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길었던 23일 공연도 드디어 끝이 다가오는군요.

이제껏 관람중 가장 여건이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끝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계시는 관객분들이 꽤 있습니다.

호리 히데아키 트리오를 보러 오셨는지, 간간히 일본어도 들리더군요.

 

전 22일날 'Art Factory 청춘'에서 이분들 공연을 봤습니다만, 그래도 한번 더 들어서 나쁠거 없죠.

아마 곡과 연주순서는 어제하고 똑같을 테니, '재즈계의 아이유'씨도 중반부터 다시 참가하실거라 예상합니다.

 

 

 

멤버들 전부 어제와는 다른 의상으로 출동하셨네요.

어제 공연은 아담한 까페에 어울리는 일상 복장이었다면, 오늘은 그래도 뭔가 제대로 차려입고 나오신 느낌입니다.

 

 

 

베이스의 타카세 히로시 씨는 트로피컬한 복장을 하고 오셨군요.

시작부터 지금까지 4시간 가까이 꾸준히 비내리는 날씨지만 저런 의상을 입고 나오니 조금 상쾌해진 듯한 느낌도 듭니다.

어제는 관객과의 거리가 가까워서 친근했다면, 오늘은 좀 더 풍부한 장비빨로 시원시원한 소리가 나옵니다.

 

전날 들었던 곡이라 따라가기도 쉽고 훨씬 편안하게 감상이 가능하네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재즈 소비국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호리 트리오는 기본기가 매우 탄탄하고 막힘이 없습니다.

젊은 나이지만 20년 가까이 재즈 연주를 해 온 호리 씨라서 원숙미도 느껴지고 말이죠.

 

시작부터 시원시원하게 진행되는 곡을 들으니 마지막 공연까지 버텨왔던 피로감이 사라지는듯 합니다.

 

 

 

굉장히 가볍게 연주하는 듯하면서도 곡을 리드를 확실히 책임지고 있습니다.

피아노, 드럼, 베이스만으로 이루어진 트리오에서도 이렇게 꽉 찬 음악이 나온다는건 놀랍더군요.

색소폰의 홍순달씨와 '재즈계의 아이유'씨가 일본에서 호리 씨와 친밀히 교류하고 있다는게 허언이 아닌 실력입니다.

 

 

 

진지한 표정 짓고 있을때는 좀 무서워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연주 중에 자주 잘 웃으시는 타카세 씨입니다.

 

 

 

그러고보니 호리 씨는 박라온씨와 앨범도 낸다고 하시더군요.

아직 발매는 되지 않았다고 하시던데, 발매되면 구입해볼까 생각중입니다.

 

음악에서 그렇게 느껴집니다만, 이 트리오는 굉장히 쾌활한 분위기인것 같네요.

진중한 느낌보다는 조금씩 장난끼가 느껴진다고 할까. 듣고 있으면 기분이 밝아지는 음악이라고 할까요.

 

 

 

드럼의 우미노 슌스케씨도 신나게 두드려댑니다.

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분위기에 맞추는 느낌이죠. 테크닉에서는 모자람이 없습니다.

 

 

 

가끔씩 신나게 몸을 흔드시길래 약간 장노출로 잡아봤습니다.

카메라에 손떨림 방지 기능이 있어서 그나마 손각대로 잠시동안은 버틸 수 있었네요.

 

 

 

몇곡 끝나고 호리 씨가 다시 열심히 연습한 한국어로 자기소개를 하십니다.

한두 단어 정도 완전히 반대되는 뜻을 사용하시기도 했지만, 한국 사람이 이해 못할 정도는 아니더군요.

외국분들이 대부분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정도만 연습하는 반면 호리 씨는 꽤나 긴 문장을 연습해 오셨습니다.

 

박라온씨와 교류를 오래 했으니 조금 익숙해지신 걸까요. 아무튼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좋군요.

 

 

 

어김없이 라온씨와 홍순달씨가 참가해서 더욱 빵빵한 음악을 들려주십니다.

트리오만 연주할때는 활기가 넘치는데, 라온씨의 음색이 덧입혀 지고 나면 조금 더 부드러워지는 느낌이네요.

홍순달씨의 색소폰도 들어본 분만 아는 그 독특한 음색으로, 트리오의 좀 전 연주와는 전혀 다른 색을 만들어 줍니다.

 

 

 

독도문제 등으로 양국관계가 영 좋지 않지만, 예술의 교류에는 그런 거 없어야 합니다.

협연관계에 있는 스미다 재즈 스트리트 쪽도 그런 정치적 문제와는 전혀 관계없이 열정적으로 교류하고 있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재즈풍의 해석이 곁들여진 진도 아리랑을 맛깔나게 연주하는 모습이 더욱 인상적이었습니다.

 

 

 

홍일점이니 자연스레 라온씨에게 카메라가 향하는 것은 어쩔 수 없더군요.

사실 보컬이 서 있는 부분이 조명이 잘 들어오는 곳이라서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기도 하고.

 

파워보다는 서정적인 음색이 가득 느껴지는 라온씨의 목소리가 비오는 야외음악당에서 울려퍼지니

촬영하지 않을 때는 자연스럽게 눈을 감고 음을 음미하게 되곤 합니다.

 

 

 

 

다들 '재즈계의 아이유'에게 눈을 뺐겼군요?

근데 TV를 안보는 저로서는 3단 부스터라는 단어는 알아도 정작 아이유씨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모르니.

 

 

 

메인스트림 밴드 공연시에 사용했던 비눗방울 제조기가 다시 가동되었습니다.

비때문에 바닥이 젖어있어서 그런지 방울들이 땅에 떨어져도 한참동안 터지지 않고 모습을 유지하고 있더군요.

 

흩날리는 방울은 못잡겠고 해서, 은은히 지면을 굴러다니는 녀석들을 잡아봤습니다.

 

 

 

마지막은 역시 라온씨의 앨범에 수록된 곡으로 장식합니다.

이틀간 연이어 들으니 음악도 귀에 잘 들어오네요.

 

 

 

4시간 넘게 비를 맞으며 촬영을 하고 있으니 이젠 판초우의가 있으나 없으나한 상황이고

요즘 카메라에 비하면 꽤나 무거운 녀석이라서 슬슬 손이 떨려오고 있습니다만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듣는 라이브라는게 사실 더 흥이 나는 편이죠.

 

호리 히데아키 트리오도, 마지막 공연까지 꾸준히 기다리시느라 꽤 힘드셨을텐데

5일간의 재즈 축제중 가장 길었던 공연의 대미를 장식하는만큼 충분히 보람있었을거라고 생각해 봅니다.

 

 

 

단순히 기교만으로는 흉내낼 수 없는 홍순달씨의 독특한 색소폰도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힘을 빼고 나긋하게 부는 것 같아도, 라온씨의 목소리에 뒤지지도 않고 앞서지도 않는 밸런스를 보여주시네요.

 

 

 

마지막 공연이 끝나고, 관객석엔 정말 드문드문 사람들이 남아있었지만

박수소리는 변함없이 우렁차더군요. 지금까지 버티고 계신 분들이라면 뭐 정말 매니아중의 매니아니까요.

 

오늘 참가하신 분들, 시간이 너무 늦어서 뒷풀이라도 하실 수 있을지 좀 걱정은 되더군요.

자원봉사팀 쟈스지기 분들도 최악의 환경에서 열심히 뛰어다니시고, 마지막 뒷정리까지 착착 하십니다.

5년째를 맞는 이 축제도 쟈스지기 분들이 없었다면 이렇게 진행될 수 없었겠죠.

 

단지 열의가 너무 앞선 탓인지, 공연장 바로 앞에서 공연중에도 너무 큰소리로 관객들 안내하는건 조금 자제를 해 주시는게?

우의 나눠드린다고 그러긴 했지만 음악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큰 소리로 안내를 하시길래 약간 당황했습니다.

다음엔 동선을 잘 파악해서 관객석으로 들어가기 전에 나눠드리는게 좋을 것 같더군요.

 

작년에 비해서 여러가지로 힘든 상황이었지만, 성공적으로 공연을 끝마친 보람은 충분했던 여름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