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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4.24  제천 한방엑스포 팸투어 - 박정우 염색갤러리 16


금월봉을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 일행은 박정우 염색갤러리에 도착했습니다.
예정시각보다 수십 분이나 늦어졌지만 박선생님이 문앞에서 환하게 웃으며 맞이해 주시더군요.

4월 16일 오픈한 갤러리라 사실상 저희 일행이 첫 손님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제천시가 만들어서 3년간 박선생님한테 임대하는 형식으로 지어진 갤러리는 2층으로 구성된 아담한 곳이더군요.


입구가 2층입니다.

시간이 좀 빠듯해서 빨리 1층으로 내려가 스카프 염색 체험을 해야 하는데
역시 찍사로서의 본능이 충만한 분들이 떼로 몰려온 것이다 보니
전부 갤러리 내부를 찍으시느라고 정신이 없었습니다. ^^

카메라의 업을 등에 진 사람의 숙명이란 것인가...


2층은 갤러리와 간단한 염색 작품들 판매하는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눈독들여 구경할 시간이 없어서 안타까웠지만
얼핏 봐도 굉장히 부드럽고 안정된 색감을 보여주는 저 작품들은
일반 종이가 아닌 실크지에 염색을 해서 만들어낸 것이라고 하더군요.


간단한 소개를 하고 염색 체험을 준비하시려는 박선생님이지만
찍사들의 휘몰아치는 본능에 쑥쓰러워하십니다.

순식간에 포토라인이 형성되어서 수십대의 카메라가 선생님을 향한 것이죠.
웃으면서 가만히 포즈를 잡아주셨습니다.

나이에 비해 굉장히 젊어보이시고, 특히 목소리로 치면 제가 박선생님 할아버지뻘은 되겠더군요.


1층에는 테이블마다 스카프 염색에 필요한 도구들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염료들은 원래 아무렇게나 놓여있었는데
찍사의 본능에 따라 일렬로 세워놓고 사진 찍었네요.


뭐에 쓰는건진 모르겠지만 구도가 좋아보여서 한 장 찍었습니다.


언덕 도로 옆에 세워진 갤러리라 1층 뒷문으로 나가면 청풍호가 눈에 들어옵니다.
저~ 멀리 보이는 황토색 호텔이 오늘 저희 일행이 묵을 장소라고 하네요.

그 옆의 쑥 솟은 기둥은 번지점프대, 강가에 오페라 하우스처럼 생긴 건 공연장이라고 합니다.
이곳에서 매년 8월에 '제천 국제음악영화제'가 열린다고 하는군요.
올해는 한방 엑스포와 함께 여러가지 이벤트들이 많이 일어나니
사람 붐비는 것만 참을 수 있다면 볼만한 것들이 쏟아지는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빨리 염색하고 밥 먹으러 가야 하기 때문에 거두절미하고 박선생님이 시범을 보여주십니다.
원래 서양화 전공하신 분인데 염색에 심취하셔서 지금은 이쪽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계시다고 하네요.


실크에 염료가 잘 베어들게 물을 묻힌 다음 실크를 실로 돌돌 말아서 염료를 묻힙니다.

실 마는 형태나, 실을 얼마나 강하게 매었느냐에 따라 무늬의 선명도나 모양이 바뀝니다.
귀찮으신 분들은 그냥 실 없이 그냥 아무렇게나 묶어서 사이사이에 염료를 발라도 된다고 하네요.

이런 식의 기본 염색은 초보라도 마음껏 염색하다 보면 대충 작품 비스무리한게 나오니
신경쓰지말고 막 칠하라고 하시더군요.


단지 한번 묶어서 염료를 묻힌 것 뿐인데
풀어보니 이런 멋진 문양이 나왔습니다. 사람들의 입에서 감탄사가~

누구나 이 정도는 쉽게 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지만
그때 박선생님의 모습에서 저는 '참 쉽죠잉~?' 을 연발하시던 밥아저씨가 생각나더군요.


다들 부산하게 움직이며 스카프 염색을 시작합니다.
저는 그냥 마음가는대로 아무렇게나 묶고 실 감고 하면서 혼돈의 무늬를 만듭니다.

꽤 많은 분들이 세심하게 작품 하나 만드시려고 노력을 하시던데
저는 뭐, 색깔이 적당히 베어나오기만 해도 괜찮습니다.

이거 만들어 가져가도 엄니께서 쓰고 다니실지 의문이라...


왼쪽에서 7번째 스카프가 제가 만든 녀석으로 추정됩니다.
전문가 못지 않게 깔끔하게 잘 만든 분도 계시더군요.

그냥 염료가 은은하게 잘 스며들어가 있으면 다 좋게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다음엔 이걸 말려서 열처리를 하면 일단 끝이 나고
나중에 집에서 다리미로 살짝 밀어주면 정말 시중에서 파는 스카프 느낌이 난다고 하는군요.


열처리는 박선생님이 해서 저희들의 식사 예정지로 보내주시겠다고 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폐만 끼치고 가는 것 같네요.

바람 좋은 뒷마당에 나와서 다들 스카프를 펄럭이는 장관이 연출되었습니다.
원래 물빠짐이 좋은 녀석이라 금새 말라버리는군요.
펄럭이는 스카프와 함께 광고 모델처럼 사진 찍으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장비가 빠방하니.


연륜이 있으신 분들은 역시 스카프도 거의 예술적으로 만드시는군요.
제 스카프는 반쯤 혼돈의 국물속에 빠졌다가 건져올린 듯한 느낌인데...

엄니께서는 보기 좋다고 하셨습니다. 입고 나가실지는 별개의 문제겠죠.


다른 분들은 다음 코스를 향해 출발하셨는데
저는 이곳에서 찻잔 받침 등을 좀 구입하기 위해서 스탭분의 차량을 타고 나중에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괜히 민폐를 계속 끼치게 되는것 같아서 죄송했는데, 흔쾌히 승락하시더군요.
갤러리를 연지 얼마 되지 않아서 카드결제하는데 익숙하지 않으신 터라 시간이 좀 걸렸네요.

저는 그냥 갤러리 내부 사진이나 찍으면서 놀고 있었습니다.


실크에 그려진 풍경은 확실히 일반 종이와는 다른 느낌을 주더군요.
사진으로 그 느낌을 표현하기란 어렵습니다. 확대해서 보면 그림의 질감이나 색감이 확연히 차이납니다만
원본 사진은 24 인치 모니터 긴 쪽으로 4개를 붙여야 될 정도로 큰 녀석이라... ㅡㅡ;


판매 부스에는 작은 지갑이나 찻잔 받침, 악세사리 등등이 전시되어 있더군요.
염색에 중점을 두시는 분이라 독특한 색조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작은 지갑같은것도 마음에 들었는데, 엄니께서 쓰실지는 의문이라 포기하고
찻잔 받침은 실사용도 용이하고 선물로도 얼마든지 활용 가능하니 몇개 구입해 왔습니다.

저는 개별행동과 무슨 인연이라도 있는지, 결국 저 혼자 스탭분 차를 타고 일행들를 뒤쫓아가는 꼴이 되어버렸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