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시골의 매실밭에서 매실을 따와 엑기스를 만드는 저희 집입니다만
작년부터 지금까지 매실밭에 딱 한 번 가서 가지치기 했던 게 전부라 이번엔 망했네요.
가지치기도 좀 더 열심히 해 주고 비료도 튼실히 뿌려주고 했어야 했는데 작년엔 여러가지로 거길 찾아갈 만한 여유가 없었습니다.
비료 한 번 먹지 못하고 자라난 녀석들이라 알도 작고 상한 녀석도 많고, 양도 겨우 두 포대 정도밖에 따지 못했네요.
예전엔 엄청 튼실한 녀석들을 10포대 정도씩 마구 담아와서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했는데, 이번엔 나눠주긴 커녕 담을 거리도 별로 없습니다.
그래도 뭐 어쩌겠나요, 일단 이 녀석들이라도 엑기스를 만들어 봐야겠죠. 그래서 일단 씻어서 말렸습니다.
사실은 6~7년 이상 숙성중인 매실엑기스가 100L 가까이 남아있기 때문에 안 만들어도 상관은 없지만
그래도 거기에 매실밭이 있으니 뭔가 의무감에라도 담긴 담아야겠죠.
겨울엔 소비량이 확 줄어듭니다만 꾸준히 음식 만들 때 설탕 대신 넣기도 하고
여름엔 탄산수를 사 와서 즉석 음료수를 만들기에 없으면 안 될 녀석이기도 합니다.
20L 짜리 두 병밖에 만들지 않았는데다가 업친 데 덮친 격으로 설탕도 모자라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집에 있던 꿀을 설탕 대신 부어버렸습니다. 이거 정말 어떻게 될런지?
며칠 있다가 좀 휘저어주고 나서 3개월 정도 보관하면 어지간히 진액을 뽑을 수 있을 듯 합니다.
꿀이란 게 설탕과는 다른 향을 내포하고 있어서, 저 녀석은 나중에 어떤 맛이 나올지 유심히 관찰해 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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