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대구 국제재즈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밴드는 후루카와 나츠코(古川 奈都子) & her Soul Food Cafe 가 맡아주셨습니다.

후루카와씨는 스윙재즈계에서는 상당한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피아니스트 겸 보컬리스트죠.

뉴올리언스 재즈에 흠뻑 빠졌기 때문에 그녀 스스로도 자신의 음악을 '뉴올리언스 술집에서 연주하는 음악'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뉴올리언스 재즈라고 하면, 느낌은 달라도 분위기가 한국 술집에서 막걸리나 소주 마시면서 '홍도야 우지마라~' 라고 한곡조 뽑는 모습과 닮아있죠.

시종일관 미소가 끊이지 않는, 말그대로 삶에 지친 사람들의 소울을 알콜과 함께 위로해주는 그런 음악입니다.

 

 

 

그녀와 10여년간 함께 해온 Soul Food Cafe 멤버들도, 이미 후루카와씨와 혼연일체가 된 느낌입니다.

뮤지션은 음악을 말을 한다고 하지만, 이 친근해 보이는 제목의 밴드분들은 의상과 표정만으로도 그들의 음악을 주장하는 듯 하네요.

 

국민성이라고 해야 할지... 스윙 재즈가 꽤나 대중적으로 발달한 일본 재즈계에서

범접하기 어려운 예술성보다는, 출출할 때 따끈하게 한그릇 먹는 쌀밥 느낌이 나는 음악을 들려주십니다.

 

 

 

후루카와씨는 5살때부터 피아노를 배우다가, 스티비 원더에 빠져서 재즈의 세계에 발을 딛게 되었습니다.

왜 밴드 이름이 Soul Food Cafe 인지는 이것만으로도 설명할 필요가 없겠죠.

 

대학에서 '뉴올리언스 재즈클럽' 활동을 하다가 졸업후 정말로 뉴올리언스에 날아가셨더군요.

온갖 밴드들과 함께 공연을 하고, 부업으로 뉴올리언스에서 일본인 관광 가이드도 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야 그닥 인지도가 없지만 일본에서는 재즈계의 중견으로 상당히 유명하신 분인데

웃는 모습이 정말 밝은 분이라서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주위 사람들을 따뜻하게 해 주는 능력의 소유자이시죠.

 

 

 

Soul Food Cafe 의 멤버들도 그런 후루카와씨의 절친이다 보니 다들 얼굴에 미소가 넘칩니다.

어색함이 보이지 않는, 깊은 곳에서 순수하게 솟아나는 깨끗한 웃음이라는 느낌이죠.

 

드럼의 히라바야시 요시하루(平林 義晴)씨의 미소도, 음악과 함께 보고 있으면 입꼬리가 흐뭇하게 올라가게 되더군요.

 

 

 

색소폰과 클라리넷을 넘나드는 우미츠키 유타카(海付 豊)씨는

뭔가 개그프로에 등장할 듯한 의상과 헤어스타일을 자랑하십니다. 그만큼 음색도 즐겁고 경쾌하군요.

 

옆의 트럼페터 칸노 아츠시(菅野 淳史)씨는 게스트로 참가하셨지만 어찌나 SFC와 잘 어울리는지...

빌리 홀리데이의 음악에 충격을 받아 재즈에 발을 들이셨다는 칸노 씨는

일본에서 엔카가수로도 유명한 김연자씨 공연의 트럼페터로도 활동하는 등 장르를 넘나드는 활동중이십니다.

 

 

 

관악기 두대의 앙상블이니 당연히 상승효과가 있긴 합니다만

이렇게 잘 어울리는 분은 또 오랜만이더군요. 달콤쌉쌀한 소리가 회장을 채우는 모습이 뭔가 뿌듯함마저 느껴집니다.

 

 

 

뉴올리언스 재즈에 대해서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은

겨우 쥐뿔만한 지식밖에 없는 제가 읖조리기에는 좀 과분한 느낌이 드는군요.

 

재즈의 발상지인 뉴올리언스는 항구도시였던 탓에 온갖 유색인종이 뒤섞인 곳이었고

해군기지가 설치된 곳이었기 때문에, 남북전쟁후 해방된 흑인들이 일자리를 찾아 몰려드는 곳이었습니다. 

가난하고 피곤한 노동자들을 위한 음침한 술집과 퇴폐적인 홍등가 등, 그런 근원적인 슬픔을 양분삼아 서서히 태동한 것이 재즈였죠.

 

스윙을 중심으로 생겨난 뉴올리언스의 재즈는, 그 즐거운 리듬이 단지 스스로의 즐거움을 나타내기 위한 방편이 아니라

미래가 보이지 않던 힘든 하층민들의 하루하루를 녹여주기 위한 치유의 목적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후루카와씨의 음악에 녹아든 감정도 바로 그런 것이고, 그래서 밴드 이름이 정말 마음에 와닿는군요.

 

 

 

후방에 가려져 있어서 좀처럼 사진을 담을 수 없었던 베이스의 이소자키 죠(磯崎 丈)씨가 드디어 앞으로 나왔습니다.

스윙이 주를 이루는 SFC에 블루스의 혼을 실어주는 역할을 하시더군요.

뭔가 묵묵하게 베이스만 튕기고 있어서 좀 과묵한 분인가 싶었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이렇게 멤버 소개때 하트마크까지 만들어서 날려주셨으니까요.

그냥 좀 쑥쓰러워 하시는 것일 뿐.

 

코멘트는 후루카와씨가 맡으셨는데, 역시 제가 영어보다 일본어를 더 편하게 사용하는 터라

한국 관객들을 배려해서 영어로 이야기중인 후루카와씨의 말을 잘 못알아듣겠더군요.

뉴올리언스가 제 2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후루카와씨지만, 역시 일본사람의 영어발음은 좀 힘듭니다.

그래도 발음이 좀 그렇지 실제 회화 자체는 저보다 훨씬 능숙하시네요. 켄자스 시티의 명예시민이기도 하시니.

 

 

 

해군기지가 위치한 하층계급의 술집 안에서 태어난 뉴올리언스 재즈는

그 상황과는 반대로 'Peace'를 외치는 음악이었습니다.

사람의 향상심이라고 할까, 성선설을 믿는 건 아니지만, 바닥에서 신음해본 사람이야말로 이상의 실현을 꿈꾸는 법인가 봅니다.

 

굉장히 클래시컬해서, 지금 시대에 와서는 재즈에 완전히 문외한이라도 얼마든지 즐겁게 소화할 수 있는 SFC의 음악이

재즈축제 마지막 공연이라는 아쉬움도 살짝 치유해주는 느낌이네요.

 

 

 

도쿄 근교의 요코하마시는 전후부터 미 해군기지가 위치한 곳으로

일본의 재즈는 저 멀리 나가사키현의 사세보시와 함께 이곳에서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후루카와씨는 도쿄 근처에서 활동중이시라, 요코하마 재즈바에 날짜 맞춰 가보면 보실 수 있습니다.

사실 일본에서도 인지도는 있지만 실제로는 이미 뉴올리언스가 주 무대라고 하는 편이 맞겠습니다만.

 

 

 

후루카와씨도 사실 표정이 매우 풍부했습니다만, 피아노의 위치상 얼굴이 잘 나오지 않아서 아쉽네요.

그 아쉬움을 드럼의 히라바야시 씨가 대신하듯 아주 신명나는 표정으로 관객을 즐겁게 해주십니다.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 음악, 말 그대로 Soul Food 라는 느낌이 물씬 풍기는군요.

 

재즈 밴드는 연주자들의 색깔이 비교적 잘 드러나는 편인데, 이 SFC 밴드는 정말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다들 무대 매너도 좋고, 제가 도쿄 근처에 살고 있다면 가끔 시간을 내서라도 공연을 보러가고 싶네요.

기분전환이라는 측면에서 이 밴드가 가진 파워는 대단합니다. 음악적 태생이 그런 밴드니까요.

 

 

 

5일간의 폭풍같은 재즈축제가 드디어 끝이 납니다.

야외공연때 비가 신나게 쏟아붓는 바람에 여러가지로 힘든 일정이었지만

절반 이상이 무료 공연인 이런 귀중한 재즈 축제가 5년동안 이어지고 있다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죠.

 

한 10~20년 계속 이어져서 대구뿐만 아니라 한국의 재즈축제를 대표하는 녀석으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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