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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해도'에 해당하는 글들

  1. 2014.07.06  2월 9일 삿포로 - 시계탑 주변 8
  2. 2014.07.02  2월 9일 홋카이도 - 신 치토세 공항의 미쿠 4
  3. 2009.09.18  홋카이도(北海道) 여행기 7편 - 사토 수산(佐藤水産) 11
  4. 2009.09.17  홋카이도(北海道) 여행기 6편 - 시코츠 호수(支笏湖) 下 5
  5. 2009.09.16  홋카이도(北海道) 여행기 5편 - 시코츠 호수(支笏湖) 上 6

 

처음 삿포로 역을 봤을 때가 2008년 즈음이었는데, 그때의 충격은 상당했다.

자전거로 도쿄에서 토마코마이(苫小牧)까지 달려왔기 때문에 중간에 한참동안 시골 마을만 보다가

이 거대한 역사를 보게 되니 삿포로가 생각보다 정말 큰곳이구나 하는 임펙트가 있었던 듯.

 

옆으로 길쭉한 것이 아니라 이 뒤쪽으로 건물이 길에 늘어선 형태니까 실제 크기는 정말 크다.

물론 옆에 백화점, 호텔, 요도바시 카메라 등의 입점업체가 건물과 이어져 있기 때문에 그렇게 커 보이는 것이긴 하지만.

 

지금은 그냥 크고 멋진 역 중에 하나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지만

여전히 그때의 추억이 지금의 나에게 있어 삿포로의 인상을 긍정적으로 만들어 준 영향은 이어지고 있다.

 

 

 

예전보다 많이 더워지는 바람에 삿포로 눈축제도 괜찮을려나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원래 눈축제 조각용 눈은 모자라면 밖에서 사오기까지 한다니까 별로 문제가 되진 않는 듯 하다.

겨울엔 여전히 눈이 많이 내리고 기온도 그럭저럭 추워서 눈이 녹지는 않는다고 하니.

 

겨울 홋카이도는 처음 와 보는데, 곳곳에 비치된 미끄럼 방지 모래주머니 박스가 눈길을 끈다.

눈 보기 힘든 지방에 살아서 이런 것도 신기하다. 물론 마음대로 사용하라고 적혀 있다.

 

 

 

6개월 전에 예약해서 저렴하게 숙박 가능한 호텔은 역에서 10분만 걸으면 되는 가까운 곳이지만

전망이 좋은것도 아니고 빌딩 골목 사이에 조심스럽게 웅크리고 있어서 관광을 즐기려는 기분과는 좀 동떨어진 느낌.

 

짐을 풀고 잠깐 한숨을 돌렸는데, 전날 서울에서 나침반님과 실컷 놀고, 수면시간이 2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그런지

생각보다 많이 피곤하다. 침대에 누으면 다시 일어나기가 힘들 것 같아서

이 날을 위해 준비한 비니와 손목 방한대 등을 착용한 후 밖으로 나온다.

 

원래라면 손가락까지 덮은 장갑을 이용하겠지만, 사진 찍기가 영 불편해서 위험을 감수하고 손목 밑에서 손가락 밑까지만 올라오는 방한대를 사용한다.

많이 추울때를 대비해 장갑도 가지고는 왔지만 쓰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추위에 강한 편이기도 하고 삿포로는 의외로 그렇게까지 춥지 않다고 하니.

 

확실히 겁낼만큼 추운 편은 아니지만 쌓여있는 눈을 보면 확실히 많이 오는구나 싶다.

서울에 눈 내리는 것만 봐도 재미있는 대구의 환경을 생각해 보면, 이미 이곳은 별천지나 마찬가지.

겨울의 눈은 자비가 없어서 여름에 당당히 서 있던 자전거들은 비참한 모습으로 널부러져 있다.

 

 

 

눈이 그냥 폭폭 쌓인게 아니라 도보에 있던 눈을 위에 쌓고 쌓아서 얼음층처럼 변해버린 녀석들이라

저 밑에 깔려있는 자전거들의 안위가 걱정된다. 어차피 대부분 무단 방치된 녀석들일테니 봐 주는 사람도 없겠지만.

눈축제 보려고 왔지만 눈 자체가 신기한 나로서는 이런 모습도 매우 즐거운 관광 볼거리다.

 

 

 

사방에 눈길 천지라서 무거운 카메라 세트 들고 미끄러지지나 않을까 걱정했지만

의외로 서울처럼 빙판길 때문에 쭐떡쭐떡 미끄러지는 느낌은 아니다.

 

도보쪽은 상당히 공을 들여 치워놓았고, 쌓여서 얼어버린 길은 모래를 충분히 깔아두었기 때문에

체감되는 미끄러움은 전날 서울에서 느꼈던 것보다 훨씬 덜하다. 거의 평지 걷는 느낌으로 움직일 수 있다.

 

 

 

삿포로가 홋카이도 안에서 별로 추운 편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시내를 흐르는 조그만 하천은 거의 다 얼어있다.

눈축제를 보고 나면 삿포로 유일의 비경인 시레토코로 향하게 될 텐데, 그 쪽은 살짝 걱정이 된다.

 

 

 

이제는 친숙하기까지 한 TV탑의 모습이 보인다.

 

처음 오는 사람들은 저게 시계탑인줄 알지만 사실 시계탑은 따로 있다. 워낙 작고 아담해서 처음엔 놀라지만.

저 시계탑을 기점으로 현 장소에서 오른쪽 대로가 전부 눈축제 개설장인데, 지금은 가고 싶은 생각이 없다.

눈축제는 조명이 밝혀지는 밤이 훨씬 더 다채로운 구경이 가능하다고도 하고

낮에 보는 눈축제는 어차피 내일 Y 양과 만나서 하루종일 돌아다닐 예정이니까. 미리 예습해서 즐거움을 덜어내고 싶진 않다.

 

그래서 가능하면 TV탑 앞까지는 가지 않기로 생각하며 천천히 눈 덮힌 풍경을 즐긴다.

 

 

 

일본인들에게 있어 홋카이도는 메이지 이후의 개척정신 넘치는 강인한 이미지로 인식된다.

선진 문물의 시험장이자 계획도시의 표본이기도 한 삿포로와 그 주변 도시들은 서양식 건축의 흔적도 많이 남아있다.

 

사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몰아내며 확장하던 경우와 별로 다르지 않기 때문에 좋게만 볼 수는 없는 현실이지만.

 

조그만 성당이지만 주변 모습과 이질적인 매력이 셔터 한번 누르기에 부족함이 없다.

 

 

 

여기서부터 언뜻언뜻 눈축제 전시장 모습이 아른거리지만 지금은 꾹 참는다.

일단 삿포로에서 빠뜨릴 수 없는 라멘이라 한 그릇 먹고 돌아가서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생각에.

 

맛있는 부분은 나중에 먹는 성격이라, 지금 눈축제 구경 시작했다간 아무래도 저녁에 기진맥진해 질 것 같으니까.

눈은 내리지 않지만 역시 천천히 걸어다니고 있으니 살갗이 노출되어 있는 부분은 꽤나 매섭게 느껴진다.

 

 

 

지금까지는 딱히 눈축제가 아니라도 눈 보는 재미에 흠뻑 빠져서 아쉬운 기분이 들지 않는다.

설령 눈 보기 힘든 대구 지방 출신이 아니라 하더라도, 대도시 안에 이만큼 눈이 쌓여 있는 모습을 보는 기회란 흔하지 않으리라 본다.

 

일주일간 열리는 눈축제의 2/3 기간쯤에 도착했기 때문에 비교적 사람이 적은 편인지

몇몇 중국인 관광객 외에는 나름대로 한산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흐트러지지 않게 쌓인 눈을 보는 건 언제나 즐겁다.

 

 

 

삿포로가 대자연의 축복을 듬뿍 받은 곳이긴 한데, 개척민의 피가 남아있는 탓인지 의외로 도시에서 쓰레기 보기가 어렵지 않은 곳이다.

특히 반달리즘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겠지만 스트리트 페인팅의 흔적은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도 특징.

사방이 눈이라서 쓰레기 꽂아놓고 가기도 쉽긴 하다.

 

쓰레기라는 점을 배제한다면 흰 눈속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표현중인 금속 캔의 모습이 나름 인상적이기도 하다.

 

 

 

삿포로는 삿포로 역에서부터 메인 공원인 오오도리(大通り) 공원까지가 한 블럭,

오오도리 공원에서 유흥가인 스스키노(すすきの) 거리까지가 또 한 블럭으로 묶어 생각하는게 편하다.

두 구역을 한꺼번에 가로지르는 일은 도보로는 30분쯤 걸리기 때문에 조금 거리가 있지만, 블럭 안에서 돌아다니려면 어디든 도보로 쉽게 갈 수 있다.

 

삿포로 역과 스스키노엔 엄청난 수의 숙박지가 밀집해 있기 때문에, 여행자들은 어디를 선택해도 오오도리 공원까지 손쉽게 이동 가능하다.

물론 본인 경우엔 삿포로 이외에도 여러 지역을 돌아다닐 생각이라 역 쪽에서 가까운 곳에 숙소를 선택하는게 조금이라도 수고를 덜 수 있지만.

 

오오도리 공원 근처에 위치한 시계탑은 규모는 작아도 역사있는 관광 명소이기 때문에 사람들 모습이 꽤 보인다.

시계탑 정문쪽으로 향하기 전에 귀엽게 만들어놓은 눈사람이 있어서 먼저 담아본다. 입 모양이 만화적 데포르메에 충실한 모습.

 

 

 

몸은 상당히 피곤하지만 지금까지는 겨울 삿포로라는 첫 경험과, 익숙한 지형지물의 묘한 콜라보로 인해

어디를 보며 돌아다녀도 재미있다는 느낌 뿐이다. 오히려 이런 경우엔 메인 이벤트에 속하는 눈축제의 감흥이 크지 않게 되는 역효과가 조금 걱정되는 편.

 

웅장함과 거대함은 사람의 힘으로 만든 것보다 자연이 만들어낸 쪽에 훨씬 매력을 느끼는 성격이라서

사실 이번 삿포로 눈축제는 그냥 한 번도 보지 못한 것에 대한 막연한 동경 이외엔 별로 기대하는 게 없다.

 

몸이나 풀고 나서 진짜 목표인 시레토코까지 가는 전초기지 역할을 할 뿐이라서, 삿포로는 그냥 마음 비우고 즐기기만 하면 된다.

 

 

 

삿포로 시계탑은 그 역사성 때문에 이곳을 대표하는 관광 명소로 알려져 있지만

좀 전에 걸어오면서 찍은 이름모를 성당과 비교해도 결코 특이한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 평범하고 작은 건물일 뿐이다.

외국에서 기대감을 갖고 들어오는 관광객들에게는 그냥 기념 사진이나 남기는 정도의 과정밖에 남지 않는 소박한 곳.

 

더구나 안에 들어가는 데는 요금까지 들기 때문에, 어지간히 시계탑의 역사에 대해 알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면 추천하지는 않는다.

본인 역시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고.

 

 

 

그래도 시계탑 주변에는 여러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손바닥만한 눈사람이 늘어서 있어 관광객들의 아쉬움을 달래준다.

커플들이 좋아할 만한 하트모양 연결 고리의 선명함이 매력적인데, 수컷으로 보이는 쪽이 의도와는 다르게 좀 우울해 보이는 것이 포인트.

 

 

 

여담이지만, 눈 사진을 마음먹은대로 찍어내는 건 초보인 본인에게 여전히 힘든 일이다.

계조와 DR이 만족할만큼 뛰어나다면 걱정없지만 아직 카메라라는 기계에서는 구현하기 어렵다.

 

특히나 눈 찍을 일이 거의 없는 지역에서 살다 보니, 눈만 내리면 항상 평소보다 더 초보가 되는 기분이 든다.

이번엔 삿포로에서 열심히 연습해서 앞으로 조금씩이나마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담을 수 있도록 노력중.

 

 

 

특정 지역이나 가게에서 마스코트를 만들어 홍보하는 데에 어떤 제한이나 원칙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시계탑 옆의 라멘 가게에서 내 놓은 듯한 프란체스카라는 마스코트 캐릭터는 좀 의외다.

 

라멘과 무슨 접점이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서양식 건물이라고 고딕풍의 의상을 선택한 것인지. 거기다 안대는 왜 달고 있는지 모르겠다.

지금은 국민적인 인지도를 자랑하는 하츠네 미쿠가 탄생한 곳이다 보니 이런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것도 무리는 아닌 듯.

 

점심은 라멘으로 정했기 때문에 흥미가 동하긴 했지만, 캐릭터에 끌리기 보다는 조금이라도 맛있어 보이는 곳을 찾아가려 하니 일단 패스한다.

 

 

 

올해로 건설 135주년이 되는 시계탑은, 거대화 된 삿포로에 비해 아담하게 위축된 듯한 분위기밖에 느껴지지 않지만

길지 않은 역사라도 자랑스럽게 보여주고 싶은 사람들의 노력은 외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10분만 구경하면 더 볼것이 없는 곳이긴 해도, 역시 현대적 건물만 잔뜩 늘어서 있는 것 보다는 보기가 좋지 않은가.

 

 

 

고드름도 평소엔 그저 길어봤자 팔목 정도밖에 되지 않는 녀석들만 봐 왔는데

여기서는 상반신 정도 고드름은 그냥 지천에 널려있다는 점이 또 신선하게 다가온다.

 

아무래도 저 녀석이 떨어져서 사람과 접촉하면 단순한 사고로 끝나지 않을 듯 하니

고드름 주위에서는 조금이라도 조심하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눈 촌놈의 괜한 걱정일수도 있지만, 실제로 예전 삿포로 눈축제 때 전시용 눈 조각상이 무너져 관람객을 덥치는 사고도 발생했다고 하니

스스로 몸 추스려야 하는 겨울 여행엔 무조건 조심하는게 상책이다.

 

 

 

한적한 평원 언덕즈음에 서 있으면 딱 분위기 좋을만한 시계탑이지만

위치가 현 삿포로의 최중심 주변이기 때문에 근처엔 빌딩들로 가득해서 매력이 살지 않는 느낌.

 

실제로 이 시계탑은 옛날 삿포로 농대에 속한 건물이었기 때문에, 그 당시엔 정말 분위기 살아있는 모습을 보여줬었다.

 

 

 

반쯤 얼어버린 손으로 렌즈를 교채하는 것도 쉽지 않아서, 일단 망원렌즈로 교체 후에는 일부러라도 망원으로 건질 만한 피사체를 찾게 된다.

시계탑 건너편에 위치한 이 묘한 정체성의 음식점은 그 좋은 대상으로 손색이 없다.

 

현 홋카이도 대학의 초대 총장이었던 W.S 클라크의 흉상이 가리키는 손끝에 늘어서 있는 맛있는 식재료들의 모습은 매우 초현실적이다.

라멘 목표가 아니었다면 한번 들어가보고 싶었던 센스있는 식당.

 

 

 

한국 사람들에게도 유명한 'Boys, be ambitious' 라는 격언의 주인공인 클라크의 모습은

묘하게 쌓여있는 눈과 더불어 굉장한 인상을 남겨준다.

 

야심을 가지고 맛있게 밥을 먹으라는 의미인지, 팝아트적인 조합이 사진 찍기에 더할나위 없이 좋은 분위기를 풍긴다.

 

 

 

좋게 말하면 예의바르고 나쁘게 말하면 소심한 본토 사람들의 성격과 달리

풍요로운 자연과 거친 환경을 자랑하는 홋카이도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뭔가 자유분방하고 낙천적인 성향이 있다.

물론 혹독한 겨울을 생각하면 의외로 사색적인 느낌을 풍기기도 하지만, 적어도 삿포로라는 도시는 젊은 혈기가 넘치는 곳임에 틀림없다.

 

자전거 주륜 금지구역에 당당하게 세워놓는 대담함은 말할것도 없이, 그림 그릴만한 공간엔 빠지지 않고 재미있는 그래피티들이 난립해 있다.

주인 입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지만 개인적으로 삿포로에서는 이 정도 관용은 용납되어도 크게 문제가 없을거라는 기분이 든다.

 

 

 

남한 면적의 80%나 되는 대지에 인구는 겨우 600만도 되지 않고, 그것도 인구의 70% 이상이 삿포로 주변에 밀집해 있는 곳이라

자연스럽게 삿포로 이외 지역을 연결하는 대중교통이 매우 미비한 탓에, 이곳에서는 자동차가 매우 중요한 이동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겨울의 눈보라에도 거침없이 운전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홋카이도에서 출고되는 자동차들은 본토와는 다른 타이어를 장비한 채로 나온다.

 

걷다가 우연히 만난 볼보 대리점에는, 요즘들어 디자인에도 신경쓰기 시작한 회사의 기조를 반영이라도 하듯 멋들어진 녀석이 전시중이다.

그리고 그 옆에는 눈이 아니라 얼음을 깎아 만든 조그마한 조각상이 진열되어 있다.

삿포로 눈 축제가 워낙 유명한 녀석이다 보니, 축제 기간중엔 도시 곳곳에 볼만한 조각상들이 널려 있다.

 

 

 

회사 입장에서 본다면 매출과 별 상관없는 지출일 수도 있겠지만

도시를 대표하는 축제에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관광객들을 즐겁게 해 준다는 취지를 생각한다면

구성원 모두가 합심해서 축제를 지탱한다는 근본적인 부분에서 좋은 평가를 줄 수 있다.

 

한국에서 축제란 조직위원회에서 차려놓은 밥상을 시민들이 퍼먹기만 하는 남의 집 불구경 같은 인상을 지울수가 없는데

이런 시민 참여적 축제가 제대로 열리려면 앞으로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러야 할까 아쉬워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겨울 날씨란 처음엔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다가도, 시나브로 추위가 뼛속까지 사무치는 느낌이기 때문에

슬슬 손끝의 감각은 무뎌지고 볼이 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하니 뜨근뜨끈한 라멘의 유혹을 물리칠 수가 없다.

 

홀로 여행자라면 선뜻 들어가기도 꺼려질 정도로 고풍스러운 느낌의 한 오래된 라멘집 간판이 보여서 결심하고 문을 연다.

창업 40년은 넘어보이는 반 목조 건물의 내부는 옻칠한 검은 인테리어가 라멘집이라는 이미지와는 다른 중후함을 풍긴다.

 

축제 기간이라 라멘과 주먹밥 세트가 나름 저렴하게 판매중이라 고민없이 주문해 본다. 라멘은 삿포로의 주류인 미소라멘으로 선택.

 

풍부한 토핑과 완벽한 완성도의 반숙 계란, 짜릿함이 느껴지는 진한 미소 국물의 조합이 추위와의 완벽한 대칭점으로 느껴진다.

처음 몇 숫갈은 얼어붙어서 콧물까지 나올 정도의 얼굴 탓에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지만

몸이 풀리니 전신을 자극하는 강렬한 맛이 모세혈관에까지 스며드는 듯 하다.

 

 

 

위에는 연어알, 속에는 연어살로 무장한 주먹밥이 세트 메뉴로 따라나온다.

사계절의 변화가 극단적인 곳에서 나는 쌀은 찰기와 꼬들꼬들함이 절묘히 조화된 우수한 품질을 자랑한다.

 

추운 날씨탓에 라멘의 국물이 조금이라도 식기 전 열심히 흡입하다 보니, 주먹밥을 먹을 타이밍이 조금 애매하다는 게 살짝 아쉽긴 했다.

일본 라멘이 원래 짠 편이지만, 삿포로의 특제 미소라멘은 그 농후함 만큼이나 짜기도 정말 짠 편이라

이걸 맛있게 후룩후룩 먹는 한국인은 나름 일본 문화에 익숙해 진 사람이라 봐도 될 듯.

 

아마 적지 않은 사람들은 국물이 짜다고 원성을 낼 법 하다. 이거 한그릇 먹고 나면 몸이 퉁퉁 부는게 느껴질 정도로.

실제로 일본에서도 라멘은 그냥 별식으로 가끔 먹을 정도지, 이걸 매 끼마다 먹다간 몸이 남아나질 않으리라 생각한다.

 

나야 라멘을 워낙 좋아해서 몸 생각 하지 않고 여행중엔 1일 1라멘 원칙을 철저하게 고수하는 편이긴 하지만.

 

후끈거리는 뺨과 함께 다시 숙소로 돌아와 옷을 벗고 침대에 몸을 누였다.

TV를 틀고 방송에 집중하려 해 보지만 눈꺼풀이 감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조금이라도 방송을 즐겨보고 싶지만, 아무래도 한두 시간이라도 눈을 붙였다가 떼어야지만 야간 눈축제를 볼 수 있을 듯 하다.

 

생각과는 달리 야간 눈축제는 9~10시 즈음에 라이트를 전부 꺼버리기 때문에 심야에 즐기기엔 힘들다.

삿포로엔 3일간 체류할 예정이라 아직 기회는 있다고 생각하며, 일단 8시 쯤 다시 나가기로 하고 체력 보충을 위해 TV 를 전등삼아 눈을 감는다.

 

 

나침반님 집에서 하룻밤 자고 공항으로 가려던 계획은 미묘하게 실패에 가깝다.

새벽 5시에 공항 리무진을 타야 하는데 새벽 3시쯤 되어서야 겨우 눈을 붙인 것.

마음 속으로는 대충 그렇게 될 거란 사실을 예상하고 있기도 했고

실제로 나침반님과 수다떨지 않았더라도 여행 전날엔 잠을 자지 못하는 특성 상 뒤척이며 시간 보냈을 것.

 

여행 첫날엔 무리하지 말자는 의미로 일찍 숙소에 들어가 쉬는 게 관례에 가까워서 별로 신경쓰지 않았는데

7시에 도착한 인천공항은 기대감에 부푼 나의 마음을 한순간에 붕괴시킬 정도로 난장판이 되어 있다.

 

평생 어느 시간대라도 이렇게까지 인파로 붐비는 인천공항은 본 적이 없다.

9시 5분 출발이라 넉넉하게 7시 5분 전에 도착했는데, 이미 진에어 카운터는 백여 명에 가까운 대기자로 빡빡하다.

서둘러 줄을 서서 발권받는데 40분 가까이 걸렸는데 게이트 통과하는 검색대에만도 지네처럼 줄이 늘어서 있다.

그 넓은 인천공항에서 각각의 게이트에 대기하고 있는 줄이 옆쪽 게이트 대기줄과 만날 정도로 어마어마한 길이.

 

세상에 이럴수도 있나 싶은 생각으로 그저 묵묵히 기다리는데, 나 말고도 걱정하는 사람은 많은지

지나가는 직원 붙잡고 이러다가 비행기 못타면 어떻하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꽤 있다.

 

심장이 쫄깃해 질 정도의 긴장감을 견디며 출국장을 빠져나오던 시간이 8시 35분.

대체 무슨 날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느긋하게 공항에 도착해 구경이나 하자던 계획은 완전히 물건너갔다.

 

어쨌든 좌석에 앉고 나니 긴장은 풀리고 이륙과 함께 주섬주섬 카메라를 꺼낸다.

다들 어느 나라로 떠났는지 신 치토세 공항행 비행기는 빈 좌석이 꽤나 남아있어서 옆자리에 카메라를 던져놔도 문제 없다.

 

 

 

당시 서울에도 그럭저럭 눈이 왔었고, 살짝 얼어버린 바닥 때문에 고생도 좀 했지만

비행기가 고도를 올리면 올릴수록 시야가 눈구름으로 점점 흐려지는 것을 보니 살짝 걱정도 든다.

 

겨울의 홋카이도는 처음이라 그 어마어마하다는 눈 속을 제대로 걸을 수 있을까 싶다.

홀로 여행이라 도시간 이동을 제외하면 거의 두 발로 움직여야 하는데

심한 평편족인 본인은 얼음바닥 위에서 균형잡기가 매우 힘들다. 발바닥 중앙이 툭 튀어나와 있기 때문에 안정감이 없다.

 

겨울 여행은 몸조심이 제일이므로 평생 한 번도 써 본적 없는 비니도 베낭속에 넣어 놨고

튼튼한 장갑과 손목 방한대, 홈쇼핑에서 선전하던 아이젠 수납형 등산화도 신고 왔다.

구입한 돈이 아깝더라도 아이젠을 사용하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지만.

 

 

 

일본쪽으로 날아갈수록 좀 전에 봤던 한반도쪽 구름은 양반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구름이라기 보단 아예 눈덩어리처럼 보이는 것들이 비행기 밑을 가득 메우고 있다.

그래도 역시 겨울 홋카이도라면 눈이 팍팍 내리기를 기원했던 만큼, 긴장과 함께 기대감도 커지는 기분.

 

 

 

저가항공이라서 홋카이도 가는 동안 굶을 줄 알았는데 가벼운 간식거리는 제공해 준다.

 

홋카이도는 일본에서도 미식의 전당으로 소문난 곳이긴 한데

홀로 여행 도중에는 사실 아무리 자금 여유가 있어도 맛집 찾아다닐 생각이 들지 않는다.

대부분 적당히 즐길만한 음식으로도 충분히 맛있게 먹기 때문에, 이런 간식 역시 되는대로 먹어주는게 이득이다.

이런 말 하는 이유는, 한 칸 건너 여자 승객이 빵을 반 쪽만 먹고 그냥 남겨버렸기 때문.

 

 

 

신 치토세 공항에 도착해서는 아직까지 추위를 느낄 일이 없다. 워낙 따뜻해서 땀이 줄줄 흐를 정도니까.

 

일본에서도 홋카이도 하면 겨울에 끝내주게 추운 지역으로 대충 알려져 있어서 오해를 많이 사는데

날씨가 추운만큼 건물 내부의 난방 장치가 워낙 잘 되어 있는 바람에

오히려 요즘 홋카이도 젊은이들은 본토 사람들보다 추위를 더 많이 탄다고 한다.

 

신 치토세 공항도 전력난이 걱정될 만큼 더운 편이라 베낭과 카메라 사이드백, 두꺼운 점퍼로 몸을 감싼 나로서는 견디기 힘들다.

빨리 짐을 내려놓아야 좀 움직일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항 도착부터 느껴지는 시끌벅적한 축제의 기운은

아무래도 셔터를 누르지 않고서는 쉽게 지나갈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나에게는 피규어로 친숙한 하츠네 미쿠(初音ミク)가 사방천지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점이 적지 않은 문화컬쳐(?)로 다가온다.

물론 미쿠라는 캐릭터를 만든 회사가 삿포로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지역 상품으로서 홍보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전 세계에서 손꼽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는 삿포로 눈축제의 공식 입구인 공항 전체를 미쿠로 도배해 버리는 모습은 예상을 웃도는 덕력이다.

 

아마 오타쿠 문화와 전혀 접점이 없는 일반 관광객이라도 필연적으로 저 캐릭터 모습 정도는 눈에 박혀서 돌아가게 될 듯 하다.

 

 

 

공항에서 하룻밤 즐길 생각인지, 신 치토세 공항의 메인 홀에는 미쿠 관련 이벤트로 바글바글한 상태.

공항 여기저기에서 스템프 찍어오는 미션부터, 일러스트레이터의 원화 갤러리, 레이싱 기업들과의 스폰서 부스 등등

이번 축제에서 아예 끝장을 봐 버리자는 느낌으로 물량공세를 펼치는 분위기는 놀랍기 그지없다.

 

물론 일본에서는 뉴스에도 몇번 나오고, 거대 자동차 회사의 글로벌 CM 에도 등장하는 등 단순한 오타쿠 캐릭터의 범주를 넘어선 편이긴 하지만

공항이라는 나름 딱딱한 공공 기관물에 이런 훈훈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는 것은 굉장한 임팩트를 가져다 준다.

 

 

 

나름 피규어도 몇 개 가지고 있고, 노래도 몇 곡 들어봐서 그럭저럭 이질감을 덜 느끼는 본인이라도

굉장히 이질적인 세계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듯 하다.

 

그래도 시작부터 카메라 셔터를 좀 풀어놓을 수 있으니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흐르는 땀을 닦으며 여기저기 담아본다.

땀흘리며 거대 카메라 들고 인형 찍어대는 뚱땡이는 분명 전형적인 오타쿠의 모습일텐데.

 

 

 

미쿠라는 캐릭터는 기본적으로 녹색 머리에 가깝지만

본사인 크립톤 퓨쳐 소프트웨어가 삿포로에 있다는 이유로 눈 축제 마스코트에 지정된 이후

매년마다 눈축제 기간에서만 공개되는 한정판 바리에이션 모델들이 등장해 매니아들의 지갑을 탈탈 털어가고 있다.

 

눈축제 하면 역시 눈이니 바리에이션의 대부분은 눈이나 흰색을 모티브로 해서 만들어지는 편.

가장 우측의 버전은 일본 전통 결혼식 때 사용하는 의복인 시로무쿠(白無垢) 를 입은 미쿠인데

참 마음에 들어서 하나 구입해볼까 했는데, 금새 품절되고 나서 가격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올라버려서 깔끔하게 포기했던 기억이 있다.

 

 

 

신 치토세 공항은 국제선보다 국내선 쪽이 훨씬 활성화 된, 한국에서 보자면 이상한 구조로 되어있지만

규모면에선 꽤 좁은 편에 속해도 효율높은 배치를 통해 즐길만한 것들을 알뜰하게 모아놓은 느낌이 든다.

최상층엔 극장도 있는걸 봐서 확실히 모든 편의시설이 국내선 이용자들을 위한 것이라는 확신도 들고.

 

위에서 사진 찍고 있으니, 이번 2014년 겨울버전 미쿠는 아무래도 마법사 의상인 듯 하다.

어차피 저런 한정판은 이미 예전에 예약판매로 동났고, 실제 눈축제 기간에 구매는 거의 불가능하니

그냥 이런 오타쿠 에너지로 가득 찬 공항을 담아볼 수 있다는 흔치 않은 기회를 즐기는 것만으로 충분히 만족.

 

 

 

아닌 게 아니라 실제로 미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호텔에 짐 풀어놓을 시간도 없이 공항 도착하자마자 몇 시간은 거뜬히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이곳저곳 많이 꾸며놓았다.

위층을 한바퀴 둘러보니 실제로 일본 레이싱 경기에 스폰서로 참가중인 미쿠의 상판대기를 구경할 수 있다.

 

이 팀의 성적이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차를 모는 레이서도 나름 미쿠 매니아인가 싶은 생각이 든다.

스폰서야 높으신 분들의 결정이니 실제로 레이서는 미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를 가능성이 있지만

저런 프레임을 두르고 레이스를 펼치다 보면 어쨌든 이런 문화에 익숙해 지지 않을까 싶다.

쪽팔려서 숨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거부감이 드는 레이서라면 그건 참 불행한 일이겠지만.

 

 

 

첫째 날은 무리하지 않고 숙소로 돌아가 짐 풀어낸 뒤에

잠깐 산책만 하고 맛있는 먹거리로 배를 채운다는 본인의 교과서적 절차가

이 신 치토세 공항에 불현듯 나타난 거대한 오덕의 불길에 갈팡질팡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쓰여있는 것처럼 이 미쿠 이벤트는 2월 11일까지라, 귀국편에서는 볼 수 없으니 오늘밖에 기회가 없다.

짐 좀 풀어놓고 다니고 싶어도 공항에서 코인 락커 사용하는 비용이 얼마나 아까운지.

아직 늙은 몸이라고 할 만한 처지는 아니니 그냥 땀 좀 흘리고 돌아다니기로 한다.

 

 

 

미쿠는 볼만큼 봤으니 신 치토세 공항의 모습을 좀 더 자세히 눈에 새겨둔다.

국내선에 바글바글한 내국인 관광객들의 모습만 봐도 짐작이 가지만

홋카이도라는 곳이 일본인 입장에서는 반쯤 해외여행 가는 기분으로 오는 곳이라서

특히나 이런 눈축제 기간엔 외국인만큼 내국인들 행렬도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다들 공항에서 뭘 하느라 빨리 숙소로 이동하지 않는지, 모든 음식점이나 휴식용 벤치 등이 사람으로 꽉 차있어서

그냥 사진 찍으며 돌아다니는 것 말고는 딱히 즐길 거리가 없다.

최상층의 극장, 게임 센터 등엔 사람이 별로 없어 널널했지만 지금 그런 거 볼 시간도 아니고.

 

 

 

일본의 공항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옛 향수 풍기는 구조물도 금방 눈에 들어온다.

아이들이 안에 들어가서 만져볼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옛 전철 모형인데

이 전철이 움직이고 있을 당시엔 그냥 치토세 공항이라고, 한국의 몇몇 공항과 마찬가지로 항공자위대와 함께 사용하던 조그마한 곳이었다.

 

실제로 이 녀석을 타 본 사람도 아직 살아있을 나이지만 지금 도쿄와 신 치토세 공항의 일일 항공편수는

전 세계 세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굉장한 수송량을 자랑하고 있으니 참 감회가 새로울 듯 하다.

 

 

 

적당히 공항 구경을 마치고 난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삿포로로 향한다.

삿포로발 열차는 이곳이 출발역이지만 축제 기간이라 워낙 사람이 많아서

일부러 열차 하나를 보내버린 후 맨 앞줄에서 대기하다가 잽싸게 들어가 좌석을 하나 확보한다.

 

삿포로까지 50분쯤 걸리는 거리라서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했지만

앞서 말했던 겨울의 홋카이도 실내는 무조건 덥다고 생각하면 될 정도로 난방이 잘 되어 있어서

빡빡한 인파속에 이 정도 짐과 옷가지를 껴안은채로 서 있으면 땀으로 범벅이 될 것이 뻔하다.

아니나다를까 서 있는 사람들은 거의 출근길 열차를 방불케 하는 형상이 되어버려서 아둥바둥거리기 시작한다.

 

노인네들도 좀 서 있는 바람에 살짝살짝 양심이 따끔거리는 것을 느끼며 편안하게 삿포로에 도착. 이렇게 오는 건 4년만이다.

 

가장 먼저 할 일은 JR 여행센터에 가서 레일패스를 구입하는 것.

10일간의 적당히 긴 이번 여행은 렌터카를 쓰지 않고 홋카이도를 가로질러야 하는 긴 이동거리를 자랑하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레일패스의 힘이 필요하다.

외국인에게만 판매하는 이 레일패스는 이동거리가 길고 빈번할수록 압도적인 할인율을 자랑한다. 어쨌든 기간 내엔 무제한 이용이 가능하니까.

 

여행 전 준비과정에서 가장 머리를 싸매게 만든 것이 이 레일패스인데

플렉서블이라 하는, 4일간 사용할 수 있으며 날짜를 지정할 수 있는 패스를 제외하면

3,5,7일권 전부 개시하는 날부터 연속적으로밖에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동요금이 가장 많이 나오는 날을 잘 고려해서 개시일을 선택해야 하고, 그 전까지는 교통비를 최대한 줄여야 이득.

 

고민끝에 7일권으로 2월 12일부터 사용하는 레일 패스를 구매한다.

9~11일까지는 삿포로 눈축제와 함께 만나기로 약속한 Y 일행과 지낼 예정이니

굳이 레일패스를 사용할 만큼 이동하지는 않으리라는 생각에서.

 

안내원에게 한국 여권을 보여주자 한국어로 열차편 예약에 대해서 질문해 온다.

발음상의 미묘한 어색함은 있어도 거의 대학원생 레벨의 숙련도를 자랑하는 한국어다.

 

여행도 왔겠다 평소의 낯가림은 좀 접어둬도 되겠다고 생각하며 '한국어 참 잘하시네요' 라고 일본어로 말해준다.

안내원도 웃으면서 일본어 잘하시네요 라고 한국어로 대답해 주는데

가만 생각해 보니 일본인 안내원이 한국어로 말하면 한국인 관광객이 일본어로 대답하는 형이상학적인 상황이라 묘한 기분이 든다.

 

예정과 완벽히 맞춰서 이동하기는 힘들겠지만 일단 자리라도 예약해놓자는 의미에서

12일부터 시작될 장대한 장거리 기차여행 좌석을 하나하나 예약해 놓았다.

레일패스의 좋은 점은, 출발시간 전이라면 언제든 무료로 캔슬 가능하며, 남은 자리를 얼마든지 다시 예약할 수 있다는 것.

이번 여행은 뒤로 갈수록 굉장히 외진 곳으로 기어들어가는 형태가 되기 때문에

기차 시간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 하루 꼬박 문제가 생기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수정의 여지를 조금 남겨놓은채로 일단 귀국날 다시 공항으로 돌아가는 열차까지 전부 좌석예약을 마친다.

 

 

 

숙소는 천원 이천원이라도 저렴한 곳으로 잡아 놓았다.

어차피 어딜 가나 한참을 걸어다녀야 할 여행이라서 호텔의 위치는 별 관계가 없다.

 

삿포로의 정경은 생각만큼 눈이 많이 온 것 같지 않은 느낌이었지만

자세히 보니 인도쪽의 눈을 놀랄 정도로 열심히 치워놓아서 생긴 착각에 불과했다.

인도쪽에 쌓였던 수많은 눈은 내 키보다도 더 큰 높이로 옆에 쌓여있으며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들은 유심히 보니, 눈이 수십cm 이상 쌓인 채로 굳어버리는 바람에

그냥 도로면 전체가 위로 올라와 있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과연 겨울 삿포로는 느낌이 틀리다는 생각에 기분이 매우 좋아진 채로 호텔을 찾으러 나선다.

물론 중간에 볼만한 것들을 잊어버리지 않게 카메라는 손에 쥐고 있다. 생각한 것보다 걷기가 수월해서 카메라 박살낼 가능성은 좀 줄었다.

 

삿포로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이 녀석은 일본에서 한개밖에 없는 구식 원형 우체통.

원형 우체통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응모받은 디자인으로 설치한 녀석이라고 한다.

2001년에 설치한 녀석이면 분명 나로서도 몇 번은 봤을 법한 위치에 서 있는데

막상 이제서야 눈에 들어온 걸 보면, 처음 와보는 겨울 홋카이도에 시선이 예민해져 있다는 반증일지도 모르겠다.

반대로 말하면 여름엔 아주 태평스럽게 돌아다녔다는 말도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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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홋카이도에서의 마지막 날이군요.
비행기가 1시 출발이라 11시에 삿포로 역으로 가야 하는고로. 오늘은 딱히 놀러갈 예정이 없습니다.
원래는 홋카이도대학을 가보려고 했는데, 때마침 아침 뉴스에 '홋카이도대학에서 신종플루 환자 발생' 이라고 뜨는 바람에 포기. ㅡㅡ;

그래서 조식 뷔페를 배터지도록 먹고 근처 서점에서 책을 구경한 다음 홋카이도 여행의 마지막 목표인 사토 수산(佐藤水産)의 주먹밥을 구입해들고 공항으로 직행.
구입한 책의 이름은 '일본인들이 잘 틀리는 일본어' ㅡㅡ;

쥐꼬리만한 치토세공항 면세점에서 친구 줄 선물을 주섬주섬 구입한 후 로비에 앉아서 사토 수산의 주먹밥을 손에 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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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 수산은 삿포로역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유명한 해산물 백화점입니다. 홋카이도에서 나는 싱싱한 해산물은 없는게 없죠.
그중에서도 특히 관광객에게 유명한 건 '매진되면 짤도 없는' 한정 주먹밥입니다.
오전중에만 손에 넣을 수 있고, 점심 지나서 가면 구경도 하기 힘들다는 초호화 주먹밥.

튼실한 연어알과 연어살이 골고루 들어있고, 홋카이도 제 2의 도시 아사히카와(旭川)에서 생산한 고급 쌀 호시노유메(
ほしのゆめ)를 사용해 식감도 최고입니다.
크기도 상당히 커서 2개만 먹으면 한끼 식사를 떼울 수 있을 정도.
하나에 380엔으로, 햄버거 가격과 맞먹지만 홋카이도에서 꼭 한번 먹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고급 주먹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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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니 앉아서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고 있는데 어머니께서 아버지 사진 한장 찍으라고 옆구리를 꾹꾹 찌르시더군요.
책읽고 공부하는걸 평생의 낙으로 삼는 분이라 특이할 건 없는 사진이지만
어머니께서는 재미있으셨던 모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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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길지는 않은 4박 5일의 홋카이도 여행이었는데, 제 가이드에 부모님이 만족하셨을지 모르겠군요.
일본어를 할 줄 안다고 해도 타인을 가이드하는 것은 상당한 준비가 필요한 일이라... 전 그냥 듬성듬성 넘어간 것 같기도 하고.

좋은 구경 많이 하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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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람선에서 내렸지만 아직 시간은 널널합니다.
홋카이도의 많은 부분이 그렇지만, 제대로 둘러볼려면 아주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그냥 슬쩍 보면 시간이 많이 남는 곳이 많아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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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착장 옆의 산책로를 슬금슬금 걸어봅니다.
다리 위에서 치토세(千歳) 쪽으로 빠져나가는 물을 한참 쳐다봤네요. 여기도 바닥이 훤히 드러나 보일 정도로 깨끗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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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약 연습하는 사람도 눈에 들어오더군요. 사진에서는 잘 안보이지만 노 젓는 사람이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정도 되어보였습니다.
아주 능숙하게 노를 젓는걸 보니 오래 전부터 연습을 해 온듯 싶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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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로에서 볼 건 역시 호수밖에 없지만
아무리 봐도 쉽게 질리지 않는 매력이 있는 곳이네요. 그저 푸르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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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로 옆에는 등산코스도 있었습니다만, 날씨도 무덥고 여기서 체력 빼고싶진 않아서 그냥 구경하는걸로만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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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발 담을 수 있는 곳도 있어서 신발벗고 양말벗고 들어가 봅니다.
저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엄청 시원하다고 하시더군요. 옆에 그늘도 있어서 느긋하게 발 담그고 쉬었습니다.
옆에 꼬맹이들도 신나서 놀고 있었네요. 프라이버시를 위해서 찍진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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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이나 온천을 즐길 요량이 아니라면
이곳 시코츠 호수에서는 그저 가만히 호수를 바라보면서 시간을 보내는게 가장 좋은 관광법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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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버스 정류장쪽으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돌아가는 버스가 오려면 2시간은 더 있어야 합니다.
시코츠 관광 안내소를 한번 둘러본 후(별것 아닌 관광소가 아니더군요. 아주 상세하고 다양한 설명으로 꽉찬 곳이었습니다)
술이 고픈 아버지를 위해 생맥주와 안주를 사왔습니다.
기온은 높지만 습기는 적어 그늘 아래서는 시원한 환경에서 마시는 생맥주의 맛은 저도 충분히 상상이 갈 정도죠.
물론 한 잔으로 만족하실리 없어서 그후 추가주문을 했지만, 오징어도 맛있고 닭꼬치도 싱싱하고 통통한게 최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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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문득 나무 위에 재미있는 건축물들이 만들어져 있는걸 발견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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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눈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곳까지 세심하게 만들어놓은 모습이 놀라웠습니다.
실제로 새가 사는 곳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날은 새의 흔적이 전혀 없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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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관광지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이런 사소하지만 눈길을 끄는 것들이죠.
시원한 그늘과 맛있는 맥주, 그리고 센스있는 작품들이 어우러져 멋진 휴식공간을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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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삿포로의 숙소에서 적당히 시간을 때우다가 저녁엔 회전초밥집으로.
회전초밥은 물론 질이 좀 떨어지는 편에 속하지만, 작년 제가 자전거 여행하면서 마음 크게 먹고 들어가서 3000엔 가까이 먹은 추억이 있는 곳이라
부모님껜 좀 죄송하지만 일부러 이곳을 택했습니다. (자전거 여행땐 하루 경비가 1000엔 정도였으니... 작정하고 먹으러 들어갔던 기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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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삿포로의 회전초밥집은 어지간한 한국의 초밥집보다는 질이 좋은 편입니다.
이 날의 특별 추천요리는 전복 한마리. 전복의 모든 부위를 전부 사용해서 만드는 초밥입니다.
저 내장쪽을 먹으면 그날 X 색깔이 시커매지는 효과를 볼 수 있죠. (냄새도 꽤나 지독해요. ㅡㅡ;)

부모님의 후광을 등에 업어, 작년엔 손떨려서 먹지 못했던, 보탄새우, 성게알, 중뱃살 등의 고가 초밥을 마구 먹었습니다. ㅡㅡ;
물론 배고픈 거지신세였던 작년에 비해서 딱히 맛을 느낄 상황은 아니었죠. 작년엔 맨밥에 라면스프만 넣어먹어도 꿀맛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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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돌아와서 틈틈이 챙겨놓은 전리품도 감상하고 (기껏해야 소설책 몇권하고 친구 선물 정도지만) 마지막 밤을 느긋하게 보냈습니다.
어떤 맛인가 궁금해서 구입해 본 펩시 시소맛.
시소(しそ)는 한국의 차조기 소엽을 말하는데, 일본에선 익숙한 요리 재료입니다. 깻잎과 비슷하지만 향이 상당히 강하고 코를 쏘는 독특한 느낌이 있죠.

싫어하는 분이 더 많을것 같은 맛이었지만, 단 걸 별로 안좋아하는 저한테는 아주 알맞은 음료였습니다.
한국에 한 박스 사오고 싶을 정도였네요. 쌉싸름하면서도 상쾌한 향과, 오리지날에 비해 달지 않은 맛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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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물에 느긋하게 목욕을 마친 후 밤 늦게까지 TV를 보면서 일본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냈네요.
제가 일본에서 애용하는 Route-INN 호텔은 적당한 가격에 훌륭한 무료 조식 뷔페, 보기좋은 LCD TV 덕분에
마음에 든 비즈니스 호텔입니다. 전국적으로 넓게 체인망이 퍼져있어서 이용하기도 편하고.

일본의 많은 비즈니스 호텔이 아직 조그마한 볼록이 TV로 버티고 있는걸 생각하면, 일본 방송을 재미있게 보는 저한테는 딱 맞은 곳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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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여행도 이제 막바지에 다다른 느낌입니다.
내일이 돌아가는 날인데, 비행기가 2시 출발인 만큼, 역에서 적어도 11시엔 출발해야 하니까요.
그냥 아침 느긋하게 일어나서 느긋하게 아침 먹고 느긋하게 주위 산책 한번 한 후에 가야 할 듯.
오늘은 홋카이도에서 버스로 1시간 조금 넘게 걸리는 시코츠 호수(支笏湖)가 목표입니다.

시코츠 호수는 화산 활동으로 생성된 칼데라 호인데, 백두산처럼 단일 화산의 폭발로 이루어진게 아니라 3~4개의 화산활동으로 산맥 중앙에 생겨난 호수입니다.
겨울에 얼지 않는 부동호로서는 일본 최북단에 위치한 호수이며, 일본에서 2번째로 수심이 깊은 호수입니다.
이곳 시코츠의 최고수심은 360m. 참고로 일본에서 가장 깊은 타자와 호수(田澤湖)의 수심은 423m 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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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도 무지하게 덥고, 오늘은 이 시코츠 호수만 둘러보면 딱히 정해진 일정이 없기 때문에
호수 구경하기 전에 느긋하게 앉아서 메론맛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하나 뜯어먹었습니다.
홋카이도는 그 자연적 특성 때문에 신선한 우유로 만든 소프트크림이 인기인데
모르겠네요. 이런 곳에서도 홋카이도산 크림을 쓰는지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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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서는 메론맛 빙수(かき氷) 를 드셨습니다. 입 안을 상쾌하게 하기엔 소프트 크림보다 빙수가 제격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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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는 관광 명소로 유명하다보니 세세한 부분에 일본인 특유의 장사꾼 기질을 엿볼 수 있는데요.
삿포로에서 시코츠 호수로 가는 버스 정류소에서, 단순 왕복티켓뿐만 아니라 시코츠 호수 유람선 티켓까지 함께 구입할 수 있는 관광 상품도 판매중이었습니다.
할인율은 정말 눈꼽만큼도 안되는 편이었지만 (100엔도 될까말까) 어차피 시코츠 호수에서 유람선을 타지 않는 관광객은 거의 없다시피 한 터라
무심결에 이 티켓을 구입해 버리게 되는 것이죠. 정말로 유람선을 타지 않기로 결심했다면 버스 티켓만으로도 그럭저럭 관광이 가능한게
버스 티켓 뒷쪽에 '이 티켓을 가지고 가면 할인되는 음식점, 특산품점' 리스트가 좌악 나와있거든요.
이것 역시 할인율은 미미하지만 역시 조금이라도 관광객을 끌어들이려는 노력은 참 대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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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호수를 둘러본 후 유람선에 오릅니다.
원래 티켓 판매소엔 사람이 줄줄이 늘어서 있어서 한참 기다릴 뻔 했지만, 처음부터 투어 티켓을 갖고 있었던 터라 쉽게 승선이 가능했습니다.
왜 시코츠 호수에서 이 유람선을 타지 않고서는 이야기가 되지 않는가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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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호수는 투명도가 18m를 자랑하기 때문이죠.
빈영양호라 생물이 거의 살지 않는 덕에 이곳 호수는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의 투명도를 자랑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투명도가 높은 호수는 뭐니뭐니해도 바이칼 호수. 투명도 40m에 수심 1630m라는 어마어마한 수치를 가지고 있는 세계 최대, 최고의 담수호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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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유람선은 특별히 지하쪽에 순도가 높은 유리를 장착해서 호수 밑부분을 직접 관람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시코츠 호수를 관광하는데 이 유람선을 빼 놓으면 너무 아까운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거죠.

원래 빈영양호라 생물이 거의 살지 않지만, 인공번식으로 데려온 송어계열의 물고기들이 이제는 적당히 번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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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유람선의 백미는 사실 출발하기 전이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농담이 아니고 진담일수도 있더군요)
수심이 깊지 않은 연안가에서 노니는 물고기들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재미있습니다.
호수 속이라 꽤나 어둡고 물고기들도 멈춰주지 않아서 사진을 건지기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한두 장은 괜찮게 나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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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출발하자 물고기들이 스윽 따라오는 광경도 장관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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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심 8m 정도 되는 곳이지만 여전히 바닥을 두눈으로 볼 수 있다는 사실은 황홀합니다.
이런 투명도는 생물이 거의 살지 않는 빈영양호라서 가능하다는게 나름 아이러니한 일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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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호수 밑을 보고 있으면 갑자기 보이는 거대한 구덩이를 끝으로 더 이상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됩니다.
수심이 수백미터로 깊어지기 때문에 상하좌우 모두 녹색밖에 안보이는 거죠.
그렇게 되면 항해사분이 위로 올라와서 경치 감상하라고 방송을 합니다.
밑에 볼게 있으면 또 내려오라고 하니 그냥 말을 따르면 됩니다.

한동안 바람도 쐬고, 부모님 사진도 찍어드리고 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늘이나 바람이나 호수나, 그저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시원해지는 공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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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항해사분의 호출로 밑으로 내려갑니다.
이곳의 특이한 화산활동으로 인해 생성된, 깎아지른 듯한 모양의 바위들을 보기 위해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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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한 설명은 바위에 시선이 뺏긴 터라 귀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그저 호수 밑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경험 자체가 신선해서 마냥 신기하고 기분좋았네요.

이곳을 잠시 둘러본 후 배는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갑니다.
30분 남짓한 짧은 시간이지만, 영리 목적 외의 이유도 있긴 있더군요.
시코츠 호수 일대가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이후, 지역 유지에 필요한 자금 마련을 위해
수많은 논의 끝에 사용이 허가된 유람선이기 때문에 (허가받은 배 이외엔 호수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갈 수 있는 코스도, 시간도 한정되어 있더군요.

어찌보면 손님을 더 태우기 위한 변명일 수도 있지만, 시코츠 호수 주변의 환경 보호 수준을 보면 적어도 그 결과만은 칭찬해 줄 만한 수준이기 때문에 납득하고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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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에서는 여전히 연기를 내뿜고 있는 다루마에산(樽前山)이 보입니다.
저 주변으로 등산 코스도 있긴 하지만, 일정 거리부터는 유독가스와 열기로 인해 엄격히 출입이 제한되고 있다고 합니다.

사진이 많아서 다음 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