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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11  자헤드 (Jarhead, 200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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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맨데스 감독의 몇 안되는 필모그라피 중에서 가장 대중적이었던 건 장편데뷔작인 '아메리칸 뷰티'지만
개인적으로는 '로드 투 퍼디션'(Road To Perdition, 2002)이 취향에 맞았다.

아직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띄우기에는 어색한 면이 보이는 젊은 감독이지만 적어도 작품을 고르는 그의 심미안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있다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다. 2008년 오랜만에 감독을 맡았던 'Revolutionary Road' 는 둘째치고
수잔 비에르 감독의 '우리가 불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Things We Lost In The Fire, 2007)등의 제작을 맡은것까지 고려한다면 말이다.

아메리칸 뷰티에서도 충분히 드러나기도 했지만, 이 감독의 특징은 비참한 현실을 그다지 기분나쁘지 않은 냉소로 풀어낸다는 점.
의외로 깔거 다 까고 싸질러 놓고 싶은 대로 다 흐트려 놓으면서도 현실적으로는 절묘한 균형감각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한가지 훌륭한 점은 배우를 잘 선택하고, 잘 요리한다는 것.
'아메리칸 뷰티'가 케빈 스페이시가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영화인 것 처럼.
'로드 투 퍼디션'이 주드 로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영화인 것 처럼. (이건 좀 과장이긴 하다)

이 말뿐인 전쟁영화도 장르적 특징인 '모든 조연의 주연화'가 필요한 작품인데,
그 점에서 이 작품은 앞에서 말한 감독의 두 전작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면서도 적절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붕어눈동자 제이크 질렌할과, 이미 현역군인이나 마찬가지인 제이미 폭스의 연기는 더 말할것도 없고
피터 사스가드와 제이콥 베가스 등의 조연들도 작품 내에서 자기 맡은바에 대한 책임은 철저히 완수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문제는, 감독 특유의 균형잡힌 시각이 오히려 작품의 힘을 꺾어버리는데 있다.
걸프전을 소재로 한 헐리우드 영화들은 대체로
 
대놓고 까거나
가볍게 조롱하거나
정신줄 놓거나 (말 그대로 'Jarhead'처럼)
 
정도로 구분되는데, 이 작품은 철저하리만큼 한 병사의 개인적 시선으로만 현실을 해석하고 있다.
등신 머저리들의 집합체인 미 해병대원 중에선 그래도 조금은 제정신 박힌 캐릭터라 열심히 분투하지만
이미 머리에 개똥만 가득찬 꼴통들만 아니라면 걸프전의 추악한 현실이란거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감독의 빠지는 똥줄이 캐릭터에서도 그대로 묻어나고 있다.

그래서 상당히 미지근한 주제의식으로 남게 된 점이 아쉽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 지극히 개인적인 시선이 의외로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했다.

명실공히 독일 제국주의의 부활을 꿈꾸는 현 대한민국의 현실과도 참 어울리는 장면이기도 한데
주구장창 이라크의 생화학 무기를 들쑤시며 온갖 듣도보도 못한 약품으로 온 몸을 찌들이면서도
막상 '입으로 똥싸는' 행위가 그 약품때문이 아닌
학살의 현장에 의해서 이루어졌다는 점을 조용히 잡아내는 감독의 역량은 칭찬할 만 하다.

현실감각이 없이는 영화 자체를 판단할 수 없어서 더욱 매력적인 전쟁영화 장르지만
샘 맨데스 감독의 성격상 이 작품은 그 특유의 중립적 시선이 오히려 아쉬워진 듯 하다.

걸프전이거든.

거기에 중립적 시선이란게 존재하기는 하는가?

커멘터리에서도 나오지만 미국 정부는 영화에 대한 지원을 거부하며 훨씬 더 많은 각본의 수정을 요구했다고 한다.
아마 미국 감독으로서는 이 정도 각본도 용기없이는 힘들었나 보다.
과연 쥐새끼가 똥꼬빠는데 정신이 빠진 미국답다는 생각.


P.S 중간중간에 배를 잡고 웃을만한 멋진 장면이 많이 나온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이라크로 떠나는 비행기 장면. 최고다!
자헤드 (Jarhead, 2005) :: 2009. 1. 11. 05:30 Mov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