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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포잔'에 해당하는 글들

  1. 2010.01.31  오사카 여행기 4편 - 명물 카레와는 연인도 아닌데 텐포잔 관람차 20
  2. 2010.01.29  오사카 여행기 2편 - 산타~ 마리아~ 17


여행의 묘미란 예측할 수 없는 여러 사건들이 한 몫을 합니다.
카이유칸 이후로 구경해보려고 했던 나니와 우미노지쿠칸(なにわ海の時空館)은 개장시간이 오후 5시까지였는데
카이유칸을 서둘러 나왔음에도 이미 3시가 넘어버린 시간이라 거의 반쯤 포기상태.

우미노지쿠간은 주유패스를 이용해 공짜로 들어갈 수 있었음에도, 1차 목표가 카이유칸이었던 탓에 뒤로 밀려버렸군요.
카이유칸 건너편에 보이는 산토리 뮤지엄(サントリーミュジアム)에 낯익은 그림체가 눈에 들어옵니다.
슬램덩크, 베가본드로 유명한 만화가 이노우에 타케히코씨의 전시회가 개최되고 있군요.
들어갈까 말까 하면서 일단 뮤지엄쪽으로 향해 봅니다.


특별 전시회라서 관람료가 꽤 비싸더군요. T_T
제가 이 작가를 많이 좋아했다면 그 돈내고라도 들어갔겠지만
공교롭게도 슬램덩크 이후 작품에는 관심이 없던 터라 그냥 회장 앞에 전시된 거대한 일러스트 한 장 찍고 나왔습니다.
왼쪽에 살짝 보이는 액자가 사람 정도의 높이입니다. 저렇게 프린트하려면 도대체 얼마나 들런지... ㅡㅡ;

지난번 히로시마 여행 때 이 작가의 다큐멘터리가 방영되던데, 슬랭덩크 연재 당시 NBA 화보집 트레이스 사건 때문에 말도 많았지만
베가본드 연재 이후 그 특유의 작품에 대한 집착이 잘 나타난 방송이었습니다.
단 1페이지의 얼굴 표정이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아 이틀 밤을 지새고 발버둥을 치면서도 결국 마감시간을 지키지 못하는 걸 보니
역시 창작가로서 자기 의도를 제대로 표현해내지 못할 때의 그 죽고싶은 심정은 장르를 불문한다는 걸 실감했네요.


뭔가 어정쩡한 시간이지만 아직까지 장소를 이동하지 않는 것은
사진 너머의 저 관람차를 타기 위해서입니다.
저런 관람차는 역시 야경을 보는게 재미있기 때문에 일부러 해질 때까지 기다리는거죠.
기다린다고 해봐야 그냥 시간만 때우는 건 아니고, 아직 이 주변엔 둘러볼 거리가 많이 남았습니다.


카이유칸 들어가기 전에 묘기를 선보이던 장소엔 다른 팀이 불쇼를 펼치고 있군요.


위험하기 그지없는 2인 저글링이지만 훌륭하게 해냈습니다. 아이들이 굉장히 좋아하더군요.
공연이 끝나고 새끼 아이들이 쪼르르 달려나와 돈을 건네주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돈을 받는 공연인줄은 몰랐네요.


일단 배는 별로 고프지 않지만 나름 명물 볼거리라고 소문이 난 곳으로 향했습니다.
마켓플레이스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나니와 쿠이신보 요코쵸(なにわ食いしんぼ橫丁)입니다.
1960년대 오사카 시장거리를 재현한 좁고 어두운 음식거리인데요, 이런 식의 마케팅은 예전부터 일본에서 인기였습니다.

도쿄 오다이바의 다이바 잇쵸메(台場一丁目), 삿포로의 라멘공화국(らめん共和国)등등
대부분 일본의 1950~70년대를 재현해놓은 정겨운 모습으로 사람들의 발을 끌어들이죠.
일본인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시대였던가 봅니다.

하지만 이곳 쿠이신보 요코쵸는 앞서 말한 두 곳에 비해 확연하게 음식의 질이나 다양성에서 떨어지는 듯 합니다.
다이바 잇쵸메야 워낙 막강한 자금력으로 승부하는 곳이고, 라멘공화국은 일본 굴지의 라멘집들이 모여 각축하는 곳이라
이곳은 그냥 예전부터 인기있었던 추억의 음식들 그 자체로 승부하는 조금은 소박한 느낌이네요.


가이드북에도 소개되었던 카레집에 들어가서 한 접시 먹어봅니다.
지유켄(自由軒)이라는 상점에서 처음 시도한 이 독특한 카레는 이미 나이를 100년이나 먹은 일본의 고전 카레로서 유명하죠.
카레 이름도 명물카레(名物カレー)입니다. ^^
지금은 인도에 이어 세계 2위의 카레 소비국인 일본이지만, 그 당시엔 카레를 맛있게 먹는 방법이 통일되어있지 않아
최대한 일본인의 입맛에 맞게 연구를 거듭한 끝에 만들어진 음식입니다.

요즘 카레와는 만드는 방법도 판이하게 다른데요. 일단 양파와 버터, 소고기를 살짝 볶은 다음
닭뼈를 고아 만든 육수와 카레가루를 섞은 후, 밥과 함께 볶아주면 명물카레가 완성됩니다.

카레 중앙에 저렇게 생달걀 하나 얹어주는게 포인트죠. 달걀에 살짝 간장소스를 뿌린 후 비벼먹으면 됩니다.
뭐랄까 정말 일본인들이 고안해낼 만한 느낌의 카레였습니다. 크게 맵지도 않고 계란 덕에 담백한 맛이 부각되네요.
중간중간 아삭하게 씹히는 양파의 감촉도 특이하죠. 이 녀석은 루를 오랫동안 숙성시키는 타입이 아니라
현재의 진득한 맛을 기대하면 실망할 수도 있지만, 일본의 카레 역사에 이름을 남긴 독특한 녀석이니 시식해 봤습니다.


마켓플레이스로 돌아와 아이스크림을 씹어먹는데 무녀복을 입고 건물 내부를 돌아다니는 무리를 발견.
초등학생쯤 되어보이는 어린이들이 예쁘장하게 치장하고 이곳 손님들에게 복을 빌어주고 있습니다.
뒤쪽의 케논 플래그쉽을 들고 열심히 찍고 계시는 분은 로리 오타쿠가 아니라 관계자분이니 오해는 금물.

그러고보니 마켓플레이스 중앙 공연홀에서 아이돌 그룹같은 애들이 춤추고 노래도 하던데
상가 활성화를 위해 여러가지 이벤트를 마련하고 있군요. 우리도 보고 배울만한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런 애들이 웃으면서 금방울 흔들어주면 좋다고 쫄래쫄래 따라다닐 오덕들이 있을 테니까 말이죠.


마켓플레이스 내부에서 유리공예점을 발견, 동생분과 저는 가족들에게 선물로 줄 기념품을 고르는데 열중했습니다.
수공예로 만든 것들이라 완전히 똑같은 것들이 없더군요. 고민고민하며 둘러본 끝에 형님부부 드릴 예쁜 부엉이 한쌍을 구입.
원래 사진촬영이 금지된 곳인데 친구녀석이 밖에서 찍었네요. 뭐, 전시품을 확대해서 찍은게 아니니 괜찮겠죠.


훗날 친구가 들고 있던 제 카메라 사진을 재생해보니 이런 것도 찍었더군요.

ㅡㅡ;

ㅡㅡ;;;;;

노코맨트.


이곳 마켓플레이스엔 예전에 한때 화제가 됐던 닌자저택도 있습니다.
현지인보다는 외국인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겠죠.
애니메이션부터 온갖 닌자틱한 잡동사니들을 모아서 팔고 있습니다.
입장료를 내고 안으로 들어가면 여러가지 닌자에 대한 왜곡된 지식(?)을 체험할 수 있는 장소도 있는데
제가 저기 돈내고 들어갈 리가 없죠.

여담으로, 일본엔 마을 전체가 닌자 관련 내용으로 구성된 곳도 있습니다.
사가현(佐賀県)의 우레시노(嬉野)시에 위치한 히젠 유메카이도(肥前夢街道)라는 테마파크에서는
모든 직원들이 닌자복을 입고 돌아다니며, 수리검 던지기, 사금 캐기 등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죠.
역사적 사실과는 한참 동떨어졌지만 그래도 상업성이 있다면 뭐든 활용하는 능력은 참 대단합니다.


슬슬 해가 저물어가고 있으니 관람차로 향합니다.
탑승료 700엔이지만 주유패스의 할인쿠폰을 이용해 630엔으로.
조금씩이라도 아낄 수 있을때 최대한 아끼는게 여러모로 이득이니까요. 세 명 합쳐서 210엔 절약이면
음료수 두 개 뽑아먹을 수 있는 돈입니다 넵.

친구가 높은곳을 아주 무서워해서 오기로 타게 된 관람차입니다. ㅡㅡ;
배려심이 철철 넘치는 저는 일부러 친구를 위해 바닥부분이 투명하게 되어 있는 씨스루 관람차를 20여분이나 기다려서 잡아탔죠.
결코 놓지 않는 저 왼손이 지금 친구의 심정을 잘 나타내주고 있습니다.

항상 지적하긴 하죠. 그거 암만 잡고있어봤자 진짜 떨어지면 어차피 몰살이여.


몇 개 없는 씨스루를 타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합니다.
이곳 텐포잔 관람차는 높이 112m의 세계 최대급 관람차로, 한바퀴 도는데 약 15분이 소요되죠.
날씨가 좋을 땐 칸사이 공항까지 보입니다. 날씨가 안좋아도 화려한 야경을 즐기기엔 이만한 게 없네요.


원래 연인들끼리 염장질하는데 특화된 게 이 관람차라는데, 저희 일행이야 뭐...
사진 밑부분의 판넬식 구조물이 마켓플레이스, 녹색으로 장식된 묘한 모양의 건물이 카이유칸입니다.
카이유칸의 오른쪽엔 오늘의 항해를 마친 산타마리아 호가 휴식을 취하고 있군요.


15분동안 빼도박도 못하니 느긋합니다.
저는 친구를 놀려먹으며 사진이나 찍고, 동생분은 그 와중에도 가이드북을 뒤적이며 학구열을 불태우는군요.


여기서 잠깐 토막지식을 열거해 보자면
오사카시의 면적은 220㎢ 밖에 되지않습니다만, 인구는 270만명으로 상당한 인구밀도를 자랑합니다.
제가 서식하는 대구시 면적이 884㎢ 인데도 인구는 250만명 정도인것을 비교하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일 갈 듯.
한국에서 면적당 인구비율이 오사카시보다 높은 곳은 서울밖에 없습니다.


해가 완전히 질 무렵 관람차는 서서히 밑으로 내려오는군요.
건너편에 많은 즐거움과 아쉬움을 동시에 선사한 카이유칸의 모습이 보입니다.


밤이 되면 관람차는 화려하게 빛나는데요.
관람차 색깔은 내일의 날씨를 예보하기도 합니다.
녹색은 흐림이네요. 사진 찍는데 조금 아쉽긴 하지만 여행때는 비만 오지 않아도 감지덕지죠.


하루종일 서성거렸던 텐포잔을 뒤로하고 일행은 서둘러 다음 목적지로 향합니다.
대부분의 볼거리들이 5~6시에 문을 닫아버리는 오사카에서 저녁 늦게 구경할 수 있는 것은 무엇?

정답은 전망대입니다.
크고 높은걸 좋아하는 오사카인들답게 시내 군데군데에 관람차, 전망대 등이 산재해 있죠.
그러고보니 숙소에서 엎어지면 코닿는 거리에 있는 츠텐가쿠도 못가봤는데
멀리 전철타고 와서 전망대 찾아 두리번거리는 모습도 참... ㅡㅡ;


다음 목표는 베이 에이리어 내부에 있는 WTC 코스모타워 전망대입니다.
물론 주유패스로 무료 관람이 가능하니까 이렇게 기를 쓰고 찾아가는 것이죠. 돈내야 했으면 애초에 관심도 없음.
WTC 코스모타워는 서일본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256m)
이곳에 가려면 난코 포트타운선(南港ポトタウン線)으로 바꿔타고 트레이트센터앞 역으로 가야합니다.


이미 늦은 시간이라 어차피 코스모타워와 연결된 무역센터의 쇼핑 거리는 문을 닫았을 테고
오늘은 전망대를 구경한 후 화려한 밤문화를 즐기려 오사카 최대의 번화가 도톤보리로 향하는게 마지막 일과네요.


이 포트타운선은 뉴트램이라는 애칭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데
도쿄의 오다이바(お台場)를 순환하는 무인 모노레일 유리카모메(ゆりかもめ)와 비슷한 녀석입니다.
승무원이 없는 모노레일은 일행들끼리 장난치기 좋죠.


매거진에 장전된 필름이 딱 한장 남아서 의미없이 친구 사진을 떡하니 찍었습니다.
피곤한듯한 눈이 참 인상적이시네요.

뒤로 젖혀진 동생분의 고개에서도 삶의 고단함이 느껴집니다.
원체 느긋한 컨셉의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이번엔 일행들에게 여러가지 많이 보여주겠다는 일념으로
평소보다 조금 더 많은 곳을 둘러보는 중이라서 아무래도 좀 힘들어하는 기색이 보이네요.
이런 여행도 한두 번 해보면 금새 익숙해져서 새벽부터 새벽까지 마구 돌아다닐 수 있으니 미리 연습해 보는것도 괜찮습니다.



본격적으로 오사카 여행의 첫 아침이 밝아옵니다.
숙소에서 옹기종기 모여 잠을 청했는데, 친구는 코 골고 동생분은 이를 갈아서 제가 상당한 수면부족에 시달렸습니다.
동생분 말로는 저도 새벽에 코를 골았다고 하는데... 저도 어지간히 피곤했나보네요. ㅡㅡ;

저는 잠을 깊게 자는 편이 아니라 잠자리에 누워도 30분~1시간은 뒤척이다가 겨우 잠이 드는데
친구는 일단 눈만 감으면 잠이 들고, 잠이 들자마자 코부터 고는 타입이라 피해가 극심했습니다.


숙소는 오사카를 여행하는 헝그리 한국여행자라면 꽤나 알고 있을듯한 '그린 파인'입니다.
한국인 아주머니께서 운영하시기 때문에 언어의 문제가 없는 고로 많이들 이용하시더군요.
민박치고는 시설도 깨끗한 편이라 저렴하게 이용하려면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하지만 전 다음에 오사카 갈 때는 다른 곳을 이용해보려고 해요. 두번 세번 꼭 찾아갈 만큼 큰 임팩트가 있던 숙소는 아니라서.
이곳 숙소의 임팩트라면 무료로 비치된 PC와 화장실과 욕실의 분리, 그리고 욕탕 안에 TV가 있어서 목욕할 때의 즐거움이 는다는 점 정도입니다.


원래 3인실을 쓰려고 했는데 첫날엔 방이 없어서 이 날만 5인실을 쓰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요금은 3인실 분을 냈기 때문에 조금 횡재했다 싶었죠.
훗날 3인실에 들어가서 안 사실이지만 5인실과 3인실 차이는 그닥 없었네요. 거의 같은 느낌으로 생활했습니다.
한국인 민박답게 바닥에 전기매트도 놓여져 있어서 밤에 따뜻하게 잘 수 있었습니다.


화장품집 자식답게 다양한(?) 화장품을 바르는 친구 일행.
이렇게 말하면 분명 태클이 들어올겁니다. 아주 기본적인 것만 가지고 왔다고 하네요.
전 1년중 여행할 때 바르는 선크림이 주력일 만큼 평소에 스킨이나 로션이나 전혀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라...
제 입장에서 보면 누구나 많이 바르는 걸로 인식이 됩니다.
피부를 위해서라면 역시 스킨이나 로션이나 꾸준히 발라줘야 하는 걸까요?

오늘부터는 3인실로 바꿔야 하기 때문에 짐 챙겨서 로비에 놔 두고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합니다.

에비스쵸역에서 처음으로 주유패스를 이용해 전철을 탈 때의 쾌감이란...
비싼 교통비를 이틀간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묘한 이득감은 전철을 타면 탈수록 득본 것 같아서 즐겁습니다.

일단 오늘은 오사카의 즐길거리가 잔뜩잔뜩 모여있는 베이 에이리어(Bay Area)로 향합니다.
성년의 날과 겹치는 바람에 오늘 여러군데를 제대로 둘러볼 수 있는 곳은 거의 이곳이 유일하기 때문에...
베이 에이리어는 섬에 가까운 반도 형태를 띄고 있는 인공 구조물로, 오사카 최대의 테마 파크들이 모여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오사카에서 돈을 가장 많이 집어먹는 유니버셜 스튜디오 오사카와, 세계 최대의 수족관 카이유칸(海遊館), 나니와 우미노지쿠칸(なにわ海の時空館) 등등
하루이틀로는 제대로 둘러보기 힘든 볼거리들이 이곳에 옹기종이 모여있습니다.

불행히도 이곳들은 우미노지쿠칸을 제외하면 대부분 주유패스로 무료입장이 불가능한 곳입니다.
할인 쿠폰으로 쥐꼬리만큼 할인은 가능한데, 유니버셜 스튜디오 같은 경우는 하루에 1인당 1만 2천엔 정도는 먹고 쓰고 할 각오을 해야 할 정도로
돈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애초에 목표 대상으로 선정하지도 않았습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관광객이라면 유니버셜을 결코 놓쳐서는 안될 최고의 테마파크니 무조건 가보셔야겠지만
동물을 좋아하는 저와 동생분이 속한 저희 일행은(친구는 동물 안좋아합니다. 오늘 고역일듯) 베이 에이리어의 최우선 목표를
카이유칸으로 정했기 때문에 유니버셜은 가뿐한 마음으로 패스합니다.

하지만 카이유칸은 입장료 2000엔 중, 주유패스의 할인권을 이용해도 100엔 밖에 할인이 되지 않기 때문에
오늘 주유패스의 뽕을 뽑기 위해 이용할 볼거리는 오사카항을 한바퀴 돌아보는 산타마리아 호가 되겠군요.
1600엔이나 하는 승선료가 주유패스만 있으면 무료(!)이기 때문에 주유패스를 이용하면서 이걸 타지 않으면 너무나 아깝습니다.
게다가 타이밍 한번 기가 막히게, 산타마리아 호는 제가 베이 에이리어에 갔던 1월 11일 당일을 마지막으로 휴무에 들어가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오늘을 베이 에이리어 돌아보는 날로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아침 일찍 베이에이리어에 도착했습니다.
 
코스모스퀘어 역(コスモスクエア 駅)에 내려서 카이유칸 쪽으로 걸어가면 맨 먼저 눈에 들어오는 관람차입니다.
텐포잔(天保山)이라고 이름지어진 이 구역은 홍수방지를 위한 오사카항 준설작업중 남은 토양분으로 세워진 곳으로
표고 4.53m에 불과한, 언덕수준도 안되는 구릉지지만 '산'으로 등록되어 있기 때문에 현재 일본에서 가장 낮은 산으로 기록되어 있죠.
그냥 가면 사실 이곳 어디가 산인지도 모릅니다. ㅡㅡ;


텐포잔 구역은 카이유칸, 마켓플레이스, 산토리 뮤지엄(サントリー ミュジアム) 등등 베이에이리어의 중요 시설들이 모여있는 곳입니다.
느긋하게 즐기면 최소 이틀 이상을 꼬박 둘러봐야 할 정도의 규모라서 시간이 촉박한 일행은 아쉽지만 몇 군데를 생략할 수 밖에 없네요.

오사카 최대의 관람차인 이곳은 높이가 이미 지난번 포스팅에서 언급했던 츠텐가쿠보다 더 높습니다.
이곳 역시 700엔의 입장료중 주유패스로 10%인 70엔밖에 할인되지 않지만, 630엔 아끼려고 이곳의 야경을 포기할 순 없으니
저녁에 해 지고 나면 한번 타 볼 예정입니다.


근처 맥도날드에서 런치메뉴 할인으로 배를 채우려고 11시까지 기다렸다가 주문을 했습니다.

그런데 주문하고나서야 알았지만 오늘은 성년의 날! 공휴일이었던 겁니다. T_T
한국과는 다른 공휴일 때문에 쓸데없이 시간만 잡아먹다가 제돈 다 내고 햄버거를 먹게 됐네요.
따라온 친구와 동생분에게 민망한 꼴이란 꼴은 다 보입니다.
어쨌든 맛있기는 맛있었습니다. 제가 자전거 여행때 맛있게 먹었던 달맞이버거(月見バーガー)는 사라졌더군요. 기간한정인가봅니다.


배도 채웠겠다 산타마리아 호를 타러 다시 텐포잔으로 향합니다.
중간에 모이를 주는 분 곁으로 참새들이 빼곡이 몰려들어 있길래 재미있게 구경했네요.


거대한 비둘기가 참새들 모이를 뺏어먹는 장면도 연출되었습니다.
뭐,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요. 적어도 동물들한테야 틀린 말은 아닙니다.


배를 타러가던 도중 또 일행의 눈길을 사로잡는 이벤트가 있었으니...
이곳 카이유칸에서 살고 있는 펭귄들의 행진 쇼가 마침 열리고 있었습니다.
짧은 거리를 그냥 왔다갔다 할 뿐인 소소한 이벤트지만 펭귄을 이렇게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도 드물죠.


어른 아이 할것없이 뒤뚱거리는 펭귄을 보며 즐거워했습니다.
동물을 안좋아하는 친구는 그냥 멍하니 쳐다보기만 했구요. ㅡㅡ;
저와 동생분은 신나게 사진 찍고 놀았습니다.
카메라를 라인 안으로 넣어서 사진 찍지 말아달라고 하는 진행요원의 부탁도 잘 지켜주는 편이었네요.


20m도 안되는 거리를 왕복한 펭귄들은 다시 눈이 가득한 장소로 이동해 있습니다.
이녀석들 카이유칸으로 다시 들어가는게 아니라 그냥 여기 있다가 시간 되면 또 걸어나가고 하는 듯.
날씨가 더운지, 그 정도 보행에 지쳤는지 배를 깔고 엎드린 모습이 재미있네요.
펭귄은 그냥 행동 하나하나가 귀여울수 밖에 없는 신체구조를 타고난 듯 합니다.


이곳 펭귄 대부분이 대를 이어 이곳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그닥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듯 합니다. 그래서 이런 이벤트로 가능한 것이겠죠.

새끼호랑이를 2m 조금 넘는 아크릴 감옥에다 가둬주고 구경거리로 만들어버리는 개망나니 짓도 서슴지 않는
모 구청의 만행에 비하면, 이런 이벤트는 그나마 좀 얌전한 듯 합니다.

20m 안되는 거리를 걷는데도 6~7명의 진행요원들이 하나하나 따라가면서 라인 안으로 카메라나 손을 넣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를 하는 모습을 보니 말이죠. 최소한 이런 타지에서 볼거리 신세로 전락한 동물들에게 그 정도 배려는 해 줘야
죄책감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는 것 아닌가 합니다.


참 이곳은 아이들과 함께 오기 좋은 곳입니다.
유니버셜 스튜디오가 너무 비싸서 부담되더라도, 이곳 카이유칸 정도면 하루종일 아이들과 함께 즐기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으니.
수족관에서 물고기들을 보고, 밖에서 열리는 여러가지 무료 이벤트도 구경하고, 배고프면 마켓플레이스에서 식사도 할 수 있습니다.

도보 5분거리에 산토리 뮤지엄이 있어서 아이뿐 아니라 어른들의 취향도 만족시킬 수 있고...
오사카는 한국의 부산과 비슷한 도시인데, 뭔가 비교하면 할 수록 차이가 나는 것 같아서 아쉽기만 합니다.
부산은 지금 '쇼핑'의 천국으로 거듭나려고 노력하는 모양이더군요. 더더욱 저하고는 멀어지는 것 같습니다.


멀뚱멀뚱 서 있는 모습조차 귀여운 펭귄들을 뒤로 하고 산타마리아 호를 타기 위해 승선장으로 향합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산타마리아 호는 1월 12일부터 2월 10일까지 휴무에 들어가기 때문에 오늘이 마지막 기회입니다.
일단 오늘은 이녀석만 타도 전철비 합하면 주유 패스로 이득보는거나 마찬가지.

이 녀석은 콜럼버스의 오리지날 산타마리아 호와 모양은 똑같지만 크기가 2배라고 하는군요.
그리 커보이지도 않았는데 예전에 이거 절반크기의 배를 타고 바다를 횡단했다니 참 당시 선원들의 기분은 어땠을지...


내부엔 이렇게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고 간단한 식사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일행은 이미 편의점에서 간식거리를 사 왔기 때문에 문제없습니다.
사진이 너무 밋밋하다고 불평하는 본인을 위해 동생분이 발벗고 나서줍니다. 당케~


못난 모습만 찍는것도 미안하니 중증 나르시스트인 친구를 위해 폼나는 사진도 찍어줍니다. (이거 칭찬인가?)


역시 디카와 필름카메라의 느낌은 아무래도 다를 수 밖에 없네요.
보정능력이 뛰어나다면야 얼마든지 비슷하게 만들 수 있겠지만 보정할 줄 모르는 저한테는 그냥 다르다고밖에는...


저도 가끔은 찍히고 살아야겠죠.
찍는건 좋아하지만 찍히는건 별로 안좋아하는 터라 누가 제 얼굴 찍으려치면 카메라로 가리고 했습니다.


배가 출항하면 밖으로 나와서 경치 구경을 해야겠죠.
느긋하지만 꽤나 빠르게 움직이는 배 위에 서있는 건 의외로 재미있습니다.
원래 배 타는 여행은 별로 안좋아했는데, 재작년 자전거 여행 때 의외의 재미를 발견하고 슬슬 그 매력에 빠져가는 중이네요.

산타마리아 호를 타고 있으면 은근슬쩍 유니버셜 스튜디오의 모습도 보입니다.
왠지 '마지막 기회니까 이거 타고나서 빨리 저기 놀러가!' 라고 협박하는 듯한 느낌...
돈도 돈이지만 저기 한번 들어가면 하루 꼬박 놀다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짧은 여행기간으로는 도저히 무리네요.


배 위에서 하는 일이래야 경치 구경하고 사진 찍는 것 밖에 더 있겠습니까.
연인끼리 왔다면 차가운 바다바람을 녹여준답시고 껴안고 염장질도 해 볼수 있겠지만.
광각이 효과를 발휘하는 곳이라서 사진 찍는 재미가 있었네요.


이번 여행에서 유일하게 친구도 DSLR 들고 여기저기 열심히 찍어댑니다.
LCD 를 보며 촬영할 수 있는 녀석이라 쉽게 찍을 수 있었던 것 같군요.


친구가 찍은 디카 사진들.
노출이나 조리개값같은건 완전히 무시하고 인스피레이션만으로 셔터를 눌러재꼈기 때문에
나름 제가 크롭하고, 수평맞추고 색감보정하고 해서 이 정도로 만들어 놨습니다.

동생분이 가지고 온 카메라는 3년전 도쿄 여행당시 구입했다는 쌤썽카메라. 요즘 카메라와 비교하면 뭐... ㅡㅡ;


바다를 보며 인생의 진리에 대해 논하는 두 사람.


정박해 있는 펜스타 크루즈.
한국의 부산에서 오사카까지 이동하는 유일한 여객선입니다.
17시간동안 항해하는데요, 새벽에 세토 내해(瀬戸内海)의 절경을 구경할 수 있어서 나름 괜찮은 이동수단입니다.
문제는 조금만 편안하게 방을 배정하려고 해도 항공기 요금보다 더 비싸진다는 것... ㅡㅡ;
저렴한 운송수단으로 인식되는 여객선이 이젠 오히려 여행을 고급으로 즐기는 수단이 되어가는 듯 하네요.

덤으로, 저 펜스타 크루즈는 이곳 베이 에이리어에 도착하기 때문에
숙소를 근처에 잡아놓는다면 짐풀고 바로 관광에 나설 수 있어서 편리한 점도 있습니다.


배를 타고있으면 그저 혼자 가만히 흐르는 풍경을 바라봐도 좋고
친구가 있으면 조금은 감상적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습니다.
요즘 점점 이런 느긋한 여행이 좋아지는 건 역시 나이를 먹어서일까요. ㅡㅡ;


일본의 몇몇 유람선들은 뱃머리쪽을 VIP 석이라고 정해놓고 추가 요금을 낸 사람만 들여보내주는 짓도 합니다만
여기는 그냥 마음껏 올라갈 수 있더군요. 덕분에 마음에 드는 사진도  건졌습니다.


이미 노쇠한 필름카메라 알파 세븐이도 한 장 찍어주지 않으면 섭하겠죠.


산타마리아 호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하는데
12시 배를 탄 터라 사람도 별로 없고 유유자적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친구가 희한한 폼으로 앉아있길래 고정시켜놓고 사진을 찍었네요.
니르시시즘의 화신이라고 일컬어지는 녀석이 카메라만 들이대면 얼어버려서 이런 사진도 좀 남겨놔야겠습니다.


동생을 도촬하는 친구.


배는 어느 지점에서 다시 빙 돌아서 왔던 길로 돌아갑니다. 총 항해 시간은 40~50분 정도.
1600엔이라는 거금을 내고 타기엔 아깝지만 주유패스의 무료신공을 이용하면 결코 놓쳐서는 안될 녀석이죠.
왠지 공짜로 밥 먹은것 처럼 배가 든든하네요. 역시 인간은 공짜를 좋아하나봅니다.


산타마리아 호의 지하층에는 콜럼버스에 관련된 조그만 박물관도 있는데
전 거기엔 전혀 관심이 없어서 그냥 줄창 바깥 경치만 즐겼습니다.
이런 다리를 지나갈 때가 셔터찬스더군요.


배가 다시 텐포잔으로 돌아올 무렵 테이블로 돌아와서 거인과 꼬마를 두고 나란히 한 컷.


고개숙인 모습이 안쓰러워 보여 머리를 괼 만한 편의점의 주먹밥을 이용해 다시 한 컷 찍었습니다.
요즘들어서야 별로 쓰지 않지만 듬직한 쌍견장의 포스는 역시 시대를 뛰어넘는군요.


그리고 배가 도착하기 전에 주먹밥 한조각씩.
그리 배가 고프진 않지만 여행다닐 땐 조금조금씩 먹어주는게 왠지 이득보는 느낌이더군요.
여행지 돌아다니는데 너무 몰두하면 밥 먹을 여유가 없어질 때가 많아서... 먹는것도 여행의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니
자꾸 머릿속에 인식을 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때마다 나가는 돈이 헝그리 여행자에겐 좀 고통스럽지만. ㅡㅡ;


배에서 내리니 여전히 펭귄들은 편안한 자세로 엎어져 있네요.


그런데 날개는 왜 들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언젠가 하늘을 날던 조류로서의 자신을 추억하고 있는 건지도.
(진짜로 옛날 펭귄이 하늘을 날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ㅡㅡ;)


다음 목적지이자 오늘의 메인 이벤트인 카이유칸 관람을 위해 걸어가던 중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을 발견하고 가 봤습니다.
공터에서 한 남자가 묘기를 선보이고 있더군요.
이곳 공터에는 여러 젊은이들이 모여서 각자의 재능을 갈고 닦습니다.
도쿄의 요요기 공원(代々木公園)이나 하라쥬쿠(原宿)에서 일요일마다 인디 밴드들이 열광적으로 공연하는 모습과 비슷하달까요.
일본도 교육시스템이 잘 되어있다고 하긴 어렵지만 이런 열정과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활동할 공간이 있다는게 부럽긴 합니다.


점점 난이도를 높여가는 모습이 놀라웠습니다.
마지막에 선보인 묘기는 저 나무상자 3개에서 전부 손을 떼고 한바퀴 돈 후에 가로로 한 번에 잡아내는 것이더군요.
아마 위 사진은 두개를 잡아내는 모습일겁니다. 중간의 나무상자가 떨어지지 않게 잡아내는 모습이 절묘했습니다.

잠깐 눈요기를 한 후 드디어 일행은 오사카 여행의 주 목적중 하나인 세계 최대의 수족관 카이유칸으로 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