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수성 아트피아의 두 번재 공연은 뉴욕의 중견 재즈 기타리스트 매트 패나이데스와 유쾌한 친구들이 선보여 주셨습니다.

혹시나 하는 말이지만, 유쾌한 친구들은 밴드 이름이 아닙니다.

 

그런데 어제 공연에서 활약하셨던 비브라폰의 고수 토니 미쉘 씨가 스타트를 함께 끊어주시는군요.

어제는 애플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하셨다고 들었는데, 오늘도 잠시 등장해서 한곡 뽑아주십니다.

어제 수성 아트피아 공연을 보지 못했던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날려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네요.

 

 

 

비브라폰의 몽환적인 울림소리가 사람 힘을 쭉쭉 빼놓습니다.

신들린듯이 뿜어져 나오는 현란한 음색이 놀랍더군요. 은은한 울림이 많은 악기라서 좋은 환경에서의 라이브가 절실한 악기입니다.

어지간히 좋은 집안 스피커로도 좀처럼 이 악기의 진짜 매력을 전달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더군요.

 

재즈에서는 나름 대중적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한국에서 이만한 고수의 연주를 들을 기회는 그리 많지 않지요.

 

 

 

물론 솔로 연주는 아니고, 매트 패나이데스 씨도 받쳐줍니다. 첫 번째 연주는 토니 미쉘씨가 메인인 느낌이 들긴 합니다.

아직까지는 어떤 특색을 가진 분인지 잘 판단이 서질 않네요.

 

 

 

멤버들중에서 유독 굉장히 눈에 띄는 소프라노 색소 분에게 눈길이 갑니다.

팜플렛에 이름이 제대로 공개되어 있지 않아서 누구신지 잘 모르겠지만, 외모에서 뿜어져 나오는 포스가 후덜덜하네요.

 

멀리 있어서 잘 보이진 않지만 베이스는 국내 정상급 베이시스트이신 이순용씨 같습니다?

작년 재즈축제때도 애쉬튼 무어 퀄텟과 함께 연주를 하신 기억이 나는군요.

 

 

 

이분도 분명히 몇번 본 기억이 나는 분인데... 제가 이름기억하는게 워낙 서툴러서.

학생때도 1년동안 같은 반이었던 애들 이름 10명정도 기억하면 대단한 편이라고 할 정도로 이름 외우는게 서툽니다.

 

 

 

토니 미쉘씨는 한곡 끝난후 인사하고 퇴장하셨습니다.

두 번째부터 진짜 매트 패나이데스 씨의 음악이 흘러나오는군요.

 

전부 본인이 작곡하신 곡을 연주하셨는데, 보통 관객들이 생각하던 재즈라기보다는, 뭔가 심상을 떠올리게 하는 전위적인 느낌이 듭니다.

제3세계 음악이나, 시크릿 가든의 음악을 재즈풍으로 해석한다면 조금은 비슷한 느낌일까요.

 

 

 

매트 씨의 곡이다 보니 다른 파트들도 평소 들어왔던 연주와는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묘한 느낌의 불협화음이 맞물려서 음을 만들어내는 듯한 느낌이네요.

매트 씨는 주변 환경과 어떤 인상적인 감정들을 토대로 그것을 표현하기 위한 곡을 만든다고 하시는데

보통 재즈바에서 맥주 한잔과 함께 듣는 그런 음악과는 성향이 다른 것 같습니다.

 

 

 

매트 씨의 음악에는 익히 알고있는 유명 재즈곡들과 비교하면 개성이 확실히 드러나는 느낌입니다.

마치 시를 써내려가는 듯한, 본인이 느낌 감정을 간결하게 해석해 나가는 듯 하더군요.

익숙한 기교나 관객 호응을 위한 퍼포먼스보다는, 흐름에 따라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래서 사실 매트 씨가 곡 시작하기 전에 '박수는 치지 말아주세요'라고 말을 했지만

영어로 하는 바람에 이해하지 못한 많은 분들이 중간중간 박수를 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관객 잘못이라고 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본인이 그런 요청을 했다는 것에서 그 음악이 어떤 느낌인지는 조금 유추할 수 있겠죠.

 

 

 

매트 씨는 연주 중에 자주 앉았다 일어나기 신공을 펼치시더군요.

음악 자체도 조각배 타고 작은 강을 흘러내려가는 듯한 느낌이라서 뭔가 둥실둥실합니다.

 

좀 더 집중이 필요한 음악인데, 수성 아트피아까지 찾아온 관객들 몇몇이 자꾸 연주 중간에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려 하더군요.

애초에 나가면 다시 들여보낼수도 없는게 공연이란 건데, 끝나고 나가는 것도 아니고 공연 도중에 자리를 뜨는 것은 실례중의 실례죠.

길어봤자 10분도 안되는 곡을 참지 못해서 뛰쳐나가는 건, 어디서 애라도 튀어나오고 있는 건지.

 

따로 휴식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공연이지만, 공연 중에 자리 뜨면 안된다는건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의 상식인데 말입니다.

저처럼 최후방부에서 서 계시는 아트피아 관계자분도, 중간중간 휴대폰 치켜들고 사진 찍으려는 사람들이 보여서 서둘러 달려가면

금새 사진 찍어버리고 쏙 들어가 버리기 때문에 뭐라 말할수도 없이 다시 뒤로 돌아오는 등의 고생을 하고 계십니다.

 

공연중 끊임없이 들어갔다 나오는 사람들을 위해 어두운 공연장 내부를 조그만 손전등으로 조심스럽게 안내해가며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관계자 분들도 참 고생하신다는 느낌입니다.

 

쫌!

 

공연 끝나고 생기는 텀에 나가던가, 공연 시작후에 문열고 들어오지좀 말았으면 좋겠네요.

 

 

 

제가 최후방부에 서 있었기 때문에 매번 이렇게 들락날락하는 사람들을 보게 되는데

관계자분께서는 제가 카메라를 들고 있지 않을때도 관람에 방해될까봐 제앞에서 허리를 푹 숙이고 지나가시는 반면

뻔뻔하게도 공연 도중에 나가려는 사람들은 카메라로 촬영중에도 포부도 당당하게 스윽 지나가시더군요.

 

여기 공연장에서 공연 감상할 정도의 시간적 물질적 여유는 있어도

공연에 대한 예의란 걸 배워본 적은 없는 저속한 사람이 되는건 부끄럽다고 생각해야 할겁니다.

 

특히 연속된 흐름이 중요하게 느껴지는 매트 씨의 공연중에 계속 신경 거슬리게 하니 한숨이 나오더군요.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매트 씨의 기타는 앞을 꾸준히 기대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아무리봐도 이순용씨 맞는 것 같은데...

솔로 파트에서 조명이 들어오지 않으면 여간해서 담기 힘든 베이스쪽이라서 놓칠 수 없었습니다.

 

 

 

마치 길다면 긴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온 듯한 느낌을 주는 매트 패나이데스와 유쾌한 친구들의 연주였습니다.

제가 왜 자꾸 유쾌한 친구들이라는 표현을 쓰냐 하면... 저 아티스틱해 보이는 색소폰 연주자분께서

훗날 아주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죠. 그건 다음 포스팅에서 등장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