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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에 해당하는 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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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14.07.11  예상못한 놀라움의 대구 맛집 트윈파파 12
  5. 2014.06.25  E-M1 길들이기 8
  6. 2013.07.18  조카 첫 방문 3편 12

 

 

친구하고 오랜만에 영화를 보러 대구 시내에 나갔습니다. 한 달 전의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예전에 시내 돌아다닐 때 일본서 친숙했던 회전초밥집 캇파즈시 간판이 보여서 신기했기에

이번 영화보기 전 맛을 한 번 보기로 결심하고 있었죠.

 

물론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습니다. 캇파즈시 자체가 일본에서도 저가형 회전초밥집이기도 하고

그것조차 내륙지역인 대구에서 뭘 기대할까 싶은 기분이었으니까요.

 

방문하니 개점 기념인가 뭔가 해서 정액제(?)가 실시중이었습니다.

저야 정액제 해도 접시수 채울 수 있지만 친구와 동생분이 과연 그렇게 먹어댈 것인가가 약간 걱정되더군요.

 

 

 

처음 자리에 앉아서 흰새우 초밥을 먹어보니 왠걸 그렇게 나쁘지는 않아서 놀랐습니다.

 

90분간 18000원 정도의 가격이었는데, 일본 캇파즈시 최저가 초밥 한 접시가 105엔이고

보통은 아무리 안 먹어도 최저가보다 두세 배 비싼 초밥을 몇 접시는 반드시 먹게 마련이니

거의 이거보다 더 내려갈 수 없는 최저가였는데, 흰새우 초밥은 그냥저냥 먹을 만 하더군요.

 

 

 

하지만 사실 흰새우 초밥이 이 가게에서 제일 신선한 녀석이었다는게 함정이었네요.

나머지 초밥은 생선살은 제대로 된 게 거의 없고, 이런 패류 초밥들은 거의 건조된 거나 마찬가지 수준이었습니다.

 

그래도 한국의 내륙 지역에서 이런 회전초밥이라면 가격대로 그렇게 나쁜 편은 아니죠.

대구 시내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몇몇 회전초밥집은 예전에 가 보니 초밥이라 부르기가 힘든 레벨이었으니까.

 

 

 

생선초밥보다 이런 오리훈제 초밥이 인기 순위에 들어있다고 자랑하는 팜플렛에서 이미 결론난 상황이긴 합니다.

생선초밥의 신선도는 기대할 수 없는 수준이고, 그나마 종류도 별로 없고, 있어봤자 일본의 105엔 초밥 이상의 메뉴는 없습니다.

 

참치초밥이란 것도 기름기 없는 최하급 부위만 덩그러니 올라가 있어서 굳이 먹을 필요가 없었고 말이죠.

 

 

 

메뉴가 있어서 신기할 정도였던 게살과 게장 군함말이였습니다.

게살은 퍼석퍼석하고 게장은 반쯤 농담으로 발효시킨 정도라 해도 되겠지만

그래도 가격이 모든것을 상쇄해 줍니다. 정말로 대구 회전초밥집에서 이거 이상을 기대할 수가 없거든요.

 

차라리 일본의 좀 괜찮은 회전초밥처럼 기본이 300엔 이상에 고급은 600~800엔 짜리 접시가 돌아가는

그런 초밥집도 하나 정도는 있으면 좋겠다 싶지만, 대구에서 그 정도 레벨이라면 회전초밥에 내밀 필요도 없으니 애석할 따름입니다.

 

 

수준 파악은 이미 끝났기 때문에 정말 의미없는 행동이었습니다만 그래도 예의상 계란말이도 하나 시켜봅니다.

초밥이 아니라 그냥 계란이 통째로 하나 딸려오네요. 일본에서도 이렇게 주는 데가 있으니 특이하진 않지만.

 

 

 

시스템만은 일본의 캇파즈시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회전 테이블에 올려져 있지 않은 것들을 터치패널로 주문하면 열차가 초밥을 싣고 달려옵니다.

일본 것을 그대로 가져왔는지 열차에 일어가 적혀있더군요.

 

요즘 일본의 캇파즈시나 스시로 등의 저가 회전초밥집들은 주요 소비층들을 공략하기 위해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를 개발하고 있죠.

다 먹은 빈 접시를 투입하는 구멍이 있어서 거기 5개를 넣으면 모니터에서 슬롯머신이 돌아갑니다.

당첨되면 휴대폰 스트랩 등 조그만 선물을 증정하기도 하죠. 부모들과 온 아이들이 재미삼아 돌리기 위해 초밥을 주문하기도 합니다.

 

대구쪽 캇파즈시는 아직 그런 모델까지 도입하지는 못했네요.

 

 

 

인기 NO.1 이었나 NO.2 였나 추천하는게 이런 녀석입니다.

일본 초밥집에서 인기 NO에 이런 녀석이 올라가 있으면 그건 그것대로 마을의 토픽감일텐데 말이죠.

 

여기서는 날생선 레벨이 이 녀석보다 위라고 생각할 수 없기 때문에 어찌 보면 순수한 결정인 것 같기도 합니다.

 

 

 

이녀석도 랭킹에 올라가 있었던 걸로 기억.

 

중반을 넘어가니 생선은 먹을 게 없고 해서 이런 것도 재미로 시켜봅니다.

물론 고기니까 맛이 없진 않는데, 전체적으로 간도 짜고 조미료맛이 강해서 난감하네요.

생선초밥의 아이덴티티와 괴리가 심한 느낌이죠. 이런 강렬한 소스로 무장한 녀석을 먹으면 생선초밥이 너무 싱겁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시간은 꽉 채우고 나가기 위해 이젠 별의 결 것을 다 시켜봅니다.

그래도 고로케는 나름 맛있더군요. 일본에서도 아이들이 이런 데 오면 생선초밥보다 이런 곁들이 요리를 많이 시키니까요.

 

그러고보니 초밥의 친구인 녹차는 어디가고 탄산음료 등이 무제한으로 제공되는 모습도 조금 특이했습니다.

초밥에 찍어먹는 간장도 사실 초밥용이 아니고 그냥 일반적인 양조간장을 써서 맛 밸런스가 안맞더군요.

어쩌겠습니까. 그냥 가격대 성능비를 즐기기 위해 왔다고 생각하면 먹을 만 합니다.

 

 

 

와사비 문어는 제가 참 좋아하는 메뉴인데, 짠 맛이 강하고 와사비 맛이 별로라서 이것도 그냥저냥.

세삼 한국에서 중저가 초밥으로 만족하기란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서울쯤 가면 일본에서도 일류로 통할 만한 장인들이 쥐는 초밥집이 있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가격이 십만 원대를 넘어가니 자주 먹을만한 녀석이 아니죠.

 

일본에서는 저가형 회전초밥 말고도 어느정도 레벨을 갖춘 회전초밥집도 있어서, 1인당 4~5만원 정도 투자해 만족할만한 레벨을 즐길 수 있습니다.

한국은 그 정도의 중간대 초밥을 찾기가 참 힘드네요.

 

 

 

그래도 초밥집 분위기나 시스템만큼은 일본의 캇파즈시를 거의 완벽히 가져왔기 때문에

일본에서의 추억을 음미하며 즐기는 정도의 재미는 있었습니다.

 

초밥을 더 먹을 게 없어서 별걸 다 시켜보네요. 전체적으로 너무 짠 느낌이라 나중에 고생 좀 했습니다만.

 

 

 

코코넛 새우튀김이란 것도 있어서 무조건 시켜봅니다.

맛은 별로지만 따끈따근하게 나와서 와작와작 씹어먹기는 좋네요.

친구와 동생분은 나름 많이 먹으려고 노력했습니다만, 역시 기본인 18접시까지 가기는 좀 힘들었나 보네요.

 

 

 

과일이나 디저트류는 몇 접시 이상 주문시 추가요금이 가산되기도 하더군요.

대부분의 뷔페집들이 그렇습니다만, 케이크 같은 디저트류는 많이 먹을수록 가게쪽 손해라 어느 정도 제한을 둡니다.

 

 

 

그래도 이미 초밥에서는 흥미가 멀어진 동생분이 이것저것 디저트를 시켜봅니다.

샤베트 홍시는 맛있었나 모르겠네요. 저는 먹지 않았습니다만.

 

이 당시 타이밍을 잘 잡은건지, 저희 일행이 들어갔을 때는 어렵지 않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는데

먹는 도중 뒤를 돌아보니 대기 인원이 상당하더군요.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는 모습을 보니 약간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시간 다 채우며 먹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주문한 오레오 빙수는 최악이었네요. 빙수가 아니라 그냥 얼음조각입니다.

와드득 와드득 씹히는 얼음조각을 빙수라 생각하고 먹는 것도 참 오랜만이군요.

오레오하고 궁합이 맞으려면 빙수를 매우 세심하게 갈아넣어야 할 텐데, 지금 씹는 것이 얼음인지 오레오인지도 모르겠네요.

 

 

 

사실 여기 오기 1주일쯤 전에 일본서 괜찮은 초밥을 먹고 왔고

의도한 건 아니지만 여기 가고 난 1주일쯤 후에 또 일본에 갈 일이 생겨서 거기서도 초밥을 먹은 터라

이 녀석의 추억이 미화될 일은 아마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어쨌든 대구에도 캇파즈시가 들어오는구나 하는 신기한 볼거리를 체험해 봤다는 데 의의를 두면 되겠죠.

영화보러 가는 도중 재미있는 가게가 있어서 한 장 찍어봤습니다. 찜닭에서 장미향기라도 나는 걸까요.

 

SINCE 2013이라는 글자도 약간 우습습니다.

대구 동성로는 워낙 가게 들어오고 나가는 게 심해서 제대로 오래 된 맛집이란 게 별로 없거든요.

저 가게는 SINCE 라는 단어에 어울릴 정도로 오래 버틸 수 있을지 가끔가다 쳐다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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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잠깐 올라간 김에 나침반님과 이태원을 찾았습니다.

 

이태원은 아마 이번이 세 번째인 걸로 기억하는데, 보통은 평소 먹을 수 없는 이국적인 음식을 위해 가는 편이죠.

가격이 좀 센 곳들이 많지만 예전에 찾았던 우즈베키스탄 요리점은 그렇게까지 비싸지는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뭘 먹을까 싶어서 조사를 해 보니 한국에 딱 하나밖에 없는 불가리아 음식점이 눈에 들어와서 가 봅니다.

일반 메뉴는 하나씩만 시켜도 둘이서 7만원은 거뜬히 나올 듯 하니 역시 저렴하게 접할 음식은 아니네요.

하지만 런치세트가 그럭저럭 싼 편이라 그걸로 그냥 맛만 보기로 했습니다.

 

메인 요리 전에 나오는 샐러드와 수프, 바게뜨입니다.

샐러드는 그냥 맨 것이나 다름없고 수프는 뜨끈하고 구수한 고기맛이 연하게 느껴지더군요.

 

 

 

좀처럼 먹기 힘든 요리라 그런지 사람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가게 사진을 찍기가 힘들 정도로 말이죠.

제가 선택한 메인 요리는 양다리 바베큐 입니다. 소스가 전혀 짜지 않은게 굉장히 담백하더군요.

 

얼핏 인터넷에서 검색한 결과는 이 곳 음식이 꽤나 짜다는 소문이었는데

메뉴마다 다른건지는 모르겠지만 고기도 소스도 전혀 짜지 않고 부드러운 느낌이었네요.

 

양고기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왠지 사하라 사막과 삿포로 맥주공원의 임팩트가 DNA 속에 각인되어 있어서.

이 곳 양고기는 그 특유의 비린내도 잘 잡아낸 편이고 고기가 부드러워서 먹을만 합니다. 양은 그렇게 많지 않지만.

 

 

 

다른 메뉴를 시켜야 다양하게 맛을 보니 나침반님은 닭고기 스테이크를 주문했습니다.

저도 한조각 떼어 먹어보니 이것도 맛이 연하네요. 불가리아의 고기 음식은 이렇게 부드러운 느낌의 소스를 사용하는건가 싶습니다.

 

양고기 바베큐나 닭고기 스테이크나 이런 맛이면 시원한 맥주 한 잔을 곁들여도 괜찮을 법하지만

기왕 이태원에 왔으니 맥주는 다른 곳에서 먹기로 하고 식사만 즐깁니다.

주위의 다른 손님들은 뭔가 큼직큼직한 캠프파이어 장작처럼 세워져 있는 꼬치구이도 시키고 해서

이곳 음식이 꽤나 다양하구나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돈에 구애없이 마구 먹을수도 있지만 그냥 체험하러 왔다는 느낌이라 이 정도면 적당합니다.

 

 

 

그나마 사람이 적게 찍히는 구도로 간신히 한 장 찍어봤습니다.

젤렌이라는 이름의 가게인데, 알고보니 불가리아어로 '녹색'이라는 뜻이라더군요. 과연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창가쪽에 자리를 잡았으면 사진도 훨씬 화사하게 나왔을텐데, 하필이면 안내받은 곳이 어두운 구석탱이라.

 

뭐 이런 사진은 그냥 소소한 추억 남기기로 담는 것이니 그리 집착할 필요는 없습니다만.

 

 

 

디저트로 나오는 요구르트는 시중 국내산과 비교해서 훨씬 시큼한 맛이 훌륭하더군요.

요구르트의 본고장 맛이라 그렇기도 하지만 저는 단 요구르트보다는 신 요구르트를 좋아해서 입에 잘 맞았습니다.

집에서도 떠먹는 요구르트를 간이식으로 만들어 먹고 있지만 저는 거의 다른 첨가물을 타지 않고 시큼한 맛 그대로 먹거든요.

 

처음엔 이 정도 양 가지고 괜찮을까 싶었는데, 고기는 고기라 배가 한동안 꺼지지 않고 포만감을 유지해 줬습니다.

 

 

 

아직 날이 한창 밝을 때라 사람들이 별로 많지는 않네요.

나침반님 말로는 밤이 되면 인파가 어마어마하다고 합니다. 과연 이런 분위기는 밤이 되어야 본론이 시작되는 걸까요.

메르스 때문에 사람 많은 곳은 조용하다는 말이 있었지만 젊은이들이 많이 오는 이곳은 그 여파가 별로 미치지 않는 듯 합니다.

 

사람 적을때 이태원 구경이나 실컷 하기 위해 정처없이 떠돌아다니기 시작합니다.

 

 

 

이태원이 그리 자주 가는 곳이 아니라서 오랜만에 카메라를 꺼내봅니다.

이국적인 느낌이 가득한 곳이지만 외국인들에게는 되려 관광 명소가 될 수 있을 것 같더군요.

원래는 미군들 때문에 시작한 상권이고 지금도 온갖 외국인들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이지만

자연스럽게도 한국인 관광객 역시 많이 찾아서 나름 신선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습니다.

 

요즘 굉장한 불경기라고 한탄하시는 분이 많은데, 이 곳은 음식점이 즐비해도 나름 장사가 잘 되는 것 처럼 보입니다.

하긴 모든 사람들이 나침반님이나 저처럼 외식을 한다면 이런 가게들 오래는 못 가겠죠.

 

 

 

뒷골목을 걸어가다 보니 어마어마한 규모의 펍이 보입니다. 이건 제가 아는 펍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네요.

이 정도면 왠만한 중소기업 굴리는 것보다 자금이 더 많이 들 듯 한데, 과연 어떨까 싶습니다.

 

맥주 한 잔 하긴 하겠지만 아직 이런 곳에 들어가서 자리잡을 만한 시간은 아니라 그냥 구경만 하고 패스합니다.

 

 

 

재미있는 데코레이션도 보입니다. 아마 소주병인 것 같은데 옆으로 주욱 늘어놨더군요.

디자인이라는 건 재료의 종류에 관계없이 사람들의 시선과 호기심을 끌 수 있어야겠죠.

 

밤에는 저 위의 라이트가 켜질 테니 그때 다시 한 번 구경하러 오면 재밌을 것 같습니다.

 

 

 

홍대에서도 자주 봤지만 외국인이 많이 모이는 곳이다보니 이태원 골목에도 그래피티가 많더군요.

용인하고 있는 것인지 건물주가 포기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 예술로 보기에는 단순한 것들이 많았습니다.

오히려 밑의 '폐 유 수 거'와 별로 다를바 없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물론 허름한 뒷골목에서는 오히려 이런 것들이 사람들의 눈을 끄는 매개체가 될 수 있으니

과하지 않은 선에서 즐긴다면 별 문제 없을지도 모르겠네요. 이태원은 이런 분위기에 알맞은 곳이기도 하고.

 

 

 

재미있는 구도가 나올 것 같아서 한 장 담아봤습니다.

르 꽁드와의 쉐프는 어쨌든 쓰레기 무단투기 때문에 많이 힘든가 봅니다.

이른 시간이라 아직 밑에는 쓰레기 봉투가 하나도 없었습니다만 위의 쓰레기들은 강렬한 색생을 발산해서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군요.

 

그래피티라는 게 원래 반달리즘과 권력에 대한 저항 정신을 먹고 자라난 분야이긴 한데

한국에서는 그냥 재미삼아서 그리는 경우가 많아서 특별히 의미를 따지기는 좀 그렇네요.

단정히 배열된 쓰레기와 그래피티, 그리고 엄중한 경고문이 얽혀있는 모습은 왠지 사회의 축소판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태원엔 바이크가 많더군요. 도로를 달리는 녀석도 많고 주차되어 있는 녀석도 많습니다.

괜찮다 싶어서 찍어봤는데 왠걸, 나침반님이 제가 인터넷 사진을 보고 영 아니다라고 생각했던 혼다 CBR125 라고 알려주셨습니다.

 

인터넷에서 본 녀석들은 정말 영 아니게 생겨서 훌륭한 성능과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구매욕구가 일어나지 않았던 모델인데

막상 직접 보니 생각보다 훨씬 괜찮네요. 바이크라는 게 사진으로는 매력을 표현하기가 어려운 녀석들인가 싶었습니다.

 

이 색상은 건담 버전이라고 하시는데 딱 이해가 되었습니다. 레플리카보다 네이키드를 좋아하는 편이라 관심없었는데

직접 보니 이 정도면 듀크125보다도 싸고 성능도 좋은편이니 잠깐 고민을 하게 만들더군요.

 

자금이 널널하다면야 125cc 중에서 과하게 고급인 듀크125 를 구입하고 싶긴 합니다만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이 녀석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좀 더 생각을 해 봐야겠네요.

 

 

 

이태원은 생각만큼 큰 거리는 아니더군요.

하지만 도로 주변의 각종 상점들보다는 양쪽 골목 사이사이에 퍼져있는 다양한 컨텐츠들이 더욱 볼만합니다.

 

나침반님이 먹어본 적이 없다고 하셔서 터키 아이스크림 돈두르마도 하나씩 먹어봤습니다.

아마도 전국의 모든 터키 아이스크림 점주분들이 실행할거라 예상하는 깜짝 이벤트도 한번 겪어보고.

 

예전에 먹었던 돈두르마보다 쫀득함이 조금 약한 것 같아서 아쉬웠습니다만 이런 건 기분으로 먹는 것이니까요.

제가 알고있기로는 돈두르마는 어떤 식물의 뿌리를 섞어 만들기 때문에 이러한 쫀득쫀득함이 생긴다고 합니다.

그 식물이 한국에는 없는 녀석이라 과연 어떻게 만드는지 궁금합니다.

 

일단 끝까지 걸어와 봤으니 다시 돌아서 다른 길을 찾아 구경해 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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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인가 지지난주인가 엄니께서 TV 보더니 여기 맛있겠다며 찾아보라고 하시더군요.

저는 일반론적인 의미에서 TV에 나오는 맛집은 찾아가면 손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만

어쨌든 맛있어 보였다고 하시니 오랜만에 외식이나 할까 싶어서 찾아봤습니다.

 

알아보니 대구의 유명 치킨 브랜드 교촌에서 만든 레스토랑식 김밥집이네요.

대구의 맛집거리인 수성못 근처에 꽤나 멋들어지는 인테리어를 동반하고 오픈했습니다.

김밥이 주류이다 보니 드라이브 인 코스까지 마련해 놓은 반면 주차시설이 부족해서 전용 주차장은 길 하나 건너서 마련해 놓았습니다.

 

 

 

김밥의 재료는 당연 모두 국산에 어머니의 손맛이 담겨있다고 할 정도로 퀄리티에 신경을 쓴다고 적혀있습니다.

이 블로그는 맛집 홍보 블로그가 아니기 때문에 별로 세세한 부분까지 찍지는 않았습니다만

메뉴판이 그냥 예술 작품처럼 멋진 사진으로 가득합니다. 상당히 공을 들인 듯 하네요.

어머니의 손맛이라는 의미에서 가게 이름이 M℃ 인 것일까요.

 

 TV에 나오고 난 다음날 찾아갔기 때문에 사람이 많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바로 앉을 자리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사람이 많아서 30분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 나오네요. 어쩔 수 없습니다.

김밥만 먹기는 좀 그러니 저는 우동 포함된 세트메뉴를 시켰고

교촌에서 만든 레스토랑이라 치킨 같은건 꽤나 잘 나오겠지 싶어서 오돌뼈 숯불구이인가 하는 것도 주문했습니다.

 

세련된 인테리어와 달리 서빙하는 아해들은 아직 초보인지 주문서도 없이 제 주문을 듣고 가더니

좀 있다 다시 주문서 들고 와서 주문을 복창하는 이상한 모습을 연출하시더군요.

 

30분이 짧은 시간은 아니라서 의미없는 사진도 찍고 하면서 앞으로 등장할 김밥을 기다립니다.

분위기를 보면 김밥집이 아니라 고급 스테이크점 같은 느낌이라, 인테리어와 TV 광고 등에 이만큼 투자를 했으니

가격은 만만한 편이 아니라 조금 긴장은 되더군요. 진짜 맛이 있어야 그나마 불만이 적을 듯 한데.

 

 

 

엄니가 차고 나온 이상한 팔찌는 사연이 좀 있는 녀석이죠.

법무사이신 아버지를 찾아온 한 할머니가 일을 다 처리하고 나서 돈이 없다고 대신 준 게 이 팔찌입니다.

그냥 사기꾼이나 마찬가지인데, 아버지가 이런 사람을 다그치질 못하는 성격이라 그냥 무보수에 이것만 받고 말았다고 하네요.

 

그냥 따뜻한 이야기로 치부해 버리면 그것도 뭐 나쁜 건 아닙니다만, 못된 늙은이들이 활개치는 세상은 참 답답하죠.

 

 

 

상당한 기다림끝에 음식이 나왔습니다. 식기 세팅이 상당히 개성적이죠.

이 사각 김밥은 시각적으로는 참 먹음직스럽습니다. 쌀도 일반 백미와 현미가 동시에 들어있네요.

샐러드도 싱싱하고 단무지도 적당히 쪼그라들어서 장아찌같은 쫄깃함을 내 주어 꽤나 수준이 높습니다.

 

김밥은 확실히 다진 닭고기가 맛을 잡아주고 나머지 재료들이 적절하게 배합되어 있어 맛있습니다.

엄청나다고 할 만한 임팩트는 아니지만 일반적인 판매용 김밥에 비하면 확실히 만족감이 다르군요.

 

하지만 가격이 좀 비싸서... 이게 5천원인가 그럴겁니다.

물론 인테리어나 식기 디자인, 식당 규모를 생각하면 이렇게 받아야 되는지도 모르겠지만

반찬값을 포함하더라도 손님이 체감적으로 느끼는 가격은 저 김밥 한 조각이 약 700~800원 정도니

한줄 1500원 짜리 김밥과 비교하면 젓가락을 집은 손이 부들부들 떨리기에 충분한 가격이죠.

 

 

 

문제는 이 오돌뼈 어쩌구 하는 구이.

숯불구이긴 한데, 저 손가락만한 녀석 안에 씹을 수 없는 뼈까지 들어가 있죠.

제 오른손 한 주먹에 저 구이 전체가 다 들어갈 정도의 양입니다.

 

맛은 어마무지하게 짜고 맵습니다. 엄니는 한 조각 먹고 그냥 젓가락을 내려놓으시네요.

그야말로 100% 술안주용입니다. 식사용으로는 먹을 수 없는 수준입니다.

 

 

 

반대편에는 동일한 양의 일반 소금구이. 맛은 맵지 않다 뿐이지 짜기로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숯불에 직접 구운 녀석인데, 대체 어느 초보가 구워재꼈는지 숯불을 사용해서도 물텅물텅 제대로 씹는 맛도 없고 불맛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문제는 일반적인 치킨 1/4 정도가 될까말까 한 양의 이 녀석이 16000원 이라는 가격이라는 점이죠.

엄니와 제 생각으로는 5천원 정도 해도 맛이 없어서 안먹을 것 같습니다.

교촌이 치킨으로 유명한 브랜드인데, 이 녀석을 보면 이 메뉴가 마치 필요없는 부위를 소비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것 같은 느낌마저 드네요.

 

 

 

메뉴판에 김치에 대한 자부심이 한 페이지 따로 나와 있을 정도로 자신감이 있습니다.

확실히 김치는 일반적인 가게에서 내놓는 녀석보다 확연히 좋네요. 김치에 까다로운 엄니도 이 녀석은 맛있다고 합니다.

 

김밥 전문이라 그런지 김밥은 비싼 걸 제외하면 맛있는 편이고, 각종 반찬도 확실히 정성을 들인 흔적이 보입니다만

숯불구이라고 내 놓은 닭의 레벨이 일반 동네 치킨집보다도 형편없는 수준이라 매우 실망했네요.

 

지금 사진에 나온 녀석과 함께 그럭저럭 맛있었던 우동 한그릇 합한 두 사람 식사비가 32000원이었습니다.

제 입장에서라면 두 번 다시 그 가격 내고 이 음식 먹으러 가지는 않을 겁니다. 물론 엄니도 마찬가지.

 

 

 

엄니나 저나 배가 전혀 부르지 않은 상태로 모처럼의 휴일 외식을 끝마치고

너무 아쉬운 느낌이 들어서 집에서 시험삼아 만든 김치 감자탕을 더 맛있게 먹었네요.

 

엄니는 EBS 요리 프로그램을 보면서 뭔가를 메모하시는데

거기서 본 요리인데다가, 집에 신김치가 많이 남아있어서 한번 만들어 봤습니다.

돼지고기 등뼈는 잔뜩 넣었는데 가게에서처럼 조미료를 넣지 않아서 맛은 그냥 좀 더 구수한 김치찌개일 뿐이네요.

MSG가 몸에 해로운 녀석이 아니라고 여러번 말씀드려도 무조건 저염도 자연식이 우주 제일이라고 굳게 믿는 엄니라서

집에서는 태어나서 한 번도 MSG를 사용해 본 적이 없습니다.

 

맛이 좀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이 녀석 충분히 맛있었으니 뭐 불평할 건 없지만 말이죠.

아무튼 시험삼아 가 봤던 엠도씨라는 가게는 역시 TV 방송보고 찾아다니는 건 위험한 일이구나 하는 생각을 더욱 굳게 만들어 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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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불금을 맞아 뭐라도 먹어볼까 싶었는데 엄니께서 지인의 아들이 이번에 가게를 하나 내셨다고 합니다.

서른 살도 되지 않았지만 요리에 관심이 많아서 큰맘먹고 오픈했다고 하니, 후회없이 즐길 수 있을까 조금 걱정하면서도 일단 가 봅니다.

 

전 엄니의 지인이라는 분도 뵌 적이 없고, 당연히 그 아들되는 사람도 본 적이 없으니

단지 아는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식사에서 만족하지 못하면 그건 또 모처럼의 외식에 아까운 일이라서

부디 맛있기만을 바라며 붐비기 시작하는 저녁 도로를 달립니다. 제 차가 아니라 운전은 엄니가 하셨지만.

 

 

 

사실 당시에 카메라를 막 바꾼 참이라 뭐라도 찍어보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하던 차였기도 햇죠.

실내사진은 대충 찍어봤습니다만 식당에서 음식 사진을 찍어본 일이 딱 한번 뿐이어서 성에 차지 않았습니다.

 

좁은 골목길을 달려서 도착해 보니 왠걸 젊은 오너가 차렸다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한 덩치 하는 건물이네요.

가게 하는 입장에서 건물에 세들어 시작한다는게 참 여러가지로 고민되는 일이라

과감하게 주택을 구입해서 완전히 개조를 했다고 합니다. 시원한 만큼 위험부담이 매우 큰 도전인데 말이죠.

 

오너분은 주방에 있어서 얼굴을 보지 못했지만 엄니가 들어가시자 카운터에 있던 여성분이 반갑게 인사를 합니다.

알고보니 오너의 여동생분인데, 같이 가게를 돕고 있다고 하네요.

엄니와는 한두 번밖에 얼굴 마주친 적이 없다는데 기억을 하고 계셔서 환대를 받았습니다.

 

일단 자리에 앉기 전에 양해를 구하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내부 풍경을 구경해 봅니다.

밖에서 보는 모습도 주택 사이사이에 블럭을 끼워넣은 듯한 독특한 구조였는데

개업한지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실내도 굉장히 깔끔하고 분위기가 좋군요.

 

 

 

가게가 정확히 층이 구분되지 않고, 계단을 올라갈 때 반층 정도 되는 위치에 외부 테라스를 사이사이 만들어 놓았습니다.

한 쪽 벽면엔 프로젝터도 설치해 놓아서 축구나 야구 경기 같은 것들을 술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식당이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펍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는 묘한 느낌이네요.

 

 

 

까페를 운영중인 친구 몇몇 가게에 가 보면 확실히 인테리어 구상하는것도 보통 골머리가 아니겠구나 싶은데

이곳도 고민의 흔적이 여실히 느껴지는 듯 합니다. 분위기 만들어내는 걸로는 상당히 뛰어난 편이네요.

 

 

 

여기가 2층으로 올라가는 길에 위치한 중간층쯤 되는 곳입니다.

소파 맞은편에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더군요. 오너가 젊은 분이다 보니 이런 식의 시도도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다시 1층으로 돌아와서 적당히 시원한 쪽에 자리를 잡습니다.

오너의 여동생 되는 분이 깍듯하게 여러가지를 안내해 주시는군요.

 

지인의 가게에 가게 되더라도 전 음식에 있어서는 호불호가 뚜렷한 편이라

맛이 없거나 재료에 문제가 있으면 오히려 지인이라도 다시는 찾아가지 않을 생각으로 평가를 합니다.

이번엔 제가 아는 사람도 아니고 엄니에게 말만 들은 사실상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에

가게 인테리어와 디자인은 만족스럽지만 앞으로 나올 메뉴들에 대해서는 매의 눈으로 살펴보기로 했죠.

 

 

 

친근하게 엄니에게 서빙을 하는 오너 여동생분 덕분에 주문은 쉽습니다.

딴 거 없이 모두 쉐프, 즉 오너가 추천하는 메뉴만으로 부탁을 했죠. 안심스테이크와 해물 파스타, 버섯 피자를 추천해 주시네요.

 

엄니와 둘이서 먹기엔 양이 좀 많을법한 주문이지만 피자의 경우엔 포장도 된다고 하니 별 문제 없습니다.

사실 이건 그냥 내숭일 뿐이고, 저하고 엄니라면 이 정도는 먹어야 식사 든든하게 했다고 만족할 만한 양이죠.

 

가격은 대구지역의 시내 중심가에서 벗어난 식당의 메뉴 치고는 싼 편이 아닙니다.

세 가지 메뉴를 선택하니 거진 7만원이 넘게 나오는군요.

많이 비싼편은 아니지만 가격이 부담되는 사람도 없지는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준비해 준 물에는 허브같은 식물이 들어있는데, 이게 그냥 폼이 아니라 정말로 풀내음이 확 나는게 신선했습니다.

제가 친근한 성격이라면 길가던 종업원 붙잡고 이 것의 정체에 대해 물어보기라도 하겠지만

그냥 소심하게 사진이나 찍고 물맛이나 음미하고 그랬습니다.

 

 

 

눈에 들어오는 종업원 전부가 오너와 거의 비슷한 나이대의 젊은 분들이네요.

이제 막 개업한 곳이라 이곳만의 장점은 아니겠지만, 일단 테이블 세팅과 식기들이 전부 새 것이란 느낌이 들어서 좋습니다.

 

사실 카메라 오랜만에 새로 바꿨다고 이것저것 찍어대느라 만족했을 뿐이지만 말이죠. 깔끔한 식당은 언제든 좋습니다.

 

 

 

식사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이리저리 둘러봅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라거나 스테이크 하우스는 워낙 인테리어에 신경을 많이 쓰기 때문에

경험이 짧은 저로서는 이곳 인테리어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딱히 평가할 만한 지식이 모자라네요.

 

바라는 바라면, 시간이 흐르더라도 지금 이 새것같은 깔끔함을 계속 유지했으면 좋겠다는 정도?

 

 

 

기다리던 식사 시간입니다. 여기서부터가 중요한 포인트였는데, 세심하게 세팅한 겉모습만큼이나 빵이 매우 맛있습니다.

위에 올라간 녀석들은 삶은 감자와 토마토 등등인 것 같은데 바삭바삭한 빵과 달리 적당하게 익어서 부드럽게 씹힙니다.

 

거대 레스토랑이나 체인점과 달리 개인이 이름을 내걸고 영업하는 이런 가게들은 여기서부터가 평가의 시작인데

한 조각씩 먹어보고는 엄니나 저나 슬그머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여기 자리가 주방쪽과 가까워서, 왠지 요리 평가하는데 큰 소리 내기는 좀 껄끄럽더군요.

 

 

 

두 번재로 나온 녀석은 베이컨 롤인데, 요리하는 분들은 미적 감각도 뛰어난건지 집어먹기가 아깝더군요.

맛은 여전히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었습니다. 베이컨 치고는 그리 짜지 않고 씹히는 맛이 좋았습니다.

 

엄니의 지인 말로는 아들내미 가게가 재료만큼은 정말 좋은 녀석들만 골라서 쓰고 있다고 단언하셨다는데

당연하게도 직접 먹어보지 않고서는 그런 말에 휘둘릴 수가 없던 저였지만, 여기까지 먹어보고 납득이 갑니다.

 

 

 

앙증맞은 숟가락의 미소는 둘째치고, 적어도 엄니와 제 입맛엔 매우 적절한 맛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름은 모르겠지만 삶은 감자와 채소에 토마토 소스로 간을 한 수프같은 느낌인데

엄니께서 외식하실 때 가장 싫어하는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짜거나 단맛이 매우 적어서 부드러운 맛이네요.

 

요리를 잘하시는 건지 재료가 훌륭한 건지 모르겠지만 간이 과하지 않다는 건 외식에서 매우 좋은 장점입니다.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밑반찬이 나왔는데, 이것도 재료가 싱싱하기로는 합격점을 줄 만 합니다.

알록달록한 색깔을 다양하게 준비한 점도 좋고

특히 피자헛 따위에서 가끔 얼굴 찌푸리게 만들던 물렁물렁해진 피클이 없이 아삭아삭 씹히는 감촉이 만족스러웠군요.

 

 

 

특이 이 녀석은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버섯은 버섯인데 고소하고 살짝 알싸한 느낌의 소스가 좀처럼 경험해보지 못한 맛이었기에.

 

발사믹 식초인가 생각도 했지만 그것치고는 맛이 더 부드러운 느낌인데, 버섯을 먹으면 말로 표현하기 힘든 매력이 있었습니다.

이거 먹고 있으니 매니저(오너의 여동생분)가 오셔서, 지금 개발중인 녀석이지만 엄니에게 보여드리기 위해 특별히 내 놓은 것이라 하시네요.

이것이 지인 파워인가 싶었습니다만, 이 소스의 정체는 품질 좋은 올리브유였습니다.

 

한국에서 레벨 높은 올리브유 먹기가 쉽지 않는데, 아마 가게에서 내놓을 만한 녀석중에서는 상급에 들어가는 올리브유일거라 생각합니다.

이탈리아에서 최고급 올리브유는 100ml 에 10만원이 넘어가는 녀석도 있는데, 한번 맛을 본 지인은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고 하더군요.

 

물론 올리브유를 접할 일이 별로 없는 저로서는 이 녀석의 등급을 알 수 없지만, 맛은 진짜 훌륭했습니다.

 

 

 

스테이크를 주문하면 와인을 준다는 말에, 술은 잘 마시지 않지만 일단 한 잔 받아들었습니다.

엄니 것도 주시려 했지만 엄니나 저나 술은 별로 마시지 않기에 한 잔으로도 충분합니다.

로제나 아이스 정도는 아니지만 신 맛은 아니고, 아주 캐쥬얼한 부드러움이라고 할까.

 

어쨌든 입에는 맞아서 전부 마시긴 했는데 아직까지도 전 카메라 성능 테스트 한다고 이리저리 구도 잡아가며 찍는게 더 중요했습니다.

 

 

 

엄니가 좋아하신 수프입니다. 부드러운 감자 조각이 들어가 있는데, 전혀 짜지 않고 크림향이 농후한 것이 부담없더군요.

엄니는 항상 이 수프가 너무 짜다고 불만이 많았는데 이번엔 맛있게 잘 드셨습니다.

 

젊은 나이에 주방을 책임지는 쉐프로서는 아마 지금이 일생에서 가장 긴장되는 기간이겠죠.

퀄리티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지금의 이 곳 가게는 전식요리에서부터 굉장한 정성이 느껴집니다.

 

 

 

드디어 메인 요리가 등장하는데, 가격대가 높아서 걱정했던 것에 비해 좀 너무 푸짐한 느낌이 들더군요.

매니저분이 엄니가 오셨기에 조금 더 넣어주셨다고 하는데, 확실히 설명 듣기 전에도 좀 많다 싶었습니다.

 

지인 파워로 가게에 오게 되면 이런 장점이 있긴 합니다만,

전 소소하더라도 이런 건 좀 부담감을 느끼기 때문에 살짝 어색한 기분으로 포크를 집어듭니다.

 

특히나 사진 열심히 찍고 블로그 올리는데 괜히 사진과 다르게 나온다고 불만을 가질 사람들이 혹시 있을지도 모르니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맛집 거지들과 비슷한 취급을 받으면 저로서도 참 억울할 것 같아서 말이죠.

 

노파심에서 이야기 하지만 전 태어나서 식당 사진 찍어주고 뭘 제공받은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오히려 욕 먹고나서 회사측에서 블로그 닫아달라고 항의 온 적은 있습니다만.

 

 

 

어쨌든 해물의 양과는 별개로 맛은 굉장히 훌륭합니다. 해물의 신선함은 감동스러울 지경이네요.

이제껏 먹은 파스타 중 거의 1,2위에 들어가는 완성도입니다.. 3위는 매드 포 갈릭 정도 될려나요.

 

소스를 강하게 쓰지 않아서 해물의 향이 잘 살아있는 터라 코가 즐겁기도 했습니다.

파스타 삶은 정도도 완벽해서, 엄니가 '넌 집에서 왜 이렇게 꼬들꼬들하게 안되냐' 라고까지 하시는군요.

이렇게 삶을 줄 알면 저도 가게 열겠습니다만.

 

 

 

그런데 사진 좀 찍고 이제 막 앞접시에 파스타를 담아서 맛있게 흡입하려는 순간

숨 쉴 틈도 주지 않고 바로 피자가 나와버립니다. 엄니나 저나 순간 당황해 버렸습니다.

 

아무래도 파스타가 1인분짜리 음식이라 피자를 바로 내 주신 것 같습니다만

어차피 둘이서 파스타 나오면 함께 먹는게 당연하리라 생각했음에도 나오는 속도가 너무 빠르더군요.

 

요리 전부가 따끈따끈할때 먹어야 맛있는 것들이라,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피자를 앞에 두고

서둘러 파스타를 흡입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까울 따름이었습니다.

 

 

 

한술 더떠서 피자엔 손도 대지 않은 채로 파스타를 거의 다 먹어갈 무렵 스테이크가 나와버립니다.

이렇게 되면 결국 피자는 식어버릴 수 밖에 없는 운명인데 말이죠.

 

아마도 1인분씩의 메뉴다 보니 파스타와 스테이크를 각각 앞에 놓고 피자를 중앙에서 먹으라는 의도가 아닌가 싶었지만

아무래도 코스 요리처럼 간격을 두고 나와주는게 음식의 맛을 음미하기에 더 낫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이건 넘어간다고 해서 좋을 일이 아니라 생각하고 매니저를 불러서 요리 나오는 간격이 너무 짧다고 지적해 드렸습니다.

매니저분은 죄송하다면서 피자를 데우는 캔들을 준비해 주겠다고 하셨지만, 그게 있다고 피자의 맛이 그대로 유지되는 건 아니죠.

식은거라도 맛있게 먹기는 하겠는데 다음부터는 시간을 잘 생각해서 요리를 내주길 바란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스테이크는 엄니께서 레어쪽을 별로 안좋아하셔서 미디엄으로 구웠습니다.

전 먹으면서도 미디엄 레어 정도였다면 정말 육즙 팍팍 음미하면서 씹을 수 있었을거라는 아쉬움이 들더군요.

 

이탈리안 요리는 둘째치고 스테이크는 기회가 있어서 고급을 좀 썰어봤기 때문에 비교하기 쉬웠습니다.

가격대 성능비가 훌륭하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지만 품질에 있어서는 가격만큼의 가치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엄니는 스테이크가 너무 작다고 하시는데, 사실 워낙 얇은 고기에 익숙해져 있어서 그렇지 무게로 따지면 적당한 크기죠.

에슐리에서 나온 스테이크라 불리는 고깃덩어리는 먹다 뱉어버릴 정도였고

TGI의 스테이크는 이 녀석의 60% 정도 되는 퀄리티에 가격은 거의 동일했으니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같은 무게에서 가격이 이 녀석의 두 배나 되는 스테이크를 한번 먹어본 경험이 있는데

소고기라는 녀석의 진짜 맛은 이런 것이로구나 하는 감탄이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대학 교수를 맡다가 요리를 그만둘 수 없어서 스테이크점을 차렸다는 그 쉐프분은

가격에 신경쓰지 않고 자기가 만들 수 있는 최고의 품질을 추구한다고 하셨는데

그 점을 생각한다면 이 트윈파파라는 가게에서 젊은 쉐프분의 현실적인 초이스는 정답에 가깝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피자는 식어버렸지만 맛은 충분히 훌륭합니다. 버섯향이 입안 가득히 퍼지는게 질리지 않는다고 할까요.

 

평범한 일행이었다면 피자 반쯤은 포장해서 가져갔을 테지만 엄니와 저는 겨우 이것가지고 뭘 남기나 하며 입에 쓸어넣습니다.

종업원이 더 필요하신거 없냐고 묻기에 그냥 빵을 조금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버섯을 다 먹고 나니 남아있는 올리브유가 아까워서, 빵에 좀 찍어먹으려고 한 부탁이었는데

어디선가 말이 잘못 전해진건지 전식에 나왔던 그 메뉴가 그대로 다시 나오더군요. 이런 손가는 요리를 부탁한 게 아닌데.

 

아무튼 나왔으니 감사히 먹을 수 밖에 없습니다. 좀 미안한 느낌이 들었지만 나온 것을 물릴수도 없고 말이죠.

남아있던 올리브유를 빠게뜨 위에 뿌린 후 엄니와 한조각씩 씹어뭅니다. 역시 진하고 부드러운 향이 입속에 퍼지는 게 행복하더군요.

 

 

 

매니저분이 가끔 와서 입맛에 맛냐고 물어보시는데, 빈 말이 아님을 강조하기 위해서 맛있다는 칭찬을 연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엄니 지인의 아들이라 만족할만 할까 걱정도 했었는데 이 정도면 충분히 남한테 추천해줘도 욕 먹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오늘은 예약손님이 많아서 잘 봐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하십니다. 이거보다 더 잘 봐주면 긴장해서 식사가 될런지 모르겠지만.

 

주택을 개조한 식당이라 주차장이 좀 좁은데, 들락날락하는 차들이 전부 삐까번쩍한 외제차들이라 벌써 입소문이 좀 퍼지긴 했나 싶습니다.

개장 한 달이라면 아마 대부분 관계가 있는 사람들끼리 찾아오는 것이겠지만.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이 정도로 만족스러운 퀄리티를 가진 식당은 대구에서 좀처럼 경험하기 힘들었는데

오랜만에 맛있게 먹었다는 생각에 매우 훈훈한 기분으로 돌아옵니다.

카메라 파악한다고 건물 사진도 좀 찍어대면서 말이죠.

 

 

 

기대한 것 이상으로 만족한 외식은 별로 없는데, 이 쪽은 확실히 여러가지 요소에서 훌륭한 점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이제 막 개장한 터라 아는 사람이 그닥 없을테지만 오히려 그 덕에 왠지 숨겨진 맛집을 발견해서 뿌듯한 느낌이 드는군요.

 

외부와 격리된 가족룸도 있어서 엄니께서는 훗날 조카 가족이 오면 여기에 데리고 오려고 생각중이십니다.

외부 테라스도 넓직하고 시원해서, 술 좋아하는 친구하고 와도 괜찮을 듯 하네요. 그 친구는 미국에 있지만.

 

오랜만에 디자인과 서비스, 요리 세 가지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곳을 발견해서 훈훈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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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날 제품을 받고, 찍을 수 있는 시간은 오직 토, 일요일밖에 없었기 때문에

뭐라고 찍어보자 하면서 셔터수를 늘리고 있었습니다. 날씨가 안좋아서 밖에서 찍을 만한 것도 없고.

 

지금까지 여러 회사의 렌즈캡을 많이 봐왔지만 굉장히 공을 들인 느낌이 역력한 렌즈캡이네요.

 

 

 

E-M1 은 여러가지로 굉장한 성능을 가진 녀석이지만

아직 발전중인 미러리스라는 한계상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셔터의 구조가 일반적인 SLR 과는 좀 다른 터라, 저속 셔터스피드에서 블러가 일어나는 현상이 발생했더군요.

 

다행히도 공돌이 정신으로 무장한 올림푸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저속에서 셔터쇼크를 없애는 모드를 펌웨어 업데이트로 넣어줬네요.

단지 펌웨어 업데이트가 SD 카드에 파일을 넣어서 실행하는 단순한 개념이 아니라

바디를 PC와 연결해서 전용 프로그램을 실행시켜야 하는 좀 살떨리는 방식이라서 걱정이 되었습니다.

 

바디와 PC 연결시에는 어떤 식으로든 연결이 강제 해제되면 안되니까 말이죠. 자칫하다간 AS 보내야 합니다.

다행히도 펌웨어 업데이트는 별 문제 없이 끝났습니다.

 

올림푸스는 렌즈에도 CPU 칩이 장착되어 있어 바디뿐 아니라 렌즈 펌웨어란 것도 따로 있더군요.

디지털 시대를 고려해서 설계한 포서드 마운트라서 여러가지로 전자식 개념이 많이 들어있습니다.

 

 

 

요즘 집에서 자주 만들어먹는 슬러쉬 컵입니다. 혹시나 하고 샀는데 성능이 괜찮더군요.

우유에다가 요구르트 가루를 넣어서 크림 슬러쉬를 만들거나, 탄산음료수를 넣어 옛날 중학생때 처음 먹었던 로손표 슬러쉬를 만들거나 합니다.

일단 컵 자체를 냉동시키는데 5시간은 걸리니 준비성이 없는 사람은 먹기 힘들긴 하네요.

 

 

제가 읽으려고 빌려왔는데, 엄니가 먼저 읽으시고는 세상이 나치 독일이 이런 짓까지 하다니 하면서 한탄하셨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스라엘에서 팔레스타인에게 거의 비슷한 짓을 하고 있다고 말씀드렸죠.

그리고 한국도 뭐 별로 다르진 않습니다.

 

저야 오래 전부터 인간불신이라, 지금도 세계멸망 버튼이 눈 앞에 존재한다면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바로 눌러버릴테니까 말입니다.

 

 

 

휴일엔 그냥 집에서 쉬고 싶어서, 카메라가 있어도 잘 안나가는데

조카가 서울에서 온 터라 저녁 한끼 먹으러 가자고 하는 바람에 다행히도 따끈따끈한 E-M1 을 사용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아직 영 어색하네요. 아무리 AF 가 발전했다고 해도 여전히 검출법이 일반적인 DSLR 과 좀 다르고

동체추적도 셔터스피드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 별 의미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 5축 손떨방은 정말 올림푸스만의 특권이라 할 만하더군요.

기존의 상하좌우만 커버하는 손떨방이 아니라 앞뒤축으로도 흔들림을 보정하는 올림푸스만의 기술은

손떨방이 없을 때에 비해 4~5배 가까운 셔터스피드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해 주는 놀라운 성능을 자랑합니다.

 

이 사진은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칭얼거리는 조카를 형님이 엄니한테서 받아드는 순간인데요.

손떨방이라도 사람의 움직임까지 잡아주지는 않기 때문에, 배경은 흔들리지 않고 움직이는 사물만 잔상이 생기는 이런 표현도 가능합니다.

 

 

 

햇빛 아래에서 처음 찍어 본 E-M1 의 사진입니다.

다른 가족들은 전부 조카에게 관심이 쏠려있는데, 전 불경하게도 카메라 조작에만 신경이 쓰여 있었네요.

확실히 센서 성능은 좀 아쉽습니다만 주간에 나오니 굉장한 속도의 AF 가 촬영의 재미를 더해줍니다.

 

 

 

아이가 다들 그런 것이겠지만 이 조카도 자기 좋을땐 참 순하지만, 마음에 안 드는게 있으면 일단 광속으로 징징거리기부터 하네요.

의사 표현이 명확하다는 건 그만큼 부모를 신뢰한다는 증거이기도 하니 나쁘진 않습니다.

 

문제는 워낙 오냐오냐 해주니 오히려 낯선 사람들에게는 완전히 얼어버린다는 점일까요.

 

 

 

엄니가 손자와 사진 좀 찍자고 하셔서 한 장 남겨봤습니다.

말은 잘들어서 V 자 까지 그려주는군요. 약간 필름틱하게 그레인을 넣어봤습니다.

 

E-M1 을 포함한 포서드 진영은 센서의 종횡비가 기존 필름처럼 3:2 가 아니라 4:3 입니다.

그래서 좀 더 정사각형에 가까운 느낌이 들죠. 특히 세로 사진 찍을 때 필요 이상으로 길게 느껴지지 않는 느낌이 듭니다.

 

 

 

빠른 걸음은 아닙니다만, 이렇게 피사체가 걷고 있고 저 역시 뒤로 걸어가는 도중에 동체추적으로 찍은 사진입니다.

손떨방과 동체추적의 힘으로 이 정도까지는 나와주더군요. 물론 너댓 장 중 한 장 성공하는 정도입니다만.

애초에 피사체와 찍사가 동시에 움직이며 찍는 이런 상황은 그냥 똑딱이로 스냅 찍을때나 쓰는 방식이죠.

 

 

 

올림푸스만의 축복 또 한가지는 초음파를 이용한 센서 먼지털이입니다.

다른 먼지털이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올림푸스의 특허 기술인데, 사진에서 먼지 생각을 아예 없애버려도 될 정도죠.

 

소니 먼지털이는 재미있게도 센서 자체를 털털털 움직여서 털어내는 방식인데

센서에 붙어있는 미세먼지는 그렇게 흔든다고 떨어지는 수준이 아니라 거의 의미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모아레 현상을 제거하기 위해 센서 앞에 장착되던 로우패스 필터도 이 모델은 아예 없애버렸더군요.

전문적인 설명은 귀찮을 뿐이니, 좀 더 선명한 결과물이 나온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태생적으로 센서 크기의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크기의 센서에서만 사용하기 적합한 각종 유용한 기술들을 접목시켜서

시장을 돌파해 나가는 마이크로포서드 진영의 행보는 참 주목할만 합니다.

 

 

 

조금 걸어서 골목의 허름한 한식집에 들어왔습니다.

대구에서 돈 좀 만진다는 사람들이 찾는 비밀의 가게 같은 느낌인데요.

밖에서 보면 5천원까지 고등어 정식이라도 파는가 싶은 분위기지만

사실 머리에서 발끝까지 유기농 웰빙 재료로만 만드는 굉장히 비싼 가게죠.

 

 

 

저는 아무리 그래도 그 돈 주고 이런 음식 먹는건 매우 싫어하기 때문에

전혀 가고 싶은 생각이 없었습니다만, 조카가 밖에서 먹을만한 음식은 이런 것 밖에 없기 때문에 따라왔습니다.

 

배가 살짝 찰까 말까한 정도의 코스요리가 1인당 치킨 2~3마리 정도라는 어마어마한 가격대를 지불해 가며

유기농 웰빙 음식들을 먹는다는 건, 그냥 집에서 믿을만한 재료 사서 먹는것에 비해 어떤 이득도 없다는 느낌이니까 말이죠.

 

 

 

돈 많은 사람들의 특징은 집에서 만원이면 해 먹을 수 있는 몸에 좋은 식단을

밖에서 십만원 가까이 내고 먹으면서 '아~ 좋다'라고 하는 점이라 할까요.

 

그래서 기천만원짜리 보이차를 사들고 금고에 넣어두며 마시면서 '이거 마셔서 죽어가던 사람이 생기가 돌아온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도

옆에서 보면 참 돈을 모으려면 어느 정도 머리도 비워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뭐 어쨌든 이곳 음식은 하나부터 열까지 농약이나 인공조미료 쓰지 않고 만드는 것들이라

조카도 많이 짜지 않은 음식은 전부 먹어도 된다는 점에서 좋긴 합니다.

 

이 친구가 아직 미각이 발달하지 않은 건지, 도통 못 먹는게 없어서 몸은 튼튼하게 자랄 것 같네요.

소금을 넣지 않은 심심한 청국장도 퍽퍽 퍼먹는 모습을 보니.

 

 

 

현재 E-M1 과 함께 사용하는 렌즈는 12-40 하나밖에 없습니다.

DSLR 풀프레임의 24-70 렌즈와 비슷한 상위급 모델이죠. 실제 화각은 24-80 정도 됩니다만.

 

F2.8 의 조리개를 갖고 있어도 심도 표현만으로는 풀프레임의 F5.6 정도 되니 크게 의미는 없습니다.

대신 빠른 셔터스피드와 비교적 가벼운 무게, 센서의 크기를 오히려 이점으로 살린 접사능력 등이 눈에 들어오죠.

 

풀프레임 센서를 쓰는 카메라 렌즈는 기본적으로 접사에 불리한 편이라

따로 접사렌즈를 구입하거나, 구입하더라도 심도 확보를 위한 플래시 시스템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 가게는 상당히 어두운 편인데, 손떨방의 위력을 믿고 40mm 화각에서 1/15초 정도로 찍어봤습니다.

실제로 풀프레임과 비교하면 80mm 의 화각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1/80초 이상 확보해야 사진이 흔들리지 않는데

5축 손떨방은 이 정도는 쉽게 커버해 주는군요.

 

 

 

요리 수준도 높고 기본적으로 모든 재료가 상당히 좋은 편입니다만

저 같은 서민의 경우엔 역시 먹을 때마다 이게 대체 얼마야 하는 생각 뿐이죠.

집에서 사 먹으면 이런 전복 너댓마리는 먹고도 남을 정도니까.

 

 

 

조카는 먹을거라면 그냥 입을 쪽쪽 벌리는군요.

이 친구가 무서운게, 이렇게 잘 먹다가도 갑자기 찌찌~ 하면서 엄니한테 파고든다는 점입니다.

이제 젖 떼도 되는 나이에 접어들었을 텐데 그냥 편안하다는 본능만으로 덤비는 듯한 느낌.

 

그래서 이렇게 밖에서 식사하다가도 젖을 물려야 하는 형수는 여러가지로 힘드실 듯 하네요.

 

 

 

대부분 손으로 집어먹습니다만 국 같은거 먹을때는 나름 숟가락으로 떠서 잘 먹더군요.

처음 보는 것이거나 호기심이 동한 음식의 경우엔 아비가 떠먹여 주려고 해도 짜증내면서 자기가 직접 집어 먹기도 합니다.

 

 

 

이 곳은 따로 메뉴가 없고 그냥 그때그때 재료에 맞게 내 놓습니다.

계절에 맞는 나물과 채소는 꼭 색깔을 맞춰서 내더군요. 기본적으로 소금을 적게 넣고, 나물 무치는 실력도 좋은 편입니다.

문어는 역시 지역이 지역이다보니 해안가처럼 싱싱하진 않지만, 레벨 자체는 높은 녀석이더군요.

 

 

 

일본의 낫토와 같은 방식으로 만든 '그냥 먹는 청국장' 입니다.

제작 방식은 낫토와 거의 동일하지만 낫토균이 들어있지 않아서 진득진득한 점액은 나오지 않더군요.

 

조금 짠 편이지만 몸에는 좋을듯 하니 조카도 몇 조각 집어먹습니다. 누가 먹으라 하지도 않았는데 저런 걸 먹는 아기는 참 신기하네요.

 

 

 

수육과 다양한 나물이 메인 메뉴로 나왔습니다. 물론 하나하나의 수준은 매우 높은 편이더군요.

주인장 아주머니가 예전에 암으로 수술도 받았는데, 식단을 바꿔서 완치에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합니다.

물론 이런 식의 가게를 운영하시는 상당수 사람이 비슷한 사연을 가지고 있긴 하죠.

 

수육은 확실히 잘 삶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저희 엄니의 수육삶는 실력이 거의 요리사 레벨이라서

딱히 감흥은 없다는게 문제입니다. 아닌게 아니라 엄니의 수육 실력은 요리학원에서 강의를 해도 될 정도.

 

 

 

양파가 들어있는 간장에 찍어먹으면 물론 더 맛있습니다만

배합이 적절해서 문어에다가 채소만 함께 먹어도 적당히 짭짤합니다.

먹다보면 드는 생각이, 한국도 외식업의 기본 수준을 지키려면 이 정도 요리에 이 정도 가격은 받아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저도 역시 쓰레기같은 재료로 만든 싼 음식보다는 좀 더줘도 좋으니 제대로 만든 음식을 먹기를 바라니까 말입니다.

 

 

 

메뉴가 없다고 말씀드렸듯이, 이곳의 나물은 계절에 따라 변화무쌍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언제 가도 딱 적당한 나물이 적절하게 무쳐 나오니 마음편하게 먹기엔 좋은 곳이네요.

지갑이 두둑하지 않으면 별로 마음편하진 않겠지만.

 

 

 

20개월 된 아기치고는 참 먹기도 잘먹는다 싶은데

불사신인가 싶을 정도로 활발하게 뛰어다니다 보니 살이 전혀 찌지 않습니다. 부럽네요.

아기는 좀 통통해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인데, 벌써부터 저러고 있으니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궁금합니다.

 

 

 

야채는 항상 다양한 색깔을 조합해서 나옵니다. 예전에 방송에서도 이렇게 먹는게 좋다고 하더군요.

기본적으로 노란 야채에는 별로 애착이 가지 않는게 참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두 번째 메인요리는 자기와 소고기 조림이네요. 가지는 양념이 잘 배기 때문에 소고기 조림과 어울립니다.

조카는 가지도 잘 먹지만 역시 껍질까지 씹기는 좀 힘들고, 아무래도 다른 요리에 비해 좀 짠편이라 많이는 안먹었습니다.

 

아비되는 사람이 콜라를 미칠듯이 좋아해서 잇몸까지 내려앉고 있는데, 자기 자식한테는 아직 콜라 안먹이겠죠.

부모가 된다는 것은 자기 인생을 한번 돌아볼 기회가 생기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지금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어릴때 식감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던 연근도 조카는 잘 씹어먹네요.

편식하지 않는 습관은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정통 한식만 내놓을 것 같지만 의외로 재미있는 요리도 나오는군요.

연어와 아보카도의 조합이 마음에 드는 사람은 꽤나 좋아하는가 봅니다.

비싼 음식이라 그런지 한 사람 앞에 딱 한조각씩 나오네요.

 

 

 

골뱅이와 멍게입니다. 해산물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참 먹음직스러운 녀석.

아무래도 멍게는 너무 짠 편이니 조카가 지금 먹기에는 좀 부담스럽겠죠.

 

 

 

마지막 메인요리인 메로구이가 나왔습니다. 이쯤되면 한식과는 별 관계가 없어지는군요.

 

메로는 심해어에 속하기 때문에 맛이 좀 닝닝한 편입니다. 단백질 구성이 해안 물고기와는 좀 다르거든요.

지방질도 상당히 많은 축에 들어가지만 불포화 지방산이 많아서 몸에 나쁘지는 않다고 하네요.

 

일식에서는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 숯불구이나 간장조림으로 많이 먹습니다.

사실 개체량이 별로 없는 보호어종이고, 현재 시장에 올라오는 메로의 80% 이상이 불법 어획된 녀석들이라

이걸 먹을때는 살짝 부담이 되긴 합니다.

 

 

 

조카는 오래 앉아있으면 심심해 하는 타입이라 벌써부터 밖에 나가자고 합니다.

밖에 나갈때면 새! 새! 거리는데, 산책하면서 새를 많이 보여줬더니 하루에 한 번은 꼭 새보러 나가자고 하네요.

 

그리고 자동차도 매우매우 좋아하기 때문에, 큰 도로쪽에 나가면 가끔씩 멍하니 차만 쳐다보고 있기도 합니다.

 

 

 

일단 자기도 참긴 참는다고 하는데, 어른 입장에서는 언제 참았는지 모를 정도로 짧은 찰나에 불과하죠.

그리고 마음먹은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앵앵거리기 시작합니다.

아직까지는 고양이 울음소리보다 마음에 들지는 않고, 비둘기 우는 소리보다는 덜 해로운 정도로군요.

 

 

 

요리는 다 즐겼고, 한국인이라면 밥을 먹어야겠죠.

밑반찬으로 나오는 김치도 분식집 김치처럼 새빨간 녀석이 아니라 제대로 담근 녀석입니다.

 

 

 

짭쪼름한 조림 반찬도 남기는 일 없도록 조금씩만 나옵니다.

물론 더 달라고 하면 얼마든지 주긴 하니까 이렇게 조금씩 나오는게 좋죠.

 

저희 가족은 기본적으로 음식을 남기지 않는 편이라, 이번에 나온 모든 음식은 하나도 남김없이 다 비웠습니다.

 

 

 

지난번에는 시레기국과 밥이 나왔었는데, 이번엔 각종 야채를 넣은 죽이 등장하는군요.

짜지도 않고 잘 끓였습니다. 적당히 밑반찬과 함께 먹으면 상당히 맛있습니다.

물론 조카도 넙죽넙죽 잘 받아먹네요.

 

 

 

E-M1 의 센서성능이 가장 아쉬웠던 극한 상황 사진 한 장입니다.

적정 노출로 촬영했더니 등 안쪽이 완전히 하얗게 날아가버려서 RAW 파일로도 데이터를 살릴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한참 어둡게 찍어 암부를 복원해서 양쪽 모두를 살린 사진입니다.

암부를 무리하게 끌어올려서 색이 틀어지고 있네요. 노이즈는 별 신경 안쓰는 성격이라서.

 

이게 a99 였다면 적정 노출로 촬영해도 어렵지 않게 등 내부를 복원 가능한데 말입니다.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지만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것이 인지상정이겠죠.

 

 

 

후식은 블루베리와 노란색 토마토입니다. 노란 토마토는 기분 탓인지 맛도 좀 다르더군요.

지인이 블루베리 농사를 해서 좀 싸게 사는 바람에 집에서 폭풍 흡입중인데, 여기서 또 먹게 됩니다.

 

조카가 블루베리를 이상할 정도로 좋아해서, 20개월까지 아기가 저 정도 접시에 가득 든 블루베리를 다 먹는다고 하네요.

많이 달진 않으니 괜찮겠지만 혹시 그러다가 몽골인처럼 눈이 좋아지는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원래 가정집이었던 곳을 이리저리 확장하고 하느라 식당 구조는 거의 미로처럼 되어 있습니다.

그래도 꾸준히 손님이 많이 모여있는 걸 보면 확실히 이런 정갈한 음식점에 대한 수요가 있나 보더군요.

 

저 같은 경우엔 아무래도 이 정도 금액으로 외식을 할 것 같지는 않지만.

 

 

 

집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으니 소화도 시킬 겸 걸어갑니다만

조카가 달구벌대로를 가득 매운 차량을 보고 충격을 받았는지 걸어가려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습니다.

남자라서 차를 이렇게 좋아하는 걸까요? 어디서 이런 취향이 차이가 생기는 것인지 참 신기하네요.

 

 

 

집으로 돌아가다 보면 김광석 길이 나옵니다. 날씨가 선선해서 그런지 산책나온 사람들이 많더군요.

소박한 것이 김광석씨와 어울릴 수는 있겠지만 아직 이곳은 좀 부족한 느낌이 듭니다.

 

대구는 그네꼬 생가 같은 똥꼬빠는 관광사업이 아니라 삶을 노래하던 가수인 김광석씨 같은 분을 더욱 조명해야 한다고 보는데 말이죠.

 

 

 

걷다가 안겼다가 하면서 집 근처에 도착했습니다.

중간에 조카보다 더 어린 아기 안고 가는 가족과 마주쳤는데, 아기 가진 가족끼리는 처음 봐도 뭔가 굉장히 친근해지는 특징이 있죠.

 

 

 

따라하는 건 아이의 본능이라지만 참 재미있는 모습입니다.

조카의 할머니, 즉 저희 엄니가 뒷짐지고 걷는 모습을 보니 금방 누가 뭐라하지도 않았는데 따라하는군요.

 

물론 과학적으로 분석하자면, 자기가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이 사람들을 웃게 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만.

 

 

 

걷기를 배우지 못하고 뛰기만 배우는 바람에 하루종일 뛰어만 다니는 조카입니다.

덕분에 여러가지 상황에서 손에 익지 않은 E-M1 을 실컷 사용해 봤네요. 왠지 조카를 실험대상으로 쓴 듯한 느낌도 듭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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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1 길들이기 :: 2014. 6. 25. 14:07 Photo Diary

 

 

조카는 아직 외식 할 나이가 아니지만, 어른들은 맛있는 밥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뭐 먹을까 생각하다가 근처의 괜찮은 중국집으로 향했습니다.

 

대구의 나름 알려진 고급호텔 인터불고에서 중식집을 운영하던 사장님이

호텔을 나와서 직접 차린 중국집입니다. 이름은 까먹었네요.

 

 

 

예전에 호텔 중국집 가서 먹어보니 가격은 허벌나게 비싼데 그렇게까지 괜찮은 품질도 아니어서

실망하고 다시 올 일이 없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호텔 나와서 직접 개장한 이곳에 엄니께서 친구분들과 가 보시더니 생각보다 괜찮다고 추천을 해 주셔서

호텔에서 하던 것보다는 좀 하고싶으신대로 할 여유가 생긴걸까 싶어서 한번 가 봤습니다.

 

조카덕에 미리 예약해서 방 하나를 잡았으니 좀 울어도 별 문제는 없을 듯.

덥고 낯설어서 약간 짜증을 부리는 것 같기도 했지만 금새 적응하더군요.

서빙하는 아가씨한테 아기가 입에 물만한 게 없냐고 물으니 깎은 오이를 몇조각 가지고 와 주셨습니다.

 

 

 

런치세트가 저렴하고 다양한 메뉴로 무장중이었지만

아무래도 그것만 즐기기에는 이 가게를 평가하는데 부족할 것 같아서

런치세트는 사람 수보다 하나 작게 시키고, 따로 요리를 하나 주문하기로 했습니다.

 

중국집에서 저희 가족이 자주 쓰는 방법이죠. 다들 배가 크고, 다양한걸 맛보고 싶어하니까.

 

처음 나오는건 누룽지탕입니다. 물론 세트에 포함된 스프같은 개념이라서

제대로 시키는 누울지탕하고는 좀 다르죠. 비싼 누룽지탕은 거의 전가복의 개념이라서.

조금 짜긴 하지만 맛있습니다. 생각같아서는 한그릇 더 먹고 싶을 정도로.

 

 

 

누룽지탕이 스프의 역할을 하는것 까지는 알겠는데 그 다음 나오는게 냉채라서 좀 당황.

시원한 냉채라기보다는 살짝 미지근한 느낌이더군요. 사실 이게 맞긴 합니다.

 

인터불고에서 먹었던 그 중국요리는 거진 6~7년도 넘었기 때문에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먹어가면서도 그때 받았던 느낌하고는 좀 다르다는 생각이 계속 들더군요.

이번 요리는 맛없다는 소리는 안 나올 정도의 퀄리티를 충분히 갖추고 있었습니다.

 

 

 

중간에 불쑥 나온 개별 주문요리인 금사오룡입니다.

제가 중국요리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요리가 전가복과 금사오룡이죠.

 

손질한 새우살을 해삼으로 덮어서 튀겨내는 꽤나 고급 요리입니다. 손도 많이가고 재료비도 많이 들죠.

소스는 주방장의 성향에 따라 많이 바뀌는 편이지만, 해삼 + 새우의 조합이 갖는 맛과 향은 어디 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8만원이나 하는 이 녀석의 품질은 제 기대만큼 아주 뛰어나진 않았다는게 아쉽네요.

 

 

 

해삼의 품질이 생각만큼 따라와주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없어진, 대구에서 가장 뛰어난 중국요리점에서 시켰던 금사오룡은

탱글탱글한 해삼의 식감이 새우의 쫄깃함과 융합되어 정말 한개 한개 집어먹기가 아쉬울 정도였는데 말입니다.

 

해삼이 귀한건지, 점점 예전의 그 퀄리티를 찾으려면 돈을 더 지불해야만 하는 것 같아서 착잡하네요.

뭐, 아예 맛이 없는건 아닌지라 먹기는 맛있게 먹었습니다만.

 

그런데 이거 조카 사진 올리는 포스팅 아니었나?

 

 

 

조카는 일단 음식에 관심은 보이는 듯 한데, 지금은 아무래도 먹을 수 있는 나이가 아니라서

오이와 함께 이유식을 떠먹여주니 알아서 잘 받아먹습니다.

 

이 당시에는 정말 입에 대기만 하면 넙죽넙죽 잘 받아먹던데

요즘 서울에서는, 이제 먹기 싫을때면 고개를 푸더덕 하고 흔들어재낀다고 하더군요.

고개 흔드는 건 도대체 어디서 배운 건지.

 

 

 

코스요리도 중반부를 넘어가고 있습니다. 탕수육은 뭐, 익히 알려졌다시피 과일통조림을 사용해서 그냥 그렇네요.

물론 동네 중국집처럼 튀김옷 속에 대체 고기가 어디 들어있는지 모를 그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사실 원래대로라면 인원수대로 세트메뉴 다 먹고도 따로 요리 충분히 더 먹을 수 있는 식성이지만

가격도 비싸고 자중 좀 하자는 의미에서 세트 수를 좀 줄였는데

포만감에 넘치지 않아도 이렇게 조금조금씩 먹는 방식 역시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에 짜장면이나 짬뽕 먹으면 어지간히 배부른 느낌도 들고.

 

 

 

조카는 좀 심심했는지 울다가 보채다가 잠들어 버리는군요.

이 녀석이 놀때는 참 잘 노는데, 잠들기 시작하는 그 무렵부터는 좀 많이 깐깐해지기 때문에

깨우지 않도록 조심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형님부부가 번갈아가면서 식사를 하고, 손이 남을때 자기 음식 먹어야 하죠.

그냥 눕혀놓고 알아서 잘 자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은, 그럴 애가 아닙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세트메뉴의 마지막은 꽃빵입니다.

빵과 함께 먹는 저 녀석이 생각보다 짠 편이라서 아쉬웠지만

아마도 일부러 그렇게 만든게 아닌가 싶습니다. 양념이 없는 빵하고 같이 먹는 녀석이다보니.

 

여름이라 그런지, 대중 입맛이 그래서 그런지, 전반적으로 제 취향보다는 좀 짠 느낌이 드는 요리였지만

퀄리티는 먹으면서 욕할 수준은 아니더군요. 외식하면서 이 정도면 남한테 추천해도 되겠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중국요리라는게 가격이 왠만한 한우구이점보다 더 많이 나오기 때문에 그냥 추천할 수는 없죠.

남한테 얻어먹을 기회가 있으면 한번 가보시는게 좋을듯 합니다.

 

 

 

물론 양은 적지만 식사라고 불리우는 녀석들도 따라나옵니다.

저는 국물 마시기가 좀 그래서 짜장면을 주문. 그런데 역시 좀 짭니다.

짬뽕도 싫어하지는 않는데, 국물을 남기자니 아쉽고 국물을 마시자니 배가 더부룩하고 해서...

 

물론 이렇게 각잡고 먹는 식사가 아닌, 동네 중국집서 먹을때는 짬뽕도 잘 먹습니다.

 

 

 

조카는 피곤했는지 잘 자더군요. 깨어나서 우렁차게 울어주는게 아닐까 싶었는데.

언제쯤 바닥에서 알아서 잠을 잘런지...

 

 

 

잘때는 잘 자는건지, 차 타고 집에 돌아오는 내내 한 번도 깨지않고 잘 잤습니다.

저렇게 안겨 자는게 습관되면 정말 혼자서는 잘 자지 않죠.

 

예전에 키웠던 냥이새끼도, 하도 안아주고 하니 나중엔 의자에 않아서 TV 보고있는 제 다리를 타고 올라와서

제 목하고 턱 사이에 몸을 들이민 채로 잠을 자더군요. 사람이나 동물이나 잠버릇은 제대로 들여야 하는것 같습니다.

 

조카는 이미 서울로 떠난지 두달도 넘어갑니다. 8월 18일이 첫돌이라서 아마 다시 볼 수 있을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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