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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7.10  2월 9일 삿포로 - 스스키노 눈축제 4
  2. 2014.07.07  2월 9일 삿포로 - 오오도리 눈축제 9

 

스스키노쪽의 얼음 조형물들은 대부분 업체들이 만들어 놓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규모의 눈축제를 여는데 지역 상권의 협력이 없이는 예산 편성하기가 쉽지 않을테니.

 

대구에 사는 본인으로서는 대구의 유명한 지역업체가 무엇인지 기억나는게 거의 없다시피 한데

PR도 이런 임팩트를 가질 수 있도록 머리쓰는게 얼마나 중요한지는 말할것도 없을 듯.

 

 

 

스스키노 눈축제 쪽은 사진 찍기에 좋은 환경이 아니다.

 

오오도리 공원이 워낙 넓고 커서 비교되는 점도 있지만

원래 유흥가 골목이기 때문에 주변의 화려한 간판과 네온사인이 얼음 조각상의 감상을 방해하는 면이 있다.

거기다 조각상 라인이 두 줄로 붙어서 설치되어 있어서 잘못 찍으면 뒤쪽 조각상과 겹쳐서 형태를 파악하기 힘들어지기도 한다.

덧붙여서 오오도리 공원의 라이트가 꺼지는 바람에 관광객이 전부 이쪽으로 몰려든 이유도 있고.

 

 

 

오랜만의 홀로 여행이고, 카메라를 자주 만지지 않은 상태라 첫 날 야간의 얼음 조각상 촬영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가능한 한 조각상만의 디테일을 담고 싶지만, 조각상 덩치는 크고 사람은 많고 길은 좁아서 뒤로 물러날 수도 없다.

 

촬영하면서도 훗날 집에 돌아가면 결과물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겠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마음에 들지 않는 결과물은 보정이라는 양념을 좀 더 팍팍 치는 수 밖에 없다.

얻는 만큼 잃는 것도 있는 보정이라서 6개월만에 보는 결과물은 역시 살짝 아쉬움이 남는다.

 

 

 

조형물의 미적 완성도는, 낮다고 할 수준은 결코 아니더라도 시끌벅적한 축제에 노출된 야외다 보니 엄청난 디테일은 아니다.

그래도 여러 가게와 회사들이 손발걷고 참여한 눈축제라서 자존심 같은 게 걸려있다는 느낌일까.

조형물의 완성도로 승부를 보려는 곳도 있고, 신선한 아이디어로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곳도 있다.

 

홋카이도 하면 불곰이라는 공식이 성립하는 곳이니 이런 곰 조형물이 자주 눈에 띄는것도 이상하지 않다.

특히 이 녀석은 아기곰과 엄마곰이 마주보는 모습이 꽤나 마음에 든다.

 

 

 

이 정도 크기와 디테일한 작품을 만들려면 역시 제작자의 규모도 커져야 하는 법인가 보다.

전시회에 사용된 얼음 조각상은 대부분 얼음 블록을 여러 개 붙여서 만들었는데

기본적으로 순도가 꽤 높은 얼음이라서, 투명한 부분과 불투명한 부분을 의도적으로 나타내기에 수월하다.

 

 

 

홋카이도 서식종은 아니지만 겨울 눈축제다 보니 등장한 듯한 눈표범 조각은 꽤나 생동감있게 만들어졌다.

무늬가 하트모양인 것은 그냥 관광객에 대한 애교라고 생각하면 되려나.

 

 

 

매번 느끼는 점이지만, 저렇게 경계선이 생길 수밖에 없는 블록 얼음으로 만들기보다

통짜 얼음으로 조각했다면 크리스탈처럼 청명한 작품이 만들어 졌을텐데 싶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이 정도 크기에 이 정도 순도를 가지는 얼음덩어리의 가격은 상상을 초월하기도 하고

의외로 통짜 얼음보다 이런 블록 형식으로 만든 조각상의 강도가 더 강하다는 점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자꾸 뒷편의 맥주 선전 여배우 얼굴이 신경을 자극하지만 비네팅 팍팍 넣고 작품에 집중할 수 있도록 보정해 본다.

회사들이 제공한 조각상들이다 보니 어쨌든간에 자사 홍보는 빠뜨리지 않고 넣어놨다.

여의주 속에 뭔가가 들어있는데, 속에 내용물이 있다면 바싹 얼어있을 것 같다.

 

얼음속에 저런 게 들어있으면 왠지 꺼내보고 싶은 기분이 들지만 다행히도 아무도 그런 시도를 하지는 않은 듯 하다.

 

 

 

일본 TV를 시청중이면 지겹도록 볼 수 있는 삿포로 맥주 '보리와 홉'이 먹음직스럽게 얼음 속에 박혀있다.

조각상으로서의 가치는 상당히 낮아보이지만 임팩트를 주는덴 그럭저럭 성공한 듯 싶다.

 

저 맥주는 다른 것보다도 지역에 맞춰 CM 내용이 다르다는 점이 특징.

해안가 지방에는 방금 잡아올린 생선을 구워먹으며 맥주를 마신다던가

홋카이도에서는 소울 푸드라 불리는 징기스칸이나 소시지 등을 구워먹으며 맥주를 마신다던가.

어쨌든 맥주는 들어가지만 CM 의 방향은 꽤나 재미있게 잡아서, 보고 있으면 문득 한 잔 마시고 싶어지기도 한다.

 

 

 

사람들의 시선이 끌릴 수 밖에 없는 건, 저 조각상의 디테일보다 싱싱하게 박혀있는 생선들 때문일 듯.

나름 컨셉은 잘 잡은 듯 하다. 용궁을 표현하는데 이거보다 더 효율적인 방법은 없을 테니까.

생선이 좀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만 싱싱할 때 넣었다면 축제 끝나고 나서도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스스키노는 삿포로 최대의 번화가임에도 불구하고 본인은 아직 여기서 놀아본 적이 없다.

혼자서 먹고 마시고 하는데 이골이 난 몸인데도 불구하고, 여긴 너무 화려하고 직설적인 유흥가라는 느낌이 들어서 괜히 들어가는데 저항이 생긴다.

 

주위에 술 좋아하는 친구도 별로 없고, 진짜 징하게 마시고 놀 만한 친구는 같이 여행가기 힘든 경우가 많고.

스스키노의 밤거리는 그대로 사진에 담기만 해도 밤에 살아 숨쉬는 대도시의 분위기를 만끽하는데 부족함은 없지만

일반적인 외국인 관광객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질펀하게 놀 수 있는 곳이 스스키노란 곳이라, 왠지 자주 오지 않는 곳이다.

 

 

 

삿포로 눈축제니까 꼭 홋카이도에 관련된 조각상만 나오란 법은 없어도

말을 타고 창을 들고있는 이 조각상은 대체 어떤 연유로 해서 이곳에 서게 된 건지 의아해진다.

 

제목과 설명이 적혀는 있었지만 상당한 수의 관광객들이 해류처럼 이동중이라 제대로 쳐다 볼 시간이 없다.

일본인 관광객 절반에 중국인이 다수인 외국 관광객 절반이 시끌벅적하게 사진 찍으며 거리를 채우고 있다.

대다수가 컴팩트 카메라나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지만, 꽤나 육중한 DSLR 과 렌즈를 짊어진 사람들도 보인다.

 

유명 관광지에 오면 그나마 마음 편한 점이, 아무리 큰 카메라 들고 설쳐도 딱히 경계하거나 이질적인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것.

 

 

 

지극히 개인적인 욕심일 뿐이지만, 이곳 스스키노 축제장은 야간 조명시간부터 근처 가게들이 불을 좀 꺼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조각상 앞에 개별 조명이 있긴 해도 주위 가게들의 불빛이 워낙 강해서 피사체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스트로보가 있으면 이럴 때 요긴하게 쓰이겠지만 사실 사람이 많아서 마음껏 터트리기도 미안하다.

 

하프를 켜며 내려오는 여신의 모습이 꽤나 인상깊었지만 도무지 만족할만한 구도와 광원이 나오질 않는다.

주위 불빛이 전부 꺼진 상태에서의 모습은 상당히 몽환적일 듯 한데.

 

 

 

한국처럼 취하기 위해서 마시지 않는다 뿐이지, 일본도 술 잘마시기로는 유명하다.

지역주가 꽤나 발달해 있어서 술의 종류는 상당히 다양한 편인데, 축제에 참가하는 회사들이다 보니 역시 술 관련 회사가 많다.

 

하이볼은 오리지날 신봉자들에겐 이단 취급을 받기도 하지만 가볍게 마시기 좋아서 요즘 트렌트에 알맞는 녀석.

술에 관심이 있다면 이런 것들 조금씩이라도 맛을 보며 여행을 음미하겠는데, 별로 당기질 않는다.

 

 

 

표절인지 오마쥬인지 냄새가 물씬 풍기는 녀석. 그런데 콜라병의 디테일에 신경쓰느라 곰의 디테일이 영 좋지 않다.

스스키노의 조각상들은 뭔가 미적인 완성도를 뽐낸다기 보다는 아이들 학예회에 들뜬 기분으로 출품하는 그런 기분인 듯 하다.

그 점이 오히려 축제라는 이미지와는 어울릴수도 있으니.

 

 

 

넓게 찍어도 주위가 산만해서 알아보기 힘들고, 잘라서 찍어도 영 난잡해 보이는 사진 덕분에

찍어놓고 숙소에 돌아와서 확인할 때도 이게 뭔가 아리송했던 작품.

 

물고기를 잡아채는 독수리 상인데, 디테일은 상당하지만 한 장에 담아내기가 매우 힘든 위치여서 아쉬웠다.

 

 

 

아이디어의 승리라고 해야 할까. 간단하지만 뭘 나타내는지는 금세 알 수 있다.

그러고보니 큰 조각상에서부터 아담하고 간결한 녀석들까지, 이 곳에 출품하는 얼음들은 별다른 제한이 없나 보다.

 

 

 

가만히 얼음조각들만 쳐다보며 걷고 있는 것도 축제라는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 건지

중반쯤 걸어가자 아이들이나 연인들끼리 사진찍기 좋은 체험 코너가 마련되어 있다.

실제로 아이들이 자리에서 떠난 틈을 찾아서 찍기 위해 잠시 기다렸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

 

눈과 얼음만큼은 남아도는 이곳이니 좋은 추억거리 남기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날씨가 날씨라서 녹아버릴 염려도 없고.

 

 

 

굉장히 단순하고 투박한 조각상이지만 이런 미숙함이 매력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얼음이든 눈이든 기본적으로 추운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보니 겨울 홋카이도는 매력덩어리다.

물론 여름의 홋카이도 역시 일본답지 않은 거대한 생명력을 자랑하다 보니 놓칠 수 없는 곳이기도 하고.

 

남들 생각은 거의 안하는 개인주의 충만한 성격이지만, 이 사진 찍으면서 관광객들이 즐거워하기를 잠깐이나마 바래 본다.

 

 

 

녹아버리면 아까울 듯한 퀄리티의 작품도 간간히 눈에 띈다.

동양식 인어의 유려한 모습은 조금씩 심해지는 눈발과 맞물려 물 속에 있는듯한 느낌이 든다.

 

 

 

스스키노 조형물중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 표현력에서부터 후리소데의 질감을 살리려고 넣어좋은 촘촘한 구멍까지.

일주일의 축제기간 동안에만 빛을 발하고 사라지는 작품들이라 그런지 사진으로 담을 가치가 있는 기분이다.

 

 

 

청새치의 과장된 지느러미도 역동감을 살리는데 그만이다.

얼음의 특징 때문인지 굉장히 싱싱해 보인다. 청새치 고기는 먹어본 적이 없지만.

 

 

 

조촐하지만 달달한 기념사진 찍기 좋은 일루미네이션 로드도 마련해 놓았다.

밤이 길고 차가운 홋카이도 여행이라 나 같은 홀로 여행자가 즐기기에 좋지 않을까 싶었는데 별로 그렇지도 않은 듯.

 

 

 

유리 공방 체험처럼 얼음 조각 만들기 체험같은거 있으면 어떨까 생각도 해 봤는데

아무래도 가공 기구들이 일반인들에게는 좀 위험한 것들이 많을 것 같아서 힘들지 않을까 하는 결론에 다다른다.

 

세밀한 곳이 많거나 세로로 길쭉한 조각상의 경우 무너지거나 부분부분 떨어져 나가는 거 아닐까 걱정도 했지만

강설량 빠방하고 영상으로 올라가는 일이 별로 없는 삿포로의 겨울 특성상 별 문제가 없는 듯 하다.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 두 번째.

 

이렇게 조형하려면 대체 몇 개의 블록을 사용해서 얼마나 세밀하게 깎아내야 할지 짐작하기도 어렵다.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이 축제 후 부서지거나 녹아내리는 모습을 볼 때의 제작자 마음은 과연 어떨런지.

 

 

 

심각한 상황이지만 왠지 연어 얼굴이 웃겨서 긴장감이 돌지 않는 유쾌한 작품.

 

 

 

의도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내부에서 숨구멍같은 기포가 사방으로 뻗어나온 모습이 신기하다.

블록을 결합한 부분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만들었을지 더욱 궁금한 방식.

 

 

 

사슴이 좀 위엄있어 보이는데, 실제로 에조시카(エゾシカ)라 불리는 홋카이도 사슴은 진짜 크고 카리스마 있다.

일본 본토 사슴의 2배 가까운 140kg 정도의 수컷은 오토바이 라이더들에게 불곰보다도 더 무서운 존재.

불곰은 좀처럼 사람에게 접근하지 않지만 이 녀석들은 도로가에서도 태연히 놀고 있다가 오토바이가 달려오면 놀라서 뛰어가는데

그럴 경우 접촉사고라도 나면 그 거대한 덩치 덕에 라이더들도 큰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

 

 

 

 

2010년 여름 시레토코에서 땀 뻘뻘 흘리며 자전거로 고개를 넘어갈 때에도 전혀 무서워하지 않고 풀을 뜯고 있는 녀석들의 모습.

자전거에서 내려서 카메라 셔터를 눌러도 전혀 도망갈 생각을 않는다. 실제로 저 녀석들이 덤비면 내가 더 위험하니까.

자전거야 속도가 느려서 쌍방 충분히 피할 수 있지만 라이더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진짜 노골적인 홍보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사진찍는 사람이 많았던 장소. 그야 어쩔 수 없다는 느낌이지만.

그것도 싸구려 조그마한 녀석들 넣은 게 아니고 기회만 있으면 뜯고 싶은 녀석들을 얼음속에 처박아 놨으니 당연하다.

 

나만 그런 건 아닌지, 가끔 한국어와 일본어로 '아깝게스리~' 라는 발언이 바람을 타고 귓가에 들리기도 했다.

중국어는 알아들을수가 없어서 무슨 말 한 건지 모를 뿐, 아마도 비슷한 의미가 아니었을까.

 

 

스시잠마이의 조각상은 그다지 공을 들이지 않고 모든 힘을 날생선 얼음속에 집어넣기에 투자한 기분인데

그래도 돌고래끼리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이 부분은 묘하게 정감가는 느낌이다.

 

 

 

술도 아닌 그냥 생수 회사에서도 질 수 없다는 듯 공을 들여서 조각상을 전시해 놓았다.

안에는 정말로 액채가 들어있는 듯 한데, 얼어서 부피가 커지더라도 저 얼음덩어리를 깨부술 만한 힘은 아닌가보다.

 

사진 오른쪽에는 건장한 한국남성이라면 어쩌면 알고 있을지도 모를 그 유명한 회사의 가게가 우연히 잡혔다.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 세 번째.

 

얼음으로 조각한 용이라는 소제는 많이들 쓰여서 그런가보다 싶었지만

역시 내 키보다 더 큰 얼음이 이렇게 유려한 모습으로 나타나면 상당한 임펙트가 있다.

 

 

 

조형적으로는 별 볼일 없었지만 캐릭터가 재미있어서 한 장.

내 기억으로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인스턴트 라멘중 하나로 유명한 캐릭터다.

사실 중국인을 모티브로 해서 만든 느낌이 드는데, 익살적인 모습이 재밌기도 하지만 중국인들이 봤을 땐 어떨런지.

 

 

 

스포츠에 관심이 많은 삿포로라서 지역 주민들의 관심과 성원은 대단한 수준이다.

한사발 들이키면 끝내줄 듯한 삿포로 맥주와 콜라보 한 것은 이곳 축구팀 콘사도레 삿포로(コンサドーレ札幌).

 

홋카이도 주민을 도산코(道産子) 라고 부르는데 그것을 거꾸로 읽은 콘사도(こんさど) 와 스페인 단어 올레(ole) 를 결합해 만든 것이 콘사도레라는 이름.

야구팀인 닛폰햄 파이터즈 만큼 성적이 좋지는 않지만 강한 지역공동체 정신으로 묶여있는 삿포로이다 보니

이 팀에 대한 시민들의 애정은 눈에 확 들어올 정도로 각별하다. 그래서 콘사도레 팀을 위한 모금함까지 마련되어 있다.

 

 

 

좀 전에 화려하게 비상하던 청새치가 여기서는 어부한테 낚이고 있다.

섬나라다 보니 낚시를 매우 좋아하는 일본인인데, 청새치를 혼자 낚는다면 아마 평생 자부심을 가지고 살지 않을런지.

'노인과 바다'에 등장하기도 하는 청새치는 상어 이상으로 강력한 바다의 지배자중 하나로, 1인 낚시로 청새치를 낚는다는 건 엄청난 영광이다.

 

 

 

당시 삿포로에서는 오페라의 유령이 절찬 상영중이었기 때문에, 이 녀석도 등장했다.

펜텀까지 조각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던 것인지.

 

일본에서 오페라는 딱 한번 가 본적이 있는데, 관람 수준이나 부대 시설이나 한국의 어떤 공연과도 비교가 안될 정도여서

그 이후 한국에서 갔던 공연에서는 열악한 환경에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었던 기억이 난다.

 

 

 

도쿄 여행가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거나 먹어본다는 그 유명한 스시잠마이(すしざんまい) 초밥집에서 만든 부스다.

가격대 성능비가 그리 좋지는 않지만 워낙 유명해서 매니아들에게는 그닥 평가를 받지 못하는 곳이기도 하고.

 

예전에 참치 한 마리를 18억 주고 구입했다고 한국 뉴스에도 나온 그 가게다.

거대 체인이라 괜스레 참치 가격 올린다고 싫어하는 사람도 많은 가게.

여기서도 그 뚝심을 발휘해서 참치 한 마리를 그냥 박아 넣어놓았다. 세상에 이렇게 아까울 수가.

 

가게 홍보를 위해서는 이만큼 시선을 끄는 방법이 또 없을테니 매우 적절한 선택이겠지만

기본적으로 먹는 것 가지고 장난치면 안된다는 철칙이 아주 어릴 적부터 머리에 박혀있는 본인으로서는 홍보 여부와 관계없이 그냥 저 참치가 아까울 뿐이다.

 

물론 참치는 원래 냉동한 것을 잘 해동시켜 먹는게 일반적이니, 축제 끝나고 그대로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사진 찍는다고 몸을 별로 움직이지 않은 체로 셔터를 눌러재꼈더니 돌아올 때 즈음엔 좀 무리했다는 느낌이 든다.

옷을 두툼하게 입은 곳은 전혀 문제없지만 역시 카메라를 잡은 손과 얼굴이 문제다.

 

생전 처음 써보는 비니는 그 역할을 톡톡히 해 주기 때문에, 비니가 가려주는 귓볼은 무사하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

손가락은 거의 감각이 없었지만 그래도 장갑 때문에 카메라 조작이 불편해 지는 것보다 이게 낫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불야성을 이루고 있는 스스키노의 화려한 밤거리를 기념삼아 남기고 슬금슬금 숙소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스스키노를 빠져나와 모스버거에서 몸을 녹이며 치즈버거 세트를 맛있게 먹었지만

기온차가 심한 건물 안으로 들어오니 렌즈쪽에 서리가 생겨버려서 사진을 찍을수는 없었다. 렌즈에 눈이 묻는 걸 열심히 커버했는데 서리만큼은 어쩔수가 없다.

 

 

40분 가량 일기를 쓰며 버거를 씹어먹고 나서 상당히 조용해진 삿포로 시내를 걷는다.

스스키노가 최후의 보루일 뿐, 이곳도 늦은 밤이 되면 인적은 상당히 뜸해지는 편이다.

냉정할 정도로 차가워 진 밤거리는 삭막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적어도 생전 처음보는 눈의 향연에 흥분한 나에겐 기분 좋은 풍경으로 다가온다.

 

 

 

경북 토박이로 이런 눈을 즐길 기회가 없었던 나에게는

그저 10일간의 여행동안 조금이라도 더 이런 눈을 만끽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물론 이러다가 한번 크게 당해서 눈을 똥가루 따위로 인식하게 될 지도 모르지만.

 

특히 삿포로와 그 주변을 돌아보는 3일간의 여정은 그 다음부터 일어날 본격적인 여행의 몸풀기에 지나지 않는다.

부디 더욱 깊숙한 곳으로 들어갈 때까지 눈에 대한 나의 호의적인 생각이 지워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람의 흔적이 사라진 시계탑도 낮과는 달리 훨씬 차분해 진 느낌이라 여유롭게 사진을 담는다.

아마 홀로 여행이 아니었다면 조금 더 늦게까지 도심을 거닐며 산책을 즐기지 않았을까 싶다.

 

내일부터는 홀로 여행중 생애 처음으로 이틀간 합류하는 현지 일행이 있어서 조금 긴장되기도 한다.

둘 다 초면인 사람이라서 상당히 긴장되지만, 삿포로와 오타루를 둘러보는 정도의 가볍고 보편적인 루트라서

맨날 혼자서 관광과는 동떨어진 곳으로 파고드는 버릇만 잘 억제하면 평범한 동행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삿포로에 도착한 지 10시간 쯤 되었지만 여전히 이 풍경은 신선하고 즐겁기만 하다.

그렇게 눈이 왔는데 인도쪽은 말끔하게 정리가 잘 되어 있고, 그 눈이 전부 내 키보다 더 큰 높이로 옆에 치워져 있다는 게 놀랍다.

 

서울의 미끄러운 바닥보다도 훨씬 더 걸어다니기 편한 점 하나만으로도 삿포로의 첫날은 충분히 만족스럽다.

호텔 근처의 편의점에서 따끈한 도시락 하나 사들고 숙소로 들어가 TV를 켠다. 히터를 틀지 않으면 조금 춥지만 그래도 아늑하게 견딜만 하다.

 

잠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해진 시간에 딱 맞춰 일어나는 건 일종의 고문이다.

많이 피곤했는지 8시 알람소리에 눈을 떠도 일어나는 건 몸이 아니라 짜증 뿐.

 

신체적으로 본다면 그냥 아침까지 푹 자버리는게 최선의 선택이지만 여행중엔 희생해야 할 쾌락도 있다.

찌부둥한 몸을 이끌고 주섬주섬 옷과 장비를 챙겨서 이미 깜깜해 진 삿포로 시내로 나온다.

눈이 많이 내리면 추위는 상대적으로 덜하다고 하지만 역시 밤이 되면 꽤나 쌀쌀하다.

기온은 영하 6도 정도를 가리키고 있어서 못 견딜 정도는 아니지만, 카메라를 꺼내놓은 상태에서 움직이니 손을 주머니에 찔러넣을수가 없다.

 

슬금슬금 걸어서 오오도리 공원에 도착하니 낮에 얼핏 보였던 흰 전시품들이 형형색색으로 빛나고 있다. 역시 밤에 와보길 잘했다.

오오도리를 가로지르는 도로에는 신호등이 작동하고 있지만 축제 기간이다 보니 나이 지긋한 요원들이 수신호로 관광객들의 안전을 지키고 있다.

 

 

 

낮부터 희끄무레하긴 했지만 밤이 되니 본격적으로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물론 눈축제 기간에 눈이 온다는 건 싫어할 만한 일이 아니니 기분은 좋다.

 

조심해야 할 건 카메라 렌즈에 눈이 너무 많이 묻지 않게 해야 한다는 점 정도.

눈이라면 정말 펑펑 퍼붓지 않는 한 물이 카메라 안으로 들어갈 일은 없지만

렌즈 앞쪽에 많이 묻어버리면 결과물에 지장이 생기기 때문에 후드를 항상 정방향으로 끼워놓는다.

위로 올려다보는 장면을 찍을 때는 살짝 들어서 찍고 바로 내리는 조심성을 보인다. 렌즈 닦는거 정말 고역이라서.

 

낮에는 아마 여러 먹거리들과 이벤트로 인해 시끌벅적하겠지만 점등시간이 거의 끝나가는 밤은 의외로 조용한 편이다.

 

 

 

눈축제에는 눈으로 만든 조형물과 얼음으로 만든 조형물이 혼재해 있는데

단순한 미적 조형물이 아니라 대부분 어떤 의미를 가지고 세워져 있다.

 

일본에서는 인기있는 작품인 시마 시리즈의 작가 히로가네 켄시가 그린 비영리단체가 전시한 작품.

초반엔 그럭저럭 볼만 했지만 지금은 그저 직장인 판타지에다가 극우 자위기계로 전락해 버린 작품이라

저 사람 그림을 봐도 하트모양의 얼음덩어리처럼 차가운 기분밖에 들지 않는다.

 

 

 

전세계에서 관광객들이 몰리는 세계 3대 눈축제 중 하나라서 더더욱 일본 문화를 나타내는 조각상이 많은 듯 하다.

이 정도 크기로 통짜 얼음을 조각하기엔 무리가 많아서인지

이곳에 전시된 얼음 조각상들은 전부 일정 크기의 블록을 쌓고 깎아서 만들어져 있다. 내부에 블록 조립의 흔적이 보인다.

 

 

 

얼음 조각상은 눈보다 무거워서 괜찮을까 싶었는데, 상당히 거대한 건축물도 몇 점 보인다.

만드는데 고생 좀 했겠구나 싶지만 인상에 깊히 남을만한 예술미까지는 느껴지지 않는다.

 

 

 

단순히 보기만 하는 관광은 흥미가 빨리 식어버리기 때문에, 사실 눈축제에 크게 기대하고 온 것은 없다.

낮에는 다양한 이벤트가 많이 열리니 체험하는 재미도 있겠지만 밤엔 그냥 라이트에 반사되는 조각상들의 자태를 감상하는 것 말고는.

 

얼음이 깨끗하고 순수한 느낌을 주기는 하지만, 하트모양이 왠지 크나큰 상처를 받은 듯한 느낌으로 빛나고 있어서

눈 내리는 도시의 밤 속에서 보고 있으니 뭔가 의도와는 다른 불안감이 느껴지는 듯 하다.

 

 

 

맥주는 더울 때 마셔야 좋다고 하던가. 본인은 술에 별로 관심이 없어서 기분내키는 대로 마시느라 잘 모른다.

눈축제 기간이라고 눈이 내리지 않는 것은 아니니, 수많은 진행요원들이 부지런히 눈을 치우고 개최장을 정비하는 모습이 쉽게 상상된다.

 

도시의 눈이란 건 그냥 방치해 뒀다간 여러가지로 흉물스러워지는 법인데

이곳 축제장 주변은 관광객들이 일상적으로 걸어다니기에 거의 문제가 없는 수준으로 정비되어 있다.

1주일간 참 고생하는구나 싶다. 눈이 쌓인 양은 2월 8일 서울의 수 배에서 수십 배는 되지만 걸어다니기는 이쪽이 훨씬 편하다.

 

 

 

관광객이 워낙 많이 오는 축제다 보니 흡연구역의 철저한 격리도 중요한 요소일 듯 하다.

내부는 따로 부스가 설치되어 있지만, 축제와 분위기를 맞추려고 일부러 얼음벽까지 만들어 놓은 꼼꼼함이 만족스럽다.

시간이 늦어서 흡연부스는 문을 닫았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앞에서 담배 피는 사람들은 별로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밤엔 특별히 이벤트 같은거 없나 싶었는데, 사람이 직접 진행하지 않아도 되는 이벤트라면 열리고 있었다.

경마를 좋아하는 일본인들에게는 특히나 목장으로 유명한 곳이 홋카이도인데

서로우브래드의 고향 홋카이도라는 주제로, 음영이 조각되어 있는 거대한 눈벽에다가 영상을 쏘아서 다양한 장면을 연출중이다.

 

기술적으로는 딱히 놀라울 구석이 없는 전시지만 관광객 배려라고 할까, 서비스 정신은 그럭저럭 높게 쳐줄 만하다.

 

 

 

당시는 소치 동계올림픽이 한창 무르익을 무렵이라 이번 눈축제에서는 스키점프대도 설치되어 있다.

분명 이곳 오오도리 공원은 완전히 평평한 곳이었는데, 산등성이 대신 철제 구조물을 세우고 거기다가 눈을 퍼부어서

그럭듯하게 점프대를 만들어 놓았다. 언제 이벤트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오늘은 더 이상 점프가 없는 듯 하다.

 

 

 

동계 종목에 대해서는 아는게 없지만, 두 곳의 점프대의 모양이 다르다.

자세히 보니 눈의 상태도 전혀 다르게 설정되어 있는데, 점프의 종류에 따라 지면의 상태도 바뀌는 것인가 싶다.

 

오늘은 기회가 없지만 어차피 내일이나 모레 즈음 한번쯤은 볼 수 있을거라 생각하고 가볍게 자리를 뜬다.

첫날부터 잔뜩 기대감에 부풀어 있으면 의외로 실망하기 쉽다는 과거의 전례를 생각해

그냥 슬쩍슬쩍 구경이나 하고 추위에 몸을 적응하는 편에서 만족하고 있기 때문에 머리속이 텅 빈것처럼 멍할 뿐이다.

 

 

 

긴장 풀고 돌아보는 와중에도 메인 조각상에 포함되리라 예상되는 거대한 얼음 조형물은 친숙한 느낌이다.

큰 임팩트는 없었지만 대만에 다녀와 봤기 때문에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던 고궁박물관과 101 타워의 모습이 얼음으로 재현되어 있다.

 

 

 

대단한 덩치의 얼음 구조물이 형형색색으로 은은히 빛나고 있는 모습은 꽤나 볼 만하다.

얼음 구조물 위에 타이밍 좋게도 눈이 내려서 훨씬 멋들어진 지붕이 만들어 진 것도 좋은 감상 포인트.

 

이 정도 덩치를 얼음으로 만들어서 무너지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하는 것일지 궁금하다.

만약 쓰러졌다가는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안정성에 대해서는 여러가지로 신경을 썼을 텐데.

 

 

 

조금 전 서로우브래드 때와 비슷한 원리로 이번엔 아우디 부스가 나타났다.

자동차 1:1 크기의 구조물이라 크기는 좀 전 것에 비해 훨씬 작아서, 바로 눈 앞에서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건 벽면에 붙였다기 보다는 그냥 자동차 한 대를 조각해 놓은 셈이나 마찬가지.

 

밋밋하던 흰색 자동차가 레이저 쇼의 시작과 함께 훌륭한 질감을 가지기 시작한다.

도시의 밤길을 달리는 듯한 연출도 이어지고, 아이들과 함께 보면 먼 훗날 고객층이 0.1% 정도는 늘어날 듯한 느낌.

 

 

 

이번 눈축제에서 가장 큰 조형물 중 하나인 소치올림픽 기념 조각상.

여기는 특별히 색깔을 강조하는 조명이 설치되지 않았는데, 대신 꽤나 밝게 빛을 비추고 있어서 감상하긴 좋다.

 

어쨌든 일본의 눈축제라 그런지 이 조각상에 나와 있는 선수들은 전부 일본쪽에서 유명한 사람들인 듯.

 

 

 

 

실상 소치올림픽이 끝나고 나서 이야기지만, 관심이 매우 제한적이었던 한국과 달리 일본은 여러 종목에서 기대감을 품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일본도 기대만큼 성적이 좋은 편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종목에서 다양한 사연을 가지고 출전한 사람이 많아서

한국보다는 좀 더 즐기는 축제라는 인식이 들기 쉬운 대회였다. 스포츠에 관심이 없으니 저 사람들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옷을 봐서는 아마도 아사마 마오 선수같은데, 가장 크고 박력있게 지어진 조각상과는 달리

김연아에게 밀리기도 했거니와 개똥같은 러시아의 조작질 때문에 스포츠 정신의 몰락이라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는 피규어 대회였기 때문에

지금 보면 여러가지로 많은 생각이 드는 조각상이다.

 

반대로 마오 위에서 점프하고 있는 선수에 대해서는 일본에서도 큰 화제가 되었는데

일본 스키점프 종목의 레전드인 카사이 노리아키(葛西 紀明) 선수를 형상화 한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이 당시는 아직 점프 대회 전이라, 훗날에서야 멋진 이야기가 만들어 졌지만

올해 41세의 백전노장인 카사이 선수는 이번이 자신의 올림픽 마지막 출장이었는데

쟁쟁한 유럽의 강호들을 누르고 은메달을 획득, 역대 최연장 메달리스트로 훌륭한 종지부를 찍었다.

 

마오의 캐릭터성 때문에 유독 부각이 되지만, 일본의 동계스포츠 수요는 상당히 큰 편이라 숨겨진 멋진 선수들이 많다.

 

 

 

오오도리 공원은 50% 정도밖에 보지 않았지만, 슬슬 라이트를 끈다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있어서 이 정도로 하고 돌아갈까 싶었는데

왠걸 스스키노 거리에서 열리고 있는 눈축제는 10시 넘어서까지도 계속된다는 방송이 나오는 바람에 조금 더 걸어보기로 한다.

 

몸은 무겁고 카메라는 조심스럽고 날씨는 매섭지만 일단 스스키노쪽의 밤풍경도 보기는 봐야 할 것 같으니 어쩔 수 없다.

거리가 만만치 않아서 돌아올 때 꽤나 피곤하겠지만, 여행에서 피곤함이란 뿌뜻한 성취감과도 직결되는 것이니 뭐.

 

오오도리 공원을 벗어나도 삿포로의 밤은 여전히 싱싱하다.

전통 문화라는게 존재할 수가 없는 홋카이도이기 때문에 서양식 펍이 매우 활성화 된 곳이기도 하다.

옆구리에 같이 온 사람이 있었다면 이런 곳에 들어가 분위기를 즐기며 술 한잔 했겠지만.

 

 

 

도로의 높이가 눈 때문에 10cm 정도 올라와 있는 풍경 자체가 나에게는 매우 신선하게 다가온다.

한국도 철원 정도쯤 되면 이 정도 눈이 우습게 보이겠지만, 인구 200만의 도시에서 이렇게 눈이 쌓이는 모습은 꽤나 이질적이다.

 

평범한 거리 모습도 나에게는 셔터를 누를 가치가 충분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내 모습은 왠지 눈 보고 발광하는 개와 비슷하지 않았을려나.

 

 

 

일본 현지인들에게도 오키나와와 더불어 항상 최고의 관광지로 꼽히는 홋카이도는

삿포로의 무한한 향략을 즐기면서도 동시에 아득하고 고풍스러운 주위의 도시, 조금만 더 나가면 끝없이 펼쳐지는 바다와 야생림의 향연 등등

여러가지를 동시에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는 이점이 가득한 섬이다.

 

도시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은 이곳 삿포로의 일본답지 않은 시원시원한 도로와 정방형의 시내 구조,

 밤새도록 먹고 마시고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는 환락성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을 수가 없을 듯 하다.

 

 

 

개척정신과 독립성이 강한 이주민들의 특성상 대형 브랜드와 견주어도 밀리지 않는 소규모 공예에 강점을 보이는 곳이기도 하다.

일본 최고의 예술 타투이스트들이 밀집해 있기도 하고, 본토에까지 명성을 떨치는 라멘 가게라던가

심지어 아이폰 케이스까지 해외구매 신청이 쇄도할 정도로 유명한 젊은 창작집단 등등. 둘러보면 재미있는 곳이다.

 

묵묵히 사진 찍으며 걸으니 어느세 스스키노 대로변으로 도착한다. 삿포로 최대의 번화가인 이곳은 도로가 정말 시원시원하다.

 

 

 

삿포로 올 때마다 사진은 담지만 한 번도 타 본적은 없는 관람차의 밤모습을 연례행사처럼 찍어본다.

밤에 타 보면 스스키노 거리의 화려한 불빛을 멋지게 담아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지만

삿포로는 항상 혼자 오다 보니, 어쩐지 그냥 타기에는 흥미가 식어버리는 악순환이 펼쳐지고 있다.

 

다음엔 혼자라도 타서 야경을 한번 담아볼까 싶다.

 

 

 

그러고보니 스스키노 거리 중앙에는 노면전차도 달리고 있다.

꽤나 옛날 맛이 살아있는 전차라서 사진 찍기엔 참 좋은데, 문제는 본인 루트상 저 전차를 탈 일이 전혀 없다는 것.

 

 

 

스스키노 거리의 눈축제 코스는 오오도리 공원에 비해 상당히 아담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오오도리 공원은 어마어마하게 크고 길쭉한 야외 정원이 마련되어 있지만

조형물이 전시된 이곳 스스키노 거리는 평소에 그냥 유흥가 골목거리나 마찬가지라서 그럴 수 밖에 없다.

 

어쨌든 오오도리 공원의 조형물들과 겹치는 것은 하나도 없으니 즐기는데는 문제 없을 듯 하다.

오오도리 공원이 끝물이라 그런지 관광객이 훨씬 많아서 편안하게 사진 담기에는 에로사항이 꽃피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