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results

'독서'에 해당하는 글들

  1. 2013.07.28  대구에 생긴 알라딘 중고서점 16

 

 

대구 동성로에 알라딘 중고서점이 생겼습니다.

제가 어릴때만 해도 동네 곳곳에 서점이 즐비해 있어서 책 사는데 별 어려움이 없었는데

요즘엔 오프라인 서점 자체가 멸종위기로 지정되어 있어서...

 

서점이라는 곳은 특히 한국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곳이기도 합니다.

일본이나 대만 서점에 가보면, 일단 좁은 통로를 사람들한테 치여가면서 다닐 필요가 없다는게 좋더군요.

광화문 교보문고 크기의 서너 배는 되는 서점이 거진 모든 도시마다 영업중이니 찾는 책이 없어서 성질날 일도 별로 없습니다.

 

대구 교보문고는 갈때마다 꼭 한두 권은 필요한 책이 품절상태라서 잠깐 열받고 가는게 일상이죠.

 

아무튼 알라딘 중고서점이 생겼다는 말을 듣고 짬을 내서 친구일행과 한번 가 봤습니다.

그날 들어온 책은 1802 권이로군요. 이때 방문후 다시 가서 중고책을 40권 정도 팔았는데

그때는 제가 판 책도 저 숫자에 들어있었겠죠.

 

 

 

다른 블로거님 사이트에서도 보고 참 감동했던 안내문이었습니다. 정말로 안내'문'입니다.

 

가장 임팩트가 강한건 책 읽는 개만임에 틀림없습니다만, 저같은 사람에게는 사진촬영 환영이라는 말도 반갑고.

이거 만든 사람이 참 센스있다고 느껴진 부분은 PTSD 를 외상사절로 연결시킨 곳이더군요.

 

다들 아시겠지만 노파심에서 말하자면, PTSD 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입니다. 물론 외상이 그 외상은 아니죠.

 

 

 

동성로 지하에 위치한 알라딘 중고서점은 원래 별로 장사가 안되던 장소에 들어서 있어서

발길 좀 끌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 막상 가보니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아이들한테 책 읽혀주려고 데리고 온 부모들도 꽤 많았구요.

아무래도 대구에 이 정도 규모의 중고서점이 들어서는건 처음이라서 관심가진 사람들이 많나봅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흥미가 중고책을 '파는' 것에 집중되어 있는지 중고책을 '사는'것에 집중되어 있는지는 모르겠더군요.

개장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겠지만, 중고책 수가 너무나도 적습니다.

 

물론 한국의 중고책 시장이 어떤 상황인지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1년 넘게 일본의 중고책 서점인 북 오프에서 책을 사다보니, 현재의 알라딘은 중고책서점이라고 이름 붙이기도 힘든 편이죠.

 

대구로 치면 저~기 논밭이 보일 정도의 변두리에 속하는 곳의 북 오프도 이것보다는 구비서적이 많습니다.

 

 

 

하지만 북 오프는 이미 십년을 훨씬 넘게 성장해온 기업이니, 지금의 알라딘과 비교하긴 어렵겠죠.

사실 실망했다기보다는 그 현실이 아쉽고 안타깝다는 기분일 뿐이지

중고책들이 진열된 모습을 보니 뭔가 세포 단위에서 즐거움이 솟아나고 있었습니다.

 

이게 여기가 몇년 지나서, 저 뒤의 단촐한 책장들 사이에 책이 가득가득 쌓이게 된 광경이 기대될 따름입니다.

 

동생분한테는 배명훈씨의 타워가 최상품질 중고도서에 비치되어 있길래 바람을 불어넣어서 읽어보라고 꼬셨습니다.

 

 

 

사실 일반 서점보다 중고책 서점이 말이죠, 구비장서수가 더 많아야 합니다.

중고책이란 결국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필요없어져서 처분된 책도 포함이 되기 때문에

항상 개중에 쓸만한 책이란 10% 도 되지 않는게 일반적이니까요.

 

북 오프는 한국에도 진출해 있습니다만, 일본의 절반의 절반도 되지 않는 아주 작은 규모더군요.

매입방식이나 그에 따른 중고 가격차이도 알라딘과는 다른점이 많기 때문에, 아마 한국에서는 더 성장하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알라딘은 매입하는 책의 종류에는 조금 제한을 두는 듯 하지만

일단 매입가 자체는 무리없이 납득이 갈 만한 수준이라서 각각의 장단점이 있을듯 합니다.

 

훗날 제가 책을 끙끙 싸들고 가니 점원이 이렇게 깨끗하고 최신작품들만 가져오시다니 하면서 놀라더군요.

제 전용 서재까지 만들어 준다고 하던데, 설마 이름을 떡하니 붙여놓는건 아니겠죠.

거진 10만원쯤 받았으니 그걸로 또 신나게 책을 사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알라딘엔 제가 환장할만한 책이 그리 많지는 않았습니다.

 

환장할만한 책은 읽어본것들 뿐이고, 읽고싶어서 찾아본 책들은 전부 재고가 없더군요.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제가 읽고 싶은 책도 찾을수 있을런지.

하지만 그래도 블루레이, DVD 를 포함해서 의외의 책 몇권을 입수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는 있었습니다.

 

 

 

일바적으로 아동코너는 항상 인기인가 봅니다.

학술지가 시간에 따라 그 가치를 상실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아기들이 보는 책은, 보존 상태만 좋으면 얼마든지 물려받을 수 있으니까요.

 

위 사진은 그거하고는 전혀 관계없는 친구 모습입니다. 그냥 카메라가 손에 들려 있어서.

 

 

 

친구의 동생분도 독사진 안 남기면 서운할지도 모르니(?) 한 장.

 

동생분은 이날 책 좀 사갔습니다. 제가 바람을 넣은 책이 몇권 있어서 괜히 좀 미안한 기분도 드는군요.

제 기준으로는, 여기 오는 사람들이 수준이(?) 좀 있는건지... 한 달쯤 후 여기 왔을때는

그나마 몇권 보이던 괜찮은 책도 싸그리 없어져 버리고 정말 살만한 책이 별로 없었습니다.

 

괜찮다 싶은 책은 싹싹 사라져 버리는건가 싶네요. 자만은 아니지만, 제가 가지고 간 40여권의 책은

지금쯤 몇권이나 남아있을지 그것도 기대가 됩니다. 다음에 한번 가봐야겠네요.

 

 

 

아직은 넓은 공간에 비해 책장이 널널한 편이라 여유를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는 좋습니다.

단지, 북 오프의 경영철학과는 조금 방향이 다른게, 북 오프는 책 사이에 공간을 없애고 어떤 책장이든 빡빡하게 채워넣어서

충분한 물량의 과시와 함께 도난의 위험도 방지하자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고 하는데, 여긴 아직 그렇지는 않은 듯.

 

넓직넓직해서 돌아다닐 재미도 있고, 한켠에는 독서가 가능한 테이블도 준비되어 있어서

이곳은 중고책 서점이라는 점과 함께 소소한 마음의 휴식처로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더군요.

 

 

 

북 오프에 익숙해져 있다보니 살짝 이건 공간의 낭비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한국사람에게는 아마 이런 분위기가 더 어울릴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일본사람들은 생활 어디서나 빡빡함이 뭄에 배여있지만 한국은 아직 그만큼은 아니니까요.

 

품절도서에서 보물을 좀 찾을 수 있을까 싶었지만, 아직 제 수준이 미천한 관계로 마음에 드는건 별로 없었다는게 아쉬웠습니다.

 

 

 

일행이 이날 구입한 책과 영화입니다. 상태는 다들 괜찮은 편이라서 만족.

 

저는 노벨상 수상작가가 모로코에 체류하던 나날을 쓴 책을 한권 샀는데

전혀 모르던 책을 발견하게 되어서 그 기쁨이 더욱 배가 되었습니다.

중고 서점이란 역시 이런 게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죠. 모르고 있던 책을 발견하는 것은 로또 당첨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끝나고는 근처 파르페점에 가서 시원한 아이스크림 파르페 하나씩 먹었습니다.

꽤 널널하게 보여도 사실은 공간이 그렇게 충분하지는 않은 알라딘 서점이라서

가능하다면 장사가 잘 되서 확장도 좀 하고, 내부 까페도 정식으로 하나 떡하니 차려서

구입한 책을 바로바로 읽을 수 있는 그런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성장한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저같은 사람은 중고책 나올때까지 참지 못하고 새 책을 신나게 구입한 후

책 놓을 공간이 없어서 울며 겨자먹기로 이곳에 따끈따끈한 중고책을 팔러 오게 되겠죠.

 

뭐, 그럼으로써 중고책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면 그건 그거대로 뿌듯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블로그 갱신도 늦었는데, 8월 초순까지 일본 잠깐 다녀오는 고로

한동안 갱신이 없을거라는 확언을 드릴 수 있다는게 죄송할 따름이네요.

 

다녀와서 뵙겠습니다. 또 원서 좀 사들고 올 수 있겠군요.

'Photo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구 공예문화박람회  (8) 2013.10.11
추석맞이 조카  (10) 2013.09.20
조카 첫 방문 3편  (12) 2013.07.18
조카 첫 방문 2편  (13) 2013.06.30
조카 첫 방문 1편  (6) 2013.06.29