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는 아직 외식 할 나이가 아니지만, 어른들은 맛있는 밥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뭐 먹을까 생각하다가 근처의 괜찮은 중국집으로 향했습니다.

 

대구의 나름 알려진 고급호텔 인터불고에서 중식집을 운영하던 사장님이

호텔을 나와서 직접 차린 중국집입니다. 이름은 까먹었네요.

 

 

 

예전에 호텔 중국집 가서 먹어보니 가격은 허벌나게 비싼데 그렇게까지 괜찮은 품질도 아니어서

실망하고 다시 올 일이 없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호텔 나와서 직접 개장한 이곳에 엄니께서 친구분들과 가 보시더니 생각보다 괜찮다고 추천을 해 주셔서

호텔에서 하던 것보다는 좀 하고싶으신대로 할 여유가 생긴걸까 싶어서 한번 가 봤습니다.

 

조카덕에 미리 예약해서 방 하나를 잡았으니 좀 울어도 별 문제는 없을 듯.

덥고 낯설어서 약간 짜증을 부리는 것 같기도 했지만 금새 적응하더군요.

서빙하는 아가씨한테 아기가 입에 물만한 게 없냐고 물으니 깎은 오이를 몇조각 가지고 와 주셨습니다.

 

 

 

런치세트가 저렴하고 다양한 메뉴로 무장중이었지만

아무래도 그것만 즐기기에는 이 가게를 평가하는데 부족할 것 같아서

런치세트는 사람 수보다 하나 작게 시키고, 따로 요리를 하나 주문하기로 했습니다.

 

중국집에서 저희 가족이 자주 쓰는 방법이죠. 다들 배가 크고, 다양한걸 맛보고 싶어하니까.

 

처음 나오는건 누룽지탕입니다. 물론 세트에 포함된 스프같은 개념이라서

제대로 시키는 누울지탕하고는 좀 다르죠. 비싼 누룽지탕은 거의 전가복의 개념이라서.

조금 짜긴 하지만 맛있습니다. 생각같아서는 한그릇 더 먹고 싶을 정도로.

 

 

 

누룽지탕이 스프의 역할을 하는것 까지는 알겠는데 그 다음 나오는게 냉채라서 좀 당황.

시원한 냉채라기보다는 살짝 미지근한 느낌이더군요. 사실 이게 맞긴 합니다.

 

인터불고에서 먹었던 그 중국요리는 거진 6~7년도 넘었기 때문에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먹어가면서도 그때 받았던 느낌하고는 좀 다르다는 생각이 계속 들더군요.

이번 요리는 맛없다는 소리는 안 나올 정도의 퀄리티를 충분히 갖추고 있었습니다.

 

 

 

중간에 불쑥 나온 개별 주문요리인 금사오룡입니다.

제가 중국요리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요리가 전가복과 금사오룡이죠.

 

손질한 새우살을 해삼으로 덮어서 튀겨내는 꽤나 고급 요리입니다. 손도 많이가고 재료비도 많이 들죠.

소스는 주방장의 성향에 따라 많이 바뀌는 편이지만, 해삼 + 새우의 조합이 갖는 맛과 향은 어디 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8만원이나 하는 이 녀석의 품질은 제 기대만큼 아주 뛰어나진 않았다는게 아쉽네요.

 

 

 

해삼의 품질이 생각만큼 따라와주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없어진, 대구에서 가장 뛰어난 중국요리점에서 시켰던 금사오룡은

탱글탱글한 해삼의 식감이 새우의 쫄깃함과 융합되어 정말 한개 한개 집어먹기가 아쉬울 정도였는데 말입니다.

 

해삼이 귀한건지, 점점 예전의 그 퀄리티를 찾으려면 돈을 더 지불해야만 하는 것 같아서 착잡하네요.

뭐, 아예 맛이 없는건 아닌지라 먹기는 맛있게 먹었습니다만.

 

그런데 이거 조카 사진 올리는 포스팅 아니었나?

 

 

 

조카는 일단 음식에 관심은 보이는 듯 한데, 지금은 아무래도 먹을 수 있는 나이가 아니라서

오이와 함께 이유식을 떠먹여주니 알아서 잘 받아먹습니다.

 

이 당시에는 정말 입에 대기만 하면 넙죽넙죽 잘 받아먹던데

요즘 서울에서는, 이제 먹기 싫을때면 고개를 푸더덕 하고 흔들어재낀다고 하더군요.

고개 흔드는 건 도대체 어디서 배운 건지.

 

 

 

코스요리도 중반부를 넘어가고 있습니다. 탕수육은 뭐, 익히 알려졌다시피 과일통조림을 사용해서 그냥 그렇네요.

물론 동네 중국집처럼 튀김옷 속에 대체 고기가 어디 들어있는지 모를 그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사실 원래대로라면 인원수대로 세트메뉴 다 먹고도 따로 요리 충분히 더 먹을 수 있는 식성이지만

가격도 비싸고 자중 좀 하자는 의미에서 세트 수를 좀 줄였는데

포만감에 넘치지 않아도 이렇게 조금조금씩 먹는 방식 역시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에 짜장면이나 짬뽕 먹으면 어지간히 배부른 느낌도 들고.

 

 

 

조카는 좀 심심했는지 울다가 보채다가 잠들어 버리는군요.

이 녀석이 놀때는 참 잘 노는데, 잠들기 시작하는 그 무렵부터는 좀 많이 깐깐해지기 때문에

깨우지 않도록 조심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형님부부가 번갈아가면서 식사를 하고, 손이 남을때 자기 음식 먹어야 하죠.

그냥 눕혀놓고 알아서 잘 자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은, 그럴 애가 아닙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세트메뉴의 마지막은 꽃빵입니다.

빵과 함께 먹는 저 녀석이 생각보다 짠 편이라서 아쉬웠지만

아마도 일부러 그렇게 만든게 아닌가 싶습니다. 양념이 없는 빵하고 같이 먹는 녀석이다보니.

 

여름이라 그런지, 대중 입맛이 그래서 그런지, 전반적으로 제 취향보다는 좀 짠 느낌이 드는 요리였지만

퀄리티는 먹으면서 욕할 수준은 아니더군요. 외식하면서 이 정도면 남한테 추천해도 되겠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중국요리라는게 가격이 왠만한 한우구이점보다 더 많이 나오기 때문에 그냥 추천할 수는 없죠.

남한테 얻어먹을 기회가 있으면 한번 가보시는게 좋을듯 합니다.

 

 

 

물론 양은 적지만 식사라고 불리우는 녀석들도 따라나옵니다.

저는 국물 마시기가 좀 그래서 짜장면을 주문. 그런데 역시 좀 짭니다.

짬뽕도 싫어하지는 않는데, 국물을 남기자니 아쉽고 국물을 마시자니 배가 더부룩하고 해서...

 

물론 이렇게 각잡고 먹는 식사가 아닌, 동네 중국집서 먹을때는 짬뽕도 잘 먹습니다.

 

 

 

조카는 피곤했는지 잘 자더군요. 깨어나서 우렁차게 울어주는게 아닐까 싶었는데.

언제쯤 바닥에서 알아서 잠을 잘런지...

 

 

 

잘때는 잘 자는건지, 차 타고 집에 돌아오는 내내 한 번도 깨지않고 잘 잤습니다.

저렇게 안겨 자는게 습관되면 정말 혼자서는 잘 자지 않죠.

 

예전에 키웠던 냥이새끼도, 하도 안아주고 하니 나중엔 의자에 않아서 TV 보고있는 제 다리를 타고 올라와서

제 목하고 턱 사이에 몸을 들이민 채로 잠을 자더군요. 사람이나 동물이나 잠버릇은 제대로 들여야 하는것 같습니다.

 

조카는 이미 서울로 떠난지 두달도 넘어갑니다. 8월 18일이 첫돌이라서 아마 다시 볼 수 있을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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