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시간이 나면 가끔 지인분이 경영하시는 더치미 까페에 갑니다.

메뉴가 더치커피밖에 없지만 수준이 상당해서 커피에 대한 불만은 없습니다.

 

거리는 둘째치고 집에서 바로 갈 수 있는 대중교통이 없기 때문에 좀 불편합니다만

그럼에도 들르는 건 역시 이 녀석이 버티고 있기 때문일까요.

 

 

 

여유만 있다면 항상 의자 위에 올라가 자고 있습니다. 덕분에 부담없이 쓰담쓰담을 할 수 있네요.

원래는 까페에 가면 책을 읽는 시간이 더 많습니다만, 이곳은 후쿠때문에 어쩔 수가 없군요.

 

같이 일본어 공부를 하시는 분이라 주변에 고양이도 많고 일본 관련 굿즈도 많습니다.

 

 

 

작지만 개인 경영 하기에는 딱 좋은 크기라서 시내의 거대한 까페들보다는 훨씬 편안합니다.

사진에 나오는 코카 콜라 클래식 병들이 좋은 피사체가 되어주네요.

 

저도 구입할까 싶었지만 애초에 콜라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저걸 어떻게 처리하나 고민을 하다보니...

 

 

 

후쿠는 요즘 잠밖에 안 잔다고 합니다. 벌써 그런 시기인가?

이제 제법 듬직해 져서 강렬한 포스를 풍기고는 있지만 기본 성격이 꽤나 얌전하고 귀여운 편이라 갭이 느껴집니다.

손을 많이 탔지만 다행히 아무리 쓰다듬어도 싫어하는 기색 없이 가만히 잠만 자는군요.

 

 

 

가끔 일어나도 바깥 풍경 감상하다가 다시 스르륵 눈을 감을 뿐입니다.

 

저야 물론 그냥 이 녀석과 같은 공간에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훈훈하니까 별로 불만은 없습니다.

그러고보니 사람을 잘 안찍다 보니 이 까페가 완전히 무인 까페처럼 보이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하는군요.

 

 

 

주인장분이 카메라에 대해서 약간 물어보셔서 대답은 해 드렸지만

카메라는 기본적인 지식과 함께 그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는 경험이 합쳐져야 조금이라도 늘기 때문에

이론을 가르쳐 드리는 것은 한계가 있어서,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물론 저 말고도 가르쳐 주시는 분이 있었는데 결국 똑같은 지식을 가르쳐 드렸다고 하시네요.

 

사실 이론적인 변화 요인을 체감하려면 처음부터 장비를 어느 정도 갖춰야 한다는 것이 사진의 딜레마이기도 합니다.

알고 있으면 문제 없지만 조리개나 셔터스피드 등의 상관관계를 가장 쉽게 파악하려면 조리개가 밝은 렌즈나 센서가 큰 카메라를 쓰는 게 가장 쉬우니까 말이죠.

그런데 그런 걸 사진에 취미가 없는 분이 갑자기 구하려면 가격도 만만찮고.

 

이러나 저러나 요즘 미러리스는 예전과는 비교도 못할 만큼 편의성이 좋으니

꾸준히 기억을 되살려가며 촬영하다 보면 점점 본인이 원하는 바를 표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후쿠 어릴 적 모습이 벽에 걸려있습니다. 검은 고양이는 아기 때는 그야말로 흉폭하게 귀엽죠.

나이가 들면 듬직해 집니다만 그래도 성격이 귀여우면 그 갭이 오히려 매력이기도 하니까 일석이조입니다.

 

사실 귀엽지 않은 고냉이는 없습니다만.

 

 

 

후쿠 그림도 걸려있습니다. 고양이를 좋아하시는 분이 그렸다는 게 느껴지는군요.

불행히도 낮에 까페를 찾으면 햇빛이 잘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 후쿠 눈동자가 저렇게 커다란 모습을 보기가 힘드네요.

어두우면 또 사진 찍기는 힘들고. 다음엔 감도라도 확 올려서 동그란 눈동자를 담아볼까 싶습니다.

 

 

 

자다가 일어나다를 반복하고 있는데

좀 더 햇빛이 잘 드는 곳으로 슬금슬금 의자 째로 옮겨 봅니다. 다행인지 별로 개의치 않네요.

 

앉아서 바깥이 더 잘 보이니 나름 마음에 드는 듯이 보입니다.

 

 

 

기지개를 켜고 나서는 손을 다시 되돌리질 않아서 멋진 포즈가 완성되었습니다.

고양이는 워낙 관절이 유연하니 어떤 자세를 해도 불편하지 않나 보네요.

 

 

 

왠지 자유를 갈망하는 듯한 애절함을 담아봅니다.

 

사실 여느 고양이가 그렇듯 이 녀석도 틈만 나면 밖으로 나가려고 온갖 시도를 한다고 합니다.

창문도 열고 뒷문도 열고 놀다가 돌아오는 바람에 이 까페의 뒷문 손잡이는 더 이상 고양이가 열 수 없는 모양으로 변해있네요.

 

 

 

자고 자고 끊임없이 잡니다. 어떻게 보면 참 행복하게 사는구나 싶죠.

길냥이들은 이렇게 퍼질러 잘 수 있는 시간이 일평생 몇 시간도 되지 않으니까 말입니다.

 

어미를 잃어버린 새끼 길냥이를 임시 보호할 때는

며칠동안은 어두운 구석에 들어가서 앉은 자세로 꾸벅꾸벅하던 녀석이

언젠가부터 제 몸 위로 기어올라와 그르렁거리며 태평스럽게 자기 시작하면 그것보다 더 큰 행복이 없었죠.

 

 

 

너무나도 잠만 자는 모습에 주인장분이 나섰습니다.

잘 자고 있던 녀석을 확 치켜들고 모 의류 메이커 심볼을 흉내내 보는군요. 후쿠는 당연히 깜짝 놀랐을 겁니다.

 

내려오고 나서는 화가 났다는 어필을 확실하게 하더군요. 그래도 잠깐만 삐치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는 걸 보니 성격이 참 좋은 녀석이네요.

 

 

 

잘 때 제가 쓰다듬고 있으면 가끔씩 제 팔도 그루밍을 해 줍니다.

까칠까칠한 혓바닥의 감촉이 참 자극적이죠. 오히려 새끼보다 덜 아프게 핥아서 다행입니다.

새끼는 강약 조절을 못하기 때문에 핥고싶은 만큼 핥게 놔 두면 피부가 까칠해질 정도로 핥아대니까요.

 

후쿠는 배를 만지는 걸 싫어해서 손이 배 쪽으로 가면 바로 앞발로 손을 잡고 꽉 물어버리는데

이제 다 큰 나이라서 그것도 살짝만 아프게 깨무는 법을 터득해서 오히려 대견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후쿠가 없어도 참 아담한 분위기가 좋은 까페인데, 이 녀석이 있으니 화룡점정이라고 할까요.

검은 고양이에 붉은 목걸이라니 최강의 조합입니다.

 

 

몇 시간동안 뒹굴고 놀았는데 카메라를 든 저하고 눈이 마주친 것은 처음이네요.

자주 가진 않지만 그래도 좀 봤다고 이제 어느 정도 알아는 보는 것 같습니다.

 

나중에 나가려고 하니 제 가방 위에 올라가 앉아버리더군요. 예전 고양이 까페에서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는데, 이 녀석들 강합니다.

 

 

 

저녁시간이 되니 간단한 식사 대접도 받았습니다.

부담갖지 않아도 된다는 거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역시 이런 데 익숙하질 않아서.

 

커피를 많이 마시면 원액을 많이많이 주문하겠지만, 집에서는 거의 중국차를 마시고 있으니 좀처럼 많이 마실 일이 없네요.

나중에 까페라도 차리면 더치커피는 이쪽에 맡기면 되겠습니다만.

 

 

 

한참 잘 잤는지 이제서야 일어나 일상의 일과인 바깥 바라보기를 시전합니다.

이 쪽 골목은 사람들이 전부 고양이를 좋아해서 길냥이들이 그렇게 힘들지 않은 곳입니다만

그래도 안에서 생활하는 녀석들이 바깥에 잘못 나가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죠.

 

건너편 미용실 쪽도 고양이를 좋아해서 안에서 기르는 녀석, 안과 밖을 마음대로 오가는 녀석 등 몇 마리가 잘 살고 있더군요.

다음에 머리 할 때는 그 곳에 가 볼까 생각중입니다.

 

 

 

몇 시간을 죽치고 있어도 거의 커피 한 잔 정도밖에 마시지 않아서 까페 경영에는 별 도움을 못 드리네요.

손님이 많이 오면 슬금슬금 일어나기도 하겠지만 제가 가는 시간은 나름 한산한 편이라 아직까지는 자리를 꿰차는 일이 많습니다.

 

또 문득 생각이 나면 슬쩍 찾아가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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