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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에 해당하는 글들

  1. 2010.02.24  오사카 여행기 마지막 - 구테~ 19
  2. 2010.02.21  오사카(쿄토)여행기 11편 - 쿄토역 방황과 마지막 저녁 14
  3. 2010.02.19  오사카(쿄토)여행기 10편 - Jump in 키요미즈데라 7
  4. 2010.02.11  오사카(쿄토)여행기 9편 - 금각사 14
  5. 2010.02.10  오사카 여행기 8편 - 빛나는 우메다 공중정원 23
  6. 2010.02.09  오사카 여행기 7편 - 혼보 정원과 오사카성 12


오사카에서의 마지막 날이 밝았습니다.
항공편이 저녁 늦게인 경우가 아니고서는 대부분 마지막 날엔 시간이 촉박하죠.
그나마 이번엔 오후 항공편이라 오전에 조금 돌아다닐 시간이 있긴 하지만
숙소 주변이 아니고서는 후딱 다녀와볼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갈 곳은 정해져 있는거나 마찬가지.

체크아웃 후 짐을 숙소에 맡겨놓고 후다닥 나옵니다.
오사카로 여행가는 헝그리 한국 여행자들에겐 이미 유명한 그린파인.


그러고보니 숙소에서 나와 3분 거리인 츠텐가쿠에는 결국 못 올라가봤습니다. ㅡㅡ;
주유패스 무료 티켓을 이용할 수 있는 곳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관광 후 숙소로 돌아올 즈음이면
이녀석 개장 시간이 지난 후라서 결국 올라가보지 못했군요.

지금이라면 돈 내고 올라갈수도 있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이미 공짜 전망대는 숱하게 올라가봤으니.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을 이럴 때 쓰는건가 싶네요.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곳을 구경하지 못하다니.


이른 시간이라 저녁때만큼 사람이 많진 않은 난바역입니다.
이곳 난바역 지하상가는 난바 워크(なんばウォーク)라고 해서 다양한 잡화점, 음식점들이 늘어서 있는 볼거리입니다.
이곳으로 온 이유는 엄니께서 부탁하신 홍차를 구해보기 위해서였지만
그 홍차는 사실 도쿄 쪽에 가게를 두고 있어서 이곳에서 구하기란 처음부터 어려웠네요.

일단 찾아보는 흉내라도 내 보려고 이곳저곳 둘러봤지만 역시 제대로 된 홍차를 파는 곳은 없었습니다.
난바역 지하의 거대 식품매장도 둘러봤지만 전부 녹차 종류만 있고 홍차는 없네요.


홍차 찾기는 실패하고, 일단 다시 걸어서 숙소가 있는 에비스쵸 역으로 가기로 하는데
일단 그 전에 동생분이 오사카에서 먹고 싶다는 음식 중 하나인 오코노미야키를 먹어보기로 했습니다.
난바 워크에서 적당한 가게 하나 찾아 들어가서 오무소바(オムそば) 하나하고 모던야키(モダン燒) 하나를 시켰습니다.

저는 지난번 히로시마 여행때도 굳이 오코노미야키를 찾아먹진 않았던 만큼
좋아 환장하는 타코야키에 비해 그닥 끌리지는 않는 음식이지만
일행과 함께 온 여행이니 이런 것도 한번 도전해 보는게 좋을 것 같아서 먹어보기로 결정.


아침녘에 오코노미란 것도 참 특이한 조합이긴 한데 그래도 시간이 없으니...
오무소바는 말 그대로 오무라이스에 쌀 대신 소바를 넣은 음식이구요.

모던야키는 오코노미야키에 소바를 넣어 만드는 퓨전음식 비슷한 겁니다.
이것도 오코노미의 종류이기도 하고, 오사카 명물이라고 하니 시켜봤는데
그냥 소바가 들어가 있다는 사실 이외엔 오코노미야키와 다른 점이 별로 없네요.
원래 오코노미야라는 녀석이 기본 재료만 들어가면 뭘 넣던 철판에 굽기만 하면 되는 녀석이라
다양한 바리에이션이 나오는 것으로 유명한데, 왜 이녀석은 모던이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기다리고 있으면 종업원이 알아서 만들어줍니다.
저는 오코노미를 맛있게 만들 능력은 없기 때문에 그냥 숙련자가 만들어주는게 편하네요.
바로 만든 것이라 따끈따끈하게 맛있긴 했는데, 역시 제 취향과는 그닥이었습니다.
집에서 부쳐먹는 정구지 찌짐이 더 맛있어서 그런지 이런 류의 음식은 밖에서 먹고싶은 생각이 안나는군요.

그냥 오사카에 왔다는 기념 정도로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난바워크를 이동하면서 다시 숙소 쪽으로 걸어갑니다.
숙소 근처에 오덕들의 성지인 덴덴타운이 자리잡고 있으니 시간 보내기로는 제격이죠.

친구녀석은 아직 더 사고싶은게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특히 저도 지난번 포스팅 때 보여드린 보컬로이드 피규어를 손에 넣고 싶었기 때문에.


매번 밤에만 찾아와서 그런지 낮에 보는 덴덴타운은 꽤나 신선하군요.
여기서부터 덴덴타운을 가로질러 쭈욱 걷기만 하면 숙소가 나옵니다.


가게 안은 대부분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그냥 주변 거리만 줄창 찍어댔습니다.
이곳 거리는 마치 용산 선인상가 주변을 보는 것 같아서 친근한 느낌도 듭니다.
도쿄 아키하바라에 비하면 아직 컴퓨터 관련 상가도 좀 남아있는 편이라.


일본이 전체적인 불황이다 보니 이곳도 장사 쉽게 할수는 없는 듯.
아키하바라가 오덕들의 성지로 거듭나기 전에도 이곳에서는 나름 유명한 지역상가들이 꽤 있었는데
애니메이트나 게이머즈, 메론 북스 등의 거대 체인점들이 들어서면서
이곳만의 특색도 많이 줄어든 느낌이네요. 어느 나라나 거대 체인이 지역 상권을 점령해 가는 모습은 서글픕니다.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지 맙시다 라는 문구입니다.
길고양이나 비둘기나 이제는 사람들에게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었네요.

처음 일본에 갔던 중학교 2학년때는
비둘기 먹이 자판기 옆에 가기만 해도 비둘기들이 온 몸에 달라붙기도 했는데 말이죠.
지금은 물론 자판기도, 비둘기도 모두 사라졌습니다.


일본에 올 때마다 항상 궁금하지만
매번 들어갈 생각은 들지 않는 메이드카페.

까페는 느긋하게 차 마시면서 숨좀 돌리고 책이나 읽는 재미로 가는 건데
저런 데서 냥냥한 목소리로 뭐라뭐라 하는 메이드복 차림의 종업원들이 돌아다니고 있으면
별로 느긋하게 있지 못할것 같은 느낌이 드는군요.


남은 돈 탈탈 털어서 피규어 등등을 구입하고
아직도 수중에 돈이 남아 뭐 좀 더사야 하나 안절부절하는 친구를 닥달하면서
다시 숙소가 있는 신세카이로 돌아왔습니다.

공항 검색대를 안전하게 통과하려면 필름을 다 써야 하기때문에
의미없어 보이는 늠름한 할리 데이비슨도 한 장 찍어줬습니다.

사실 고성능 필름카메라인 세븐이에는 필름 끝단 남기고 강제 이송해주는 기능도 있기 때문에
남아도 별 관계는 없지만, 기분상 매거진에 들어있는 필름은 다 찍어주고 싶은 게 여행이란 녀석이죠.


결국 올라가지 못한 츠텐가쿠를 바라보면 언제나 쓴웃음만 나옵니다.


짐을 챙기고 공항으로 가는 리무진 버스를 타러 다시 난바역으로.
기념품이다 오덕 물품이다 해서 짐이 뭔가 좀 늘어난 느낌입니다.
책이 무게도 무겁고 부피도 크고 해서 좀 힘들군요.


4박 5일만에 오사카와 쿄토를 둘러본다는 건
그냥 살짝 맛만 보고 돌아서는 것과 마찬가지라서 아쉬움이 큽니다.
그래도 4박 5일간 게으름 피우지 않고 열심히 돌아다녔으니 후회는 없습니다.


칸사이 공항에 도착하니 시간적인 여유는 꽤 있군요.
늦어서 헐레벌떡 하는것 보다는 여유있는게 좋으니.

이곳에서 이곳 오사카 여행의 마지막 별미를 맛볼 차례입니다.


각종 여행 매체에서 추천하던 빵집 구테(グーテ)의 신선한 빵입니다.
아침에 돌아다녔던 난바 워크에 자리잡고 있는 이 빵집은 1948년에 개점한 이후
오사카를 대표하는 빵집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오사카 시내에만 10개가 넘는 체인점이 있고, 각각 개성있는 빵과 음식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제가 본 난바점 하나만으로는 이 곳의 매력을 쉽게 이해할 수 없겠지만
역시 빵은 맛있었습니다. 천연 효모를 사용해서 신선하다고 하네요.


그런데 빵만 먹고 돌아가기가 아쉬워서 결국 공항내 식당에서 또 한끼 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아무래도 라면을 너무 적게 먹은 것 같아서... ㅡㅡ;

별 맛없는 평범한 라면이라도 돌아가는 길의 아쉬움을 달랠 만큼의 가치는 있더군요.


저만 먹는것도 좀 그러니 다른 것도 시켰습니다.
따끈따끈한 닭튀김과


앙증맞은 닭꼬치도 함께.
자금을 두둑하게 소지한 친구 일행덕분에 이런것도 먹어보는군요.
사실 전 소지금이 완벽하게 바닥나서... T_T

처음부터 얼마 갖고가지도 않았지만 예상이 없었던 고양이 인형과 피규어 지출때문에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항상 다른 사람과 여행가면 얘네들이 만족을 좀 했을려나 하는 눈치때문에 뭔가 찝찝한 기분이 듭니다.
물론 혼자 다닐때와는 다른 즐거움도 있으니 가끔은 이렇게 떼로 몰려가는것도 나쁘진 않겠죠.
다음엔 또 혼자서 어디론가 떠나고 싶군요.

동생분은 아픈데 질질 끌고다녀서 참...
다음엔 몸상태 좋을때 가기로 하죠.

친구한테는 조금만 더 바람잡아넣었으면
닌텐도 DS도 사게 만들수 있었는데 내 능력이 부족한 탓에... ㅡㅡ;

키요미즈데라를 올라갈 때와는 다른 길로 내려갑니다.
키요미즈자카(淸水坂)라는 원가 비공식틱한 이름이 붙어있는 이곳 거리는 왼쪽으로 산넨자카(三年坂)로 이어지는
메인 로드인데, 산넨자카는 요즘 이 키요미즈자카의 기념품점과 음식점들에 밀려 거의 이름만 유지하고 있습니다.

산넨자카가 유명했던 건 거의 100년 전쯤이라,
지금은 유명한 '이곳에서 굴러 넘어지면 3년안에 죽는다'는 소문만 남고
그냥 키요미즈자카에 흡수되다시피 했죠.

키요미즈데라를 빠져나올 때쯤 되니 눈도 그치고 날씨도 풀려가는 듯 합니다.
머피아저씨 면상 좀... ㅡㅡ;


보통 이곳 상점가에서는 이곳의 명물인 야츠하시 팥떡(八ッ橋)과 녹차 소프트 아이스크림이 유명합니다.
야츠하시는 투명할 정도로 얇은 삼각형 모양 피에다가 팥고물을 넣어 만드는 찹쌀떡 종류인데요.
요즘엔 팥고물 대신에 딸기크림, 계피크림 등등 다양한 베리에이션 제품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명물 과자란 어딜 가나 마찬가지지만, 이름값에 비해서 특출나게 독특한 맛은 없어요.
떡 종류가 발달한 한국인이라면 더더욱 그럴것 같습니다. 그냥 별다를 것 없고 모양만 귀여운 떡입니다.

기념품점은 잘 안들어가는데 동생분이 슬금슬금 들어가서 구경하다가 이 녀석을 발견하고 덥썩해버렸네요.
꽤나 센 가격때문에 (한국돈으로 4만원쯤?) 동생분이 한참을 고민했지만
제가 미친척하고 구입하니 결국은 덩달아 구입해버렸습니다.

햇빛만 들어오면 차방에서 애교를 떨어대니(빛을 받으면 꼬리가 달랑거립니다)
무리해서 구입해 온 보람은 있네요. 알고보니 이곳 가게에서는 우수 관광품으로 선정되었답니다.


일단 키요미즈데라를 빠져나와 버스타고 금새 도착할 수 있는 쿄토역 앞으로 나왔습니다.
랜드마크로서는 한참 모자라는 듯한 느낌의 쿄토타워가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네요.
쿄토역 주변은 일본의 고도라는 느낌과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현대식 건물들의 집합소라
그 중에서도 가장 이질적인 녀석이 이 쿄토타워와 쿄토역이라 할 수 있을 듯.

무료 쿠폰이 있는것도 아니고 저 곳에 올라갈 일은 없습니다.
아직 한 번도 안올라가 봤는데, 언젠간 올라갈 일이 있을려나요.


똑같이 이질적인 녀석이라도 이 쿄토역은 그래도 나름 사연이 깊은 건물입니다.
처음 이녀석을 봤을 땐 그 거대함에 놀라움을 금할 길이 없었죠.

원래 1877년 벽돌 빌딩으로 시작했던 쿄토역은 개축과 화재 소실로 인해 여러 번 재건축을 거친 끝에
쿄토역 건립 120주년 기념 사업의 일환으로 1997년 예술가이자 건축가인 하라 히로시(原廣司)가 
설계를 맡은 끝에 현재의 모습이 되었습니다.

호텔, 백화점, 극장등 첨단 복합 문화공간이 함께 포함되어 있는 쿄토역은 일본에서 가장 거대한 전철역이죠.


높이 60m에 이르는 타원형 구조의 건축 양식 도면을 처음 접했던 당시 사람들은
하라 히로시에게 폭언에 가까운 비난을 쏟아부으며
'쿄토의 미관과 정신을 오염시키는 최악의 건축물'이라는 악평을 쏟아냈습니다.

잘나신 분들이 언제나 그렇듯 '쿄토' 하면 나즈막하고 전통적인 미적 감각이 살아있어야 한다고 믿은 거죠.


하지만 역이 완공된 후 수많은 해외 유수의 건축 디자인상을 수상하고
쿄토 최고의 명물로 단숨에 부상하는 등 쿄토 역사의 한 페이지를 새로 쓰게 했다는 찬사가 이어진 후로는
아무도 이곳에 대해 트집잡는 일이 없어졌습니다.

예술가의 혜안을 윗자리의 잘나신 분들이 어찌 이해하리오.



참고로 하라 히로시는 지난 번 오카사 여행기에서 소개했던 우메다 스카이빌딩을 디자인하기도 했으며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장이라는 홋카이도 삿포로의 돔구장을 설계한 사람으로 유명합니다.
가장 쿄토답지 않은 느낌을 이렇게 긍정적으로 소화해 낸 그의 능력은 정말 천부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네요.


직접 한바퀴 둘러보지 않으면 이곳의 신선함을 체험하기 힘들 것 같네요.
쿄토의 관광 코스에 꼭 한번 넣어볼 만한 멋진 건축물이니
고즈넉한 쿄토의 문화 유산들과 대비되는 이곳을 감상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될것 같습니다.


원래는 이 다음에 제가 좋아하는 만화박물관에 가려고 했습니다만...
자전거 여행 당시의 거리감각으로 이녀석을 찾다 보니 영 동떨어진 곳을 찾다가 시간이 흘러가 버렸네요. ㅡㅡ;

자전거 여행땐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로 느껴졌는데, 실은 쿄토역에서 도보로 40분 가까이 걸어가는 거리였습니다.
확실히 시간은 상대적인 건가 봐요.

사실 만화박물관은 오후 5시 까지밖에 개장하지 않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도착했더라도 30분밖에 관람하지 못했겠지만.


지난 자전거 여행때 들렀던 쿄토 만화박물관.
원래는 초등학교 건물이었는데, 폐교하면서 학교 전체를 만화박물관으로 개조했습니다.
복도, 교실 모든곳에 빽빽히 만화들이 가득차 있어서 간단한 입장료만 내면 어디서든 아무렇게나 만화를 볼 수 있죠.

운동장에 누워서 느긋하게 만화를 즐기는 이 곳의 모습은 정말 인상깊었습니다.


당일치기 쿄토 여행이라 많은 아쉬움을 남기고 다시 오사카로 돌아왔습니다.
이제 4박 5일간의 짧은 여행도 내일로 마지막이군요.
실질적으로 관광할 시간은 거의 남지 않았기 때문에
8시가 다 되서 도착한 오덕들의 성지 덴덴타운에서 수집해 갈 원서 코믹스를 몇권 샀습니다.

일반 소설이든 코믹스든 한해 출판되는 서적의 양은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서
일본의 서점에 가면 항상 부럽고 부러워요.

이런 일본도 미국 출판시장의 1/10도 되지않는다니...
그저 도서관이나 지역별로 많이 만들어주면 좋겠지만 현실은 사대강 따위나 파재끼는 시궁창...

덴덴타운도 거의 8시쯤엔 문을 닫기 때문에 오덕쇼핑은 정말 눈깜짝할 사이에 끝났구요.
내일은 아침에 짐 챙기고 나가면 공항 가기 전까지 딱히 멀리 이동할 시간적 여유가 없으니
또 덴덴타운이나 어슬렁 거리겠죠. 그러니까 오늘은 그저 배 든든히 채우고 숙소에서 편히 쉬면 됩니다.

숙소 들어가기 전 일단 저렴한 규동체인점 스키야(すき家)에서 맛만 살짝 보기로 했습니다.

동생분은 치즈 카레.


친구는 소고기 덮밥 곱배기


저는 카레 소고기 덮밥 곱배기 시켰습니다.

여행 마지막 날에는 뒷풀이겸 해서 배를 가득가득 채우는게 제 여행의 전통이라
비록 자금이 부족해서 저렴한 녀석이긴 하지만 배불리 실컷 먹었네요.

이곳 스키야는 일본 규동집의 절대 아성이었던 요시노야(吉野家)를 제치고
2009년 일본 규동 체인 매상 1위를 차지한 떠오르는 신흥 규동집입니다.
요시노야보다도 저가를 유지하면서, 품질에서 떨어지지 않는 대신 줄어드는 이윤을 증가하는 고객수로 채운다는 전략으로 인해
당당시 요시노야와 경쟁해서 승리를 쟁취한 곳이죠.

한국에서는 별것 아니겠지만 사실 일본의 거대 규동체인은
서민경제의 가장 민감한 지표의 하나로 작용할 만큼 일본 시장의 분위기를 살피는데 필수적인 요소라서
이런 체인점들의 전략과 승부는 매년 일본 경제신문의 주요 관심거리중 하나입니다.


숙소에 돌아와 마지막 밤을 준비합니다.
오늘같은 날 오덕들은 챙겨온 전리품들을 감상하느라 정신없죠.

힘든 여행을 마치고 만화책을 펼칠 때의 기분은 꽤나 즐겁습니다.


여행 마지막 밤인데 필름이 좀 남아서 숙소의 전경과 함께 자연샷을 남발하기 시작합니다.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역작 '터번을 쓴 소녀 or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를 닮았다는 느낌이 들어서 찍었습니다.
심각한 초상권 침해라면서 태클을 걸어 올 동생분이 걱정이지만 주요 부위는 다 가린 것 같은데? ㅡㅡ;


매일매일 생산되는 수건과 손수건은 이렇게 널어두면 적당히 마릅니다.
숙소가 수건을 1인당 한개씩밖에 지급하지 않기 때문에 여분의 수건을 한국서 가져왔었죠.


욕실과 화장실은 복도에 각각 비치되어 있지만
방 안에도 간이 세면대가 있습니다. 사람이 많을 때는 요긴하게 쓰이죠.


스키야에서 배는 채웠지만 끝이 얼마 남지않은 여행에 대한 아쉬움을 채우고 싶어서
맥도날드에서 햄거버도 사고, 편의점에서 과자랑 음료수 등등도 사왔습니다.

오늘 다 먹진 못하지만 실컷 먹고 내일 아침에 또 먹을겁니다.

항상 돌이켜보면 짧게 느껴지는 아쉬운 여행이지만, 세계 일주라도 하지 않는 한 항상 짧게 느껴지는건 당연할 듯.
언젠간 짧게 느껴지지 않는 여행도 가 봐야겠죠.

빵빵해진 배를 붙잡고 다음 목적지인 키요미즈데라(清水寺)로 향합니다...만
사실은 초밥집에서 버스정류장으로 가능 동안 사소한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걷다가 발견한 어뮤즈먼트 센터(한마디로 오락실)에 들어가서 재미삼아 UFO 캐쳐를 했다가
이들의 마수에 걸려버렸습니다. ㅡㅡ;

처음에 아주 손쉽게 한번만에 인형을 2개나 건져올리는 바람에 의기양양해진 저는
마음에 쏙 드는 녀석을 발견하고 자신만만하게 도전했지만
이녀석은 방금 전의 UFO 캐쳐와는 차원이 다른 난이도를 자랑하더군요. ㅡㅡ;
건져질 것 같으면서도 결코 건져지지 않는, 사람을 초조하게 말려죽이려는 의도가 포함된 악마의 기계였습니다.

결국 하나도 건지지 못하도 2만원에 가까운 예산을 탕진해버렸네요.
그냥 없었던 일로 하고 생각하는걸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T_T


평일이라 그런지 키요미즈데라 근처엔 사람이 별로 없었네요.
일본 전국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모인다는 키요미즈데라인데, 이렇게 사람이 적은건 처음 봤습니다.
어제 비를 맞아가며 전전긍긍했던 보상일지도 모르겠군요.
라고 하고싶은데 날씨가 심상치 않습니다. 하늘은 구름으로 가득 덮혀있고 바람도 매섭더더군요.


2년 전에도 왔지만 여전히 여기저기 공사중인 키요미즈데라.
원래 798년에 세워졌다고 전해지지만 불에 타버리고 현 사찰은 1633년에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이곳의 볼거리인 본당도 여전히 공사중이죠. 쿄토엔 지금 공사중인 사찰이 많아서 언제 구경하러 와도 조금 아쉽긴 합니다.


높게 솟아오른 삼중탑(三重塔)이 인상적입니다. 이 삼중탑은 일본에서 가장 큰 녀석이라고 하네요.


일단 관람하기 전에 위생실에 들어가는데,
바람이 거세다 싶더니 눈발이 휘날리기 시작하더군요.
일본 와서 비도 맞아보고 눈도 맞아보고 가지가지 합니다.

날씨가 쨍하게 맑았던 날이 없어서 아쉽긴 합니다만
디카와 달리 필카는 이런 우충중한 날씨와도 그 느낌이 잘 맞는것 같아서 그나마 다행이네요.


들어가기 전에 물이라도.
사실은 그냥 사진 좀 찍고싶어서 동생분에게 포즈 부탁했습니다.


왜 키요미즈데라가 일본 전국에서 가장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인지는 몇번 와본 저도 모르겠군요.
딱히 신성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접근성이 좋고, 주변에 함께 둘러볼 곳이 밀접해 있고
이곳에서 바라보는 쿄토 시내의 모습이 워낙 아름다워서가 주된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키요미즈데라에 온 사람들이 한번씩은 들어보려 한다는 무사시보 벤케이(武蔵坊弁慶)의 철장과 철게다.
벤케이는 헤이안시대 말기의 유명한 무장으로, 미나모토 요시츠네(源義経)의 오른팔로 이름을 떨쳤습니다.
요즘 일본인들에게 인기있는 전란의 시대를 풍미한 무장이라 각종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에도 단골로 등장하죠.

저 철장은 아마 최홍만급이 아니면 들 수 없을겁니다.
옆의 조그만 녀석은 한손으로도 들지만 큰 녀석은 두손으로도 못들어요. 80kg 가까이 나간다던가?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시도도 안해보려는 친구를 가만 놔둘순 없습니다.
멋진 사진이 나왔네요. 올레~


키요미즈의 본당.
이곳은 상당히 큰 절이지만 건축물 전체에 못이 하나도 사용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덕분에 보수하는데도 꽤나 힘이 들고, 툭하면 관광객 출입이 금지되기도 하지만
관광 수입보다 문화재 보존을 우선시하는 모습은 보기 좋다고 할 수 밖에 없네요.


유명한 키요미즈의 무대 위에서 한 장.
원래라면 이렇게 서서 사진 찍을 공간도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지만
이번엔 꽤나 느긋했습니다. 학생들 단체 관람이 없었던게 다행이군요.


이곳 키요미즈데라 옆에 붙어있는 신사도 나름 유명합니다.
수학여행오는 학생들이 많아서 그런지 이곳은 젊은이를 위해 '인연 맺어주는 신사'로 유명하네요.
지난번 여행 땐 아예 올라가지도 않았지만 이번엔 한번 올라가 봤습니다.


신사는 물론 신성한 곳이기도 하지만
일본인들의 정신 세계속의 신토(神道)라는 개념은 그리 중후하지 않고
생활속에 녹아든 사소한 것들에 대한 존경심에서 시작되는 거라
이런 신사들도 성업을 하고 있는 것이겠죠.

이 바위는 신사 중앙에 위치해 있는데
앞쪽에 똑같이 생긴 바위가 하나 더 있습니다.
눈을 감고 좋아하는 사람을 생각하며 똑바로 걸어가서 앞쪽 바위까지 도달하면
인연이 이루어진다는 괴이한(?) 소문이 있습니다.
교복입은 학생들이 열심히 도전중이더군요.


여자는 행동력이라는 말이 있듯이 (어디서 나온 말이더라...)
이런데서 혼자 속썩이지 말고 그냥 대쉬해 버리는게 인연만들기 확률이 더 높아질것 같지만
역시 연애한번 해보지 않은 중년오덕의 영양가없는 건조한 말보다는
이곳 신사의 신들이 알아서들 잘 맺어주겠죠. ㅡㅡ;


슬쩍 딴데 찍는 척 하면서 화려한 키모노 입은 학생들 좀 찍어봤습니다.
좀 더 용기가 있었다면 말 걸고 정식으로 찍을 수도 있었지만 전 소심한 터라.


신사는 대충 구경하고 나온 후
키요미즈에서 가장 유명한 무대(舞台)를 바라보며 한 장 찍었습니다.
이곳 무대는 '키요미즈의 무대에서 뛰어내리는 각오로'(清水の舞台から飛び降りる思い)라는 속담으로 유명한데요.
일을 성취하려면 이곳에서 뛰어내릴 만큼의 대담함을 가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곳 무대는 높이가 16m 가량 되기 때문에
실제로 뛰어내리면 십중팔구 죽어버릴 듯.
모 애니메이션 캐릭터는 그래서 '차라리 자포자기라는 말이 더 어울리지 않아'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역사적으로 보면 1694년대부터 시작해서 1872년에 정부가 이곳에서 뛰어내리는 것을 금지할 때까지
약 230명 정도가 이곳에서 뛰어내렸고, 생존률은 무려 85%나 된다고 합니다.
한때 자살 명소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던, 사연많은 장소네요.


만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불상.
일본의 사찰 여기저기에 이런 불상이 많이 놓여있는데
대부분 반들반들하죠.


지형상 상당히 높은 곳에 위치한 키요미즈데라라서
교토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으로 유명하지만
이번엔 눈발이 날려서 거기까지는 시야가 닿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키요미즈의 풍경은 여전히 아름답네요.
주위 풍경과 어우러진 모습은 쿄토 내에서도 단연 아름답다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저 위의 수많은 팻말들은 무덤일까요.
들어가지 마라고 하니 들어가지도 못하고 그냥 사진만 찍었습니다.


키요미즈의 또 다른 명물 중 하나인 오토와 폭포(音羽瀧).
이 절의 이름인 키요미즈(清水)는 깨끗한 물이라는 뜻으로, 바로 이 곳의 물을 의미합니다.
신성한 물로 이름높은 녀석인데, 세 줄기의 물은 각각 지혜, 건강, 장수를 나타낸다고 하네요.
지난번 왔을 때는 엄청난 인파로 인해 한 잔 마시기 위해서는 20분 이상 기다려야 했지만
이번엔 사람이 없어서 동생분이 쉽게 마시고 내려왔습니다.

친구는 뻘쭘하게 그냥 지켜만 봤고, 저는 사진 찍느라 바빴죠. 예전에 한번 마신적이 있으니.
여담으로, 속설에 따르면 세 줄기를 모두 마시면 욕심많은 인간으로 분류되어 불행이 따른다는 말도 있네요.


봄이나 가을에 오면 (인파가 밀리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참으로 아름다운 산책길로도 유명한 키요미즈입니다.
비록 이번엔 겨울이라 그 아름다움이 조금 퇴색하긴 했지만, 사람이 없어서 느긋하게 산책할 수 있었네요.


본당과 무대를 받치고 있는 느티나무 기둥은 총 139개로 이루어져 있는데
큰 녀석의 길이는 12m를 넘는다고 하네요.
위에서는 잘 보이지 않던 녀석도 천천히 길을 따라 산책하다보면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쿄토에 오면 언제나 한 번씩은 꼭 들리는 키요미즈데라인데
여러 번 와도 실망하지 않는 멋진 풍경으로 둘러싸인 곳이네요.
아마 쿄토에 살고 있다면 한 달에 서너 번씩은 계속 오게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별관(?)에서 오랜만에 휴식다운 휴식을 취한 후 아침 일찍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오늘은 쿄토 당일치기 여행이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빠릿빠릿하게 돌아다녀야 하는군요.
사실은 오사카 오고나서부터 빠릿빠릿하지 않은 적이 없었던 것 같기도 하지만 이젠 아무래도 상관없어.

쿄토와 오사카는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서 당일치기가 어려운 편은 아니지만
사실 쿄토는 느긋하게 둘러볼려면 1주일은 잡아야 할 정도로 볼거리가 많은 곳이라
오사카 관광이 주 목적이었던 이번 여행에서는 그냥 맛배기만 살짝 보여주는걸로 만족할 수 밖에 없네요.

숙소인 에비스쵸(恵美須町)역에서 아와지(淡路)역까지 간 다음 한큐쿄토선(阪急京都線)을 타고
쿄토 카와라마치(河原町)역까지 가는데 대략 45분 정도가 소요됩니다. 아침시간이라 사람이 많네요.
아와지역에서 카와라마치역까지 가는 전철은 급행, 쾌속, 준급행 등등 여러 종류가 있기 때문에
잘 알아보고 타야 합니다. 모든 역에 다 정차하는 전철을 잘못 탔다간 1시간 이상 소요될 수도 있습니다.

열차가 올때마다 방송으로 '카와라마치역까지 가려면 다음 열차를 타는게 더 빨리 도착합니다' 라고 말해주는데
관광객들에게 그게 쉽게 들릴지는 의문이니까, 전광판을 잘 확인해가며 타는게 좋겠죠.


열차의 종작역인 카와라마치역은 JR 쿄토역에서 꽤나 가깝기도 하고, 쿄토 시내의 중심가중 한 곳이라서 이동하기도 편합니다.
쿄토 버스 1일 승차권을 구입한 후 바로 금각사행 버스를 탑니다.
1일 승차권이 있으면 하룻동안 쿄토 시영버스를 마음껏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도 민영버스는 무료이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항상 조심을... (이번에 한번 당했습니다. ㅡㅡ;)
왠만한 관광지는 시영버스로 충분히 쉽게 이동이 가능하기도 하고,
쿄토는 오사카에 비해 전철이 구석구석 뻗어있지 않기 때문에 버스가 최적의 이동 수단입니다.

아침부터 버스 안엔 한국인 관광객이 수두룩하네요. 방학이라서 그런가.
근데 이 친구들은 분명 금각사를 가는 길일텐데 한 정거장 앞에서 내려버렸습니다. 뭔가 착각한 듯.


2년만에 보는 쿄토의 풍경이 참 반갑더군요.
자전거 여행을 마치고 제대로 된 관광이나 해보자 싶어서 무작정 내려온 쿄토였는데
그땐 자전거 여행의 피로가 쌓인 터라 뭔가 몽롱한 정신으로 여기저기를 쏘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금각사(金閣寺)는 쿄토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관광 명소중에 한곳인데요.
사실 친구와 동생분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다면 굳이 제가 이곳을 찾아가진 않았을 겁니다.
평생 한 번만 와 봐도 충분한 곳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곳의 실제 이름은 로쿠온지(鹿苑寺)인데, 금박을 입힌 정자가 워낙 유명해서 언제부턴가 금각사란 이름으로 더 유명해졌습니다.
쿄토 외각에 위치한 한적하고 조용한 사찰이라 산책하기에 더할 나위없이 좋은 지형임에도 불구하고
쿄토 여행의 필수 코스로 자리잡은터라 자칫하면 엄청난 인파에 쓸려다닐 수가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다행히도 이번 여행땐 관광객이 아주 적어서 느긋하게 구경할 수 있었네요.
지난번 혼자 갔을 땐 수학여행 온 학생들이 아주 바글바글거려서 사진 한 장 제대로 찍기가 힘들었는데.


쿄토 최고의 아름다움을 자랑한다는 금각사의 모습입니다.
조용한 연못과 철저하게 인공적으로 조경된 소나무들, 그리고 화려한 금빛 정자는
마치 별세계를 뚝 떼어다 놓은 듯한 인상을 줍니다.

그 아름다움 만큼이나 이 금각사에는 비극적인 역사가 살아숨쉬고 있는데요.
원래 금각사는 1397년 쇼군의 별장으로 만들어졌지만 1950년에 한 수도승의 방화로 완전히 소실되었습니다.
지금 보이는 건물은 1955년에 다시 지어진 것으로, 정말 세심하게 복원이 잘 되어있지만
역시 원 건축물과는 그 느낌상 아쉬운 부분이 많죠.


방화를 일으킨 수도승은 심한 정신병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이 사건을 소재로 하여 쓰여진 소설이 전후 일본문학의 최고봉으로 뽑히는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의 금각사(金閣寺)입니다.

미시마 유키오의 스승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카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가
'미시마 유키오가 노벨문학상을 받지 못한다면 일본의 어느 작가가 그 자격이 있겠나'라고 그의 문학성을 극찬하기도 한 만큼
그의 탐미주의에 대한 깊은 고찰과 광기가 묻어나는 최고 대표작 금각사는 전후 일본문학의 정점을 찍은 최고의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전후 일본문학을 공부하면서 금각사를 읽지 않으면 공부 헛한거나 마찬가지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할 만큼
소설 금각사는 저기 보이는 실제 금빛 정자보다 훨씬 더 아름답고, 훨씬 더 공포스러운 작품이니 꼭 한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말년엔 극우주의자로 여러 기행을 벌이다가 할복 자살을 선택한 미시마 유키오라 한국에서는 그냥 또라이 취급을 받기도 하는데
그런 광기어린 집착과 고집, 오만이 없이는 금각사와 같은 소설이 탄생할 수 없었기에 더더욱 연민의 정을 느끼는 작가입니다.
금각사를 불태우던 자신의 작품 속 승려와 결국 비슷한 최후를 맞이한 작가의 모습은,
어찌보면 그렇기 때문에 당대를 대표하는 문학가의 칭호를 받기에 손색이 없는 게 아닌가 싶네요.

일본을 대표하는 다른 탐미주의 작가인 타니자키 쥰이치로(谷崎潤一郞)의 페티시즘에 가까운 집착과는 그 성격이 전혀 다른,
미에 대한 두려울 정도로 순수한 집착은 마치 조셉 콘래드의 암흑의 핵심(Heart of Darkness, 1902)이나
영화로 치자면 베르너 헤이조그의 아귀레, 신의 분노(Aguirre: The Wrath Of God, 1972)의 느낌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입장권 명목으로 받은 부적(?)을 갖고 즐거운 기념사진을 찍는 일행들.
소설의 광기는 어디가고 훈훈한 모습이 연출됩니다.


금각사의 아름다움이야 뭐, 말로하면 쓸데없이 칼로리 소비하는 것 밖에 안되지만.
실제 문화 유산으로서의 가치는 쿄토 반대쪽에 있는 은각사(銀閣寺)가 훨씬 중요합니다.

은각사는 원래 치쇼지(慈照寺)라는 이름의 사찰로, 금각사를 세운 쇼군 아시카가 요시미츠(足利義満)의 손자인 아시카가 요시마사(足利義政)가
할아버지의 업적을 모방해서 만들었습니다. 요시마사는 절의 바깥을 은으로 감싸서 금각사와 대칭을 이루려고 했지만
그 후, 후계자 문제로 각 지방의 다이묘들이 반란을 일으키는 등 혼란의 시대가 계속되는 바람에
결국 은각사는 은으로 덮히지 못하고 미완성된 채로 남아있게 됩니다.

이 은각사의 토쿠도(東求堂) 사당은 1485년 건립되어 지금까지 그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일본의 국보입니다.
진짜 은으로 덮혀버렸다면 오히려 빛이 바랬을 것이라는 추측이 난무할 만큼
금각사와 달리 아담하고 정갈한 조그만 정원과 연못이 어우러진 토쿠도 사당의 모습은
그야말로 일본 사찰문화의 정수라고 할 만큼 화려하지 않은 미의식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죠.

하지만 2008년부터 토쿠도 사당은 대대적인 보수공사에 들어간 터라
지금은 돈 내고 들어가도 제대로 된 감상이 힘들기 때문에 일부러 은각사는 코스에서 제외시켰습니다.
아쉬운대로 감상할 수는 있겠지만 기왕 감상하려면 최상의 상태에서 감상하는게 좋겠죠.
평생 쿄토에 두번 다시 오지 않을 것도 아니고, 아쉬워할것 없이 이번엔 금각사만 감상하기로 했습니다.


이곳은 실제 승려들이 거주하는 곳으로, 일반인들의 출입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이 금각사는 비록 1955년에 재건되었다고는 해도
일본이 세계에 자랑할만한 유산 중 하나였기 때문에
정말 심혈에 심혈을 기울여 소실 전과 거의 100% 동일한 모습으로 만들어 놨습니다.
당시엔 일본도 경제사정이 워낙 좋아서 거의 물쓰듯이 이런 문화제 수복에 돈을 퍼부을 수 있었죠.

따라서 현재 보는 금각사의 모습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예전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덕분에 199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네요..


그야말로 무릉도원이 따로 없는 곳입니다.
원래 별장으로 쓸 목적으로 이곳을 만들었던 아시카가 요시미츠 사후 사찰에 귀속되었지만
저런 곳을 만들어 노년을 보내려 했던 당시 일본 쇼군의 권력이란 참 놀라울 따름이네요.


저기엔 무엇이 적혀있었을까요.


금각사가 시야에서 사라지면 이제 천천히 산책로를 따라 주변 풍경을 즐기기만 하면 됩니다.


이곳은 금삐까가 워낙 유명해서 그렇지 실제로 산책로도 굉장히 아름답습니다.
사람도 적어서 유유히 사진 찍고 놀면서 구경 잘했네요. 1년중 350일 정도는 사람이 바글바글한 곳인데
용케도 이런 날에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성년의 날 덕분에 힘들었던 관광 일정을 이런데서 보상받는 듯.


사진 좀 찍어보라고 친구한테 맡겼던 디카는 전혀 역할을 하지 못했고
오히려 동생분이 직접 갖고온 똑딱이로 열심히 찍었죠.

차라리 동생분한테 디카를 맡기는게 좋았을지도.


바람도 심하지 않고 날씨도 적당하고
어제 시텐노지에서 비 쫄딱 맞아가며 강행군 했던 기억이 승화되어 갑니다.


중요 문화재까지는 아니지만 예전 일본의 휴게소(?)같은 분위기의 별장입니다.
서양 관광객들이 와서 신기하다는 듯 이리저리 구경하고 사진찍고 하더군요.


안으로 들어가진 못하지만 이런 데서 포즈 잘 잡아주는 동생분의 사진도 좀 남겨줘야죠.


이런 곳에도 세전함이... ㅡㅡ;
한국 사찰도 뭐, 돈은 미친듯이 좋아하니 남 욕할 필요는 없지만.


금각사 내부는 그리 넓지 않아서 15~20분 정도면 무리없이 한 바퀴 돌 수 있습니다.
산책로가 끝나가면 이제 다양한 기념품을 파는 가게와, 앉아서 차 한잔 할 수 있는 휴게소가 눈에 들어오는군요.
느긋하게 저기 앉아서 주변 경관을 만끽할 수도 있지만 오늘은 역시 좀 바쁘기도 하고...
15년 가까이 알고 지낸 친구지만 여기서 일본 역사와 미의식에 대해 담소를 나눌 만큼 내공이 출중하진 않은 고로
그냥 사진만 찍고 나왔습니다.


동생분은 기념품점에서 선물 몇개 챙겼습니다.
금각사를 빠져나와서 점심을 먹기위해 다시 카와라마치역으로 향합니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한 컷. 뷰파인더에 구애되지 마라고 소리쳤던 아줌씨가 누군진 모르겠는데
다양한 구도와 재미있어 보이는 화각을 이용하는 막간의 장난도 카메라의 즐거움이죠.

근데 필름카메라라서 돈이... 돈이... ㅡㅡ;

버스가 한동안 오지 않아서 정류소 옆의 자판기에서 아이스크림 하나 뽑아먹었는데
제거 한입 먹어보고는 친구도 다른 종류로 하나 뽑아먹었습니다.


지난번 자전거 여행때도 한번 신세를 졌었던 회전초밥집 무사시노(武藏野)입니다.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으면서도 맛은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하는,
한마디로 가격대 성능비가 뛰어난 초밥집이라 헝그리 여행자들이 마음먹고 한 번쯤 가기에 좋은 곳이죠.

한국의 회전초밥집과 비교하면 미안할 정도로 괜찮은 가격에 괜찮은 품질입니다.


시작은 언제나처럼 계란말이로.
계란말이의 폭신함과 탄력, 달달한 맛의 조화로 초밥집의 실력을 가늠한다는 말이 있듯이
요리사의 실력을 알아볼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초밥이 이 계란말이니까요.

가격을 생각하면 충분히 만족.


연어알도 튼실, 오이도 사각거리는게 적당히 풍미를 더하는군요.
한국 회전초밥집으로 따지자면 접시당 3천원~4천원 정도의 퀄리티입니다.
이곳은 접시 색깔별로 가격 차이가 있는게 아니라 모든 품목 균일가이고... 한국 돈으로 1800원 정도였던가?


아~ 강군이 이 사진을 보면 얼마나 괴로워할까. T_T
알면서도 여행기라는 명목으로 고문을 계속할 수 밖에 없는 나는 죄많은 인간이군요.


이곳에 돌아다니는 초밥은 거의 종류별로 다 먹어봤습니다.
생선이 힘겨운 친구는 문어초밥이나 새우초밥이나, 그냥 초심자용으로 알맞은거 주워먹고 있군요.
이번만큼은 지갑 신경쓰지 말고 뜻한 바를 이루겠다는 일념으로 먹고 먹고 또 먹었습니다.


그래도 조금 절제하긴 해서 요 정도로 끝을 봤네요.

그닥 많이 먹은것 같지도 않군요. 역시 무의식적으로 지갑 잔고에 대한 걱정이 앞선 탓도 있고.
하지만 아쉽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참은 건 아니니까 만족합니다. 한국서도 이 정도 가격에 이 정도 퀄리티 초밥을 먹을 수 있다면
아마 일주일에 세 번정도는 찾아가서 꼬박꼬박 먹어줄텐데 말이죠.

배도 채웠겠다 이제 쿄토에 와서 구경하지 않으면 안되는 대표 볼거리 키요미즈데라(清水寺)로 향합니다.

해가 넘어갈 무렵 일행은 우메다(梅田)역으로 향합니다. 우메다는 북부 오사카시의 교통, 상업 중심지입니다.

남부 오사카의 요충지인 난바가 칸사이 공항의 관문과도 같은 곳이라면
우메다는 일본 칸사이지방 철도교통의 중심지가 되는 관문으로, 한큐선, 한신선, JR선등
일본 전국을 통하는 주요노선이 대부분 포진되어 있기 때문에 굉장한 번화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전철과는 달리 일본의 전철은 국영, 시영, 민영 등 여러 종류로 나눠진 터라 노선이 상당히 복잡한 편이죠.
환승역을 공유하는 곳도 있긴 하지만 이름만 같지 출입구가 완전히 분리된 역도 많기 때문에
한국처럼 2호선 타다가 5호선으로 갈아타야지 하고 편히 생각하다가는 괜히 출구로 나가서 요금 더내고 갈아타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합니다.

특히 이 우메다역은 전철뿐 아니라 신칸센 등 일본 주요 지역을 연결하는 곳이라
한신선 우메다역과 한큐선 우메다역, JR 우메다역이 각각 존재하는 굉장히 복잡하고 거대한 규모를 자랑합니다.
난바 지역처럼 주위에 먹고 놀고 즐길거리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거미줄처럼 얽힌 지하상가 지역은
쇼핑하기에는 오사카 최적의 장소 중 하나이기도 하고, 비즈니스 중심지역이라 거대한 고층 건물들일 빡빡히 들어서 있는 모습도 볼만합니다.


일행이 목표로 한 스카이빌딩은 우메다역에서 15분~20분 정도 도보로 걸어가야 하는 곳이라
일단 근처 파출소의 경찰에게 물어물어 길을 확인한 후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우어~ 칸사이 사투리를 구수하게 구사하는 남자 경찰이 조금 설명해 주려다가
옆의 여자사람 경찰분께서 그나마 표준어로 또박또박 설명해 주시는 덕에 이해하기가 편했네요.

확실히 토호쿠(東北)지방보다 칸사이(関西) 사투리가 더 알아듣기가 힘듭니다. 아주 지렁이가 굴러가는 듯한 느낌.

다리가 좀 뻐근했지만 속도가 느려지는 친구의 등짝을 채찍으로 몰아쳐가며(?) 열심히 걷고 걸어
주유패스 무료 쿠폰의 마지막을 장식할 스카이빌딩(スカイビル)에 도착했네요.

이곳 스카이빌딩은 오사카시에서 7번째로 높은 건물로, 보시다시피 양쪽 건물 사이를 에스컬레이터와 아트리움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원래는 4개의 빌딩을 세우고 그 중간을 정원화 하려는 계획이었지만 예산 부족으로 건물을 2개까지밖에 세우지 못했다는군요.

쇼핑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특히 동생분은 모르겠지만 저와 친구는 윈도우 쇼핑에도 전혀 관심이 없는고로
이곳 우메다는 공중정원을 공짜로 올라가지 않았다면 별로 찾아갈 만한 장소가 아니었습니다.


오늘로 기간이 만료되는 주유패스의 쿠폰을 마지막으로 사용할 때가 왔습니다.
아직도 저렇게나 많은 쿠폰이 남아있지만 실질적으로 저걸 이틀만에 다 돌아본다는건 불가능하죠.
가끔 미친척하고 저 쿠폰들을 다 쓰려고 방방 뛰어다니는 여행객들도 있긴 한데
그건 관광이 아니라 완수해야할 미션을 수행하러 가는 듯한 비장함까지 느껴집니다. ㅡㅡ;
거의 한 곳당 15~20분 이상 체류해서는 안되는, 도대체 뭘 구경하러 가는지조차 알수 없게 되어버리는 극한의 도전이죠.


친구가 쿠폰 뜯기 신공을 발휘하는 동안 동생분은 지도를 빤히 쳐다보고 있습니다.
저는 그냥 사진이나 열심히 찍고 있습니다.

야간이 되면 필카는 힘을 쓰기가 힘들기 때문에 낮동안 썼던 감도100 짜리 필름을 400짜리로 교체해서
최대한 쓸만한 녀석으로 만들어 놔야하기 때문에.

그냥 디카쓰면 되잖냐 라고 하실 분들도 있겠지만, 사진은 역시 그날그날의 느낌입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최대한 필름으로 느낌을 내 보려고 작정했기 때문에 어떤 난관이 닥쳐와도 닥치고 필름입니다.

그래도 이곳은 어제 방문했던 WTC 코스모타워 전망대보다는 사람이 많이 있더군요.
우메다란 지역 자체가 워낙 번화한 곳이기도 하고, 역시 주유패스를 이용하기 위해 찾아오는 외국인 관광객도 많습니다.
대부분이 한국사람들이었는데, 역시 주유패스의 이익을 가장 잘 챙기는 쪽은 한국 여행객들이 아닌가 싶네요.


일단 전망대 내부는 WTC 타워와 크게 다른 점은 없습니다.
높이는 WTC 타워가 훨씬 높기 때문에 약간 감흥이 덜할수도 있지만
베이 에이리어에 홀로 떨어져 독수공방중인 WTC 타워와 달리
스카이빌딩은 오사카시 최대의 번화가 우메다 중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화려한 야경을 감상하기엔 이쪽이 더 좋을지도.

오늘도 아침부터 열심히 돌아다니느라 녹초가 된 일행은 제가 장노출로 사진 찍어대는 동안 조금이라도 휴식을 취하는 중.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이런 야경좋은 전망대 위에
2인용 캡슐 호텔같은걸 창가에 주르륵 배치해 놓으면 (매트릭스처럼)
커플들이 많이 이용할 것 같은데 말입니다. 그럼 너무 노골적인 랜드마크 러브호텔이 되어버리는건가. ㅡㅡ;


셀카찍기가 거의 불가능한 필름카메라지만
창분에 비치는 조명 덕분에 셀카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전망대 내부는 조명이 창문에 반사되는 바람에 야경사진 찍기가 힘들지만
WTC 타워와는 달리 이곳은 야외로 나갈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이곳은 원형 정원이라 오사카시내를 360도 감상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분위기 좋더군요.
불행히도 삼각대가 없이는 장노출하기 알맞은 지지 장소가 없는고로 각도가 이렇게 하늘을 향하는 사진밖에 찍을 수가 없었네요.
뭐 이것도 나름 정취가 있는 것 같으니 만족합니다.

일단 뛰어내리려고 작정하면 멋있게 자살할 수 있는 곳이라 정원에는 경비원이 눈을 번뜩이고 있더군요.


위에서 두 번째 사진, 밑에서 스카이빌딩을 올려다 본 사진 중앙에 나온 공중정원을 위에서 본 모습입니다.
레스토랑, 기념품샵 등이 위치해 있는데... 헝그리 여행자들에겐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죠.

오사카 야경을 한바퀴 쭈욱 돌면서 구경한 후 다시 돌아가려고 하는데 동생분과 친구가 재미있는걸 발견했습니다.


이곳 공중정원은 야간이 되면 바닥이 반짝반짝 모래처럼 빛나는 야광 물질로 되어 있는데요.
빛을 밝혀주는 적외선 램프에 일행이 가지고 있는 손수건의 형광물질이 반응한 겁니다.
PD 수첩이나 불만제로 같은 프로그램에 나올법한 공포의 형광물질이지만
이곳에서는 그저 웃으면서 각자의 몸에 걸치고 있는 형광물질을 찾느라 바빴네요.
의외로 옷 여기저기에 형광물질이 많이 쓰이고 있었습니다. 천연 섬유로 만들었다는 제 버프도 아주 반짝반짝 빛을 발하더군요.
신발 쪽에도 환하게 불이 들어오고... 원래같으면 기분이 나쁠수도 있었겠지만 그냥 여행의 재미있는 헤프닝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스카이빌딩 관람을 마치고 우메다역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위치한 거대 전자상가 요도바시 카메라(ヨドバシカメラ)에 들렀습니다.
이쯤되서 식사를 한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
이곳 요도바시 카메라는 규모가 엄청나게 크더군요. 도쿄 아키하바라에 위치한 요도바시보다 훨씬 더 커보였습니다.

개인적으로야 카메라 매장에서 죽치고 싶었지만 그건 개인적인 취향일 뿐이라
옆에서 지루해할 일행을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리는 바람에 그냥 밥이나 먹으러 올라갔습니다.

오사카 도착때부터 계속 먹고싶었지만 자금사정때문에 횟수를 제한해야 하는 초밥을 좀 먹어보기로 했습니다.
이곳은 양에 비해 가격이 좀 센편이긴 하지만 초밥 품질은 평범한 회전초밥보다 훨 나은 편입니다.


저는 일단 성게알과 연어알이 포함된 세트를 주문했습니다. 제가 아주 좋아하는 메뉴죠.
탱글탱글한 연어알이 저를 유혹하고 있네요.


미국서 유학중인 친구 강군이 무지하게 좋아하는 성게알.
이 사진 보면 아마 또 고통에 몸부림치겠군요. ㅡㅡ;


기름기 흐르는 참치 뱃살도 좋아합니다.
적당한 품질에 배를 많이 채우기 위해서는 역시 회전초밥이 낫긴 하지만
회전초밥집은 내일 쿄토여행때 점찍어둔 곳이 있기 때문에 오늘은 무리 좀 해서 괜찮은 정식 세트를 먹습니다.


친구와 동생분은 무난한 세트를 시켰습니다.
아무래도 성게알같은 메뉴는 처음 도전하기엔 조금 독특한 맛과 향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특히 친구녀석은 생선을 거의 못먹는 타입이라 최대한 무난해 보이는걸 시켜야 했을 겁니다.


자금 여유만 널널했다면 저 혼자 이거 두 세트정도는 단칼에 해치울 수 있었는데...
그래도 진정한 초밥 사냥은 내일 쿄토에서 이루어질 예정이니 꾹 참으며 얼마 남지않은 초밥을 음미했습니다.

일정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온 후 저는 결국 짐 챙겨서 옆의 조그만 비즈니스 호텔로 향했습니다.
이틀 연속으로 코 고는 소리때문에 잠을 거의 못 잔터라, 오늘도 잠을 설쳤다간 내일 쿄토여행에 막대한 지장이 있을 것 같아서
결국 옆의 싸구려 비즈니스 호텔에 개인적으로 1박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참 여행이란 건 예측불가능이군요.

저는 성격이 굉장히 예민해서 조용한 곳에서 혼자 잘 때도 30분~1시간은 뒤척여야 겨우 잠이 들 정도라
바로 옆에서 코 고는 소리가 들리면 잠은 다 잔거나 마찬가집니다.

자기 코고는 소리때문에 쫓겨가는 제 모습을 보고 친구는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요. ㅡㅡ;
불행중 다행인지 숙소인 신세카이 거리는 굉장히 낡은 건물이나 숙소가 많아서
제가 찾아간 곳도 가족 단위로 꾸려나가는 조금만 민박이나 다름없는 곳이라
할머니께서 친절하게 안내해 주시고, 따뜻한 녹차까지 한 잔 대접해 주시더군요.

엄청 낡은 곳이라 나무로 된 히터, 고풍스러운 타일 욕조 등 1980년대로 워프한 듯한 느낌이었지만
친구의 코고는 소리에서 해방된 덕택에 평화스러운 하룻밤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시텐노지 구석에 자리잡은 혼보 정원(本坊庭園)은 문화유산은 아닙니다.
1903년 외국 귀빈들의 영접관으로 만들어진 정원이라 굉장히 신경써서 만든 정원이긴 하죠.


작은 폭포와 연못 등이 세심하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일본식 정원은 '보는' 미학의 정점에 달해있다고 소문이 난 만큼
4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정원의 다양한 풍경을 일반 관광객이 슬쩍 훑어보는 걸로 이해하긴 쉽지 않죠.
대부분 돈과 권력이 넘쳐나는 권세가들의 취미활동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느긋하게 내부를 걸어다니며 경치를 감상하다 보면 마음이 평온해진다고 할까.


하지만 여전히 가늘지만 줄기차게 내리는 빗줄기 때문에 일행의 발걸음은 그리 느긋하지 못했네요.
경험상 이런 정원은 여름엔 모기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니
겨울이나 가을에 오면 그 정취를 충분히 만끽할 수 있더군요.


관광객들에겐 귀찮은 비라도
봄이 다가오는 시기에 이런 식물들에게는 고마운 단비가 아닐까 싶습니다.


여러 색깔이 대비된 이런 모습도 하나하나 감상해가면 참 좋은데 말입니다.
이놈의 비때문에 집중이 쉽지 않네요. 그 덕분인지 정원 내부엔 사람이 거의 없었던 점은 좋았지만.


정원 내부엔 서양식 건물과 일본식 건물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이곳은 외국 국빈들의 영접관이었기 때문에 이런 형태가 되었죠.
도쿄의 유명한 정원인 리쿠기엔(六義園)이나 쿄토의 료안지(龍安寺) 정원에 비하면
조금 단촐하면서도 조밀한 느낌이 들어, 일본 정원의 아늑한 정취를 나타내기에는 약간 화려하지 않은가 싶은데
그래도 굉장히 신경써서 만든 정원임에는 틀림없습니닫.


인공적인 느낌이 강하게 드는 일본식 정원은 제가 그리 좋아하는 타입은 아니네요.
정원을 둘러보고 정말 가슴 시원한 느낌을 받았던 곳은 리쿠기엔 정도가 유일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일본식 정원은 조경 방법에도 일정한 형식이 있고
제작자의 의도가 들어가 있는 배치 등등 유심히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요소가 많아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제대로 음미하기 조금 힘든 느낌도 있으니까요.


예를 들면 이런 형식.
가지런히 배열된 모래정원은 '물'을 의미합니다.
중간에 솟아난 돌이 육지, 혹은 섬을 의미하니까, 이런 단정한 빗살무늬는 물의 파장을 그린 것이죠.

예전에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도 쓴 적이 있는데, 활동을 위한 공간인 서양식 정원과의 가장 큰 차이가
이런 식의 감상하기 위한 공간으로서의 목적이라고 합니다.


열심히 정원을 손질중인 아저씨들을 슬그머니 뒤로 하고
들어가도 될 듯한 건물 내부로 들어왔습니다. 출입금지란 말이 없었으니 들어가도 되겠죠.
사람이 워낙 없어서 사람들 따라가기도 힘들고 왠지 우물쭈물한 느낌.
뭔가 문화재틱한 것들이 몇 점 장식되어 있었습니다만 앞선 보물전에 비해서는 그닥 눈길을 끌 만한 수준이 아니었네요.

이런 곳에 앉아서 차 한잔 마시며 새소리 지저귀는 정원을 바라보면 그것 참 절경일것 같은데.

이곳 혼보 정원은 따로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 하는 곳이라 크게 인기가 있진 않습니다.
저도 주유패스 무료 입장권이 없었다면 절대로 돈내고 들어가지 않았을 곳.
이곳 시텐노지에서 주유패스를 이용해 얻은 이익금은 800엔 정도.
오늘이 주유패스 사용가능한 마지막 날이니 열심히 본전을 찾아야 합니다.

혼보 정원을 끝으로 시텐노지 관람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드디어 비가 그쳐갑니다.
비를 피하느라 휴게실에 죽치고 앉아서 과자와 음료수를 마셔댄 터라 배가 고프진 않지만
일부러 맥도날드에 들어갔습니다.

오늘부터 새로 판매 개시하는 버거가 있어서 맛을 보려구요. ^^
일본에서는 기간한정 햄버거나 콜라 등이 선보이기 때문에 한번 가서 먹어보는것도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
작년 홋카이도 여행 때 마셨던 한정 차조기맛 펩시콜라도 산뜻한 경험이었습니다.
궁금한 분은 홋카이도 여행기를 참조.


오늘부터 개시한 신제품 버거는 이름도 터프한 텍사스 버거!
두툼한 100% 쇠고기 페티와 치즈, 베이컨, 과자처럼 얇게 튀겨낸 양파 등이 BBQ 소스와 버무려져 있습니다.
일단 맛은 합격점에 들어가더군요. 버거 차제의 크기는 그리 크지않지만 탄력있는 페티가 만족스러웠네요.
한국에서는 버거킹의 와퍼급 이상은 되는 수준입니다. 롯데리아 따위의 장난감 페티와는 질이 틀리네요.

가격도 싼 편은 아니지만 먹어볼 만한 녀석이었습니다. 일본에서는 계속 버거의 '와일드'함을 강조하는데
도대체 일본인의 텍사스에 대한 관념이란... ㅡㅡ;


버거로 배를 채운 후 일행은 다음 목적지인 오사카성(大阪城)으로 향합니다.
오사카 여행하면서 가장 만감이 교차하는 곳이 이 오사카성이라고 생각하는데...
토요토미 히데요시 생전의 화려했던 오사카 문화의 정점에 달한 곳이라
장엄한 주변 경관과 우뚝 솟은 텐슈가쿠(天守閣)의 모습에 놀라며 구경하다가도
정작 오사카성 안에 들어가면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게 되기도 하는 복잡미묘한 곳이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오사카에 와서 오사카성을 보지 않는것도 좀 그렇고...
문화재로서의 가치는 오직 그 거대한 성 주변의 풍경에만 조금 존재하는 애매한 장소입니다.
이런 멋진 화장실에 더 눈이 가는군요. 거참 세련되게 지었습니다.


오사카성 주변엔 공원도 있고 하니 날씨 좋을때 가면 성 자체보다 주변을 거닐면서 시간을 보내기엔 그만입니다.
오늘은 비도 무지하게 왔고, 겨울이라 공원은 있으나 마나한데다,
주유패스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여러군데를 돌아봐야 하기 때문에 마음은 조금 급합니다.

역시 돈없는 서러움인가요. 왠지 오사카 여행은 주유패스의 원령에 사로잡힌 듯한 느낌이... ㅡㅡ;

유명한 관광지다 보니 한국인 관광객들이 무지하게 많이 보입니다.
젊은이들로 구성된 단체부터, 가이드를 동행한 나이 지긋하신 분들까지.


오사카성의 문화적 가치는 텐슈가쿠가 아닌 외부 성벽에 있습니다.
이거 거대하기 짝이 없는 성벽은 오사카성에서 4번째로 큰 바위라고 하는군요.
그냥 찍어서는 도저히 크기를 가늠할 수 없어서 동생분을 세워뒀습니다.



성문도 웅장하고, 2중으로 물이 가득 찬 해자도 깊고 (내부 해자는 지금은 물이 없이 비어있습니다)
그야말로 난공불락의 이름에 걸맞는 천해의 요새였던 오사카성도
토쿠가와 시대의 새로운 바람에는 버텨내지 못했었죠.

여기서 재미삼아 그 당시의 역사에 대해 살짝 주절거려 보자면
히데요시 사후 토쿠가와가 실권을 잡게 되자 히데요시의 아들 히데요리는 이곳 오사카성에 유배됩니다.
하지만 토쿠가와가 실권을 잡은 후로도 히데요시의 추종세력은 여전히 강세를 떨쳤고
특히 히데요시의 아들 히데요리가 오사카성에 살아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었습니다.

토쿠가와는 히데요리의 재산을 탕진시키기 위해 그에게 쿄토에서 지진으로 무너진 호고지(方廣寺)를 재건하라는 명을 내립니다.
호고지는 원래 히데요시가 천하 통일후 그의 업적을 과시하기 위해 지은 사찰이었기 때문에
이를 재건하라는 말은 토쿠가와가 자신들과 화해하기를 바라는 제스처라고 착각한 히데요리는
기쁜 마음으로 호고지를 재건하게 됩니다.

하지만 영악하기 그지없는 토쿠가와는 재건된 호고지 내부의 종에 새겨진 문구를 트집잡기 시작했습니다.
국가안강 군신풍락 자손은창(國家安康 君臣豊樂 子孫殷昌) 이라는 문구였는데요.
이는 '국가는 평안하고 군신은 즐거우며 자손은 번창한다' 라는 뜻이었지만
'國家安康'의 '家'와'康'는 이에야스 (토쿠가와의 이름)를 뜻하며, 그 사이에 글자를 집어넣은 것은
토쿠가와 가문을 반으로 쪼개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라 했고
'君臣豊樂'의 '臣豊'의 발음은 '토요토미'이니, 이는 토요토미의 자식이 다시 번창할 것이라는 의미니
결국 토요토미의 후손이 토쿠가와를 멸망시키고 다시 천하를 잡겠다는 의도가 포함된 문구라고 억지를 부린 것입니다.

이 문구는 실제로 쿄토의 호고지 종에 새겨져 있는데, 그야말로 깨알같은 수천 자의 글자 중 저 3문만 발견해내는 것 자체가
처음부터 토쿠가와의 의도는 토요토미 가문의 씨를 말리겠다는데 있었다는 걸 반증해주고 있었죠.


히데요리는 그제서야 토쿠가와의 원래 목적을 알아채고 탄식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1614년, 압도적인 군사를 이끌고 오사카성으로 진격해 온 토쿠가와였지만 난공불락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2배가 넘는 군세에도 불구하고 오사카성은 함락되지 않았습니다.

오사카성의 넓고 깊은 2중 해자는 그야말로 철벽의 수비력을 자랑했기 때문에
이대로는 도저히 함락이 힘들다고 생각한 토쿠가와는
'화해의 뜻으로 바깥 쪽 해자를 메운다면 병력을 철수하겠다'는 전갈을 히데요리에게 보냅니다.
때는 이미 겨울이라 해자가 얼어버릴 위험성도 있었고, 처음부터 절대적 열세였던 히데요리는
그 말을 믿고 첫 번째 해자를 흙으로 메워 버립니다.

하지만 6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1615년 여름이 되자 다시 토쿠가와는 병력을 이끌고 오사카성을 공략합니다.
이제 이유따위는 아무 필요없죠. 어찌보면 히데요리라는 인물 자체가 이런 난세에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을 겁니다.
위 사진에 보이는 내부 해자 하나만 남은 오사카성은 결국 추풍낙엽처럼 함락되고, 히데요리는 자결합니다.
이로서 토요토미 가문과 그 지지자들은 대부분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일본 전국은 토쿠가와에 의해 통일되고 전국시대는 끝을 맺으며 태평성대의 시대가 열리는가 싶었지만...
뭐, 주군을 잃은 수많은 낭인들이 배출되고 그에 따른 부작용 어쩌구 하면서... 막부 시대는 지속되었습니다.


역사 이야기는 이쯤 하고
실제로 오사카성에서 제일 볼만한 녀석은 이 놈이죠.
오사카성에서 가장 큰 바위덩어리입니다.

도대체 이걸 어디서 가져와서 어떻게 성벽으로 사용을 한 건지...
저는 속에 작은 돌덩어리들을 붙여놓은게 아닌가 싶었지만 옆의 설명문을 보니 그냥 바위 한덩어리라네요.


드디어 텐슈가쿠가 보이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날씨도 날씨고 관광객은 한국인 말고는 거의 보이지 않네요.
여기까지 왔으니 이런 사진도 좀 찍어봐야죠.
그런데 어째 역할이 좀 바뀐 것 같습니다그려?


동생분이 일본에서 한번 먹어보고 싶다고 했던 단고를 일단 먹어주고 오사카성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방금 만들어내서 따끈따끈한 단고는 저도 처음 먹어보는군요.

자전거 여행때 편의점에서 단고를 자주 찾아먹었었는데
탄수화물 덩어리라 체력유지에도 도움 되고
엿이 가득 발라져 있어서 자전거 여행하면서 피로할때 직빵이고
가격도 4꼬치에 99엔밖에 하지 않는 저렴한 간식이라 아주 유용했습니다.

참, 자전거 여행하면 자동적으로 짠돌이 거지생활을 하게 되는군요. ㅡㅡ;


단고라고 해서 딱히 특별한 맛이 있는건 아니죠.
그냥 달짝지근한 엿에 쫄깃쫄깃한 떡의 감촉이 입을 즐겁게 해 줄 뿐.
가게 안에 앉아있으니 아저씨께서 차도 내 주셨습니다.

피로를 풀면서 단고를 씹어먹는 기분도 여행 중간의 멋진 경험이네요.


텐슈가쿠도 주유패스로 무료 입장이 가능합니다.
이걸 쓰면 오늘 하루 주유패스로 즐긴 무료입장도 1400엔이나 되는군요.
저녁에 스카이빌딩 전망대까지 무료로 올라가면 주유패스로는 충분히 이득을 본 셈이니 괜히 기분이 좋아집니다.

저 앞의 호랑이 그림은 뭘까요.


2010년이 호랑이해니까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소원을 모아서 호랑이 모양으로 만든 것이라 하네요.
일본어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언어가 모여있습니다. 근데 다들 소원이 좀 재미가 없더군요.


한참 찾은 끝에 저를 만족시킬만한 소원을 하나 찾았습니다.
저도 저 소원이 이루어졌으면 정말좋겠네~


실질적으로 오사카성을 구경하는 재미는 여기까지입니다.
화려하기 그지없는 텐슈가쿠의 외부에 비해 내부는 그저 평범한 박물관에 불과하죠.

애초에 몇 번씩이나 부서지고 무너지고 한 탓에 형체조차 남아있지 않던 녀석을 1930년 경에 다시 세운 것이니
문화 유적으로서의 가치는 아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긴 한데
내부를 유적처럼 만들어 놓지도 않고 그냥 각종 기념품점과 엘리베이터, 영사기가 포함된 전시실 등으로 꾸며놓아서
겉만 번지르르한 현대식 건물이나 마찬가지 인상이더군요.


물론 관광이라는 입장에서는 그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만
원래 오사카도 쿄토만큼이나 일본의 오랜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곳인 만큼
이런 식의 구성은 개인적으로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군요.

오사카는 부산, 쿄토는 경주라는 말이 딱 맞는 듯. 오사카에서 전통 문화의 향기를 느끼기엔 좀 부족합니다.
그나마 텐슈가쿠 정상의 전망대에서 오사카 시대를 한번 훑어보면
토요토미 가문의 화려했던 전성기를 조금이나마 체감해볼 수 있긴 했습니다.


전망대 아래쪽으로는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일생나 전국시대에 대한 설명
오사카성에 대한 역사 등등을 둘러볼 수 있는 박물관이 조성되어 있지만
이곳 폐관시간이 5시인 고로, 느긋하게 둘러볼 수 있는 시간도 없고 그닥 흥미도 없고 해서
재미있는 방법으로 전시된 히데요시의 일생에 대한 전시관만 후다닥 둘러보고 나왔습니다.
2D와 3D가 결합된 전시방법으로... 직접 가서 보면 그냥 한번 씨익 웃을만 한 구성이더군요.

뭐, 한국인들에게는 워낙 또라이색히로 인식되어있는 히데요시라 굳이 한국인이 여기서 이런거 볼 일도 없을 것 같고.

슬슬 날도 저물어가고 왠지 씁쓸한 느낌과 함께 오사카성을 뒤로 했습니다.
이제 우메다(梅田)에 있는 공중 정원 전망대를 향해 출발합니다. 가다보면 해도 질 것 같으니 멋진 야경을 감상할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