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밖에 나갔다 왔다 다시 대구 재즈축제 포스팅을 올립니다.
시간이 지나서 그때 들었던 음악의 여흥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으니 포스팅이 겁이 나는군요.
대구 재즈축제의 마지막 날은 유일하게 날씨가 화창했습니다.
매번 비맞아가면서 촬영한게 한이 맺혀서... 이날은 들어가기 전에 수성 아트피아 사진도 한장 남겼습니다.
마지막 공연의 스타트를 끊은 그룹은 베이스 황인규씨가 결성한 Epekeina 입니다. 에페케이나 라고 발음하는가요?
역시 경험해 본적이 없는 밴드라서 조금의 죄송함과 함께 미지의 연주에 대한 기대감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첫 곡을 시작하는데, 곡의 분위기에 맞춘 조명인지 상당히 어둡고 차분하게 진행이 됩니다.
음악 감상하기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사진 찍으려는 저한테는 꽤나 힘든 상황이네요.
조명이 부족할때는 역시 흑백 변환이 길입니다.
팜플렛의 힘을 빌리자면, 스윙부터 일렉트로 어쿠스틱까지 다양한 오리지날 곡을 연주하는 팀이라고 하시네요.
첫곡은 어쿠스틱 느낌이 물씬 풍기는 차분한 곡으로 시작합니다. 다들 움직임이나 자기주장도 적고, 담담하게 연주하십니다.
서정성이 묻어난다고 할까, 사실 말로 설명하기엔 재즈의 느낌이라는 건 참 다양해서 말이죠.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서 느긋하게 감상하고 싶은 그런 음악입니다.
중간에 황인규씨가 간단히 밴드소개를 해 주셨는데
마이크를 들고 계심에도 불구하고 목소리가 작고 차분하시더군요.
얼핏 쑥스러워하시는 느낌도 드는데, 간간히 미세하게 느껴지는 개그코드도 집어넣고 계십니다.
진행을 도맏아 하시는데 나이는 멤버중 가장 젊으시다고 하시네요.
게스트로 유명 재즈 보컬리스트 남예지씨가 함께 하시는군요.
아직 젊으시지만 이제 원숙미를 풍기는 경력에까지 이르셨죠.
소몰이창법과는 다른 호소력 있는 목소리가 잔잔한 느낌의 에페케이나 팀과 잘 어울립니다.
피아노분은 아코디언을 연주하십니다.
어릴적 피아노를 배울때도 아코디언은 어떻게 연주하는건가 궁금해하기도 했었죠.
남예지씨의 부드러운 저음과 어울리니 몸의 힘이 살짝 빠지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곡이 전체적으로 차분한 느낌이라서 조명도 강렬하게 사용되진 않는군요.
프레스 허가를 받았다고는 해도 공연에 방해가 되면 안되기 때문에
이런 곡을 연주할 때는 뷰파인더에 눈을 대고 한참동안 타이밍을 재고 있다가
셔터소리가 방해가 되지 않겠다 싶은 순간을 노려서 눌러야 합니다.
최후열에 서 있으니 사실 셔터소리가 남들에게 들릴 일은 별로 없긴 한데
제대로 된 공연장의 음향설비란게, 워낙 소리가 고루 퍼져나가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한시라도 긴장을 늦춰서는 안되는 것이죠. 카메라 무게가 꽤 나가서 중간중간 땀도 닦고 합니다.
재즈 밴드라는게 스타일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이뤄지는 것이니까 당연한 것이지만
다들 굉장히 섬세한 음악을 들려주셔서, 눈을 감고 듣고 있으면 어째 물 위를 흐르는 듯한 발레동작이 생각나더군요.
베이스의 황인규씨는 몸집도 꽤 큰 분이신 것 같은데 참 부드러운 베이스를 들려주십니다.
덩치크다고 와일드한건 아니니까요. 저를 포함해서.
남예지씨가 들어가시고 난 다음엔 색소폰을 세 개나 들고 나오신 분이 중앙에 섭니다.
물론 그것만으로 그리 특별한 건 아니지만, 이 분은 색소폰 두 개를 목에 걸고 계시네요. 이건 특별합니다.
오리지날 곡인것 같은데 색소폰이 참가하니 조금 더 활력이 실리는 것 같습니다.
좀처럼 조명이 집중되지 않는 드럼 분도 좀 남겨드립니다.
엄니께서 피아노 다음으로 좋아하시는 악기가 드럼이라서, 함께 왔으면 참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드네요.
다들 휴일에도 바쁘시니 좀처럼 공연장에 가기가 힘들긴 하네요.
익숙해지면 문제없긴 하지만, 사실 색소폰이 보기보다 꽤 무거운 녀석입니다.
두 개나 목에 걸고 계시니 이래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기본에 굉장히 충실한 연주를 들려주십니다.
에페케이나의 음악은, 어느 곡을 연주해도 자신만의 색깔이 흐려지지 않는 듯 합니다.
음악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조금 더 작은 공연장에서 가깝게 앉아 감상하는게 더 어울릴 듯 하네요.
한창 물이 오르고 있을때 재미있는 연주를 선보여 주시는군요.
알토와 테너 두 대의 색소폰을 동시에 연주하는 굉장한 모습입니다.
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렇게 해서 동시에 숨을 불어넣는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닐텐데요.
물론 한손으로 운지를 하다 보니 음역대는 고정되지만 묘한 화음이 만들어지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나중에 강군의 알토 색소를 빌려서 한번 흉내내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제 색소폰은 소프라노라서... 아무래도 알토와 함께 불기에는 모양이 맞지 않을듯 하네요.
차분하면서도 열정을 잃지 않는 드럼분의 모습도 한장 더 담아봅니다.
엄니께서는 악기 연주할 때 이렇게 몰입하는 모습이 너무 부럽다고 하시네요.
저도 색소 연주할때 다른 분이 찍어준 사진을 몇장 보긴 했는데
아직 몰입하는 모습도 멋있게 보이기엔 갈길이 너무 멀구나 하는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아마 관객들이 접해본 적은 없지만, 처음 들어도 금새 익숙해질 수 있는 편안한 음악을 들려주신 에페케이나 밴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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