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주일도 넘은 이야기입니다만...
아침에 엄니가 TV 보시길래 오랜만에 저도 봤습니다. 어디선가 김치볶음밥 만드는 요리프로가 나오더군요.
집에서 먹는 김치볶음밥은 그냥 김치 썰고 고기 있으면 넣고, 김치국물 좀 부어서 만드는게 정석이었는데
유명한 한식 요리장인분이 나오셔서 뭔가 저희 집하고는 다른 레시피를 보여주는 덕에
프로그램 끝나자 마자 엄니하고 저는 동시에 벌떡 일어나서 묵묵히 주방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그런데 집에 버터도 없고 모짜렐라 치즈도 없고... 재료가 좀 부족하긴 하더군요.
김치볶음밥에 그리 목숨걸일도 없으니 그냥 있는대로 흉내만 내 보자 하는 생각으로 제작에 돌입합니다.
일단 당근과 파를 촘촘하게 썰고.
모짜렐라 치즈대신 그냥 냉장고에 굴러다니던 벨큐브 치즈 몇조각을 준비합니다.
계란은 두개 넣어도 괜찮을 듯 하지만 일단은 하나만 넣어보기로.
기름을 두르고 마늘을 갈아넣어줍니다.
참고로 저희 집은 햇마늘이 막 나왔을때 잔뜩 사서 믹서기에 간 후, 덩어리 몇 개씩 나눠 만들어 냉동고에 넣어놓고 필요할때 꺼내씁니다.
마늘이 노랗게 볶아지면 밥과 파를 넣고 볶습니다.
원래는 흰쌀밥이어야 하겠지만 집에선 매우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곤 흰쌀밥을 먹지 않기 때문에 (옆동네냐....)
그냥 평소 먹는 오만가지 잡곡콩밥을 넣습니다. 비쥬얼이 조금 딸리지만 영양을 생각합니다.
원래는 여기 버터를 넣어야 하는데, 집에 버터가 없는 관계로 그냥 포도씨유 좀 넣고 볶습니다.
적당히 볶아지면 밥을 한쪽 모서리로 치우고 계란을 풀어줍니다.
미리 숟가락으로 곤죽을 만들어 놓는게 낫다고 TV에서 그랬으니 저도 따라해 봅니다.
밥과 잘 섞이려면 여기서도 팍팍 잘 저어줘서 골고루 익히는게 좋다고 하네요.
일단 여기까지 만들어 놓고 프라이팬을 비운 다음, 기름 좀 두르고 김치와 당근, 소금, 후추를 넣어 볶습니다.
제대로된 요리라는게 다 그렇겠지만 재료에 맞춰서 각각 요리를 한다는게 참 정성이랄까 귀찮다고 할까.
원래 제가 만들때는 그냥 다 부어버리고 함꼐 볶아버리는데 말이죠.
김치와 당근이 볶아지면 만들어놨던 밥과 함께 치즈를 넣고 다시 볶습니다.
모짜렐라 치즈였다면 진득진득하고 고소한 느낌이 더 날법 합니다. 다음에는 재료를 완비해놓고 시도해 봐야겠네요.
원래대로라면 김치국물을 넣습니다만, 이번 볶음밥은 치즈다 소금이다 들어갔기 때문에 딱이 간을 맞출 필요는 없는 듯.
평소 먹던 간단 김치볶음밥과는 여러가지로 다른 녀석이 완성되었군요.
조금더 고소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난다고 할까.
김치와 김치국물로만 맛을 낸 녀석이 전통적인 알싸한 맛이 난다면, 얘는 좀 더 요즘 사람 입맛에 맛는 느낌이군요.
버터와 치즈, 각종 야채가 추가로 들어가니 당연한 일이겠습니다만, 밥보다 먼저 마늘을 살짝 볶는건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향기가 좋았어요.
요리 프로그램 진행하시던 명인분이 이걸 보면 한탄하실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엄니와 둘이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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