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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자/北海道'에 해당하는 글들

  1. 2009.09.07  홋카이도(北海道) 여행기 4편 - 후라노(富良), 비에이(美瑛) 下 13
  2. 2009.09.06  홋카이도(北海道) 여행기 3편 - 후라노(富良), 비에이(美瑛) 上 6
  3. 2009.09.04  홋카이도(北海道) 여행기 2편 - 오타루(小樽), 삿포로(札幌) 9
  4. 2009.08.21  홋카이도(北海道) 여행기 1편 - 삿포로(札幌)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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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라노의 하늘은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하늘이더군요.
작렬하는 사하라 사막의 하늘은 뭔가 삶의 의지를 일깨워주는 그런 하늘이었는데 말입니다(땡볕에 있으면 죽는다는 실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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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도 먹었겠다. 다음 목적지인 비에이(美瑛) 출발 시간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어서 느긋하게 특산품 상점도 둘러보고 산책합니다.
후라노쪽에서 라벤더 말고 유명한 것이라면 메론을 들 수 있을지도.
원래는 유바리(夕張) 메론이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데, 후라노도 그곳과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메론재배가 활발한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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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입장료를 받는 꽃밭이지만 버스투어에 비용이 포함되어 있어서 그냥 들어가 봤습니다.
꽃밭 주위를 천천히 도는 열차는 여기서도 유료지만 든든한 두 발이 있는데 굳이 탈 필요는 없었네요. (실제로 저거 타야할만큼 크진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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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형색색의 꽃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라벤더 꽃을 제대로 구경하지 못한 분풀이를 여기서 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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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곳에서 꽃에 둘러싸인 부모님 사진도 한 장 찍어드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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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솟아오른 전망대까지 느긋하게 꽃 구경하며 거닐었습니다.
누가 일본인 아니랄까봐 항상 일본인 관광객들은 집합시간보다 5분~10분 일찍 모이길래 시간이 아슬아슬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비싼 돈주고 구경하는데 약속에 늦지만 않으면 되겠지 싶어서 아슬아슬할 때 까지 구경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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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말하는 거지만 꽃사진은 찍을때도 좋고 볼때도 좋아요. 천연 모델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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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정열의 단독샷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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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떼거지샷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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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가끔은 쓸쓸해 보이는 샷도 꽃들은 전부 소화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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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보지 않는 해바라기는 뭐라고 할까요... (이게 츤데레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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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밭을 산책하시는 부모님 모습이 보기 좋았네요.
역시 사람은 꽃과 풀과 숲이 있는 곳에서 동물과 함께 살아야 사람다운 거라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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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관광용으로 재배하는건지는 모르겠지만 참 가지런하게도 키운다 싶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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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슬슬 시간도 되었고 하니 여행의 마지막 코스인 비에이를 향해 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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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이는 후라노보다 더 시골틱한 곳으로, 관광 시설이랄까 그런 장소 자체가 별로 없습니다.

원래 비에이는 자전거를 빌려서 하루 날잡고 코스를 돌아보는게 정석인 곳이라, 버스를 타고 찾아가서 구경할만한 스팟은 그리 많지 않죠.

작년 자전거 여행땐 추위가 느껴지는 늦가을 (홋카이도에서는 겨울이나 마찬가지)에 왔던 터라 여기서 한가하게 투어링 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단지 최북단을 향해 미친 야수처럼 헥헥거리며 달렸던 때라, 이렇게 엘레강스하고 앙뉘한(?) 여행을 즐기진 못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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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도 촉박한게 버스투어란 것이니, 비에이는 그냥 요런 곳에서 차 세워놓고 잠시 숨돌리는걸로 끝입니다.
물론 버스안에서도 일본같지 않은 전원풍경을 감상하는건 가능하죠.
가이드 분의 말로는 비에이 근처에서 무슨 영화를 찍는 바람에 관광 스팟이 하나 생겼다고 하는데, 제가 아는 영화가 아니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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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라노와 비에이는 서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풍경이 확 바뀐다던가 하진 않지만
자세히 보면 은근히 느낌이 다르긴 하더군요.
그저 경치만 느긋하게 바라보는 여행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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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소 하나 덩그라니 있는 황량한 곳이지만 이런 센스도 발휘해 놓았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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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이 확 트인 곳이라 어디서 찍어도 인물사진이 잘 받는듯한 착각에 빠지게 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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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라노에서부터 참았는데, 투어 마지막이라니까 결국 참지 못하고 라벤더향 소프트 아이스크림 하나 입에 물었네요. ㅡㅡ;
확실히 라벤더향이 나긴 합니다. 감동할만한 맛은 아니지만 특산품이라는데요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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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경치좋은 곳입니다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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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가 애초에 일본 본토와는 굉장히 이질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긴 한데
그 중에서도 후라노와 비에이는 꽤나 유럽풍의 전원 분위기를 은근슬쩍 풍기는 듯 하네요.

사실 홋카이도의 자연이란 이런 게 아니라, 좀 더 거칠고 황량하고 고독하면서도 생명력 강한 야생의 무엇이라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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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삿포로로 돌아와서 저녁식사하러 나갔습니다. 가는 길에 홋카이도청 구 본청사에 잠시 들렀습니다.
1888년에 세운 네오바로크 건축 양식이라 건물 자체가 삿포로의 역사를 보여주는 곳이죠.
옆에는 조그만 연못이 있어서 시민들이 맥주 파티를 벌이는 중이었습니다.

삿포로는 여름엔 맥주, 겨울엔 얼음축제로군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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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은 창업 40년이 넘은 라멘집 타이코우(大公)에서 먹었습니다.
하지만 예상했던대로 짠 음식을 싫어하시는 어머니는 아주아주 질색을 하시더군요.

전 라멘을 워낙 좋아해서 작년 자전거 여행때도 하루 한끼는 꼭 라멘을 먹을 정도였는데
일본 라멘의 진한 국물을 도저히 좋아하실수 없는 엄니였습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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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는 뭔가 유명한 사람들의 사인이 걸려있었는데
사실 요즘 삿포로역 옆의 라멘공화국이나, 유명한 라멘요코쵸(ラ-メン橫丁)에 비해 특출난 맛은 아니었습니다.

저 혼자 왔다면 아마 매일 점심마다 맛있는 라멘 찾아다느라 정신이 없었을텐데... 어머니께서 질색하시니 그건 다음 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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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길에 아버지께서는 다시 츄오도리에서 열리는 맥주축제에 발걸음을 옮기셨습니다.
밤에도 여전히 사람은 많더군요. 3~4명이서 5L 짜리 거대 생맥주 통을 놓고 마시는 모습을 보니 이쪽 사람들도 한가닥 하는듯.
홋카이도가 원래 본토에 비해 강인하고 남성적인 분위기를 많이 풍기는 곳이라, 술마시는 모습도 좀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내일도 버스표 끊어서 떠나야 하는 일정입니다. (가이드 투어는 아니고 제가 직접 가이드해서)
마지막 날은 아침에 산책할 시간말고는 없는 빠듯한 일정이라 사실상 마지막 관광이 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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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에 미리 예약해놓은 투어 버스를 타고 후라노로 출발했습니다.
외국인을 위한 라디오 설명 버스투어가 있길래 부모님께 도움이 될까 싶어서 신청했죠.

후라노나 비에이는 개인이 느긋하게 즐기려면 개인 교통편을 가지고 가거나, 그 근처에서 1박이 필요한 지역이라
그럴 여건이 안되는 우리 가족은 새벽에 출발해서 저녁에 돌아오는 간단 투어를 선택.

원래는 이런 투어 잘 안하지만 한국어 설명도 있는 특이한 투어인데다, 지역적으로 저보다 투어가이드의 설명이 더 알찰 것이라는 판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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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라노로 가는 도중, 우리 버스 앞을 나란히 지나가던 미니 쿠퍼 3대가 휴게소에서도 서 있더군요.
명백하게 이탈리안 잡을 패러디한거라 믿습니다. ^^
제가 아주 좋아하는 자동차이고, 실제로 자동차를 살 생각은 없지만 꼭 사게 된다면 이녀석을 사고 싶네요.

드라이버들이 없어서 물어보질 못했네요. 인사하고 사진 한 장 찍었으면 재미있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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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라노는 인구 7만이 안되는 농촌이지만 요즘 들어 유명해진건 역시 여름에 절정을 이루는 라벤더 농장 때문이겠죠.
연간 200만에 가까운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라벤더 농장은 사실 30~40년 전만 해도 홋카이도 중남부 전역에서 광대하게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기가 급격하게 시들고 라벤더 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어 대부분의 농장이 사라져 버렸는데, 이곳 후라노만이 남아서 계속 그 명맥을 유지한 결과
지금은 일본에서 '라벤더'하면 무조건 후라노를 떠올리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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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말 불행히도 라벤더꽃은 7월 말까지가 절정을 이루는터라, 제가 도착한 8월 9일엔 이미 대부분의 라벤더꽃이 저버린 상태였습니다. ㅡㅡ;

첫 번째 사진이 사실은 라벤더 밭입니다. ^^; 꽃이 없어져 버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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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처럼 아쉽게 라벤더를 놓쳐서 아쉬워 할 관광객을 위해 조금의 라벤더와 다른 몇몇 꽃들이 아직 피어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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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후라노의 토미타 농장은 기온이 34도였습니다. ㅡㅡ;
원래 쾌적한 여행을 즐기려면 여름엔 홋카이도, 겨울엔 오키나와가 일본 여행의 정석이었는데... 무서운 지구온난화입니다.

그래도 사람은 꽤 많더군요. 날씨가 너무너무 더워서 느긋하게 둘러보기도 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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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함을 찾아서 근처의 특산품 센터로...
물건 사고싶게 만드는 능력 하나는 좀 배워야 할 것 같더군요. 분위기도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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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장식도 지역적 특색을 잘 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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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이 지역에서 직접 만든 토산품들. 거기다 온천지에 전부 라벤더 관련상품이네요. ㅡㅡ;
밖에서는 라벤더향 라무네(사이다같은 음료수), 라벤더맛 소프트크림 등등이 팔리고 있고.
저 유리잔들은 차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지나치기 힘든 유혹이었지만 예산부족으로 간신히 참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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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건 아니지만 지하 60m 에서 솟아나온다는 물도 좀 신기했습니다.
마시는 식용수는 아니라고 적어놨지만... ㅡㅡ; 시원하긴 무지하게 시원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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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모든 라벤더가 전멸한 건 아니더군요. 아직 남아있는 라벤더 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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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데리고 산책나오신 분도 있더군요. 좀 찍어도 되냐고 하니 흔쾌히 승락해주셨는데, 이녀석은 주인이 놀아주려는 줄 알고 미친듯이 몸을 흔들어대서...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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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살고 싶어하는 풍경이 그대로 펼쳐진 곳이라 가만히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물론 이것보다 더 살고 싶은 풍경은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의 집이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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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가이드투어의 단점인 시간 제한때문에 오래 있진 못했지만
날씨가 너무 더워서 긴 범위를 걸어서 이동하기도 힘들고, 적당히 둘러볼건 둘러봤다고 생각하기에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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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도 제공되는 투어라서 밥 걱정은 없습니다. 걱정과는 달리 꽤나 괜찮은 재료로 만든 요리가 나오더군요.
좀 짠편이긴 했지만 재료도 신선하고 가격대로는 충분히 만족할만 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여기서도 생맥주 주문해 달라고 하셔서 제가 기분이 팍 상했지만.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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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흐리멍텅한 하늘을 바라볼 때 머릿속에 갈망하던 광경을 실제로 보고 있으니 역시 전 도시 체질은 아닌것 같더군요.
도시에서도 적응은 잘 하는 편이지만, 그곳에 계속 있으면 자신이 점점 흐리멍텅해지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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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곳에서는 포기해야 할 것도 많지만
분명히 그만큼 얻는 것도 있겠죠.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는 개인의 선택.
뭐, 기술이 발달할수록 이런 시골도 편의성 면에선 큰 이득을 보고 있으니 딱히 문제될 건 없지만.
문제의 본질은 편의성이 아닌 '흐름'에 뒤쳐질지도 모른다는 상대적 초조함 때문이겠죠. 현대는 조급증 환자들의 시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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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가치도 남하고 비교우위에 있지 않으면 불행함을 느끼는 병적인 사람들이 많은 시기라서
아마 이런 곳에서 살고 싶다고 하면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 녀석으로밖에 취급을 못받을듯.
제가 그런 말 하면 언제나처럼 돌아오는 말은 '뭐해서 먹고 살래?' 입니다.

딱히 대답해주고 싶은 말이 없네요. ㅡㅡ;


후라노, 비에이편은 사진이 많아서 다음 편에 나눠서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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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여행 둘째날은 삿포로에서 그리 멀지않은 오타루(小樽)로 결정했습니다.
4박 5일의 일정으로 여행사 패키지처럼 하루종일 차타고 여기 30분, 저기 30분 돌아다니는건 굉장히 싫어하는 편이라
둘러보는 장소 수를 줄이더라도 그냥 맘편하고 느긋하게 돌아다니기로 한 터라
이번 여행으로 부모님께 홋카이도의 유명한 곳을 여기저기 보여드리기는 어렵지만
(덤으로 여행경비도 많이 잡지 않아서 호화스럽지도 않지만)
그냥 홋카이도가 어떤 곳이라는 정도만 느끼게 해 드리고 싶더군요.

오타루는 홋카이도 최초의 상업항구로서, 삿포로와 이시카리(狩)의 발전에 큰 공헌을 한 도시입니다.
러시아와의 교역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으며 그 때문에 공장도 많이 세워졌는데, 지금은 그 공장들이 관광자원으로서 활용되고 있죠.

오타루 하면 떠오르는것이 운하와 초밥입니다. 요즘엔 운하 하면 반사적으로 치가 떨리지만 이곳 운하는 정말 아담한 것이, 요즘 와서 보면 처음부터 관광을 위해 지어진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기자기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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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쓰이지 않는 홋카이도 최초의 철로.
홋카이도는 일본 내에서도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곳이라 (원주민들의 역사는 제외하고) 딱히 문화적 가치를 크게 지닌 곳이 많진 않지만
비싼 돈 주고 외국까지 나가서 관광을 하다보면 별 것 아닌 데서도 기념으로 사진을 찍곤 하죠. ㅡㅡ;

일본문학을 공부했던 제 입장에선
오타루역 앞에 있는 이시카와 타쿠보쿠(石川 啄木) 기념 문구쪽에서 더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26세의 짧은 나이로 극도의 가난 속에서 생을 달리한 천재 시인이 저한테 남긴 영향은 꽤나 컸죠.
동양의 랭보라고 부르면 애국심 투철한 몇몇 사람들이 반기를 들고 일어날 테지만 제 생각은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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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렇다치고
오타루 운하는 그리 길지도, 넓지도 않지만 주위의 서양식 건축물들과 잘 어울려서 산책로로는 아주 딱인 느낌이더군요.
겨울엔 운하 주변에서 얼음축제도 열린다고 하는데 이미 미쳐버린 홋카이도의 여름 날씨는 30도를 가리키고 있어서 양지에선 가만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흐릅니다.
습기가 적은 곳이라 그늘에선 금새 시원해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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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하 주변엔 인력거가 줄을 서서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 멀리 남쪽의 쿄토에서부터 여기까지 인력거로 관광객을 유혹하는건 똑같더군요.
돈도 비싸고, 저같은 2인분 덩치가 저기 타는것 자체가 저분들한테 미안한 느낌이 들어서 타는건 포기. ㅡㅡ;
여성 인력거꾼도 있던데 참 대단합니다. 저거 보통 힘든 일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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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하는 그냥 경치 구경하는걸로 만족하고 오타루에 온 주 목적인 '맛있는 먹을거리'를 찾아서 거리를 배회합니다.
홋카이도에서도 일본색이 안느껴지기로 유명한 곳이라, 건물들이 대부분 서양식으로 세워져 있어서 그냥 잘 계획된 관광지를 둘러보는 느낌이네요.

초밥이 유명한 오타루지만, 그 유명세때문에 오히려 별 것 아닌 초밥집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어서 굳이 이곳에서 초밥을 먹진 않을 계획이었습니다.
미리 찾아보고 간 맛있는 초밥집은 공교롭게도 휴일이라... 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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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오타루까지 왔는데 유명한 관광 명소 한곳쯤은 둘러보고 가야 겠죠. 오르골로 유명한 오타루 오르골 당(小樽オルゴ-ル堂)입니다.
유리공예와 오르골로 유명한 곳인데, 저렴한 여행선물에서부터 고가의 고급 오르골까지 다양한 종류가 구비되어 있습니다.
물론 본인 쓸 돈도 간당간당한데 남한테 줄 선물 살 여유는 없었죠.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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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토에선 툭하면 사진 찍지 말라고 핀잔을 먹은 터라 (가게 밖에서 찍으려는데도 막아서는 인간들... ㅡㅡ;)
좀 걱정했었는데, 직원한테 물어보니 마음껏 찍어도 된다고 해서 안심했네요.
구매욕구를 자극하는 공예품들이 주르륵 널려있습니다.
엄니께서는 '애라도 있으면 몇개 사가겠는데' 하시더군요.
애한테 오르골 주면 금새 부숴먹을텐데...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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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구려 오르골은 굳이 이런 곳에서 구입할 필요도 없겠지만
2~3만엔이 넘어가는 오르골 부터는 음의 청명함이 확 차이가 납니다.
10만엔이 넘어가는 오르골도 있었는데, 가게 안이 시끄러운지라 소리 확인을 제대로 못했네요.
전 오르골 소리를 참 좋아하는터라 자금이 빵빵하면 고급으로 한개 가져오고 싶었지만 덧없는 꿈. 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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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를 겸한 소품용 오르골들도 물론 고가의 제품은 음색이 깨끗하지만
실제로 음에 중점을 둔다면 이런 작은 오르골보다는 드럼이 큰 오르골이 좋습니다.
음역도 늘어나고 음악의 길이도 길어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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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 좀 하고 걷다보니 오타루역과는 너무 멀어져 버려서 (날씨가 더워서 걷기도 귀찮더군요) 미나미오타루(みなみ)역에서 전철을 타고 다시 오타루 역으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미나미오타루역은 한적하기 그지없는 시골역이더군요.
그 시끌벅적한 오타루쪽에서 한 정거장밖에 안 떨어져 있는데 금새 나타나는 이런 광경이 신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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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루역 주변에서 잠시 주변을 둘러보고 별 것 아닌 소바 한그릇 먹고 삿포로의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초밥을 먹지 못한건 아쉽지만 오타루의 이름값을 빌린 별 것 아닌 초밥을 먹는것도 마음에 안들어서.
하지만 착실히 전리품은 챙겨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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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최고의 초콜릿, 케이크 전문점인 르 타오 (Le Tao)에서 파는 더블 포마쥬 치즈케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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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보다 홋카이도에 관광온 내지인들이 더 열광한다는 홋카이도 한정 특산 감자스낵 '자갸폭클'(じゃがポックル) 을 손에 들고 돌아온 것이죠.
홋카이도산 감자와 오호츠크해의 천일염으로 만든 최고급 감자스낵인 쟈가폭클은 가격이 만만치 않지만 이거 먹으면 다른 감자스낵은 비려서 못먹습니다.
여담으로, 폭클이란 단어는 홋카이도의 토속 요정의 이름이라고 하더군요.
외국 관광객은 공항 면세점에서 쉽게 살 수 있기 때문에 오늘은 한 상자만 사서 맛봤습니다.
오타루의 가게에서 4개 남은 쟈가폭클중 하나 구입 후 10분쯤 뒤에 돌아오니 매진되고 없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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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이 하루밖에 안되는 더블 치즈케익이라 여기서밖에 먹을 수 없는 아이템.
Le TAO 라는 브랜드는 오타루를 거꾸로 읽어서 만든 이름이네요.
무료시식으로 주던 초콜릿도 맛있게 먹었고, 삿포로에 도착하니 적당히 녹은 치즈케익의 농후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오타루에서 그닥 맛있는 음식을 먹지 못했기에
그리고 술이 고픈 아버지를 위해서 오늘 저녁은 삿포로의 명물인 징기스칸으로 결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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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자전거 여행때도 갔었던 삿포로 맥주공원(サッポロビ-ル園)으로 출발.
1인당 3천엔 중반의 가격으로 2시간동안 양고기 징기스칸과 맥주, 음료를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는 곳입니다.
원래는 맥주 박물관에서 삿포로 맥주의 역사와 특징을 주욱 둘러보고 옆의 홀에서 음식을 먹지만
시간도 좀 늦었고, 목표는 맥주 설명따위가 아닌 음식이었기 때문에 바로 가든 홀로 입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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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으로 따지자면 삿포로 시내의 징기스칸 전문점이 더 낫다고들 하지만
싱싱한 삿포로 생맥주가 무제한으로 나오는 이점때문에 이곳을 포기하긴 힘들더군요.
작년의 자전거 여행땐 하루 1천엔 정도의 식비를 가지고 거지처럼 생활했기 때문에
삿포로 도착해서는 체력을 좀 비축하고 떠나야겠다는 생각에 큰맘먹고 이곳에서 한끼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혼자서 저런 양고기 7접시를 먹어버렸으니 지금의 제가 생각해도 참 할 말이 없네요. ㅡㅡ;
(이번에 울 가족 3명이서 다 함께 먹은게 7접시였으니 그때의 전 굶주림에 눈을 부라리는 야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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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마구 먹고 다 떨어질 때쯤 되면 알아서 종업원이 찾아와 더 드시겠냐고 물어봅니다.
거리낄 것 없이 마구마구 먹어줍니다. 생맥주와 함께 먹으면 그야말로 지상천국입니다.
(배고플때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각인되어서 그런지 저한테는 더 각별하게 다가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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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맥주 한잔도 마실까 말까 한 저지만 이곳에선 그런거 없습니다.
좋아하는 흑맥주를 2잔씩이나 마셔가며 정신없이 고기를 입에 집어넣었네요.
아버지께서도 물론 원없이 마시셨습니다. 가끔 고기보다 맥주가 메인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오타루에서 맛있는 음식 안먹고 참은 보람이 있었던 저녁식사였습니다.
매 끼 비싼 음식을 먹을 예산은 안되는 터라 역시 맛있는 음식은 하루 한 끼 정도로 제한하는게
역경을 딛고 일어날 때의 보람(?)을 느끼게 하는 맛이 있네요.

내일은 좀 더 홋카이도적인 곳을 보려드리려고 후라노(富良), 비에이(美瑛)를 갈 예정입니다.
밤에 TV를 틀어보니 제 학생시절 유명했던 사카이 노리코(酒井法子씨)가 마약을 복용한 혐의로 지명수배가 내려졌더군요.
남편과 함께 복용한 의혹을 받고 있는데, 남편은 잡혔고 노리코씨는 종적을 감췄다고 합니다.
힘들게 살아오다가 인생 역전에 성공한 인물로 알려져 있던 사람인데, 참 서글픈 현실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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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생신 기념으로 아버지 후원으로 홋카이도 여행을 갔습니다.
사실은 가족들 모두가 여행을 워낙 좋아해서 일단 여건만 되면 어디로든 뜨느라 바쁘네요.
형님부부도 9월에 이탈리아쪽 간다고 하고... 결혼 2년차에 해외여행 도대체 몇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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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札幌)역에서 엎어지면 2분거리 비즈니스 호텔 잡아놓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작년 자전거 여행할때 애용했던 저렴하고 시설좋은 전국 체인이죠.
일단 첫날은 멀리 나가기도 뭣하고 해서 삿포로 시내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삿포로 시내의 중심점 역할을 하는 오오도리 공원(大通公園) 쪽으로 터벅터벅 걸어가니 이곳은 맥주축제가 한창이더군요.
여름엔 맥주축제, 겨울엔 얼음축제로 조용할 날이 별로 없는 공원입니다.
계획도시인 삿포로는 이곳 오오도리공원의 TV탑을 기준으로 해서 바둑판 모양으로 길이 배열되어있어
동서남북만 한자로 읽을줄 알면 길을 잃을 염려가 없는, 관광하기 편한 곳입니다.
아직 술 마시고 퍼질러지기엔 이른 시간의 평일이라 한산하다 싶었는데, 시간 조금 지나보니 오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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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의 명물 중 하나인 TV탑이 나오게 부모님 한 컷.
삿포로 사진은 작년에 자전거 여행하면서 많이 찍었기 때문에 그것과 같이 올리면 좀 더 풍성한 설명이 가능하지만
언젠간 그것도 따로 포스팅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냥 이번에 찍은것만 올리기로 합니다.
보통 8월 삿포로의 평균 기온은 21도 정도였는데, 요즘은 온난화가 진행되어서 이 날의 최고기온은 28도... ㅡㅡ;
이상 저온현상이 계속되던 대구보다도 더운 날씨였습니다. 이제 홋카이도가 춥다는 말도 옛 추억인듯.
(하지만 작년 자전거 여행땐 정말 무지하게 추웠는데 말이죠. 10월 중순~하순인데 얼어죽는줄 알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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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아버지 덕분에 앉아서 닭꼬치와 함께 한 잔 했습니다.
제일 근처에 있던 부스가 산토리라서 삿포로 와서 처음으로 산토리 맥주를 마시게 됐군요.
전 흑맥주를 좋아하는터라 한 잔 시켜서 엄니와 함께 나눠마셨습니다.
서빙하는 점원들은 정신없이 바쁘고 여기저기 마이크에서 뿜어나오는 고음의 진행자 목소리 때문에 축제분위기는 물씬 풍기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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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마시려고 하는 아버지를 말리면서 오오도리 공원을 주욱 둘러봅니다.
아버지께서는 본인만 인정 안하실 뿐 명백한 알콜중독으로, 어디로 가든 여행보다 술이 앞서는 분이라
마시고 싶은만큼 마시게 두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뻔할 뻔자여서, 저녁식사때 많이 드시라고 하고 발걸음을 제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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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도리 공원은 시계탑에서 서쪽으로 길게 뻗은 삿포로 최대의 공원입니다만
일본의 내로라하는 맥주회사들이 총출동한 축제라서 그 규모가 상상을 초월하더군요.
산토리, 기린, 아사히, 삿포로 등의 부스에서 각각 독특한 케이스에 맥주를 담아서 팔고 있었습니다.
제가 여기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자리 여유가 충분했지만 20~30분 만에 사람들로 꽉꽉 차버릴 정도였죠.
한 부스당 좌석이 1000개는 족히 되어 보였지만 자리가 없어서 잔디에 앉아서 마시는 사람도 많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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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삿포로에서는 삿포로 맥주밖에 마셔본 적이 없어서... ㅡㅡ;
아버지께서 눈을 반짝이셨지만
어차피 내일 예정되어 있는 삿포로 맥주공원에서 양고기 징기스칸과 함께 맥주도 무제한 제공되기 때문에 그냥 넘어갔습니다.

날씨도 덥고 여행 첫날이라 좀 피곤하고 해서 저녁을 좀 일찍 먹기로 했습니다.
특히 일본어를 할 줄 안다는 이유로 가이드역을 맡은 저로서는 여행사 직원처럼 정해놓은 플랜 정리하느라 마음의 여유가 없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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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먹으러 가면서 살짝 길을 돌아 삿포로의 유명한 시장 거리인 타누키 코지(貍小路) 도 슬쩍 둘러봤습니다.
돔 형식으로 된 아케이드 상가인 이곳은, 지금은 홋카이도 역 주변과 스스키노에 밀리는 감이 없지 않습니다만
여전히 맛있는 요리점과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남아있는 곳입니다.

참고로 타누키란 사진 위에 보이는 저 너구리를 뜻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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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첫날이라 좀 고급 음식을 맛보고자 해서 찾아간 곳은 스스키노(すすきの) 거리였습니다.
스스키노는 한국의 명동, 도쿄의 긴자 거리와 비슷한 삿포로 최대의 환락가입니다.
왠만한 호텔과 음식점은 삿포로역 주위와 이곳 스스키노에 거의 다 몰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오늘 저녁은 옛 영화동호회 지인분의 친구분이 추천하셨던 일식전문점 이소킨 쿄쿄오부 에사치코우(磯金 漁業部 枝幸港) 에서 먹기로 결정.

홋카이도에선 게 요리를 먹는게 정석이라지만, 포항, 영덕에서 맛있는 게를 어릴적부터 많이 먹어온 터라 굳이 여기서 비싸게 먹고 싶은 생각도 없었고
실제로 홋카이도의 게가 맛있는 제철은 겨울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여행에서 게요리는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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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을 하고 가지 않아서 조금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2시간 후에 오는 손님방이 남아있으니 그때까지 식사를 마칠수 있다면 괜찮다고 하길래 승락했네요.

작년 자전거 여행땐 항상 배고픈 거지처럼 돈을 아꼈으니 이런 좋은 음식점엔 들어가 본 적도 없는 고로,
음식량이나 맛 같은것도 잘 모르는 터라 그냥 주인장 추천 코스요리를 부탁했습니다.
술은 추가요금을 내면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었지만 이곳에서는 양보다는 질이라는 컨셉으로 나가기로 하고
이 집에서 가장 추천할 수 있는 일본주를 부탁했습니다. 무시할 수 없는 가격이었지만 이런 곳이 아니면 언제 맛볼까 하는 심정이었네요.

맥주 한두 잔이 한계인 저한테는 상당히 독한 도수였지만 목넘김도 부드럽고 입안에 은근히 풍기는 씁쓸한 향이 나쁘진 않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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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요리 첫번째는 전체 3종류로, 오징어절임, 소고기 로스 타타키(ロースのタタキ), 크림치즈 훈제연어말이입니다.
타타키는 겉만 살짝 구운 요리를 말하는데, 보통은 참치 등 어류의 요리방법이지만 소고기에도 적용을 시켰더군요.
입맛을 돋구는데 적당한 요리들이었네요. 오징어절임은 술안주로 좋을것 같아서 남겨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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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본격적으로 먹어봅시다. 이번 요리는 사시미 후나모리(刺身舟盛り)입니다. 한국어로 하자면 '배모양 접시에 올린 회' 정도 될까요.
참치, 꽁치, 고등어, 새우, 조갯살 등이 올라와 있습니다.
한국서는 상당한 고급 일식집이 아니면 보기 힘든 신선도였네요. 삿포로에서도 유명한 집이라 확실히 요리에 확신을 가지고 있을 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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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이라는 시간 제한 때문이었는지 요리 나오는 속도가 좀 빠르더군요. 회를 반도 못먹었는데 여름야채 조림이 나왔습니다.
전부 홋카이도산 야채를 사용했다고 자랑하는데 야채엔 그닥 관심이 없는 타입이라 그냥 입에 집어넣기만... ㅡㅡ;
일본 요리가 전체적으로 짠 맛이 강한편이라, 집에서 대체로 싱겁게 먹는 저희 가족 입맛엔 조금 부담이 되긴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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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모르는 정체불명의 고기인데, 살코기가 반, 알이 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뱃속에 큼지막한 알이 가득가득 들어있었습니다.
알이 제가 먹어본 것중 가장 탱탱하고 단단해서 한알 한알 이빨로 꼭꼭 터트려 먹지 않으면 잘 씹히지 않을 정도였네요.
여기까지만 먹어도 상당히 배가 부른데, 코스요리가 아직 4개나 더 남았다는게 놀라웠습니다.
일식집에서 배불리 먹을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코스요리의 양이 이렇게 많을줄은 몰랐죠.
그래도 제 돈주고는 쉽게 먹을 수 없는 고급요리라 각오를 단단히 하고, 바지의 지퍼를 풀고 다음 요리를 기다렸습니다.

* 다행히 메뉴가 적힌 쪽지를 한국에 들고와서 지금 다시 확인해봤습니다. ハタハタ(하타하타)란 녀석인데 이건 한국의 '도루묵' 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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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소스로 맛을 낸 닭날개입니다. 이것 역시 조금 짠 편이라 먹으면서 오늘 푹푹 붓겠구나 싶더군요.
일정 레벨 이상의 닭을 사용하면 당연한 거지만 속살에도 비린내 없이 깔끔한 육질을 자랑했습니다.
한국서 7~8천원짜리 싸구려 프라이드 치킨은 속살 뜯어보면 비린내가 확 퍼지는게 가끔 끔찍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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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는 포만감을 넘어 터질려고 하는데 아직도 음식은 계속 나옵니다. 버섯과 조갯살을 넣어 볶은 밥.
배가 그렇게 불러도 남기기는 아까울만큼 맛있었습니다. 고소한 버섯과 조개향이 어우러져서 최고!
이건 나중에 집에서도 한번 해먹어 보고 싶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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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서는 진작에 배불러서 포기해 버렸지만 전 여기서 주저앉을 수 없었습니다.
이곳 쥔장이 자랑하는 특제 냉라면. 면발도 그렇고 국물도 깔끔하고 시원한게 코스요리 마무리로는 손색없었습니다.
옆의 양배추 소금절임도 아삭하고 괜찮았지만 좀 많이 짜서 다 먹긴 힘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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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적인 여유는 많이 있어서 배를 좀 진정시키고 아버지 술 다 드실때까지 기다리고 있는데 디저트라고 하나 더 갖다줍니다.
(디저트는 일본어로 別腹(べつばら)라고 합니다. 디저트가 들어갈 배는 따로 있다는 뜻이겠죠. 재미있었던 표현입니다)
홋카이도하면 소프트 아이스크림. 그래서 소프트아이스크림을 넣은 도나빵(ドナパン)이 나왔습니다.
이 도나빵이 뭔지 도통 알수가 없었는데, 도라야키(ドラ焼き)에 생크림이나 크레이프를 넣은, 홋카이도 특유의 빵이라는 듯 합니다.
그럼 도라야키는 무엇인가. 도라에몽이 좋아하는 한국의 찰보리빵 같은 겁니다. ㅡㅡ; 원래는 안에 팥이 들어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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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질듯한 배를 쥐어잡고 천천히 스스키노의 화려한 밤거리를 구경하며 걸어서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스스키노와 삿포로 역은 지하철로 2코스 떨어진 곳이라 그리 짧은 거리는 아니지만 걷는걸 좋아하시는 부모님이라 일부러 도보로.
거기다 여행왔는데 밤거리 경치 구경도 하고, 굳이 지하철로 갈 필요는 없었죠.

작년 자전거 여행땐 하루종일 비를 맞으며 판쵸 우의 덮어쓰고, 항구도시 토마코마이(苫小牧)에서 삿포로까지
12시간동안 달려서 도착한 곳이 스스키노의 밤거리였다는걸 생각해보니,
헝그리하게 여행할 때의 풍경과 지금처럼 느긋한 경비를 가지고 여행할 때의 퐁경이 이렇게 다르다는게 참 신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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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많이 드신 아버지는 돌아오자마자 뻗으셨고
엄니께서 제 방에 와서 한국서 준비해온 보이차를 끓였습니다.
차 마실 데가 침대 위 밖에 없어서 안내책자를 깔판으로 삼아 차를 마셨는데, 불행히도 차가 시트위에 묻어버렸더군요.
아무래도 내일 청소하는 분께서 '이녀석 자다가 쌌구나' 라고 오해하는게 아닐까 걱정이 되는 바람에
메모지에 '그거 오줌이 아니라 찻물이에요' 라고 쓸까 생각도 했는데, 인간이 너무 소심하게 보일까봐 그냥 놔뒀습니다.

환갑이 넘으신 부모님께 보여드리려고 시작한 여행이니 제 입장에서는 본인의 관광보다 부모님쪽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터라
제가 좋아하는 여행인 '최대한 헝그리하게, 최대한 빡세게'는 자제하고 조금이라도 편안하고 느긋한 여행이 되도록 일정을 잡았습니다.

여행사 패키지처럼 여기 찔끔 구경했다가 저기 찔끔 구경했다가 하는건 정말 남는거 없는 여행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유명한 관광지 덜 둘러보더라도 시간 들여서 느긋하게 몇 군데만 돌아다닐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