있다는 느낌이 드네요.

자연히 박수소리도 점점 우렁차게 변하고 다들 비트에 몸을 맡기게 됩니다.

 

 

 

수많은 악기들 사이에서도 전혀 뒤쳐지지 않는 목소리를 만들어 주시는 보컬분.

노래 잘하는 분들이 참 부럽다니까요. 악기 잘하는 분들도 부럽고. 그냥 음악하시는 분들 다 부럽습니다.

 

지난 자전거 여행때 제 소프라노 색소폰도 들고 갈까 생각도 해봤지만

1년동안 돌아다니는 여행에서 그 무거운 색소폰 가지고 다니다가는 큰 문제 생길것 같아서 그만뒀죠.

 

 

 

따라하기 좋은 음악들이라서 관객들도 금새 익숙해집니다.

작년과는 조금 편곡이 바뀐 것 같은데, 여기까지 오면 아마 대미를 장식하는 곡은 정해져 있을거라는 예감이 들더군요.

 

 

 

어라?

 

원래 관객이 없던 자리인데 누군가가 미친듯이 몸을 흔들어대고 있습니다.

 

 

 

그냥 암젼하게 손만 흔드는 것이 아니라 온몸을 흔들어가며 환희에 젖어있군요.

사실 이분, 방금 전 공연하셨던 매트 패나이데스 밴드의 색소포니스트 분입니다.

일반 시민(?)처럼 옷을 갈아입고 슬그머니 관객석으로 들어와서 이렇게 열광중이네요.

 

맨 뒷좌석이라서 아직 다른 관객분들은 눈치못채고 있지만, 재미있는 기록이 될것 같아서 사진 남겨봤습니다.

 

 

 

드디어 마지막 곡이 시작되었습니다. 작년에도 이 곡이 가장 인상깊었는데

관객들이 클라이막스 따라부르기도 쉽고, 워낙 열정적인 곡이라서 모두 신나게 흔들어대게 됩니다.

 

 

 

보컬분의 신들린듯한 율동과 목소리가 사진찍을 맛을 주시는군요.

조명도 아트피아에 있는거 전부 켠것처럼 화려하게 반짝여서 거의 연사 수준으로 셔터를 눌러재낍니다.

 

 

 

결국 관객들도 모두 일어나서 환호성을 지르는 분위기가 되었네요.

아트피아에서 이런 식으로 공연하는건 아마 흔치 않을 듯 합니다. 아주 신이 났죠.

 

 

 

관객들이 흥분할수록 밴드도 점점 흥이 올라가는 것이겠죠.

혼신의 힘을 다한 강렬한 색소폰이 가슴속의 끓어오르는 무언가를 느끼게 합니다.

 

사실 이 밴드는 라이브가 워낙 진국이라서, 앨범을 들으면 약간 힘이 빠진다고 할까요. 그만큼 라이브에서의 파워는 대단합니다.

 

 

 

거의 처음이 아니었나 싶은데, 가장 뒤에서 꾸준히 서포트해주시던 드럼과 퍼커션의 솔로파트가 왔습니다.

조명빨 받기 참 힘든 위치라서 이때를 놓치지 않고 많이 찍었네요.

 

 

 

드럼과 퍼커션이 서로 경쟁하듯 협동하듯 묘한 분위기를 이끌며 텐션을 올려갑니다.

슬금슬금 오르막을 오르는 느낌으로 진행되는 이 파트는 특히 관객들의 열광적인 환호성을 이끌어 냈죠.

 

 

 

이번 공연에서 건진 베스트 샷이라고 할까요. 음악은 남들 즐거우라고 하는 것보다 자기가 흠뻑 취해야 진국입니다.

 

 

 

베이스와 기타분도 워낙 조명이 열악한 곳이라서 간신히 한장 남겼습니다.

멤버 수가 많다보니 솔로파트 한번씩 거치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라이브에서 빠질 수 없는 이 재미난 부분이야 얼마든지 길어져도 불평할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각각 맡은 파트를 잘 소화해 내면서 만들어지는 전체적인 분위기란 참 감동적이죠.

마지막은 무슨 락 페스티발 온것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아트피아 전체가 떠나갈 듯이 들썩이고 있습니다.

 

 

 

잠깐동안이었지만 스탠딩의 매력도 함께 소화해낸 관객들은 오늘 후회하지 않을 공연을 봤으리라 확신해 봅니다.

 

 

 

'이럴수가! 저기 저 X 보이십니까' - by Diablo 3

 

여성보컬분이 왠지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대사를 외치는 것 같더군요.

 

방금 전에 뒷좌석에서 열심히 흔들어대던 매트 패나이데스 밴드의 색소포니스트 분이

스탠딩 상태가 되자 맨 앞쪽으로 달려가서 광란의 흔들기를 시전중이셨습니다. 보컬분도 아마 보신 듯 하네요.

 

 

 

처음엔 어리둥절하던 근처 관객분들도 결국 누군지 알아보시고 놀라움에 빠집니다.

조명까지 비춰가면서 누가 공연의 주인공인지 모르게 되는 상황에까지 오게 됐군요.

 

분명 연출된 상황은 아닐거라 확신하는데, 뜻하지 않은 원군의 등장으로 관객석은 광란의 도가니탕이 되어 버렸네요.

 

 

 

외모에서부터 풍기는 포스가 범상치 않았는데, 이 정도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네요.

여담이지만, 공연 끝난후에도 수많은 관객들에게 둘러싸여 함께 사진도 찍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매트 패나이데스 씨와 함께 공연할 때는 시적인 색소폰 연주로 인상깊었는데

음악 할때와 평소 모습은 이렇게도 다른 것이었군요. 유쾌발랄한 모습은 전염되는 것이니, 근처 관객들 행복지수가 올라갔을 거라 봅니다.

 

 

 

더 이상 흥분할 수 없을 정도로 최고의 마무리를 보여주신 정중화와 JHG 였습니다.

작년에도 어마어마한 파워를 보여주셨는데, 올해는 한층 더 성숙된 느낌까지 가미되어서 감동이군요.

 

 

25일 공연은 이걸로 끝이 났고, 26일 공연 포스팅이 3개 남아있습니다만

다음주에 약 일주일간 밖에 좀 나가야 할 일이 생겨서 포스팅은 잠시 미뤄둬야 할 것 같네요.

프레스 카드를 제공해주신 '이놀자' 사이트에 리뷰등록을 9월 3일까지 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그때까지 귀국하는건 어려워서, 리뷰등록 포스팅은 여기까지인듯 합니다.

 

그래도 블로그엔 돌아와서 계속 올려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