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니께서 행사 참가를 위해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오셨습니다.
이틀간 열리는 행사라, 서울의 첫 손자 보러 오기에도 괜찮은 타이밍이었죠.
장애학생 직업교육 박람회와 통합형 직업교육 거점학교 성과발표회 입니다.
세세하게 설명하려면 힘들어지니 관심있는 분들은 한번 찾아보시고.
간단히 말하자면, 정신지체 장애학생들의 취업박람회와, 그 성과발표회 정도 될까요.
박람회라고는 해도 대상이 장애학생 중심이라서
진지하고 엄숙한 분위기라기보단 모두들 소풍온것처럼 들떠서 여기저기 구경하는 느낌이네요.
각 시,도 교육청의 부스에 성과전시 및 체험관을 마련해 놓고 학생들의 눈길을 끕니다.
시, 도 규모가 아니라 몇몇 특정 학교는 기업체와 협력관계를 맺고 따로 부스를 크게 준비하기도 했더군요.
엄니 학교가 경북에 있으니, 경북쪽 부스에 가니 아는 분들이 많이 등장하십니다.
전 그냥 엄니 데려다 드리는게 원래 목적일 뿐이라, 사람들과 인사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슬쩍 떨어져서 분위기나 감상했죠.
사실 엄니께서 제가 국민학생때부터 장애인 학교에 재직하셨기 때문에
일욜날 당직에도 따라가고 하면서 지체장애인들에게는 일반인들에 비해 익숙한 편이라서
뭐 그리 신기하고 할 것도 없긴 했습니다.
20여년전 그때에 비하면 취업률도 높아졌고, 의외로 일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졌다는 것 정도일까요.
장애인 학교는 역시 학생들의 자립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하기 때문에
직업교육의 비중이 일반 학교에 비해 높은편이죠.
대부분의 학교에서 공예, 제빵 선반기기 등의 직업훈련에 힘을 들이고 있을 겁니다.
저는 그렇구나 싶었지만, 아마 일반인이 처음으로 이곳에 와서 한번 둘러보면
지체장애인 학생들이라도 이렇게까지 할 수 있구나 하는 놀라움을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졸업생 부모님이 가끔 찾아와서
아무것도 할줄 모르던 애가 공장에 취직해서 일 열심히 하고, 자기한테 월급 가져다 주는 모습이 너무나 감동적이라고
고마워하시는 경우도 있는데, 아마 엄니께서는 이쪽 활동 하면서 가장 뿌듯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부스에서 활동하는 학생들을 제외하고, 이곳을 가득 메운 학생들은 대부분 멀리서부터 버스타고 견학온 애들인데
이것도 교육의 일환이긴 하지만 걔네들한테는 그저 즐거운 소풍일 뿐이겠죠.
별로 오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는데, SETEC 내부가 가득 찰 정도로 사람이 많습니다.
이 정도 규모라면 SETEC 으로는 좀 작고, 코엑스 정도는 빌려야 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럴 예산도 부족할테고, 코엑스에서 학생들 통제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니 이해가 되네요.
아무튼 여러가지 행사도 있습니다. 개회사 전에 노래를 한곡 열창하시는 분도 계시네요.
관계자분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전 엄니 학교 이외엔 딱히 아는바가 없으니 누구신지는...
엄니는 이미 다른 분들과 인사하느라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고
저는 가볍게 부스를 돌아봅니다. 다들 굉장한 실력이죠. 일반인보고 해보라고 해도 이렇게 만들지 쉽지 않을겁니다.
엄니 학교에서도 가끔 학생들이 만들어준 브로치 등이 선물로 들어오기도 하고
제빵교육 받으면서 만든 빵을 가져와서 먹기도 합니다. 근본적으로 아직 갈길이 먼 장애인 복지입니다만
조금씩이나마 꾸준히 정책이 개선되고 있으니 꾸준히 노력하는 수 밖에 없겠죠.
뻥튀기나 팝콘 만드는 부스도 있었는데, 견학온 아이들에게 대인기였습니다.
제가 놀란건 이런 목공용 기계를 이용하는 직업 소개관이었네요.
이거 정말 지체학생들이 해도 될 일인가 싶었지만, 굉장히 스무스하게 잘 하시더군요.
물론 감독 선생님들이 잘 보조해주실거라 생각해도, 장애란 걸림돌의 무게를 너무 무겁게 잡아버리는게 일반적인 시각인 듯 합니다.
엄니께서는 아무래도 관계자분들과 점심식사까지 다 하셔야 나올 듯 하니
전 혼자 나와서 주위 풍경이나 좀 찍고 둘러봅니다.
간간히 푸른 하늘이 보이기도 했는데, 전체적으로 좀 우중충한 날씨였네요.
저도 점심을 해결해야 하니 근처 분식점에 들어갔는데, 놀랍게도 견학온 지체학생들로 아주 만원이었습니다.
부스 관계자도 그렇고, 견학생들도 그렇고 왜 여기서 식사를 하는지 의아하더군요.
나중에 엄니께 물어봤지만, 역시 공간과 주변시설의 부족으로 여기저기 밥 먹으러 뿔뿔히 흩어지는 등 곡절이 있었다고 합니다.
항상 그런 면에서는 인프라가 부족할 수 밖에 없는 한국의 현실이라는걸 알고는 있었지만, 좀 씁쓸하네요.
그래도 분식점에 앉은 학생들은 먹는거 하나는 잘 하더군요. 우동도 후르륵 잘 먹고.
시간도 남았겠다, 학여울역 SETEC 에서 코엑스까지는 느긋하게 걸어서 25분쯤이면 도착하니
나온김에 카메라 청소나 맡길까 해서 걸어가 봅니다. 날씨가 좀 싸늘하긴 했지만 대낮에 선책하는것도 괜챃더군요.
소화전은 색대비가 강렬하기 때문에 가끔 담는데, 70-300mm 렌즈의 핀이 좀 이상한 것 같다는 느낌을
이 사진 찍고 느꼈습니다. 코엑스 가서 점검 맡기니 핀이 조금 안맞다고 하시더군요. 금방 수정 가능해서 다행입니다.
좋던 날씨도 다 가고, 카메라 수리 맡기기 전에 밖에서 하늘 사진이나 좀 담고 놀았습니다.
엄니께서 점심 먹고 나온다고 하셔서 택시타고 코엑스로 오라고 말씀드렸죠.
구두가 발에 안맞아서 지하철 타고 집에 돌아가기는 좀 피곤하다 하시니, 여기서 둘이 타고가면 될것 같았습니다.
그나마 하늘에 푸른색이 남아있었던 건 여기까지고, 이 후부터는 바람이 미친듯이 불어서
엄니께서는 역시 서울은 뭔가 달라도 다르다고 학을 떼셨습니다.
특히 이날은 바람이 좀 많이 거센 느낌이더군요.
박람회는 이틀간 열리기 때문에 다음 날도 잠깐 들렀습니다.
제가 갈 일은 없긴 했는데, 엄니께서 혼자가면 심심하다고 하시니 어쩔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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