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났더니 라멘과 햄버거, 도시락 등등 여행 첫날의 들뜬 기분에 폭풍 흡입한 음식들 때문에 얼굴이 퉁퉁 부어 있다.
원래 부어있는 얼굴이라 별 문제는 없지만 오늘 정오쯤 합류하는 Y 양 일행이 놀라서 도망가지만 않으면 좋을텐데.
Y 양은 홋카이도 북동부에 위치한 키타미(北見)에서 한국어 교습소에 근무하고 있는데
눈축제 기간에 휴가를 받아 이곳으로 온다고 해서 함께 구경하기로 이야기가 되었다.
대학원에서 잠깐 인사를 하긴 했지만 생면부지의 사람과 함께 여행한다는 게 홀로 여행에 익숙한 본인에게는 나름 결심이 필요한 일.
키타미라면 자전거 여행때 지나쳤던 적이 있는데, 과연 그 외진 곳에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이 있는건가 싶을 정도로 신선한 사실이다.
Y 양 이야기를 좀 들어보고 괜찮겠다 싶으면 본인도 한번 일해보고 싶은 생각은 있었다.
홋카이도를 좋아하기도 하고, 키타미는 삿포로까지 버스로 5시간 정도 걸리는 곳이라 한적한 생활을 좋아하는 나에게 매력적이기도 하다.
더구나 조금만 더 가면 홋카이도에서 제일 좋아하는 비경 시레토코가 위치하고 있어, 반쯤은 다른 의도가 있기도 했지만.
7시 반쯤 버스를 탔다는 연락이 와서 느긋하게 조식 챙겨먹고 뒹굴거리며 TV나 본다.
삿포로 출신 청년 한명이 합류하고 있어서 일행은 세 명으로 늘었다. 두 명보다는 덜 부담되니 좋다.
호텔을 떠나면 와이파이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한 시간을 맞춰 삿포로 역으로 나간다.
어젯밤의 매서운 눈발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강렬한 푸른색이 하늘을 온통 뒤덮고 있어 시작이 좋다는 느낌.
역 앞의 눈사람은 어제 시계탑의 녀석들과 비교해 세파에 찌든 기색이 역력하다.
일단 거의 쓰레기로 분류될만한 재료들을 모아서 만들어 놨는데, 위치상 절대로 눈축제 관련해서 세워진 녀석은 아니다.
역시 거대 집단에서 아무리 힘을 써도 개인의 자유분방함을 넘을 수 없는 한계라는게 있는 듯 하다.
눈이 오는것도 좋지만 청명한 겨울 하늘 아래서 눈축제를 즐긴다는 건 멋진 사진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참 운이 좋구나 생각하며 Y 양 일행을 찾아본다. 살짝 해매는 느낌이 있었지만 어렵지 않게 조우할 수 있었다.
정식으로 인사하는 건 처음이라 조금 긴장했지만 여행중 파트너라는 게 그나마 금새 친숙해지기 좋은 장르니까 다행.
함께 온 코마츠 군은 파릇파릇한 20대 초반으로 참 선해보이는 표정에 나름 개그센스도 갖추고 있는 편한 타입이다.
하긴 파릇파릇하지 않은 건 일행 중 본인 하나밖에 없으니, 짐이 되지 않으려면 열심히 하는 수 밖에 없다.
일단 다들 일본어는 할 줄 알고, 코마츠군은 한국어를 할 줄 모르니 기본적인 대화는 일본어로 한다.
물론 Y 양과 세심한 대화가 힘들 때에는 한국어를 쓰긴 하지만 너무 둘이서 이야기하다간 코마츠군에게 실례가 될 테니 자중하는 중.
점심시간이고 하니 가볍게 식사 후 구경을 시작하려 한다. 이럴 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이곳 토박이인 코마츠군.
삿포로 하면 미소라멘이니 지역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인기있는 지하상가의 한 라멘집으로 일행은 이끌어 준다.
어제 미소라멘 먹었지만 라멘 매니아인 나로서는 1일 1라멘이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 거절할 일이 없다.
좌석이 10개 조금 넘을듯한 조그만 가게는 사람들이 꽤 많이 모여있다. 역시 맛있는 곳은 입소문이 나는 것일까.
어제 먹었던 고급스러워 보이던 라멘과 비교해 가격도 싸도 내용도 단순한 편이지만 중요한 면발과 미소 국물의 맛은 진하고 시원하다.
예전에도 가끔 느꼈던 점인데, 라멘이란 건 일부러 이것저것 넣기보다는 기본에 충실한 편이 가장 무난한 듯 하다.
멘마는 오돌오돌한게 참 맛있었지만 차슈쪽은 어제 라멘과 살짝 비교가 되는 편. 하지만 전체적으로 충분히 맛있다.
사실 삿포로에서 미소 라멘으로 맛없는 집 찾기가 힘들 정도이긴 하지만.
Y 양은 일본에서 취업해 생활하는 사람으로서는 좀 놀랍게도 라멘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긴 일본을 좋아해도 식습관과 상성이 맞지 않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으니.
키타미에서는 한국에서 보내온 김치나 된장 등으로 직접 밥을 짓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나처럼 비정상에 가까울 정도로 현지 음식에 거리낌이 없는 편이 이상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라멘으로 몸 속을 한껏 따뜻하게 만들어 놓은 후 오오도리 눈축제 구경을 위해 밖으로 나섰는데
왠걸 방금 전까지 그 쨍하디 못해 날카롭던 푸른 하늘은 어디로 가버린건지 금방이라도 눈이 쏟아질 듯한 우중충한 색으로 변해 있다.
바람도 날씨만큼이나 매서워서 편안하게 즐길 수 있겠다 싶었던 30분 전의 안도감은 싸그리 사라져 버린다.
하긴 겨울 홋카이도의 날씨란 원래 이런 것이란 사실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으니까.
어제 혼자 거닐었던 시계탑과 반대 방향에서 오오도리 공원을 향해 걸어 올라간다.
이곳엔 유명 관광 스팟인 도 청사 건물이 위치하고 있는데
여름의 고즈넉한 고딕풍 붉은 벽돌 건물을 중심으로 한 가로수길 중간에 거대한 눈사람이 떡하니 들어서 있다.
원래 이 위치 정도에서 청사 건물을 담으면 참 단정하고 기품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겨울엔 이런 눈사람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다. 이제까지의 장난감들에 비해 월등히 크고 단단하다. 거의 돌맹이 수준.
뒤쪽엔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있어서 눈사람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다.
홀로 여행중의 본인이라면 절대로 찍을 일이 없지만 이번엔 사진 찍히기 좋아하는 일행이 함께 하기 때문에 다양한 경험을 만끽해 본다.
Y 양은 아이폰으로 찍고 코마츠군은 캐논의 G 시리즈로 찍고 나는 거대한 DSLR 로 찍는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점은 사진 찍는건 좋아해도 찍히기는 싫어하는 나와 달리 Y 양 일행은 모두 사진 찍히는데 거부감이 없다는 점.
이제껏 상당수의 주변인이 내가 카메라 들이대는 걸 그리 반갑게 맞이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찍어달라고 말을 해 줄 정도의 적극성을 보여줘서 마음이 한결 편하다.
눈사람과 함께 사진 찍으려 계단을 올라가고 나니 사람들 시선보다 훨씬 높아지는 덕에
청사 사진을 부담없이 담아낼 수 있다. 청사의 경우엔 붉은 벽돌이 아무래도 푸른 수목과 푸른 하늘과 좀 더 어울리는 느낌이다.
여러가지 대화를 나누며 오오도리 공원쪽으로 천천히 걸어간다.
코마츠군은 친절하고 예의바른 성격이라 타국인들끼리 대화에도 부담감이 없이 대화가 이어진다.
Y 양에게는 현지 생활에 한국어 교습소의 상황 등 물어보고 싶은 게 많다.
그런 걸 전부 일본어로 말하기엔 좀 부담스럽기도 하고
특히 가끔씩 코마츠군에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을 법한 내용도 있으니 당히 일본어와 한국어를 섞어가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키타미는 홋카이도에서도 꽤나 외진 곳에 위치한 마을인데, 그런 곳에 한국어 교습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웠지만
수강 인원이 70명에 달한다는 것과, 그 수업을 2명의 교사가 맡고 있다는 점이 더더욱 놀라웠다.
대학 수준의 한국어 실력을 보유한 사람도 있는 반면 상당수가 나이 드신 어른들이라고.
사람들이 모두 친절하고 따뜻해서 좋다는 말을 하는데, 본인 역시 키소 마을에서 겪은 일들을 생각해 보면 자연스럽게 이해가 간다.
단지 돈을 저축해서 돌아간다는 생각으로는 그다지 유리한 곳이 아니라 한다.
나처럼 아예 말뚝을 박아버리고 싶은 사람이 아니면, 역시 그 먼곳에서 홀로 생활한다는 게 마냥 즐거운 일만은 아니리라 생각.
특히 키타미는 지금 삿포로 날씨가 포근하게 느껴질 정도로 겨울엔 험하기로 유명하다.
오오도리 눈축제는 거의 끝물이던 어제 저녁과는 달리 굉장한 인파가 모여있다.
중앙의 거대 전시물을 기점으로 양 쪽에 길이 있는데, 인파 조절을 위해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면서 관람을 권유하도록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인파를 거슬러 올라가다간 정말 복잡해 질 만한 상황이니 납득이 간다.
낮에는 역시 수많은 노점상들이 성황중인데, 보기만 해도 든든한 게다리와 게 된장국, 더워도 마시고 추워도 마시는 맥주 등등
미소라멘을 먹지 않고 왔어도 배가 고프지는 않을 상황인 듯 하다. 물론 사람이 워낙 많아서 먹는데 좀 초초해 질 것 같지만.
배는 고프지 않고, 특히 군것질을 좋아하기는 해도 여행중엔 거의 건드리지 않는 편이다.
예전 여름에 방문한 삿포로는 한창 이곳 오오도리 공원에서 얼음조각 대신 맥주 축제가 열리고 있어서
그 때는 먹고 죽자는 일념으로 온갖 군것질거리를 마구 씹어먹으며 다녔는데, 포만감과 더부룩한 배 때문에
여행에 오히려 방해가 되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맛있는 거 먹고 싶은 마음이야 한결같지만, 많이 걷는 여행에서는 가능한 한 배를 가볍게 해 두는 편이 좋다는 게 지론.
한국에서 여기까지 와 열심히 생활중인 Y 양에게는 매장에서 팔고 있는 맛있어 보이는 과자 선물세트를 하나 드렸다.
역시 경험 부족이란 말이 절실히 느껴졌던 것이, 사고 나서야 깨달았는데 굳이 지금 저런 짐을 늘릴 필요는 없었단 사실이다.
운 좋게도 등 뒤의 가방에 넣을 수 있어 문제는 없었지만, 덜컥 선물만 사 주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앞으로의 일정에 맞는 배려도 중요하다.
그걸 이 사진 찍으면서야 깨닫게 되어서, 역시 사회 부적응자의 면모는 착실히 갖췄구나 싶다.
나보다는 당연히 감수성도 풍부하고 구경하는 재미를 즐기는 일행들일테니
인파로 인해 이동 속도가 상당히 느리지만 천천히 사진 찍어가며 여유를 가진다.
코마츠군이 상당수 조형물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 줘서 큰 도움이 된다. 이 녀석들은 지역 방송국의 마스코트라고 하는 듯.
본인은 살고 있는 지역의 마스코트 같은 건 전혀 모르는데 홋카이도 사람들은 이런 데 상당히 관심이 많은 듯 하다.
이것도 애향심의 차이인가 싶고, 실제로 본인은 애향심 따윈 눈꼽만큼도 없으니.
어제는 라이트가 꺼지는 바람에 이곳까지 둘러보지는 않았기에, 완전히 새로운 기분으로 감상을 즐길 수 있다.
축제에 아이들이 빠질 순 없으니 거대하게 만들어 놓은 눈의 놀이터.
얼음 미끄럼틀은 꽤나 재미있어서 어른들이 타도 관계는 없다. 아이들 관련 놀이기구는 다들 줄이 좀 길다는게 문제겠지만.
그러고보니 이런 여행에선 셀카도 중요한 요소라는 소문을 들었다.
본인은 1년동안 자전거 여행 하면서도 셀카는 한두 장 정도밖에 찍지 않는 편이라
재미있게 담을 수 있는 것은 이렇게 셀카를 찍는 사람들의 사진을 담아주는 것 정도.
철저하게 밀봉된 부스 앞에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길래 뭔가 싶었다.
알고보니 파나소닉 에어콘 전시장인데, 저 안은 하와이처럼 따뜻한 기온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곳이다.
대형 스크린을 밖에 배치해 놓아서 그냥 구경도 할 수 있지만, 기왕 왔으니 일행들과 함께 안으로 들어가 본다.
파나소닉의 에어콘 성능에 대한 평가보다는
눈이 수십cm 씩 내리는 겨울 삿포로 눈축제 한복판에서 훌라 댄스를 추는 광경을 바라보는 이 상태가 매우 묘한 기분이 든다.
일본은 온돌과 같은 난방시설이 없기 때문에 에에콘의 히터 기능도 중요한 선택 요소중 하나.
이 겨울바닥에 신나게 틀고 있는 히터의 전기세 걱정에 살짝 과소비가 아닌가 생각도 들지만
기업 홍보용으로 이목을 집중하는데 그다지 큰 비용은 아닐거라 생각한다.
히터가 따뜻하다고 생각한다면 옆의 버튼을 눌러달라고 한다. 위에 카운터가 있어서 자꾸 늘어난다.
어쩌면 파나소닉 CM 에 우리 일행이 버튼 눌러재끼는 모습이 나올수도 있겠지만, 그 정도 얼굴은 팔려도 될거라 생각하며 버튼을 눌러 줬다.
그 다음에 나타난 거대한 건물의 위용은 정말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삿포로 눈축제는 매년 다양한 나라들과 협의를 맺어 지원을 받아 그 국가의 랜드마크를 건설한다고 하는데
아마도 어제 본 대만의 고궁박물관, 101타워와 함께 이번에 협력하게 된 건물이 아닌가 싶다.
깃발을 보니 말레이시아의 유명한 건축물인 듯 한데 가 본적이 없으니. 첫인상은 영국 건축물로 보인다.
눈으로 만들어졌다고 보기엔 과도하게 거대한 덩치와 세심하게 조각된 기둥, 무늬, 시계탑 등
얼마나 정성이 들어갔을지 상상하기도 싫다.
상상하기 어렵다는게 아니라 싫은 것은, 삿포로 눈축제의 메인 조형물들은 전부 자위대가 만들기 때문에.
물론 축제니까 기분좋게 임할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세계 어디서나 눈과 군대는 상극 중의 상극이 아닌가.
훗날 찾아보니 이 건물은 말레이시아의 술탄 압둘 사마드 빌딩으로, 1897년 영국 건축가에 의해 만들어진 벽돌식 건물이다.
영국식 시계탑과 이슬람 모스크 양식의 절묘한 조화로 유명하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내가 찍는 여행사진에 다른 사람 얼굴이 이렇게 뚜렷하게 나오는 일은, 가족을 제외하면 정말 정말 드문 경우다.
인물 사진은 영 찍질 못해서 Y 양과 코마츠군에게 좀 미안한 기분도 든다. 나 때문에 소중한 휴가 망치지 않기를 여행 도중에도 몇 번이고 기원하고 기원한다.
축제는 신기하고 놀라운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광객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능력도 결코 놓쳐서는 안 된다. 한국의 축제가 많이 놓치는 것이기도 하고.
이쪽은 일단 여기서만 먹을 수 있을 것 처럼 보이는 신선한 재료를 잘 이용한 군것질거리와
수많은 이벤트 관련 상품, 선물용 세트 등 상업적인 면에서부터 소비자의 관심을 유도하는데 굉장한 능력을 보이기에
딱히 참여형 이벤트가 없어도 충분히 재밌게 즐길 수 있지만, 그래도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는 잘 만들어져 있다.
얼음으로 된 미끄럼틀은 얼마나 미끄럽고 재미있을지.
당시 일본은 겨울왕국이 아직 개봉하기 전이었지만, 이렇게까지 대흥행을 할 줄 알았다면
삿포로 눈축제보다 더 일찍 개봉한 후 최대한 콜라보를 진행했다면 대박 터트렸을거라는 데 의심이 없다.
이건 어디선가 본 기억이 난다. 타지마할과는 느낌이 좀 다르지만 그런 부류였던 것으로 기억.
일단 환호성과 함께 사진 좀 찍고나서 세밀하게 살펴보는데, 분명 인도의 건축물이라는 느낌이 든다.
옆에 건축물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한국어로도 쓰여 있어서 알아보기 쉬웠는데
역시 베이비 타즈, 즉 작은 타지마할이라 불리는 뉴델리의 이티마드 우드 다울라였다.
1600년대 무굴 제국 시대에 건설되었고, 타지마할보다 13년 일찍 건설되었기 때문에 타지마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실제 건축물은 본 적이 없지만 예전 사진에서 본 기억에 따르면 이 조형물은 정말 놀랄 정도의 재현도를 자랑한다.
물론 실제로는 벽면 빼곡히 경이로운 기하학적 무늬가 빼곡히 들어서 있지만
여기서 그것까지 전부 재현했다가는 도저히 축제 후에 철거할 수가 없을 정도로 아까운 미술품이 되었을 법 하다.
높이 12미터의 이 조형물은 2250 톤의 눈을 사용했다고 하는데, 5톤 트럭 450대 분량의 눈이라고 하니
내가 평생 태어나서 본 눈을 전부 합한 것보다 더 많은게 아닌가 싶은 기분마저 든다.
아이스블록 공법이라는 독자적인 기술을 사용해 약 100개의 블록을 절묘하게 결합시켜 만든 녀석이라고.
아, 물론 지금 이 설명은 포즈 잡고 있는 Y 양에 대한 설명은 아니다.
평생 꼭 한번 가봐야 할 여행지로 생각하고 있는 곳이 인도, 몽골, 마추픽추, 프랑스, 우유니 정도인데
여기서 이 정도 퀄리티의 눈 모형을 보게 되니 그 마음이 사그라드는게 아니라 더욱 더 가고 싶어진다.
물론 많이 꼽아서 저 정도고, 사실은 전 세계 안 가보고 싶은 곳이 없긴 하다.
이곳 눈축제의 테마는 매년 다양하게 바뀌고 있으니, 삿포로 눈축제를 매년 방문한다면
내가 모르고 있던 곳의 아름다움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그렇게 되면 가보고 싶은 곳이 자꾸 늘어만 갈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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