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달동네처럼 도시계획이 정비되기 전에 구성된 마을이라는 게 확 느껴지는 이태원입니다.

여기저기 꾸미지 않았다면 참 낡은 분위기를 풍겼을 텐데 나름 초현실적인 벽화가 재미를 살려주는군요.

 

일반적인 그래피티와 달리 제작자 이름까지 당당하게 적어놓은 걸 보니 허락을 받고 그린 모양입니다.

 

 

 

이태원이라서 어울린다고 해야 할까, 건물 옥상에 재미있는 인형도 떡하니 올라가 있네요.

조금 풀렸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상당히 보수적인 사상이 팽배한 한국에서

이런 자유분방함이 어울리는 몇 안되는 곳이 이태원이 아닌가 싶습니다.

 

 

 

가끔씩 오버리터급 바이크들이 두셋씩 떼를 지어 도로를 달리는 모습이 보입니다.

한국같은 도로 사정에서 오버리터급은 거의 취미 이상의 실용적 의미가 없겠지만

그래도 날렵하면서도 육중한 몸매로 달리는 모습을 보니 역시 돈이 많으면 한 대 굴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길거리에 세워져 있는 녀석들도 재미있는게 많습니다. 신기한 트라이 바이크도 보이고.

이 녀석은 브랜드가 전혀 표시되어 있지 않아서 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꽤나 비싸 보이는 스쿠터네요.

 

스쿠터는 개인적으로 제 디자인 취향이 아니라 별 관심이 없지만

자동 기어라 운전도 편하고 운전 자세도 편하고 요즘엔 연비도 좋은 편이라 애증섞인 눈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바이크 중에서 굉장히 스쿠터틱하면서 진짜 자동기어인 묘한 모델이 있는데

혼다의 NM4-02 라는 녀석이 거의 유일하게 마음에 든 사이버틱한 디자인의 바이크입니다.

 

 

자금이 널널했으면 아마 덥석 구입해 버렸을 녀석입니다. 스쿠터처럼 생겼지만 사실은 바이크죠.

앞쪽 뒤쪽에 각각 조그만 수납공간이 있고 거의 편하게 앉아서 자동기어로 탈 수 있고

700cc대 중형 바이크임에도 연비가 30km를 넘는 신기한 녀석입니다.

 

일본쪽 가격은 1천만원 대인데 한국에 정식 수입이 되지 않아 구매하려면 거진 2배의 금액이 필요합니다.

만약 1천만원으로 구입이 가능했다면 아마 지금쯤 굴리고 있지 않을까 싶네요.

 

 

 

나이가 들수록 로망이 되어간다는 할리 데이비슨도 이곳저곳에서 많이 보입니다.

거의 중형자동차 가격이다 보니 그야말로 괴물같은 덩치와 편의성을 자랑하는군요. 뒤쪽 텐덤 시트에 팔걸이까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직까지 이런 모델에는 그닥 매력을 느끼지 않는 편이라 다행입니다.

이 정도로 편안한 오버리터급 바이크는 나이 한참 더 든 다음에 선택해도 괜찮다고 생각하기에.

전 그냥 디자인 좋은 네이키드 정도면 만족하고 싶네요.

 

 

 

좀 전에 불가리아 음식 먹던 골목을 바깥에서 한 장 담아봅니다.

망원계열 렌즈를 정말 오랜만에 써 봐서 감각이 좀 무뎌졌네요.

 

지금 블로그에 한창 올라오고 있는 여행기들은 무려 정확히 1년 전쯤 것들이라

당시 사용하고 있던 카메라와 렌즈는 없어진지 오래 되었습니다.

 

1년 가까이 망원렌즈 없이 기본 줌렌즈를 가진 모델로만 촬영하다가

최근에서야 약간은 망원이 되는 렌즈를 도입하게 되어서 시험삼아 이태원에 갖고 나와봤습니다.

 

 

 

저녁에 한 잔 더 하겠지만 더운 날씨에 이리저리 돌아다니니 조금 먼저 가볍게 한 잔 하기로 합니다.

이태원에는 적지 않은 술집이 외국식 펍을 이미지해서 영업중이더군요.

하지만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고 시끄러워서 진짜 펍의 느낌인지는 좀 애매합니다.

 

사람이 많아서인지 자리에 앉아있으니 주문 받으러도 오고 술도 가져다 주고 합니다만

그래도 펍의 느낌을 좀 살리려는 의도인지 주문시 현금으로 즉시 지급할지 카드를 맡길지를 물어보네요.

 

나침반님은 크롬바허를 한 잔 주문했습니다. 주문받던 분은 이걸 크롬바커로 부르시더군요. 한국에서는 그렇게 부르나 봅니다.

굉장히 유명한 독일 필스너 맥주라서 저도 예전에 한번 먹어본 적이 있습니다. 탄산의 쏘는 느낌이 강하면서 향기도 좋고 맛은 부드러운 편이더군요.

저도 무난하게라면 이걸 마시겠지만 이런 곳에서는 항상 쓸데없는 도전정신이 폭발하기 때문에 한 번도 마셔본 적이 없는 녀석을 골랐죠.

 

 

 

인도 맥주인가 싶어서 주문한 인디카입니다. 그런데 미국산이더군요.

훗날 술의 달인인 친구한테 물어보니 생각하지도 않고 바로 인디아 페일 에일이지 라고 딱 설명해 주는게 과연 술고래는 다르구나 싶었습니다.

 

홉을 많이 넣어서 그런다던가 도수가 6.5%로 일반 맥주보다 높습니다.

그런데 그것 뿐만이 아니라 뒷만이 묘하게 씁쓸하고 향기가 진하네요.

옥수수 음료같은 한국 맥주에 익숙해져 있다면 조금 거부감이 있을 법도 합니다.

 

한 잔 비워보니 이거 자주 마시면 습관이 될 듯한 매력이 느껴지네요. 탄산의 짜릿함보다 향기와 뒷맛으로 즐기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가볍게 몸을 풀고 다시 밖으로 나옵니다.

 

점심때 고기를 먹어서 그런지 배가 여전히 꺼지질 않아서 맥주도 안주 없이 그냥 마셨네요.

저녁도 굳이 식사를 할 필요없이 바에서 맥주와 함께 가볍게 넘기면 될 것 같습니다.

 

좀 전과 반대쪽 끝까지 한번 걸어보는데 여전히 건물 위에는 다른 지역과는 차별화되는 마스코트들이 보이는군요.

 

 

 

걸어가다보니 재밌게 생긴 건물이 있습니다.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 + 언더스테이지라는 긴 이름인데, 건물 디자인만 봐도 예술감각이 느껴집니다.

 

평생 살면서 이번이 이태원 세 번째다 보니 이런 곳이 뭐하는 곳인지 알 리가 없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까페 기능에서부터 각종 희귀 음반등이 모여있는 뮤직 라이브러리, 그리고 지하에 소규모 공연장을 갖춘 복합 센터라고 하네요.

현대카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무료로 들어갈 수 있다고 합니다.

 

현대라는 기업은 전혀 좋게 보지 않지만 이런 시도를 하는 건 나름 좋게 보이는군요.

저렴한 비용으로 많은 인디 밴드들이 애용할 수 있게 해 놓았다면 더욱 좋을 듯.

실제로는 한 번도 들어가보질 않아서 어떤지 알 수 없습니다만.

 

 

 

밖에서 보니 2층이 뮤직 라이브러리인 것 같은데, 음악을 마음대로 들을 수 있는 걸까요.

들으려면 헤드셋을 이용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현대카드가 없어서 돈 내고 들어갈 생각은 없는데 말이죠.

 

하긴 전 음악을 많이 듣긴 해도 굉장히 개인적인 성격이라 듣고픈 음악이 있으면 거의 집에서 혼자 듣습니다.

나중에 현대카드라도 생기면 재미삼아 한 번 가보는 것도 좋겠네요.

 

 

 

건물 반대편에는 예전 달동네의 모습을 아직 간직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 보입니다.

보기엔 나쁘지 않은데 실제로 이런 언덕에 살면 좀 불편하더군요.

 

이태원 상권이 보통 규모가 아니던데, 반대편에는 이런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는 게 이곳의 이미지와 왠지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문득 지난 번 나침반님과 이태원 갔을 때 이슬람 사원이 이 근처에 있었던 것을 기억해내고 물어보니

저기 언덕 위에 있다고 하셔서 슬금슬금 걸어가 보기로 합니다.

 

 

 

시끌벅적한 이태원도 좋지만 이런 골목길 걷는 것도 각별한 재미가 있죠.

어찌 보면 그 나라의 가장 솔직한 모습을 드러내 주는 곳이라고 할까요.

그래서 외국에 나가도 이런 곳을 걸어다니는 것을 좋아합니다.

 

특히 한국에서 이런 골목의 전신주와 전선들은 볼 때마다 한 번씩 카메라에 담아주고 싶어집니다.

국민학교를 다닐 때 이런 골목을 15분 정도 걸어서 6년을 다녔는데

그때는 너무나 자연스럽도 당연해 보이는 그 풍경들을 지금 다시 기억속에서 끄집어 내 보면

시대의 흐름속에 남아있던 그 모습은 지금와서 꽤나 소중한 것이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래도 이태원은 이태원이라 벽화가 그려져 있습니다.

저 글자는 언뜻 보기에 이상한 상형문자처럼 보이지만 유심히 보니 영어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영어라면 'GUPA SMELLS GOOD' 처럼 보이네요.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 때는 단렌즈를 끼고 있었던지가 광각촬영이 불가능해서 그냥 이렇게 찍었습니다만

나침반님이 '다리가 8개네요'라고 말씀하신 것 처럼 뒤에 다리가 4개 더 있습니다. 신기한 생물이네요.

 

 

 

도시정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이런 언덕골목은 걸어다니며 사진 찍는 재미가 있습니다.

언덕을 내려오다 보니 밑의 조그만 슈퍼의 지붕과 눈높이가 맞닿는 곳이 있더군요.

 

소소한 부분에서 평소와는 다른 시점을 찾아볼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곳이겠죠.

 

 

 

이슬람 사원으로 가는 길은 어쨌든 언덕을 좀 올라가야 합니다.

날씨도 좀 후덥지근하고 해서 약간 귀찮긴 했지만 딱 한 번밖에 보지 못한 사원이니 땀을 흘릴 이유는 충분합니다.

주변에 흑인들도 많이 서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서 참 묘한 분위기더군요.

 

평범해 보이는 골목 사이사이에도 예술감각을 십분 발휘한 벽화가 숨어있어서 지친 숨을 내쉬면서도 즐거운 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헥헥거리며 사원으로 올라왔습니다.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외국인 이슬람 신자 한 분이 접근해서 이것저것 물어보더군요.

한국어 발음이 약간 어색해서 완전히 이해하는게 쉽진 않았지만 개신교처럼 귀찮을 정도로 따라붙는 편은 아니라 다행입니다.

 

나침반님이 세계일주를 계획중이기도 하고, 이슬람교에 대해서는 기본 지식이라고 갖고 있는 편이 좋으니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건물 밑에 비치된 무료 책자도 몇 권 챙기고 해서 돌아옵니다.

사원 중앙의 녹색 글씨는 알라후 아르바크(알라는 위대하다)라는 뜻이고 오른쪽부터 읽는다고 합니다.

 

예전엔 날씨가 맑고 이른 시간에 와서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감상할 수 있었지만

오늘처럼 해가 슬슬 지려는 순간의 부드러운 하늘도 이곳 사원과 나름 어울리는군요.

 

 

 

이슬람 사원의 매력적인 특징인 기하학적 무늬입니다. 보통 아라베스크라고 하죠.

이슬람은 우상숭배를 타 종교보다도 엄격하게 금지하던 곳이라 인간이나 동물의 조각을 새기는 것을 금지하다 보니

식물의 덩굴 등을 연속적인 패턴화해서 사원을 장식하거나 한 것이라고 합니다.

 

멀리서 보면 웅장한 겉모습에 비해 수수한 색으로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정밀한 무늬가 촘촘히 박혀있는 모습이 모스크의 매력이라고 할까요.

 

무언가를 믿는다는 종교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에 관심이 없는고로 제가 특정 종교인이 될 일은 없겠습니다만

종교라는 개념이 인류 역사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를 알아보는 것은 굉장히 흥미로운 지적 탐구라고 생각을 하니

항상 제가 모르는 종교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태원에 올 때마다 이 곳을 찾게 되는 것이겠지요.

 

대충 볼거리는 다 봤으니 슬슬 펍이라도 찾아 가벼운 식사와 맥주를 즐기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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