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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9.07  웨더맨(The Weather Man, 200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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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보는 내내 머릿속을 떠돌던 생각
'이건 고어 버빈스키의 영화가 아니라 스티브 콘래드의 영화다'

고어 감독은 적어도 내 시각에선, 지금 이 정도 수준의 영화를 만들만한 감독이 아니다.
그의 필모그라피에서 이 작품은 최고의 명작이라 칭송받을 확률이 매우 높지만,
이 작품만큼은 그의 이름이 아니라 스티브 콘래드의 이름이 좀 더 기억되어지길 바란다.

여기서 주절거려봤자, 애초에 이 작품 본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으니. ㅡㅡ;

각본가 스티브 콘래드의 체험담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작품 전체가 그의 심리를 통과해 투영되고 있기 때문에
어떤 의미론 그의 자서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듯 하다.
이 작품 후에 그가 각본을 맡은 '행복을 찾아서'(The Pursuit Of Happyness, 2006)를 봐도 이 각본가의 능력이 심상치 않음을 알 수 있다.

DVD 서플에서 서로서로를 칭찬하는 장면은 흔하디 흔하지만, 스티브 콘래드에 대한 칭찬은 나도 동의한다.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무슨 CT 촬영기라도 달렸는지,
너무나 흔하고 평범해서 알아차리지 못하는 그 속의 본질을 아주 명쾌하게 꿰뚫어 보여준다.
그 명쾌한 해답이 작품의 제목에서 드러난다는 점이 또 매력적인 장치기도 하고.

일기예보는 순 뻥이다. 원숭이한테 주식시장을 맡기는 거나 일기예보를 맡기는 거나 별 차이 없다.
일기예보는 예보가 아니라 추측일 뿐. 실제 날씨가 어디로 튈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

이 작품처럼 본질에 명쾌한 접근을 이루는 영화에는 그만한 연기력을 가진 배우가 필수적인데
작품의 질에 따라서 삼류 액션배우와 최고의 연기파 배우를 왔다갔다 하는 니콜라스 케이지의 선택은 탁월했다.
그 스스로가 커멘터리에서 밝혔듯 이 작품에서 그는 자기 인생 최고의 연기를 보여줬다.
그 놀라운 연기력조차 마이클 케인이라는 거목 앞에서는 간신히 명함만 내밀 정도라는게 놀라울 따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시리즈에서 보여주는 알프레드를 생각하면 아주 큰 오산이다.
배트맨의 알프레드는 맡은 역할만큼의 가벼움을 보여주지만, 이 작품에서는 등장하는 거의 모든 장면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한다.
사실상 니콜라스의 유일한 이해자이자 조언자 역할을 하는 그의 연기는, 자칫 감정 이입되면 눈물이 쏟아질 만큼 진솔하다.
갓 앤 몬스터(Gods And Monsters, 1998)에서 노망변태할아범 역을 소름끼치게 연기했던 이안 맥켈런 이후로
동 나이대 배우의 연기 중 단연 으뜸가는 명 연기를 펼쳐줬다. 나 지금 너무 행복하다.

인생에 대해 한번쯤 고민하기 시작할 나이 ~ 그 이후부터의 모든 자식, 부모, 직장인들에게 추천하는 명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