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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11  Fire, Walk with me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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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이 돌아가고 대충 회관을 정리한 뒤 학교로 돌아가 삼겹살 10근을 앞에 두고 장작더미에 불을 붙였습니다.

나이에 관계없이 불장난은 재미있는 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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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봤던 소심한 녀석이 불은 별로 무서워하지 않고 멍하니 바라보네요.
슬금슬금 다가가서 만져주니 역시 금새 경계를 풀고, 오히려 손을 멈추니 슬금슬금 몸을 제쪽으로 비비기도 합니다.
역시 제 농후한 손놀림에 걸리면 어떤 동물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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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우시는 분 말씀으로는 굉장히 머리가 좋은 개라고 하시더군요.
초코파이를 무지하게 좋아해서 아침에 토끼나 새같은 산짐승등을 사냥해와서 집앞에 내놓고 초코파이를 내놓으라고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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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키의 1.5배는 되었던 장작더미는 금새 무너져 버렸습니다. 조금만 더 타면 숯을 이용해서 고기를 구워먹을수 있을듯.
휴대폰도 통하지 않는 첩첩산중이라 공기는 서울에 비할 수 없이 맑은터라
그냥 멀찍이 앉아서 불꽃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그리 좋을수가 없더군요.
이런 공기좋은 곳에서는 술도 담배도 훨씬 맛있다는 말씀을 하시길래
저도 이곳에서 담배 한번 피워보려고 예전부터 작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개피 물어봤습니다.
딱히 담배때문에 기분이 좋다기 보다는 함께 앉아서 이야기하는데 좋은 소재거리를 제공해 준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네요.
확실히 공기가 워낙 맑아서 그런지 별로 어지럽지도 않고 기분은 상쾌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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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모임의 책임자로서 온몸으로 열심히 뛰었던 행자분도 이제 좀 긴장이 풀리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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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있던 마을 어르신 몇분과 함께 촛불 켜고 올해 소망을 바라는 어쩌구 시간을 가졌는데
전 이런 공동고백같은거 질색이라 슬쩍 도망쳐 나왔습니다. 이래서 찍사가 편하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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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고기를 굽습니다.
통나무 두개 사이에 숯을 퍼담은 후 그 위에 고기를 잔뜩 얹은 석쇠를 올려놓습니다.
기름이 줄줄 빠진 맛있는 삼겹살이 만들어지겠죠. 행자분은 금새 실력발휘를 해서 학교안 취사장에서 김치찌개를 만들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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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도통 안보이던 냥이가 고기냄새를 맡고 다가왔습니다.
이녀석은 학교에서 우안선생님과 반 동거중인 냥이인데.. 너무 잘 먹어서 좀 비만끼가 있네요. ㅡㅡ;
어떨 때는 학교 앞에서 하루종일 자다가, 다른 날은 어디로 사라져 버리는건지 한참 안보일때도 있는
우안선생님과 비슷할 정도로 자유스럽게 살아가는 녀석입니다. 그러고보니 덩치도 닮았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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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덜익은 삼겹살 몇점을 던져주고 돌아오는데.. 삼겹살의 기름이 숯에 떨어져 불길이 치솟아 올랐습니다.
이때부터 석쇠 올리거나, 고기 옮기거나 하면서 굽기담당들의 처절한 사투가 시작되었죠.
연기가 하도 많이 나서 그분들 몸에선 야릇한 장작 냄새가 며칠동안 계속되었을 겁니다.

전 이야기가 잘 통하는 사하라 멤버들과 뒤에서 담배나 꼬나물고 이번 모임에 대해서 대화를 나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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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 10근은 장장 4시간동안이나 그 명맥을 유지하면서 끝간데 없는 회원들의 위장을 책임졌습니다.
불장난은 타오를때도 재미있지만, 서서히 불씨가 사그라들때의 아쉬움도 놓칠 수 없는 아련한 즐거움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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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안선생님은 학교 안에 2차 준비를 하시고 몇몇 지인들과 담소를 나누셨습니다.
중간에 산막골 처음 온 우리쪽 젊은 회원들도 덤태기로 새벽까지 이야기를 들었죠. 여기 오게되면 한번쯤은 겪은 통과의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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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회원들은 마을회관으로 자러 가고, 사하라 멤버들만 남아서 정신없었던 오늘을 무사히 넘긴것에 대해 서로를 격려하고 칭찬해 줬습니다.

산막골의 밤은 제가 한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풍경과 시간이기도 합니다.
아마 서울의 밤을 싫어하는 사람일수록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질 가능성이 높겠죠.
저를 위해 준비한 장난감같은 조그만 담배를 입에 물고 짙게 가라앉은 주위를 보고 있으면
친한 동료가 옆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그렇게 기분이 좋을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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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아직 추위가 풀리지 않은 3월 초순의 산막골은 벌레소리 하나 들리지 않은 정적에 빠져 있기 때문에
이러고 있으면 마치 사하라의 밤을 연상케 해서 더욱 더 즐겁고, 그리워지더군요.
아마 사하라 멤버들은 저하고 비슷한 생각을 했나 봅니다.

새벽 2시쯤 사하라 멤버들이 자기로 되어있든 10평남짓한 조그만 관사로 들어갔는데
전 옆의 골방에 책상에 있길래 가지고 갔던 책을 꺼내들고 페이지를 넘겼습니다.
이런 밤에 그냥 자버리는게 아쉽기도 했고, 고요하고 공기좋은 분위기에선 책도 훨씬 재밌게 읽히는 터라
먼동이 틀 때까지 느긋한 마음으로 책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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