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results

'쿄토'에 해당하는 글들

  1. 2010.02.21  오사카(쿄토)여행기 11편 - 쿄토역 방황과 마지막 저녁 14
  2. 2010.02.19  오사카(쿄토)여행기 10편 - Jump in 키요미즈데라 7
  3. 2010.02.11  오사카(쿄토)여행기 9편 - 금각사 14

키요미즈데라를 올라갈 때와는 다른 길로 내려갑니다.
키요미즈자카(淸水坂)라는 원가 비공식틱한 이름이 붙어있는 이곳 거리는 왼쪽으로 산넨자카(三年坂)로 이어지는
메인 로드인데, 산넨자카는 요즘 이 키요미즈자카의 기념품점과 음식점들에 밀려 거의 이름만 유지하고 있습니다.

산넨자카가 유명했던 건 거의 100년 전쯤이라,
지금은 유명한 '이곳에서 굴러 넘어지면 3년안에 죽는다'는 소문만 남고
그냥 키요미즈자카에 흡수되다시피 했죠.

키요미즈데라를 빠져나올 때쯤 되니 눈도 그치고 날씨도 풀려가는 듯 합니다.
머피아저씨 면상 좀... ㅡㅡ;


보통 이곳 상점가에서는 이곳의 명물인 야츠하시 팥떡(八ッ橋)과 녹차 소프트 아이스크림이 유명합니다.
야츠하시는 투명할 정도로 얇은 삼각형 모양 피에다가 팥고물을 넣어 만드는 찹쌀떡 종류인데요.
요즘엔 팥고물 대신에 딸기크림, 계피크림 등등 다양한 베리에이션 제품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명물 과자란 어딜 가나 마찬가지지만, 이름값에 비해서 특출나게 독특한 맛은 없어요.
떡 종류가 발달한 한국인이라면 더더욱 그럴것 같습니다. 그냥 별다를 것 없고 모양만 귀여운 떡입니다.

기념품점은 잘 안들어가는데 동생분이 슬금슬금 들어가서 구경하다가 이 녀석을 발견하고 덥썩해버렸네요.
꽤나 센 가격때문에 (한국돈으로 4만원쯤?) 동생분이 한참을 고민했지만
제가 미친척하고 구입하니 결국은 덩달아 구입해버렸습니다.

햇빛만 들어오면 차방에서 애교를 떨어대니(빛을 받으면 꼬리가 달랑거립니다)
무리해서 구입해 온 보람은 있네요. 알고보니 이곳 가게에서는 우수 관광품으로 선정되었답니다.


일단 키요미즈데라를 빠져나와 버스타고 금새 도착할 수 있는 쿄토역 앞으로 나왔습니다.
랜드마크로서는 한참 모자라는 듯한 느낌의 쿄토타워가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네요.
쿄토역 주변은 일본의 고도라는 느낌과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현대식 건물들의 집합소라
그 중에서도 가장 이질적인 녀석이 이 쿄토타워와 쿄토역이라 할 수 있을 듯.

무료 쿠폰이 있는것도 아니고 저 곳에 올라갈 일은 없습니다.
아직 한 번도 안올라가 봤는데, 언젠간 올라갈 일이 있을려나요.


똑같이 이질적인 녀석이라도 이 쿄토역은 그래도 나름 사연이 깊은 건물입니다.
처음 이녀석을 봤을 땐 그 거대함에 놀라움을 금할 길이 없었죠.

원래 1877년 벽돌 빌딩으로 시작했던 쿄토역은 개축과 화재 소실로 인해 여러 번 재건축을 거친 끝에
쿄토역 건립 120주년 기념 사업의 일환으로 1997년 예술가이자 건축가인 하라 히로시(原廣司)가 
설계를 맡은 끝에 현재의 모습이 되었습니다.

호텔, 백화점, 극장등 첨단 복합 문화공간이 함께 포함되어 있는 쿄토역은 일본에서 가장 거대한 전철역이죠.


높이 60m에 이르는 타원형 구조의 건축 양식 도면을 처음 접했던 당시 사람들은
하라 히로시에게 폭언에 가까운 비난을 쏟아부으며
'쿄토의 미관과 정신을 오염시키는 최악의 건축물'이라는 악평을 쏟아냈습니다.

잘나신 분들이 언제나 그렇듯 '쿄토' 하면 나즈막하고 전통적인 미적 감각이 살아있어야 한다고 믿은 거죠.


하지만 역이 완공된 후 수많은 해외 유수의 건축 디자인상을 수상하고
쿄토 최고의 명물로 단숨에 부상하는 등 쿄토 역사의 한 페이지를 새로 쓰게 했다는 찬사가 이어진 후로는
아무도 이곳에 대해 트집잡는 일이 없어졌습니다.

예술가의 혜안을 윗자리의 잘나신 분들이 어찌 이해하리오.



참고로 하라 히로시는 지난 번 오카사 여행기에서 소개했던 우메다 스카이빌딩을 디자인하기도 했으며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장이라는 홋카이도 삿포로의 돔구장을 설계한 사람으로 유명합니다.
가장 쿄토답지 않은 느낌을 이렇게 긍정적으로 소화해 낸 그의 능력은 정말 천부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네요.


직접 한바퀴 둘러보지 않으면 이곳의 신선함을 체험하기 힘들 것 같네요.
쿄토의 관광 코스에 꼭 한번 넣어볼 만한 멋진 건축물이니
고즈넉한 쿄토의 문화 유산들과 대비되는 이곳을 감상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될것 같습니다.


원래는 이 다음에 제가 좋아하는 만화박물관에 가려고 했습니다만...
자전거 여행 당시의 거리감각으로 이녀석을 찾다 보니 영 동떨어진 곳을 찾다가 시간이 흘러가 버렸네요. ㅡㅡ;

자전거 여행땐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로 느껴졌는데, 실은 쿄토역에서 도보로 40분 가까이 걸어가는 거리였습니다.
확실히 시간은 상대적인 건가 봐요.

사실 만화박물관은 오후 5시 까지밖에 개장하지 않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도착했더라도 30분밖에 관람하지 못했겠지만.


지난 자전거 여행때 들렀던 쿄토 만화박물관.
원래는 초등학교 건물이었는데, 폐교하면서 학교 전체를 만화박물관으로 개조했습니다.
복도, 교실 모든곳에 빽빽히 만화들이 가득차 있어서 간단한 입장료만 내면 어디서든 아무렇게나 만화를 볼 수 있죠.

운동장에 누워서 느긋하게 만화를 즐기는 이 곳의 모습은 정말 인상깊었습니다.


당일치기 쿄토 여행이라 많은 아쉬움을 남기고 다시 오사카로 돌아왔습니다.
이제 4박 5일간의 짧은 여행도 내일로 마지막이군요.
실질적으로 관광할 시간은 거의 남지 않았기 때문에
8시가 다 되서 도착한 오덕들의 성지 덴덴타운에서 수집해 갈 원서 코믹스를 몇권 샀습니다.

일반 소설이든 코믹스든 한해 출판되는 서적의 양은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서
일본의 서점에 가면 항상 부럽고 부러워요.

이런 일본도 미국 출판시장의 1/10도 되지않는다니...
그저 도서관이나 지역별로 많이 만들어주면 좋겠지만 현실은 사대강 따위나 파재끼는 시궁창...

덴덴타운도 거의 8시쯤엔 문을 닫기 때문에 오덕쇼핑은 정말 눈깜짝할 사이에 끝났구요.
내일은 아침에 짐 챙기고 나가면 공항 가기 전까지 딱히 멀리 이동할 시간적 여유가 없으니
또 덴덴타운이나 어슬렁 거리겠죠. 그러니까 오늘은 그저 배 든든히 채우고 숙소에서 편히 쉬면 됩니다.

숙소 들어가기 전 일단 저렴한 규동체인점 스키야(すき家)에서 맛만 살짝 보기로 했습니다.

동생분은 치즈 카레.


친구는 소고기 덮밥 곱배기


저는 카레 소고기 덮밥 곱배기 시켰습니다.

여행 마지막 날에는 뒷풀이겸 해서 배를 가득가득 채우는게 제 여행의 전통이라
비록 자금이 부족해서 저렴한 녀석이긴 하지만 배불리 실컷 먹었네요.

이곳 스키야는 일본 규동집의 절대 아성이었던 요시노야(吉野家)를 제치고
2009년 일본 규동 체인 매상 1위를 차지한 떠오르는 신흥 규동집입니다.
요시노야보다도 저가를 유지하면서, 품질에서 떨어지지 않는 대신 줄어드는 이윤을 증가하는 고객수로 채운다는 전략으로 인해
당당시 요시노야와 경쟁해서 승리를 쟁취한 곳이죠.

한국에서는 별것 아니겠지만 사실 일본의 거대 규동체인은
서민경제의 가장 민감한 지표의 하나로 작용할 만큼 일본 시장의 분위기를 살피는데 필수적인 요소라서
이런 체인점들의 전략과 승부는 매년 일본 경제신문의 주요 관심거리중 하나입니다.


숙소에 돌아와 마지막 밤을 준비합니다.
오늘같은 날 오덕들은 챙겨온 전리품들을 감상하느라 정신없죠.

힘든 여행을 마치고 만화책을 펼칠 때의 기분은 꽤나 즐겁습니다.


여행 마지막 밤인데 필름이 좀 남아서 숙소의 전경과 함께 자연샷을 남발하기 시작합니다.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역작 '터번을 쓴 소녀 or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를 닮았다는 느낌이 들어서 찍었습니다.
심각한 초상권 침해라면서 태클을 걸어 올 동생분이 걱정이지만 주요 부위는 다 가린 것 같은데? ㅡㅡ;


매일매일 생산되는 수건과 손수건은 이렇게 널어두면 적당히 마릅니다.
숙소가 수건을 1인당 한개씩밖에 지급하지 않기 때문에 여분의 수건을 한국서 가져왔었죠.


욕실과 화장실은 복도에 각각 비치되어 있지만
방 안에도 간이 세면대가 있습니다. 사람이 많을 때는 요긴하게 쓰이죠.


스키야에서 배는 채웠지만 끝이 얼마 남지않은 여행에 대한 아쉬움을 채우고 싶어서
맥도날드에서 햄거버도 사고, 편의점에서 과자랑 음료수 등등도 사왔습니다.

오늘 다 먹진 못하지만 실컷 먹고 내일 아침에 또 먹을겁니다.

항상 돌이켜보면 짧게 느껴지는 아쉬운 여행이지만, 세계 일주라도 하지 않는 한 항상 짧게 느껴지는건 당연할 듯.
언젠간 짧게 느껴지지 않는 여행도 가 봐야겠죠.

빵빵해진 배를 붙잡고 다음 목적지인 키요미즈데라(清水寺)로 향합니다...만
사실은 초밥집에서 버스정류장으로 가능 동안 사소한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걷다가 발견한 어뮤즈먼트 센터(한마디로 오락실)에 들어가서 재미삼아 UFO 캐쳐를 했다가
이들의 마수에 걸려버렸습니다. ㅡㅡ;

처음에 아주 손쉽게 한번만에 인형을 2개나 건져올리는 바람에 의기양양해진 저는
마음에 쏙 드는 녀석을 발견하고 자신만만하게 도전했지만
이녀석은 방금 전의 UFO 캐쳐와는 차원이 다른 난이도를 자랑하더군요. ㅡㅡ;
건져질 것 같으면서도 결코 건져지지 않는, 사람을 초조하게 말려죽이려는 의도가 포함된 악마의 기계였습니다.

결국 하나도 건지지 못하도 2만원에 가까운 예산을 탕진해버렸네요.
그냥 없었던 일로 하고 생각하는걸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T_T


평일이라 그런지 키요미즈데라 근처엔 사람이 별로 없었네요.
일본 전국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모인다는 키요미즈데라인데, 이렇게 사람이 적은건 처음 봤습니다.
어제 비를 맞아가며 전전긍긍했던 보상일지도 모르겠군요.
라고 하고싶은데 날씨가 심상치 않습니다. 하늘은 구름으로 가득 덮혀있고 바람도 매섭더더군요.


2년 전에도 왔지만 여전히 여기저기 공사중인 키요미즈데라.
원래 798년에 세워졌다고 전해지지만 불에 타버리고 현 사찰은 1633년에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이곳의 볼거리인 본당도 여전히 공사중이죠. 쿄토엔 지금 공사중인 사찰이 많아서 언제 구경하러 와도 조금 아쉽긴 합니다.


높게 솟아오른 삼중탑(三重塔)이 인상적입니다. 이 삼중탑은 일본에서 가장 큰 녀석이라고 하네요.


일단 관람하기 전에 위생실에 들어가는데,
바람이 거세다 싶더니 눈발이 휘날리기 시작하더군요.
일본 와서 비도 맞아보고 눈도 맞아보고 가지가지 합니다.

날씨가 쨍하게 맑았던 날이 없어서 아쉽긴 합니다만
디카와 달리 필카는 이런 우충중한 날씨와도 그 느낌이 잘 맞는것 같아서 그나마 다행이네요.


들어가기 전에 물이라도.
사실은 그냥 사진 좀 찍고싶어서 동생분에게 포즈 부탁했습니다.


왜 키요미즈데라가 일본 전국에서 가장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인지는 몇번 와본 저도 모르겠군요.
딱히 신성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접근성이 좋고, 주변에 함께 둘러볼 곳이 밀접해 있고
이곳에서 바라보는 쿄토 시내의 모습이 워낙 아름다워서가 주된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키요미즈데라에 온 사람들이 한번씩은 들어보려 한다는 무사시보 벤케이(武蔵坊弁慶)의 철장과 철게다.
벤케이는 헤이안시대 말기의 유명한 무장으로, 미나모토 요시츠네(源義経)의 오른팔로 이름을 떨쳤습니다.
요즘 일본인들에게 인기있는 전란의 시대를 풍미한 무장이라 각종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에도 단골로 등장하죠.

저 철장은 아마 최홍만급이 아니면 들 수 없을겁니다.
옆의 조그만 녀석은 한손으로도 들지만 큰 녀석은 두손으로도 못들어요. 80kg 가까이 나간다던가?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시도도 안해보려는 친구를 가만 놔둘순 없습니다.
멋진 사진이 나왔네요. 올레~


키요미즈의 본당.
이곳은 상당히 큰 절이지만 건축물 전체에 못이 하나도 사용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덕분에 보수하는데도 꽤나 힘이 들고, 툭하면 관광객 출입이 금지되기도 하지만
관광 수입보다 문화재 보존을 우선시하는 모습은 보기 좋다고 할 수 밖에 없네요.


유명한 키요미즈의 무대 위에서 한 장.
원래라면 이렇게 서서 사진 찍을 공간도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지만
이번엔 꽤나 느긋했습니다. 학생들 단체 관람이 없었던게 다행이군요.


이곳 키요미즈데라 옆에 붙어있는 신사도 나름 유명합니다.
수학여행오는 학생들이 많아서 그런지 이곳은 젊은이를 위해 '인연 맺어주는 신사'로 유명하네요.
지난번 여행 땐 아예 올라가지도 않았지만 이번엔 한번 올라가 봤습니다.


신사는 물론 신성한 곳이기도 하지만
일본인들의 정신 세계속의 신토(神道)라는 개념은 그리 중후하지 않고
생활속에 녹아든 사소한 것들에 대한 존경심에서 시작되는 거라
이런 신사들도 성업을 하고 있는 것이겠죠.

이 바위는 신사 중앙에 위치해 있는데
앞쪽에 똑같이 생긴 바위가 하나 더 있습니다.
눈을 감고 좋아하는 사람을 생각하며 똑바로 걸어가서 앞쪽 바위까지 도달하면
인연이 이루어진다는 괴이한(?) 소문이 있습니다.
교복입은 학생들이 열심히 도전중이더군요.


여자는 행동력이라는 말이 있듯이 (어디서 나온 말이더라...)
이런데서 혼자 속썩이지 말고 그냥 대쉬해 버리는게 인연만들기 확률이 더 높아질것 같지만
역시 연애한번 해보지 않은 중년오덕의 영양가없는 건조한 말보다는
이곳 신사의 신들이 알아서들 잘 맺어주겠죠. ㅡㅡ;


슬쩍 딴데 찍는 척 하면서 화려한 키모노 입은 학생들 좀 찍어봤습니다.
좀 더 용기가 있었다면 말 걸고 정식으로 찍을 수도 있었지만 전 소심한 터라.


신사는 대충 구경하고 나온 후
키요미즈에서 가장 유명한 무대(舞台)를 바라보며 한 장 찍었습니다.
이곳 무대는 '키요미즈의 무대에서 뛰어내리는 각오로'(清水の舞台から飛び降りる思い)라는 속담으로 유명한데요.
일을 성취하려면 이곳에서 뛰어내릴 만큼의 대담함을 가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곳 무대는 높이가 16m 가량 되기 때문에
실제로 뛰어내리면 십중팔구 죽어버릴 듯.
모 애니메이션 캐릭터는 그래서 '차라리 자포자기라는 말이 더 어울리지 않아'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역사적으로 보면 1694년대부터 시작해서 1872년에 정부가 이곳에서 뛰어내리는 것을 금지할 때까지
약 230명 정도가 이곳에서 뛰어내렸고, 생존률은 무려 85%나 된다고 합니다.
한때 자살 명소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던, 사연많은 장소네요.


만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불상.
일본의 사찰 여기저기에 이런 불상이 많이 놓여있는데
대부분 반들반들하죠.


지형상 상당히 높은 곳에 위치한 키요미즈데라라서
교토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으로 유명하지만
이번엔 눈발이 날려서 거기까지는 시야가 닿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키요미즈의 풍경은 여전히 아름답네요.
주위 풍경과 어우러진 모습은 쿄토 내에서도 단연 아름답다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저 위의 수많은 팻말들은 무덤일까요.
들어가지 마라고 하니 들어가지도 못하고 그냥 사진만 찍었습니다.


키요미즈의 또 다른 명물 중 하나인 오토와 폭포(音羽瀧).
이 절의 이름인 키요미즈(清水)는 깨끗한 물이라는 뜻으로, 바로 이 곳의 물을 의미합니다.
신성한 물로 이름높은 녀석인데, 세 줄기의 물은 각각 지혜, 건강, 장수를 나타낸다고 하네요.
지난번 왔을 때는 엄청난 인파로 인해 한 잔 마시기 위해서는 20분 이상 기다려야 했지만
이번엔 사람이 없어서 동생분이 쉽게 마시고 내려왔습니다.

친구는 뻘쭘하게 그냥 지켜만 봤고, 저는 사진 찍느라 바빴죠. 예전에 한번 마신적이 있으니.
여담으로, 속설에 따르면 세 줄기를 모두 마시면 욕심많은 인간으로 분류되어 불행이 따른다는 말도 있네요.


봄이나 가을에 오면 (인파가 밀리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참으로 아름다운 산책길로도 유명한 키요미즈입니다.
비록 이번엔 겨울이라 그 아름다움이 조금 퇴색하긴 했지만, 사람이 없어서 느긋하게 산책할 수 있었네요.


본당과 무대를 받치고 있는 느티나무 기둥은 총 139개로 이루어져 있는데
큰 녀석의 길이는 12m를 넘는다고 하네요.
위에서는 잘 보이지 않던 녀석도 천천히 길을 따라 산책하다보면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쿄토에 오면 언제나 한 번씩은 꼭 들리는 키요미즈데라인데
여러 번 와도 실망하지 않는 멋진 풍경으로 둘러싸인 곳이네요.
아마 쿄토에 살고 있다면 한 달에 서너 번씩은 계속 오게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별관(?)에서 오랜만에 휴식다운 휴식을 취한 후 아침 일찍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오늘은 쿄토 당일치기 여행이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빠릿빠릿하게 돌아다녀야 하는군요.
사실은 오사카 오고나서부터 빠릿빠릿하지 않은 적이 없었던 것 같기도 하지만 이젠 아무래도 상관없어.

쿄토와 오사카는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서 당일치기가 어려운 편은 아니지만
사실 쿄토는 느긋하게 둘러볼려면 1주일은 잡아야 할 정도로 볼거리가 많은 곳이라
오사카 관광이 주 목적이었던 이번 여행에서는 그냥 맛배기만 살짝 보여주는걸로 만족할 수 밖에 없네요.

숙소인 에비스쵸(恵美須町)역에서 아와지(淡路)역까지 간 다음 한큐쿄토선(阪急京都線)을 타고
쿄토 카와라마치(河原町)역까지 가는데 대략 45분 정도가 소요됩니다. 아침시간이라 사람이 많네요.
아와지역에서 카와라마치역까지 가는 전철은 급행, 쾌속, 준급행 등등 여러 종류가 있기 때문에
잘 알아보고 타야 합니다. 모든 역에 다 정차하는 전철을 잘못 탔다간 1시간 이상 소요될 수도 있습니다.

열차가 올때마다 방송으로 '카와라마치역까지 가려면 다음 열차를 타는게 더 빨리 도착합니다' 라고 말해주는데
관광객들에게 그게 쉽게 들릴지는 의문이니까, 전광판을 잘 확인해가며 타는게 좋겠죠.


열차의 종작역인 카와라마치역은 JR 쿄토역에서 꽤나 가깝기도 하고, 쿄토 시내의 중심가중 한 곳이라서 이동하기도 편합니다.
쿄토 버스 1일 승차권을 구입한 후 바로 금각사행 버스를 탑니다.
1일 승차권이 있으면 하룻동안 쿄토 시영버스를 마음껏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도 민영버스는 무료이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항상 조심을... (이번에 한번 당했습니다. ㅡㅡ;)
왠만한 관광지는 시영버스로 충분히 쉽게 이동이 가능하기도 하고,
쿄토는 오사카에 비해 전철이 구석구석 뻗어있지 않기 때문에 버스가 최적의 이동 수단입니다.

아침부터 버스 안엔 한국인 관광객이 수두룩하네요. 방학이라서 그런가.
근데 이 친구들은 분명 금각사를 가는 길일텐데 한 정거장 앞에서 내려버렸습니다. 뭔가 착각한 듯.


2년만에 보는 쿄토의 풍경이 참 반갑더군요.
자전거 여행을 마치고 제대로 된 관광이나 해보자 싶어서 무작정 내려온 쿄토였는데
그땐 자전거 여행의 피로가 쌓인 터라 뭔가 몽롱한 정신으로 여기저기를 쏘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금각사(金閣寺)는 쿄토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관광 명소중에 한곳인데요.
사실 친구와 동생분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다면 굳이 제가 이곳을 찾아가진 않았을 겁니다.
평생 한 번만 와 봐도 충분한 곳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곳의 실제 이름은 로쿠온지(鹿苑寺)인데, 금박을 입힌 정자가 워낙 유명해서 언제부턴가 금각사란 이름으로 더 유명해졌습니다.
쿄토 외각에 위치한 한적하고 조용한 사찰이라 산책하기에 더할 나위없이 좋은 지형임에도 불구하고
쿄토 여행의 필수 코스로 자리잡은터라 자칫하면 엄청난 인파에 쓸려다닐 수가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다행히도 이번 여행땐 관광객이 아주 적어서 느긋하게 구경할 수 있었네요.
지난번 혼자 갔을 땐 수학여행 온 학생들이 아주 바글바글거려서 사진 한 장 제대로 찍기가 힘들었는데.


쿄토 최고의 아름다움을 자랑한다는 금각사의 모습입니다.
조용한 연못과 철저하게 인공적으로 조경된 소나무들, 그리고 화려한 금빛 정자는
마치 별세계를 뚝 떼어다 놓은 듯한 인상을 줍니다.

그 아름다움 만큼이나 이 금각사에는 비극적인 역사가 살아숨쉬고 있는데요.
원래 금각사는 1397년 쇼군의 별장으로 만들어졌지만 1950년에 한 수도승의 방화로 완전히 소실되었습니다.
지금 보이는 건물은 1955년에 다시 지어진 것으로, 정말 세심하게 복원이 잘 되어있지만
역시 원 건축물과는 그 느낌상 아쉬운 부분이 많죠.


방화를 일으킨 수도승은 심한 정신병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이 사건을 소재로 하여 쓰여진 소설이 전후 일본문학의 최고봉으로 뽑히는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의 금각사(金閣寺)입니다.

미시마 유키오의 스승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카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가
'미시마 유키오가 노벨문학상을 받지 못한다면 일본의 어느 작가가 그 자격이 있겠나'라고 그의 문학성을 극찬하기도 한 만큼
그의 탐미주의에 대한 깊은 고찰과 광기가 묻어나는 최고 대표작 금각사는 전후 일본문학의 정점을 찍은 최고의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전후 일본문학을 공부하면서 금각사를 읽지 않으면 공부 헛한거나 마찬가지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할 만큼
소설 금각사는 저기 보이는 실제 금빛 정자보다 훨씬 더 아름답고, 훨씬 더 공포스러운 작품이니 꼭 한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말년엔 극우주의자로 여러 기행을 벌이다가 할복 자살을 선택한 미시마 유키오라 한국에서는 그냥 또라이 취급을 받기도 하는데
그런 광기어린 집착과 고집, 오만이 없이는 금각사와 같은 소설이 탄생할 수 없었기에 더더욱 연민의 정을 느끼는 작가입니다.
금각사를 불태우던 자신의 작품 속 승려와 결국 비슷한 최후를 맞이한 작가의 모습은,
어찌보면 그렇기 때문에 당대를 대표하는 문학가의 칭호를 받기에 손색이 없는 게 아닌가 싶네요.

일본을 대표하는 다른 탐미주의 작가인 타니자키 쥰이치로(谷崎潤一郞)의 페티시즘에 가까운 집착과는 그 성격이 전혀 다른,
미에 대한 두려울 정도로 순수한 집착은 마치 조셉 콘래드의 암흑의 핵심(Heart of Darkness, 1902)이나
영화로 치자면 베르너 헤이조그의 아귀레, 신의 분노(Aguirre: The Wrath Of God, 1972)의 느낌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입장권 명목으로 받은 부적(?)을 갖고 즐거운 기념사진을 찍는 일행들.
소설의 광기는 어디가고 훈훈한 모습이 연출됩니다.


금각사의 아름다움이야 뭐, 말로하면 쓸데없이 칼로리 소비하는 것 밖에 안되지만.
실제 문화 유산으로서의 가치는 쿄토 반대쪽에 있는 은각사(銀閣寺)가 훨씬 중요합니다.

은각사는 원래 치쇼지(慈照寺)라는 이름의 사찰로, 금각사를 세운 쇼군 아시카가 요시미츠(足利義満)의 손자인 아시카가 요시마사(足利義政)가
할아버지의 업적을 모방해서 만들었습니다. 요시마사는 절의 바깥을 은으로 감싸서 금각사와 대칭을 이루려고 했지만
그 후, 후계자 문제로 각 지방의 다이묘들이 반란을 일으키는 등 혼란의 시대가 계속되는 바람에
결국 은각사는 은으로 덮히지 못하고 미완성된 채로 남아있게 됩니다.

이 은각사의 토쿠도(東求堂) 사당은 1485년 건립되어 지금까지 그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일본의 국보입니다.
진짜 은으로 덮혀버렸다면 오히려 빛이 바랬을 것이라는 추측이 난무할 만큼
금각사와 달리 아담하고 정갈한 조그만 정원과 연못이 어우러진 토쿠도 사당의 모습은
그야말로 일본 사찰문화의 정수라고 할 만큼 화려하지 않은 미의식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죠.

하지만 2008년부터 토쿠도 사당은 대대적인 보수공사에 들어간 터라
지금은 돈 내고 들어가도 제대로 된 감상이 힘들기 때문에 일부러 은각사는 코스에서 제외시켰습니다.
아쉬운대로 감상할 수는 있겠지만 기왕 감상하려면 최상의 상태에서 감상하는게 좋겠죠.
평생 쿄토에 두번 다시 오지 않을 것도 아니고, 아쉬워할것 없이 이번엔 금각사만 감상하기로 했습니다.


이곳은 실제 승려들이 거주하는 곳으로, 일반인들의 출입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이 금각사는 비록 1955년에 재건되었다고는 해도
일본이 세계에 자랑할만한 유산 중 하나였기 때문에
정말 심혈에 심혈을 기울여 소실 전과 거의 100% 동일한 모습으로 만들어 놨습니다.
당시엔 일본도 경제사정이 워낙 좋아서 거의 물쓰듯이 이런 문화제 수복에 돈을 퍼부을 수 있었죠.

따라서 현재 보는 금각사의 모습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예전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덕분에 199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네요..


그야말로 무릉도원이 따로 없는 곳입니다.
원래 별장으로 쓸 목적으로 이곳을 만들었던 아시카가 요시미츠 사후 사찰에 귀속되었지만
저런 곳을 만들어 노년을 보내려 했던 당시 일본 쇼군의 권력이란 참 놀라울 따름이네요.


저기엔 무엇이 적혀있었을까요.


금각사가 시야에서 사라지면 이제 천천히 산책로를 따라 주변 풍경을 즐기기만 하면 됩니다.


이곳은 금삐까가 워낙 유명해서 그렇지 실제로 산책로도 굉장히 아름답습니다.
사람도 적어서 유유히 사진 찍고 놀면서 구경 잘했네요. 1년중 350일 정도는 사람이 바글바글한 곳인데
용케도 이런 날에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성년의 날 덕분에 힘들었던 관광 일정을 이런데서 보상받는 듯.


사진 좀 찍어보라고 친구한테 맡겼던 디카는 전혀 역할을 하지 못했고
오히려 동생분이 직접 갖고온 똑딱이로 열심히 찍었죠.

차라리 동생분한테 디카를 맡기는게 좋았을지도.


바람도 심하지 않고 날씨도 적당하고
어제 시텐노지에서 비 쫄딱 맞아가며 강행군 했던 기억이 승화되어 갑니다.


중요 문화재까지는 아니지만 예전 일본의 휴게소(?)같은 분위기의 별장입니다.
서양 관광객들이 와서 신기하다는 듯 이리저리 구경하고 사진찍고 하더군요.


안으로 들어가진 못하지만 이런 데서 포즈 잘 잡아주는 동생분의 사진도 좀 남겨줘야죠.


이런 곳에도 세전함이... ㅡㅡ;
한국 사찰도 뭐, 돈은 미친듯이 좋아하니 남 욕할 필요는 없지만.


금각사 내부는 그리 넓지 않아서 15~20분 정도면 무리없이 한 바퀴 돌 수 있습니다.
산책로가 끝나가면 이제 다양한 기념품을 파는 가게와, 앉아서 차 한잔 할 수 있는 휴게소가 눈에 들어오는군요.
느긋하게 저기 앉아서 주변 경관을 만끽할 수도 있지만 오늘은 역시 좀 바쁘기도 하고...
15년 가까이 알고 지낸 친구지만 여기서 일본 역사와 미의식에 대해 담소를 나눌 만큼 내공이 출중하진 않은 고로
그냥 사진만 찍고 나왔습니다.


동생분은 기념품점에서 선물 몇개 챙겼습니다.
금각사를 빠져나와서 점심을 먹기위해 다시 카와라마치역으로 향합니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한 컷. 뷰파인더에 구애되지 마라고 소리쳤던 아줌씨가 누군진 모르겠는데
다양한 구도와 재미있어 보이는 화각을 이용하는 막간의 장난도 카메라의 즐거움이죠.

근데 필름카메라라서 돈이... 돈이... ㅡㅡ;

버스가 한동안 오지 않아서 정류소 옆의 자판기에서 아이스크림 하나 뽑아먹었는데
제거 한입 먹어보고는 친구도 다른 종류로 하나 뽑아먹었습니다.


지난번 자전거 여행때도 한번 신세를 졌었던 회전초밥집 무사시노(武藏野)입니다.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으면서도 맛은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하는,
한마디로 가격대 성능비가 뛰어난 초밥집이라 헝그리 여행자들이 마음먹고 한 번쯤 가기에 좋은 곳이죠.

한국의 회전초밥집과 비교하면 미안할 정도로 괜찮은 가격에 괜찮은 품질입니다.


시작은 언제나처럼 계란말이로.
계란말이의 폭신함과 탄력, 달달한 맛의 조화로 초밥집의 실력을 가늠한다는 말이 있듯이
요리사의 실력을 알아볼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초밥이 이 계란말이니까요.

가격을 생각하면 충분히 만족.


연어알도 튼실, 오이도 사각거리는게 적당히 풍미를 더하는군요.
한국 회전초밥집으로 따지자면 접시당 3천원~4천원 정도의 퀄리티입니다.
이곳은 접시 색깔별로 가격 차이가 있는게 아니라 모든 품목 균일가이고... 한국 돈으로 1800원 정도였던가?


아~ 강군이 이 사진을 보면 얼마나 괴로워할까. T_T
알면서도 여행기라는 명목으로 고문을 계속할 수 밖에 없는 나는 죄많은 인간이군요.


이곳에 돌아다니는 초밥은 거의 종류별로 다 먹어봤습니다.
생선이 힘겨운 친구는 문어초밥이나 새우초밥이나, 그냥 초심자용으로 알맞은거 주워먹고 있군요.
이번만큼은 지갑 신경쓰지 말고 뜻한 바를 이루겠다는 일념으로 먹고 먹고 또 먹었습니다.


그래도 조금 절제하긴 해서 요 정도로 끝을 봤네요.

그닥 많이 먹은것 같지도 않군요. 역시 무의식적으로 지갑 잔고에 대한 걱정이 앞선 탓도 있고.
하지만 아쉽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참은 건 아니니까 만족합니다. 한국서도 이 정도 가격에 이 정도 퀄리티 초밥을 먹을 수 있다면
아마 일주일에 세 번정도는 찾아가서 꼬박꼬박 먹어줄텐데 말이죠.

배도 채웠겠다 이제 쿄토에 와서 구경하지 않으면 안되는 대표 볼거리 키요미즈데라(清水寺)로 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