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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9.15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5 (Final Destination 5, 2011) 10


아바타로 시작된 극장가 3D 열풍은 그 거품이 꺼지면서 그나마 안정세를 찾고 있는 모양인데
아바타처럼 고도로 계산된 구도와 3D 효과를 착실히 준비하지 않은 영화에게
3D란 그저 돈 비싸게 받기 위한 상술일 뿐.
생동감의 증가를 목적으로 하는 3D 기능을 제일 잘 활용할 수 있는 장르는 역시 호러가 아닌가 한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호러란 관중을 깜짝깜짝 놀래키며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슬래셔 무비.
넓혀 말하면 말초신경 자극을 목적으로 하는 가벼운 팝콘무비에 어울린다는 뜻이다.

이번 데스티네이션 5가 3D 효과에서 호평을 받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살인을 저지르는 주체가 단 한번도 관객들의 눈 앞에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범행의 동기나 범인의 심리 등등 자질구래한 추리의 가지를 전부 쳐내버리고
어떤 소재로 어떻게 사람을 죽여나갈 것인가에만 집중할 수 있는 독특한 소재의 이 영화야말로
시각적 흥분도를 높일 수 있는 3D 효과에 가장 적합하지 않을까.

참신했던 소재만큼이나 그것을 비틀고 요리할만한 건덕지가 별로 없던 탓에
1편부터 지금까지 '어떻게 하면 멋들어지게 사람을 죽여나갈까'라는 고민 외엔
거의 변한게 없는 시리즈인지라, 이번에도 그 이외의 것을 기대할 필요는 없다.

진화한 특수효과와 3D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덕에, 이번 5편은 웃고 즐기는(!) 오락영화로서의 본분은 충실히 만족시키고 있다.
단지, 1편부터 봐 온 사람들에게는 뻔히 다 알고 있는 설정 설명을 계속 들어야 하는 지루함을 참을 인내심이 필요하긴 하다.

또 하나 마음에 걸리는 것은, 3D 효과 탓인지 작품의 무게를 가볍게 하기 위한 의도적인 장치인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죽어나갈 때의 이펙트가 너무 인공적이라는 느낌이다.
아무리 눈 앞으로 피칠갑이 튀어나오고 사지가 찢겨나가도 현실감이란게 안 느껴진다.
뭔가 물리법칙이 약간 무시되어 CG 티가 난다고 할까나... 너무 잘 썰리고 피가 젤리같은 느낌이더군.

개인적으로는 2편의 오프닝 학살 씬이 가장 잘 편집된 장면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번 5편의 오프닝 학살도 합격점을 줄 만하긴 하다. 피가 피처럼 안보인다는게 문제지만.
제일 조마조마했던 장면은 화려한 사망 장면이 아니라 발바닥 콕! 장면이었다. ㅡㅡ; 아휴 살떨려...

후반부로 가면 갈수록 사망장면은 대충대충 때우는 느낌이고
최후반부의 전작과 연결되는 장면이 그저 피식 할 정도의 재미를 줬을 뿐.
3D 효과와의 적절한 조화를 최대의 성과로 삼고, 작품 자체는 오리지날의 틀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한 평작이라 본다.

극장개봉용 호러영화라는 건 점점 이렇게 가볍고 유쾌해지는 걸까. 나뿐만 아니라 실제로 피식피식 웃음소리가 들리더라. 
무겁기 그지없는 내 취향과는 조금씩 멀어지는 듯 해서 아쉽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