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results

'재즈'에 해당하는 글들

  1. 2013.08.22  과거로의 여행 - 토요타 박물관 6편 4
  2. 2012.09.10  대구국제재즈축제 - 후루카와 나츠코 & her Soul Food Cafe 6
  3. 2012.09.10  대구국제재즈축제 - 프렐류드 6
  4. 2012.09.08  대구국제재즈축제 - Epekeina 10
  5. 2012.09.01  대구국제재즈축제 - 정중화와 JHG 14
  6. 2012.08.31  대구국제재즈축제 - 매트 패나이데스 8

 

 

신관의 테마는 일본의 자동사 역사에 대한 이야기다. 한국사람으로서는 별로 구미가 당기진 않지만

전후 폐허에서 발전하는 시대상이란 게 상당히 닮은 모습이기도 해서 크게 위화감은 없을거라 본다.

 

 

 

자동차 개념과는 다르지만 어쨌듯, 이런 녀석들이 훗날 자동차의 원형이 되지 않았나 싶긴 하다.

역사 전시관이라고 해도 설마 이런 녀석을 전시해 놓았을줄은 몰랐지만.

 

 

 

이 미니어처는 1924년 도쿄 시내를 달렸던 버스. 중국 영화에도 자주 나와서 그리 신기하진 않은 모습이다.

아무래도 실물이 존재하기는 힘들어 작은 녀석으로 대체되어 있는데, 이곳 토요타 박물관 바깥에는 이거보다 좀 새거긴 하지만

꽤나 낡은 버스 한대가 정차되어 있다. 관객들 사진 찍고 들어가서 놀 수도 있다. 물론 지금은 너무 더워서 쉬러 들어가는 사람은 없다.

 

 

 

이곳 부스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당시 생활상과 자동차의 발전상을 나열해 놓았는데

전쟁중에는 암흑기였으니, 자전거조차 귀중품이었다는 몇 가지의 설명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젓가락까지 녹여서 무기를 만들던 시대였으니 당연하겠지만, 역시 대부분의 일본 역사관과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침략전쟁에 대해서는 별 말이 없다. 그러고나서 바로 전쟁복구가 스타트되었다는 말이 시작되는데

이게 한국전쟁 덕이라는 설명은 별로 쓰여있지 않은 듯.

 

 

 

미쯔비시 실버 비전이라는 모델. 스쿠터인가 싶은데, 전동자전거라 해도 될듯.

형태나 색깔이나 전쟁직후 생산되었다는 느낌을 물씬 풍긴다. 실제 사용하던 사람들은 어떤 계층이었을까.

 

 

 

전후 가장 활발했던 이동수단이라면 단연 자전거였다.

자전거는 자동차보다 훨씬 이전에 기술적 이론이 충분히 검증된 녀석이라서

낙후된 시설과 사회상 아래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들어낼 수 있었다. 자전거가 지탱해 온 근거리 사회 기반망은 가벼운 것이 아니다.

 

 

 

전쟁기간동안 완전히 침묵하고 있었던 자동차 개발과 생산도 다시금 기지개를 펴기 시작한게 1950년 초반.

사실 좀 전의 빈티지 전시관과 달리, 한국사람인 나로서는 이 시기의 일본 문물들이 그리 반갑게 다가오지만은 않는다.

이 시대를 살아온 일본인들이야 그땐 그랬지 하면서 추억을 되살릴 순 있지만

그 당시의 한국은 아직 일본의 지배와 한국전쟁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깊은 상처를 간직한 시기였으니까.

 

 

 

전후 사용되던 소방차와 소방대원들의 옷, 불조심 포스터 등등.

일본은 근대화되기 이전부터 화재에 신경질적으로 집착할 수 밖에 없는 사회 구조를 지니고 있었고

전쟁중 히로시마 원폭 피해보다 훨씬 더 참혹했던 도쿄 대공습의 악몽 역시 사라지지 않은 시기라서

소방관이라는게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마을에서 힘 좀 쓰는 청장년이라면 기꺼이 뛰어들어야 할 자경단 조직과 비슷한 의미를 가진다.

 

목재가 풍부해서 대부분의 가옥이 목조였는데다가, 쇼군의 성 중심으로

골목길은 고사하고, 나무벽 두 개가 아니라 하나를 끼고 가옥끼리 바싹 붙어있는 형태였던 옛 마을은

일단 한번 불이나면 도저히 진화가 불가능할 정도의 대참사를 불러왔기 때문에, 메이지 이전 시대까지 민가에서 불을 사용하는 것조차 금지되곤 했다.

 

아직도 작은 산골마을에서는 정부의 소방서 외에도 마을소방대라고, 제복 입고 정기적으로 점검을 도는 그룹이 있다.

본인이 바이트를 했던 소바집의 사장님도 소방대 소속이라, 예전 회식때 나를 불러서 대원들한테 소개시켜 주시도 했다.

 

 

 

아마 전시된 물품들이 자신들의 젊은 시절을 되살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을법한 노부부의 모습을

도저히 따로 떨어져 담을수가 없어서 죄송하지만 허락없이 슬쩍 프레임에 끼워넣었다.

 

시기적으로는 조금 차이가 있겠지만 사실 한국의 노인들에게도 익숙한 물건들일 듯.

슬픈 역사임에 틀림없지만, 당시 일본과 한국은 십여 년의 시간차를 제외하면 사용하는 제품이 거의 동일했으니.

 

유치원즈음 찾아가곤 했던 아버지의 시골 고향에는 저런 것들이 많이 남아있었다.

양 쪽으로 나무 여닫이문이 장치되어 있던 흑백 TV도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버리지 말고 가져와 보관했으면 좋았을 텐데.

 

 

 

일본이 세계에 자랑하는 카메라 코너가 이런 전시장에 빠질리가 없다.

카메라 매니아라면 하나쯤 가져오고 싶은 모델들이 좌르륵 전시되어 있다.

물론 당시 일본의 시대상을 보여주는 코너이니만큼, 라이카나 짜이스 등의 제품보다는

떨어지는 광학기술이지만 당시 인기를 끌었던 녀석들이 주를 이룬다.

 

가난한 자의 라이카라는 별명이 붙은 야시카의 카메라. 물론 라이카의 1/10 정도 되는 가격이었지만

당시엔 카메라라는 물건 자체가 꽤나 사치품이었기 때문에 아무나 만질만한 녀석은 아니었다.

지금도 야시카 렌즈는 골동품 중에서 꽤나 성능이 좋아서 시장에 나돌곤 혼다.

 

 

 

개인적으로는 꽤나 반가운 모델. 미놀타 A-2 라고, 한국에서도 아는 사람은 아는 모델이다.

현재 사용중이고, 이번 여행중 찍은 사진을 모두 소화해 준 소니의 DSLR 카메라는 일반 카메라 시장의 선구자였던 미놀타의 후계기이고

이 녀석은 1956년 미놀타에서 발매된 녀석이기 때문. 지금은 사라졌지만 미놀타는 세계 최초의 기능을 가장 많이 집어넣은 공돌이 집단이었다.

 

당시 미놀타의 고급렌즈군인 ROKKOR 렌즈가 부착되어 있는데 이 녀석 성능이 워낙 뛰어나서

지금도 교환형 록코르 렌즈가 나오면 옥션에서 굉장한 가격에 거래되고는 한다.

 

 

 

당시의 일본 카메라는 바디나 렌즈나 라이카의 카피품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완전히 바르낙 라이카처럼 보이는 이 바디 역시 닛카 IIII (Nicca III) 라는 카피품. 사실상 완전히 같은 모델이라고 보면 된다.

렌즈는 일본공학이라고 적혀있는데, 현제 카메라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니콘의 전신이다.

 

 

 

카메라 매니아들이라면야 여기서 시간때우기 좋지만 이걸 자동차처럼 한장한장 담아서 설명하다가는

오늘중으로 가져간 메모리 용량이 쫑나버릴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에 한 수 접고 눈으로만 즐기기로 한다.

 

자동차야 토요타 박물관의 아이덴티티나 마찬가지니 많이 담았지만

여기서 구형 카메라들에 대해 썰을 풀어봤자, 조금만 사이트 검색하면 카메라의 역사는 후덜덜하게 나온다.

 

 

 

되려 요즘사람들이 너무나 익숙할 올림푸스 PEN F 모델.

원래 오리지날 펜은 이 녀석이 아니지만, 요즘 발매되는 디지털 펜과 동일한 모습이라 담아본다.

 

올림푸스 최고의 공돌이 집단이 'PEN' 처럼 누구나 들고 사용할 수 있는 카메라를 목표로 만들어 낸 이녀석은

6천엔이라는, 당시의 카메라 가격에 비해 획기적으로 저렴하면서도 기능상으로 전혀 꿇릴게 없는 획기적인 모델로

요즘 디지털 펜도 잘 팔린다고 하긴 하지만, 당시엔 정말 없어서 못팔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프 사이즈 필름을 사용하기 때문에 다른 카메라보다 2배 더 찍을 수 있다는 점도 좋았고.

 

올림푸스는 여전히 그 때의 철학을 살려서 35mm 판형의 절반 사이즈 센서를 가진 포서드 규격을 만들어

60년이 지난 지금도 펜은 다른 의미의 하프사이즈 카메라로서 그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60년전 모델을 거의 그대로 복각해 내도 그 디자인에 홀리는 사람이 많다는 건 참 굉장한 일이다.

 

 

 

SLR 구조가 정립되기 전의 카메라들은 사실 현재의 거물인 캐논이나 니콘이 그리 힘을 쓰던 시대가 아니다.

아사히 펜탁스와 미놀타, 올림푸스 등이 각축전을 벌이던 시절이었는데

올림푸스는 언제나 주류와는 살짝 떨어진듯한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지만, 재미있게도 펜탁스만이 여러번 타사에 인수 합병되면서도

브랜드 네임만은 버리지 않고 꾸준히 유지하며 여전히 매니아들이 좋아할만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당시 펜탁스 카메라는, 손에 쥐어보면 설명이 필요없다고 할 정도로 굉장한 완성도와 내구성을 자랑했다.

 

 

 

카메라쪽에 너무 시선을 뺏기는것도 좀 그래서 서둘러 시야를 돌려본다.

바이크쪽에 관심이 있다면 지금도 이름쯤은 들어봤을 듯한 혼다 벤리.

지금은 스쿠터로도 나오고 오리지날의 향수를 자극하지 않는 일관된 디자인으로 발매가 되는데

바이크만은 아무리 세련되어도 역시, 향수를 느끼게 하는 이런 디자인에 끌리는 사람이 사라지지 않는다.

 

 

 

63년 모델인데, 아마 검색해보면 최신형 벤리 역시 이 모양에서 거의 벗어나 있지 않다.

굉장히 조그마한 모델로, 가벼운 산책나가기엔 딱 알맞은 녀석.

수리도 쉬워서 지금도 일본에서는 당시 모델 타고다니는 사람이 꽤 많다.

 

 

 

조금 더 걸어가니 이건 또 음악 매니아들이 군침흘릴만한 장소가 나온다.

사실 60년대 중후반부터는 일본 역사에 남을만한 황금기가 지속되는 탓에

당시 사람들의 유희는 2013년의 한국 사람들보다 훨씬 더 윤택했으리라 확신한다. 그야말로 매니아들의 전성시대.

 

 

 

풍요롭던 시대라서 그런지, 당시 일본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재즈 색소포니스트라면 단연 존 콜트레인이었다.

마일스가 지독한 폭군이었다면, 재즈의 성인으로까지 불린 콜트레인이 풍요의 시대와 어울리는 건 당연한 이야기.

 

개인적으로는 마일스를 좋아하지만, 일단 재즈에 흥미를 가지려면 콜트레인 없이는 이야기가 안된다는데 동의한다.

만약 여기 끼워져 있는 앨범들이 전부 진짜 초판이라면, 은행 터는것보다 여기 터는게 더 나을거다.

 

 

 

여성 재즈보컬이라면 일단 생각나는 사람이 엘라밖에 없다. 정말로 그 시대는 엘라를 위한 무대였다.

재즈의 난해함에 힘들어하는 입문자라면 다른 말 필요없이 엘라의 앨범을 듣는게 만고 장땡.

사실 당시 일본에서 제일 인기있는 재즈보컬은 사라 본이었지만, 본인은 빌리 홀리데이와 엘라를 손꼽아도 사라 본은 조금...

 

 

 

소품 구성도 참 허투로 하지 않는다. 당시 재즈가 흐르던 어두운 BAR 안에 한개쯤은 비치되어 있던 냉장고.

원래는 술이 가득 차있어야 하지 않나 싶은데, 저것도 나름 어울리긴 한다.

이 녀석을 보니 왠지 하루키의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가 생각나는 건 왜일까.

 

 

 

당시 신문이나 잡지 광고를 배경으로 한 미니 TV 들을 전시해 놓은 공간.

전시관 안에 이런 독립적인 공간을 하나씩 만들어서, 그것도 주제의식에 딱 맞는 디자인으로 배치해 놓는 것은 감탄할 만 하다.

한국에서도 쓰이긴 했지만 일본만큼 적극적으로 사용되지 않은 몇 안되는 당시 물건이다.

 

 

 

아무래도 이 정도의 미니멀리즘은 한국 사람들의 입맛에 맞지 않았던 걸까.

TV 들은 당시 광고들을 틀어대고 있다. 화질이 생각보다 훨씬 좋은건

내부를 따로 개조했기 때문일까, 화면이 너무 작아서 그렇게 보이는 것일까.

 

채널을 틀어보고싶은 욕망이 들지만 만지면 안되기 때문에 한동안 그때 그 광고를 구경해 본다.

사실 일본은 이런 쪽에서 변화를 싫어해서인지, 2013년 현재도 굉장히 촌티나는듯한 광고가 꽤 나온다.

처음엔 보는 쪽에서 소름돋을정도로 촌티나지만, 자꾸 보고 있으니 그것도 나름 괜찮은 CM 방법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1년간 일본 CM만 줄기차게 보다가 한국 돌아오니, CM들이 너무 구름속을 훨훨 날아다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아마도 사람냄새가 너무 옅은 것이 원인이 아니었을까 싶다.

 

 

 

무슨 게임인지는 모르겠지만, 팀 버튼의 배트맨부터 시작한 나로서는

도저히 맨정신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즐거운 표정과 포즈의 배트맨과 로빈을 오래 지켜볼 수가 없다.

 

물론 팀 버튼과 놀란 감독 사이에 가히 쓰레기라고 불려도 될 만한 괴작 배트맨이 나오기도 했지만

저건 대체 언제적 배트맨일런지... 아마도 내가 태어나기 전에 이런 화사한 배트맨 시리즈가 나왔다는 말을 들은적이 있는것도 같고 없는것도 같고.

 

 

 

이 만화잡지를 읽으며 자란 아이들은 지금쯤 환갑을 훌쩍 넘기고 있을 듯 하다.

희소성때문에 이렇게 전시만 되어 있다는게 너무나 아쉬울 정도로, 속을 한번 보고싶다는 욕망이 좀처럼 꺼지지 않는다.

 

쿄토의 만화박물관에 가면 이런 잡지의 극히 일부분을 직접 손으로 넘겨서 감상할 수 있긴 하다.

1980년대 발간된 한국의 만화잡지 보물섬조차 초판부터 마지막 판까지 보존상태 좋은 녀석이 극히 드물 정도인데

1960년대 발간된 잡지를 이렇게 모아놓은 일본사람들의 콜렉터 기질은 정말 혀를 내두른다.

 

물론 이거보다 더 오래전, 테즈카 오사무와 후지코 F. 후지오 등이 만화를 그리던 초기 시절 작품들은

일본에서도 극히 구하기 힘들어, 한 권에 1천만원 가까운 녀석들도 있긴 하다. 하지만 한번 읽고 버리는 만화잡지를 이렇게 모아놓은건 참 징하다고밖에.

 

 

 

이런 녀석들 역시 오리지날이라면 가격은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한국에서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오리지날 철인 28호나 아톰 장난감도 초 레어아이템이긴 한데

가장 오른쪽에 보이는 로봇 '로비'는,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인 '금단의 행성'에 등장하는 캐릭터인데

상태좋은 초판 장난감의 경우 수백만원은 넘어간다. 저 사진에 찍힌 녀석들이 전부 초판 오리지날이라면 중형차 한대값은 나올 듯.

 

 

 

테즈카 오사무는 그 연식에도 불구하고 워낙 일본 만화계의 신으로 알려진 사람이라

그의 작품은 오히려 그 후의 만화작가들 작품보다 보존상태가 더 좋은 편이다.

 

테즈카 오사무의 뒤를 이은 '도라에몽'의 후지코 F. 후지오 콤비의 데뷔작들은

이름을 알리기 전에 출판된 것들이라, 대스승인 테즈카의 작품보다 수십 배는 희귀하기도 하고.

아톰 옆에는 요코하마 미츠테루의 철인 28호가 진열되어 있다.

일본은 이 두 작품의 원본을 이렇게 전시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국 문화의 자긍심을 가지기에 충분할 것이다.

 

 

 

일본에서도 대인기였던 모노폴리. 한국에서는 이것보다 부루마불로 더 알려져 있다.

이제는 기술의 발달로 부루마불조차 스마트폰 네트워크 게임으로 즐기는 시대지만

저 지폐의 감촉과 함께, 신성함조차 느껴지던 가장 비싼 빌딩의 플라스틱 모형의 풍채를 느끼기는 힘들지 않을까.

 

의외로 결판이 잘 나지 않아서 서너 시간 하다가 때려치우는 경우가 많았던 추억이 되살아난다.

나이가 좀 더 들고나서는, 무인도에 짱박히는게 의외로 중요한 전법이었다는 사실도 깨달았고.

모노폴리가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느낌이 가장 강하게 들었던 게 그 부분이었다. 무인도도 돈이 있어야 갈 수 있구나, 이놈의 세상.

 

 

2012년 대구 국제재즈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밴드는 후루카와 나츠코(古川 奈都子) & her Soul Food Cafe 가 맡아주셨습니다.

후루카와씨는 스윙재즈계에서는 상당한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피아니스트 겸 보컬리스트죠.

뉴올리언스 재즈에 흠뻑 빠졌기 때문에 그녀 스스로도 자신의 음악을 '뉴올리언스 술집에서 연주하는 음악'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뉴올리언스 재즈라고 하면, 느낌은 달라도 분위기가 한국 술집에서 막걸리나 소주 마시면서 '홍도야 우지마라~' 라고 한곡조 뽑는 모습과 닮아있죠.

시종일관 미소가 끊이지 않는, 말그대로 삶에 지친 사람들의 소울을 알콜과 함께 위로해주는 그런 음악입니다.

 

 

 

그녀와 10여년간 함께 해온 Soul Food Cafe 멤버들도, 이미 후루카와씨와 혼연일체가 된 느낌입니다.

뮤지션은 음악을 말을 한다고 하지만, 이 친근해 보이는 제목의 밴드분들은 의상과 표정만으로도 그들의 음악을 주장하는 듯 하네요.

 

국민성이라고 해야 할지... 스윙 재즈가 꽤나 대중적으로 발달한 일본 재즈계에서

범접하기 어려운 예술성보다는, 출출할 때 따끈하게 한그릇 먹는 쌀밥 느낌이 나는 음악을 들려주십니다.

 

 

 

후루카와씨는 5살때부터 피아노를 배우다가, 스티비 원더에 빠져서 재즈의 세계에 발을 딛게 되었습니다.

왜 밴드 이름이 Soul Food Cafe 인지는 이것만으로도 설명할 필요가 없겠죠.

 

대학에서 '뉴올리언스 재즈클럽' 활동을 하다가 졸업후 정말로 뉴올리언스에 날아가셨더군요.

온갖 밴드들과 함께 공연을 하고, 부업으로 뉴올리언스에서 일본인 관광 가이드도 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야 그닥 인지도가 없지만 일본에서는 재즈계의 중견으로 상당히 유명하신 분인데

웃는 모습이 정말 밝은 분이라서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주위 사람들을 따뜻하게 해 주는 능력의 소유자이시죠.

 

 

 

Soul Food Cafe 의 멤버들도 그런 후루카와씨의 절친이다 보니 다들 얼굴에 미소가 넘칩니다.

어색함이 보이지 않는, 깊은 곳에서 순수하게 솟아나는 깨끗한 웃음이라는 느낌이죠.

 

드럼의 히라바야시 요시하루(平林 義晴)씨의 미소도, 음악과 함께 보고 있으면 입꼬리가 흐뭇하게 올라가게 되더군요.

 

 

 

색소폰과 클라리넷을 넘나드는 우미츠키 유타카(海付 豊)씨는

뭔가 개그프로에 등장할 듯한 의상과 헤어스타일을 자랑하십니다. 그만큼 음색도 즐겁고 경쾌하군요.

 

옆의 트럼페터 칸노 아츠시(菅野 淳史)씨는 게스트로 참가하셨지만 어찌나 SFC와 잘 어울리는지...

빌리 홀리데이의 음악에 충격을 받아 재즈에 발을 들이셨다는 칸노 씨는

일본에서 엔카가수로도 유명한 김연자씨 공연의 트럼페터로도 활동하는 등 장르를 넘나드는 활동중이십니다.

 

 

 

관악기 두대의 앙상블이니 당연히 상승효과가 있긴 합니다만

이렇게 잘 어울리는 분은 또 오랜만이더군요. 달콤쌉쌀한 소리가 회장을 채우는 모습이 뭔가 뿌듯함마저 느껴집니다.

 

 

 

뉴올리언스 재즈에 대해서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은

겨우 쥐뿔만한 지식밖에 없는 제가 읖조리기에는 좀 과분한 느낌이 드는군요.

 

재즈의 발상지인 뉴올리언스는 항구도시였던 탓에 온갖 유색인종이 뒤섞인 곳이었고

해군기지가 설치된 곳이었기 때문에, 남북전쟁후 해방된 흑인들이 일자리를 찾아 몰려드는 곳이었습니다. 

가난하고 피곤한 노동자들을 위한 음침한 술집과 퇴폐적인 홍등가 등, 그런 근원적인 슬픔을 양분삼아 서서히 태동한 것이 재즈였죠.

 

스윙을 중심으로 생겨난 뉴올리언스의 재즈는, 그 즐거운 리듬이 단지 스스로의 즐거움을 나타내기 위한 방편이 아니라

미래가 보이지 않던 힘든 하층민들의 하루하루를 녹여주기 위한 치유의 목적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후루카와씨의 음악에 녹아든 감정도 바로 그런 것이고, 그래서 밴드 이름이 정말 마음에 와닿는군요.

 

 

 

후방에 가려져 있어서 좀처럼 사진을 담을 수 없었던 베이스의 이소자키 죠(磯崎 丈)씨가 드디어 앞으로 나왔습니다.

스윙이 주를 이루는 SFC에 블루스의 혼을 실어주는 역할을 하시더군요.

뭔가 묵묵하게 베이스만 튕기고 있어서 좀 과묵한 분인가 싶었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이렇게 멤버 소개때 하트마크까지 만들어서 날려주셨으니까요.

그냥 좀 쑥쓰러워 하시는 것일 뿐.

 

코멘트는 후루카와씨가 맡으셨는데, 역시 제가 영어보다 일본어를 더 편하게 사용하는 터라

한국 관객들을 배려해서 영어로 이야기중인 후루카와씨의 말을 잘 못알아듣겠더군요.

뉴올리언스가 제 2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후루카와씨지만, 역시 일본사람의 영어발음은 좀 힘듭니다.

그래도 발음이 좀 그렇지 실제 회화 자체는 저보다 훨씬 능숙하시네요. 켄자스 시티의 명예시민이기도 하시니.

 

 

 

해군기지가 위치한 하층계급의 술집 안에서 태어난 뉴올리언스 재즈는

그 상황과는 반대로 'Peace'를 외치는 음악이었습니다.

사람의 향상심이라고 할까, 성선설을 믿는 건 아니지만, 바닥에서 신음해본 사람이야말로 이상의 실현을 꿈꾸는 법인가 봅니다.

 

굉장히 클래시컬해서, 지금 시대에 와서는 재즈에 완전히 문외한이라도 얼마든지 즐겁게 소화할 수 있는 SFC의 음악이

재즈축제 마지막 공연이라는 아쉬움도 살짝 치유해주는 느낌이네요.

 

 

 

도쿄 근교의 요코하마시는 전후부터 미 해군기지가 위치한 곳으로

일본의 재즈는 저 멀리 나가사키현의 사세보시와 함께 이곳에서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후루카와씨는 도쿄 근처에서 활동중이시라, 요코하마 재즈바에 날짜 맞춰 가보면 보실 수 있습니다.

사실 일본에서도 인지도는 있지만 실제로는 이미 뉴올리언스가 주 무대라고 하는 편이 맞겠습니다만.

 

 

 

후루카와씨도 사실 표정이 매우 풍부했습니다만, 피아노의 위치상 얼굴이 잘 나오지 않아서 아쉽네요.

그 아쉬움을 드럼의 히라바야시 씨가 대신하듯 아주 신명나는 표정으로 관객을 즐겁게 해주십니다.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 음악, 말 그대로 Soul Food 라는 느낌이 물씬 풍기는군요.

 

재즈 밴드는 연주자들의 색깔이 비교적 잘 드러나는 편인데, 이 SFC 밴드는 정말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다들 무대 매너도 좋고, 제가 도쿄 근처에 살고 있다면 가끔 시간을 내서라도 공연을 보러가고 싶네요.

기분전환이라는 측면에서 이 밴드가 가진 파워는 대단합니다. 음악적 태생이 그런 밴드니까요.

 

 

 

5일간의 폭풍같은 재즈축제가 드디어 끝이 납니다.

야외공연때 비가 신나게 쏟아붓는 바람에 여러가지로 힘든 일정이었지만

절반 이상이 무료 공연인 이런 귀중한 재즈 축제가 5년동안 이어지고 있다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죠.

 

한 10~20년 계속 이어져서 대구뿐만 아니라 한국의 재즈축제를 대표하는 녀석으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Photo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추석 잘들 보내셨는지  (24) 2012.10.02
비오는날 어울리는 꽃  (18) 2012.09.11
대구국제재즈축제 - 프렐류드  (6) 2012.09.10
대구국제재즈축제 - Epekeina  (10) 2012.09.08
대구국제재즈축제 - 정중화와 JHG  (14) 2012.09.01

 

 

26일 공연의 두 번째 타자는 작년에도 멋진 공연을 선보여 주던 프렐류드 팀입니다.

버클리 음대 동창생들로 이루어진 유쾌한 이 팀은, 제가 알기로 근 10년간 멤버가 바뀌지 않았죠.

보통 재즈 밴드들은 필요한 장르에 따라서 해쳐모여가 아주 일상화된 편인데

대학생 시절부터 이렇게 주욱 한팀을 이루어 연주하는 재즈밴드는 그렇게 흔하지 않다고 봅니다.

 

 

 

그래서 그런지 멤버들간의 호흡이 굉장히 자연스럽습니다.

작년 공연때도 느꼈지만 워낙 원숙하게 연주를 진행시켜서 듣는 쪽에서도 거부감이 거의 없더군요.

팀의 리더 피아노 고희안씨입니다. 사실 벗으면 굉장한 몸매...

 

작년에도 그렇지만 공연 끝날때까지 한마디도 안하십니다. 위트넘치는 진행을 맡는 쪽은 언제나 베이스의 최진배씨.

 

 


선두에 서서 팀의 얼굴마담을 책임지는 색소폰의 리처드 로 씨입니다.

최진배씨 말하길, 공연보러 온 여성분들의 반이상은 리처드씨 때문에 오신다고...

조명도 제일 잘받는 위치고, 색소폰이 확실히 눈에 띄기도 하죠. 외모는 다들 준수하신데 말입니다.

 

 

 

뭔가 작년에 비해 훨씬 역동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여 주시는 드럼의 한웅원씨.

프렐류드는 멤버들 기본기가 상당히 탄탄해서 안정된 느낌을 들려준다고 할까요.

 

듣기쉽고 즐거운 재즈를 모토로 하는 팀이라서, 재즈바의 담배연기와 함께 녹아들어가는 정통 쿨 재즈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네요.

제 개인적인 취향은 역시 마일스같은 전위예술적인 분위기입니다만, 그렇다고 이런 유쾌하고 조직적인 재즈가 격이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멤버 개개인의 개성보다는 통일된 음악의 완성도를 중시하는 이런 느낌이

사실 재즈에 크게 지식이 없는 일반 관객들이 많이 모이는 이런 재즈축제에 더없이 제격이죠.

 

 

 

쿨 재즈에 익숙한, 어느정도 파고든 경력이 있는 매니아들에게는

역시 조금 정형화된 느낌이 없잖아 있겠습니다만, 그건 밴드의 개성이지 실력부족으로 인한 결과는 절대 아닙니다.

사실 재즈를 전혀 느끼지 못하고 그냥 예술적이라고 해서 무작정 들어보려고만 하는, 소위 있는채 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교과서적인 재즈가 가지는 대중성의 파워를 좀 알려주고 싶은 생각도 드는군요.

 

어려워보이는 음악 들으면 자기도 유식해 보이나요?

 

 

 

멤버들 모두 쾌활한 성격이라서 그런지 음악에서도 그런 느낌이 물씬 풍겨나옵니다.

음악에 사람의 성격이 묻어난다는 건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일까요. 재즈 들으면서 이렇게 즐거운 기분이 되는것도 재미있네요.

 

 

 

여전히 우뢰와 같은 박수소리를 받으시는 리처드씨입니다.

작년과 거의 비슷한 멘트, 최진배씨 외에는 말을 하지 않는 팀원들 등...

작년 공연을 기억하시는 분들은 대강 어떤 곡순서와 함께 어떤 소개말이 튀어나올지 예상이 가능해서 재밌더군요.

 

 

 

말 재미있게 하는 것도 능력이라는 걸 입증해 주시는 최진배씨.

역시 공연 중간중간에 이렇게 말도 좀 섞고 해 주면 공연을 보는 재미가 늘어나죠.

 

 

 

지금와서는 국내에서 꽤나 유명해진 프렐류드이지만

사람들의 귓가에 가장 익숙하게 들려오는 곡은 역시 '인생의 회전목마'인듯 합니다.

작년 공연에서도 나왔었고, 저도 언제쯤 나오려나 기대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짠하고 등장하더군요.

 

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등장해서, 거진 한번쯤은 다들 들어보셨을 그 음악입니다.

일단 애니메이션에 쓰인 음악을 한번 들어보시면 아 이거~ 하실 듯.

 

 

 

이 녀석을 신나는 재즈풍으로 해석해서 힘있게 연주해주셨습니다.

워낙 인기좋은 곡이라서 정말 오만가지 버전이 존재하데, 프렐류드 특유의 유쾌한 사운드와 만나니 분위기 띄우는데 딱이더군요.

 

 

 

대사는 없지만 피아노로 자기표현이 뚜렷한 고희안씨입니다.

아주 신나게 엉덩이까지 들석거리면서 힘있게 피아노를 치는 모습이 흥겹네요.

 

 

 

마지막 곡의 멤버소개에서는 드럼의 한웅원씨도 제대로 필받은 모습입니다.

점점 격앙되는 드럼소리에 관객들의 박수소리도 슬슬 터질 준비를 하게 느껴지더군요.

 

 

 

전 연사를 날리지 않기 때문에 괜찮다 싶은 장면을 많이 놓치고는 하는데

그래도 이 모습은 놓치지 않아서 다행이다 싶습니다.

 

한순간이었지만, 흥에 겨운 한웅원씨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니 관객들도 환호성을 지르는군요.

음악이라는 길지 않은 예술행위가 사람을 이렇게 불타오르게 하는 모습은 언제 봐도 경이로울 따름입니다.

 

 

 

부담없는 재즈를 아낌없이 선사해 준 프렐류드의 무대였습니다.

 

이 밴드는 쭈욱 대구 재즈축제에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군요.

처음 들을때부터 익숙하고, 아무리 들어도 지겨워지지 않는 흥과 즐거움을 가진 밴드라서 말입니다.

 

 

 

잠시 밖에 나갔다 왔다 다시 대구 재즈축제 포스팅을 올립니다.

시간이 지나서 그때 들었던 음악의 여흥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으니 포스팅이 겁이 나는군요.

대구 재즈축제의 마지막 날은 유일하게 날씨가 화창했습니다.

매번 비맞아가면서 촬영한게 한이 맺혀서... 이날은 들어가기 전에 수성 아트피아 사진도 한장 남겼습니다.

 

 

 

마지막 공연의 스타트를 끊은 그룹은 베이스 황인규씨가 결성한 Epekeina 입니다. 에페케이나 라고 발음하는가요?

역시 경험해 본적이 없는 밴드라서 조금의 죄송함과 함께 미지의 연주에 대한 기대감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첫 곡을 시작하는데, 곡의 분위기에 맞춘 조명인지 상당히 어둡고 차분하게 진행이 됩니다.

음악 감상하기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사진 찍으려는 저한테는 꽤나 힘든 상황이네요.

 

 

 

조명이 부족할때는 역시 흑백 변환이 길입니다.

팜플렛의 힘을 빌리자면, 스윙부터 일렉트로 어쿠스틱까지 다양한 오리지날 곡을 연주하는 팀이라고 하시네요.

첫곡은 어쿠스틱 느낌이 물씬 풍기는 차분한 곡으로 시작합니다. 다들 움직임이나 자기주장도 적고, 담담하게 연주하십니다.

 

 

 

서정성이 묻어난다고 할까, 사실 말로 설명하기엔 재즈의 느낌이라는 건 참 다양해서 말이죠.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서 느긋하게 감상하고 싶은 그런 음악입니다.

 

 

 

중간에 황인규씨가 간단히 밴드소개를 해 주셨는데

마이크를 들고 계심에도 불구하고 목소리가 작고 차분하시더군요.

얼핏 쑥스러워하시는 느낌도 드는데, 간간히 미세하게 느껴지는 개그코드도 집어넣고 계십니다.

진행을 도맏아 하시는데 나이는 멤버중 가장 젊으시다고 하시네요.

 

 

 

게스트로 유명 재즈 보컬리스트 남예지씨가 함께 하시는군요.

아직 젊으시지만 이제 원숙미를 풍기는 경력에까지 이르셨죠.

소몰이창법과는 다른 호소력 있는 목소리가 잔잔한 느낌의 에페케이나 팀과 잘 어울립니다.

 

 

 

피아노분은 아코디언을 연주하십니다.

어릴적 피아노를 배울때도 아코디언은 어떻게 연주하는건가 궁금해하기도 했었죠.

남예지씨의 부드러운 저음과 어울리니 몸의 힘이 살짝 빠지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곡이 전체적으로 차분한 느낌이라서 조명도 강렬하게 사용되진 않는군요.

프레스 허가를 받았다고는 해도 공연에 방해가 되면 안되기 때문에

이런 곡을 연주할 때는 뷰파인더에 눈을 대고 한참동안 타이밍을 재고 있다가

셔터소리가 방해가 되지 않겠다 싶은 순간을 노려서 눌러야 합니다.

 

최후열에 서 있으니 사실 셔터소리가 남들에게 들릴 일은 별로 없긴 한데

제대로 된 공연장의 음향설비란게, 워낙 소리가 고루 퍼져나가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한시라도 긴장을 늦춰서는 안되는 것이죠. 카메라 무게가 꽤 나가서 중간중간 땀도 닦고 합니다.

 

 

 

재즈 밴드라는게 스타일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이뤄지는 것이니까 당연한 것이지만

다들 굉장히 섬세한 음악을 들려주셔서, 눈을 감고 듣고 있으면 어째 물 위를 흐르는 듯한 발레동작이 생각나더군요.

베이스의 황인규씨는 몸집도 꽤 큰 분이신 것 같은데 참 부드러운 베이스를 들려주십니다.

 

덩치크다고 와일드한건 아니니까요. 저를 포함해서.

 

 

 

남예지씨가 들어가시고 난 다음엔 색소폰을 세 개나 들고 나오신 분이 중앙에 섭니다.

물론 그것만으로 그리 특별한 건 아니지만, 이 분은 색소폰 두 개를 목에 걸고 계시네요. 이건 특별합니다.

오리지날 곡인것 같은데 색소폰이 참가하니 조금 더 활력이 실리는 것 같습니다.

 

 

 

좀처럼 조명이 집중되지 않는 드럼 분도 좀 남겨드립니다.

엄니께서 피아노 다음으로 좋아하시는 악기가 드럼이라서, 함께 왔으면 참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드네요.

다들 휴일에도 바쁘시니 좀처럼 공연장에 가기가 힘들긴 하네요.

 

 

 

익숙해지면 문제없긴 하지만, 사실 색소폰이 보기보다 꽤 무거운 녀석입니다.

두 개나 목에 걸고 계시니 이래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기본에 굉장히 충실한 연주를 들려주십니다.

 

에페케이나의 음악은, 어느 곡을 연주해도 자신만의 색깔이 흐려지지 않는 듯 합니다.

음악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조금 더 작은 공연장에서 가깝게 앉아 감상하는게 더 어울릴 듯 하네요.

 

 

 

한창 물이 오르고 있을때 재미있는 연주를 선보여 주시는군요.

알토와 테너 두 대의 색소폰을 동시에 연주하는 굉장한 모습입니다.

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렇게 해서 동시에 숨을 불어넣는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닐텐데요.

 

물론 한손으로 운지를 하다 보니 음역대는 고정되지만 묘한 화음이 만들어지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나중에 강군의 알토 색소를 빌려서 한번 흉내내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제 색소폰은 소프라노라서... 아무래도 알토와 함께 불기에는 모양이 맞지 않을듯 하네요.

 

 

 

차분하면서도 열정을 잃지 않는 드럼분의 모습도 한장 더 담아봅니다.

엄니께서는 악기 연주할 때 이렇게 몰입하는 모습이 너무 부럽다고 하시네요.

저도 색소 연주할때 다른 분이 찍어준 사진을 몇장 보긴 했는데

아직 몰입하는 모습도 멋있게 보이기엔 갈길이 너무 멀구나 하는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아마 관객들이 접해본 적은 없지만, 처음 들어도 금새 익숙해질 수 있는 편안한 음악을 들려주신 에페케이나 밴드였습니다.

 

 

 

25일 대구 수성아트피아에서의 마지막 공연은 정중화와 JHG 가 맡아주셨습니다.

밴드들 장비 옮기고 세팅하는 시간동안 관객들이 심심하지 않게 매번 열심히 노력하시는 문화평론가 권오성씨.

 

정중화와 JHG 가 마지막 공연을 맡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그냥은 안지나가겠구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작년 재즈축제 야외공연장에서 처음 만난 그룹인데요, 이 분들이 아주 에너지가 넘치다 못해 폭발하는 분들이라서

사실 이런 아트피아 내부에서 공연하는 것 자체가 좀 걱정스러울 정도였거든요.

 

앞으로 이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눈에 그리듯 선합니다.

 

 

 

첫 스타트는 아직 힘을 비축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시작하더군요.

색소폰 분 팔뚝이 아주 우람합니다. 파워넘치는 음색도 여전하시네요.

작년 라이브가 아주 생생하게 기억나는건 아닙니다만, 제 느낌상 실력이 한층 올라간 듯한 느낌이 듭니다.

 

 

 

작년 공연때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피아노 분. 아마도 이명건씨였나?

그때는 빡빡머리였던걸로 기억하는데, 1년동안 머리도 길렀고 살도 좀 빠지신 듯 합니다.

 

정중화씨는 국내 정상급 베이시스트에다 트롬본까지 마스터하신 능력자신데

인재 양성을 위해서인지 이 그룹 안에서는 조용히 자리를 양보하고 맡은 바에만 충실하게 임하고 있습니다.

 

이 그룹 JHG 는 'Just Hip'n Groovy' 의 약자로, 리듬감 넘치는 펑키 재즈에 젊은분들의 강렬한 열정이 더해져서

제가 즐겨듣는 장르의 재즈와는 크게 거리가 있는, 어찌보면 굉장히 대중성 높고 쉽게 빠져들 수 있는 음악을 선보이는데요.

그런 와중에서는 이분의 피아노가 정통적인 재즈 감각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첫 곡은 보컬없이 시작했는데, 두 번째 곡부터는 보컬분도 투입됩니다.

작년엔 여성보컬분이 두 명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한분 더 추가가 된 듯 하네요?

어디서 저런 목소리가 나오는가 할 정도로 감미로우면서도 파워넘치는 음악을 들려주십니다.

 

 

 

애플 재즈 오케스트라를 제외하면, 이번 대구 재즈축제에서 가장 많은 인원을 자랑하고

다들 어찌나 힘이 넘치시는지 공연장을 꽉 채우는 장악력으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습니다.

그야말로 몸이 들썩들썩하게 만드는 신나는 펑키 스타일로, 근심걱정 다 잊고 한번 흔들어 봐야겠다는 욕망을 불러 일으키는 팀이네요.

 

 

 

조명이 보컬분에게 가장 많이 집중되다보니 자연스럽게 사진도 많아집니다.

남녀차별은 아니구요. 그냥 가장 부각되는 위치에 계시다 보니...

 

 

 

관악기 삼총사분들에게는 좀처럼 이렇다할 조명이 잘 나오지 않아서 조금 힘들었네요.

가장 우측의 트럼본이 정중화씨입니다. 재색겸비 완벽초인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분이죠.

넘치는 파워는 작년과 변함이 없지만 확실히 점점 갈고 닦이는구나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원숙미가 느껴지고 있습니다.

 

작년 야외공연때는,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함께 공연했던 다른 밴드들에 비해서 개개인의 실력이 아직 덜 무르익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쉽게 익숙해질 수 있는 곡들을 선별해 오셔서 관객 호응도 굉장히 좋습니다.

이 많은 인원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발산하는 음악의 에너지란 몸에좋은 음이온과도 같은 것이죠.

제가 서 있는곳이 관객석이 아닌 최후방 통로라서, 음향 반사가 좀 아쉽긴 했습니다.

사진 찍으려면 여기 있어야 하고, 음악 제대로 들으려면 관객석에 앉아있어야 하는데...

 

 

 

 

 

 

 

 

 

작년과 마찬가지로 솔로 파트에서 신들린듯한 감성을 뿜어내 주시는 이명건씨입니다.

열의와 진심이 느껴지는 연주라서 관객들도 굉장히 좋아하시더군요. 보는 사람도 즐겁게 만듭니다.

 

 

 

색소폰 분의 솔로에서도 주먹을 꽉 쥐게 만드는 뜨거운 파워가 느껴집니다.

밴드도 관객들도 흥에 겨워서, 이 강력하게 발산되는 펑크의 에너지를 온몸으로 맞고 있다는 느낌이 드네요.

자연히 박수소리도 점점 우렁차게 변하고 다들 비트에 몸을 맡기게 됩니다.

 

 

 

수많은 악기들 사이에서도 전혀 뒤쳐지지 않는 목소리를 만들어 주시는 보컬분.

노래 잘하는 분들이 참 부럽다니까요. 악기 잘하는 분들도 부럽고. 그냥 음악하시는 분들 다 부럽습니다.

 

지난 자전거 여행때 제 소프라노 색소폰도 들고 갈까 생각도 해봤지만

1년동안 돌아다니는 여행에서 그 무거운 색소폰 가지고 다니다가는 큰 문제 생길것 같아서 그만뒀죠.

 

 

 

따라하기 좋은 음악들이라서 관객들도 금새 익숙해집니다.

작년과는 조금 편곡이 바뀐 것 같은데, 여기까지 오면 아마 대미를 장식하는 곡은 정해져 있을거라는 예감이 들더군요.

 

 

 

어라?

 

원래 관객이 없던 자리인데 누군가가 미친듯이 몸을 흔들어대고 있습니다.

 

 

 

그냥 암젼하게 손만 흔드는 것이 아니라 온몸을 흔들어가며 환희에 젖어있군요.

사실 이분, 방금 전 공연하셨던 매트 패나이데스 밴드의 색소포니스트 분입니다.

일반 시민(?)처럼 옷을 갈아입고 슬그머니 관객석으로 들어와서 이렇게 열광중이네요.

 

맨 뒷좌석이라서 아직 다른 관객분들은 눈치못채고 있지만, 재미있는 기록이 될것 같아서 사진 남겨봤습니다.

 

 

 

드디어 마지막 곡이 시작되었습니다. 작년에도 이 곡이 가장 인상깊었는데

관객들이 클라이막스 따라부르기도 쉽고, 워낙 열정적인 곡이라서 모두 신나게 흔들어대게 됩니다.

 

 

 

보컬분의 신들린듯한 율동과 목소리가 사진찍을 맛을 주시는군요.

조명도 아트피아에 있는거 전부 켠것처럼 화려하게 반짝여서 거의 연사 수준으로 셔터를 눌러재낍니다.

 

 

 

결국 관객들도 모두 일어나서 환호성을 지르는 분위기가 되었네요.

아트피아에서 이런 식으로 공연하는건 아마 흔치 않을 듯 합니다. 아주 신이 났죠.

 

 

 

관객들이 흥분할수록 밴드도 점점 흥이 올라가는 것이겠죠.

혼신의 힘을 다한 강렬한 색소폰이 가슴속의 끓어오르는 무언가를 느끼게 합니다.

 

사실 이 밴드는 라이브가 워낙 진국이라서, 앨범을 들으면 약간 힘이 빠진다고 할까요. 그만큼 라이브에서의 파워는 대단합니다.

 

 

 

거의 처음이 아니었나 싶은데, 가장 뒤에서 꾸준히 서포트해주시던 드럼과 퍼커션의 솔로파트가 왔습니다.

조명빨 받기 참 힘든 위치라서 이때를 놓치지 않고 많이 찍었네요.

 

 

 

드럼과 퍼커션이 서로 경쟁하듯 협동하듯 묘한 분위기를 이끌며 텐션을 올려갑니다.

슬금슬금 오르막을 오르는 느낌으로 진행되는 이 파트는 특히 관객들의 열광적인 환호성을 이끌어 냈죠.

 

 

 

이번 공연에서 건진 베스트 샷이라고 할까요. 음악은 남들 즐거우라고 하는 것보다 자기가 흠뻑 취해야 진국입니다.

 

 

 

베이스와 기타분도 워낙 조명이 열악한 곳이라서 간신히 한장 남겼습니다.

멤버 수가 많다보니 솔로파트 한번씩 거치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라이브에서 빠질 수 없는 이 재미난 부분이야 얼마든지 길어져도 불평할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각각 맡은 파트를 잘 소화해 내면서 만들어지는 전체적인 분위기란 참 감동적이죠.

마지막은 무슨 락 페스티발 온것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아트피아 전체가 떠나갈 듯이 들썩이고 있습니다.

 

 

 

잠깐동안이었지만 스탠딩의 매력도 함께 소화해낸 관객들은 오늘 후회하지 않을 공연을 봤으리라 확신해 봅니다.

 

 

 

'이럴수가! 저기 저 X 보이십니까' - by Diablo 3

 

여성보컬분이 왠지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대사를 외치는 것 같더군요.

 

방금 전에 뒷좌석에서 열심히 흔들어대던 매트 패나이데스 밴드의 색소포니스트 분이

스탠딩 상태가 되자 맨 앞쪽으로 달려가서 광란의 흔들기를 시전중이셨습니다. 보컬분도 아마 보신 듯 하네요.

 

 

 

처음엔 어리둥절하던 근처 관객분들도 결국 누군지 알아보시고 놀라움에 빠집니다.

조명까지 비춰가면서 누가 공연의 주인공인지 모르게 되는 상황에까지 오게 됐군요.

 

분명 연출된 상황은 아닐거라 확신하는데, 뜻하지 않은 원군의 등장으로 관객석은 광란의 도가니탕이 되어 버렸네요.

 

 

 

외모에서부터 풍기는 포스가 범상치 않았는데, 이 정도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네요.

여담이지만, 공연 끝난후에도 수많은 관객들에게 둘러싸여 함께 사진도 찍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매트 패나이데스 씨와 함께 공연할 때는 시적인 색소폰 연주로 인상깊었는데

음악 할때와 평소 모습은 이렇게도 다른 것이었군요. 유쾌발랄한 모습은 전염되는 것이니, 근처 관객들 행복지수가 올라갔을 거라 봅니다.

 

 

 

더 이상 흥분할 수 없을 정도로 최고의 마무리를 보여주신 정중화와 JHG 였습니다.

작년에도 어마어마한 파워를 보여주셨는데, 올해는 한층 더 성숙된 느낌까지 가미되어서 감동이군요.

 

 

25일 공연은 이걸로 끝이 났고, 26일 공연 포스팅이 3개 남아있습니다만

다음주에 약 일주일간 밖에 좀 나가야 할 일이 생겨서 포스팅은 잠시 미뤄둬야 할 것 같네요.

프레스 카드를 제공해주신 '이놀자' 사이트에 리뷰등록을 9월 3일까지 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그때까지 귀국하는건 어려워서, 리뷰등록 포스팅은 여기까지인듯 합니다.

 

그래도 블로그엔 돌아와서 계속 올려야죠.

 

 

25일 수성 아트피아의 두 번재 공연은 뉴욕의 중견 재즈 기타리스트 매트 패나이데스와 유쾌한 친구들이 선보여 주셨습니다.

혹시나 하는 말이지만, 유쾌한 친구들은 밴드 이름이 아닙니다.

 

그런데 어제 공연에서 활약하셨던 비브라폰의 고수 토니 미쉘 씨가 스타트를 함께 끊어주시는군요.

어제는 애플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하셨다고 들었는데, 오늘도 잠시 등장해서 한곡 뽑아주십니다.

어제 수성 아트피아 공연을 보지 못했던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날려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네요.

 

 

 

비브라폰의 몽환적인 울림소리가 사람 힘을 쭉쭉 빼놓습니다.

신들린듯이 뿜어져 나오는 현란한 음색이 놀랍더군요. 은은한 울림이 많은 악기라서 좋은 환경에서의 라이브가 절실한 악기입니다.

어지간히 좋은 집안 스피커로도 좀처럼 이 악기의 진짜 매력을 전달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더군요.

 

재즈에서는 나름 대중적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한국에서 이만한 고수의 연주를 들을 기회는 그리 많지 않지요.

 

 

 

물론 솔로 연주는 아니고, 매트 패나이데스 씨도 받쳐줍니다. 첫 번째 연주는 토니 미쉘씨가 메인인 느낌이 들긴 합니다.

아직까지는 어떤 특색을 가진 분인지 잘 판단이 서질 않네요.

 

 

 

멤버들중에서 유독 굉장히 눈에 띄는 소프라노 색소 분에게 눈길이 갑니다.

팜플렛에 이름이 제대로 공개되어 있지 않아서 누구신지 잘 모르겠지만, 외모에서 뿜어져 나오는 포스가 후덜덜하네요.

 

멀리 있어서 잘 보이진 않지만 베이스는 국내 정상급 베이시스트이신 이순용씨 같습니다?

작년 재즈축제때도 애쉬튼 무어 퀄텟과 함께 연주를 하신 기억이 나는군요.

 

 

 

이분도 분명히 몇번 본 기억이 나는 분인데... 제가 이름기억하는게 워낙 서툴러서.

학생때도 1년동안 같은 반이었던 애들 이름 10명정도 기억하면 대단한 편이라고 할 정도로 이름 외우는게 서툽니다.

 

 

 

토니 미쉘씨는 한곡 끝난후 인사하고 퇴장하셨습니다.

두 번째부터 진짜 매트 패나이데스 씨의 음악이 흘러나오는군요.

 

전부 본인이 작곡하신 곡을 연주하셨는데, 보통 관객들이 생각하던 재즈라기보다는, 뭔가 심상을 떠올리게 하는 전위적인 느낌이 듭니다.

제3세계 음악이나, 시크릿 가든의 음악을 재즈풍으로 해석한다면 조금은 비슷한 느낌일까요.

 

 

 

매트 씨의 곡이다 보니 다른 파트들도 평소 들어왔던 연주와는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묘한 느낌의 불협화음이 맞물려서 음을 만들어내는 듯한 느낌이네요.

매트 씨는 주변 환경과 어떤 인상적인 감정들을 토대로 그것을 표현하기 위한 곡을 만든다고 하시는데

보통 재즈바에서 맥주 한잔과 함께 듣는 그런 음악과는 성향이 다른 것 같습니다.

 

 

 

매트 씨의 음악에는 익히 알고있는 유명 재즈곡들과 비교하면 개성이 확실히 드러나는 느낌입니다.

마치 시를 써내려가는 듯한, 본인이 느낌 감정을 간결하게 해석해 나가는 듯 하더군요.

익숙한 기교나 관객 호응을 위한 퍼포먼스보다는, 흐름에 따라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래서 사실 매트 씨가 곡 시작하기 전에 '박수는 치지 말아주세요'라고 말을 했지만

영어로 하는 바람에 이해하지 못한 많은 분들이 중간중간 박수를 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관객 잘못이라고 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본인이 그런 요청을 했다는 것에서 그 음악이 어떤 느낌인지는 조금 유추할 수 있겠죠.

 

 

 

매트 씨는 연주 중에 자주 앉았다 일어나기 신공을 펼치시더군요.

음악 자체도 조각배 타고 작은 강을 흘러내려가는 듯한 느낌이라서 뭔가 둥실둥실합니다.

 

좀 더 집중이 필요한 음악인데, 수성 아트피아까지 찾아온 관객들 몇몇이 자꾸 연주 중간에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려 하더군요.

애초에 나가면 다시 들여보낼수도 없는게 공연이란 건데, 끝나고 나가는 것도 아니고 공연 도중에 자리를 뜨는 것은 실례중의 실례죠.

길어봤자 10분도 안되는 곡을 참지 못해서 뛰쳐나가는 건, 어디서 애라도 튀어나오고 있는 건지.

 

따로 휴식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공연이지만, 공연 중에 자리 뜨면 안된다는건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의 상식인데 말입니다.

저처럼 최후방부에서 서 계시는 아트피아 관계자분도, 중간중간 휴대폰 치켜들고 사진 찍으려는 사람들이 보여서 서둘러 달려가면

금새 사진 찍어버리고 쏙 들어가 버리기 때문에 뭐라 말할수도 없이 다시 뒤로 돌아오는 등의 고생을 하고 계십니다.

 

공연중 끊임없이 들어갔다 나오는 사람들을 위해 어두운 공연장 내부를 조그만 손전등으로 조심스럽게 안내해가며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관계자 분들도 참 고생하신다는 느낌입니다.

 

쫌!

 

공연 끝나고 생기는 텀에 나가던가, 공연 시작후에 문열고 들어오지좀 말았으면 좋겠네요.

 

 

 

제가 최후방부에 서 있었기 때문에 매번 이렇게 들락날락하는 사람들을 보게 되는데

관계자분께서는 제가 카메라를 들고 있지 않을때도 관람에 방해될까봐 제앞에서 허리를 푹 숙이고 지나가시는 반면

뻔뻔하게도 공연 도중에 나가려는 사람들은 카메라로 촬영중에도 포부도 당당하게 스윽 지나가시더군요.

 

여기 공연장에서 공연 감상할 정도의 시간적 물질적 여유는 있어도

공연에 대한 예의란 걸 배워본 적은 없는 저속한 사람이 되는건 부끄럽다고 생각해야 할겁니다.

 

특히 연속된 흐름이 중요하게 느껴지는 매트 씨의 공연중에 계속 신경 거슬리게 하니 한숨이 나오더군요.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매트 씨의 기타는 앞을 꾸준히 기대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아무리봐도 이순용씨 맞는 것 같은데...

솔로 파트에서 조명이 들어오지 않으면 여간해서 담기 힘든 베이스쪽이라서 놓칠 수 없었습니다.

 

 

 

마치 길다면 긴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온 듯한 느낌을 주는 매트 패나이데스와 유쾌한 친구들의 연주였습니다.

제가 왜 자꾸 유쾌한 친구들이라는 표현을 쓰냐 하면... 저 아티스틱해 보이는 색소폰 연주자분께서

훗날 아주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죠. 그건 다음 포스팅에서 등장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