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results

'라벤더'에 해당하는 글들

  1. 2009.09.07  홋카이도(北海道) 여행기 4편 - 후라노(富良), 비에이(美瑛) 下 13
  2. 2009.09.06  홋카이도(北海道) 여행기 3편 - 후라노(富良), 비에이(美瑛) 上 6

사용자 삽입 이미지

후라노의 하늘은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하늘이더군요.
작렬하는 사하라 사막의 하늘은 뭔가 삶의 의지를 일깨워주는 그런 하늘이었는데 말입니다(땡볕에 있으면 죽는다는 실감이...)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밥도 먹었겠다. 다음 목적지인 비에이(美瑛) 출발 시간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어서 느긋하게 특산품 상점도 둘러보고 산책합니다.
후라노쪽에서 라벤더 말고 유명한 것이라면 메론을 들 수 있을지도.
원래는 유바리(夕張) 메론이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데, 후라노도 그곳과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메론재배가 활발한 모양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원래는 입장료를 받는 꽃밭이지만 버스투어에 비용이 포함되어 있어서 그냥 들어가 봤습니다.
꽃밭 주위를 천천히 도는 열차는 여기서도 유료지만 든든한 두 발이 있는데 굳이 탈 필요는 없었네요. (실제로 저거 타야할만큼 크진 않아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형형색색의 꽃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라벤더 꽃을 제대로 구경하지 못한 분풀이를 여기서 해야겠네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런 곳에서 꽃에 둘러싸인 부모님 사진도 한 장 찍어드리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살짝 솟아오른 전망대까지 느긋하게 꽃 구경하며 거닐었습니다.
누가 일본인 아니랄까봐 항상 일본인 관광객들은 집합시간보다 5분~10분 일찍 모이길래 시간이 아슬아슬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비싼 돈주고 구경하는데 약속에 늦지만 않으면 되겠지 싶어서 아슬아슬할 때 까지 구경했네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매번 말하는 거지만 꽃사진은 찍을때도 좋고 볼때도 좋아요. 천연 모델들입니다. ^^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가끔은 정열의 단독샷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적당한 떼거지샷도 좋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고 가끔은 쓸쓸해 보이는 샷도 꽃들은 전부 소화해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해를 보지 않는 해바라기는 뭐라고 할까요... (이게 츤데레라는 것?)

사용자 삽입 이미지

꽃밭을 산책하시는 부모님 모습이 보기 좋았네요.
역시 사람은 꽃과 풀과 숲이 있는 곳에서 동물과 함께 살아야 사람다운 거라고 생각.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단순한 관광용으로 재배하는건지는 모르겠지만 참 가지런하게도 키운다 싶더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제 슬슬 시간도 되었고 하니 여행의 마지막 코스인 비에이를 향해 출발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비에이는 후라노보다 더 시골틱한 곳으로, 관광 시설이랄까 그런 장소 자체가 별로 없습니다.

원래 비에이는 자전거를 빌려서 하루 날잡고 코스를 돌아보는게 정석인 곳이라, 버스를 타고 찾아가서 구경할만한 스팟은 그리 많지 않죠.

작년 자전거 여행땐 추위가 느껴지는 늦가을 (홋카이도에서는 겨울이나 마찬가지)에 왔던 터라 여기서 한가하게 투어링 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단지 최북단을 향해 미친 야수처럼 헥헥거리며 달렸던 때라, 이렇게 엘레강스하고 앙뉘한(?) 여행을 즐기진 못했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시간도 촉박한게 버스투어란 것이니, 비에이는 그냥 요런 곳에서 차 세워놓고 잠시 숨돌리는걸로 끝입니다.
물론 버스안에서도 일본같지 않은 전원풍경을 감상하는건 가능하죠.
가이드 분의 말로는 비에이 근처에서 무슨 영화를 찍는 바람에 관광 스팟이 하나 생겼다고 하는데, 제가 아는 영화가 아니라서...

사용자 삽입 이미지
후라노와 비에이는 서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풍경이 확 바뀐다던가 하진 않지만
자세히 보면 은근히 느낌이 다르긴 하더군요.
그저 경치만 느긋하게 바라보는 여행도 좋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휴게소 하나 덩그라니 있는 황량한 곳이지만 이런 센스도 발휘해 놓았군요.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방이 확 트인 곳이라 어디서 찍어도 인물사진이 잘 받는듯한 착각에 빠지게 해 줍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후라노에서부터 참았는데, 투어 마지막이라니까 결국 참지 못하고 라벤더향 소프트 아이스크림 하나 입에 물었네요. ㅡㅡ;
확실히 라벤더향이 나긴 합니다. 감동할만한 맛은 아니지만 특산품이라는데요 뭘...

사용자 삽입 이미지

참 경치좋은 곳입니다그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홋카이도가 애초에 일본 본토와는 굉장히 이질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긴 한데
그 중에서도 후라노와 비에이는 꽤나 유럽풍의 전원 분위기를 은근슬쩍 풍기는 듯 하네요.

사실 홋카이도의 자연이란 이런 게 아니라, 좀 더 거칠고 황량하고 고독하면서도 생명력 강한 야생의 무엇이라고 생각.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시 삿포로로 돌아와서 저녁식사하러 나갔습니다. 가는 길에 홋카이도청 구 본청사에 잠시 들렀습니다.
1888년에 세운 네오바로크 건축 양식이라 건물 자체가 삿포로의 역사를 보여주는 곳이죠.
옆에는 조그만 연못이 있어서 시민들이 맥주 파티를 벌이는 중이었습니다.

삿포로는 여름엔 맥주, 겨울엔 얼음축제로군요. ㅡㅡ;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저녁은 창업 40년이 넘은 라멘집 타이코우(大公)에서 먹었습니다.
하지만 예상했던대로 짠 음식을 싫어하시는 어머니는 아주아주 질색을 하시더군요.

전 라멘을 워낙 좋아해서 작년 자전거 여행때도 하루 한끼는 꼭 라멘을 먹을 정도였는데
일본 라멘의 진한 국물을 도저히 좋아하실수 없는 엄니였습니다. ㅡㅡ;

사용자 삽입 이미지
벽에는 뭔가 유명한 사람들의 사인이 걸려있었는데
사실 요즘 삿포로역 옆의 라멘공화국이나, 유명한 라멘요코쵸(ラ-メン橫丁)에 비해 특출난 맛은 아니었습니다.

저 혼자 왔다면 아마 매일 점심마다 맛있는 라멘 찾아다느라 정신이 없었을텐데... 어머니께서 질색하시니 그건 다음 기회에.

사용자 삽입 이미지

돌아오는길에 아버지께서는 다시 츄오도리에서 열리는 맥주축제에 발걸음을 옮기셨습니다.
밤에도 여전히 사람은 많더군요. 3~4명이서 5L 짜리 거대 생맥주 통을 놓고 마시는 모습을 보니 이쪽 사람들도 한가닥 하는듯.
홋카이도가 원래 본토에 비해 강인하고 남성적인 분위기를 많이 풍기는 곳이라, 술마시는 모습도 좀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내일도 버스표 끊어서 떠나야 하는 일정입니다. (가이드 투어는 아니고 제가 직접 가이드해서)
마지막 날은 아침에 산책할 시간말고는 없는 빠듯한 일정이라 사실상 마지막 관광이 되겠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제 저녁에 미리 예약해놓은 투어 버스를 타고 후라노로 출발했습니다.
외국인을 위한 라디오 설명 버스투어가 있길래 부모님께 도움이 될까 싶어서 신청했죠.

후라노나 비에이는 개인이 느긋하게 즐기려면 개인 교통편을 가지고 가거나, 그 근처에서 1박이 필요한 지역이라
그럴 여건이 안되는 우리 가족은 새벽에 출발해서 저녁에 돌아오는 간단 투어를 선택.

원래는 이런 투어 잘 안하지만 한국어 설명도 있는 특이한 투어인데다, 지역적으로 저보다 투어가이드의 설명이 더 알찰 것이라는 판단에.

사용자 삽입 이미지

후라노로 가는 도중, 우리 버스 앞을 나란히 지나가던 미니 쿠퍼 3대가 휴게소에서도 서 있더군요.
명백하게 이탈리안 잡을 패러디한거라 믿습니다. ^^
제가 아주 좋아하는 자동차이고, 실제로 자동차를 살 생각은 없지만 꼭 사게 된다면 이녀석을 사고 싶네요.

드라이버들이 없어서 물어보질 못했네요. 인사하고 사진 한 장 찍었으면 재미있었을텐데.

사용자 삽입 이미지

후라노는 인구 7만이 안되는 농촌이지만 요즘 들어 유명해진건 역시 여름에 절정을 이루는 라벤더 농장 때문이겠죠.
연간 200만에 가까운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라벤더 농장은 사실 30~40년 전만 해도 홋카이도 중남부 전역에서 광대하게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기가 급격하게 시들고 라벤더 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어 대부분의 농장이 사라져 버렸는데, 이곳 후라노만이 남아서 계속 그 명맥을 유지한 결과
지금은 일본에서 '라벤더'하면 무조건 후라노를 떠올리게 되었네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지만 정말 불행히도 라벤더꽃은 7월 말까지가 절정을 이루는터라, 제가 도착한 8월 9일엔 이미 대부분의 라벤더꽃이 저버린 상태였습니다. ㅡㅡ;

첫 번째 사진이 사실은 라벤더 밭입니다. ^^; 꽃이 없어져 버렸네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지만 저처럼 아쉽게 라벤더를 놓쳐서 아쉬워 할 관광객을 위해 조금의 라벤더와 다른 몇몇 꽃들이 아직 피어있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곳 후라노의 토미타 농장은 기온이 34도였습니다. ㅡㅡ;
원래 쾌적한 여행을 즐기려면 여름엔 홋카이도, 겨울엔 오키나와가 일본 여행의 정석이었는데... 무서운 지구온난화입니다.

그래도 사람은 꽤 많더군요. 날씨가 너무너무 더워서 느긋하게 둘러보기도 힘들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시원함을 찾아서 근처의 특산품 센터로...
물건 사고싶게 만드는 능력 하나는 좀 배워야 할 것 같더군요. 분위기도 좋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실내 장식도 지역적 특색을 잘 살리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전부 이 지역에서 직접 만든 토산품들. 거기다 온천지에 전부 라벤더 관련상품이네요. ㅡㅡ;
밖에서는 라벤더향 라무네(사이다같은 음료수), 라벤더맛 소프트크림 등등이 팔리고 있고.
저 유리잔들은 차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지나치기 힘든 유혹이었지만 예산부족으로 간신히 참았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별건 아니지만 지하 60m 에서 솟아나온다는 물도 좀 신기했습니다.
마시는 식용수는 아니라고 적어놨지만... ㅡㅡ; 시원하긴 무지하게 시원하더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래도 모든 라벤더가 전멸한 건 아니더군요. 아직 남아있는 라벤더 밭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개를 데리고 산책나오신 분도 있더군요. 좀 찍어도 되냐고 하니 흔쾌히 승락해주셨는데, 이녀석은 주인이 놀아주려는 줄 알고 미친듯이 몸을 흔들어대서... ㅡㅡ;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제가 살고 싶어하는 풍경이 그대로 펼쳐진 곳이라 가만히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물론 이것보다 더 살고 싶은 풍경은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의 집이긴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역시 가이드투어의 단점인 시간 제한때문에 오래 있진 못했지만
날씨가 너무 더워서 긴 범위를 걸어서 이동하기도 힘들고, 적당히 둘러볼건 둘러봤다고 생각하기에 만족.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점심도 제공되는 투어라서 밥 걱정은 없습니다. 걱정과는 달리 꽤나 괜찮은 재료로 만든 요리가 나오더군요.
좀 짠편이긴 했지만 재료도 신선하고 가격대로는 충분히 만족할만 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여기서도 생맥주 주문해 달라고 하셔서 제가 기분이 팍 상했지만. ㅡㅡ;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서울의 흐리멍텅한 하늘을 바라볼 때 머릿속에 갈망하던 광경을 실제로 보고 있으니 역시 전 도시 체질은 아닌것 같더군요.
도시에서도 적응은 잘 하는 편이지만, 그곳에 계속 있으면 자신이 점점 흐리멍텅해지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어서.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런 곳에서는 포기해야 할 것도 많지만
분명히 그만큼 얻는 것도 있겠죠.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는 개인의 선택.
뭐, 기술이 발달할수록 이런 시골도 편의성 면에선 큰 이득을 보고 있으니 딱히 문제될 건 없지만.
문제의 본질은 편의성이 아닌 '흐름'에 뒤쳐질지도 모른다는 상대적 초조함 때문이겠죠. 현대는 조급증 환자들의 시대니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인생의 가치도 남하고 비교우위에 있지 않으면 불행함을 느끼는 병적인 사람들이 많은 시기라서
아마 이런 곳에서 살고 싶다고 하면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 녀석으로밖에 취급을 못받을듯.
제가 그런 말 하면 언제나처럼 돌아오는 말은 '뭐해서 먹고 살래?' 입니다.

딱히 대답해주고 싶은 말이 없네요. ㅡㅡ;


후라노, 비에이편은 사진이 많아서 다음 편에 나눠서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