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후쿠오카 여행때 친구 동생분한테 닌텐도 3DS라는 게임기를 빌렸습니다.
친구가 사달라던 게임 소프트를 구입한 후, 거기서 잠깐 만져볼까 하는 생각으로 빌렸는데
막상 밤늦게 숙소에 돌아와서는 TV 조금 보다가 피곤해서 잠들어버리는 바람에 손도 대질 못했네요.
그래서 한국에 돌아온 후 동생분한테 한국용 충전기를 받아서 플레이를 좀 해보기 위해서, 이곳 고양이까페에 모였습니다.

잔뜩 기대중인 친구녀석은 며칠 더 기다리게 됐다고 아주 죽을상이었을 듯. ㅡㅡ;

휴일이라서 그런지 지난번과는 달리 사람들이 바글바글하고
냥이들은 뭔가 날 잡은건지 대부분 푹 퍼질러 잠자는 중입니다.
잠도 전염되는건지, 이렇게 일시에 누워있는 모습은 좀 신기했네요.

 

움직이질 않으니 사진 찍기는 편했습니다만.
똘망똘망한 모습도 좋고, 이렇게 편안하게 뒹구는 모습도 좋죠.
확 안아버리고 싶기도 했지만 냥이들 방해하기는 싫어서 그냥 사진만 담습니다.

 

요즘 어린 학생들에게 냥이까페가 꽤 인기있는지, 초등정도 되어 보이는 애들도 많이 보이더군요.
어릴수록 높은 확률로 고양이를 만지작거리려는 경향이 있어서, 오늘은 스탭분들이 좀 바쁜듯 움직이고 있네요.
저야 뭐, 그냥 이렇게 속편히 자는 녀석들 얼굴만 봐도 뭔가 치유되는 느낌입니다.

 

3층짜리 캣타워에도 자리 하나씩 차지하고 열심히 수면중인 녀석들.
2층에 누워있는 이 녀석은 아무래도 좀 아슬아슬해 보이는데 그래도 잘 잡니다.
고양이들 균형감각이 좋긴 한데, 가끔씩 자다가 떨어지기도 하기 때문에 살짝 조마조마.

 

사람 손이 닿지 않는 위쪽 통로에도 뭔가 보입니다.
이 녀석 끝내 내려오질 않고 계속 잠만 자더군요. 정체가 뭐였을까.

 

암튼 뭐, 이곳저곳 전부 자느라고 정신없습니다.
앞다리가 너무 앙증맞게 꼬여있군요.
한가한 냥이들과는 달리 까페 안은 사람들로 바글바글해서 묘하게 대조적인 느낌입니다.

 

애초에 이곳 고양이들은 그닥 애교가 없었으니 이렇게 자는 모습만 보는것도 나쁘진 않군요.
사진 찍으면 맨날 얼굴과 몸통의 대비때문에 노출 맞추기가 쉽지 않은 샴냥이.

이날은 사실 냥이 사진 찍으면서 한가지 실험도 해 봤습니다.
원래 제 카메라로는 보통 ISO800 이상은 올리지 않고, 극단적인 상황에서만 1600 정도를 사용하는데
카메라 구입후 처음으로 하드웨어적 최대감도인 3200 까지 올리고 사진을 찍어봤습니다.
RAW 파일의 보정효과가 어디까지일지 실험도 해 보고 싶었고, 동생분의 넥삼군 카메라가 시원시원하게 감도 올리는 걸 보니 도전정신이 생겼다고 할까...

대충 찍어보니 JPG로는 무리고, RAW로 보정하면 색이 좀 틀어지긴 하지만 못봐줄 정도는 아니네요.
하지만 크게 어둡지 않은 이곳에서 이 정도니, 진짜 어두운 곳에서의 감도 3200은 역시 무리일 듯 합니다.
요즘 나오는 카메라들은 6400까지는 신나게 올려서 쓰는데, 제 구박이는 역시 800에서 1600이 한계로군요.

 

아무튼 이날 고양이 사진은 전부 ISO3200 으로 찍었기 때문에
평소보다는 셔터스피드 확보가 용이해서 나름 편하게 찍었습니다.
냥이들은 잘 때도 뭔가 몸이 꽉 밀착되는 느낌을 좋아하는 듯. 멀쩡한 의자에서 왜 저렇게 자지?

 

이 녀석 옆으로 러시안 블루가 또 한마리 다가오더니 옆에 툭 누워서 잠자기 시작하더군요.
뭔가 동질감이란 게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암튼 자는 얼굴이 참 평온하네요.

 

한시간이 지나고 한시간 반이 지나도 냥이들은 꿈쩍도 하지 않네요.
탱글탱글한 발바닥의 살덩어리가 귀여워서 한장 찍어봤습니다.
일본에서는 이 부분을 육구(肉球)라고 부르는데, 한국에서는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군요.
깨지 않도록 살금살금 만져는 봤는데 보기만큼 말랑말랑하지는 않고 약간 까칠합니다.

 

이후에도 근 3시간 가까이 저 위에서 잠만 자던 냥이녀석.
저렇게 좁은 곳에서 잘도 자는군요. 밑의 고양이처럼 편하게 퍼질러 자면 좋을텐데.
손님이 많아서 중간중간 리본 달린 녀석에게까지 손을 대는 일이 벌어지자 스탭들이 바빠지는 듯 합니다.
역시 이런 곳은 사람이 없을 때 느긋하게 즐기는게 제일 좋네요.
이 날은 시간 여유가 있어서 좀 더 놀다가 위층 강아지 까페에도 가 봤습니다.
아직 고양이 사진도 덜 올렸으니, 다음에 계속...

후쿠오카 여행기를 먼저 쓰다보니 좀 지난 사진들을 열심히 방출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