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축제가 시작된지도 벌써 2시간 30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계속 비가 내리고 해서 점점 피로에 지쳐가시는 분들도 많을 듯 하네요.

전 판초우의 입고 이게 땀인지 비인지 모른 채 젖어가면서 촬영하느라 바쁩니다.

 

이번 공연은 아메리칸 재즈와는 느낌이 많이 다른 유럽 재즈의 진주를 들려주시는 브로큰 타임이 맡아주셨습니다.

미국 태생의 재즈라는 장르는 술과 마약, 윤락으로 가득찬 뉴올리언스의 밑바닥에서 천천히 일어난 음악이지만

전세계로 퍼져나가면서 각 지역별로 특색을 보이며 정착하는, 적응성이 매우 강한 녀석이라서 다양한 매력이 있죠.

 

 

 

대구 국제재즈축제의 모토중 하나가 '알려진 뮤지션뿐 아니라 알려져야 할 뮤지션도 함께하는' 축제이기 때문에

대구지역에서 재즈를 들어오신 분들에게는 나름 친숙한 그룹인 브로큰 타임의 경우 그 취지에 잘 어울리는 듯 합니다.

 

바로 전 공연인 메인스트림이 굉장히 대중적인 음악을 선보여 주셨다면

이번 브로큰 타임은, 이런 큰 공연장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독특한 해석의 음악을 피로합니다.

 

 

 

 

게스트로 참가해주신 Joep van Rhijn 씨의 색깔이 많이 입혀져서 더욱 독특한 음악을 선보여 주시는군요.

한국어로 '윱 반 립'이라고 읽는 듯 합니다. 네덜란드 출신의 트럼페터로, 놀랍게도 저보다 어린 분이십니다.

 

격정적이고 즉흥적인 느낌의 미국 재즈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을 보여주는데요.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조화로운 음률을 중시하는 듯한 분위기입니다.

메인스트림 밴드가 워낙 활기넘치고 강렬한 음악을 들려줘서, 분위기가 급반전하는 지금 관객들 기분이 어떨지 궁금하더군요.

 

 

 

 

팀의 리더인 색소폰 홍정수씨와의 듀엣이 아주 잘 어울립니다.

완전히 다른 성향의 플레이어라고 하기엔 좀 무리가 있지만

이렇게 색깔이 다른 분들이 멋진 화음을 연출해 주시는 모습은 왠지 흐뭇하네요.

 

 

 

 

이 팀에서 가장 다채로운 표정변화를 보여주시는 베이스 장진호씨입니다.

역시 팀에 한두분 쯤 이렇게 멋진 표정을 보여주시는 분이 있어야 라이브 재즈를 즐기는 보람도 있죠.

 

 

 

 

유럽 재즈는 그닥 들어보질 않아서 이번 연주만으로 뭐라고 설명하기는 참 난감하지만

재즈라는 큰 흐름에 있어서는 당연히 같은 길을 가고 있어도

미국 재즈에 비해서 잘 짜여져 있다고 할까, 미국 클래식 재즈와는 다른 의미의 클래시컬함이 느껴집니다.

 

과장되지 않고 정도를 걷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퍼커션의 김남훈씨는, 배포된 팜플렛에 드럼이라고 적혀버리셨군요.

실제 드럼인 최권호씨는 아예 이름이 지워져 버려서, 브로큰 타임 소개에는 4명만 적혀있는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이미 5회째를 맞이하는 대구 재즈축제인데, 이런 치명적인 미스를 범하는 건 아쉽습니다.

디자인에 신경쓰는것도 좋지만 관객들이 바라는 건 플레이어들에 대한 좀 더 정확한 정보라는 것을 잊으면 안되겠죠.

 

 

 

이어지는 곡들이 전체적으로 통일된 분위기를 계속 내주고 있어서

부드러운 곡 하나 -> 신나는 곡 하나 이런 형식으로 진행되는 방식보다 좀 더 진지한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방금 전까지 종이악보가 놓여있던 곳에는 아이패드틱해 보이는 무언가가 놓여있군요?

 

타블렛들이 실생활에 적절히 활용되는 모습입니다. 바람이 심했는데 이녀석은 휘날릴 걱정도 업네요.

 

 

 

메인스트림 밴드의 공연에 맥주가 필요했다면

이번 브로큰 타임의 공연에는 따뜻한 드립커피 한잔이 필요하다는 느낌입니다.

왠지 흩날리는 빗방울 속에서 듣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군요.

 

Joep van Rhijn 씨의 트럼펫은 과장되지 않은 정직성이 느껴져서 편안해집니다.

 

 

 

중앙부 관객석은 예전 포스팅에서 말씀드렸듯이 각종 장비때문에 천막을 칠 수 없었는데도

많은 관객들이 우의와 우산으로 비를 커버하면서 그곳에 앉아 음악을 감상중입니다.

 

역시 재즈 매니아들이란 이래야죠. 저 역시 카메라 촬영이 없었다면 그냥 우의에 우산 쓰고 저기 앉아 있었을 듯.

 

 

 

테너 색소와 트럼펫의 조화가 이렇게 감칠맛 나는 소리를 들려준다는데 살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멤버들 전부 양념같은건 치지 않고 우직하게 나가보자는 느낌이 드는 제대로 된 하모니를 들려주십니다.

 

트럼펫이 좀 그런 경향이 있긴 하지만, Joep van Rhijn 씨의 표정변화가 별로 없어서

중간중간 베이스 장진호씨의 다채로운 표정을 감상하는 것도 포인트더군요.

 

 

 

이제껏 찍어드릴 찬스가 생기지 않았는데

솔로파트에서 드디어 제대로 된 조명빨을 받은 드럼의 최권호씨가 그 날개를 펴기 시작합니다.

 

역시 솔로파트에서 제일 시원한 박수를 받는 쪽은 이 드럼이죠.

마음껏 후려치시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역시 시간적으로 부족한 건지, 제대로 된 무대인사는 건너뛰고 간략하게 인사만 한 후 다음 공연으로 넘어가는군요.

저야 뭐 새벽까지 밴드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음악 감상해도 관계는 없지만

워낙 많은 팀이 공연하는 날이어서 시간배분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아쉽긴 하지만 다음 공연때는 각 그룹별로 토크타임을 따로 배정하는게 좋지 않을까 싶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