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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2.19  오사카(쿄토)여행기 10편 - Jump in 키요미즈데라 7

빵빵해진 배를 붙잡고 다음 목적지인 키요미즈데라(清水寺)로 향합니다...만
사실은 초밥집에서 버스정류장으로 가능 동안 사소한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걷다가 발견한 어뮤즈먼트 센터(한마디로 오락실)에 들어가서 재미삼아 UFO 캐쳐를 했다가
이들의 마수에 걸려버렸습니다. ㅡㅡ;

처음에 아주 손쉽게 한번만에 인형을 2개나 건져올리는 바람에 의기양양해진 저는
마음에 쏙 드는 녀석을 발견하고 자신만만하게 도전했지만
이녀석은 방금 전의 UFO 캐쳐와는 차원이 다른 난이도를 자랑하더군요. ㅡㅡ;
건져질 것 같으면서도 결코 건져지지 않는, 사람을 초조하게 말려죽이려는 의도가 포함된 악마의 기계였습니다.

결국 하나도 건지지 못하도 2만원에 가까운 예산을 탕진해버렸네요.
그냥 없었던 일로 하고 생각하는걸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T_T


평일이라 그런지 키요미즈데라 근처엔 사람이 별로 없었네요.
일본 전국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모인다는 키요미즈데라인데, 이렇게 사람이 적은건 처음 봤습니다.
어제 비를 맞아가며 전전긍긍했던 보상일지도 모르겠군요.
라고 하고싶은데 날씨가 심상치 않습니다. 하늘은 구름으로 가득 덮혀있고 바람도 매섭더더군요.


2년 전에도 왔지만 여전히 여기저기 공사중인 키요미즈데라.
원래 798년에 세워졌다고 전해지지만 불에 타버리고 현 사찰은 1633년에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이곳의 볼거리인 본당도 여전히 공사중이죠. 쿄토엔 지금 공사중인 사찰이 많아서 언제 구경하러 와도 조금 아쉽긴 합니다.


높게 솟아오른 삼중탑(三重塔)이 인상적입니다. 이 삼중탑은 일본에서 가장 큰 녀석이라고 하네요.


일단 관람하기 전에 위생실에 들어가는데,
바람이 거세다 싶더니 눈발이 휘날리기 시작하더군요.
일본 와서 비도 맞아보고 눈도 맞아보고 가지가지 합니다.

날씨가 쨍하게 맑았던 날이 없어서 아쉽긴 합니다만
디카와 달리 필카는 이런 우충중한 날씨와도 그 느낌이 잘 맞는것 같아서 그나마 다행이네요.


들어가기 전에 물이라도.
사실은 그냥 사진 좀 찍고싶어서 동생분에게 포즈 부탁했습니다.


왜 키요미즈데라가 일본 전국에서 가장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인지는 몇번 와본 저도 모르겠군요.
딱히 신성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접근성이 좋고, 주변에 함께 둘러볼 곳이 밀접해 있고
이곳에서 바라보는 쿄토 시내의 모습이 워낙 아름다워서가 주된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키요미즈데라에 온 사람들이 한번씩은 들어보려 한다는 무사시보 벤케이(武蔵坊弁慶)의 철장과 철게다.
벤케이는 헤이안시대 말기의 유명한 무장으로, 미나모토 요시츠네(源義経)의 오른팔로 이름을 떨쳤습니다.
요즘 일본인들에게 인기있는 전란의 시대를 풍미한 무장이라 각종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에도 단골로 등장하죠.

저 철장은 아마 최홍만급이 아니면 들 수 없을겁니다.
옆의 조그만 녀석은 한손으로도 들지만 큰 녀석은 두손으로도 못들어요. 80kg 가까이 나간다던가?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시도도 안해보려는 친구를 가만 놔둘순 없습니다.
멋진 사진이 나왔네요. 올레~


키요미즈의 본당.
이곳은 상당히 큰 절이지만 건축물 전체에 못이 하나도 사용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덕분에 보수하는데도 꽤나 힘이 들고, 툭하면 관광객 출입이 금지되기도 하지만
관광 수입보다 문화재 보존을 우선시하는 모습은 보기 좋다고 할 수 밖에 없네요.


유명한 키요미즈의 무대 위에서 한 장.
원래라면 이렇게 서서 사진 찍을 공간도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지만
이번엔 꽤나 느긋했습니다. 학생들 단체 관람이 없었던게 다행이군요.


이곳 키요미즈데라 옆에 붙어있는 신사도 나름 유명합니다.
수학여행오는 학생들이 많아서 그런지 이곳은 젊은이를 위해 '인연 맺어주는 신사'로 유명하네요.
지난번 여행 땐 아예 올라가지도 않았지만 이번엔 한번 올라가 봤습니다.


신사는 물론 신성한 곳이기도 하지만
일본인들의 정신 세계속의 신토(神道)라는 개념은 그리 중후하지 않고
생활속에 녹아든 사소한 것들에 대한 존경심에서 시작되는 거라
이런 신사들도 성업을 하고 있는 것이겠죠.

이 바위는 신사 중앙에 위치해 있는데
앞쪽에 똑같이 생긴 바위가 하나 더 있습니다.
눈을 감고 좋아하는 사람을 생각하며 똑바로 걸어가서 앞쪽 바위까지 도달하면
인연이 이루어진다는 괴이한(?) 소문이 있습니다.
교복입은 학생들이 열심히 도전중이더군요.


여자는 행동력이라는 말이 있듯이 (어디서 나온 말이더라...)
이런데서 혼자 속썩이지 말고 그냥 대쉬해 버리는게 인연만들기 확률이 더 높아질것 같지만
역시 연애한번 해보지 않은 중년오덕의 영양가없는 건조한 말보다는
이곳 신사의 신들이 알아서들 잘 맺어주겠죠. ㅡㅡ;


슬쩍 딴데 찍는 척 하면서 화려한 키모노 입은 학생들 좀 찍어봤습니다.
좀 더 용기가 있었다면 말 걸고 정식으로 찍을 수도 있었지만 전 소심한 터라.


신사는 대충 구경하고 나온 후
키요미즈에서 가장 유명한 무대(舞台)를 바라보며 한 장 찍었습니다.
이곳 무대는 '키요미즈의 무대에서 뛰어내리는 각오로'(清水の舞台から飛び降りる思い)라는 속담으로 유명한데요.
일을 성취하려면 이곳에서 뛰어내릴 만큼의 대담함을 가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곳 무대는 높이가 16m 가량 되기 때문에
실제로 뛰어내리면 십중팔구 죽어버릴 듯.
모 애니메이션 캐릭터는 그래서 '차라리 자포자기라는 말이 더 어울리지 않아'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역사적으로 보면 1694년대부터 시작해서 1872년에 정부가 이곳에서 뛰어내리는 것을 금지할 때까지
약 230명 정도가 이곳에서 뛰어내렸고, 생존률은 무려 85%나 된다고 합니다.
한때 자살 명소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던, 사연많은 장소네요.


만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불상.
일본의 사찰 여기저기에 이런 불상이 많이 놓여있는데
대부분 반들반들하죠.


지형상 상당히 높은 곳에 위치한 키요미즈데라라서
교토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으로 유명하지만
이번엔 눈발이 날려서 거기까지는 시야가 닿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키요미즈의 풍경은 여전히 아름답네요.
주위 풍경과 어우러진 모습은 쿄토 내에서도 단연 아름답다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저 위의 수많은 팻말들은 무덤일까요.
들어가지 마라고 하니 들어가지도 못하고 그냥 사진만 찍었습니다.


키요미즈의 또 다른 명물 중 하나인 오토와 폭포(音羽瀧).
이 절의 이름인 키요미즈(清水)는 깨끗한 물이라는 뜻으로, 바로 이 곳의 물을 의미합니다.
신성한 물로 이름높은 녀석인데, 세 줄기의 물은 각각 지혜, 건강, 장수를 나타낸다고 하네요.
지난번 왔을 때는 엄청난 인파로 인해 한 잔 마시기 위해서는 20분 이상 기다려야 했지만
이번엔 사람이 없어서 동생분이 쉽게 마시고 내려왔습니다.

친구는 뻘쭘하게 그냥 지켜만 봤고, 저는 사진 찍느라 바빴죠. 예전에 한번 마신적이 있으니.
여담으로, 속설에 따르면 세 줄기를 모두 마시면 욕심많은 인간으로 분류되어 불행이 따른다는 말도 있네요.


봄이나 가을에 오면 (인파가 밀리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참으로 아름다운 산책길로도 유명한 키요미즈입니다.
비록 이번엔 겨울이라 그 아름다움이 조금 퇴색하긴 했지만, 사람이 없어서 느긋하게 산책할 수 있었네요.


본당과 무대를 받치고 있는 느티나무 기둥은 총 139개로 이루어져 있는데
큰 녀석의 길이는 12m를 넘는다고 하네요.
위에서는 잘 보이지 않던 녀석도 천천히 길을 따라 산책하다보면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쿄토에 오면 언제나 한 번씩은 꼭 들리는 키요미즈데라인데
여러 번 와도 실망하지 않는 멋진 풍경으로 둘러싸인 곳이네요.
아마 쿄토에 살고 있다면 한 달에 서너 번씩은 계속 오게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