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한달은 넘은 사진인데, 일단 순서대로 올리고 있으니 이걸로...

블로거 체님이 대구 사진 비엔날레 입장권을 선물로 주셔서 동생분하고 보러 갔습니다.

사진 비엔날레는 3곳에서 동시에 개최가 되는데, 카메라 들고 가서 사진 담은건 이 봉산문화회관밖에 없었네요.

 

애초에 여기 들렀다가 고양이 까페 가려고 카메라를 가지고 왔으니까요.

 

봉산문화회관쪽 전시는, 각국의 젊은 작가들이 선보이는 작품들을 중심으로 전시가 되어있었는데

젊은 작가는 둘째치고 확실히 아마추어 느낌이 지워지지 않은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어딜봐도 사진학과 졸업하는 학생들이라는게 느껴지는 한국쪽 전시품들은, 그냥 졸업작품전 정도라고 생각하면 될듯.

이곳은 원래 무료관람이니 딱 이 정도가 한계라고 생각합니다. 봐서 해될것 없죠.

 

 

 

지난번 동생분의 NEX-C3 으로 촬영을 하고, 보정을 위해 메모리카드를 가지고 갔던 터라

오늘은 동생분 만나서 메모리카드 돌려주고, 다시 고양이까페 가보기로 했습니다.

고양이까페는 오후가 되어야 문을 열기때문에 그 전에 사진 비엔날레도 좀 둘러보고 한 거죠.

 

 

 

자꾸 고양이 사진이 안나오고 왠 쓰잘데기 없는것만 나오느냐 할 텐데

어쨌든 그날의 궤적이 이랬으니 어쩔 수 없습니다. 비엔날레 보고 나서도 고양이까페 개장시간이 되질 않아

일단 점심이나 먹자고 해물 철판구이를 주문했습니다. 양이 별로 많지 않아서 가볍게 먹을만 했네요.

 

세사람이서 왔다면 철판에 볶음밥도 해먹을만 하겠는데 말이죠.

 

 

 

느긋하게 밥을 먹고 개장시간에 맞춰서 까페로 왔지만

코리안 타임이란게 적용되어서, 좀 더 기다려 주셔야겠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어쩔 수 있나요. 밖에서 새끼냥이들이 열심히 뛰어노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새끼들은 사람 손에 너무 시달릴 것 같으니, 손님과의 접촉을 피하고 있습니다.

자기네들끼리도 잘 놀더군요. 이 녀석이 제일 활발했습니다. 공 하나 넣어주면 광란의 드리블을 보여주네요.

 

 

 

20분쯤 기다리다가 들어갔는데, 직원분이 죄송하다며 고양이 간식을 한봉지씩 주셨습니다.

원래는 돈내고 사서 먹여야 하는 것이죠. 그런데 제 돈주고 간식사서 다시 이곳 냥이들한테 준다는 이 모순은...

 

평일 이른 시간이라서 손님은 없습니다. 동생분하고 둘이서 그나마 햇살이 좀 비치는 곳에 앉아 멍하니 고양이 구경이나 합니다.

지난번엔 NEX-C3 로 촬영해봤으니, 이번엔 a900 으로 한번 찍어볼까 합니다. 그런데 렌즈가 50mm 수동렌즈라서 쉽지 않네요.

 

뷰파인더가 아무리 광활해도 수동렌즈의 촛점을 정확하게 맞추는건 쉬운 일이 아니죠.

특히 어두울수록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고양이까페에서 수동렌즈 사용하는건 좋은 연습이 됩니다.

 

 

 

C3 와 가장 쉽게 구별이 가능한 부분이라면 역시 심도일까요.

번들 줌렌즈를 사용한 C3 는, 센서도 APS-C 크기에다가 조리개값이 5.6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구박이는 APS-C 보다 면적이 1.5배 크고 단렌즈 조리개값이 F1.4 이니 심도는 약 10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고 하면 되겠네요.

 

심도가 얕다는게 꼭 좋은 건 아닙니다. 만약 심도가 아주 깊은 똑딱이로 위 사진을 찍었다면

뒤에 있는 고양이도 선명하게 나와서, 마치 두 마리가 마주보고 있는 착시사진이 나왔겠죠.

 

 

 

C3 에 비해 떨어지는 고감도 성능을 커버하기 위해 조리개를 많이 개방해서 촬영합니다.

덕분에 가뜩이나 심도확보에 불리한 FF 센서라서, 고양이 면적만큼의 심도도 확보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는군요.

구박이는 감도 800만 올려도 DR 이나 색밸런스가 아슬아슬해서, C3 으로 촬영할때보다 더 편하다던가 하는 느낌은 없습니다.

 

 

 

C3 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역시 빛이 어느정도 받쳐주는 곳에서의 표현력이랄까요.

일단 충분한 광량만 확보되면 DR, 계조, 컬러 등등 모든 면에서 C3 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JPG 로 찍으면 유리창 뒤의 모습이 전부 새하얗게 나오는데, RAW 보정으로 이만큼이나 살아나죠.

니콘의 플래그쉽 D3 도 써보고 하면서도, 4년간 결국 이녀석을 계속 갖고 온 이유도 오직 주광화질이 최고라는 점 때문입니다.

 

 

 

화이트밸런스는 C3 이나 a900 이나 별로 좋지 않습니다.

실외 태양광은 잘 들어맞는데, 실내에서는 좀 오락가락하더군요.

전 RAW 촬영을 하니 아주 기본적인 색온도만 좀 맞춰주면 나머지는 그냥 후에 보정합니다.

 

몇몇 고양이들은 아주 네가지가 없는게, 손에 간식이 있을때만 번개같이 튀어와서 간식 달라고 보채고

간식 없다는거 확인하면 쓰다듬을 틈도 주지않고 바로 떠나버리는 간사한 모습을 보여주네요.

 

몇번 그러다가 열반은 저와 동생분은, 그 머리돌리는 녀석한테는 더이상 간식을 주지 않았습니다.

먹고나서도 한동안 주위를 돌면서 제 손길을 거부하지 않는 순한 녀석들한테만 간식을 줬죠.

냥이들도 영업하는 이상 상도덕과 양심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진담으로 돌리면 무섭지만.

 

 

 

이 친구는 이곳 까페에서 가장 덩치가 큽니다. 거의 개 수준으로 거대하더군요.

그런데 생긴 것 치고는 아주 순해서, 알아서 슬금슬금 걸어와서 만져달라고 고개를 내밀기도 합니다.

 

직원분이 이 녀석 보더니 '남자를 아주 좋아해요. 엄청 순해요' 라고 설명해 주시네요.

전 농담인가 싶었는데, 가만 보니 정말로 동생분이 아니라 제 쪽으로만 접근하는게 보입니다. 수컷인데?

 

 

 

 

저 위의 흰고양이 사진과 비교해 보시면 이 녀석의 덩치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우직하게 움직이면서도 놀아달라고 슬금슬금 다가오는 모습을 보니 이것도 보통 귀여운게 아니군요.

잘못 만지면 톡 하고 터질것만 같은 새끼냥이와 달리 이 녀석은 신나게 귀여워해줘도 다칠것 같지 않네요.

 

러시안 블루를 좋아하지만, 이런 덩치녀석도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세삼 깨닫습니다.

 

 

 

결국은 제가 사진 촬영하러 자리를 비운 사이, 제 가방을 배게삼아 퍼질러 버렸습니다.

가방과 크기를 비교해보면 저 녀석 덩치를 가늠할 수 있을 듯. 하지만 순해서 귀여운 녀석이죠.

특히 파란 눈동자를 계속 보고있으면 빨려들어갈듯한 느낌입니다.

 

구박이 센서는 여전히 주광하에서 최상급이긴 하지만, 유일하게 아쉬워하는 점이 있다면

RED 계열을 제대로 표현하는 능력이 좀 부족하다는 것 정도일까요.

RED 계열 채도가 제대로 표현되지 않고 약간 오렌지색 + 핑크색이 섞인 느낌으로 표현됩니다.

진짜 붉은색은 디지털 센서가 표현하기 힘든 분야이긴 합니다. 워낙 채도가 높아서 조금만 잘못하면 색포화가 일어나 버리기 때문에.

 

소니는 그 색포화를 어떻게 해보기 위해 아예 색을 좀 틀어버리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 같은데

그 부분만큼은 4년간 쓰면서 항상 조금씩 아쉽더군요. 코닥이나 펜탁스의 센서는 색을 잘 표현합니다.

 

 

 

그 후에도 저 거대 고양이가 제 무릎위로 올라오기도 하고, 여러가지 어택을 받으면서 까페를 즐겼습니다.

동생분이 학원 나가야 하기 때문에 오래 앉아있진 못했죠.

 

이번에도 어김없이 떠날때쯤에 냥이들이 무릎에 올라와서 잠을 청하는 탓에 고생 좀 했습니다.

몇시간을 들고 뛰던 새끼들은 한두 마리가 자기 시작하니까 전염이라도 된 듯 일시에 기절을 해 버리는군요.

 

우리 조카도 저렇게 놀다가 픽 쓰러져서 잠을 자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 녀석 형님을 빼다박아서 그런지, 안아주지 않으면 절대로 자지 않고 목이 터져라 울어댑니다.

아마 태어나서 한 번도 혼자 누운 상태에서 바로 잠이 든 적이 없을겁니다.

빨리 나이좀 먹고 혼자서 잘 만해야 형수님도 편할텐데 싶네요. 냥이들 모습 보니 그런 생각이 듭니다.

 

구박이는 제가 워낙 오랫동안 사용하던 녀석이라 딱히 말할게 없습니다.

역시 주광에서의 성능은 최고라는 느낌이죠. 지금 위의 사진들중, 실내쪽 사진과 창가쪽 사진의 퀄리티 차이도 심하게 납니다.

그럼 4년만의 후속모델인 a99 의 사진 퀄리티는 어떻게 나올런지 다음 포스팅으로 넘깁니다.

사실 a99 는 서울에서 체류중에 구입한 녀석이라서 이곳과는 다른 고양이까페에서 촬영했으니

객관적 비교라는건 완전히 물건너 갔습니다만, 그냥 재미로 읽어주시면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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