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성이 느껴지는 돌다리를 건너가 보지만 밑에 물이 없네요.

물이 흐르도록 만들어 놓은 게 아니라 아래쪽에 길이 있습니다.

 

원래같으면 이 다리 위에서 사진 찍는 여행객도 많으리라 생각하지만

오늘은 이곳 전체를 엄니와 제가 전세낸 것이나 다름없으니 한산합니다.

 

 

 

다리 아래쪽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밑에 아주 조금이지만 물이 고여있군요.

우동으로 유명하기는 하지만 원래 주 생산품은 광석 계열이었기 때문에

시코쿠무라는 전반적으로 돌을 이용해서 주변을 꾸며 놓았습니다.

 

산책에 적합한 곳이지만 한여름엔 나무그늘마저도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할 정도로 더워서

아무래도 날짜를 잘 정해야 즐거운 관광이 될 것 같네요.

 

 

 

예전에 간장을 담던 옹기들을 이용해 벽을 만들어 놨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중간중간 구멍을 막아놓은 녀석들도 보이네요.

 

한국의 간장은 메주만을 이용해 만들었지만 일본은 거기에 찐 보리나 밀 등을 넣어 발효균을 인위적으로 발생시키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그래서 염도가 낮고 제작 기간이 비교적 짧아서 대량생산이 가능한 특징이 있습니다.

일조량이 많고 산지가 많은 지역이라서 간장 만들기에는 딱 좋은 기후였는데, 상당히 큰 규모의 간장공장이 예전부터 성행했다는군요.

 

 

 

간장을 만들던 건물입니다. 안으로 들어가면 아주 약간이지만 코를 자극하는 간장 냄새가 남아있더군요.

실제로는 간장만 만들던 곳은 아니고 발효주를 만들기도 했는데

간장이나 술이나 직사광선에 노출되는 것은 좋지 않기 때문에, 이런 건문들은 창문이 상당히 작게 만들어져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덕분에 덥기는 또 무지하게 더워서 엄니는 잠깐만 둘러보시고 바로 나가시네요.

 

 

 

내부는 이런 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2m가 넘는 거대한 목욕탕 같은 나무통이 몇 개씩 늘어서 있죠.

 

숙련된 장인이 저 위에 올라가서 잘 저어줘야 간장이든 술이든 만들어 지는데

술도 마찬가지지만 간장도 저 정도 양을 숙성시킬때는 냄새가 엄청나기 때문에 사고가 나는 일도 적지 않았습니다.

 

일본에서 예전부터 내려오는 무서운 이야기에는 가스에 중독되어 술통에 빠져 죽은 사람을 모른 채 술을 담아 마셨다는 내용이 나오죠.

 

 

 

상당히 낡은 고기잡이배가 앞에 서 있는 구 가옥이 인상적이네요.

 

설명을 읽어보니 토쿠시마의 해안가 절벽 밑 마을에서 생활하던 요시노라는 사람의 집과 배라고 합니다.

토쿠시마 근처의 태평양쪽 연안은 지형이 복잡해서 풍랑이 심한 곳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비바람을 피하기 위해 저렇게 지붕이 있는 고기잡이배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볼거리는 참 풍부했지만 그만큼 땀으로 샤워를 하면서 시코쿠무라를 한 바퀴 돌았습니다.

이제 다음 코스는 버스를 타고 야시마 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것인데

아무래도 서둘다가는 체력적으로 문제가 생길 것 같아서 엄니와 함께 시코쿠무라 주차장 앞에 서 있는 산뜻한 집으로 들어갑니다.

 

꽤나 멋들어진 의자도 관심을 끌었지만 여기 앉는다고 소모된 체력이 회복하리라고 기대할 수가 없는 더위네요.

 

 

 

척 봐도 메이지 시대 이후에 불어닥친 서양풍 저택이로군요.

설명을 읽어보니 당시 서양인들이 많이 들어왔던 코베에 서 있던 건물이라 합니다 통째로 옮겨왔군요.

 

시코쿠무라와의 역사적 관련성은 없습니다만, 민속촌 내부에는 더운 날 편히 쉴 만한 곳이 없는 관계로

역사를 보여주는 민속촌의 분위기와 맞춰서 이런 100전의 저택을 배치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전통적인 휴식처가 없느냐 하면 그건 또 주차장 반대편에 유명한 우동집이 있어서 문제가 없죠.

우동현 카가와의 안에서도 상당한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와라야(わら家)가 이 곳에 있습니다.

평가가 좋은 우동집이고 분위기도 시코쿠무라와 참 잘 어울리는 고즈넉한 곳인데

지금 밥을 먹을 만한 시간도 아니고, 엄니는 그런 것보다 조금 더 시원한 장소와 음료수를 원하시기 때문에 패스합니다.

 

 

 

산으로 가는 버스는 한 시간에 한 대씩 오기 때문에 아직 시간은 널널합니다.

부디 에어콘이 작동하고 있기를 바라며 들어가 봅니다.

 

빙수를 팔고 있다는 표시가 걸려 있기 때문에 적당히 만끽할 수 있겠네요.

안으로 들어가니 일본 기준으로도 상당히 우아하고 절제된 움직임으로 아주머니께서 인사를 해 줍니다.

빠르지 않은 적당한 말투와 화사한 미소로 맞이해 주시는데, 이런 외국 저택에 걸맞는 접대 예절을 보여주시는군요.

 

 

 

이 곳의 가구들은 모두 이탈리아제로 약 150년전 전에 만들어졌다고 하네요.

그런 곳에 땀범벅인 채로 앉아서 살짝 스릴이 느껴집니다.

 

엄니도 분위기는 마음에 드시는지 느긋하게 쉬면서 버스를 기다리자고 합니다.

추울 정도는 아니지만 에어콘이 작동하고 있어서 바깥과 비교하면 천국이네요.

 

음료수나 한 잔 마실까 싶었지만 모처럼 온 곳이니 가볍게 배를 채울 거리도 주문해 보라고 하십니다.

일단 더위를 이기기 위한 빙수 하나와 따뜻한 커피 한 잔, 그리고 에그 토스트를 주문합니다.

 

배가 고프진 않아도 어차피 야시마 산 정상에서 식사까지 마칠 생각은 아니라서 지금 먹어두는 것도 좋겠네요.

 

 

 

아름다운 식기에 비해 빙수는 평범합니다. 사진 찍기에는 참 좋은 딸기색입니다만.

 

일반적으로 일본쪽 빙수는 그냥 얼음을 먹는다는 느낌이 강하고 토핑이 그렇게 충실하지 않죠.

가격도 저렴하고 연유 등이 들어가지 않아서 덥고 목 마를 때 먹으면 팥빙수보다는 좀 더 상쾌합니다.

 

그러고보니 저도 어릴 때 시장 근처 포장마차에서 장 보고 돌아올 때 떡볶이나 오뎅 등을 참 많이 먹었습니다.

여름엔 빙수도 있었지만, 지금 이 녀석처럼 식용 색소하고 미숫가루만 살짝 뿌렸었죠.

엄니가 그런 건 먹으면 안된다면서 잘 사주지 않았기에 좀처럼 먹을 수 없는 특식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대신 떡볶이와 오뎅은 미친듯이 먹었지만.

 

 

 

장소가 장소다보니 가격대가 좀 높은 편이긴 한데 맛은 무난하게 맛있었습니다.

치즈와 함께 반숙 스크램블 에그가 충분히 많이 들어가 있어서 햄과 캐첩의 자극적인 맛을 중화시켜 주더군요.

 

카가와현은 우동이 심히 맛있기도 하고 가격조차도 햄버거 등의 패스트푸트보다 더 저렴해서

헝그리 여행자라면 꽤나 즐겁게 거닐 수 있는 곳이지만 아무래도 영양적으로는 불균형이 좀 심한 편입니다.

특산품이라고 엄니에게 계속 우동만 드릴 수는 없으니 이런 것도 먹어가면서 우아한 느낌을 내 보는 것도 괜찮겠죠.

 

 

 

버스가 오기 10분 전쯤 저택을 나와서 화장실을 해결합니다.

우동집 와라야의 뒷모습도 살짝 담아봤습니다. 물레방아가 돌아가는 우동집 풍경이 참 아늑하네요.

 

가을에 오면 시코쿠무라를 포함해 이 주변 전체가 참으로 아름다운 색을 자랑할 것 같습니다.

자전거 여행 중에도 꽤나 인상이 깊었던 곳이라, 엄니와의 여행 장소로 적당하다 싶어서 다시 오게 되었죠.

 

우동을 좋아는 하셔도 역시 여행중에는 이것저것 다양한 요리를 먹고 싶은 법이니 이 우동집은 다음을 기약하고 버스를 타러 갑니다.

시코쿠무라에는 한 명도 없었지만 의외로 야시마 산 정상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는 사람이 꽤 앉아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