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 반에 일어나 7시에 조식 먹으러 로비로 내려갑니다.
슈퍼 호텔 조식은 저가 비지니스 중에서는 그래도 먹을만한 녀석이고
고기반찬 생선반찬, 달걀, 낫토, 된장국 등등 건강에 별로 나쁘지 않은 반찬이 나와서 나이 드신 분들도 잘 드시는 장점이 있죠.
잠은 잘 잤지만 엄니는 역시 좀 피곤하신 듯 합니다.
밥 먹고 소화 좀 시킨 후 나가려고 했는데 잠깐 TV보며 누워있으니 금새 잠이와서 9시 반까지 자 버렸네요.
여행사를 따라다니는 일정이 아니라 피곤하면 늦게 나가서 좀 덜 돌아보면 되고 이런 건 편합니다.
개인적인 취향으로 도시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엄니께서는 외국이니 도시도 괜찮다고 하셨고, 어차피 내일부터는 거의 대부분 고즈넉한 곳만 돌아다닐 예정이라
크게 관심은 없어도 오사카 옆의 코베에 가 보기로 했습니다. 이곳도 관광 오는 사람들이 많다는 말을 들어서.
자전거 여행중 코베에 도착했을 때는 길거리에 사람이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아서
대체 뭔 일인가 싶어 알아보니 타이밍 참 절묘하게도 1년에 한번씩 열리는 루미나리에 당일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습니다.
한신 대지진을 잊지 말기 위해 매년 12월날 열리는 루미나리에는 코베 시내 전체 교통을 통제하고 보행자 천국으로 만드는
도시 최대의 행사였기 때문에, 자전거 역시 내려서 간신히 인파를 헤쳐나가야 했고, 당연히 노숙할 만한 장소따윈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호텔을 잡으려고 해도 이미 코베 시내 모든 호텔이 만실인 상황. 루미나리에를 보고 싶긴 해도, 자전거 세워두고 텐트 칠 장소도 없는 터라
아쉽지만 훗날을 기약하고 도망치듯 코베 시내를 빠져나왔던 기억이 있네요.
그 탓에 코베는 자전거 여행 중 별로 추억이 없는 도시라서, 이번에 한번 가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렇게 도망치듯 빠져나왔다는 일 자체도 소중한 추억이긴 하네요.
코베의 중심역인 산노미야(三宮)역에서부터 여기저기 걸어다니시며 엄니는 진짜 지진으로 쑥대밭이 난 곳이 맞나 놀라워 하셨습니다.
이미 지진의 참상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태고, 젊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는 점차 그 때의 악몽도 사라져 가고 있는 상황이죠.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콘크리트 건물처럼 쉽게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코베는 뭐, 자전거 여행 당시에도 별로 흥미가 없던 도시이기도 합니다.
코베 소고기가 유명하고, 차이나 타운이 유명하고 그렇고 그렇지만
도시 경관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저로서는 오사카와 크게 다른 점을 느끼기가 힘들었으니까요.
물론 파고들면 오사카와 다른 점도 많지만 이곳은 하루 이상 느긋하게 둘러볼 만한 구경거리는 별로 없는 곳입니다.
롯코산(六甲山)이라는 곳에 케이블 카를 타고 올라가 보는 야경은 훌륭하다고 정평이 나 있습니다만
오사카를 거점으로 저녁에 돌아가야 하는 여행길에서는 꽤나 힘든 여정이라 그건 산뜻하게 포기합니다.
산노미야 역에서 바다쪽으로 주욱 이어지는 넓은 대로는 플라워 로드라는 이름이 붙여져 있는데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정성들여 가꿔 놓은 꽃들이 안간힘을 다 하고 있어서 엄니가 매우 좋아하시더군요.
일본의 겨울 여행은 대부분 완전 남부 아니면 완전 북부로 갈라지는 경향이 있어서
중부지방인 코베는 생각만큼 여행객들의 모습이 많이 보이지는 않습니다.
길거리 걸어가다 보면 한국인 젊은 커플들의 목소리가 군데군데 들려오긴 합니다만.
빌딩 숲이라고 해도 확실히 한국과는 분위기가 다른 점이 있습니다. 그것도 유심히 살펴보면 좋은 여행거리이긴 하죠.
엄니께서는 적당히 주변 둘러보며 구경하시다가 이 주변에 큰 서점 같은거 있으면 나중에 들어가보자고 하십니다.
엄니 학교 선생님이 유아용 그림책을 부탁한 게 있어서, 그거 사 줄겸 손자 책도 하나 구경해 보려고 말입니다.
형수님이 일본어를 살짝 읽을 순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굳이 일본에서 그림책을 사 줄 필요가 있는가 의아하지만
엄니는 그냥 외국까지 왔으니 손자 선물 사 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설명을 하시더군요.
엄니께서는 제가 풍경을 찍던 엄니를 찍던 꽃을 찍던 그냥 갈 길을 가셔서
저는 엄니를 쫓아다니며 사진 담을만하다 싶은 녀석을 번개같은 순간에 캐치해서
촛점이 맞았는지 안맞았는지 확인도 못하고 그냥 후다닥 셔터 누르고 다시 발걸음을 옮기는 강행군을 해야 합니다.
아예 카메라를 가져 오지 않았거나, 스냅머신인 똑딱이를 가지고 왔거나, 최신 미러리스를 가지고 있었다면
그렇게 힘들어하지 않아도 될 문제였지만 저는 가난하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카메라가 벽돌만한 DSLR 과 방망이만한 렌즈밖에 없거든요.
이런 여행은 그리 자주 하지 않으니 참으면 될 일이지만, 역시 필요할 때 필요한 크기의 카메라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합니다.
코베에 오긴 했는데 조식을 든든히 먹어서 뭘 먹고싶은 생각도 별로 없고
도시 조성은 참 잘 되어있는데 그렇다고 딱히 유별나게 볼 만한 곳도 없어서
산책을 즐긴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이곳저곳 걸어갑니다. 그래도 하늘이 눈부시게 맑아서 그거 하나로도 만족.
공원같은 곳에 도착하자 수많은 방송 장비들이 바쁘게 뭔가 설치를 하고 있더군요.
뭘 하는가 궁금해서 주위를 슬금슬금 둘러보다가 늦게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엄니와 함께 여행하는 점에 신경을 쓰다 보니 완전히 잊고 있었는데
바로 다음 날인 1월 17일이 한신 대지진 19주년이었던 것이었죠.
추운 날씨에 그래도 외국 여행이라고 텐션을 좀 높여서 걸어가고 있던 엄니와 저는 잠깐 조용해졌습니다.
그래도 만약 내일 코베에 갈 예정을 잡아 놓았었더라면 이거보다 훨씬 더 어색한 기분이 되었을 테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은 했네요.
내일은 아마 여행객들이 이것저것 돌아보면서 웃고 즐기고 맛있는거 먹고 할 만한 기분이 아닐 것 같습니다.
일본 어느 도시를 가나 꼭 찍어보는 맨홀 혹은 소화전의 모습입니다. 관광에 조금이라도 신경 쓰면 꼭 재미있게 만들어 놓더군요.
코베는 좀 큰 도시라 그런지 지역별로 맨홀에 그려진 모습이 조금씩 다르다는 점도 재미있었습니다.
코베는 오사카, 쿄토, 히메지 등 굴지의 관광 명소에 포위되어 있는 도시라서 그런지
관광보다는 상업 중심의 도시이긴 합니다만, 항구로서의 기능이 뛰어나 서양 문물을 가장 빨리 받아들인 곳이라 그쪽 방면 볼거리는 좀 있습니다.
제가 일본에 본격적으로 여행 가기 전의 코베는 역시 NBA의 코비 브라이언트 선수의 에피소드로밖에 남아있지 않았죠.
코비 아버지가 코베에서 스테이크를 먹고 그게 너무 맛있어서 아들 이름을 코비라고 지었다고 합니다.
처음엔 대체 무슨 의도로 채워 놓은 것인지 궁금했던 자물쇠.
자세히 보니 체인을 고리에 둘러서 고정시켜 놓은 것이더군요. 왜 이런 방법을 썼는지 까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원래 혼자 여행가면 이런 '외국 관광'과는 전혀 관계없는 모습에 더 진지하게 카메라를 들이대는 편이지만
이런 사진 한 장 찍는 순간에도 엄니는 축지법을 구사하시며 계속 앞으로 전진하고 있어서
역시 남과 같이 가는 여행은 바쁘구나 싶더군요.
엄니는 제가 어디 가는줄도 모르는데 저보다 먼저 앞서서 걷고 있으니 참 신묘합니다.
해안가 쪽 거리는 서양식 석조 건축물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지금은 백화점이나 은행 등으로 쓰이고 있더군요.
한신 대지진 당시에도 콘크리트 건물이나 석조 건물은 별로 무너지지 않아서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듯.
점심시간이 다가와서인지 갑자기 건물들에서 양복입은 사람들이 우루루 쏟아집니다.
코베에서는 단연 코베 소고기가 유명하다고 하지만, 엄니는 먹는데 그렇게까지 집착하는 분도 아니고
조식을 든든히 먹어서 고기 먹고싶지는 않다고 하셔서 그냥 적당히 즐길만한 곳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제가 일본쪽은 워낙 편해서 여행 기분이 들지 않는 탓도 있지만
딱히 어느 지역에 왔다고 해서 꼭 가이드북에서 추천하는 지방 특유의 요리 등을 먹어야 한다는 강박 관념같은게 없습니다.
그래서 지역색이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그냥 먹고싶다는 느낌이 드는 것만 먹는데, 엄니는 어떠실지 모르겠네요.
거리 이름이 해안거리입니다만
아무래도 건축 양식등을 보면 서양 문물에 크게 영향을 받은 거리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겠더군요.
아무래도 실제 거주민들보다 저처럼 여행 관광 목적으로 온 사람들이 거리의 구석구석을 유심히 살펴보는 경향이 있으니
어디에서나 보이는 흰색 테두리에 푸른 색 철판으로 만들어 진 거리명 간판보다 이런 황동 간판이 훨씬 눈에 들어옵니다.
거리 자체가 옛 서양식 건물들로 이루어 져 있어서, 미관과의 조화를 생각해 만든 것이겠죠.
간판 하나가 인상을 깊게 만들 수도 있는게 여행이라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공무원들은 좀 더 머리를 굴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건축 양식 자체가 한국에서는 별로 좋은 기억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약간 기분이 어색하더군요.
며칠 전 서울 올라갔을 때도 여전히 구 서울역사의 모습은 묘하게 이질적이었습니다.
건축학적으로 의미는 큰 녀석들이겠지만 역시 일제시대의 잔재다 보니 좋게만 봐 줄수는 없는게 민족성이란 녀석일지도 모르겠네요.
조금 더 느긋하게 즐길 요량이었다면 저런 건물들 안으로 들어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겠지만
윈도우 쇼핑 같은 건 조금 더 몸이 지치고 나서 즐기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 일단은 계속해서 해안쪽으로 이동합니다.
해안쪽으로 다가오자 사정을 알고 있는 저에게는 참 씁쓸한 모습이 눈 앞에 드러나더군요.
한신 대지진 당시 전 세계에 지진의 참상을 단 한장의 사진으로 표현했던 그 녀석입니다.
지금은 국도 2호선으로, 여기서 좀 더 움직여야 한신 고속도로와 연결됩니다만, 그 모습만큼은 19년 전의 악몽을 으스름하게 간직한 듯 하네요.
당시에도 그랬고 지금도 코베 하면 어쩔 수 없이 맨 먼저 떠오르는 사진입니다.
코베는 수백 년 동안 고진도 지진이 일어나지 않은 안전한 지대에 속해 있었고
이 고속도로가 완성될 1960년대 중반까지는 진도 7.0 이상의 강진에 견딜 수 있는 기술이 없었죠.
다시 재건된 고속도로는 진도 7 이상의 강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재건 당시 이제 지진에서 안전하다고 자신감을 표하곤 했습니다만
20년도 채 지나지 않아 진도 9.0 이라는 인류 역사상 5번째로 강력한 지진이 토호쿠 지방을 강타해 버렸으니...
진도 7.2 였던 한신 대지진의 1000 배가 넘는 위력을 가진 녀석이 그렇게 짧은 시간에 동일 국가에서 일어난 점을 보면
코베의 지진 후유증과 불안감이 사라지기에는 아직 너무 이른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코베는 지진 이후 거의 디폴트 상태에 가까운 타격을 받았습니다만
세계 각지에서 엄청난 성금이 쏟아졌고, 그때까지는 부유했던 일본 정부의 국가 주요 정책으로 복구를 지원했기 때문에
지금은 일부러 기억하지 않는 한 그런 대지진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거의 느낄 수 없는 고도화 도시로 변신했습니다.
깊은 새벽에 일어난 지진이라 사상자가 6천여명 정도에 그칠 수 있었다는 점도 어찌보면 다행이고...
제가 고가도로를 보며 엄니에게 설명을 드리니 한동안 주위를 둘러보면서 정말 여기에 그런 지진이 있었던 거냐고 물어보시네요.
아주 작은 구역입니다만 한신 대지진 당시의 피해 상황을 그대로 남겨놓은 메모리얼 파크입니다.
제 설명을 들어도 실감이 나지 않던 엄니께서도 이 모습을 보시자 깜짝 놀라시더군요.
참상을 전하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더욱 비참한 구역을 남겨놓을 수도 있었겠지만
이 이상의 보존은 아마도 살아남은 코베 시민들의 가슴을 너무 아프게 만들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일본 소고기중 최고라는 코베 소고기를 스테이크로 즐기고
차이나타운의 흥겨운 호객행위와 맛있는 군것질거리를 즐기고
거대 백화점과 상점가들 사이에서 쇼핑을 즐기며 코베 타워에서 야경을 감상하는 그런 여행이라 하더라도
이 메모리얼 파크에서만큼은 그냥 웃고 즐길수 만은 없는 것이 코베라는 도시의 지워지지 않는 그림자라고 하겠죠.
굉장히 복잡한 도시이긴 합니다만, 이쪽 해안가로의 접근성이 좋은 편이라
주민들이 운동복 입고 조깅을 즐기는 모습이 자주 보입니다.
이 보존 지역만 없다면 아미 미국의 해안가 공원을 연상시키는 아늑한 모습에 가슴이 시원해졌을 것 같네요.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어도 나름 성공적인 복구가 이루어진 도시였기 때문에
매년 1월 17일엔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선 안된다고 촛불을 켜며 염원을 빌곤 했는데 말이죠.
이 비극은 끝난 것이 아니라는 공포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동일본의 대지진 때문에
이곳의 19주년 추모식은 더욱 숙연해 질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좀 더 깊게 따지고 들어가면, 외국인들이 이해하기 힘든 일본인들의 근본적인 정서적 차이가
수천년 가까이 계속되어 온 이런 자연 재해에서 오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인생관에 있어서 한국과 일본은 그렇게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정말 큰 차이가 있죠.
학문적으로 연구하기 전에는 좀처럼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차이 때문에 섣부른 판단과 추측이 어렵기도 합니다.
메모리얼 파크는 정말 산책하기 딱 좋은 아름다운 풍경으로 제 눈 앞에 나타나는군요.
코베가 대지진이라는 이름 하에서 어느 정도라도 벗어나려면 아직 수십 년은 더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풍경을 봐도 마음 속에는 항상 그 때의 고가도로의 모습이 떠오르니 말입니다.
해안가라서 빌딩들에게 방해도 받지 않고 하늘은 눈을 못 뜰 정도로 화려합니다.
코베에서 건진 가장 큰 볼거리가 이 시간대의 하늘이었다는 생각이 들어도 과하지 않겠더군요.
엄니는 벤치에서 잠깐 쉬도록 하고 자판기에서 따듯한 콘스프 하나 뽑아왔습니다.
음료수를 마시지 않는 엄니는 처음에 얼굴을 찡그렸지만, 그게 음료수가 아니라 따뜻한 옥수수 스프라는 사실을 알고 나니
씨앗 하나 빠트리지 않고 쪽쪽 다 드시더군요. 저도 한모금 얻어마시려고 했는데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추운 초겨울까지 자전거 여행을 할 때, 자판기의 콘스프는 저한테도 큰 도움이 된 녀석이었죠.
아마 혼자 온 여행이었다면 이곳에서 최소 한두 시간은 하늘을 바라보며 즐기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콘 스프에 힘을 얻은 엄니는 제가 사진 좀 찍고 있는 와중에 다시 저 멀리 출발해 버리시는군요.
하긴 엄니 가이드 역할로 온 것이라 사진을 너무 찍어댈 필요는 없으니, 사진보다는 엄니 꽁무니를 쫓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도 이 날 코베의 하늘은 정말 담아내는 실력이 부족한 것을 아쉬워 해야 할 정도로 대단해서
천천히 셔터 찬스를 기다려도 안타까울 판에 엄니가 계속 이동하셔서 그냥 대충 담아버릴 수 밖에 없다는게 조금 아쉽긴 했죠.
해안가 공원에는 코베 포트와 해양 박물관, 쇼핑몰 등 그럭저럭 볼 만한 것들이 꽤나 있습니다.
엄니는 해외여행 경험이 워낙 풍부해서... 안 가본 대륙이 아프리카와 남미, 호주 정도밖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죠.
그래서 여행사 따라가면 꼭 들어가게 되는 각종 박물관이라던가 수족관이라던가 하는 데는 별로 관심이 없는 듯.
그래서 이곳 박물관들도 그냥 산뜻하게 패스하기로 하고, 신기한 건물 외관이나 사진으로 담아보고 있습니다.
지면에 떨어져 짜부가 된 롤케이크 처럼 생긴 저 건물은 해안가 호텔입니다.
제가 돈이 많았으면 저런 곳에서 하룻 밤 묵을 수 있었을 텐데 하고 자괴감에 빠지니 엄니가 피식 웃으시더군요.
뭐, 사실 일박 하는 것은 문제도 아니지만... 엄니나 제 성격상 저런 데서 자 봤자 어차피 저녁에 잠만 자는데 돈 아깝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을 터이니.
원래 이쪽은 밤에 포트 타워를 올라가 야경을 즐기는 게 여행의 기본 코스로 알려져 있는데
시간이 남아서 그냥 낮에 한번 둘러보려 왔던 곳이, 찬란한 하늘 덕분에 그래도 가슴 시원하게 만들어 줘서 좋았습니다.
엄니는 추위에 약해서 빨리 이동하자고 계속 신호를 날리고 계셨지만, 전 찬바람을 좋아하는 터라 조금씩이라도 시간을 끌고 있었죠.
산노미야 역에서 이곳까지는 그렇게까지 가까운 거리가 아니라서
아침부터 지금까지 전철 약 4코스 정도의 거리를 도보로 이동하고 있었죠.
저는 중간중간 엄니한테 어디 들어가서 쉬거나 버스타고 이동하지 않겠냐고 물어봤지만
겨우 한두 코스 이동하는데 뭔 버스냐고 계속 걸어가시는 바람에 조금 걱정도 되었습니다.
날씨도 춥고 하니 배가 많이 고프진 않지만 근처에서 휴식과 식사를 겸할 수 있는 곳을 찾아보기로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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