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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0.15  대구 공예문화박람회 + 좀 더 12
  2. 2013.10.11  대구 공예문화박람회 8
  3. 2012.10.09  산인 여행 - ANTWORKS GALLERY 17

 

여기도 닥종이 공예 부스인데, 이곳은 사진찍어도 된다고 하셔서 열심히 찍었습니다.

닥종이 하면 추억의 장면들이 자동으로 생각나는 건 어째서일까요. 종이의 질감이 과거를 연상시키는 것일지.

 

 

 

디테일이 무시무시합니다. 홍시 주변에 감서리가 묻어있는 모습까지 표현해 냈군요.

하지만 홍시 치고는 좀 덜 마른것 같아서 약간 아쉽긴 했습니다. 닥종이 공예품에 너무 많은걸 바라는 것인지.

 

공예박람회다 보니 혹시 이런 사진 찍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마크로 렌즈 가져왔는데 다행입니다.

 

 

 

요즘엔 홍시나 곶감 만드는게 기계도 많이 쓴다고는 합니다만

여전히 값어치 높게 평가받는건 사람 손으로 일일히 손질하고 자연건조시킨 녀석들이겠죠.

 

사실 출하시기를 맞추려면 촉진제 없이는 아예 만들수가 없는게 요즘 홍시이긴 합니다만.

닥종이 공예품에서는 그런 씁쓸한 현실 느낄 필요없이 그때 그 시절의 소박함을 엿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저도 이제 나름 나이좀 먹은 축에 들어갈 듯 하지만

그래도 저런 옷 입고 학교 다닌적은 없으니, 이쪽이 저보다 좀 더 연식이 오래된 것 같네요.

 

국민학교때는 정말 저런 판때기 바닥에, 난로에 장작 때가면서 겨울방학을 기다리는 생활이었는데 말입니다.

지금 모교에 다시 찾아가면 너무나 많이 달라져 있어, 추억이 상처받을까 두려워 안 가게 되더군요.

 

 

 

그러고보니 저 주전자도 생각이 나네요.

요즘에 그런 식으로 교실에 방치해 뒀다간 세균이 어쩌고 하면서 난리가 날 것 같은데

그때는 그냥 운동장에서 달리고 들어와 벌컥벌컥 마시곤 했습니다.

 

겨울엔 난로 위에 올려놓고 보리차를 즐기는 상류계급의 티타임 같은 분위기도 연출했었죠.

 

 

 

공예박람회라고 해도 사진 찍을곳이 몇 없고, 절반 이상은 그냥 순수한(?) 상업 부스라 찍을것도 없었습니다.

물건을 사는데 중점을 둔 구경이 아니라서 카메라는 쉬는 시간이 많았는데

그래도 이런 닥종이 공예부스에서 열심히 찍어댄 덕에 무거운 카메라 들고 간 보람은 있었네요.

 

 

 

동생분이 디테일 좋다고 감탄한 감자 모형입니다.

 

카레를 좋아해서 자주 만들어 먹는데, 그러다보니 감자 껍질 깎아내는데도 익숙하죠.

그때 항상 절 귀찮게 만드는 저 배꼽처럼 살짝 들어간 부위도 절묘하게 묘사해 놓았군요.

닥종이의 특성이긴 하지만, 감자에 저렇게 옥수수 수염처럼 보송보송하게 나 있는건 좀 특이하긴 합니다만.

 

이거 제 손톱 크기 정도밖에 하지 않는 녀석들인데도 정교하기 그지없네요.

 

 

 

공예박람회는 어느 정도 둘러봤습니다만, 그냥 돌아가기는 시간도 좀 남고 해서

옆에서 개최중인 어린이 박람회라는 것도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전시장이 칸막이 없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당연히 무료.

 

뭐, 아이들한테 쏟아붓는 돈을 생각하면 당연하게도 공예박람회보다 월등히 붐비고 있었습니다.

공예박람회는 사실 박람회라는 이름 붙이지 말 것을 진지하게 건의해보고 싶을 정도니까요.

 

어린이 박람회쪽으로 슬쩍 넘어와서 휴식도 취할 겸 음료수 한잔씩 마십니다. 즉석에서 짜 주는 레몬과 자몽에이드입니다.

음료수 마시고 싶었던게 아니라, 저게 원래 1잔에 5천원인데 1+1 서비스 중이라서 견물지심에 그만.

 

전 마시면서 참 특이한 색깔의 레몬도 있구나 싶었는데 동생분이 그거 색소넣은거라고 지적해 주더군요.

친절하게 사진 찍으라고 음료수를 들어주기도 했는데, 찍고나니 참 들고있는 포즈가 특이하구나 싶었습니다.

 

 

공예박람회는 아무렇게나 대고 찍어도 한산한 반면

이곳은 최대한 사람이 안담기게 찍어야 겨우 이렇게 나올 정도입니다.

 

그야말로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니, 부모들이 뭐라도 좀 더 보여주고 해 주고 사 주고 싶어하는 마음은 굉장하다는 것을 세삼 느꼈습니다.

사실 공예박람회 보면서도, 이곳 어린이 박람회 쪽에서도 많이 들었던 말인데

자꾸 동생분하고 저를 부부로 생각하고 말을 거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이제 이 나이대에서는 다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인지.

 

뭐 기분이 나쁜 착각은 아니었습니다만, 만약 자식이 생겨서 부모가 된다면 이런데 애들 끌고오는거 참 힘겹게 느껴질 법 하네요.

 

 

 

이쪽 회장 중앙부에는 상당히 넓은 공간을 차지한 곳이 있었는데 시커먼 경찰버스가 임팩트를 풍기고 있습니다.

그냥 폼으로 만들어 놓은건가 싶었는데 아무래도 정말로 경찰인 듯 하더군요. 인상이나 몸집이나...

 

좀 전에 공예박람회 때도 경찰 조끼 입은 분들이 돌아다니길래

오늘 여기 테러 경고라도 있었나 했는데 아무래도 이곳에서 잠깐 외도한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아이들을 위해서 꿀같은 휴일에 나와 고생하는 경찰분들 대견합니다.

 

 

 

이쪽 부스를 돌아다니다 보면 가끔씩 좀 헷갈리더군요.

이게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인지, 자기 아이가 이걸 가지고 놀면 머리가 좋아지고 훌륭한 아이가 되겠지 하고 자위하는 부모들을 위한 장난감인지.

 

별의 별 지능개발 장난감과 교육 프로그램들, 심지어 몇만원씩이나 하는 뇌파측정 기계까지 작동중입니다.

그 와중에 유아보험 들면 세탁기하고 냉장고를 준다는 부스는 오히려 순수하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네요.

 

참 아이들 키우기 힘든 세상입니다. 어른들이 다 크지 않은 세상이기 때문이죠.

 

 

 

이 날이 토요일이었나 그런데, 다음날 엄니하고도 한번 와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공예박람회 쪽에서는 다기 같은거 마음에 드실려나 싶어서 한번 구경이나 해 보시라는 생각이지만

이쪽 어린이박람회 같은 경우엔, 요즘 한창 신경을 빼앗기고 있는 한 살짜리 손자에게 쥐어주고 싶은 무언가를 발견할지도 모르니까요.

대부분은 말도 어물어물 할 수 있을만한 나이대를 위한 부스라서 크게 관심 갈만한 건 없지만 말입니다.

 

아직 지문체취 같은 걸 이해하고 놀 만한 나이도 아니긴 하죠. 엄니는 손자를 계속 천재로 굳게 믿고 있는듯 합니다만.

 

 

 

경찰이 활약중인데 소방서라도 가만 있을수는 없나봅니다.

대구지역 소방서 중에서는 좀 규모가 큰 편인 중부소방서에서 지원 나오셨습니다.

 

아무래도 실제로 불을 피울 순 없으니, CSI 로 익숙한 과학수사대보다 어린이들의 관심도가 떨어지는 듯 하네요.

참 목숨걸고 고생하는 분들인데 박봉에 대접도 야박하니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근데 저 자동차 디자인이 왠지 위기창출 넘버원을 생각나게 해서 괜스레 겁이 나는군요.

 

 

 

자식은 커녕 결혼도 하지 않은 남녀 둘이서 왜 유아박람회를 서성이고 있는 걸까 싶었는데 의외로 사진 담을만한 녀석들은 많이 있었습니다.

유아박람회 옆쪽에는 또 대구경북 초중고등학생들이 참가하는 과학대전도 열리고 있었기 때문이죠.

각자 부스에다가 다양한 체험이벤트와 신기한 과학 현상들을 시연중이었습니다.

 

이건 기하학을 설명하려고 한 모형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크고 아름다워서 사진 담기는 좋더군요.

전 이런 모형을 보면 꼭 영화 '큐브'가 생각나서 참 재미있습니다.

 

 

 

구석탱이 공중에서 뭔가 흐물흐물 헤엄치고 있길래 가 보니 상어 한마리가 하늘을 날고 있습니다.

그냥 풍선인 줄 알았는데 사실을 매우 정교한 첨단 장비의 집합체입니다. 무려 지느러미를 움직여서 앞으로 헤엄을 칩니다.

 

자세히 보니 선으로 연결되어 있고, 밑에서 누가 조종하는 듯 하더군요.

아무리 하늘이 자유로워도 마음가는대로 움직였다간 얼마 안가 무서운 아이들 손에 걸레짝이 될 테니까 말입니다.

 

 

 

그래도 지면에서는 수많은 아이들과 학부모들로 지옥이 펼쳐지고 있는데

이렇게 혼자 느긋하게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떠다니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헤엄치는 모습이 너무 여유롭게 보여서, 굳이 상어로 디자인을 잡을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군요.

다음엔 참치 정도로 만들어 놓으면 주위 식당들 매상에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저 상어는 잠깐 내려온 상태고, 부스 주변 풍경이 대강 이랬다는 것을 한번 남겨봤습니다.

역시 과학교과서 펼쳐놓고 교실에서 꾸벅꾸벅 조는 것보다는 이런 체험학습이 압도적으로 유용하겠죠.

 

결국 학교에서 이렇게 교육시키면 되는데, 돈이 없어서 안되는 것 뿐일까요.

아님 뭐, 녹조라떼 생성 과정 같은거 체험학습 해 보는것도 괜찮겠습니다. 돈을 그만큼 처발랐으니까.

 

 

 

아이들이 정신없이 몰두하는 만큼 재밌다 싶은 부스는 대기열도 깁니다.

몇몇 부스는 벌써부터 재료가 다 떨어져서 문을 닫은 곳도 있더군요.

 

기술이 발달하다보니 과학관에서만 구경할 수 있었던 여러 실험 장치들을 이제 혼자서 만들어볼 수 있을 수준까지 올라왔습니다.

제가 어릴 때는 과학체험 할 만한 곳이 대구시내 전체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였는데 말이죠.

온갖 병폐와 타협하면서도 오직 자식의 출세 하나만을 바라던 60년대 부모들의 열의가 최소한 이 정도 긍정적인 발전은 이루어 낸 걸까 싶습니다.

 

그게 애들한테 과연 좋은 식으로 영향을 미칠지 어떨지는, 애들이 커 봐야 아는 것이겠지만.

 

 

 

요새 중국이 떠오르는 경제 대국이니, 한국에서도 역시 중국과 교류하는 법을 어릴때부터 익혀 놔야 하는가 봅니다.

중국하고 협력하면 역시 트레이드 마크인 가짜 계란 정도는 만들 줄 알아야겠죠.

 

선행학습에 그리 좋은 인상을 갖고 있진 않습니다만, 이렇게 현실적으로 유용한 기술을 익혀 놓는 건

한국어도 모르면서 영어 쏼라쏼라하는 국경없는 멍청이들 양산하는 것 보다 훨씬 생산적이라 생각합니다.

 

음, 뭔가 쓰다보니 묘하게 의미가 왜곡되는 듯 하지만 뭐 괜찮겠죠.

 

 

 

이런 센스가 참 좋습니다. 얼마나 머리에 쏙쏙 들어올까요.

 

 

 

좀 넓은 부스에서는 단순한 체험학습을 넘어 로봇 축구 등의 경기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EBS 에서도 이런거 많이 해 줬던 걸로 기억하는데, 직접 조작하는 사람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겠죠.

 

미국에서는 좀 더 자극성을 가미해서 상대편 로봇을 아예 박살내버리는 방송도 내보냈던걸로 기억합니다.

한국은 뭐, 동방예의지국이기도 하고 소득이 좀 딸려서 그렇게 박살나는 로봇은 좀 문제가 있을 듯.

 

 

 

아이들이 뭔가 왁자지껄한 곳이었는데, 전 아동이 아니기 때문에 들어가기가 좀 그렇습니다.

어릴 때야 밖에 나가면 그럭저럭 뭐든 재밌어 하긴 합니다만

자주는 아니더라도 이런 전시회장에서 하루 꼬박 여러가지 체험을 즐길 수 있는걸 보면

확실히 예전보다는 질적인 면에서도 양적인 면에서도 풍요로워졌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단지, 그것을 위해 희생된 다른 쪽 풍요로움이 꽤나 아쉽다는 게 문제긴 하겠네요.

애들은 그저 열심히 놀고 배우면서 세상이 얼마나 신기하게 이루어져 있는가를 궁금해하는 마음을 가지면 될 것 같습니다.

 

중딩들도 뉴스에서 뭐 좀 봤다고 '힉스 입자 그 사람이 노벨상 받았더라'라고 말할 수 있는 세상이니

한국에서도 걸출한 과학자가 좀 배출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네요.

 

 

 

어지간히 구경 후 전시화장을 나오니, 우산이 거의 소용없을 정도의 비가 쏟아지던 하늘은 말짱해져 있습니다.

대구는 참 비가 어지간히 안오기도 하지만 왔다고 해도 어느샌가 싹 사라져 버린단 말이죠.

 

그래도 가뭄이랄 정도로 바싹 마르진 않았고, 기록적으로 무더운 날이 지속되었으니 농사는 잘 될거라 봅니다.

동생분과 저는 점심이나 한끼 먹으려고 하는데 비가 그쳐서 다행은 다행이었네요.

 

 

 

제 나이 또래의 사람들이 어릴적에 이런 추억이 있을수가 없는 게

그 당시엔 코엑스나 엑스코 같은 컨퍼런스 회장이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으니까요.

 

이제는 쉴새없이 전시화나 박람회가 열리고, 그 중에서 잘만 찾아들어가면 일년에 몇 번씩 새로운 것들을 즐길 수 있습니다.

분명 물질적인 양육, 교육 요건은 예전에 비해 참 좋아진 세상인데

어째 가면 갈수록 애 키우기 너무 힘들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 세상이기도 합니다.

그거야 뭐, 어른들이 애 키우기 힘들게 만드니까 그렇죠.

 

 

 

동생분하고는 시내에서 새로 생겼다는 무한 회전초밥집에 갔습니다만

비싸지 않은 가격에 무한으로 초밥을 먹을 수 있다는, 식도락이 아니라 진귀한 체험현장 같은 즐거움일 뿐이지

먹는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그곳의 초밥을 초밥이라 부르는 건 제 정체성에 대한 도전이었습니다.

초밥을 먹기 위해서 가는게 아니라 그냥 시장에서 떡볶이 사먹는다는 기분으로 가면 딱 맞을듯 하네요.

 

이상하게 2시간 가까이 먹으면서 딱 한접시 나온 보리새우 초밥의 정체는 무엇이었을지 지금도 궁금하긴 합니다.

 

동생분하고 제가 구입한 브로치 비스무리한 정체불명의 장식품입니다.

질감도 특이하고 좀처럼 본 적이 없는 신기한 녀석이라, 부모님 옷에 끼워드릴까 싶어서 구매해 왔죠.

얼마나 끼고 나가시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보석이나 귀금속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닥 매력이 떨어질 수도 있을것 같네요.

 

하나는 동생분거고 하나는 제가 엄니 드리려고 산 거고, 하나는 그냥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 제가 산 건데

잠깐 서울 갔다오니까 엄니가 제 걸 형수한테 줘버렸습니다. 뭐 이쪽 집이란 원래 그러게 돌아가는 것이긴 합니다만.

 

아무튼 9월에 열린 이 공예박람회라는 건, 만족할 만한 볼거리는 거의 없었습니다만

파장시간에 떨이 상품이라도 한번 사 보려는 사람들은 마지막날 오후쯤 한번 가보면 괜찮을 것 같더군요.

저희 엄니와 저도 마지막 날 오후에 가서 적혀있는 가격보다 5만원 정도 싸게 다기세트를 하나 업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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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4일날 대구 엑스포 전시장에서 공예문화박람회가 개최되었다는 동생분의 정보에

오랜만에 카메라 녹이라도 좀 털어내려고 가 보았습니다만, 그날 대구에 비가 어마하게 쏟아지고 있었죠.

저도 꽤 고생했습니다만, 동생분은 40분 넘게 지각할 정도로 대구 도로상태가 많이 안좋았습니다.

 

시원하게 내리니 기분은 좋았습니다만.

 

박람회는 무료라서 부담될 것 없지만 반대로 무료 전시회라는 것은 전시회장 내부가 상품 판매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차라리 입장료가 있는 전시회를 더 좋아하는 편입니다만, 그래도 구경하고 안 사면 되니까 그냥 한번 와 봤네요.

 

 

 

안에서 기다리는것도 귀찮아서 밖에서 서성이고 있으니 동생분이 도착했습니다.

그 날 코엑스에서는 공예 박람회 외에도 어린이교육 용품전이나, 대구교육청에서 주관하는 과학축전까지 열리는 탓에

단체관람객이 많은 어린이 부스나 과학축전 쪽에는 사람들이 꽤나 바글바글한데

공예박람회 쪽은 상대적으로 한산한 풍경이 연출되고 있더군요. 저한테는 매우 다행스런 일이었습니다.

 

 

 

한국이 대체적으로 야행성 문화라 그런지, 오전에 도착한 박람회 내부는 꽤나 널널했습니다.

스마트폰이란게 존재하지 않을 때부터 박람회를 다녀오고 있는데

요즘엔 확실히 부스 직원들이 별로 지루하지는 않겠더군요. 전부 맛폰만 보고 있으니.

 

하지만 역시 부작용도 있는 것이, 관객들이 앞에 다가가서 구경하고 있어도 눈길 한번 안주고 계속 맛폰만 터치하는 일도 벌어집니다.

무료 입장이라는 거 티라도 내는듯이, 접객마인드라는 건 거의 존재하지 않는 곳이라서 그냥 마음 비우고 둘러보면 좋겠더군요.

 

 

 

그래도 직접 만든 금속공예품을 판매하시는 분의 부스에는 꽤나 볼게 많았습니다.

정교함에서 뛰어나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감성있는 작품을 잘 만드시더군요.

 

저 머리에 꽃 소녀는 꽤나 마음에 들었습니다만

막상 생각해봐도, 제가 저걸 어디 달고 다닐만한 공간이 없어서 이성이 감성을 압도하고 말았습니다.

목에 걸고 다니는 사람은 없어 보이는데 정말 저런 거 어디다 걸고 다니는 건지.

 

 

 

사진촬영도 흔쾌히 허락해 주셔서 열심히 찍었습니다.

감성적인 작품도 많지만, 캐리커쳐나 대중문화에 관심이 많으신 분인지 눈에 익은 캐릭터들 모형이 자주 들어옵니다.

금속으로 저렇게 굳게 다문 입술표정까지 표현해 내려면 어떻게 주물러야 할지 저로서는 상상이 안가는군요.

 

확실히 보고있으면 참 대단하다 하나 갖고싶다 하는 생각이 들지 않는것도 아닙니다만

악세사리라는 건 막상 사용할만한 곳이 별로 없다는게 구매의 가장 큰 걸림돌인것 같네요.

 

 

 

캐릭터 상품뿐 아니라 제대로 된 브로치 등 장신구도 제작 판매중이십니다.

이런거라면 여자사람들 가방이나 옷주름 같은 곳에 끼워다니고 할 수 있겠죠.

전 물론 끼워본적이 없어서 모르겠습니다만.

 

아무래도 수공예품이다 보니 얼핏 생각보다는 비싸게 느껴질 수 밖에 없기도 할것 같습니다.

이런 장르에 대해 경험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보통 여자사람들은 이런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수공예품을 좋아하는지

세상에 꽤 많이 돌아다녀도 사치품 마크가 딱 박혀있는 그런 대량생산품을 좋아하는지... 케이스 바이 케이스일까요.

 

 

 

애니메이션에도 조예가 있는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건담 모형도 만들어 놓으셨습니다.

제가 초딩 3학년쯤 되면 아주 열망에 사로잡혀서 저걸 사달라고 떼를 쓴 다음

월요일날 학교 가서 아이들한테 실컷 자랑을 했을텐데 말이죠.

 

지금은 뭐, 전체적으로 특정한 몇몇 관심거리를 제외하고는 그다지 흥미가 동하지 않는

세상에 찌들어가는 인간상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걸 본인 스스로도 잘 느끼고 있는 편이라서.

 

 

 

이건 아마 촛대겠죠? 방짜를 생각나게 하는 무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실용적으로 생각하자면, 촛농 흘러넘치는 걸 방지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다는 단점이 생각나더군요.

 

 

 

추억의 캐릭터가 상당히 정교하게 제작되어 있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지금은 애증밖에 남지 않은 어두운 역사일 뿐이지만, 이 녀석 컨셉은 참 잘 설정했다고 생각합니다.

 

금속제다 보니 이런거 목에 걸고다니면 목디스크 걸리는거 아닌가 좀 걱정이 되긴 하더군요.

 

 

 

무료 입장인 만큼 모든 부스가 제품 판매를 목적으로 들어온 곳입니다.

그래서 무심코 사진 한장 찍으려 하니까 바로 옆에서 '찍으면 안되요' 라는 목소리가 날아오더군요.

물론 부스별로 흔쾌히 촬영 승락하시는 분도 있고 한데, 한번 그런 말을 들으면 부담되어서 더 이상 찍지 않게 됩니다.

 

뭐, 미천한 사진속에 담기기에는 너무나 굉장한 공예품들이라 그런 것이겠죠.

덕분에 구매의욕같은건 싹 사라져 버렸으니 잘된 것 같기도 합니다.

 

사진의 황토염색 제품들은 그리 만들기 어려운 건 아닙니다. 학교 선생님들도 슬쩍슬쩍 만들어서 엄니한테 선물해 주시더군요.

 

 

 

사진 찍는게 시들해져서 대부분 눈으로만 관람합니다.

저같은 실력으로 사진 찍어봤자 마케팅에 도움될 건 하나도 없으니까 별 문제는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뭘 봤는지도 잘 기억이 안나고 하니, 사진 안찍은 부스에 대한 말은 할 게 없네요.

 

다육이는 확실히 귀엽고, 볼때마다 한두 개씩 집어오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것도 아닌데

이렇게 너무 작은 녀석들은 집에서 잘 기르면 금새 새 화분이 필요해질 정도로 잘 자라버리는 통에

좁은 곳에 가둬놓고 키우는게 좀 미안해 지기도 하더군요.

 

 

 

한지공예도 참 잘 해놨다 싶었는데, 이게 인형전시회와는 달리 입장료를 안 받아서 그런지

한장 찍자마자 사진 찍으면 안된다고 말씀하시길래 그냥 카메라 접었습니다.

 

김장담는 순서대로 잘 만들어 놔서, 마지막에 완성된 붉은 김치는 종이공예가 가지는 부드러움을 압도할 정도로 생동감이 있었네요.

 

 

 

그 다음부터 찍은 사진은 전부 일일이 허가를 받은 것들입니다. 귀찮아서 구경한 것의 1/10도 찍지 않았지만.

방짜유기는 어릴적부터 볼때마다 참 느낌이 좋아서 엄니보고 하나 구입하자고 말을 하곤 했는데

이게 관리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라서 절대로 구입하지 않는다고 하시더군요.

 

어쩌면 제가 태어나기 전 시집살이에서 엄니는 이런 방짜유기에 어떤 한이 서려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사용과는 별개로 보기엔 참 아름다우니 이렇게 사진이나 찍어야죠.

 

 

 

가격도 물어보기 좀 부담스러워 보이는 멋들어진 녀석이었는데

잔 내부의 빛반사가 마치 가을의 강아지풀처럼 아련하게 흔들려 올라오는 느낌이 굉장했습니다.

 

이번 공예박람회는 참가사 전부가 대구 경북 주위에만 집중되어 있어서

여기 전시품(상품)들이 국내 전체에서 상위권이라고 말하기는 힘들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10군데 중 1군데 정도는 실력 있다 생각이 딱 드는 곳이 있었습니다.

나머지는 그냥... 별것 아닌 것들이나 좌악 늘어놓고 뚱하게 앉아서 맛폰이나 만지작거리는 장사치들 뿐이죠.

 

 

 

색이 참 곱게 세팅된 다기세트였습니다만,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왠지 흑백이 더 어울릴 것 같아서

고운 색을 버리고 담아봤습니다. 사진은 맛있는 밥을 먹을 때처럼, 적당히 아쉬울 정도가 제일 좋은 법이겠죠.

 

 

 

이건 색을 버리면 존재의미가 없어서 울긋불긋하게 담아봤습니다.

특정 모양을 한 틀에 이녀석을 한알 한알 끼워넣어서 장식품을 만드는 건데

동생분과 저는 한참을 앞에 서서 고민했습니다. 도대체 그렇게 만든 모양을 어떻게 유지시키는 것인지.

 

접착제로 붙이는 것도 아닌듯 한데 어떻게 저 콩알 비스무리한 것들이 딱 붙어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죠.

 

 

 

결국 앞에서 체험교실 열고 있는 분한테 어떻게 만드는 거냐고 물어보니

다리미로 녹여서 붙이는 방식이라는 명쾌한 대답을 얻었습니다. 답을 알고나니 굉장히 간단한 발상이었네요.

 

왜 이런 것들은 알고 나면 '왜 몰랐을까'하는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이들 몇몇이 꽤나 집중해서 한알 한알 뭔가를 만들고 있더군요.

자수보다는 수고가 덜하겠지만 아이들한테는 재미있는 놀이거리가 될 것 같습니다. 마지막의 다림질은 조심해야겠지만.

 

 

 

공예문화라는 제목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예술작품이라 불릴만한 그림들이 벽면 가득히 붙어있는 부스입니다.

 

사진 찍어도 된다고 하시길래, 허락해 주신게 후회될 정도로 동생분과 둘이서 열심히 셔터를 눌러댔습니다.

그러면서도 구입은 하나도 하질 않았으니, 장사하러 온 사람들이 사진촬영 귀찮아 하는것도 이해는 가더군요.

 

증거를 남기려고 일부러 비스듬하게 찍었습니다. 그림이 아니라 종이로 만든 입체 작품입니다.

 

 

 

밥아저씨의 참 쉬운 그림처럼 밑바탕 색을 은은히 깔아놓은 캔버스에

종이를 입체적으로 배열한 작품입니다. 이런 방식의 재미있는 점은, 정면에서 봐도 은근히 입체감이 느껴진다는 것이죠.

 

프로급의 작품이니 초목의 형태도 굉장히 현실적으로 묘사되어 있고, 색 조합도 단순한 색종이로 보이는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직접 하나하나 색칠한 종이가 아니라면 아마도 그라데이션으로 만들어진 색종이를 사용한게 아닌가 싶더군요.

 

아이가 없는 집에 걸어놓으면 부서질 염려도 없고 좋은 장식품이 될것 같습니다.

 

 

 

지금 한창 블로그에 연재중인 여행기 중 토요타 박물관의 전시 부스에 있었던

종이 겹쳐서 만드는 예술 작품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만, 소재가 종이일 뿐 표현 방식은 완전히 상이하다고 하는게 맞겠더군요.

 

이곳은 종이로 글자 그대로의 입체감과 현실성을 표현하는데 힘을 둔 반면

토요타 박물관의 작품은 색이 다른 평면적인 종이를 겹쳐서 명암대비로 입체감을 느끼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두 작품을 나란히 비교해 보면 참 재미있겠다 싶었습니다.

 

 

 

이쪽에 전시된 작품들은, 종이를 이용한 입체 그림이라는 표현방식뿐 아니라

대부분의 작품들이 꽃, 나무, 호수 등을 소재로 한 밝고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는 점도 특징이라면 특징일 듯.

 

엄밀히 말씀드려서 그냥 보기 좋은 작품이지 예술적 감각이 느껴지는 쪽은 아닙니다.

은은하고 밝은 색상으로 아이들이 만든 듯한 단순함이 느껴지는 동시에

묘하게 사실적이고 입체감 있는 '두가지 맛'을 즐길 수 있다는 게 이쪽의 장점이 아닐까 싶네요.

 

 

 

제작 방식이 방식이다보니, 정말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었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이 됩니다.

만드는 모습을 상상해 보면 마치 풀 한포기 한포기 정성들여 심어가는 것이, 모내기 때의 고난이 생각나는 듯 하네요.

저도 한번 만져보고 싶어지는 기분이 드는데 아이들한테는 주의를 기울여야 할 장르 같습니다.

 

 

 

다기를 판매하는 곳입니다. 이곳은 동생분이 마음에 들어서 구입을 고려하는 찻잔이 있었기 때문에

미리미리 허락을 받고 사진을 찍게 되었네요. 다른 곳에 비하면 확실히 부스가 잘 꾸며져 있어서 사진 담이 좋았습니다.

 

저희집 차방은 이미 꽉 차버려서 더 이상 장식품 관련은 구입하기가 힘드네요.

차방은 정갈함이 중요하기 때문에 보기 좋다고 자꾸 사들이다간 창고처럼 되어버립니다.

 

 

 

저는 녹차도 좋아하긴 하지만 보이차, 오룡차, 철관음, 대홍포 계열을 많이 마시는데

이곳 부스의 다기들은 도자기처럼 흙을 유약없이 고온으로 구워내서 만드는 방식이고

흙에 철분이 많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완성품은 은은히 반짝반짝한 모양이 됩니다.

 

보기는 좋은데 사실 흑차나 청차에 어울리는 다기는 아닙니다. 철 성분과 흑차는 궁합이 별로 좋지 않죠.

암차인 대홍포 정도라면 이런 다기와도 잘 어울립니다만, 국내서 고급 대홍포 구하는건 꿈같은 이야기라...

 

 

 

구입할 마음은 들지 않아도 사진 찍기엔 좋은 잣찬.

살짝 바랜듯한 꽃도 좋은 포인트가 되고, 철 성분때문에 불규칙하게 그을린 잔 속의 무늬가 매력입니다.

 

 

 

동생분이 구입한 다기, 좀 전의 입체파 꽃처럼 너무 튀지도 않으면서

디자인의 매력을 살리는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가격이 싼 편은 아니지만 조금 흥정을 해서 구입했습니다.

저희 엄니도 이런거 좋아하니, 다시한번 같이 와서 구경시켜드리면 몇개 득템하는게 있을지도 모르겠더군요.

동생분이나 저나 이런데 돌아다니면 충동은 많이 들지만 좀처럼 돈이 무서워서 구매까지는 꺼리는 성격인데

덕분에 재밌게 구경하면서도 가끔 발걸음이 아쉬워지는 식으로 회장을 둘러봅니다.

 

사진이 많아서 다음 포스팅으로 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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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바를 거뜬히 비운 다음 역쪽으로 걸어간다. 늦은 시간은 아니지만 조금씩 피곤이 쌓일 즈음.

좀 전에 지나쳐 왔던 개미공방에 들어가 보려고 하는데, 젊은 커플손님이 안에 있어서 살짝 망설이기도 했다.

아트공방은 너무 시끄러워도 너무 조용해도 문을 열때 살짝 긴장감이 도는 느낌.

 

그래도 뭔가 재밌어 보이는 공예품들이 창문 너머로 보이길래 큰맘먹고 안으로 돌격한다.

 

 

 

주인장이 먼저 온 커플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동안

팜플렛에 소개되어 있던 녀석을 먼저 살펴본다. 지인의 작품을 대신 전시해 주는 특별 기간인 듯.

 

다양한 종류의 나무조각을, 원본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정도까지 다듬은 후

눈이 동글동글한 새 한마리를 그려넣고 격언이랄것도 없는 짧은 문구 하나를 적어놓은 녀석.

사용법은 스스로 만들어 보시라고 적혀있다. 목걸이나 열쇠고리로 제격일 듯 한데.

 

다양한 종류의 나무를 사용해서 손의 감촉, 무게, 색깔, 향기 등이 꽤나 차이가 난다.

모양도 불규칙한데다가, 뒤에 적혀있는 글자도 랜덤성이 강해서 한참 보고 있어도 고르는 맛이 있고.

문득 제천 솟대박물관에 늘어서 있던, 자연 그대로의 나무조각만 모아서 완성시킨 솟대의 모습이 떠오르는 듯 하다.

도시에 살고 있으면 의외로 다양한 나무의 질감과 차이점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어서 더욱 반갑기도 하고.

 

막 태어난 조카한테 부적 대신으로 하나 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한참동안 만지지도 못하겠지만

생후 첫 선물이니 나이가 좀 먹은 후에 가지고 있어도 충분히 역할은 할 것 같고.

똑같은 녀석이 하나도 없어서 약 30분 가까이 심혈을 기울여 계속 적당한 녀석을 찾아본다.

 

주인장 아주머니가 아마 좀 당황스러웠을지도 모르지만, 여간해서는 뭔가 딱 맞는다 싶은게 손에 잘 들어오질 않는다.

결국 크기나 모양, 색깔이 제일 무난하다 싶은 녀석을 고르긴 했다. 뒤쪽에는 'ゆっくり、ゆっくり' 라고 적혀 있다.

뜻은 여기서 해석하지 않아야지. 조카가 혹여 몇년 후 뜻을 물어본다면 가르쳐 주겠다.

 

 

 

사진 촬영 허락을 받고, 그리 적극적이진 않지만 조금씩이나마 대화를 시도해 본다.

전부 자기 작품은 아니고, 지인들의 작품도 정기적으로 전시를 한다고. 방금 전의 나무조각들은 친구의 작품이지만

앞의 유리선반 위에 올려진 나무 조각품들은 본인이 만든 것이라고 한다.

 

풍경을 보면 느껴지겠지만 상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공간이라기 보다는, 상품들과 공방이라는 공간 자체가 하나의 작품인 듯한 느낌.

뭔가를 구입해야지 라는 생각보다는 그냥 천천히 돌아보면서 분위기를 감상하는게 더 적합한 방법일 듯 하다.

 

 

 

여러가지 악세사리와 함께, 안쪽에는 가볍게 커피를 즐길 수 있는 테이블도 마련되어 있다.

마침 손님도 나밖에 없어서, 주인장 아주머니와 커피 한잔씩 하면서 재미있는 대화를 이끌어 갈수도 있었지만

어쩐지 설명하기 어려운 부담감이 계속 엄습해 와서 그냥 소심하게 몇가지만 슬쩍 물어보는 수준으로 끝나고 말았다.

 

개인공방이라는 게 참 푸근하고 정감있는 곳일텐데, 나는 이상하게 이런 공간에 발을 들이는데 조금의 긴장을 필요로 한다.

좋은 공방은 판매를 위해 전시된 제품이 아니라 공방 자체가 주인의 예술성을 주장하는 공간이라서

굉장히 폐쇄적으로 집필활동을 하는 본인 성격상, 왠지 쉽게 건드려서는 안될 초조함을 느끼는 것일지도.

 

기회가 있다면 혼자보다는 누군가 함께 오는 편이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대할 수 있을 것 같다.

한참동안 혼자 둘러보고 있으니 주인장 아주머니는 까페 깊숙한 곳에서 여러가지 나무조각에다가 뭔가를 만들고 계신다.

이번 여행에서 기념품에 대한 생각을 아예 하지도 않았지만, 이곳은 몇개 집어가면 나름 괜찮은 선물이라는 느낌이 드는 곳이라서

먹는것 외에는 쓸일이 없는 자금을 조금 과감하게 투자해도 될 듯 하다.

 

 

 

조카의 생후 첫 선물로는 자연미 풍기는 위의 나무조각을 선택했고

줄 사람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어쨌든 내 마음에 드는거 몇개 사 가면 언젠가 누구한테 줄 일이 있겠지라고 생각하면서

주변을 둘러본 결과, 이 녀석들이 어쨌든 제일 귀엽고 앙증맞다. 이렇게 간단한 발상임에도 흉폭할 정도의 귀여움과 개성이 살아있다니.

 

여유가 아주 많았다면 종류별로 여러개를 사 오고 싶었지만, 아무리 단순해도 어쨌든 예술품의 일종이니 저거 한개에 내 밥값은 된다.

인연이 있으면 다시 올 수 있을거라 생각하고, 일단 이것 중에서 하나, 그리고 이것과는 조금 다른 모양이지만 역시 훌륭한 조각품 하나를 구입.

 

아주머니께서 받침판 필요하시면 하나 가져가시라고, 동그랗고 넓적한 나무조각들을 여러개 보여주신다.

그냥 손바닥만한 나무줄기를 양파 썰듯이 잘라놓은 조각인데, 나무 공예품의 받침판으로는 딱이다.

이즈모의 지역특색이 살아나는 기념품은 아니지만, 이 부근이 예술로 유명한 곳이니까 이런 녀석들도 좋지 않을까.

이런 부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질 녀석들이 많아서, 왠지 지갑을 쥔 손이 두려워지는 느낌도 든다.

 

 

 

마츠에로 돌아가는 기차도 한시간에 한두 번 정도밖에 없기 때문에

괜히 시간낭비 하지 않으려면 돌아가는 기차 시간은 알아보고 가는게 좋다.

이런 말 하는 본인은 사실, 시간 남으면 앞에서 커피나 한잔 해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출발 5분전에 딱 맞춰서 도착.

 

일단 돌아가서 남는 시간을 좀 활용해 볼까 싶어서 전철에 올라탄다.

전철 오른쪽에 그려져 있는 고양이는 시마네현의 마스코트 시마네코.

왼쪽의 눈매 사나운 캐릭터는 '매의 발톱단'이라는 플래시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요시다군.

예산이 있다고 말하기에도 어색할 정도의 초저예산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캐릭터인데

혼자서 감독, 연출, 성우, 작화 전부 다 도맡은 원작자 FROGMAN 의 고향이 이곳 시마네현이라서

전국적 컨텐츠가 극히 부족한 이곳에서는 꽤나 밀어주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병맛넘치는 애니메이션을 시험삼아 한편. 참고로, 모든 목소리는 감독 혼자서 낸다.

 

 

 

 

 

전철 통로에는 시마네코의 것으로 보이는 발자국이 찍혀 있다.

특출날 것 없는 마스코트지만, 이런 소소한 곳에 인상을 꾸준히 남기는 것이 정석이겠지.

돈이 많은 쪽은 그런 마스코트를 주인공으로 해서 아예 애니메이션까지 제작하곤 하지만

일본에서 뒤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적은 시마네현의 입장에서는 이런 형태로 노력하는게 좋은 선택이라고 본다.

 

 

 

한시간쯤 달려서 마츠에 역으로 돌아왔는데, 이쪽은 하늘 색이 영 심상치 않다.

일기예보란게 마츠에쪽에만 딱 들어맞는 녀석이었을까. 이즈모와는 그리 거리가 멀지도 않은데.

아무튼 어꺠에 살짝살짝 비가 흩뿌리는게 영 불안하기 그지없었지만

역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편의점보다 훨씬 저렴한 대형마트 이온(AEON)이 있어서 서둘러 그쪽으로 향한다.

이번 중국 시위대에게 박살난 그 이온 맞다.

 

도시락이나 음료수 전부 아껴봤자 300엔 정도밖에 차이나지 않지만, 이온에 가려는 건 그것때문만이 아니라

친구가 구해달라고 하는 게임소프트를 찾아보기 위해서. 하지만 워낙 시골이라서 그런거 없을 가능성이 높다.

안내센터에 물어보니 이곳 이온과, 다리건너 있는 전자제품 양판점 데오데오 두 군데가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일본만 가면 꼭 게임소프트 사달라고 하는데, 구할 수 있으면 구해주는게 어쩄든 나쁠거 없으니 발걸음을 옮겨본다.

날씨가 영 불안하긴 해도 이 정도면 맞아도 걸어가면서 말라버릴 정도의 가랑비라서 다행인데.

 

시골이라고는 해도 일단 시마네현 제1의 도시다보니, 이온 마트는 상당히 큰편이다. 건물 안애 영화관과 게임센터까지 있고.

전자제품쪽에서 찾아보니 친구가 찾는 게임은 신발매품이라서 이곳엔 아예 들어오지도 않았다. 유감이로군.

허탕치고 그냥 돌아가기는 뭣하니, 지하 식품매장에서 먹을거 대충 사고 푸드코트에서 소고기덮밥 한그릇 먹는다.

여행이란게 중간중간 군것질 없이는 금새 배가 허해지는 녀석인데다, 일본은 음식 양이 적어서 그냥 삼시세끼로는 포만감을 느낄 수 없다.

지금 소고기덮밥을 먹어도, 어차피 숙소에서 쉬다보니 입이 심심해질거라 생각하고 오징어다리와 맥주 한캔을 건져온다.

 

 

 

이온을 나오자 결국 우려했던 일이 벌어진다. 조금씩 내리던 비가 억수같이 퍼붓기 시작한다.

어제 비를 신나게 맞은 경험이 있어서 더 이상 맞고싶진 않은데, 일단 시간은 넉넉하니 그냥 기다려 보기로 한다.

일기예보에서 맑다가 갑자기 소나기라고 했으니, 기다리다보면 다시 맑아질 거라고 희망적인 예측을 하면서.

 

그래도 약 30분간 아주 신나게 내리는데, 기다리는게 지겹긴 해도 우산 사서 나가기는 싫다.

이쯤되면 거의 자존심 싸움으로, 어차피 버리고 가야 할 싸구려 비닐우산을 비싼 돈 주고 산다는 건 아무래도 거부감이 든다.

비싼것도 아니고 몇백 엔밖에 하지 않긴 한데, 한국에 비하면 비싸고, 그런데다 돈 쓰기는 이상할 정도로 싫다.

 

그래서 비 그칠때까지 사진이나 찍으면서 논다.

대도시 전자상가 근처에 밀집한 메이드까페란게 여기도 있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고

그 메이드까페란게 다른 곳에서 본 샤방샤방한 것과는 달리,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은근히 들어가려는 그렇고 그런 업소같은 분위기라서 더욱 놀랐다.

저게 메이드까페라고 쓰여있지 않으면 캬바레로 보이지 메이드까페로 보이나?

보통 메이드까페 앞에서는 메이드복장을 한 아르바이트생들이 호객행위를 하곤 하는데

그러기는 커녕, 벽화에 그려진 메이드마저 검은색 실루엣으로 표현해놓다 보니 이건 뭐...

 

 

 

비가 오니 한 곳에서 주변을 계속 살펴보게 되고

고정된 화각에서 오래 살펴보다 보면 문득 담고 싶을만한 요소들이 슬그머니 떠오를 때가 있다.

사진 담으러 다닐때 조급해서는 안되는 이유중 하나지만, 이렇게 빗줄기에 의해 억지로라도 멈춰지지 않으면

사람이란게 자기 마음을 그렇게 간단히 컨트롤 할 수 없는 종족인가 보다.

 

비가 그치길 기다리면서 바라보는 풍경은 그다지 싫지 않은데

결국 또 신지코 호수의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은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아서 아쉽다.

어제부터 계속 저녁에는 날씨가 영 좋지 않은데, 지금 상태라면 일몰을 볼 수 있을만큼 하늘이 맑아질 가능성은 극히 희박.

그냥 인연이 아닌가보다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까지 미친듯이 보고 싶은것도 아니니 기회가 되면 언젠가 볼 일이 있겠지.

 

자전거 여행중에는 아주 멋진 일출스팟이 있다고 누가 소개해 줘서, 큰맘먹고 거금 들여 그곳 앞의 호텔에 하룻밤 투숙한 적도 있었는데

특수한 여행이 아니라 일반적이고 평범한 여행중에는, 똑같은 상황이라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 차이가 나는것 같다.

지금 자전거 여행중이었다면 신지코 호수의 일몰을 보지 못하고 통과하는것을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했겠지.

 

 

 

바람을 동반한 폭우라서 전신주가 재미있는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비는 미친듯이 내리는데 정작 전신주는 한 쪽만 시커멓게 젖어있고, 반대편은 물기가 없이 깨끗한 것.

20분쯤 보고 있으니 서서히 반대편도 물들어가기 시작하는데, 왠지 중세의 공성전을 생각나게 해서 재밌게 관전중이다.

 

저 반대편 전신주마저 완전히 젖어버리면 내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라서, 비닐 우산을 하나 구입해버릴 것 같은 충동에 휩싸일듯 한데

묘하게도 30분쯤 내리던 비는, 아주 조금의 마른 공간을 남겨놓고 서서히 약해지기 시작한다.

기회는 이때뿐이라고 생각하며 성큼성큼 진격.

 

 

 

그런데 하늘이 불쌍하다고 한번 던져준 기회를 또 이렇게 놓치고 만다.

비가 그쳤다고 열심히 걸어가다가, 강 건너편에 있다는 양판점에 결국 한번 가보자고 다리를 건너버린 것.

 

이온에서 숙소로 바로 걸어가면 15분쯤, 이온에서 데오데오에 들렀다가 숙소로 가면 30분쯤 걸린다.

사줘야 할 의무는 없지만, 그래도 혹시 거기엔 있을까 싶어서 결국 그쪽으로 방향을 틀었는데

넓직한 다리 한가운데를 지나는 도중 결국 인내의 한계를 드러낸 빗줄기가 다시 무정히도 쏟아지기 시작한다.

방금 전과는 달리 다리 한가운데라서 숨을 곳도 없다. 결국 어제 마츠에 성에서와 같이 쫄딱 젖어버릴 수 밖에.

 

에라 모르겠다 싶어서 그 비를 맞아가며 다리 위의 풍경도 한장 남긴다. 그냥 될대로 되라는 기분이었으니.

다리를 건너면 바로 시민회관 비슷한 건물이 있고, 거기에 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이 보이니 거기까지만 힘내기로 한다.

그래도 5분 넘게 폭우를 맞았으니 어제와 똑같은 꼴이 되고 말았지만.

 

 

 

간신히 지붕있는 건물로 대피했지만 또다시 30분간 비가 그칠 생각을 않는다.

방금 쫄딱 젖어가며 건너온 다리가 유독 길어보이는 느낌.

일기예보를 보면 분명 우산을 들고 다녀야 했지만, 카메라 장비때문에 우산은 워낙 거치적거릴 뿐이라

비가 오면 맞을 각오를 하고 나왔다. 하지만 진짜로 맞아보니 이건 이거대로 영 기분이 좋지 않다.

 

여기서 데오데오까지는 5분쯤. 데오데오에서 숙소까지는 15분쯤 걸리니 그리 먼 거리는 아니지만

비를 맞으며 이동하기에는 여러가지로 힘든 길이다. 꼭 이렇게 하루 한번씩은 비에 얻어맞는 여행도 참 오랜만.

이렇게까지 애를 써서 왔는데, 친구녀석의 게임소프트를 찾을 수 없다면 그건 그거대로 참 맥빠질듯 싶다.

 

결국 이 비도 30분 정도 지나니 물러가는데, 여기서부터는 오래된 상가거리가 주욱 이어지기 때문에 큰 걱정이 없다.

역 주변의 오래된 상가거리는 천막으로 지붕을 줄지어 만들어 놓은 경우가 많아서, 비가 와도 그 안을 잘 걸어가면 크게 문제가 없으니.

기대를 안고 데오데오로 들어갔지만, 이곳은 아예 게임기 코너가 존재하지 않았다. 크게 실망.

마츠에 시내의 관광지 한두군데는 더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 그걸 다 포기하고 두 군데나 걸어다니 찾아본 게임소프트는 결국 꽝이었다.

게임을 살 수만 있었으면 젖어버린 옷과 머리카락도, 둘러보길 포기한 관광지도 다 흘려보낼 수 있었는데, 완전히 헛수고한 느낌.

하긴 이런 시골에서 최신 게임 사려고 돌아다닌다는것 자체가 좀 웃기는 일이긴 했다.

친구도 없으면 어쩔 수 없다고 말하긴 했지만, 그렇더라도 부탁을 받은 쪽에서 성의없이 찾아보기는 힘들고.

 

답답한 가슴은 비닐봉투 안에 든 캔맥주 한병이 해결해줄거라 믿고, 어둑어둑한 구 상가거리를 지나서 숙소로 돌아간다.

내일은 귀국행 페리를 타는 날이지만, 출발이 저녁 7시라서 아직 여기저기 둘러볼 여유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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