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엔 언덕이 많아서 가끔 이렇게 세워놔도 되나 싶은 경사에 주차된 차들도 보이네요.

BMW로 인수된 이후의 미니도 멋지긴 하지만 이렇게 초기형인 로버 미니는 역시 아담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초기형 로버라고 해도 수십년간 동일 디자인으로 생산된 녀석이라 그렇게 오래된 건 아니지만.

 

가격도 덩치만큼 저렴하다면 자동차쪽에서 제가 구매하고 싶은 몇 안되는 모델이긴 한데

문제는 요즘 미니가 중형차 이상으로 비싸다는 점이네요.

 

 

 

자유분방함이 매력으로 다가올 수 있는 몇 안되는 지역인게 참 좋습니다.

물론 상업적으로 따지자면 이런 분위기를 즐기기 위한 비용이 만만치 않은 점이 또 이질적이기도 하죠.

 

이 곳에 위치한 음식점들 한번씩만 돌아보려고 해도 과연 몇날 몇일이 걸릴지.

그러고보니 이 부근을 돌아다니는 사람들 대부분이 나침반님이나 저보다는 훨씬 젊어보이는 부류입니다.

백화점이나 그렇고 그런 상가들이 밀집한 곳보다는 이곳이 조금 더 편안한 느낌이 들긴 하네요.

 

 

 

같은 곳을 몇 번씩 돌아다니고 있지만 나침반님이나 저나 그냥 걸어다니는 걸 좋아하니 별 문제는 없습니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슬슬 조명이 켜지기 시작하는 골목 분위기는 대낮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으니까요.

 

먹고 즐기는 데라면 참 부족함이 없을 듯한 곳입니다. 확실히 저녁이 되니 사람도 많아지는 것 같네요.

저는 자주 오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이 정도가 메르스 때문에 그나마 사람이 적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원래는 나침반님과 7월에 일본 가기로 예정을 해 놨습니다만

사람 인생은 워낙 변수가 많다보니, 여러 문제가 겹쳐서 결국 저 혼자 가게 되었습니다.

저는 원래 갈 일이 있어서 안 갈수도 없는 노릇이었죠. 그 탓인지 이태원에서 나침반님의 원한(?)을 풀게 된 것일지도.

 

저녁도 되었겠다 맥주 한 잔 할만한 곳을 찾아보는데, 낮에 봤던 그 소주병 데코레이션들이 환하게 빛나고 있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술병이 저렇게 많아서 술집인가 싶었는데 스테이크같은 요리도 판매하는 좀 고급스러운 곳이더군요.

 

둘 다 식사를 정식으로 할 만큼 배가 고픈 편이 아니라 이런 곳 보다는 맥주 한 잔에 가벼운 식사 대용 안주거리를 즐길수 있는 곳을 찾아봅니다.

 

 

 

저 건물 바로 옆에 위치한 거대한 펍은 사람들이 꽉 차있고 굉장히 큰 음악소리가 울려퍼지는 곳이었습니다만

입구 앞에 '자리는 비어있는 곳 찾아 앉으세요'라고 되어 있어서 한번 들어가 보니 다트 게임장 옆에 조그만 카운터석같은 공간이 비어있었네요.

 

나침반님이 이런 펍의 분위기도 한번 즐기고 싶다고 하셔서 이곳으로 들어갑니다.

젊은 여성분들이 엄청 많이 앉아서 술도 잘 마시더군요. 물론 분위기가 분위기다 보니 외국인도 많습니다.

취미가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이런 펍이나 나이트클럽 같은 곳은 평생 한 번도 가 본적이 없다 보니 여러가지로 신선한 느낌입니다.

 

드라마나 미디어에서 보이는 것 처럼 이런 분위기에서 여자 꼬시고 다니거나 그런 일도 일어나는 걸까요.

어찌됐든 저하고는 관계없는 일입니다만.

 

 

 

맥주 적당히 한 잔씩 시키고 식사 대용으로 햄버거를 하나 시킵니다.

덩치에서 알 수 있듯 이게 꽤나 비싸긴 하더군요. 이태원이라는 걸 감안하면 그렇게 비싼 건 아니겠지만 말이죠.

 

물론 가격이 왠만한 식사급이다 보니 한 개만 시켜서 나눠먹기로 합니다.

이걸 각자 한 개씩 먹는다면 맥주 마실 배가 남아나질 않겠더군요.

버거는 당연히 한 입에 들어갈 수준이 아니라 나이프로 처절하게 해체해서 대중 집어먹습니다.

 

전문 수게버거집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패스트푸드점의 햄버거보다는 확실히 고기 씹는 맛이 나네요.

 

 

 

분위기를 즐기고 시끄러운 음악 속에서 이야기를 좀 하다가 밖으로 나옵니다.

어째 밤이 될수록 사람보다 차량이 더 많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네요.

 

옷가게들은 이미 문을 닫았습니다만 음식점이나 술집들은 이제부터 시작이겠죠.

아마 이곳에서 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버스나 전철 끊기는 것 정도는 신경쓰지 않는 부류인 듯 합니다.

나침반님이나 저나 이런 곳에서는 즐겁게 놀긴 해도 왠지 이쪽에 동화되기는 어려운 성격이라

그냥 신기한 볼거리를 봤다는 감각 외에는 내가 여기 속해있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네요.

 

가끔씩 생각날 때 한국에서 먹기 어려운 음식 맛이나 보러 간다는 기분으로 찾아올 듯 합니다.

 

나침반님은 혹시 모르죠. 세계일주 시작하고 나면 이런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가끔 그리워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전거 여행기간이 짧아서 한 두달쯤 조용한 시골길 달리다가 대도시로 들어가니 어마어마한 인파에 정신이 혼미했던 경험밖에 없습니다만

1,2년 혹은 몇년간 시골길을 달리다가 이런 분위기와 조우하면 그때는 또 어떤 기분이 들지.

 

 

 

밤에 이렇게 노상 공연이 펼쳐지는 모습도 오랜만입니다. 이런 걸 허용해 주는 곳은 그래도 아직 사람 살 만한 곳이겠죠.

공연 중 바구니에 돈을 넣어주는 사람 대부분은 외국인이네요. 저는 일본에서 젊은 밴드들이 노상공연 후 앨범을 몇 장 산 적은 있는데

한국에서는 아직 구매해본 적이 없습니다. 개성을 너무 중시해서인지는 몰라도 집에서 CD로 듣기엔 기본기가 좀 부족한 느낌이 들더군요.

뭐 그것도 거진 10년전 이야기니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 분들도 굉장히 실험적인 음악을 피로하시네요. 이쪽 장르는 잘 모르지만 저 길다란 관악기를 통해 덥스텝 형식의 리듬감있는 음악을 피로중입니다.

일본사람인가 한국사람인가 애매할 정도의 파격적인 외모를 하고 있었는데 공연이 끝나고 능숙한 한국어를 구사하시길래 살짝 웃었죠.

 

이태원은 밤과 낮이 완전히 다른 곳이라고 하니 심심하지는 않겠지만 나침반님이나 저나 여기서 대낮부터 새벽까지 놀기엔 나이가 좀 들었습니다.

젊을때는 밤새 노는 것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었는데 요즘엔 체력과 몸상태를 신경쓰게 되더군요.

자는 시간을 줄여서 노는 사람을 젊은이라 한다는 예전 누군가의 말이 왠지 설득력있게 다가옵니다.

 

 

 

친구 강군이 미국에서 돌아와 대구에 서식중이라는 말을 듣고 다음날 서둘러 내려갑니다.

이태원은 메르스라 해도 별 차이를 못 느꼈는데 서울역은 정말 확연하더군요.

 

보통 일요일 정오쯤 이렇게 한산한 서울역은 놀라운 모습이죠. 요 근래 몇년동안 이런 모습은 본 적이 없습니다.

KTX도 일요일엔 거진 꽉 차는게 너무나 당연했는데, 순방향석까지 비어있고 역방향은 아예 깨끗한 모습이 놀라울 따름이네요.

 

방역체계라는 게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요 몇주간의 한국은 역시 국가로서의 기능이 전무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 줬습니다.

 

 

 

대구에 내리니 날씨가 좋네요. 원래는 워낙 자주 보는 곳이라 이런 날씨라도 카메라를 꺼내거나 하진 않지만

이 동대구역이 조금 있으면 대대적인 변혁에 들어가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평소 모습을 담아보기로 합니다.

 

신세계그룹에서 6천6백억 규모의 비용 전액을 부담해 동대구역을 포함한 이 주변의 고속버스터미널을 모두 통합하는 거대 환승센터를 계획중입니다.

벌써 진척이 꽤 되고 있어서 내년즈음엔 완공될거라 하네요.

 

 

 

동대구역과 버스터미널 쪽은 대구 중심부의 교통 요지임에도 불구하고 워낙 얼기설기 얽혀있어서 개발이 어려웠는데

이 대공사를 시작하고 좁았던 동대구역 고가도로를 10차선으로 연장하는 등 대규모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사실 이곳 근처를 10차선으로 뚫어봤자 지금의 교통난이 해결될거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만.

최소한 이쪽 신세계 백화점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만이라도 발목을 잡지 않으면 좋겠네요.

 

 

 

동대구역이 한번 신축확장을 거치긴 했지만 여전히 유동인구에 비하면 많이 초라한 역입니다만

이 환승센터가 완공되고 나면 서울역 정도는 쌈싸먹는 규모의 상권이 형성되리라고 긍적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물론 제대로 돌아갈지는 여전히 미지수긴 하죠. 대구역쪽의 거대한 롯대백화점은 상권형성에 사실상 실패한 것이나 마찬가지라.

 

이곳은 롯데쪽만큼 실패할 일은 없지만 아무래도 대구의 주요 철도역 두 군데가 모두 민자역사화 된다는 게 썩 좋은 일만은 아닌 듯 합니다.

이러나저러나 완공되고 나면 구경은 한 번 가보겠죠. 특히 철도나 고속버스 이용하려면 저희 집에서는 이 곳이 가장 가까우니까.

 

 

 

환승센터 시공 후 주변에서도 건물들이 다양하게 올라가고 있습니다.

원래 터미널 부근이라 주변엔 몇몇 관광호텔과 으쌰으쌰를 위한 모텔, 퇴폐영업소 등이 줄지어 서 있었는데

돈맛을 보고 달려드는 거대 자본들에 의해 그 모습이 크게 바뀔거라는 예상이 들고 있네요.

 

물론 상권이라는 게 자본의 생각과 달리 정말로 잘 움직이지 않는 보수적인 대구이다 보니

과연 어느 정도 활성화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저는 어쨌든 대기업들의 돈놀이에는 별 관심이 없어서 그네들이 말하는 경기 부양이 도움을 줄 일은 없겠네요.

오랜만에 다녀온 이태원 여행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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