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부부가 이브 전날에도 혼자서 뒹굴거리고 있는 저를 못잡아 먹어서 강구에 게먹으러 가자고 꼬셨습니다.
슬슬 서울로 올라가서 내년 준비를 좀 하고 싶었는데 올라가서 혼자 뭐하냐는 가족의 성화에 (하긴 뭘.. ㅡㅡ;)
이번엔 평범한 일반 시민들의 연말을 보내볼까 하는 생각으로 대구에 조금 더 눌러있게 됐죠.
강구는 형님부부 + 형님부부 친구 4명 + 본인까지 해서 7명이 갔습니다. 1월 초부터 영덕과 강구에는 게가 제철이라
벌써부터 북적북적했습니다.
이곳의 호객행위는 용팔이나 테팔이를 방불케 하지만 사실 같은 사투리를 이해하는 사람들끼리는 그리 기분나쁜
(G R Y B)
호객은 아닙니다. 용팔이처럼 무시하고 간다고 뒤에서 서울시 버스색깔같은 소리를 주절거리는 인간들도 아니고.
가격흥정중인 일행들. 저는 이런 곳엔 소질이 쥐똥만큼도 없어서 그냥 카메라만 눌러댔습니다.
부모님 드릴 게는 조금 더 튼실하고 비싼 놈으로 3마리 골랐습니다.
우리가 먹을 건 마리당 4~5천원짜리 갸녀린것들. 하지만 서울에서의 4~5천원짜리와는 비교불가입니다.
보통 서울에서 만원짜리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될듯. 더구나 싱싱하게 살아있는 놈을 바로 잡으니 더욱 맛있네요.
저는 게 말고도 이놈을 먹을 목적을 가지고 왔습니다. 서울서는 비싸서 따로 시키기 아까운 개불!
Ball of Dog 이라는 명칭답게 정말로 Ball of Dog 같더군요. 건져올리면 사진의 저 구멍에서 찌익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까지 완벽 재현! '이놈 튼실하구나' 하며 잘못 잡았다간 반려동물 성추행죄로 잡혀들어가기 딱 좋을것 같은
멋진 모습입니다.
하지만 개불을 아시는 분들은 저걸 자를때 사진에서처럼 검붉은 피가 좍좍 쏟아져 나온다는걸 아시겠죠.
회를 먹을때마다 생각납니다만, 사람은 참 잔인한 동물이구나 싶은게 말이죠.. 우리보다 더 고등하고 힘있는
생물이 나중에 지구를 점령해서 양식장에 가둬놓은 사람들을 바라보며 '참 싱싱하네' 라고 미소를 지으며
살아서 날뛰는 사람들을 바로 칼로 죽죽 찢어발겨서 '귀한 거야~' 라며 내장을 바로 뽑아 건네주는 상상을 해 보곤
합니다. 해삼을 살때 가게 아주머니께서 없어서 못먹는다고 싱싱한 내장을 건네주시는 모습을 보니..
잡아먹히는 쪽을 사람으로 가정하면 이건 뭐 호러영화는 간판 내려도 되겠습니다.
게를 찜기에 넣고 기다리는 도중에 한 장. 찍으니까 사람들이 생긴것 만큼 희한한 사진을 찍는구나 동의해 줬습니다. ㅡㅡ;
신혼인 형님부부의 달달한 모습도 놓칠 순 없죠.
하지만 그 날의 주인공은 뭐니뭐니해도 게!
아랫쪽에 토막난 개불의 참혹한 모습이 보이지만 맛있긴 맛있습니다.
이제 인격적 수양에 더욱 정진해서 훗날 외계인이 쳐들어와
저를 회쳐먹으려 해도 웃으면서 이해해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랄한다.
뭐, 어쨌건 맛있었습니다. 어서 빨리 오기를 기대합니다 외계인 미식가분들. 제 결의를 증명할 기회를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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