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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9.04  홋카이도(北海道) 여행기 2편 - 오타루(小樽), 삿포로(札幌)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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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여행 둘째날은 삿포로에서 그리 멀지않은 오타루(小樽)로 결정했습니다.
4박 5일의 일정으로 여행사 패키지처럼 하루종일 차타고 여기 30분, 저기 30분 돌아다니는건 굉장히 싫어하는 편이라
둘러보는 장소 수를 줄이더라도 그냥 맘편하고 느긋하게 돌아다니기로 한 터라
이번 여행으로 부모님께 홋카이도의 유명한 곳을 여기저기 보여드리기는 어렵지만
(덤으로 여행경비도 많이 잡지 않아서 호화스럽지도 않지만)
그냥 홋카이도가 어떤 곳이라는 정도만 느끼게 해 드리고 싶더군요.

오타루는 홋카이도 최초의 상업항구로서, 삿포로와 이시카리(狩)의 발전에 큰 공헌을 한 도시입니다.
러시아와의 교역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으며 그 때문에 공장도 많이 세워졌는데, 지금은 그 공장들이 관광자원으로서 활용되고 있죠.

오타루 하면 떠오르는것이 운하와 초밥입니다. 요즘엔 운하 하면 반사적으로 치가 떨리지만 이곳 운하는 정말 아담한 것이, 요즘 와서 보면 처음부터 관광을 위해 지어진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기자기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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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쓰이지 않는 홋카이도 최초의 철로.
홋카이도는 일본 내에서도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곳이라 (원주민들의 역사는 제외하고) 딱히 문화적 가치를 크게 지닌 곳이 많진 않지만
비싼 돈 주고 외국까지 나가서 관광을 하다보면 별 것 아닌 데서도 기념으로 사진을 찍곤 하죠. ㅡㅡ;

일본문학을 공부했던 제 입장에선
오타루역 앞에 있는 이시카와 타쿠보쿠(石川 啄木) 기념 문구쪽에서 더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26세의 짧은 나이로 극도의 가난 속에서 생을 달리한 천재 시인이 저한테 남긴 영향은 꽤나 컸죠.
동양의 랭보라고 부르면 애국심 투철한 몇몇 사람들이 반기를 들고 일어날 테지만 제 생각은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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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렇다치고
오타루 운하는 그리 길지도, 넓지도 않지만 주위의 서양식 건축물들과 잘 어울려서 산책로로는 아주 딱인 느낌이더군요.
겨울엔 운하 주변에서 얼음축제도 열린다고 하는데 이미 미쳐버린 홋카이도의 여름 날씨는 30도를 가리키고 있어서 양지에선 가만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흐릅니다.
습기가 적은 곳이라 그늘에선 금새 시원해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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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하 주변엔 인력거가 줄을 서서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 멀리 남쪽의 쿄토에서부터 여기까지 인력거로 관광객을 유혹하는건 똑같더군요.
돈도 비싸고, 저같은 2인분 덩치가 저기 타는것 자체가 저분들한테 미안한 느낌이 들어서 타는건 포기. ㅡㅡ;
여성 인력거꾼도 있던데 참 대단합니다. 저거 보통 힘든 일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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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하는 그냥 경치 구경하는걸로 만족하고 오타루에 온 주 목적인 '맛있는 먹을거리'를 찾아서 거리를 배회합니다.
홋카이도에서도 일본색이 안느껴지기로 유명한 곳이라, 건물들이 대부분 서양식으로 세워져 있어서 그냥 잘 계획된 관광지를 둘러보는 느낌이네요.

초밥이 유명한 오타루지만, 그 유명세때문에 오히려 별 것 아닌 초밥집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어서 굳이 이곳에서 초밥을 먹진 않을 계획이었습니다.
미리 찾아보고 간 맛있는 초밥집은 공교롭게도 휴일이라... 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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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오타루까지 왔는데 유명한 관광 명소 한곳쯤은 둘러보고 가야 겠죠. 오르골로 유명한 오타루 오르골 당(小樽オルゴ-ル堂)입니다.
유리공예와 오르골로 유명한 곳인데, 저렴한 여행선물에서부터 고가의 고급 오르골까지 다양한 종류가 구비되어 있습니다.
물론 본인 쓸 돈도 간당간당한데 남한테 줄 선물 살 여유는 없었죠.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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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토에선 툭하면 사진 찍지 말라고 핀잔을 먹은 터라 (가게 밖에서 찍으려는데도 막아서는 인간들... ㅡㅡ;)
좀 걱정했었는데, 직원한테 물어보니 마음껏 찍어도 된다고 해서 안심했네요.
구매욕구를 자극하는 공예품들이 주르륵 널려있습니다.
엄니께서는 '애라도 있으면 몇개 사가겠는데' 하시더군요.
애한테 오르골 주면 금새 부숴먹을텐데...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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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구려 오르골은 굳이 이런 곳에서 구입할 필요도 없겠지만
2~3만엔이 넘어가는 오르골 부터는 음의 청명함이 확 차이가 납니다.
10만엔이 넘어가는 오르골도 있었는데, 가게 안이 시끄러운지라 소리 확인을 제대로 못했네요.
전 오르골 소리를 참 좋아하는터라 자금이 빵빵하면 고급으로 한개 가져오고 싶었지만 덧없는 꿈. 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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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를 겸한 소품용 오르골들도 물론 고가의 제품은 음색이 깨끗하지만
실제로 음에 중점을 둔다면 이런 작은 오르골보다는 드럼이 큰 오르골이 좋습니다.
음역도 늘어나고 음악의 길이도 길어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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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 좀 하고 걷다보니 오타루역과는 너무 멀어져 버려서 (날씨가 더워서 걷기도 귀찮더군요) 미나미오타루(みなみ)역에서 전철을 타고 다시 오타루 역으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미나미오타루역은 한적하기 그지없는 시골역이더군요.
그 시끌벅적한 오타루쪽에서 한 정거장밖에 안 떨어져 있는데 금새 나타나는 이런 광경이 신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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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루역 주변에서 잠시 주변을 둘러보고 별 것 아닌 소바 한그릇 먹고 삿포로의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초밥을 먹지 못한건 아쉽지만 오타루의 이름값을 빌린 별 것 아닌 초밥을 먹는것도 마음에 안들어서.
하지만 착실히 전리품은 챙겨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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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최고의 초콜릿, 케이크 전문점인 르 타오 (Le Tao)에서 파는 더블 포마쥬 치즈케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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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보다 홋카이도에 관광온 내지인들이 더 열광한다는 홋카이도 한정 특산 감자스낵 '자갸폭클'(じゃがポックル) 을 손에 들고 돌아온 것이죠.
홋카이도산 감자와 오호츠크해의 천일염으로 만든 최고급 감자스낵인 쟈가폭클은 가격이 만만치 않지만 이거 먹으면 다른 감자스낵은 비려서 못먹습니다.
여담으로, 폭클이란 단어는 홋카이도의 토속 요정의 이름이라고 하더군요.
외국 관광객은 공항 면세점에서 쉽게 살 수 있기 때문에 오늘은 한 상자만 사서 맛봤습니다.
오타루의 가게에서 4개 남은 쟈가폭클중 하나 구입 후 10분쯤 뒤에 돌아오니 매진되고 없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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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이 하루밖에 안되는 더블 치즈케익이라 여기서밖에 먹을 수 없는 아이템.
Le TAO 라는 브랜드는 오타루를 거꾸로 읽어서 만든 이름이네요.
무료시식으로 주던 초콜릿도 맛있게 먹었고, 삿포로에 도착하니 적당히 녹은 치즈케익의 농후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오타루에서 그닥 맛있는 음식을 먹지 못했기에
그리고 술이 고픈 아버지를 위해서 오늘 저녁은 삿포로의 명물인 징기스칸으로 결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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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자전거 여행때도 갔었던 삿포로 맥주공원(サッポロビ-ル園)으로 출발.
1인당 3천엔 중반의 가격으로 2시간동안 양고기 징기스칸과 맥주, 음료를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는 곳입니다.
원래는 맥주 박물관에서 삿포로 맥주의 역사와 특징을 주욱 둘러보고 옆의 홀에서 음식을 먹지만
시간도 좀 늦었고, 목표는 맥주 설명따위가 아닌 음식이었기 때문에 바로 가든 홀로 입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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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으로 따지자면 삿포로 시내의 징기스칸 전문점이 더 낫다고들 하지만
싱싱한 삿포로 생맥주가 무제한으로 나오는 이점때문에 이곳을 포기하긴 힘들더군요.
작년의 자전거 여행땐 하루 1천엔 정도의 식비를 가지고 거지처럼 생활했기 때문에
삿포로 도착해서는 체력을 좀 비축하고 떠나야겠다는 생각에 큰맘먹고 이곳에서 한끼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혼자서 저런 양고기 7접시를 먹어버렸으니 지금의 제가 생각해도 참 할 말이 없네요. ㅡㅡ;
(이번에 울 가족 3명이서 다 함께 먹은게 7접시였으니 그때의 전 굶주림에 눈을 부라리는 야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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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마구 먹고 다 떨어질 때쯤 되면 알아서 종업원이 찾아와 더 드시겠냐고 물어봅니다.
거리낄 것 없이 마구마구 먹어줍니다. 생맥주와 함께 먹으면 그야말로 지상천국입니다.
(배고플때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각인되어서 그런지 저한테는 더 각별하게 다가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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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맥주 한잔도 마실까 말까 한 저지만 이곳에선 그런거 없습니다.
좋아하는 흑맥주를 2잔씩이나 마셔가며 정신없이 고기를 입에 집어넣었네요.
아버지께서도 물론 원없이 마시셨습니다. 가끔 고기보다 맥주가 메인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오타루에서 맛있는 음식 안먹고 참은 보람이 있었던 저녁식사였습니다.
매 끼 비싼 음식을 먹을 예산은 안되는 터라 역시 맛있는 음식은 하루 한 끼 정도로 제한하는게
역경을 딛고 일어날 때의 보람(?)을 느끼게 하는 맛이 있네요.

내일은 좀 더 홋카이도적인 곳을 보려드리려고 후라노(富良), 비에이(美瑛)를 갈 예정입니다.
밤에 TV를 틀어보니 제 학생시절 유명했던 사카이 노리코(酒井法子씨)가 마약을 복용한 혐의로 지명수배가 내려졌더군요.
남편과 함께 복용한 의혹을 받고 있는데, 남편은 잡혔고 노리코씨는 종적을 감췄다고 합니다.
힘들게 살아오다가 인생 역전에 성공한 인물로 알려져 있던 사람인데, 참 서글픈 현실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