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류 니콜을 나의 감독 분류 1등급으로 상향조절하게 만든 영화.
트루먼 쇼의 각본도 담당한 앤드류 감독은 이 작품으로 그의 진정한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듯.
세삼스럽게 니콜라스 케이지의 벗겨진 머리가 사랑스럽게 느껴지게 만든 영화.
영화 내외적 요소 모두 산란기 연어처럼 꽉꽉 차 있어서 여러가지로 생각하면서도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영화다.
영화사상 최고의 오프닝 Best10 에 넣어도 될 만한 '총알의 여행'부터 감독의 재치가 눈에 보인다.
어떤 미국 스튜디오도 제작비를 대 주지 않은 영화이자, 실제 AK-47 소총이 모형총보다 더 싸서 영화상 모든 AK-47 은 실제 총이라던가 하는 사실들은
차라리 현실감이나 있지. 이 영화에서 일어난 거의 모든 사건들이 세계속에서 너무나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현재진행형이란 사실은 어지간한 사람들은 얼핏 믿기 힘들수도 있을 거다.
원래 알고 있다고? 난 '알다'라는 단어의 의미를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저녁 뉴스를 보며 '아휴 불쌍해~ 어떻해~', '저런 나쁜 놈들~' 따위나 주절거리다가
뉴스 끝나면 광우병 환자처럼 드라마 시청하며 하루를 끝내는 사람은 그것을 '모르는' 것이다.
아프리카의 5세 이하 영아의 생명을 1주일 연장시키는데 필요한 돈이 1천원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라면 한봉지 못먹을 만큼의 손해를 감수하지 못하는 사람은 그것을 '모르는' 것이다.
시종일관 저열한 웃음 유발을 위해 난리를 치다가 뒷부분에 가서 눈물 빼는 신파극 연출하려는 영화 감독들이
이 작품의 출현 이후 좀 성장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그만큼 이 영화는 최고의 블랙코메디와 신랄한 전쟁 다큐멘터리의 특성을 절묘하게 섞어냈다.
니콜라스 케이지의 연기는 출연한 작품들의 수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여왔는데,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와
'어댑테이션' 이후 이 영화는 케이지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 작품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
앞서 말한 '총알의 여행' 못지않게 케이지가 AK-47 애찬론을 펼치는 장면이나, 비행기 하나를 통째로 해체해
버리는 롱테이크 신 등등 이 영화는 굉장한 볼거리로 가득하다.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웃으면서 감상하다가도
결국은 비켜갈 수 없는 어두운 현실에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리게 만드는 힘이 이 영화에는 존재한다.
두달 전쯤 주인공 유리 올로프가 참조했던 실제 무기상인이 체포되었다는 기사를 보면서
나는 여전히 영화 끝부분처럼 씁쓸하다.
그 인간을 추적하고 잡아들인 건 미국 마약단속국이었기 때문에.
결국 현실에서의 결말 역시 영화와 다를바 없는 코메디라는 사실에 한숨이 나올 뿐이다.
'Movi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메리칸 갱스터 (American Gantster, 2007) (2) | 2008.06.23 |
---|---|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Across The Universe, 2007) (0) | 2008.06.09 |
킹덤 오브 헤븐 감독판 (Kingdom of Heaven Director's cut, 2006) (2) | 2008.04.30 |
찰턴 헤스턴도 떠났다. (2) | 2008.04.06 |
간만에 질러버렸습니다. (4) | 2008.04.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