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상전을 보고 나서 나침반님의 권유로 바로 옆의 우면산 산사태 현장으로 직행했습니다.
전 이제껏 우면산이 어디있는지도 몰랐는데 (30년 넘게 서울서 살아오신 나침반님도 처음 들었다고 하시더군요)
예술의 전당에서 엎어지면 코 닿는 거리에 있었다고는 생각도 못했네요.
이번 상경은 전시회 구경이 목적이라 카메라는 무거운 렌즈 다 빼고 단렌즈 하나만 들고간 터라
구도 잡기가 꽤나 힘들었지만, 예술 사진 찍으려는 것도 아니고 그냥 카메라가 있었다는 것만으로 감사를...
막상 가보니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라서 기가 차더군요.
피해 상황이 상상보다 심각해서라기보다는, 이게 그 호우로 무너질 산인가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산이라고 부르기도 뭣 할 정도더군요.
높이 300 미터도 되지 않는 언덕 수준에, 경사는 매우 완만해서 여기서 그런 무시무시한 산사태가 났다는 건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약수터가 많고 뿌리가 짧은 나무가 많아서 토양을 제대로 잡아주지 못했다는
'농협 해킹은 북한 짓임~ 뿌잉뿌잉~' 같은 소리나 해 대고 있는 서초구청의 말을 어떻게 믿으리오.
그따위가 실질적 이유라면 대한민국은 진작에 산사태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겠죠.
좀 더 알아보니 우면산엔 자연 생태공원 조성, 등산로 조성, 정상 군부대 콘크리트 공사 등등
붕괴사고가 날 만한 원인은 전부 다 갖추어놓은 상태였더군요.
실제로 그런 점들 때문에 우면산은 산사태 위험 C 등급으로 분류되어 있었음에도
아무런 보강공사나 배수공사를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건 진짜... 민족성인가요? 아님 그냥 썩어빠진 공무원들 탓인가요?
아무리 그만한 호우나 산사태같은 특수한 재난에 면역이 없었다고는 해도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지어진 아파트 주민들에게 피난경보하나 제대로 내려지지 않았다는 건
그냥 죽을놈은 죽고 살 놈은 살아라 이겁니까?
애초에 그런 자연재해는 1/100 이나 1/1000 이라는 확률이라도,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 예방이나 대처가 필요한것 아닌가요?
평소에 멀쩡하게 보이니 괜히 아까운 돈 쓰지말고 그때 되서 생각하자는 걸까요?
대체 어떤 자연재해가 겨우 이 정도 경사에, 이 정도 높이에, 이 정도 밀집도를 가진 산을 이렇게 휩쓴답니까?
이 휑한 곳이 바로 전까지 양 옆처럼 빡빡하게 나무가 심어져 있었던 곳이라는게 믿어지질 않네요.
기록적인 호우를 탓하더라도, 그런 기록적인 호우였다면 최소한 인근 대피명령은 내렸어야 하는것 아닌가요?
이 산과 아파트 사이엔 도로 하나밖에 없단 말입니다.
산사태로 자동차가 휩쓸리는 영상도 봤는데... 참 기가 차고 할 말이 없습니다.
산사태가 아침 8시 50분경 일어났는데, 대체 차량 통제는 언제 했길래 도로 한복판에서 차가 휩쓸립니까?
산은 재해 위험지역으로 지정해놓고
손가락만 빨다가
피난명령도, 차량통제도 하지 않아서 생긴 이번 사고를
자연 재해라고 부르는 건...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전시회장에서 닉 브런트의 애정넘치는 아프리카의 사진을 즐겁게 감상하고
그 밖에서 서울시의 헛웃음이 나오게 만드는 병력넘치는 행정실태가 가져온 침사의 현장을 한숨쉬며 바라본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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