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께서 날씨 좋은날 시골의 텃밭에 채소 뿌리러 가셨습니다.
집에서 혼자 쉽게 해먹을 수 있는 건 역시 카레다 싶어서 재료를 사왔습니다.
해물을 좋아하다보니 해물카레를 자주 먹는데, 역시 해물을 듬뿍 넣으면 좀 비싸죠.
일단 당근을 올리브유에 살짝 볶습니다.
당근이 어느정도 볶아지면 감자도 넣습니다.
오래 두고 먹는 카레의 특성상 감자는 쉽게 으깨지니 살짝만 볶는게 중요하죠.
크기는 크고 듬성듬성하게, 마구썰기로 카레와 닿는 표면적을 넓혀서 향이 스며들게 하면 맛있습니다.
바르게 써는 기술이 없어서 마구 썰어재낀게 아니니 착각하지 마세요.
카레는 S&B 고형카레를 사용합니다.
글리코것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마트에 재고가 없더군요.
이녀석은 가루 카레에 비해 지방이 좀 더 포함되어 다이어트엔 적합하지 않지만
진득하고 깊은 맛이 일품이라 제가 만드는 카레는 항상 이녀석을 사용합니다.
거의 3만원어치 해물... ㅡㅡ;
골뱅이, 새우, 우렁이, 맛조개 등등 마구잡이로 집어넣습니다.
카레가 이렇게도 고귀한 음식이었나.
아무래도 양이 너무 많아서 조개는 빼놨다가 다른 음식에 넣기로 했습니다.
슬슬 끓고있는 카레에 해물을 몽땅 집어넣습니다.
해물향과 카레향이 만나니 참 먹음직스럽네요.
형님은 해물카레를 안좋아해서 제가 이거 만들때 마다 왜 고기를 안넣냐고 불평인데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원래 만드는사람 마음.
어느정도 카레가 끓기 시작하면 불을 낮추고 플레인 요구르트를 한병 넣습니다.
카레를 최대한 매운거 사용한 후 이녀석을 넣으면 맛도 부드러워지고 깔끔하더군요.
원래 카레는 만든 후 하루 재워놓았다가 먹는게 최고로 맛있습니다만
항상 머릿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사실 다 만들고 나면 갓 지은 쌀밥과 이녀석의 유혹을 뿌리칠수가 없네요.
그래서 실컷 먹어놓고 하루 지나면 '아~ 그때 좀 덜 먹고 남겨놨으면' 이라는 후회를 하게 됩니다.
근 20년간 이어지고 있는 참을성과의 대결이지만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어요. ㅡㅡ;
쌀밥을 만들기 시작하면 카레는 일단 다 된거니 불을 끄고 잘게 썬 부추를 넣어줍니다.
카레의 향이 워낙 강해서 부추향이 죽어버리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오래오래 끓여먹는 카레에 넣으면 섬유질이 질겨서 쉽게 소화되지 않는 부추도 잘 흡수됩니다.
밥은 일부러 좀 늦게 짓습니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더 카레를 숙성시킬 수 있으니 만들어낸 고육지책.
기다리는 시간동안 한 국자 떠서 기념촬영도 해 봅니다.
일단 먹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없어져 버리니 이렇게라도.
부추는 일부러 저을 필요없이 그냥 위에 뿌려놓으면, 훗날 알아서 다 사라져 버려요.
즉석해서 1~2분 만드려면 그냥 저 상태로 먹으면 됩니다. 아삭아삭한 맛이 카레와 잘 어울리네요.
저희 집은 일단 카레 만들면 가장 큰 솥에 아주 가득가득 만들어서 2~3일동안 계속 먹어대기 때문에...
쌀밥이 완성되면 일단 시식입니다.
만든 직후라 좀 묽고 약간 싱거운 느낌이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먹는 것 역시 매력이 있죠.
꼭 김장 담그고 나서 삭지 않은 김치를 쌀밥에 올려 먹는것 처럼...
하루 지나면 그때부터 진정한 해물카레의 맛이 우러나오니 일단은 이것만 먹고나서 기다려 보기로 할까요.
계속 집에서 만들어먹는 요리 사진만 올리니 잘못하면 여자사람으로 오해받겠습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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