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넷세 하우스는 선착장과 지중미술관 중간쯤에 위치해 있는 탓에
얼마 안되는 셔틀 버스도 지중미술관행과 선착장행이 따로 있어서 조금 귀찮습니다.
번듯한 정류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땡볕에서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이런 날씨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네요.
앞에서 올라오는 스쿠터가 참 부럽더군요. 저도 엄니 태우고 스쿠터 몰 자신은 없지만.
선착장으로 직행하지는 않고 중간에 내려서 선착장행 버스를 또 기다립니다.
엄니는 더워서 못 움직이겠다고 하시고, 저는 버스가 오기 전에 주변 풍경을 보며 잠깐 산책 나갔습니다.
베넷세 미술관에서 슬쩍 보이던 해변가입니다. 저 쪽엔 베넷세 하우스에서 가장 저렴한 숙소인 '비치'가 있죠.
호텔이라고 하기엔 그냥 방갈로 같은 분위기죠. 분위기를 즐기기엔 좋습니다만 미술관 안쪽 숙소와 달리 편의시설쪽이 불편합니다.
해변가에 은근히 보이는 노란색과 검은색 물체도 미술 작품입니다.
직접 가 보면 자세히 볼 수 있겠지만 저기까지는 도저히 갈 엄두가 나지 않네요.
그냥 그리 멀지 않은 쿠사마 야요이 작품이나 보러 갑니다.
날씨도 좋고 풍경도 좋아서 물놀이하는 사람들도 종종 보이는군요.
나오시마 역시 일반인들이 평범하게 거주하는 섬이기 때문에 딱히 특이한 일도 아닙니다.
조그만 섬이다 보니 역시 터를 잡고 살기에 그리 편리한 편은 아니지만
관광객의 입장에서라면 올 때마다 사람을 끄는 매력이 충분한 곳입니다. 애매하네요.
다행히도 작품 주위에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네요.
멀리서 보는 모습도 충분히 좋은 느낌이라서 일단 한 번 찍어봤습니다.
워낙 눈에 띄는 색을 하고 있으니 사진이 잘 살아나는 느낌이네요.
나오시마의 외부에 노출된 전시작들은 대부분이 접근하는데 아무런 제약이 없습니다만
이번 여행중에 외부인이 만져서 부서지거나 작품에 낙서 등이 그려져 있는 모습은 본 적이 없네요.
부디 오래도록 이 모습을 그대로 유지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쿠사마 야요이 작가는 구글로 검색만 해 봐도 본인 사진이 나오는데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작가 모습만 봐도 딱 이런 작품 만들만 하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그녀가 태어난 당시는 정신분열증이 병이라기보다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기 때문에
주위 시선도 그렇고 아버지에게도 학대를 당하면서 참 힘든 시절을 보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쿠사마 야요이를 대표하는 이미지는 이런 기하학적인 물방울과 함께 남근의 재구성을 들 수 있습니다.
그 쪽 작품도 쉽게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으니 한 번 감상해 보셔도 될 듯.
돌아올 때의 페리는 아침과 달리 굉장히 크고 널널하네요.
느긋하게 자리를 잡고 앉아서 음료수를 뽑아마십니다.
그리 오랫동안 돌아다닌 건 아니지만 휴식을 취할 만한 시간이 식사때 말고는 없었기에
다리가 꽤나 저리고 아프더군요. 엄니도 내색은 하지 않지만 피곤하실거라 봅니다.
신발도 벗어놓고 천천히 흘러가는 바다 풍경을 감상했지만
그 신발을 벗고 쉬고 있으니 금새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 들어서 또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가 봤죠.
아주 짧은 나오시마 여행이었지만 여러가지로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일단 맛을 봤으니 언젠가는 베넷세 하우스에서 하루 묵으며 섬 구석구석을 더 파고들 날을 기약해야겠죠.
타카마츠의 위도를 생각했을 때 짐작을 했어야 하지만, 이 곳은 어쨌든 여름에 상당히 더운 곳이라서
다음에는 조금 더 서늘해진 후에 도전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배를 타고 있는 동안엔 바닷바람 덕분에 덥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이렇게 흘러가는 풍경을 보고 있으면 괜스레 자전거여행 당시의 추억이 떠오르곤 하네요.
그 무지막지한 짐덩어리와 무지막지한 몸덩어리를 자전거에 싣고 저기 보이는 저런 곳을 1년동안 달렸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
저도 젊었을 때 나름 막나가는 인간이었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사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세상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확신하고 있기는 합니다만.
굳이 나오시마가 아니더라도 타카마츠는 원래 일본 내에서도 문화의 도시라는 느낌이 있습니다.
이런 희한한 녀석까지 항구에 서 있는 것은 아무래도 나오시마의 영향을 받은 것 같기도 하지만.
오늘도 당연히 나오시마만 예정에 넣어놨기 때문에 딱히 서둘러 가야 할 곳은 없습니다.
항구에 왔으니 그 옆에 서 있는 거대한 선포트 타워에도 한 번 들어가 봐야겠죠.
이 주변엔 선포트 타워 말고도 타카마츠 역 등도 위치해 있어서 중심가라는 느낌이 듭니다.
물론 주변을 조금만 벗어나도 도시라고 하기엔 꽤나 한적한 풍경이 펼쳐지긴 합니다만.
방금 전까지 나오시마의 자연과 거장들의 작품에 둘러싸여 있다 보니
이런 거대한 구조물 사이사이에서 드러나는 인공미가 살짝 낯설게도 느껴지네요.
물론 이 타워도 꽤나 정갈하게 만들어져 있어서 나름의 매력이 있긴 합니다.
중간층 쯤에는 여러가지 먹거리도 있습니다만 엄니와 저는 조금 전에 나오시마에서 멋들어진 식사를 마친 참이죠.
배도 고프지 않다고 하셔서 그냥 전망대 쪽에나 한 번 올라가 보려고 합니다.
원래 전망대를 위해 만들어진 타워가 아니라, 제대로 풍경 감상하려면 최상층 식당에 앉아야만 하지만
다행히도 아주 작은 공간이지만 무료로 바깥을 둘러볼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하는군요.
10명도 서 있지 못할 정도의, 식당 들어가는 입구 한 켠에 마련된 조그만 공간입니다만
그렇게라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면 올라올 만한 가치는 충분하겠죠.
이번 여행은 이상할 정도로 다른 관광객과 마주치질 않아서 도시를 엄니와 저만 휘젓고 다니는 느낌이 듭니다.
엄니는 풍경을 보시더니 시골인 줄 알았는데 큰 도시네 하고 신선해 하십니다.
대구에서 60년을 넘게 사셨지만 우방타워에도 올라간 적이 없는 엄니라서
실제 우방타워에서 대구 시내를 내려다 보면 대구가 얼마나 큰 도시인지 세삼 놀라워 하실 것 같네요.
바다와 맞닿은 곳이라 그런지 마음이 시원해지는 풍경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저 멀리서는 요트 대회가 열리고 있군요. 정해진 코스를 따라 촘촘히 달려가는 요트 모습이 왠지 정겹습니다.
섬나라 사람들이라 그런지 수상 레포츠 쪽이 많이 활성화 되어 있는 듯.
같이 자전거 여행 하던 17세 소년은 바다가 없는 내륙쪽에서 살고 있었기 때문에
바다를 보면 수영하러 가고, 낚시하러 하고 하면서 즐거워하던 기억이 나네요.
저 역시 내륙쪽인 대구에 살고 있었지만 낚시하러 간다는 생각은 해 본적도 없었는데 말이죠.
타워를 내려와서 지하의 기념품점에 들러 봤습니다.
저는 기념품에 별 관심이 없지만, 지인들한테 선물해주면 딱 좋겠다 싶은 녀석들이 꽤 많더군요.
악세사리 등을 사고싶다는 느낌이 만들게 파는 능력은 참 여러번 봐도 대단하다 싶네요.
우동현이다 보니 우동에 관련된 상품도 많고, 손가락보다 조금 큰 크기의 우동 마그넷 등이 제 시선을 끌었습니다만
엄니가 아무것도 사지 않는데 제가 지인들 주려고 뭔가 사는 것도 좀 그렇더군요.
일단 여행 자체가 엄니에게 구경 시켜드리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건 일단 우선순위에서 제외하기로 했습니다.
앉아서 좀 쉬는 겸 딸기 빙수 하나 시켜봅니다. 딸기향 소스가 아니라 진짜 얼린 딸기와 우유가 들어있는 녀석이네요.
아삭아삭한 딸기와 우유 빙수가 나름 잘 어울립니다. 인공 소스보다 훨씬 덜 달아서 갈증 풀기에 좋을 듯.
일본에 도착한 이후로 연일 최고기온이 37~38도를 넘나들고 있어서 강행군은 무리였습니다.
내일은 우동투어 후 기차를 타고 지역을 옮겨야 하기 때문에 이른 시간이지만 간식거리 잔뜩 들고 숙소로 돌아가 푹 쉬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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