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가 엄니 생신이었습니다.

엄니께서는 전반부(점심)엔 친구분들과 식사 한끼 하시고

후반부(저녁)에는 가족끼리 한끼 하기로 햇죠.

 

저보고 뭐 먹고싶은거 없냐고 하시는데, 엄니 드시고 싶은거 드시라고 의견 제출을 완강히 거부했습니다.

그래서 나온게 영양가 만점 전복요리였죠. 해수전복 본점이라고, 대구 시내에서 전복요리는 제일 잘하는 편에 드는 곳으로 달려갔습니다.

 

요즘 영계, 해삼, 전복, 버섯, 낙지 등등을 푸욱 고아내는 소위 용궁탕, 영양탕 등의 음식점이 많아지는 편인 듯 한데

해수전복은 흐름에 관계없이 오래전부터 충실한 전복요리를 내 오는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상당히 입맛 까다로운 부모님께서도 이곳만큼은 딱히 불만을 표하지 않으시는 것만 봐도.

 

물론 그만큼 가격은 무시무시하니, 자주 갈 수 있는곳은 아니죠.

그래도 엄니 생신이니 인정사정 볼것 없습니다. 일단 전복찜 부드러운 맛을 한접시 주문합니다.

 

 

 

전복찜은 부드러운 맛과 매운맛을 선택할 수 있는데, 저희 가족은 위에 부담가지 않는 부드러운 맛을 항상 선택하네요.

만드는 방식은 전가복과 상당히 유사합니다. 엄니께서는 주문하면서 '전가복 주세요' 라고 하셨을 정도니.

 

하지만 따지고 들어가면 맛은 꽤나 다릅니다. 이 가게는 어떤 요리에서도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아서, 과장없이 재료의 향을 살려주는군요.

그리고 전가복보다 해산물의 양이 적고 버섯종류가 많이 들어있습니다. 한국식이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 양파도 매우 많이 들어갑니다.

전 양파의 단맛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버섯과 양파의 대량 투입으로 그 특유의 단맛이 오히려 중후한 느낌을 약간 헤치는 경향이 있네요.

맛이 강하지 않아서 전복보다 레어아이템인 송이버섯의 향도 나름 살아있고, 즐기기엔 참 좋지만 맛 벨런스가 약간 아쉽습니다.

 

건강을 생각한다는 면에서는 훌륭히 합격점을 받을 수 있는 요리지만, 아무래도 양파가 너무 많이 들었군요.

하지만 요리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 따로 찍어먹을 간장이나 소스가 준비되어 있지 않고 적당히 간이 들어있습니다.

 

 

 

 

소스 한방울 남김없이 전복찜을 싸그리 청소해 버린 후 전복곰탕을 주문합니다.

찜을 먹은 후 한 사람당 탕 한그릇씩 먹기에는 양이 많아서, 두 그릇을 주문합니다. 알아서 세그릇으로 변환해 주십니다.

 

탕이 나오기 전에는 식사류에 맞게 반찬도 새로 나오는데요, 종류는 그리 많지 않아도 모두 짜지 않고 정갈한 녀석들입니다.

 

해수전복은 여러 지점이 있습니다만, 저희 가족은 본점만을 고집합니다. 이곳이 제일 정성들여 나오는 느낌이 들어서 말이죠.

엄니께서는 다른곳의 해수전복은 이름만 같지 아예 다른 가게라고 말씀하실 정도니...

화학조미료가 몸에 나쁜건 아니지만, 평생 입에 대질 않다보니 조미료 맛에 굉장히 민감한 가족들이라서

반찬을 포함한 이곳 음식 전반에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은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금방 알아챌 수 있군요.

 

왠지 모르겠지만 전복찜에 들어가는 낙지류만이 국산이 아니라고 적혀있는것 같던데...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그것까지 맞추기는 힘이 드는 듯.

 

 

 

 

적당히 속을 든든하고 뜨끈뜨끈하게 해줄 만큼만 전복곰탕이 나옵니다.

전복 볶아보신분들은 알겠지만, 전복만으로는 육수를 우려낼만큼 맛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한방재를 포함해 다른 여러가지 것들을 사용해서 육수를 내고, 그 안에 전복을 몇 마리 넣는 방식이죠.

 

기름기도 적고 한 숟갈 떠서 입에 넣으면 크어~ 하는 추임세가 나오는 그런 시원묵직한 맛입니다.

이것도 간은 맞춰져 있어서 따로 소금이 필요하지 않지만, 취향에 맞춰서 파나 고추를 넣어 먹을 수 있습니다.

매콤 칼칼한 맛도 좋겠지만 전 위에 부담없는 구수한 맛이 좋으니 그냥 이대로 먹습니다. 밥은 그냥 거들 뿐이죠.

 

 

 

전복이 많이 들긴 했지만 당연하게도 그리 크지는 않은 양식전복입니다.

하긴 여기에 제대로 된 자연산 전복을 이만큼 넣으면 가격은 수십만원을 돌파하지 않을 수 없으니.

 

백발백중까지는 아니지만, 저는 저 내장만 먹어봐도 이게 양식인지 자연산인지 대강 구분할 수 있습니다.

고기의 질감과 맛은 년수나 덩치에 따라 좌우되는 경향이 있어서, 같은 크기라면 구분하기가 쉽지 않지만

뭘 먹고 자랐는지를 금새 알 수 있는 내장은 정말 맛이 다르더군요.

 

더워서 잠도 깊게 자지 못하는 날이 계속되고 있는 와중에 이렇게 튼실한 영양식을 먹어주니 왠지 양기가 보충되는 느낌이 듭니다.

사실 부모님이 워낙 가리지 않고 잘 드시는 편이라서 보양식이란게 의미가 없긴 하지만

요 근래 일주일 가까이는 정말 폭염에 지치고, 에어콘 바람에 지치고, 새벽에 계속 잠이 깨는 나날이 계속되던 터라서

이런 녀석 푸짐하게 먹어준 것은 도움이 된 듯한 기분이네요. 엄니께서는 만수무강하시길.

'Food For Fun'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손이 많이가는 추어탕  (19) 2012.08.20
말복때문은 아니지만 보양식  (14) 2012.08.12
뭘 이런 것까지...  (20) 2012.06.28
다기다기닭  (12) 2012.06.21
대왕토마토  (29) 2012.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